2022년문화콘텐츠연합학술대회

2022년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인문콘텐츠학회·콘텐츠문화학회

한국다큐멘터리학회·한국전자출판학회·한국축제포럼

2022년문화콘텐츠연합학술대회

2022년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인문콘텐츠학회·콘텐츠문화학회

한국다큐멘터리학회·한국전자출판학회·한국축제포럼

대회개요

■ 학술대회 개요

○ 행사명 : 2022 문화콘텐츠 연합학술대회

○ 대주제 : 문화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

○ 일시 : 2022년 06월 04일 (토) 10:00∼18:00

○ 주최 : 문화콘텐츠 관련 6개 학회 (가나다 순)

-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인문콘텐츠학회, 콘텐츠문화학회, 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사) 한국전자출판학회, 사) 한국축제포럼

○ 주관 : 문화콘텐츠 연합학술대회 준비위원회

○ 후원 :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한국영상대학교, 한국전시문화산업협동조합

○ 장소 :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농심국제관

- 개회식 / 폐회식 : 국제회의실

- 세션 강의실 : 6개 (304호, 305호, 306A호, 306B호, 310호, 311호)

- 포스터 전시 : 농심국제관 1층 로비

- 중식 : 고려대학교 교직원 식당

일정표

■ 행사 전체 일정

학회 등록 및 포스터 발표 (10:00 - 11:00) / 농심국제관 로비

개회식 및 기조강연 (11:00 - 12:10) / 국제회의실

사회: 홍종열((고려대)

축하공연 국악 대북공연

개회사 유동환 인문콘텐츠학회장

축사

강준현 세종특별자치시 국회의원

김상욱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관 국장

기조연설 김교빈 전 호서대학교 교수 (전 인문콘텐츠학회 회장)

회장단 인사말 및 MOU 체결

6개 학회 회장단

중식 (12:10 - 13:30)

1 1부 학술 세션 (13:30 - 14:50)

강의실 306A호 / 사회: 김상헌((상명대))

no 발표자 발표 주제 토론자

1 최준란 (한국외대) 공공대출보상제도의 국내 도입 필요성에 관한 인식 조사 김정명 (신구대)

2 김민옥 (경성대) 교육적 실재감 개념을 활용한 유아용 그림책 제작 수업 사례 연구 이웅규 (안동대)

강의실 306B 호 / 사회: 임대근((한국외대))

1 서성은 (한경대) K 콘텐츠의 글로컬 스토리텔링 전략 최민성 (한신대)

2 김세익 (경희대)

미디어 복잡성 시대의 문화콘텐츠학과 문화콘텐츠비평에

대하여

임동욱 (대구대)

강의실 310 호 / 사회: 이건웅((글로벌사이버대))

1 강소영 (서울디지털대) 가상인간 등장 광고와 MZ 세대 특성의 의미화 과정 이은호 (교보문고)

2 서보윤 (동아방송대) 국내외 오디오북 광고의 표현전략 이한나 (한국외대)

강의실 311 호 / 사회: 성종현((경북콘텐츠진흥원))

1 조미술 · 김정우 (고려대)

스포츠 중계의 엔터테인먼트화에 관한 연구 : 민속씨름

중계와 < 씨름의 희열 > 을 중심으로

노창현 (대구대)

2 권두희 · 유동환 (건국대) <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 > 의 실천공동체적 특성 연구 최아름 (경희대)

강의실 305 호 / 사회: 김바로((한국학중앙연구원))

1

GE XIAOYU

· 안남일 (고려대)

중국 고전 시가 수사법으로 본 < 동경 이야기 > : 반친 (反襯)

연구를 중심으로

오연 (한국외대)

2 김정현 · 박치완 (한국외대)

문화기술을 활용한 무대 위 실재의 구현 : 리미니 프로토콜의

로봇 공연 < 언캐니 밸리 > 를 중심으로

김효은 (백석예대)

강의실 304 호 / 사회: 배은석((한국에코뮤지엄연구소))

1 위상희 · 최희수 (상명대)

신안선을 소재로 한 실감콘텐츠 연구

- 목포해양유물전시관 ‘ 바다, 신안선을 품다 ’(2022 년) 를 중

심으로

박진호 (고려대)

2 이채론 · 노창현 (동국대)

한글서예의 현대적 변용과 전승으로서 손글씨 콘텐츠의

방향성 제언

김진영 (한국외대)

포스터 심사 및 휴식 (14:50 - 15:10) / 농심국제관 로비

포스터 심사

심사위원장 : 이건웅 (글로벌사이버대)

심사위원 : 강준영 (예락), 권지혁 (인하대), 임동욱 (대구대), 양덕모 (엠이모션랩),

백해린 (한국외대)

2 2 부 학술 세션 (15:10 - 17:10)

강의실 306A 호 / 사회: 손정훈((아주대))

1

이재민

(대전세종연구원)

우리 ‘ 삶터 ’, 콘텐츠의 매체가 될 수 있을까 ? : 문화콘텐츠의

매체로서 ‘ 삶터 ’ 의 특성과 의미

김기홍 (한성대)

2 정원대 (한국외대)

문화콘텐츠로서 중국 애니메이션의 동시대성 -< 마이더우 :

쿵푸소년 > 을 중심으로

배상준 (건국대)

3 김소영 (한국외대) 문화이론을 활용한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연구에 관한 제언 고민정 (상명대)

강의실 306B 호 / 사회: 최희수((상명대))

1 강준수 (안양대)

우키요에의 인지도를 활용한 한일 풍속화 공동 전시 콘텐츠

고찰

김경희 (한국외대)

2 김연재 (공주대)

동아시아적 특수성과 문화콘텐츠 : 中原 의 視界, 天下 의 世界

및 大一統 의 境界

안창현 (한양대)

3 류호현 (고려대)

중국 게임 「 원신 」 의 스토리월드 구축 : 트랜스 - 내셔널리티

와 ‘ 캐릭터 모에 ’ 를 중심으로

이동배 (건국대)

강의실 310 호 / 사회: 이동은((가톨릭대))

1 최지운 (강원대)

TV 사극 속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 고찰 : < 옷 소매 붉은

끝동 > 과 < 신입사관 구해령 > 을 중심으로

안숭범 (경희대)

2 이종현 (한신대)

콘텐츠 3 중 구조 (의미 · 재미 · 심미) 발현을 위한 연기 연출론

연구

이효원 (한성대)

3 태지호 (안동대) 1990 년대 문화의 양상과 그 기억의 현재성 김진형 (경남연구원)

강의실 311 호 / 사회: 송희영((서울예대))

1 신정아 (한신대)

콘텐츠 액티비즘과 애도의 윤리 : VR 다큐 < 용균이를 만났

다 > 를 중심으로

김희경 (재미창작소)

2 임대근 (한국외대) ' 돌봄 ' 으로서의 문화콘텐츠 신광철 (한신대)

3 이용욱 (전주대) 메타에듀와 인문교육 방법론 박치완 (한국외대)

강의실 305 호 / 사회: 방미영((서경대))

1 이수경 (강남대)

『표준한국어』문화교육 내용 및 방향성 고찰 : 『표준한국어』

(2013) 와

이용욱 (전주대)

2

박진호 · 김정우 · 김영욱

(고려대)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 유형에 관한 연구 이규철 (성신여대)

3

정유나

(크로스이노베이션)

재외동포아동 대상 전통문화교육꾸러미 제작을 위한 기초

연구 :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김금미 (순천향대)

강의실 304 호 / 사회: 류한조((명지대))

1 조우제 (안동대)

TV 다큐멘터리 속 ‘ 소록도 ’ 재현에 관한 연구 :

선별된 고난 (苦難) 의 기억과 배제된 소록도 한센인

권지혁 (인하대)

2 박주초 · 안남일 (고려대) 한국사회의 문화콘텐츠 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이종훈 (목포대)

3 주기환 (한국외대) 문화콘텐츠 윤리 개념 연구 : 도덕 회의주의를 중심으로 신정아 (한신대)

Break Time (17:10 - 17:30)

폐회식 및 시상식 (17:30 - 18:00) / 국제회의실

사회: 이종훈((목포대))

1 포스터 발표 시상식 심사 강평 : 이건웅 콘텐츠문화학회 회장

대상 1 명, 우수상 2 명 ,

장려상 3 명

2 폐회사 방미영 한국전자출판학회 회장

■ 포스터 발표((총 13 명, 가나다 순))

no 발표자 발표주제

1 박소윤 (건국대) 한글 캘리그라피를 접목한 퍼포먼스 기획 연구

2 양균영 (상명대) 박물관과 디지털 실감콘텐츠 미래전망

3 여수경 (한빛문화재연구원) 지역무형문화유산의 문화콘텐츠 방안에 관한 연구 -‘ 올해의 무형문화유산도시’

4 오승민 (한국외대) 음악창작소 예술인 지원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5 오은미 (동국대) 불교 수행자의 49 재 음식문화

6 유병준 (안동대)

구국 (救國) 의 역사 속 배제된 학도병 (들) : 박물관 < 장사상륙작전전승기념관 > 과 영화 <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 에 재현된 전쟁기억 방식 연구

7 이유나 (한국외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미디어 교육 방향 연구

8 이정현 (덕성여대) 팬데믹 시대, 광장의 의미변화 : 옥수역 고가 하부를 중심으로

9 전영아 (고려대) 방탄소년단 (BTS) 뮤직비디오의 음향 활용과 효과에 관한 연구

10 최우미 (한국외대) 엔데믹 시대의 온라인 공연 발전 가능성 연구

11 추정희 (한국외대) 청주 폐산업공간의 문화재생 : 연초제조창 활용 사업을 중심으로

12 팽원균 (상명대) 중국 동영상 플랫품 비리비리 (BiliBili) 와 ACG/2 차원 문화의 관계성 고찰

차례

■ 주제 발표

공공대출보상제도의 국내 도입 필요성에 관한 인식 조사/최준란 ······························12

실재감 개념을 활용한 유아용 그림책 제작 수업 사례 연구/김민옥 ··························24

K콘텐츠의 글로컬 스토리텔링 전략/서성은 ····································································38

미디어 복잡성 시대의 문화콘텐츠학과 문화콘텐츠비평에 대하여/김세익 ·················49

가상인간 등장 광고와 MZ 세대 특성의 의미화 과정/강소영 ······································58

국내외 오디오북 광고의 표현전략/서보윤 ·······································································69

우리 ‘삶터’, 콘텐츠의 매체가 될 수 있을까?/이재민 ·····················································81

문화콘텐츠로서 중국 애니메이션의 동시대성/정원대 ····················································96

문화이론을 활용한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연구에 관한 제언/김소영 ·····················107

우키요에의 인지도를 활용한 한일 풍속화 공동 전시 콘텐츠 고찰/강준수 ·············121

동아시아적 특수성과 문화콘텐츠/김연재 ·······································································136

중국 게임 「원신」의 스토리월드 구축/류호현 ·······························································148

TV사극 속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 고찰/최지운 ···························································157

콘텐츠 3중 구조(의미·재미·심미) 발현을 위한 연기 연출론 연구/이종현 ···············167

1990년대 문화의 양상과 그 기억의 현재성/태지호 ······················································181

메타에듀와 인문교육 방법론/이용욱 ·············································································193

‘돌봄’으로서의 문화콘텐츠/임대근 ···················································································206

콘텐츠 액티비즘과 애도의 윤리/신정아 ·········································································215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 유형에 관한 연구/박진호·김정우·김영욱 ·······························228

재외동포아동 대상 전통문화교육꾸러미 제작을 위한 기초 연구/정유나 ·················241

『표준한국어』 문화교육 내용 및 방향성 고찰/이수경 ··················································254

■ 학문후속세대 발표

스포츠 중계의 엔터테인먼트화에 관한 연구/조미술·김정우 ·······································268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의 실천공동체적 특성 연구/권두희·유동환 ·······················281

중국 고전 시가 수사법으로 본 <동경 이야기>/GE XIAOYU·안남일·····················293

문화기술을 활용한 무대 위 실재의 구현/김정현·박치완 ············································305

신안선을 소재로 한 실감콘텐츠 연구/위상희·최희수 ··················································316

한글서예의 현대적 변용과 전승으로서 손글씨 콘텐츠의 방향성 제언/이채론·노창현·····335

한국사회의 문화콘텐츠 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박주초·안남일 ·····························347

문화콘텐츠 윤리 개념 연구/주기환 ·················································································363

TV 다큐멘터리 속 ‘소록도’ 재현에 관한 연구/조우제 ················································380

주제발표

공공대출보상제도의 국내 도입 필요성에 관한 인식 조사* 1)

최준란** 2)

국문초록

공공대출권(PLR, Public Lending Right)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1986년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직까지 관련 법안이 입법된 적은 없다. 2019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작가와 출판 단체 등은 공공대출보상 제도에 찬성해 왔던 반면 도서관 관계자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작가들의 경제 사정을 고려한 보상 문제는 도서관에 국한해 생각하기보다는 사회 보장 차원에서 강구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도서관에서 보상금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면 도서 구입에 쓰는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도 우려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공공도서관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공공대출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경기도의 경우, 공공도서관이 2003년 66곳에서 2020년 288곳으로 4배 이상 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신규 도서관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기도의 공공도서관 한 곳이 책임지는 인구는 현재 4만 명 정도인데, 지자체 내의 타 도서관에서도 책을 빌려볼 수 있는 상호대차 서비스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이용자가 이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한 번 구매한 책을 수백 명이 돌려 보아도 저작권자에게는 추가적인 수익이 없는 것이다.

최근에 공공대출보상제도에 관한 국내 도입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면서, 공공대출보상제도의 도입에 대한 논의와 관련하여 저작자, 출판사, 도서관 등이 모여 연구를 하게 되었다. 심층인터뷰를 통해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듣고 분석해 몇 가지 대립점을 도출하였다. 공공대출보상제도의 도입에 대해 저작자와 출판사, 전문가는 대체로 필요하다는 의견인데 반해, 도서관은 대부분 불필요하다는 의견으로 큰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인터뷰 내용을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공공대출보상제도가 입법화되고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우선 이해관계자들 간에 풍부한 대화가 오가야 한다. 그래야 빠르게 변화하는 독서 환경에 맞는 제도적 대책이 마련되어 저작자, 출판사, 도서관, 독자가 모두 만족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제어: 공공대출보상제도, 저작권, 저작자, 출판사, 도서관

1) 본 발표문은 2021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공공대출보상제도에 관한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작성함.

2)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Ⅰ. 서론

공공대출보상제도의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면 그 횟수만큼 해당 곡의 저작권자에게 저작권료가 지급된다. 그러나 도서관에서는 다르다. 아무리 많은 이용자가 책을 빌려 봐도, 도서관이 최초로 도서를 구매한 비용외에는 작가나 출판사에 돌아가는 몫이 없다.

2022년 4월 1일, 우리나라에서도 도서관의 무료 도서 대출로 인한 작가와 출판사의 손실을 공공예산으로 보상해주는 ‘공공대출보상’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김승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종환·박정·유정주 의원과 공동으로 2022년 1월 28일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 토론회’를 가졌다. 이번 토론회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한국작가회의가 공동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후원한 행사로,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에서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출판계 생존을 위해 유럽 등 34개 저작권 국가에서 시행 중인 ‘공공대출보상제도(PLR, Public Lending Right) 도입’을 주제로 출판계, 문학계 등 이해당사자와 출판 및 저작권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진행되었다. 김승원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2020년을 기준으로 1,172관의 공공도서관이 운영 중이나 정작 저작자와 출판사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고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대출보상제도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최근에 공공대출보상제도에 관한 국내 도입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검토 및 도입을 위한 기초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공공대출보상제도에 관한 기초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1) 연구 방법은 공공대출보상제도에 이해관계가 있는 출판자단체, 저작자단체, 도서관계의 추천을 받은 43명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국내 저작권에 관한 인식을 조사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 본론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Ⅱ. 본론

1. 공공대출보상제도의 기본 개념

우리나라에서 영어 ‘public lending right’를 일반적으로 ‘공공대출권’ 또는 줄여서 ‘공대권’으로 번역하여 사용한 것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현, 한국저작권위원회로 개칭)에서 1988년에 발간한 <저작권 용어 해설>, 1993년에 발간한 <저작권 표준 용어집>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에는 문헌정보학계를 중심으로 ‘공공대출보상권’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영국과

1) 박익순 외, 「공공대출보상제도에 관한 기초 연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1

캐나다 등의 영어권 국가에서는 ‘공공대출권’, 아일랜드에서는 ‘공공대출 보상’, 독일과 덴마크에서는 ‘도서관 사용료(Library Royalty)’, 아이슬란드에서는 ‘저작자의 권리(Author’s Right)’라는 용어를 쓴다.

‘공공대출권’은 국제조약상의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그에 관한 통일적인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공대출(公共貸出, public lending)’과 구별할 개념으로 ‘대여(貸與, rental)’가 있다. ‘대여’란 ‘영리목적으로 일정기간 이용을 위한 제공’을 의미하고, ‘공공대출’이란 ‘공중이 접근할 수 있는 기관을 통해서 행해지는, 직접적인 영리 이외의 목적으로 일정기간 이용을 위한 제공’을 의미한다. 예컨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는 것은 ‘공공대출’이고, 도서대여점에서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는 것은 ‘대여’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공공대출권(공공대출보상제도)’을 “공공도서관 등이 소장하는 도서 등을 공중에게 대출할 때에 그 도서 등의 저작자와 출판자 등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제도)”라고 정의하기로 한다.

공공대출보상제도는 1946년에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도입하였고, 2021년 11월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34개국이 시행 중이다. 유럽 이외의 시행 국가는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이다. 유럽 지역이 30개국으로 가장 많은 이유는 1992년에 제정된 대여권 및 대출권에 관한 유럽공동체(EC) 지침과 유럽연합(EU) 출범 후 재편성된 2006년 EU의 대여권 및 대출권 지침이 회원국에서의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을 의무화하였기 때문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7개국 중 27개국에서 공공대출보상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아직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10개국이다.

2. 공공대출보상제도를 둘러싼 국내의 논의 현황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부터 공공대출권 도입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시작되었다. 확인 가능한 국내 최초의 공공대출권 제도에 관한 문헌은 최현호의 1986년 학위논문이고, 그다음은 한승헌 변호사가 1986년 9월 『국회도서관보』에 발표한 논문이다.2) 문헌정보학계에서는 이순자가 1989년 ‘저작권법 개정 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 공공대출권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고, 1992년 유인순이 「공공대출권 제도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다.3)

1991년에 문화부가 저작권법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저작권법상의 대여권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전체 4개의 장(章) 가운데 ‘제3장 공공대출권’이 포함되어 있다.4) 2001년 12월 문화관광부가 「저작권법 전면 개정을 위한 기초 조사연구」 보고서를 발표하였

2) 박성호, 「공공대출권 도입 필요성에 대한 기초 연구」, 『한국저작권위원회』, 2018, 99-100쪽.

3) 이흥용·김영석, 「공공대출보상권 제도의 운영에 관한 연구」,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제46권(제4호), 한국도서관·정보학회, 2015, 357쪽.

4) 김문환·이상정·양명조·양영준, 「저작권법상의 대여권에 관한 연구」, 『문화부』 1991, 117~137쪽 참조.

다. 그 내용 중에 어문저작물에 대한 대여권 신설이나 도서관에서 공중을 대상으로 한 서적 대출에 대해 공공대출권을 신설하는 것에 관한 주장이 포함되어 있었다.5)

이흥용·김영석(2015)6)은 우선 이전의 다른 연구에서 ‘Public Lending Right’를 ‘공공대출권’이라고 표현한 것을 비판하면서 ‘공공대출보상권’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고, 전 세계의 공공대출보상제도 운영 국가, 운영 시기, 법적 근거, 그리고 공공대출보상금의 재원, 수혜 대상자, 지불 대상 자료, 산정 기준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최준란(2017)7)은 종이책 시장이 줄어드는 시장에서 독서시장 활성화를 위해 저작자와 출판사 보호를 위한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거론하였다. 이호신(2018)8)은 도서관의 인기대출도서와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비교하여 도서관의 대출과 서점의 판매 양상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하였다.

이흥용(2019)9)은 공공대출보상권 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도서관에서 의 무료 도서대출이 서점 등에서의 도서 판매 감소로 이어지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2019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디지털 시대의 출판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법제 개선 방안 연구」10) 보고서를 발행하였다. 이 연구보고서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국내 출판 저작권 이슈 12가지 중 하나로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 및 대여권 확대’를 다루었다. 이흥용·김영석(2019)11)은 2014~2018년까지 5년간 전국 820개 공공도서관의 대출 통계를 분석해 공공대출보상제도의 보상금 산정 논의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수집하였다.

Ⅲ. 공공대출보상제도에 관한 이해관계자의 입장 분석

본 장에서는 공공대출보상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관해 저작자, 출판사, 도서관,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심층인터뷰한 내용을 분석하였다. 대상자는 총 43명으로 저작자 14명, 출판사 13명, 도서관 12명, 기타 전문가 4명이다.

5) 서달주, 「대여권 및 공공대출권―어문저작물 및 만화, 저작권법 전면 개정을 위한 기초조사연구」, 『문화관광부』, 2001, 240-242쪽 참조.

6) 이흥용·김영석, 「공공대출보상권 제도의 운영에 관한 연구」,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제46권(제4호), 한국도서관정보학회, 2015.

7) 최준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공공대출권(PLR) 연구」,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지』 제 30호,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2017.

8) 이호신,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의 타당성에 대한 실증적 검토를 위한 기초 연구: 인기대출 도서와 베스트셀러의 비교를 중심으로」, 『한국문헌정보학회지』 제52권(제1호), 한국문헌정보학회, 2018, 179-202쪽.

9) 이흥용, 「공공대출보상권 제도에 관한 실증적 연구」, 명지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19.

10) 한주리·박익순·김동혁, 「디지털 시대의 출판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법제 개선 방안 연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9.

11) 이흥용·김영석, 「공공대출보상권 제도 논의를 위한 공공도서관 대출 통계 분석」,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제50권(제3호), 한국도서관·정보학회, 2019, 217-238쪽.

공공대출보상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 ‘저작자’, ‘출판사’, ‘도서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여 비교하면 [표 1]과 같다. 도입 필요성의 평점평균점수를 보면, 저작자(3.64)와 출판사(3.62), 전문가(3.25)는 대체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며, 도서관(1.50)은 주로 불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인식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공대출보상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저작자 → 출판사 → 전문가 → 도서관 순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1]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 필요성 비교

(단위: 명, %)

구분 응답자 도입 필요성 평점평균(점)

저작자 14명

전혀 불필요 -

3.64점

대체로 불필요 1(7.14%)

대체로 필요 3(21.43%)

반드시 필요 10(71.43%)

출판사 13명

전혀 불필요 -

3.62점

대체로 불필요 1(7.69%)

대체로 필요 3(23.08%)

반드시 필요 9(69.23%)

도서관 12명

전혀 불필요 7(58.33%)

1.50점

대체로 불필요 4(33.33%)

대체로 필요 1(8.33%)

반드시 필요 -

전문가 4명

전혀 불필요 -

3.25점

대체로 불필요 -

대체로 필요 3(75%)

반드시 필요 1(25%)

1. 저작자의 기본 인식

저작자에게 공공대출보상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질문한 결과,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4점 척도 질문에 3.64점을 차지한다.

[그림 1]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 필요성(저작자)

첫째, ‘대체로 불필요’하다는 부정적인 응답이 1명 있었는데, 그 이유는 도서관 제도 본질의 훼손 및 이중 혜택이다. “도서관 제도의 본질을 훼손한다. 대출을 통한 홍보효과로 인해 판매 촉진도 일어난다. 정부 지원으로 도서관에 공급된 도서이기에 이중 혜택이며, 베스트셀러 위주로 대출이 이뤄질 경우 이 역시 이중 혜택이다.” (저작자g)

둘째, ‘대체로 필요’ 및 ‘반드시 필요’하다는 긍정적인 의견은 다음과 같다. “저작자의 창작을 적극적으로 돕고,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추진할 수 있다.” (저작자c) “콘텐츠 이용에 이용료를 부담하는 것은 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므로 국가적인 문화 발전을 위한 동력이 된다. 작가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하며, 창작의욕을 신장시키고 문화 창달을 위해서는 작가들에 대한 저작권을 국가에서 보전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저작자e, i)

“음악분야 가수들은 노래방에서 작곡가나 작사자의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저작권이 발생한다. 문학(작가) 분야 작가들도 도서관에서 독자들이 작가의 저서를 대출할 때마다 저작권이 발생해야 한다.” (저작자m)

2. 출판사의 기본 인식

출판자에게 공공대출보상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질문한 결과,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4점 척도 질문에 3.62점을 차지했다.

[그림 2]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 필요성(출판사)

첫째, ‘대체로 불필요’하다는 응답이 1명 있었는데, 그 이유로는 ‘시행 방법의 어려움’을 손꼽았다. “저작권자와 출판사 등 관계자 사이에서 금액 산정의 어려움이 예상되어 시행이 어려울 것이다.” (출판사a)

둘째, 필요하다는 의견 중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가 가장 많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콘텐츠 개발을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출판사g)

또한, ‘출판생태계 보존’과 ‘원활한 출판환경 조성’의 의견이 있다. “공공재로서의 도서는 저작권자와 출판권자(저작인접권자 포함)만의 재산이 아니다. 원활한 저작출판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이용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며, 다양한 저작물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재원 지원의 측면에서도 필요다고 본다.” (출판사c) 출판사와 도서관의 ‘도서대출’에 대한 인식 차이를 지적하고 이로 인해 출판 시장의 위축을 우려하며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공도서관에서의 도서 대출 조건에 기간이나 횟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도서 판매에 기회의 손실을 초래한다. 무료 대출횟수가 많을수록 출판물 판매는 줄어들며 출판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출판사f, d, j, m)

‘시의성’에 대한 시대적 흐름을 지적한 곳도 있다. “도서관을 확충하여 평생학습 시대의 공공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과 저작자를 보호하고 정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게 하여 저작물 생산을 독려하는 것은 서로 모순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로 볼 때 국가 예산으로 두 가지를 모두 감당할 때가 되었다.” (출판사i)

3. 도서관의 기본 인식

도서관계 12명에게 공공대출보상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질문한 결과,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였다. 이 중 ‘대체로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4명(33.33%), ‘전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7명(58.33%)으로 총 11명(91.66%)이었다. 4점 척도 질문에 1.50점을 차지했다. ‘대체로 필요하다’는 응답은 1명 있었다.

[그림 3]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 필요성(도서관)

첫째, ‘대체로 불필요하다’, ‘전혀 불필요하다’는 의견(11명, 91.66%)에 대한 이유는‘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 기본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가 많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도서관의 도서 대출이 오히려 도서홍보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여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있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 (도서관b, d, g)

둘째, ‘사회적 비용의 이중부담’ 문제를 지적하였다. “이미 2015년부터 도서관은 도서정가제 예외 기관에서 제외되면서 어느 정도 출판사와 작가들의 경제적 이익을 더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도서관 입장에서 추가적으로 공공대출보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이중적인 재정 부담을 하고 있다.” (도서관d, I)

셋째, 공공대출보상제도 예산 수립의 영향으로 ‘장서구입 예산 축소에 따른 장서구성의 왜곡 및 도서관 서비스의 자율성 침해’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한정된 재원에서 운영되는 도서관의 입장에서 공공대출보상제도의 예산 수립은 도서 구입비 축소로 이어진다. 실제 입수될 자료의 양이 축소될 우려가 있고, 우선적으로 이용자의 요구가 많은 책을 구입하게 됨으로써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제약하게 될 수 있다.” (도서관e, f, g) ‘대체로 필요하다’는 의견은 ‘공공대출보상제도가 갖는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라는 원칙적인 명제에 대한 찬성이었다.

4. 전문가의 기본 인식

공공대출보상제도와 관련한 심층인터뷰에서 전문가의 의견은 ‘대체로 필요하다’(3명, 75%), ‘반드시 필요하다’(1명, 25%)로 모두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 이유로는 ‘손실에 대한 보

상’ 및 ‘창작자의 창작의지 고취’를 들고 있다. “도서관 서비스의 확대에 따른 저작자 및 출판사의 손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도서관 대출로 인하여 책 구매를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수 있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도서 판매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장기간 보유의 대상이 되는 도서가 아닌 이용시기가 한정적인 도서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전문가a, b, d)

Ⅳ. 결론

공공대출보상제도의 국내 도입을 위한 기초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공공대출보상제도에 관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출판사-저작자-도서관계 인사들과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 의견의 대립을 체감할 수 있었다. 공공대출보상제도의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주요 이해관계자인 도서관이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충분히 협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투입되어 운영되므로, 정부의 정책 방향과 수단에 따라 도서관을 설득할 여지가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민간 이해관계자 사이의 자율적인 합의에 따라 의견을 조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민관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일명 ‘상생협의체’)를 구성하여 주요 이해관계자인 저작자, 출판사, 도서관의 합의를 도출하고, 이 합의안을 토대로 예

산 당국(기획재정부)과 국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도서관이 공공대출보상제도의 도입에 부정적인 근본적인 이유는 공공대출보상제도의 기본 전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음이며, 그밖에 도서관 서비스의 자율성 침해, 도서관 장서구입 예산의 감소에 대한 우려, 도서관 현장의 행정 업무 가중에 대한 우려, 공공대출 보상대상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공공대출보상금 산정에 대한 합리적 기준 부족 등이다. 사회적 협의체에서는 도서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공공대출보상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각계의 끈질긴 노력 끝에 공공대출보상 제도의 세 주체인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한국도서관협회가 사회적 합의체인 ‘상생협의체’를 발족하기로 합의하고 2022년 4월 26일 상생협의체 결성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향후 ‘상생협의체’를 통해 각계의 문제점을 최소화하여 공공대출보상제도가 입법화되고 성공적으로 안착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강현철 외, 「출판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제개선방안 연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7.

김문환·이상정·양명조·양영준, 「저작권법상의 대여권에 관한 연구」, 『문화부』, 1991.

박성호, 「공공대출권 도입 필요성에 대한 기초 연구」, 『한국저작권위원회』, 2018,

박익순, 「공공대출권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 『K-Book Trends』 15, 한국출판산업진흥원, 2019,

박익순 외, 「공공대출보상제도에 관한 기초 연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1.

서달주, 「대여권 및 공공대출권-어문저작물 및 만화, 저작권법 전면 개정을 위한 기초조사연구」, 『문화관광부』, 2001.

이호신,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의 타당성에 대한 실증적 검토를 위한 기초 연구: 인기대출도서와 베스트셀러의 비교를 중심으로」, 『한국문헌정보학회지』 제52권(제1호), 한국문헌정보학회, 2018.

이흥용, 「공공대출보상권 제도에 관한 실증적 연구」, 명지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19.

이흥용·김영석, 「공공대출보상권 제도의 운영에 관한 연구」,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제46권(제4호), 한국도서관·정보학회, 2015.

, 「공공대출보상권 제도 논의를 위한 공공도서관 대출 통계 분석」,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제50권(제3호), 한국도서관·정보학회, 2019.

최준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공공대출권(PLR) 연구」,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지』 제 30호,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2017.

최현호, 「저작권법의 개정방향에 관한 연구」, 서울대 대학원 법학석사 학위논문, 1986.

한승헌, 「도서관에서의 복제와 저작권」, 『국회도서관보』, 1986.

한주리·박익순·김동혁, 「디지털 시대의 출판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법제 개선 방안 연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9.

토론문

토론자 : 김정명(신구대학교 겸임교수)

저작권에 대한 문화적인 인식은 많이 향상되었다. 이제는 우리는 저작권을 보호해야한다는 의식은 당연히 가지고 있으며, 저작권 비용의 지불 없이 마음대로 남의 저작물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출판환경의 변화에 따라 저작권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 또한 이전과 비교해서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저작자, 출판계, 도서관계의 다른 의견이 있기도 하다. 최근의 가장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 <공공대출보상제도>이다. 이 제도는 본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작자와 출판계, 그리고 도서관계의 의견의 차이가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공공대출보상제도는 1986년부터 도입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시작되었으나, 지금까지 이에 대해서 크게 진전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1986년에 학위논문과 국회도서관보에 논문이 게재된 이후에는 1989년 토론회, 1992년 논문이 있었다. 그 이후는 2000년까지는 공공대출보상제도에 대한 특별한 논문은 보이지가 않고, 2001년 12월이 되어서야 문화관광부가 「저작권법 전면 개정을 위한 기초 조사연구」 보고서에 공공대출권 신설에 대한 주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주장은 조금씩 있었으나 아직까지 공공대출권을 시행할 환경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최근에 다시 이러한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저작자 측에서는 어린이책 관련 저

작의 의견이 크다. 2016년 7월에 국회에서 열린 <한국 아동문학 현황과 발전 방향> 포럼에서 이병승 작가가 ‘도서관 대여 저작권법 제정’을 촉구하였다. 이를 이서 2018년 8월에는 어린이책 작가 단체를 중심으로 9개 단체12)가 저작권보호를 위한 작가단체연합을 결정하여 공공대출보상권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와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해 12월에 ‘저작권 보호를 위한 작가단체연합’은 <공공대출보상권 제도 도입을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명운동을 시작하고, 이후 2019년 3월12일 공공대출보상권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하였다.

또한 출판자 측에서는 2017년 3월에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성명서에서 ‘공공대출보상권제도’의 도입을 포함하여 주요 정당 및 후보자에게 문화정책을 제안하였다. 2019년 1월에 대한 출판문화협회는 공공대출권 도입을 실현하겠다는 보도자료를 게재하였으며, 같은해 2월28일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저작권, 지식의 공공성, 출판산업>을 주제로 저작권 법규 및 제도 개선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이 때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저작권자와 출판권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공공대출권 제도 도입 필요성’을 발표하였다.

한편 도서관 측에서는 2017년 들어 사회전반에 공공대출보상권 문제가 제기되고 주요 정당의

12) 그림책협회, 레진불공정행위규탄연대,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창작자연대,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K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동시문학회,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의제로 채택이 되자 대응을 하고자, 8월에 저작권위원회를 개최하여 공공대출보상권 제도 도입에 대한 법‧제도적 문제로 회의를 진행하였으며, 공공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 등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후 2021년 한국도서관협회 남영준 회장은 공공대출권 등 일련의 저작권법 이슈 등 애로사항을 함께 해결하겠다는 정책적 공약을 내걸며 제30대 회장에 출마하였다.

이렇듯 저작자, 출판자, 도서관측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 공공대출보상제도이다. 이것이 2021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공공대출보상제도의 국내도입 필요성에 관한 연구』보고서와 함께 다시한번 이해당사자들간의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 보고서를 중심으로 2022년 1월28일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 토론회의 토론자로는 작가, 도서관, 출판, 정부 측이 함께 있었으나 이 안에서도 의견은 좁혀지지 않고, 4월1일 ‘공공대출보상’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다.

본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공공대출보상제도의 도입에 대해서 저작자, 출판자, 도서관계의 의견은 크게 다르다. 이 제도는 어느 한쪽만의 힘으로써 실행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에 관한 기초연구』를 함께 하면서 1986년부터 논의가 되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저작자, 출판자, 도서관계가 함께 모여서 이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함께 논의를 하지 않고 각자의 저마다의 말로 자신들의 입장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제도에 대해서로 논의를 통합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를 계기로 논의차이가 어느 정도 명확한지는 나타났으니, 향후는 연구 결론에서 제시하

듯이 사회적 상생협의체의 운영이 중요할 것이다. 저작자, 출판자는 도서관계의 반대 이유를 파악하여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면 함께 논의하고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도서관계는 저작자와 출판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서로의 의견 교류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발제문의 결론에서도 2022년 4월26일 상생협의체 결성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고 하나, 5월이 지난 현재 결성식을 개최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으나, 한국도서관협회 소식을 통해서 4월27일에 「저작권법」일부개정법률안 관련 차담회를 개최했다는 내용이 게재되어 있다. 본 차담회에서는 도서관계, 작가회의, 출판인회의에서 참석을 하여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것에 동의하였다는 내용이다.

이제 겨우 현안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를 할 것을 동의하였다고 하지만 큰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공공대출보상제도를 실시하든, 그렇지 않든간에 각 이해당사자의 논의를 거친 후라면 이해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진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대출보상제도에 관해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해외 사례의 연구 중에서는 아시아에서 처음 시범실시를 하고 있는 대만도 주목할 국가이기도 하다.

실재감 개념을 활용한 유아용 그림책 제작 수업 사례 연구

김민옥*

국문초록

본 연구는 문화콘텐츠 제작 수업에서 학생들의 제작 역량을 강화하고 학습을 촉진 시키는 요인을 교육학에서의 ‘실재감’ 개념을 활용해 분석한다. 문화콘텐츠 제작 관련 교과목은 대체로 소재파악, 매체 이해, 스토리 창작, 기획서 작성, 제작 기술까지 5가지 영역에서의 실무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본 연구는 <유아용 지역문화 그림책 제작> 수업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강화하고 촉진하기 위해 인지적 실재감, 사회적 실재감, 교수 실재감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살펴보고, 문화콘텐츠 제작 수업에서 어떻게 적용 가능할지 탐색하고자 한다.

주제어: 교수 실재감, 인지적 실재감, 사회적 실재감, 문화콘텐츠 제작 수업, 유아용 그림책

1. 들어가기

학력 인구 감소와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잃어가며 위기에 처했다. 고등 교육기관으로서 시대를 아파하고 세상을 고민했던 대학은 이제 취업을 위한 실무인력을 양성에 중점을 두고, 학생을 유치하고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교과목 개발에 고심한다. 20여 년 전, 인문학의 위기가 있었고, 그 대안으로 문화콘텐츠학과가 등장한다. 인문학 기반 위에 영화, 애니, 게임, 방송, 축제, 전시, 출판 등 문화산업 영역의 기획, 제작, 서비스 관련 실무인력 양성에 중점을 둔 학과이다. 그러나 문화콘텐츠 전공 인력 양성을 위한 합의된 교과과정이나 교수법 연구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이다.

본 연구는 경성대학교 글로컬문화학부1)의 문화콘텐츠 전공 3학년 교과목 <문화콘텐츠 기획과 제작> 수업(2020년도 2학기)을 중심으로 수강생의 학습역량 강화 및 학습 촉진을 위한 수업 운영방식을 분석한다. 이 수업에서는 부산지역의 역사와 전통 자원을 유아를 위한 지역문화 그림책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하는 제작 실습수업으로 진행했다. 문화콘텐츠 제작 수업은 대체로 실질적인 제작물이나 소비 가능한 형태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제작 수업에서는 제작을 고려한 기획서 및 제작물 시안을 만드는 정도에서 그치게 된다. 기획서의 내용이 실제 제작물로 구현했을 때, 실제적인 콘텐츠 실무 교육이 가능하다.

문화콘텐츠 제작 관련 교과목은 대체로 문화적 대상이나 소재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매체와 문화기술 적용 가능성, 그리고 매체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창작하고, 변용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보다 구체화하면 5가지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문화콘텐츠 제작 실무능력은 소재파악, 매체 이해, 스토리 창작, 기획서 작성, 제작 능력이다. 첫 번째, 소재파악은 ‘어떤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할 것인가?’에 관한 것으로 소재에 대한 정보 수집력과 수집된 데이터의 분석 및 해석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매체 이해는 매체에 따른 표현기법을 이해하고 소재를 적합한 방식으로 적용 및 구현할 수 있는

설계 능력이다. 세 번째, 스토리 창작은 ‘그 소재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려주고 싶은가?’에 관한 수요자를 고려한 창작 능력이다. 네 번째, 기획서 작성 능력은 ‘왜 그 소재를 가지고, 그 이야기를 만들어서 그 매체에 담아야 하는가?’를 사회적 요구 및 시장성 분석을 토대로 논리적 구성력이다. 다섯 번째, 제작 능력은 ‘실제 이 제작물이 문화산업 영역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유통될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다.

본 연구는 <유아용 지역문화 그림책 제작>을 위에서 제시한 5가지 역량 강화를 위한 방식으로 설계했으며, 유아용 그림책 제작 단계별로 학생들의 학습 촉진을 위해 교육에서의 ’실재감(prese nce)’ 개념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실재감’이란, 학습자가 학습상황 중에 있고, 이에 참여하고 있음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학습을 촉진하는 실재감 유형 중에 ’교수 실재감(teacher presence)’, ‘인지적 실재감(cognitive presence)’, ‘사회적 실재감(social presence)’을 중심으로 문화콘텐츠 제작 수업에 적용 가능성을 탐색한다.2)

* 경성대학교 글로컬문화학부 조교수, mokim@ks.ac.kr

1) 경성대학교 글로컬문화학부는 2015년도에 독문과, 불문과, 철학과, 언어학과 CK사업을 통해 글로컬문화학부로 변경하고, 문화기획전공, 문화콘텐츠전공, 서비스전공으로 구성했다. 문화기획 전공은 전시기획과 마을 활동가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문화콘텐츠 전공은 이야기의 창작과 새로운 문화기술 기반을 토대로 실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비스 전공은 여행기획자와 문화마케팅 양성을 목표로 한다.

2) 교육에서 실재감이란, ‘어딘가에 존재하는 느낌 또는 지각(the sense of being there)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이는 실재(實在)와는 다른 것으로 물리적으로 동일한 수업 환경에서 학습자가 체험하는 유의미한 경험과 학습효과를 유지하고, 학습력을 강화하기 위한 교수법 맥락에서 연구되고 있다. 교육에서의 실재감은 크게 교수실재감(teaching presence)과 학습 실재감(learning presence)으로 나눈다. 교수 실재감은 교수(instruction) 교수자의 역할에 초점을 두어 교수자가 학습을 주도하고 촉진하며 자신과 함께 있음을 지각하는 학습자의 인식을 의미한다. 학습 실재감은 학습자가 학습상황에 관해 내면적으로 무엇을 배우고 있다는 인식과 학습자들이 서로 사회적,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얼마만큼 가지고 있는가를 의미한다. 이 학습 실재감은 보다 구체적으로 구분하면 인지적 실재감(cognitive presence), 감성적 실재감(emotion presence), 사회적 실재감(social presence)로 구분한다. 본 연구에서는 인지적 실재감과 사회적 실재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강명희, 김지심, 「기업 이러닝에서 학습자가 인식한 교수 실재감과 학습 실재감 학습효과의 구조적 관계 규명」, 『아시아교육연구』, 제12권, 2호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2010, 30쪽 참고.

3) 문화콘텐츠 제작 수업과 관련한 고민을 같은 대학의 유아교육학과 교수와 나누던 중, 4~5세부터 유아가 시공간의 개념이 성립되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구체적인 관심과 호기심이 생기는데 이를 충족할 만한 유아용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수업에 적용했다. 또한, 그림책으로 제작물 형태를 제한한 것은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창작할 수 있는 간결한 서사구조와 노트북, 테블릿, 휴대폰을 활용해 표현 가능한 사진이나 드로잉 앱을 통해 시각적인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 실재감 적용을 통한 그림책 제작 수업 설계

1) <유아용 지역문화 그림책 제작> 수업 설계

각 대학 및 학과별 전공 역량을 개발하고 그에 적합한 교과목 개발을 추진한다. 경성대학교 글로컬문화학부 문화콘텐츠학 전공은 융합역량, 실무역량, 글로벌역량, 소통역량, 공감역량, 창의역량 6개 영역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과목을 구성한다. <문화콘텐츠 기획과 제작> 과목은 실무와 창의역량 강화를 목표로 개설되었다. 인문학 기반의 문화콘텐츠학과에서 제작 수업은 대체로 제작을 고려한 기획과정을 학습하고 기획서를 완성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본 연구자도 2019년이 과목을 처음 담당할 때, 지역축제 기획을 중심으로 운영하였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기존 축제를 분석하고, 수용자를 파악하고, 축제 지역과 장소에 적합한 방식으로 공간을 연출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그러나, 실제 축제로 어떻게 만들어질지, 축제로서의 어떤 기능과 역할을 거두게 될지는 ‘상상’에 그친다.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학점을 받기 위한 ‘페이퍼’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역량을 모아 구현할 수 있는 제작 수업이 필요했다. 과제물이 학생들의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으며, 학생들의 제작물이 실제 문화산업 및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문화콘텐츠는 실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존재했을 때,

그 의미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0년 2학기 <문화콘텐츠 기획과 제작>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실제 접근하고, 조사 및 해석 가능한 지역의 소재이면서, 학생의 창작 역량과 매체 표현 역량을 고려했을 때, 유아용 그림책은 제작 수업으로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고, ‘부산지역의 역사 및 전통 소재를 발굴하고 유아의 창의적 놀이와 교육적 효과를 고려한 그림책 제작’을 위한 수업으로 설계했다.3)

[표 1] <문화콘텐츠 기획과 제작> 강의 구성안

구분 내용 비고

과목

명칭

· 문화콘텐츠 기획과 제작

개설

목표

· 문화콘텐츠 기획 및 제작 과정을 이해하고, 기획능력 증진과 창의적인 제작 능력 고양

· 지역밀착형 문화자원 발굴과 콘텐츠 제작을 통한 지역의 문화

감각과 감수성 확장

수업

목적

·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유아용 그림책 콘텐츠 기획

및 제작

· 만 4~5세 유아의 발달과정과 수요자 특성을 고려한 소재 이해와

해석력 강화

· 글과 그림의 결합을 통해 구성하는 그림책의 매체 특성 고려한

창작력 강화

· 사회적 요구와 시장성 분석을 토대로 기획의 필요성을 논리적

구성력 강화

수업

계획과

운영

· (1주) 문화콘텐츠기획 과정 이해

· (2주) 팀 구성 및 유아용 그림책 사례분석

· (3주) 수용자 요구 분석 : 유아의 특성과 콘텐츠 수용 방식

· (4주) 발표 제안 (개인)과제 결과 토대

(팀) 구성

· (5주) 사례분석 및 소재 연구

· (6주) 컨셉 연구

· (7주) 마스터플랜

· (8주) 그림책의 유형과 스토리텔링

· (9주) 이야기 구성과 그림 표현

· (10주) 이야기 구성과 그림 표현

· (11주) 피드백 (1)

· (12주) 피드백 (2)

· (13주) 발표 <최종 기획서 20쪽 & 작품 결과물>

· (14주) 발표

· (15주) 평가

·요구분석 단계에서

유아교육학과 교수가

클라이언트 역할

·소재연구 단계에서

자료의 수집과 분석,

해석의 방법 학습

·매체연구 단계에서

그림책 작가 특강을 통

해 매체의 특성과 유아

에 적합한 스토리텔링

학습

·제작 과정에서 교수,

작가, 동료의 지속적

인 피드백

구성

· 수강인원 : 30명 / 2학년(3명), 3학년(20명), 4학년(7명)

· 한 팀당 4~6명으로 구성, 10개의 팀으로 구성하여 진행

·그림책 제작 관련 개인

역량 파악 후, 팀 구성

문화콘텐츠 제작 실무능력은 소재파악, 매체 이해, 스토리 창작, 기획서 작성, 제작 능력의 다섯 가지의 중점으로 수업 운영에 따라 단계별로 해당 과제를 수행해서 그림책을 완성하는 프로세

스로 진행했다. 특히, 유아라는 수요자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그림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역사문화콘텐츠를 전공한 연구자가 지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이에 학제 간 연계 및 특강 방식으로 수업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집중도를 유지하고 그림책 제작을 위한 학습 촉진을 위한 교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단계별 과제물에 관해 세밀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통한 퍼실리테이터(촉진자)의 역할을 강화했다.

[그림 1] <학제간 융합을 통한 그림책 제작 교육 설계>

2) 학습 촉진을 위한 교수자의 퍼실리테이터(촉진자) 역할

학습 촉진을 위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첫째는 학생들이 ‘내가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으며, 그것이 과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 과제 결과물이 현실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에 관한 ‘인지적 실재감(cognitive presence)’ 측면이다. 둘째는 ‘사회적 실재감(social presence)’ 측면이다. 수업을 구성원인 교수와 학생 간에, 팀 구성원 간에, 수업과 연관된 외부의 전문가 및 수요자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공통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는 ’교수 실재감(teacher presence)‘ 측면이다. 교수자가 학습자를 존중하며, 서로 신뢰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수자가 설계한 학습 목표와 학습활동에 따라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안정감과 교수자가 학습자 및 학습 결과에 관심 있고, 기대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아용 그림책 제작 수업에서는 이 세 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학습 촉진을 통한 그림책 제작 과정을 살펴본다.

(1) 과제의 실제성을 통해 인지적 실재감 강화

인지적 실재감은 내가 무언가를 배운다는 느낌과 함께, 내가 학습한 내용이 실제 현장에서 어

떻게 적용, 반영, 수용되는지 인지하는 것이다. 이는 대체로 과제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데, 전공과 연관이 있으며 실제 현실의 문제와 이슈와 관련이 있을 때 훨씬 큰 몰입과 학습이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교육학에서는 ‘과제의 실제성’으로 이야기한다. 실습 및 제작 수업의 경우 의미 있는 과제 부여와 그에 적합한 프로세스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 부여가 중요하다. 과제 수행 과정에서 과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문 지식의 학습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때, 과제 수행을 위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적합한 조사방법 및 해결 방법을 찾을 때, 과제 수행에 대한 몰입이 커지면서 학습력이 촉진된다. 과제의 실제성이 있을 때, 학습자는 과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학습에 대한 동기가 강화한다는 것이다.4)

그림책 제작 수업은 이러한 과제의 실제성을 인지하고, 문화콘텐츠 전공 학생들의 역량을 모아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유아용 지역문화 그림책의 필요성을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유아 교사의 요구(need)를 경험하게 하여 과제의 실제성을 높였다. 특히, 과제의 요구분석 단계에서 유아교육학과 교수를 클라이언트 역할을 부여해 ‘유아용 지역문화 그림책’의 필요와 요구사항을 제시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만 4~5세 부터 시간과 공간 개념이 성립하면서 역사와 지역의 문화에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현직 유치원 교사는 유아들과 지역의 문화장소에 탐방 및 견학할 수 있는 장소와 연관된 콘텐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음을 인지하도록 했다. 이러한 요구분석을 토대로 최종 ‘부산지역의 역사 및 장소 중심의 지역문화 소재를 발굴하고 유아의 창의적 놀이와 교육적

효과를 고려한 그림책 제작’을 부여했고, 이를 수행하도록 했다. 동시에 그림책 제작을 위한 단계별 전문 교육을 수행하여, 학생 스스로 수업을 통해 기획, 창작, 제작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도록 제시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수행 방법을 제시했다. 특히, ‘유아용 지역문화 그림책’은 유아라는 수요자 특성, 지역문화 소재에 대한 해석, 그림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소재의 분석과 해석은 역사콘텐츠를 전공한 담당 교수가 지도, 그림책에 대한 매체의 특성은 그림책 작가의 특강, 4~5세 유아의 발달과정에서 요구되는 스토리 및 수요자의 특성은 유아교육학과 교수와 학생의 자문으로 연결하여 새로운 전문적 지식을 학습하고 있다는 충족감을 높여 제작 욕구를 촉진했다.

(2) 사회적 실재감 강화를 위한 팀 구성

사회적 실재감은 학습 상황에서 학습자들이 서로 사회적,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얼마만큼 가지고 있는가를 의미한다. 제작 수업은 대체로 4~6명의 팀 과제로 진행하게 되는데, 과제 수행에 적합한 개인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결합하고, 팀 구성원들이 명확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실재감을 느낄 수 있다. 개별 학습자가 아닌 수업 내에 다른 학습자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명확하게 인지하게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강화하고 촉진

4) 전주성, 최부기, 「사이버대학 학습자들의 사회적 실재감, 수업만족도, 학업성취도 간의 구조적 관계 분석」, 『아시아교육연구』, 제12호, 4호,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2011, 315~334쪽.

하게 된다. 이를 위해 그림책 제작 수업에서는 팀 구성 전에 수강생 30명 전원에게 개인별 그림책 아이템 제안서를 제출하고, 그림책 제작과 관련해서 자신의 장단점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수강생은 서로의 역량을 파악. 이를 토대로 학생들끼리 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팀원 간의 의견 조정과 과제 수행 방식 등을 파악하여 팀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찰, 참여하여 학습자의 사회적 실재감을 높였다.5) 한편, 최종 10팀으로 구성한 이후에는 현장 보육 실습을 마친 유아교육학과 4학년 학생을 팀당 1명씩 매칭해서 유아교육적 측면에서 의견을 구할 수 있는 ‘메이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유아교육학과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전공 지식이 다른 분야 전공학생과 공유할 수 있다는 기회가 되었으며, 10팀의 팀원들은 자기 팀 과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서 효과적으로 팀 과제를 운영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표 2] 10팀의 그림책 제안서 아이템

팀 제목 소개 소재

A

흰머리산

에서

내려온

사냥꾼

할아버지

후기구석기시대에 사냥도구의 발달과 재료의 변화로 사냥술과 생활상이 크게 변화하는 모습을 그림책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백두산에서

남으로 내려온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사냥도구의 전파와 그 기술을 소개

후기구

석기

도구

B

동백섬

인어,

황옥공주

부산 동백섬에 얽힌 설화 ‘황옥공주 이야기’를 각색하여 유아용 그림책

으로 제작. 특히 황옥공주가 인어라는 요소를 부각하여 동백섬 인어공주

로 탄생

황옥공

주 설화

C

햇님의

별명은 24

가지

절기와 관련 있는 속담을 이야기로 창작하여, 유아들에게 24절기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시간의 흐름을 이해

봄-경칩(속담:경칩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깨꾹이의 알을

지켜줘!’

여름-대서(속담:대서에 염소 뿔 녹는다) - ‘어디 갔어, 내 뿔!’

가을-입추(속담: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 - ‘구월이의 가을친구’

겨울-동지(속담:범이 불알을 동지에 얼리고 입춘에 녹인다) - ‘호랑이

동짓날, 불알이 꽁꽁!’

절기와

속담

D

엄마

깡깡이하

고 올게

70년대 수리조선업이 성행했던 부산 영도에는 뱃전이나 탱크에 붙은

녹이나 해조류를 떼어내는 일이 ‘깡깡이 질’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

아지매가 많았다. 부산 영도 깡깡이 마을을 배경으로 엄마를 그리워하는

깡깡이

아지매

5) 2020년 2학기 <문화콘텐츠 기획과 제작> 수강생은 총 30명으로, 그림책 제작 아이템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하였고, 그림책 제작 수업과 관련해서 개인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서로의 아이템과 역량을 고려하여 팀을 구성하도록 하였고, 팀원은 최소 3인~6인까지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교수자는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팀원의 역할과 업무 분장에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했다.

아이의 이야기

E

목란유치

원 친구들

북한에 대한 호기심을 간접적으로 충족하고 경험할 수 있는 그림책

구성. 함경도 목란유치원 친구들과 함께한 소풍날,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하는데 놀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고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

남북한

언어

F

우당탕탕

황금이를

잡아라!

부산 금정산 금샘 설화를 각색하여 그림책으로 구성. 금정산 금샘의

황금물고기를 붙잡아 왕이 되기 위한 동물들의 다툼과 화해를 담은

이야기

금샘

설화

G

영등할망

이다!

도망치자~

영등 설화를 모티프로, 비와 바람의 신과 풍농의 관계를 설명하는 그림책

으로 딸과 며느리의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하여 구성.

영등

설화

H

치요의

비석을

찾아서

부산 아미동 비석마을은 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인들의 비석과 무덤이

있던 자리이다. 일본 소녀 치요는 본인의 비석을 찾지 못해 아미동

비석마을을 오랫동안 떠돌다 훈이의 도움을 비석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

비석마

I

흥수의

하루

4만 년 전의 어린이 뼈가 충북 청원에서 발견되었다. <흥수의 하루>는

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호기심 많고 어른처럼 사냥하고 싶은 흥수의

하루를 따라가며 구석기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그림책

구석기

유물

J 똑똑

소막마을은 일제강점기에는 소를 수탈해 가는 기지였고, 한국전쟁 중에

는 소 막사가 부산으로 밀려든 피란민들의 주거시설로 사용되었고,

산업화 이후 노동자가 머무는 열악한 주거시설이 되었다.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소막마을의 이야기를 손녀에 들려주는 방식의 그림책으로 구성

소막마

(3) 제작 단계별 전문 교육 및 피드백을 통한 교수 실재감 강화

교수 실재감은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의 신뢰감을 통해 안정적인 학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은 자신들의 학습 결과에 관해 교수자가 진심으로 관심이 있고, 좋은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느낄 때 학습 만족도, 성취도, 참여도 등의 학습효과가 높다.6) 때론, 교수자가 목표한 결과 이상의 성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림책 제작 과정에서는 수업의 목표, 운영 방식, 제작 단계별 일정을 지속적으로 안내하며 학생들의 제작 과정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역할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림책 제작 단계별로 제출하는 과제에 세밀하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통해 교수자-학습자 간의 신뢰와 제작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제작 수업에서 단계별 전문적이고, 세밀한 ‘피드백’은 의미 있는 제작 결과물로 연결되었다.

[표3] 과제 단계별 평가 내용 및 피드백

과제

구분

과제 점검 내용 피드백 내용

6) 이정민 외, 국내 온라인 학습에서 실재감의 효과에 관한 메타분석, 교육정보미디어연구, 26(4), 853~878쪽 참고.

과제

제안

· 기획 의도에 부합한 소재 선정 및

컨셉 및 구성인가

· 한 학기 동안 조사 및 개발 가능한가

· 자료의 조사 및 스토리와 그림 창작

방법이 적합한가

· 팀별 제안 내용은 수업 시간에 구두 피드백으로

진행하며, 팀 운영과 관련해서는 팀 단위로 의견

제시

· 팀원의 역량을 고려해 제작 가능한 방식인지 점검

하고 의견을 제시

· 팀 업무 분장 확인을 통해, 팀 과제 수행 방식

확인하고 효율적 방안 제시

소재

분석

· 선정한 소재 조사 내용이 정확한가

· 소재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분석

했는가

· 유아용 그림책으로 창작 가능한 소재

인가

· 소재 분석 결과는 발표와 토론 방식으로 진행,

교수자는 발표와 토론 이후 최종 문서로 의견을

작성하여 제시

· 각 팀이 선정한 소재의 특성을 고려해 자료조사

방법 제시

· 소재가 단순한 모티프가 아닌, 지역의 역사나 옛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제시

스토리

창작

· 만4~5세 유아가 이해할 수 분량과

내용인가

· 교육적으로 부적합한 언어 사용인가

· 창의적이며, 참신하고 매력적인 이야

기인가

· 스토리는 그림책 작가와 유아교육학과 교수의

의견을 사전에 수합하여 수업시간 종합적으로

제시

· 유아의 발달과정과 심리표현과 연관해, 모험심과

격려, 응원, 반항, 해체, 경쟁, 기괴, 반전 등이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제시

· 어린이의 욕구와 사회적 이슈 및 창작자의 창의적

인 상상력이 담길 수 있도록 의견 제시

그림

콘티

제작

· 글과 그림의 관계가 조화로운가

· 그림 스타일, 구도, 색상 설계 등이

적절한가

· 그림 콘티는 담당 교수와 그림책 작가가 사전에

논의한 내용을 구두로 피드백 : 글 중심의 그림책

으로 구성할 경우, 그림은 삽화 형태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음. 그림책은 그림 원고와 글 원고가

각각 독립성을 유지하며 연결될 수 있도록 제시

· 팀별로 구성한 그림체와 관련하여 최신의 그림책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유사 사례 제시

최종기

획서 및

그림책

· 그림책의 기획의도와 제작 배경이

적정한가

· 지역 소재를 유아용 콘텐츠로 적합하

게 해석했는가

· 최종기획서 및 작품 평가는 과제수행 과정에서

참여한 담당교수, 유아교육학과 교수와 학생, 그

림책 작가, 동료 팀원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반영

· 사회적 요구 및 시장성 분석을 토대로 각 팀의

· 창작 이야기와 그림 표현은 창의적인가

· 실제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가

· 최종 기획서와 그림책은 과제의 형식과 요건에 충족하는가

작품을 논리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의견 제시

본 수업을 설계한 연구자는 역사 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전공자로 지역 문화자원 조사, 분석 및 해석하는 방법을 제시하였으며 그림책 창작 소재로 해체하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전체적인 팀 과제 멘토 역할을 통해 교수자가 팀 과제에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유아용 그림책으로 이야기와 그림이 교육적으로 적합성 여부는 유아교육학과 교수와 학생, 그리고 그림책 작가가 학생들의 결과물을 사전에 검토하고 수업 시간에 효과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대학의 타 전공 학생들과 교수의 직접적인 참여와 피드백은 학생들의 학습을 촉진 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학생들의 과제 결과물은 ISBN을 받은 비매품 출간할 예정이었으나, 현장 유아 교사와 어린이들이 실제 글과 그림을 보여줬을 때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전문 출판사 및 편집자들로부터의 긍정적인 피드백은 상업 출판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진행하게 되었다. 1년 동안 제작비 및 출판사 섭외 과정을 거쳐 총 10팀의 과제물 가운데, 그림책으로서의 완결성과 부산지역의 소재를 잘 담아낸 3개 작품 <동백섬 인어 황옥공주>, <우당탕탕 황금이를 잡아라!>, <치요의 집을 찾아서>이 정식으로 출판하게 되었다.7)

3. 나가며

본 연구는 ‘유아용 지역문화 그림책 제작’을 위해 소재파악, 매체 이해, 스토리 창작, 기획서 작성, 그림책 제작까지 다섯 영역에서의 제작 실무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또한, 제작 단계별로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강화하고 촉진하기 위해 인지적 실재감, 사회적 실재감, 교수 실재감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수업 종료 후 학생들에게 수업에 대한 평가서에 따르면 위 세 가지 측면에서의 실재감이 학습 촉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저는 유아용 콘텐츠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림책에 관해서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현 유아 교사의 이야기를 들으니 유아 콘텐츠의 필요성과 특히, 지역 역사에 관련된 교구들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현재 아이들의 분위기와 교육 콘텐츠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콘텐츠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8)

7) 김경민 외 『경성대글로컬문화학부 그림책3-치요의 집을 찾아서』, 도서출판 해성, 2022, 김현경 외 『경성대글로컬문화학부 그림책2-우당탕탕~황금이를 잡아라!』, 도서출판 해성, 2022, 박도경 외 『경성대글로컬문화학부 그림책1-동백섬 인어 황옥공주』, 도서출판 해성, 2022

8) <치요의 집을 찾아서>팀에서 기획서 작성과 글 창작에 참여한 김○진 학생의 평가서 내용

“그림책 한 권을 제작하는데도 요구분석, 스토리텔링, 원천자료 분석, 소재의 창작화, 사례조사 등 많은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막연히 창작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소재 연구에서 시작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략) 기획에서부터 자료조사,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새롭게 배우고 느낀점이 많았다. 다른 조원들이 만든 것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각 단계별 피드백을 통해 팀원의 역량을 모으며 차근차근 발전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유아교육학과 교수님과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평가받는 것은 재미있었다.”9)

“유아교육학과 4학년 학생에게 팀의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은 것과, 그림책 칼럼니스트에게 스토리를 평가 받은 일이 이번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자, 앞으로도 모든 수업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나의 과제물을 교수님이나 과 친구들이 아닌, 관련 전문가와 타인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듣고, 더하는 과정이 신기했다. 100%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기에 처음에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학과 안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10)

문화콘텐츠 제작 수업에서 무엇보다 내 전공과 관련해 실제 생활에서 문제해결의 필요성이 있는 과제를 제시가 중요하다. 또한, 제시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습자끼리 서로의 역량을 확인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 구성과 명확한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수자가 각 팀에서 기획하고 창작하는 결과물에 지속적인 관심이 있으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통한 상호작용이다.

9) <동백섬 인어 황옥공주>팀에서 그림 창작에 참여한 김○휘 학생의 평가서 내용

10) <우당탕탕~ 황금이를 잡아라>팀에서 그림 창작에 참여한 이○유 학생의 평거서 내용

참고문헌

• 단행본

김경민 외 『경성대글로컬문화학부 그림책3-치요의 집을 찾아서』, 도서출판 해성, 2022

김세희 『그림책의 이해 2』, 사계절, 2005

김현경 외 『경성대글로컬문화학부 그림책2-우당탕탕~황금이를 잡아라!』, 도서출판 해성, 2022

박도경 외 『경성대글로컬문화학부 그림책1-동백섬 인어 황옥공주』, 도서출판 해성, 2022

신을진, 『온라인 수업, 교사 실재감이 답이다』, 우리학교, 2020

신혜선, 『유아그림책의 기호학적 이해』, 한국학술정보, 2011

Neisser, U. “Cognitive Psychology”,Psychology Press, 2014

• 참고논문

강명희, 김지심, 「기업 이러닝에서 학습자가 인식한 교수 실재감과 학습 실재감 학습효과의 구조적 관계 규명」, 『아시아교육연구』, 제12권, 2호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2010, 29~56쪽.

권성연, 「사회적 실재감과 학습성과와의 관계에서 자기효능감, 정교화전략, 비판적 사고전략의 매개효과 분석」,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15호 학습자중심교과연구학회, 2015, 5~27쪽.

전주성, 최부기, 「사이버대학 학습자들의 사회적 실재감, 수업만족도, 학업성취도 간의 구조적 관계 분석」, 『아시아교육연구』, 제12호, 4호,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 2011, 315~334쪽.

장선영, 「팀 기반 학습에서 학습성과를 촉진하는 스캐폴딩 전략 개발 및 효과성 검증 연구」, 『교육공학 연구』, 15호 학국교육공학학회, 2021, 5~27쪽.

조은미, 한안나, 「온라인 학습공동체에서 사회적 실재감이 학습몰입과 학습효과에 미치는 영향」, 『교육미디어연구』, 제15권, 1호, 한국교육정보미디어학회, 2010, 23~43쪽.

Roberson, B., & Franchini, B. “Effective Task Design for the TBL Classroom.” Journal on Excellence in College Teaching, Vol. 25. 2014

토론문

토론자 : 이웅규(안동대학교)

최근 지역소멸 위기가 지속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은 자연스럽게 지역 소재 대학의 어려움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인구감소와 노령화, 산업침체 등의 요인들로 인해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으며, 지역 상생 생태계의 불균형으로 인해 지역 소재 대학들도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제한적인 상황이다. 즉, 최근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지역대학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공존의 모색이 매우 중요한 시점으로 대학이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와 밀착된 연계를 통해 지역소멸위기 해소를 위한 중추적인 역할 수행이 중요한 아젠다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마다 지역과의 다양한 공유와 협업을 통해 대학의 기능과 가치를 향상시키고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대학과 지역사회 간 긴밀한 산학 협력의 노력일 것이다. 대학 측면에서 이러한 산학 협력 과정은 일종의 대학기능강화 및 가치증대를 위한 전략적 비즈니스 모델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의 전공분야 기반 역량강화를 통해

취업 및 창업가능성을 향상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수요 인재를 양성하고 육성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문학 기반 문화콘텐츠 등 관련 전공분야 학생들의 산학 협력은 기술 기반 다양한 산학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이공계 전공분야 및 산업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특히 지방에 소재하고 있는 대학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결국 앞에서 언급한 지역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 문제점과 함께 관련분야 산업적 토대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에 있어서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다. 토론자가 소속되어 있는 안동대의 경우 경북북부권에 소재하고 있으며, 안동시 등 전통문화 특성화 지역으로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에 있어 다양한 산학 협력 기반 지역산업에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북부권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 자체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으로 영세기업 비중이 높아 산학 협력 활동에 있어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데 있어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산학 협력은 결국 각 참여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상생할 수 있는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러한 제한적인 조건들은 활발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 의미에서 연구자가 수행한 실재감 개념을 활용한 유아용 그림책 제작 수업은 산학 협

력 활동에 있어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학-기업-지자체 등 조직 간 산학 협력 방식에서 벗어나 각 조직 별 구성원들의 분야 별 참여를 통해 단계 별 필요한 과정에 적절한 프로그램 구성과 운영, 그리고 결과물을 도출하여 단순 기획 과정에서 벗어나 그림책이라는 결과물을 통해 3건의 상용화를 이루었다는 점은 인문학 기반 관련 전공 분야 산학 협력의 중요한 모델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산학 협력에 있어 기업들의 역할과 노력 대비 창출되는 가치는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전공분야 관련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대학은 학생역량 강화 및 취업 등의 중요한 성과 달성은 용이하지만 상대적으로 기업의 경우 기업의 수익창출 등 기업이익과 관련되어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결과를 창출하기에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특히 인문학 기반 전공분야 학과와의 산학협력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산학 협력 과정에서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관련분야의 프로세스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단순히 결과만을 위해 참여하는 것이 아닌 참여를 통해 결과가 도출되는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인지적 실재감과 사회적 실재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산학 협력 과정의 핵심은 협업과 공유를 기반으로 협력을 통해 공동의 성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참여 학생들은 인지적 실재감과 사회적 실재감을 통해 전공분야 현장에 대한 간접경험을 통해 현장 형 인재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산학 협력 과정에 있어 학생들에게 수행하고 있

는 프로젝트의 본질을 이해하고 구성원들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결과물을 도출하고 이를 활용한 상용화를 이루는 성과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대학-기업 간 의미 있는 산학 협력 활동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긍정의 성과를 창출했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개팀으로 시작한 산학협력 활동의 최종결과가 3개팀 결과물의 상용화로 제한되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상용화라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사업성 있는 결과물이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동일한 과정을 통해 동일한 목표를 위한 산학 협력 활동을 추진한 결과라는 측면에서는 문제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 등을 통해 지속적인 산학 협력 활동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수업 간 산학 협력 활동의 결과가 목표 대비 마무리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결국 더 이상 결과물의 활용이 제한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 측면에서 산학 협력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참여하는 학생들의 역량 강화 및 현장경험 증대와 같은 과정을 통해 습득되는 결과이지만 현장 형 인재양성에 대한 지역사회 요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고민과 노력 등이 필요할 것이다.

K콘텐츠의 글로컬 스토리텔링 전략

서성은*1)

국문초록

본고의 목적은 K-콘텐츠의 글로벌 스토리텔링 성공 전략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최근 언론과 학계에서 분주하게 회자되는 K-스토리텔링의 특성은 ‘장르 영화를 표방하되 장르의 빈틈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장르의 빈틈을 공략한 방법으로는 대개 두 가지가 지목된다. 첫째, 장르 영화에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점, 둘째, 가족 이야기에 관한 집중과 감성적인 묘사를 통해 장르서사를 낯설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K-콘텐츠의 ‘장르 변주’는 캐릭터와 플롯 등 핵심 의미망을 변형시킨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K-스토리텔링의 장르 비틀기는 기존 장르물의 중심축이었던 대립적 이항 체계를 전복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캐릭터 스토리텔링에 있어 기존 장르물의 중심항이 아닌 주변항(함의항)에 주목하고 이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장르의 메인 플롯을 따르되 도입 혹은 결말에서 장르 기대를

배반한다. 본고에서는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등의 분석을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 스토리텔링 전략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캐릭터와 장르기대를 배반하는 뒤틀린 플롯에 있음을 밝히고자 했다.

주제어: K-콘텐츠, K-스토리텔링, 글로컬 스토리텔링, 기생충, 오징어게임

1) 국립한경대학교 인문융합공공인재학부 교수, seongeun@hknu.ac.kr

Ⅰ. 서론 : K콘텐츠의 퀀텀점프

K-콘텐츠, K-컬처라는 단어가 전 세계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BTS(방탄소년단)’는 기록소년단이라는 별명답게 쉼 없이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고,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는 세계 영화사를 다시 썼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역사상 최장 기간 1위를 달성하며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켰고, <스위트홈>,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연이어 한국 드라마의 위력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네이버 웹툰과 카카오 웹툰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매출 1,2위를 다투고 있다.

영국의 경제 매거진 ‘모노클’은 2021년 1월호에 실린 ‘소프트파워 슈퍼스타들’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독일에 이어 2위로 높게 평가했다.1) 2021년 9월에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K-드라마에 자주 등장한 ‘치맥(chimaek)', '대박(daebak)' 등 26개의 한국어가 새로 들어갔다. 1976년 ’김치(kimchi)'가 처음 등재된 이후 45년간 총 20개의 한국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됐는데, 지난 한 해 동안만 무려 26개의 한국어가 추가된 것이다. 90년대 말부터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한류(韓流) 열풍과는 사뭇 다른,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다.

많은 이들이 K-콘텐츠의 신(新) 세계화 배경으로 ‘디지털 실크로드’를 첫손에 꼽는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모바일퍼스트 문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부상은 ‘디지털 실크로드’가 되어 국경과 문화 장벽을 허물었다. 트랜스미디어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도 또 하나의 배경이다. OTT 흥행작인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마이네임>, <지옥>, <경이로운 소문>, <이태원 클라쓰>, <유미네 세포들>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웹툰 원작이라는 사실이다. 인기 있는 웹툰을 영화나 드라마로 영상화하고, 영화·드라마의 흥행과 함께 다시 웹툰이 재조명받는 선순환은 콘텐츠 업계의 성공 전략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웹소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웹소설 원작을 웹툰으로 전환하는 흐름도 추가됐다. 풍요로운 트랜스미디어 생태계를 바탕으로 이야기들이 다종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며 스토리 세계를 무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콘텐츠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에 있다. 디지털 환경과 트랜스미디어 생태계 구축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은 재미있는 이야기, 좋은 이야기만이 멀리 퍼지고 오래 살아남는다. K-콘텐츠의 부상과 함께 언론과 학계에서는 분주하게 K-스토리텔링의 특성을 찾고 있다. 최근 언론과 학계에서 분주하게 분석 중인 K-스토리텔링의 특성을 종합하면 한 줄로 요약된다. ‘장르 영화를 표방하되 장르의 빈틈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는 것이다. 장르의 빈틈을 공략한 방법으로는 대개 두 가지를 지목한다.

첫째, 장르 영화에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점이다. <기생충>(2019)은 계층 갈등

1) https://www.korea.net/NewsFocus/Society/view?articleId=192236

과 빈부 갈등이라는 세계적인 이슈를 블랙코미디와 스릴러 장르에 담아냄으로써 상업적 성공과 예술적 성취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으며, <오징어게임>(2021)은 ‘데스게임’이라는 장르물에 극한의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루저들의 이야기로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 냈다. <지금 우리 학교는>(2022)은 주인공이 좀비와 싸우는 단순한 선악 구조가 아니라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학생들의 대 좀비 투쟁에 각종 폭력과 따돌림 등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함께 엮었다. 재미있지만 가벼운 장르영화에 보편적이고 무거운 메시지를 담아냄으로써 스토리 향유 경험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 내는 전략은 K-콘텐츠의 성공 공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가족 이야기에 관한 집중과 감성적인 묘사다. 김헌식은 <지금 우리 학교는>과 관련하여 “서양의 좀비물 같은 경우는 개인주의적인 생존이나 탈출기가 중심이지만, 한국의 좀비물은 주로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가치가 특징이라며 연대와 소통, 협력을 통해 상황을 극복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2)고 말한다. 특히 주인공을 둘러싼 가족 이야기에 대한 감성적이고 촘촘한 묘사는 한국 이야기에서 자주 발견되는 특성인데, 국내에서는 이를 ‘K-신파’라 부르며 상당히 박한 평가를 내리는 편이다.

과연 이뿐일까? K-스토리텔링의 대중적인 성공이 장르 문법에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글

로벌 성공을 거둔 대부분의 한국 작품들은 장르 문법에 기초하고 있다. 장르는 작품의 흥행을 위한 제작 현장의 경험이 축적된 것이다. 이에 장르 서사는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반복되면서 뻔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것. 이에 제작 현장에서는 새로운 소재나 공간을 찾는 것으로 변형을 꾀하는데 K-콘텐츠의 ‘장르 변주’는 캐릭터와 플롯 등 핵심 의미망을 변형시킨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Ⅱ. 본론

1. 캐릭터 얽힘(character entaglement)

K-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캐릭터와 뒤틀린 플롯이 특징적이다.

먼저 캐릭터 층위에서의 뒤엉킴에 관해 논해보자. 영화 <기생충>은 상층과 하층이라는 빈부 갈등이 중심축이다. 대개 이와 같은 장르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상층이거나 혹은 하층을 대표한다. 상층에서 하층으로 이동하거나 혹은 하층에서 상층으로 이동하는 스토리인 것이다. 상층과 하층의 대립이 중심축이다. 그런데 <기생충>에서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 기택이네가 상층도 하층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는 점이다.3) 이것은 ‘반지하’라는 독특한 공간으로

2) 이화랑, “전 세계 점령한 K좀비, 지금 우리 학교는 돌풍 이유는”, 중앙시사매거진, 2022.2.7

http://jmagazine.joins.com/monthly/view/335395

3) 물론 많은 독자들이 기택이네를 하층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기택이네가 처음부터 하층민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기택네는 산업 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점점 아래로 내몰렸고, 급기야 반지하까지 떠밀려 왔다. 이는 영화 중

반 ‘같은 불우이웃끼리 왜 그러냐’는 문광의 대사에 충숙이 ‘우린 불우이웃 아니거든’이라고 받아치는 모습 등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4) 이동진, 『이동진 영화 평론집: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위즈덤하우스, 2019, 23~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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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사각형에는 세 가지 관계가 존재하는데, 대립 관계(contrary), 내포 관계(implication), 모순 관계(contrandictory)이다. 그레마스는 내러티브가 대립 관계에 있는 한 쌍의 명제로부터 출발하며, 내러티브의 서술 과정 가운데 이 명제들 사이의 다른 관계가 발생함으로써 전체적인 의미가 구성된다고 보았다. 왼쪽 그림에서 S1과 S2는 서로 내용면에서 대립 관계에 있다. S1의 부정인 ~S1은 S2를 내포하며, S2의 부정인 ~S2는 S1을 내포한다. S1의 부정인 ~S1과 S2, S2의 부정인 ~S2과 S1은 모순 관계가 된다. 텍스트는 이 명제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의미를 생성하며 내러티브를 전개한다.

표상이 되는데 중산층이었다가 거듭된 실패로 몰락한 기택이네가 떠밀리듯 정착한 이 공간은 지상이라고도 지하라고도 할 수 없다. 상층도 하층도 아닌 경계적 캐릭터로서 기택이네의 지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택이네가 성공적인 가족 사기극을 통해 상층 공간(박사장네)으로의 진입에 성공하고 더 큰 욕망을 가지게 되었을 때 이들을 막아서는 것이 상층 계급이 아니라 기택이네보다 더 하층 계급인 근세네라는 점4), 이로 인해 결국 결말에서 기우와 충숙은 다시 반지하라는 공간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점은 기존의 단순한 이항대립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상의 내용은 기호학적 사각형이라는 기호학 방법론을 통해 표현하면 보다 명확해진다. 기호학적 사각형은 의미의 관계망을 표현하는 유용한 틀이다. 그레마스에 따르면 의미의 기본구조는 대립되는 두 항과 이와 모순되는 두 항의 대립으로 구성된다.5) 그리고 서사 텍스트에서 의미는 ‘한 항이 모순항의 매개를 거쳐 질적 대립을 보이는 반대 항으로 변형되는 양상’으로 생성된다.

할리우드 중심의 서구식 영웅담은 대개 강한 이항대립을 특징으로 한다. 선과 악, 흑과 백, 죄와 벌, 미와 추, 귀와 천, 부와 빈, 상과 하, 시(是)와 비(非) 등의 대립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를 기호학적 사각형으로 표현하면 뚜렷한 이항대립이 윗변 즉 중심축을 이루고, 아랫변에는 각각의 함의항이 위치하게 된다. 그리고 기호학 사각형의 윗변은 주인공과 적대세력의 대

립을 나타내고, 아랫변의 함의항들은 조력자 등 주변적인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상층과 하층의 대립이 기호 사각형의 윗변을 이룬다면, 아랫변에는 각각의 모순항인 ~상층과 ~하층이 위치하게 된다. 그리고 윗변은 주인공과 적대 세력의 대립을 상징하고, 아랫변은 각각의 보조 캐릭터의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윗변을 담당하는 주인공들은 상층에서 비상층을 거쳐 하층으로 전환하거나 혹은 반대로 하층에서 비하층을 거쳐 상층으로 전환하는 의미생성행로를 보여준다.

그런데 <기생충>의 주인공은 상층도 하층도 아닌 비(非)하층 캐릭터인 기택이네다. 기택이네는 성공적인 가족 사기극을 통해 상층으로 이동하지만, 결국 하층 캐릭터인 근세네의 저항에 막혀 비(非)상층으로 이동한다. 즉 주변부 캐릭터에서 시작해서 중심 캐릭터를 거쳐 다시 주변부 캐릭터로 떨어지는 의미생성행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영화 <기생충>의 의미망은 상층과 하층이라는 키워드 대신 기택의 유명한 대사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에 사용된

‘계획’이라는 키워드를 대입하면 보다 선명해진다. 영화의 배경이 된 사회에서 ‘계획’한다는 것은 ‘욕망’한다는 것이고 욕망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상층은 곧 계획이라는 키워드로 치환될 수 있다. 반면 하층계급의 사람들은 계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욕망하는 것도 욕망의 실현도 불가능하다. 반(反)계획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초반 기택이네 상황은 무(無)계획의 단계이다. 계획이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도대체 계획이 있냐?”는 충숙의 물음에 기택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계획이 없던 기택이네는 민혁의 제안으로 계획을 시작하고, 결국 계획에 성공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 계획에 반(反)하는 인물은 뜻밖에도 근세네다. 이미 박사장집에 기생하고 있던 근세의 저항으로 인해 기택네의 계획은 꼬이기 시작하고, 결국 결말에서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비(非)계획의 상태로 떨어진다. 비(非)계획은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혼돈과 망상의 공간이다. 즉 기택이네는 무(無)계획의 상태에서 시작해 계획을 거쳐 비(非)계획의 상태로 떨어진다. 이를 기호사각형에서 의미생성행로로 표현하면 무계획→계획→비계획으로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도식을 통해 비교하면 다음 [그림 2]와 같다. 왼쪽은 일반 장르물의 기호사각형적 의미망과 의미생성행로를 표현한 것이고 오른쪽은 영화 <기생충>의 의미망과 의미생성행로를 표현한 것이다. 일반 장르물이 대개 윗변에서 시작해 모순항을 거쳐 반대항으로 상승하는 ①→②→③의 행로를 보이는 반면 <기생충>은 주변적인 아랫변에서 시작해 모순항을 거쳐 반대항으로 다시 하강하는 ④→⑤→⑥의 전복적인 행로를 보이고 있다.

[그림 1] 일반 장르물의 의미생성행로와 <기생충>의 의미생성행로 도식 비교

관련해서 이동진은 “봉준호의 하층 계급에 속하는 주인공들은 상층 계급에 속하는 인물들과 싸우지 않는다. 그들은 같은 계급 내에서 싸운다”고 말하면서 봉준호의 영화들에서 하층과 최하층이 구분되어 보일 때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극 중 하층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최하층으로 굴러떨어지지 않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최하층에 맞서는 그들이 기대는 마지막 제도는 가족이라는 것이다.6) 하층과 최하층의 구분, 그리고 이들을 둘러

6) 이동진(2019), 앞의 책, 30~31쪽.

싼 가족들까지, 봉준호 영화를 비롯해 K-콘텐츠에서 드러나는 캐릭터의 의미망은 매우 세분화되어 있고, 이들 각각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변부 캐릭터에 대한 주목과 등장인물 간의 관계, 주변 환경과 변화에 관한 충실한 묘사는 실제 우리 사회가 매우 고밀도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은 “한국콘텐츠의 힘은 밀도 있는 묘사로부터 비롯된다”면서 “한국이 동일한 문화를 공유하는 단일민족이고, 남들의 시선과 관계에 신경 쓰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고밀도 사회이기 때문”7)에 가능하다고 본다.

일반 장르물과 다른 K-콘텐츠만의 전복적인 의미생성행로는 이야기 끝에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무기력한 결말은 <기생충>뿐만이 아니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주인공 기훈은 데스게임 최후의 1인이 되었으나 상금을 수령하지도 않고, 삶은 이전보다 더 불행해진다. K-콘텐츠에서 대립의 원흉을 통쾌하게 부수는 역전의 스토리는 없다. 대신 독자·관객들을 불편하게 하고, 멈춰서 생각하게 한다. 이와 같은 묵직한 장르 배반은 플롯의 변형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2. 뒤틀릿 플롯과 장르배반 결말

서사는 가능성, 개연성, 잠재성, 필연성의 네 가지 상태를 갖는다.8) 브렌다 로럴(Brenda Laurel)은 아리스토텔레스를 인용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극의 잠재성이 가능성으로 바뀐다고 말하면서 이를 [그림 2]의 왼쪽과 같은 V자형 쐐기 구조로 표현한 바 있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가 점차 개연성있는 선택으로 좁혀지면서 결국 결말 부분에서는 필연성을 가진 하나의 결말로 완성된다는 것이다.9) 장르 내러티브에서는 이와 같은 V자형 쐐기 구조의 플롯이 더욱 공고해짐은 물론이다. 장르 내러티브에서는 장르 문법에 맞는 최적의 플롯이 반복 재생산되고, 이는 독자·관객들에게 장르 기대를 형성하며,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장르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많은 K-콘텐츠에서 장르 플롯이 뒤틀린 채로 나타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생충>을 비롯하여 봉준호의 많은 영화들에서 독자·관객들은 웰메이드 장르 플롯을 숨죽인 채 따라간다. 그러나 중후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이야기는 독자·관객들이 가졌던 장르 기대를 배반하고, 의외의 결말로 끝을 맺는다.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잡혀가고, <살인의 추억>에서는 심증으로는 범인이지만 물증이 부족해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며, <괴물>에서는 괴물로부터 딸을 구하려던 아버지에게 돌아오는 것은 다른 집 아

7) 김인구·안진용 기자, “K스토리의 진격”, 문화일보, 2021.3.2.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30201031339179001

8) Chris R. Fairclough, "Story Games and the OPLATE System", Ph.D thesis of department of Communication, Vol.32, 1981, pp.52~53.

9) Brenda Laurel, 유민호·차경애 역,『컴퓨터는 극장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 2008, 62~65쪽.

들이었다. <마더>에서는 아들의 결백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어머니를 기다리는 것은 아들이 진범이라는 사실이었으며, <설국열차>에서 열차의 맨 앞 칸으로 가고자 했던 꼬리칸 주인공들이 선택한 것은 결국 열차 안이었다.10) 박진후&이대근에 따르면 봉준호 영화가 하나의 새로운 장르로 평가받은 것은 장르 영화이면서 장르 문법을 따르지 않고, 기존의 장르를 변주하고 통합해서 새로운 장르 문법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결론 뒤틀기라는 새로운 장르 문법으로 주제의식을 드러냈다는 것이다.11) 송만용도 봉준호 영화가 보여주는 의외의 결말은 관객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이와 같은 모순적 서사구조는 한국적 사회적 현실을 넘어 보편적 사회상을 보여주는 역설적 텍스트로 기능하게 한다12)고 말한다.

[그림 2] 일반 서사의 V자형 쐐기 구조(왼쪽)와 K콘텐츠의 장르배반 결말(오른쪽)

<오징어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징어 게임>은 잘 만들어진 ‘데스게임’ 장르물이다. 전체적으로 데스게임의 플롯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 초반 설정과 결말에서 뒤틀림이 나타난다. 보통 데스게임 장르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음의 게임에 휘말린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서바이벌이 중심이다. 생과 사, 삶과 죽음의 대립이 의미망의 핵심 구조를 형성한다. <헝거게임>이나 일본의 수많은 데스게임물도 결국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은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에 천착한다. 스토리 초반의 ‘자발적 참여’라는 설정은 이같은 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인공 기훈은 <오징어 게임> 2화에서 제 발로 다시 무인도에 들어간다. 현실이 더 지옥 같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장르 기대를 배반하고 플롯을 뒤틀며 시작한 <오징어 게임>의 서사는 결말에 이르러 그 색깔을 확연히 드러낸다. 기훈은 상금을 수령하지 않는다. 이는 서구 관객들이 가장 놀라워했던 장면 중 하나이다. 최후의 1인이 되었으나 1인으로 살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것은 살았으되 산 것이 아니다. 역시

10) 한미라, 「봉준호 영화의 내러티브 공간이 갖는 지정학적 의미에 관한 연구」, 『영화연구』63, 한국영화학회, 2015, p.263.

11) 박진후, 임대근, 「‘봉준호 장르’의 가능성: <기생충>의 크로노토프 서사전략」, 『영화연구』(84), 한국영화학회, 2020, pp.82~83.

12) 송만용, 「봉준호의 <기생충>에 나타난 장르적 융합과 창의성」, 『한국과학예술포럼』, 한국전시산업융합연구원, 2020, 194쪽.

주변적이며 경계적인 의미항이다. 이상의 내용을 앞서 살펴본 서사의 일반 쐐기형 구조를 활용하여 표현하면 다음 [그림 2]의 오른쪽과 같다. 장르 서사에서 결말에 대한 기대는 장르 문법이라 할 정도로 고착화된 것이지만, K-콘텐츠에서는 장르 기대를 배반하고 스토리 진행과정에서 잠재되어 있던 또 다른 지점에서 끝을 맺는다.

대개 장르 영화에서 ‘장르 문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독자관객들의 ‘장르 실망’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스토리텔링의 플롯 뒤틀기가 ‘장르 실망’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앞서 언급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캐릭터 설정과 관련이 있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고밀도로 묘사된 캐릭터 간의 관계도는 플롯의 갑작스런 방향 전환도 개연성있게 설명해 내는 단초를 제공한다. 의외의 결말을 발생시키는 요인은 많은 독자관객들이 주목하지 않았을 뿐 원래 잠재되어 있었던 가능성이었으며, 이것이 결말에 이르러서 발현됨으로써 놀라움과 장르적 새로움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K-스토리텔링은 창작자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캐릭터 간의 관계를 복잡하게 얽히게 하고, 플롯을 뒤트는 작업은 고도의 스토리텔링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자칫 수많은 캐릭터와 뒤엉킨 플롯들 사이에서 길을 잃기에 십상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초반 흥행과 결말에 대한 실망은 좋은 사례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매우 일상적인 학교라는 공간에서 좀비 사태가 발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교에서 좀비가 발생한다는

것은 하루의 대부분을 같이 보냈던 친구와 선생님이 좀비가 되어 자신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기존의 좀비물에서 좀비를 타자화하고 대상화했던 그래서 보이는 즉시 죽이기 바빴던 설정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메인 포스터 카피 ‘죽기 싫다, 죽이고 싶지 않다’는 주인공 캐릭터들이 처한 딜레마적인 상황을 방증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는>은 주연을 맡은 학생들 간의 관계와 각각의 가족사까지 촘촘하게 연결함으로써 기존 장르물의 이항대립을 전복시키고,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유불급이었을까. <지금 우리 학교는>의 중후반 스토리 진행에 대해서는 산만하고 지루하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캐릭터 각각의 플롯에 지나치게 집중함으로써 전체 스토리의 속도감을 유지하지 못했던 탓으로 판단된다.

Ⅲ. 결론

요컨대 K-스토리텔링은 기존 장르물의 핵심 가치를 담당했던 이항대립을 전복시키고 주변부 캐릭터에 집중함으로써 참신한 설정과 캐릭터간의 관계를 복잡하게 얽는 것 그리고 기존 플롯을 뒤틀어 의외의 결말을 창출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장르 비틀기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풍요로운 트랜스미디어 생태계도 간과할 수 없다. 원작부터 새로 쓰는 것이 아니라 웹소설, 웹툰 원작의 장편 서사가 탄탄하게 밑받침되어 있었기에 새로운 상상력이 침투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캐릭터마다 촘촘한 스토리를 구성하고, 플롯을 교묘하게 뒤틈으로

써 원작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고밀도의 창작·소비 환경에서 노티스토리텔링이라고 하는 K-스토리텔링의 특장점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복잡하게 뒤얽힌’이라는 의미의 영단어로 ‘Knotty(노티)’라는 단어가 있다. 매듭을 의미하는 knot에서 파생되어 ‘복잡하게 뒤얽힌’, ‘울퉁불퉁하게 뒤엉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K-스토리텔링을 Knotty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때 K는 묵음이라는 사실이다. Knotty 스토리텔링은 Korea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강조하거나 세계화를 작정하고 만든 것도 아니다. 그저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장르 서사를 잘 구축하고 그 위에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함께 엮었을 뿐이다. 최근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은 중요한 화두다. 바람직한 글로컬라이제이션은 지역과 세계에 대해 ‘동시에’의 관점을 견지하는 대안적 세계지역화다. K로 쓰되 묵음으로 발음하는 것, 지역과 세계에 대해 동시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야말로 K-스토리텔링의 성공 전략이 아닐까. K는 묵음일 때 아름답다.

참고문헌

Brenda Laurel, 유민호·차경애 역,『컴퓨터는 극장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 2008.

Chris R. Fairclough, "Story Games and the OPLATE System", Ph.D thesis of department of Communication, Vol.32, 1981, pp.52~53.

박진후, 임대근, 「‘봉준호 장르’의 가능성: <기생충>의 크로노토프 서사전략」, 『영화연구』(84), 한국영화학회, 2020, pp.61~87.

송만용, 「봉준호의 <기생충>에 나타난 장르적 융합과 창의성」, 『한국과학예술포럼』, 한국전시산업융합연구원, 2020, pp.191-201

이동진, 『이동진 영화 평론집: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위즈덤하우스, 2019.

한미라, 「봉준호 영화의 내러티브 공간이 갖는 지정학적 의미에 관한 연구」, 『영화연구』63, 한국영화학회, 2015, pp.259~287.

김인구·안진용 기자, “K스토리의 진격”, 문화일보, 2021.3.2.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1030201031339179001

이화랑, “전 세계 점령한 K좀비, 지금 우리 학교는 돌풍 이유는”, 중앙시사매거진, 2022.2.7

http://jmagazine.joins.com/monthly/view/335395

토론문

토론자 : 최민성(한신대학교)

평소 스토리텔링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저를 발표해 오신 서성은 교수님의 글을 읽게 되어 매우 즐거웠습니다. 역시나 K-스토리텔링의 특성을 ‘캐릭터 얽힘’과 ‘뒤틀린 플롯과 장르배반 결말’이라는 주제로, 기존 서사 이론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풀어내신 탁견 덕분에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논의에 동의하면서 몇 가지 의견과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캐릭터 얽힘에 대한 논의를 그레마스의 도식을 통해 설명하신 것을 잘 보았습니다. 서구의 스토리텔링이 강한 이항대립을 특징으로 하는데 반해 이항대립을 단순성을 허무는 K-스토리텔링의 중간항적 특성(기생충의 ‘반지하’가 상징하는)에 대해 좀 더 근원적인 설명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래 동아시아의 사고방식 자체가 서구의 강한 이항대립적 사고방식과 다르게 ‘불일불이不一不二’를 추구하는 전통과도 밀접히 연관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계, 모호함, 변방 등을 옹호하는 동아시아적 사고방식은 늘 있어온 것인데 그것이 서구의 세련된 스토리텔링 방법과 맞물리고 뉴미디어 기반 속에서 손쉽게 서구 사람들에게 전달

되게 되면서 비로소 관심을 끌고 박수를 받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런 시각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2. 장르배반 결말을 설명하시면서 발표자께서는 장르문법에 주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의식은 캐릭터의 의미를 기존 장르보다 훨씬 강조하는 데서 비롯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전개에서 플롯보다 인물 자체에 중점을 두는 것 또한 동아시아 서사의 큰 특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고전이든 현대 이야기이든 안타고니스트에 관한 서술이 풍부하고 적대자인 그들의 삶에 대한 연민을 품으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이런 전통이 서구의 장르를 만날 때, 장르에서 단순화된 캐릭터가 복잡해지고 자연스레 플롯의 변화와 결말의 배반으로 나타난다고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특성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 또한 궁금합니다.

전체적으로 정치한 분석의 결과물인 이 발표에, 동아시아의 전통과 특성이 좀 더 가미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드려본 질문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디어 복잡성 시대의 문화콘텐츠학과

문화콘텐츠비평에 대하여

김세익1)

국문초록

이 글은 다양한 미디어들이 거대한 그물망을 형성하며 향유자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2020년대의 오늘날 환경에서 문화콘텐츠학과 문화콘텐츠비평이 추구해야 할 관점에 대한 사유를 정리한 논고다. 문화콘텐츠학의 교육·연구·창작 영역이 이처럼 인문학적 관점과 실용적 관점으로 나뉘어 연구되는 동안, 비평의 영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방법론과 관점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아 왔다. 물론 지난 2019년 2월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가 출범하는 등 ‘문화콘텐츠 비평’의 필요성에 응답하는 가시적 움직임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문화콘텐츠 비평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된 답안이 부재한 것이 사실이다. 문화콘텐츠 비평의 변별성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미디어 복잡성 시대를 맞아 서사가 다중의 미디어 사이를 넘나들고 연계되는 작금의 이 시대에 특정 영상 콘텐츠는 그것 하나만이 별도로 존재할 수 없는 거대한 필드 위에 존재한다. 복잡다단한 맥락구조 덕에 미디어 이용 경험이 풍부한 수용자들 앞에서 점차 단일 콘텐츠들은 고맥락화하고 있으며 이것은 특정 영상콘텐츠를 단일 콘텐츠, 단일 미디어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의 기승전결이나 그 안에서의 메세지 층위에서 해석과 비평을 시도하던 이전 세대의 영화 비평적 사유와는 근원적인 변별성을 드러내고 있는 지점이다. 문화콘텐츠의 의미, 그리고 문화콘텐츠학을 정립해온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연구자들이 정립해온 문화콘텐츠학의 변별적 연구범위를 고려할 때 우리 시대 문화콘텐츠학은 이 지점으로부터 존재의의를 강화해야 하며 그것이 오늘날 콘텐츠에 맞는 비평적 시각이자 연구자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어: 문화콘텐츠 비평, 문화콘텐츠학, 미디어 복잡성 시대, 맥락, 콘텐츠

1)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전임연구원

Ⅰ. 서론

이 글은 다양한 미디어들이 거대한 그물망을 형성하며 향유자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2020년대의 오늘날 환경에서 문화콘텐츠학과 문화콘텐츠비평이 추구해야 할 관점에 대한 사유를 정리한 논고다. 새로운 용어의 등장은 새로운 개념의 등장을 의미한다. 새로운 용어는 있되 그 개념이 기존의 것들과 변별되지 않는다면 그 용어는 생명력을 갖고 존속할 수 없다. 설령 누군가에 의해 임의로 만들어지고 사용되더라도 끝내 언어로서, 개념으로서 살아남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예컨대 ‘콘텐츠’라는 용어가 그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을 전후하여 문화예술행위의 결과물을 ‘콘텐츠’라는 용어로 지시하기 시작했다. 문화예술행위의 결과물을 ‘작품(Work)’이나 ‘텍스트(Text)’라고 부르는 대신 ‘콘텐츠’라는 새로운 용어가 태동한 데에는 문화예술행위의 결과물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맥락(context)의 중요성이 날로 중요해지는 시대적 요인이 결부되어 있으며, 곧 콘텐츠라는 신 용어는 ‘텍스트+콘텍스트’라는 새로운 개념에 의해 그 변별성이 확보되고 있다는 임대근의 논의1)는 이 생소한 신조어가 어떻게 한국어에 수용되고 확산되었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적확한 해설이다.

그렇다면 ‘문화콘텐츠 비평’은 어떤가. 오늘날 ‘문화콘텐츠 비평’은 실재하는 개념인가, 혹

은 ‘실재해야 하는’ 개념인가? 지난 20여 년에 걸쳐 바야흐로 ‘문화콘텐츠학’이 정립돼있는 오늘날 ‘문화콘텐츠 비평’은 어쩐지 당위적으로 ‘실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문화콘텐츠 비평’은 그 변별성을 어디에 두고 있는 용어라고 해야 할까? 동일한 영화를 영화평론가와 문화콘텐츠 비평가가 각각 비평한다고 할 때, 영화평론가의 분석 관점과 변별되는 문화콘텐츠 비평가 고유의 분석 관점은 어느 지점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렇듯, 이 글 은문화콘텐츠 비평을 둘러싼 이러한 ‘변별성’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의 글이자 하나의 가설을 제시하는 논고다.

문화콘텐츠 비평의 변별성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문화콘텐츠학의 변별성을 살펴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지하듯 ‘문화콘텐츠’라는 개념은 2001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발족과 함께 대중적인 용어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200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반대학원의 문화콘텐츠학과(현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설립과 인문콘텐츠학회의 발족은 문화콘텐츠 개념을 각각 교육계와 학계로 포섭한 시작점이 된다. 하지만 애초 국내에서 ‘문화콘텐츠’ 개념이 태동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일차적으로 1993년에 있었던 영화 <쥬라기공원>의 개봉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널리 알려져 있듯 이 영화가 보여주었던 가공할 흥행 실적은 당대 한국 영화계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의 전 영역에 걸쳐 막강한 파급력을 끼쳤다. 그리고 이 영화가 보여준 이른바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영화 한 편의 개봉 수익이 자동차 수만 대를 판매한 수익보다 크다’와 같은 워딩과 함께 당대의 가장

1) 임대근, 『문화콘텐츠 연구』, 한음출판, 2021.. pp.114-119

정제되고 밀집한 뉴스 제공시간대인 저녁 9시 뉴스 프로그램을 물들였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었던 2001년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발족이 관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적 요구에 부응한 것이었다는 점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당시는 바야흐로 한국의 문화산업이 태동하고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문화콘텐츠를 바라보는 이러한 개념은 지난 2009년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한국게임산업진흥원 등과 병합되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확대·개편되는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여전히 산업계의 직접적인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통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상술한 ‘문화콘텐츠’ 개념의 교육계·학계로의 포섭 과정은 기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산업적 문화콘텐츠관에 대한 인문학계의 저항에 다름아니다. 정부 내에서조차 문화콘텐츠 유관업무를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일원화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공공성, 즉 공적 영역을 갖는 영화와 방송의 사업 범주를 각각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과 방송통신위원회로 분할 이관한 데에서 확인되듯이 정부의 문화콘텐츠관은 예로부터 산업적 일방향성에 가까웠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할 것이다. 이 같은 지점에 문제의식을 느낀 인문학자들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이 곧 각 대학·대학원의 문화콘텐츠 유관학과 개설 작업이며, 오늘에 이르러 상당한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는 문화콘텐츠 유관 학술지의 창간 작업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통시적 지형도 안에서 현 2020년대의 문화콘텐츠 연구가 ‘문화콘텐츠학’으로 정립돼있는 것이라고도 하겠다.

물론 문화콘텐츠라는 개념 자체가 산업적 부가가치의 측면을 긍정하는 토대 위에 형성된 것이었기 때문에 문화콘텐츠학은 온전한 인문학적 분과학문으로 정립되는 대신 ‘문화산업’이라는 거대한 장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분과학문적 시각과 관점을 흡수하고 통합하면서 학제간 연구의 형태로 형성돼왔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콘텐츠’를 둘러싼 연구의 방법론은 비단 문화콘텐츠학 초창기의 인문학 중심 방법론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 기반의 기술공학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문화기술(Cultural Technology·CT)이라든지, 영화나 드라마·공연기획 등의 제반 분야별로 특화된 이른바 현장 중심의 도제식 교육과 같은 다양한 갈래들로 분화되면서 문화콘텐츠학과 느슨하지만 분명한 연관 고리를 갖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문화콘텐츠학중심의 교육·연구·창작의 방법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것은 대체적으로 문화콘텐츠학의 교육·연구·창작 방법론에 있어 인문학적 관점과 실용적 관점이 혼재되거나 구분되는 형태로 표면화된다.

문화콘텐츠학의 교육·연구·창작 영역이 이처럼 인문학적 관점과 실용적 관점으로 나뉘어 연구되는 동안, 비평의 영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방법론과 관점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아 왔다. 물론 지난 2019년 2월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가 출범하는 등 ‘문화콘텐츠 비평’의 필요성에 응답하는 가시적 움직임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문화콘텐츠 비평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된 답안이 부재한 것이 사실이다.

Ⅱ. 문화콘텐츠 비평-맥락을 포괄하는 너른 조망

문화콘텐츠라는 개념은 등장한 지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형성 중(ongoing)인 개념이다. 문화산업이라는 거대한 장 위에서 내러티브, 스토리텔링, 미디어, 이미지 등 ‘콘텐츠’라는 용어를 설명하는 주요 하위 개념어들이 시시각각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변주하며 그 양상을 꾸준히 변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문화콘텐츠는 끊임없이 변모하는 매체와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 너머의 맥락 구조를 포괄하는 너른 범위의 비평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개념이 될 수 있다.

예컨대, 21세기 디지털 시대 이후의 미디어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를 재매개하면서 얽히는 새로운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구현하고 있다. 다중의 미디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현상은 다중 미디어라는 현상 자체를 단지 ‘멀티미디어’라는 용어로 지칭했던 20세기적 개념의 틀을 벗어나 다중의 미디어들 사이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복잡한 특징들을 형성2)한다. 특히 영화는 그 영향력을 직격으로 받고 있다. 상당히 많은 수의 영화, 그중에서도 소위 ‘텐트 폴’ 영화라 불리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단일 미디어 경계가 해체되며 나타나는 다중미디어 플랫폼 시대의 미디어 프랜차이즈 현상 속 이야기 세계를 그려

내는 데 골몰하고 있다. 키틀러3) 식으로 말하자면 영화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와 연합하는 ‘매체 연합’의 형식으로 개별 미디어 속에서의 이야기 세계를 다중 미디어 플랫폼과 연계시키며 거대한 세계관을 구성하는 현상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세계관을 확장하는 영화의 이런 시도가 20세기까지 영화가 추진해오던 이야기 확장의 방식과는 다른 결을 보인다는 점이다. 주지하듯, 세계관(배경)과 주요 캐릭터(인물), 그리고 주된 사건축(사건)을 공유하는 연속된 서사로서의 이른바 ‘서사-연속체’라는 개념은 과거로부터 꾸준히 존재해왔다. 예컨대 192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에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제작됐던 시리얼 영화(Serial)는 내러티브의 물리적 분량이 확장된 형태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30년대 이후 미국 할리우드 시스템 정착으로 영화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며 등장한 속편구조의 영화인 이른바 시리즈 영화(Series)는 시리얼 영화의 서사구조에서 진일보한다. 작중 세계관의 크기나 규모와 상관없이 작중 주동인물과 반동인물 간의 관계를 상정하고 해당 구도의 틀 속에서 주변 캐릭터와의 관계나 사건 위주로 변화를 추진해가며 스토리의 폭을 넓혀가는 시리즈물의 서사구조는 후속 작품이 추가될수록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을 중심으로 확연히 변별된 채 고정되어있는 인물 관계망 안에서의 사건의 폭과 그 사건의 영향력을 넓혀가며 내러티브를 확장해 왔다. 가령 오늘날 시리즈물의 가장 대표적인 양식이 된 프리퀄, 시퀄 등을 통한 이른바 트릴로지 구조는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3막구조에 서사적 기반을 둔 확장형 3막구조의 형

2) 나는 이 글에서 위와 같은 양상을 이주봉의 견해를 인용하여 ‘미디어 복잡성(media complexity)’이라 부르도록 하겠다. 2022년 1월 환담에서 인용한다.

3) 프리드리히 키틀러, 유현주 외 옮김, 『축음기·영화·타자기』, 문학과지성사, 2021. 중 「매체연합 접속: 광학, 음향학, 기계적 글쓰기」 참고.

태로 영화 내러티브를 확장한다. 또한 스핀오프의 경우에는 서사 내 주동인물을 비롯한 주요 인물관계망은 원작에서 바뀔 수 있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 향유자가 원작의 주인공(main character)과 주인공 그룹을 대하는 태도는 불변한다는 점에서 서사적 변별성을 취한다. 다시 말해 향유자는 스핀오프의 주동인물이 ‘잠시 초점이 맞춰진 존재’임을 항상 인식하는 상태로 스핀오프 작품과 그것이 묘사하는 세계관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리즈물은 서부극을 시작으로 제임스본드 연작이나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특정 세계관의 특정 인물을 집중적으로 묘사하는 프랜차이즈 개념으로 확장되며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여기에서 확인된 시리즈물의 효율적인 인지도 구축 가능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뛰어난 상업성은 2000년대 이후 활성화되고 있는 소위 ‘IP영화4)’들을 본격적으로 태동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전통적 방식과 구분되는 오늘날 영화의 이야기 세계 확장 방식은 기술, 서사, 매체가 단일 미디어 영역을 넘어서 다중미디어 구조 속을 넘나들며 이뤄진다. 토마스 엘세서는 멀티미디어의 융합 현상에 대해 헨리 젠킨스를 경유하며 몇 가지 융합의 사례들을 드는데, 그 중에서 기술적 융합의 핵심 기관으로 디지털화를 꼽는다. 그의 분류방식을 존중하자면 현재,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극장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 최근 몇 년 간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기존 극장업계의

공고했던 지위를 서서히 대체해가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의 등장 자체가 영화의 미디어 융합을 적극적으로 견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작가주의적 창작자들은 영화를 제작하면서 극장의 스크린에 걸릴 것을 상정하고 작업을 한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영화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타고 향유자의 가정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 심지어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화면 등으로 재생되며 애초에 감독이 의도한 관람경험 방식과 전혀 상관없는 방식으로 향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의 의도를 중시하며 스크린 기준으로 화면 이미지를 분석하던 기존 영화비평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2017)를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처음 접하는 관객과 27인치 PC 모니터로 처음 접하는 관객의 경험지각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엘세서의 ‘문화적 융합’과 관련된 견해를 뒤쫓다 보면 서로 다른 미디어 문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영화의 사례들을 상기할 수 있다.

<서치>(2018)는 미국 산호세의 한 한국계 미국인 아버지가 스터디 그룹을 하겠다며 외출했다가 실종된 딸을 찾는 내용을 다룬 영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영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IT 기기를 사용하는 용도와 활용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차용, 모사하며 향유자들을 끌어들인다.

4) 근래 들어 언급이 활성화되고 있는 ‘IP영화’라는 호명이야말로 사실 오늘날 흔들리고 있는 영화 스토리텔링의 양상을 환기한다고 할 수 있다. ‘IP영화’에서 ‘IP’란 ‘Intellectual Property’, 즉 지적재산권을 이르는 명칭으로, 엄밀히 말해 이것은 시리즈화 된 서사연속체만이 아니라 합당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창작물에서 사용 가능한 용어다. 다시 말해 개념적으로는 독립된 한 편짜리 단편영화도 지적재산권의 존재와 그 귀속처가 명확하다면 IP영화라고 부를 수 있지만, 오늘날 IP영화라는 호명은 원작, 프리퀄, 시퀄, 스핀오프 등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이루는 스타워즈 같은 서사계, 혹은 좀 더 나아가 이전까지의 시리즈 개념만으로는 그 정체성 구분이 모호해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같은 복합 시리즈 서사계를 명료하게 지칭할 수 있는 개념이 아직 존재치않는 상황에서 과도기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윈도우 XP 화면을 시작으로 현실 속 맥 OS, 구글 검색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장면을 통해 IT기기와 SNS에 묻혀 사는 우리의 현실과 대입시킨다. 영화는 이러한 일상의 활용을 전반부에 정서적인 드라마로 만들면서, 사건이 본격화되는 중간부부터 추리, 스릴러의 도구로 유용하게 활용한다. 아버지인 데이빗이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특정 단서를 발견하고 다소 '되돌리기'로 돌아가는 장면부터, 검색을 통해 해당 단서를 하나하나씩 발견하는 과정은 스릴러의 영화적 문법에 비견할 수 있는 극적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것은 인터넷이나 SNS 이용 경험 혹은 빈도가 낮은 관객에게는 도리어 감정몰입에 일정한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인에게 익숙한 영화 외부의 다른 미디어를 적극 차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2018)는 미국 코믹스가 갖고 있는 만화적 문법을 적극적으로 화면 미장센에 차용한다. 일반적으로 만화를 서사적 기반으로 둔 영상물은 만화 원작의 내용을 최대한 영화적인 문법으로 재해석하는데 집중해 왔으나, 이 작품의 경우는 이러한 기존의 접근에서 벗어나 만화 고유의 재미를 영화 전체에 녹여내고 있다. 코믹스를 그대로 옮긴 것 같은 편집 스타일이 대표적이다. 마치 코믹스처럼 각종 말풍선이나 효과음 텍스트가 이미지 형태로 돌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프레임도 눈에 띌 정도로 낮게 잡으며 CG와 2D 애니메이션을 합성하는 방식을 사용해 코믹스적 감성을 극대화 한다. 더불어 미장센에는 베이퍼웨이브와 글리치 아트, 그래피티,

힙합 스타일이 조합되어 있는데, 이것은 <블랙팬서>(2018)와 같은 흑인 히어로 영화에서 활용되곤 하던 블랙스플로이테이션 문법의 차용이 코믹스를 주류로 즐기는 세대적 감각과 조우하여 훨씬 '힙한' 정서를 불어넣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은 화려한 OST와 함께 뛰어난 연출 미학을 형성한다. 이 영화의 융합적 스타일이 코믹스 팬들이 아닌 일반 대중에겐 너무 현란하기만 하다는 혹평도 존재하지만, 이 점은 미디어 간 융합을 지향할 때 나타나는 피치 못하는 지점임을 상기할 때 되려 영화 평론 관점에서는 다룰 수 없는 영역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겠다.

한편 지금의 이 시대는 각종 미디어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영상콘텐츠가 문자 텍스트를 넘어 시대의 주류 소통 도구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현행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연령대에 따라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과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s)이라는 개념5)이 보편화 되었을 만큼 폭넓게 대중화, 일반화된 디지털 미디어는 영화의 스토리텔링 방식에 다양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를테면 수용자들의 풍부한 콘텐츠 수용 경험을 전제로 둔 새로운 방식의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이 그것이다.

<로그원:스타워즈 스토리>(2016)의 최후반부에 등장하는 다스베이더 시퀀스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이 시퀀스는 이 영화를 하나의 독립적인 기승전결의 흐름을 갖는 단독 서사물로 판단할 때에는 서사적 의미가 그리 크다고 할 수 없으며, 일견 영화의 서사 전체를 허무하게

5) 미국의 교육연구자인 마크 프렌스키가 지난 2001년 논문 「디지털 원주민, 디지털 이주민」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디지털 원주민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PC, 휴대전화, 인터넷 같은 디지털 환경과 함께 성장한 세대를 일컫는다. 반면 디지털 이주민은 문자 문화에서 전자 문화로 이주해 온 세대들이다. 대략 현재 40대 이상이 디지털 이주민 세대에 속한다.

만들 수도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영화 서사 외적 정보를 바탕으로 이 장면을 이해할 때, 더불어 ‘스타워즈 원작 트릴로지’에 대한 수용 경험을 갖고 이 장면을 바라볼 때 이 다스베이더 시퀀스는 대다수 스타워즈 팬덤의 호평처럼 ‘앞부분의 서사 전부와도 바꿀 만큼의 가치를 갖는 장면’으로 수용 가능해지며 서사적 클라이막스로 기능하게 된다.

마블스튜디오가 주도하고 있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 속하는 작품 중 하나인 <스파이더맨:노웨이홈>(2021)은 서사적으로 더욱 독특한 사례인데, 이 영화의 서사는 ‘영화판권’이라는, 영화 서사와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는 외부 요인을 영화 서사 내로 융합시킨 일종의 메타현실서사라고 할 수 있다. ‘스파이더맨’ 캐릭터의 영화화 판권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소니픽쳐스는 지난 2000년 이후로 ‘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를 두 차례에 걸쳐 총 다섯편 제작해오다가 2016년 이후로 스파이더맨 캐릭터의 영화화 판권을 마블스튜디오에 대여하고 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노웨이홈>에서 마블스튜디오는 자사가 제작해 온 톰 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뿐만 아니라 소니픽쳐스가 제작했던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앤드류가필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하나의 단일 세계관 안에 엮어내는 시도를 했고, 이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것은 지난 두 차례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관객들의 콘텐츠 수용 경험을 전제로 둔 서사일 뿐만 아니라,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둘러싼 영화 프랜차이즈 산업

이슈’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전제로 둔 서사 기획의 사례가 된다. 기존의 구조주의적 분석방법론으로는 단순히 ‘조력자’로 분석될 두 ‘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캐릭터가 관객들과 조응하는 감정의 연쇄작용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맥락’을 주요 분석 지표 중 하나로 수용하는 문화콘텐츠학적 관점에서 해석해내기 용이한 이슈가 된다. 이전의 별도 영화 작품에 대한 선행적 이해 없이는 온전한 감상이 불가능한 이러한 특성은 OTT 채널의 드라마 콘텐츠와 맺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구조 속에서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후략)

Ⅲ. 인문학적 가치를 상기시키는 문화콘텐츠 비평

특정 콘텐츠, 특히 영상콘텐츠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에 맥락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은 서사 구조의 측면뿐만 아니라 캐릭터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오히려 캐릭터적 측면에서는 이른바 PC(Political Correctness)라는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벌어졌던 다양한 이슈-흑인 혼혈 배우가 캐스팅 되어 논란을 낳은 인어공주 이슈, 라틴계 배우가 캐스팅 되어 역시 논란을 낳은 백설공주 이슈 등은 단순한 인종 차별적 이슈가 아니라 서사 맥락의 단절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는 점에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인어공주 애리얼’ 캐릭터는 디즈니사라는 제작주체로부터 관객, 즉 향유주체들에게 <인어공주>(1989)와 <주먹왕 랄프>(2018)를 비롯해, 그 사이에 제작된 수많은 TV용 애니메이션

속에서 동일한 ‘빨간 머리의 백인’ 이미지로 구현되어 왔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관객에게 ‘디즈니의 애리얼’이란 명확한 상징화가 이뤄진 도상이자 유산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애리얼의 이미지가 2023년 개봉 예정인 영화 버전의 <인어공주>에서는 흑인 정체성이 강조되는 생소한 이미지로 급변해, 제작주체로부터 향유주체에게 ‘일방향적으로’ 제시된다.

백설공주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백설공주’는 무려 1937년의 애니메이션에서 흑발에 눈처럼 흰 피부와 앵두 같은 입술을 지닌 이미지로 첫 소개된 이후로 <주먹왕 랄프>(2018)를 비롯해 그 사이에 제작된 수많은 TV용 애니메이션 속에서 거의 85년 동안 동일한 이미지로 묘사되어 왔다.

사실 2010년대 이후로 제작된 많은 영상콘텐츠에서 원작의 백인 주동인물을 흑인 또는 유색인종으로 뒤바꿔버리는 사례는 일반 관객에게 ‘PC 이슈’에 대한 일종의 ‘편향된 판단’을 고착시켰다. 타도 대상인 주류 문화의 기념물을 전복하고 파괴하는 것은 서발턴의 발화양식인 폭력성이 드러나는 보편적인 방식이지만, 이것이 수용자에게는 인종의 강제적인 변경을 통해 서사를 풍성하게 하거나 이야기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방식과 같은 긍정적 변주, 즉 가령 ‘인어공주’ 프랜차이즈의 확장과 변주라는 느낌으로 다가가기 이전에 먼저 ‘인어공주’에 대한 기억의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그 중간(혹은 종착점)에 이질적인 이미지를 갖다 들이미는 형태로 인식되기 때문에 극심한 반발 여론이 생겨나는 셈이다.

이처럼, 특정 콘텐츠를 둘러싼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명확한 진단과 비평을 수행하기 위해서 는 사회·역사·문화적으로 다단한 맥락들을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게다가 현대의 산업적 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제작되는 상당히 많은 수의 콘텐츠들은 그 서사와 이미지, 캐릭터와 도상들이 코믹스-드라마-영화-머천다이즈 상품-테마파크 등으로 매체를 넘나들며 거대한 서사계를 형성하는 사례를 보인다. 이 같은 산업구조는 이미 각각의 미디어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는 체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따라서 특정한 콘텐츠가 이 거대한 체계 속에서, 그리고 그 콘텐츠가 생산·소비되는 당대의 사회문화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지형도 위에 어떠한 의미로 위치하는지를 명확히 분석하고 그것을 비평적 관점으로 논하기 위해서는 영화 비평, 드라마 비평, 만화 평론, 공간 비평 등의 각 비평 영역을 초월하는 고맥락 구조의 문화콘텐츠 비평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하겠다. (후략)

Ⅳ. 결론

미디어 복잡성 시대를 맞아 서사가 다중의 미디어 사이를 넘나들고 연계되는 작금의 이 시대에 특정 영상 콘텐츠는 그것 하나만이 별도로 존재할 수 없는 거대한 필드 위에 존재한다. 복잡다단한 맥락구조 덕에 미디어 이용 경험이 풍부한 수용자들 앞에서 점차 단일 콘텐츠들은 고맥락화하고 있으며 이것은 특정 영상콘텐츠를 단일 콘텐츠, 단일 미디어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의 기승전결이나

그 안에서의 메세지 층위에서 해석과 비평을 시도하던 이전 세대의 영화 비평적 사유와는 근원적인 변별성을 드러내고 있는 지점이라고 하겠다.

문화콘텐츠의 의미, 그리고 문화콘텐츠학을 정립해온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연구자들이 정립해온 문화콘텐츠학의 변별적 연구범위를 고려할 때 우리 시대 문화콘텐츠학은 이 지점으로부터 존재의의를 강화해야 하며 그것이 오늘날 콘텐츠에 맞는 비평적 시각이자 연구자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콘텐츠적 관점이란, 영화 비평을 하는 연구자가 공간 비평도 하고 웹툰 분석도 병행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문화환경이라는 거대한 필드 위에서 영화 콘텐츠와 공간 콘텐츠와 웹툰 콘텐츠가 점유하는 각각의 지점을 상호맥락적으로 바라보면서 한 편의 단일한 영화 콘텐츠, 공간 콘텐츠, 웹툰 콘텐츠가 다른 여러 통시적, 공시적인 콘텐츠들과 의미적, 산업적, 구조적으로 어떻게 연계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스토리 콘텐츠로서의 변별적 가치를 어떻게 획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콘텐츠 비평은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가상인간 등장 광고와 MZ 세대 특성의 의미화 과정

강소영1)

국문초록

본 연구는 가상인간이라고 불리는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등장(나오는) 광고의 사례연구와 함께 MZ 세대 특성의 의미화 과정을 보고자 한다. 이미 인플루언서가 직업으로 고착되고 있는 즈음.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인간으로 등장하는 광고 인플루언서가 가상인간인 것이다. MZ세대는 디지털 세대이고 가상 인간은 AI을 이용한 그래픽적 가상 세계의 존재

이다. 가상인간이 연예인과 같은 유명 인플루언서가 되고 있다. 이른바 버추얼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면서 인간 모델의 사생활에서의 문제로 광고 이미지가 실추되는 경우도 없고 모델료도 비교컨대 싸다는 평가이다.

MZ세대는 환경과 생태계에 관심이 많고 취미가 다양하며 일과 놀이가 분명한 삶을 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소위 미닝아웃이라는 표현으로 표현되듯이 사회에 의미있는 활동을 하기를 원한다. 퇴근 후의 어딜가나 즐거운 삶을 즐기는 MZ세대는 취향도 다양하다 이들을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광고에 가상인간이 등장해 MZ세대가 주는 의미를 강화하고 있다. 기호학에서 함축척 의미와 명시적인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다. 광고의 의미화 과정은 1차적 의미화와 2차적 의미화가 있는데, 기호학에서 그 이론을 가져올 수 있다.

주제어: 가상인간, 가상인간 등장 광고, MZ 세대 특성, 기호학, 의미화 과정

1) 서울디지털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sykanna@naver.com

Ⅰ. 서론

최근 가상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라는 용어를 심심치않게 들을수 있다. 혹은버추얼인플루언서, 가상인간, 버추얼휴먼이란 용어들로 불리며 활동하는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디지털 인물을 일컫는다. 이들은 SNS에서 막강한 영향력(influence)을 행사하면서 기업 마케팅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기업은 이를 이용해 마치 실존하는 인물처럼 SNS 상에서 팬들과 전략적으로 소통한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이 시대에 연예인 같은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데,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와 일상을 공유, 소통하는 것이 주된 업무가 되고 있다. 기술의 무한 발달과 코로나19의 장기화 그리고 MZ세대가 큰 소비층으로 등장하면서 가상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직업이 문화 현상이자 트렌드가 되고 있다.2) 특히 소비자들이 디지털 콘텐츠에 점점 더 익숙해짐에 따라 디지털 기반의 가상 인플루언서는 기업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 구성이 가능하다. 업계에선 가상 인플루언서의 경우 순수 모델료를 6개월당 1억원 쯤으로 추산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5년이 되면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가 14조원을 기록하며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13조원)를 추월할 전망이다.3) 사실 이미 ‘인플루언서(Influencer)’라는 직업이 마케팅의 메가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영향력 있는 개인’이라는

영어 단어이다.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등 소셜미디어상에서 상품의 정보를 주고 그 판매와 구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간 직업군을 일컫는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마치 사람같이 활동하는데 유명 기업의 광고, 패션모델 나아가 은행원, 기상캐스터, 쇼호스트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로지는 세계최초 가상슈퍼모델인 슈두와 협업할만큼 인스타그램등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있는 우리나라 가상인플루언서로서 시조새라 불린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활발해짐과 동시에 인플루언서의 스캔들, 허위광고 등 각종 논란도 자주 일어나고있다. 혹자는 이에 등장한 것이 가상인플루언서라고 주장한다. 자기관리 역량이 부족한 광고모델이나 비용이 많이 들고 다루기 어려운 유명인사에 비해 버추얼인플루언서는 브랜드의 입장에서 매우 이상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가상으로만든 인물이 스캔들을 일으킬 리가 없고, 비용적 측면에서도 인간 인플루언서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2) “MZ세대가 주소비층으로 대두됨과 동시에 이들의 특성이 광고에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조선일보, 2022. 2.18)

3) 가상인간 전성시대 한국경제, 2021. 10.08)

II. 본론

1. 가상인간 광고의 사례

2021년 7월,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가 신한라이프 광고의 단독 모델로 등장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국내 최초로 가상인간이 등장한 광고가 보험사 광고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한 보험사들은 그동안 평판이 좋고 안정적인 인물을 광고 모델로 써왔는데, 신한라이프는 이러한 생각의 전환으로 고정관념을 깨고 로지를 모델로 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림 1> 신한라이프여자광고모델, 가상인간‘로지’의. 출처: 네이버블로그(naver.com)

그러나 아직도 혹자들은 이 광고에 나와 춤을 추고 일상을 즐기는 20대 여성, 로지가 당연히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정도로 정교한 CG로 ‘잘 만들어진 가상인간’이다. 실제 사람과 차이가 없는 3D부터 시작해서 2D까지 다양한 형태로 있으며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국적부터 외모, 목소리 등을 설정할 수 있고 전세계 어디든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제약 없이 활동이 가능해 특히 광고계의 주목을 받는다.

이렇듯 ‘로지’는 현재 연간 15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광고계 블루칩’이 됐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는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을 수집하여 동양적 얼굴을 만들었고, 나이는 영원히 늙지 않는 22살로 설정된 로지라는 가상 인플루언서를 기획, 제작해 탄생시켰다. 로지의 원래 이름은 오로지로 ‘오직 단한 사람’이라는 뜻을 지녔다. 현재 로지는 인스타그램 팔

로워가 무려 5만2천명 이상(2022년 5월 기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SNS에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이다.

로지와 같은 이런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이번엔 자동차 업계를 접수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시조새 격인 로지는 쉐보레의 순수전기차 볼트EV를 타고, 버추얼 삼남매 ‘호곤해일’은 볼보의 협찬을 받고 로지의 제작사와 같은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 의 ‘신상작’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최근 브랜드 최초의 쿠페형 전기차 SUV, C40 리차지 출시를 기념해 새로운 버추얼 인플루언서 ‘호곤해일’을 기용했다. 볼보는 첫 전기차의 주 타깃을 ‘MZ세대’로 정했으며 광고모델로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골랐다. 볼보 측은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MZ세대의 특징을 반영해, 쌍둥이 형제 ‘호’와 ‘곤’, 누나 ‘해일’(이하, 호곤해일)과 브랜디드 필름을 제작했다.

2. MZ세대와 특성과 광고

가상인간은 인간과 미디어의 확장이 아닐까 한다. 혹자는그냥 기술의확장으로 만들어진 것이 가상인간이라고 한다. 마샬 맥클루언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와 <미디어가 메시지다>(1967)에 때르면 미디어를 인간의 감각 기간이나 신체 기관의 확장으로 본다.그의 미디어 개념은 단적으로 ‘인간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매클루언은 미디어가 인간의 감각,정신,나아가 세계와의 관계 모두에 전면적이고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본다. 그의 이런 주장은 기술결정론자라는 비판을 받아 왔는데,디지털 시대를 맞아 그의 통찰은 새로운 빛을 발

하고 있다.즉 가상인간 맥클루언의 주장하는 미디어의 한 부분이자 인간의 확장이라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로지는 미디어의 확장이자 인간의 확장된 개념이다. 신한 라이프는 생명 보험회사로서 인간의 생명 가치를 회사 모토로 한다. 그래서 이번 로지라는 디지털 가상 인간의 모델 기용은 파격적이고 발상의 전환이라는 평가를받는다. 이 광고에서 로지는 배꼽티와 베기 바지를 입고 자유롭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전에는 직장 룩의 차림을 보여주는데, MZ세대는 퇴근 후의 삶을 즐긴다는 의미를 전달해 준다. 로지의 관심사는 세계여행, 요가, 에코라이프, 패션 등이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로지를 기획하고 제작한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 설정한 것인데, 이러한 세계관 또는 캐릭터 설정은 소위 MZ 세대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오인할 정도로 ‘진짜 사람같은’ 같이 만들어 주었다. 볼보 광고에서 인상 깊은 건, 광고 내용 중, 커피 컵을 줍는 장면이 있는데, 환경보호에 민감안 MZ 세대의 감성을 반영한 게 아닌가 한다. 그리고 누나 해일이 목재소에서 가구만들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MZ 세대의 다양한 취향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한다.

디즈니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즈의 설정된 세계관을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MarvelCinematic Universe)라고 부르듯, 가상인간 로지의 세계관은 설정된 코드이

다. 즉 인플루언서의 장점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활동 범위를 자유롭게 확장 할수 있다. 예를들어 인간은 재능이나 물리적 특성에 따라 활용영역이 제한되어있는 반면(예: 노래는 잘 하지만 춤은 추지못하거나, 연기는 잘해도 운동은 잘 하지 못하는 등) 가상인플루언서는 가수, 배우, 운동선수 등 다양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디지털이 이미지에 불과했던 릴 마킬라(Lil Miquela)가 SNS 스타로 발돋움하면서 구체적인 캐릭터로서 다양한 일상을 영위할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확장성을 보여준다. 소속사의 기획에따라 활동영역을 넓히는 릴 마킬라(Lil Miquela)의 사례는 가상인플루언서가 현재의 대중문화 속성에 맞춰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활용될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MZ세대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기대하는 것은 브랜드의 진정성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친근함이라는 점에서‘가상의 창조물’인 가상인플루언서가 이러한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상인플루언서도 마케팅담당자들은 브랜드 신뢰도와 진정성에 잠재적인 손상을 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묻지않을수 없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가상인플루언서의 활용범위가 이미지만으로 판매효과를높일수 있는 업계에 집중 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3. 광고 사례 분석을 위한 이론: 기호학과 의미화

광고를 통해서도 의미화 과정은 분명히 드러난다. 광고는 기표와 기의를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기호학적 과정이 함께 포함된다.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상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단으로 그 상품에 부착시키고 싶은 내적의미를 갖고있는 기표를 선택한다.

[그림 2] 기표와 기의

기호학에서 의미화라는 의미는 두 가지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수준은 명시적인 것이 나타내고 있는 함축적 의미(connotation)이다. 위의 예에서 보면 빨간불은 명시적 의미이고 함축적 의미로는 멈추어야 한다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면접에 늦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당황을 의미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의미화 과정에서 자신은 고유한 배경을 더함으로써 같은 기호에도 매우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이러한 모델에 모함되어 있는 것은 다의어적 메시지에 대한 개념이다. 메시지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호는 폭넓게 공유된 함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흰색 바탕에 검은 색으로 그려진 여성 그림인 명시적 기호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성용 화장실을 나타낸다고 인식할 것이다.

기호학을 통해 우리는 특정한 방법과 용어들을 사용함으로써 제스처, 의상, 말, 사진, 영화, TV, 광고 등 다양한 의미 작업들과 관련된 재현의 문화적 특성과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기호의 개념이다.4) 기호는 언어 체계 내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최소 단위라고 볼 수 있다. 단어, 사진, 소리, 화면의 이미지, 음정, 제스처, 의상 등은 모두 기호의 일종이다. 기호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형태를 가져야 하고, 자신 외의 어떤 것을 지칭해야 하며 기호체계 내의 다른 사람들에 의해 기호로 인정되어야 한다. 나무라는 단어는 기호이다. 톰 크루즈라는 외국 배우의 사진도 기호이며, 코카콜라의 상표 역시 기호이다. 약간 모호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외식하러 나갈 때나 밴드 연주를 들으러 갈 때 차려입는 옷의 종류

도 기호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의상은 우리가 만나게 될 사람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다른 기호(가령 헤어 스타일와 같은)와 관련되어 있다. 이처럼 기호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우리의 의미를 결정하고, 우리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두려워한다.

의미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기호(sign)는 두 구성 부분인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로 나뉜다. 기표는 기호의 물리적 형태, 즉 쓰여진 단어, 그림속의 선, 사진, 소리 등이고, 기의는 기표에 의해 지칭되는 정신적인 개념이다.5) 따라서 나무라는 단어는 반드시 특정한 나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나무다움(treeness)이라는 문화적으로 생산된 개념을 지칭한다. 이 두 가지 구성 요소에 의해 생성된 의미는 그 둘 간의 관계에서 나타나는데, 그 관계는 자의적이고 구성된 것이기 때문에 변화될 수 있다.

기호의 사회적 차원에 대해서 이해하자면, 문화가 우리한테 제공하는 형태로서의 기표와 내적 개념으로서의 기의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는 관습적인 분류, 즉 문자적인 의미와 연상적인 의미, 또는 외연적 의미와 내연적 의미가 관련되어 있다, 여기에는 관습적인 분류체계, 즉 문자적인 의미와 연상적인 의미, 또는 외연적 의미와 내연적 의미가 관련되어 있다. 이 분류 체계에 의하면, 예를 들어 강도(muggling)라고 할 때, 문자 그대로의(외연적인) 의

4) 김수남 저, 『한국 영화의 쟁점과 사유』, 문예마당, 2013, pp.482.

5) 롤랑 바르트 지음, 이상빈 옮김,『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출판사 강, 1997, pp.59-61.

미와 그것이 좀 더 확대된 사회적 차원(내연적 의미)를 갖게 되는데, 단어를 둘러싼 연상들이 누적됨에 따라 외연적 의미가 확대된다.6) 스튜어트 홀(Stewart Hall)과 버밍엄 현대 문화 연구소에서는 이 강도라는 단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권의 책을 펴냈는데, 여기서 그들은 단어의 이해를 구성하는 문화적, 정치적 의미에 대해 다루고 있다.

기호학에서 의미화라는 의미는 두 가지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수준은 명시적인 것이 나타내고 있는 함축적 의미(connotation)이다. 위의 예에서 보면 빨간불은 명시적 의미이고 함축적 의미로는 멈추어야한다는 것일 수도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면접에 늦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당황을 의미할수 도있다. 사람들은 의미화 과정에서 자신은 고유한 배경을 더 함으로써 같은 기호에도 매우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이러한 모델에 모함 되어있는 것은 다의어적 메시지에 대한 개념이다

4. 가상인간 등장 광고와 세대 특성의 의미화 과정

장면

1차 의미화 과정 2차적 의미화 과정

영상기표

음성기표 함축의미

비언어적 기표 언어적 기표(자막)

1#

산불, 해일, 태풍

등의 자연재해들.

“Welcome

to My

World”

(음악)

환경 문제의 심각성

2#

3#

해일이 자동차 키를

잡는다

MZ세대는 환경에

민감하다.

4#

5#

자동차 내부를

보여주며 시동을 건다.

6#

7#

곤이 뛰어가다가

플라스틱 컵을 주어

준비해온 주머니에

넣는다.

8#

볼보 차를 전면에서

보여준다..

“가까운 전기

충전소로 찾아줘.”

.

라고 차에 대고

해드라이트 차 기능의 우수함

6) 박진,『서사학과 텍스트 이론. 토드로프에서 데리다까지』, 소명출판, 2014, pp.193-205

말한다.

9#

누나 곤은 취미를

즐긴다. 목각

MZ세대의 취향

10#

차를 주행한다.

주행하는 차를 보여줌.

“I saw the

Revolution”

이라는 대사.

볼보 전기차는

혁명적이라는 의미

11#

블루 차에서 흰차로.

두가지 색의 차를

보여준다. 다리를

건너고 있다.

. 차의 다양함.

12#

누나 곤이 멋지게

드라이브 중. 팔을

어 햇살을 만진다.

여성에게도 맞는

차라는 이미지

13#

다시 아름다운 지구

환경을 보여줌

“더 너은

내일을 위해

볼보가

선사하는”

볼보는

환경친화적인 차.

III. 결론과 제언

가상인플루언서의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상의’ 존재를 내세운 마케팅의 한계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기대하는 것은브 랜드의 진정성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친근함이라는 점에서 ‘가상의 창조물’인 가상인플루언서가 이러한 기대를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장점은 단순히 브랜드나 제품을 광고하는것 이상의 의미를 제공하는데서 찾을수 있다. 잠재고객과의 신뢰구축을 위한 채널을 열어 궁극적으로 소비자선호도에 영향을 미치고 충성도를 높여 소비자가 신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런 특성을 가공의 존재인 가상인플루언서가 어느정도까지 실현할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다고 해도 가상인플루언서가 실제 사람이 아니며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할때 소비자에게 미치는영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는 마케팅전략을 위해 가상인루언서의 장점을 높이살 수 있고 실제로도 온라인 트래픽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가상인플루언서의

단점을 보완하기위해 드라마와 스토리텔링을 강화하여 현실감을 높이거나 가상존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실제로 소비자들이 겪을수 있는 화제성 있는 에피소드들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블로그 시절부터 진화해온 소셜 네트워크 기반 마케팅 도구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아주 새롭거나 파격적인 시도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있어 효용을 높이고 브랜드가 효과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인간 SNS 인플루언서를 뛰어넘는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몰론 이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인플루언서에게 기대되는 진정성과 신뢰 관계를 가상의 존재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유지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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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오디오북 광고의 표현전략

서보윤1)

국문초록

본 연구는 다소 새롭게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외 오디오북 광고를 중심으로 광고 표현내용과 표현전략이 무엇이며, 국내외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국내 대표 오디오북 서비스로는 ㈜인플루엔셜의 윌라와 스토리텔사우스코리아가 국내에서 실시하고 있는 스토리텔 광고 20편을, 해외 오디오북 서비스로는 오더블(Audible)과 해외 스토리텔(Storytel) 광고 15편을 분석대상으로 하여 표현내용과 소구방법 및 표현전략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첫째, 오디오북의 광고표현은 대체로 오디오북의 멀티태스킹 용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혜택 강조에서 청각 사용으로 인한 감각과 전문성우나 스토리텔러를 통한 몰입 가능 등 다양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둘째, 오디오북의 소구전략은 정보제공형 전략이 두드러진다. 특히 국내의 윌라와 해외 오더블은 오디오북의 특징과 장점 위주의 정보제공에 중점을 두었다. 마지막으로 오디오북 광고표현은 문학 속의 인물, 장소, 상황 등으로의 상상전략과 오디오북의 장점을 알리고 사용을 권유하는 레슨전략이 많이 사용되었다. 결론적으로 국내외별 차이보다는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며, 오더블의 광고는 특히 다양한 표현 소구 주제와 함께 표현 전략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는 국내외 오디오북 광고의 광고표현 방법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향후 오디오북 광고 제작 전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주제어: 오디오북, 광고소구, 표현전략, 오더블, 스토리텔, 윌라

1)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광고제작과 조교수, sboyun21@dima.ac.kr

Ⅰ. 서론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핑계가 뭔 줄 알아?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 더 많은 책을 시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독서, 음악처럼 편안하게!” 헤드셋을 낀 김혜수는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 한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듣기만 하면 쉽게 책을 읽을 수 있음을 전달했다. 2020년 6월 오디오북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를 위해 ‘책. 듣다. 쉽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윌라(Welaaa)의 광고캠페인에 사람들은 적잖이 놀랬다. 오디오북이라는 익숙치 않은 제품에, 모델 김혜수의 등장, 그리고 책을 듣는다는 오디오북의 개념을 알리는 이 TV광고로 윌라는 2020년 누적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고 2021년 12월 270만 건1)으로 국내 오디오북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윌라를 통해 국내에 확대된 오디오북은 CD형으로 시작한 이래 다운로드가 가능한 MP3 파일 등의 디지털 음원이나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으로 오디오북 콘텐츠가 제공되고 이후 전문 성우나 책의 저자, 유명 연예인의 음성을 담아 콘텐츠의 전달력과 선호를 높여 이용과 구매를 촉진하고 있다. 초기에는 보는 책에서 듣는 책이라는 독서의 신패러다임을 제시했지만, 이용자에게 오디오북은 읽는 책을 보완해 주는 기능 정도로 인식됐다. 그러나 기술발달과 구글이나 애플, 국내에서는 네이버 같은

대형 IT업계의 오디오 콘텐츠에 관한 관심과 투자, 그리고 스토리텔과 같은 해외 유명 오디오북 기업의 국내 진출로 국내 오디오북 시장이 성장했다.2) 2005년 창립 이후 전 세계에 50만 여종의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하며 2019년 11월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스토리텔(Storytel)의 TV CF 역시 눈에 띈다.

이에 본 논문은 다소 새롭게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국내외 오디오북 광고를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광고 표현전략이 무엇이며, 국내외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오디오북 광고에서 오디오북을 사용, 구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서의 오디오북만의 혜택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오디오북의 사용과 그 확대를 이끌고자 어떻게 광고로 표현하고 있는지를 알아봄으로써 오디오북과 오디오북 광고의 현재와 미래를 기대해보고자 한다.

Ⅱ. 오디오북 현황과 혜택

1. 오디오북 현황

1) 금준경, 「오디오도 유료? 기계음성 아닌 ‘고퀄’ 낭독으로 승부」, 『미디어오늘』, 2022.04.02.,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241(검색일자 2022.04.22.)

2) 김형지·김정환, 「우리는 왜 책을 듣는가: 오디오북 구매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탐색」,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제21권(제5호), 한국콘텐츠학회, 2021, 119쪽.

오디오북은 출판업계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이다. 미국출판사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Publishers)는 오디오북을 2013년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책의 형식으로 선정했다. 2019년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19년 1월 8일부터 2월 7일까지 미국 성인 대상의 독서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서 인구와 종이책 독서 비중은 이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지만, 오디오북의 이용 양상이 두드러졌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비교해 볼 때 2016년 전자책 28%, 오디오북 14%이었으나, 2019년 전자책 25%, 오디오북 20%로 오디오북 이용 증가가 두드러짐을 보여준다.3)

이와 같은 것은 시장에서도 나타나는데, 조사기관인 NPD그룹은 오디오북이 미국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콘텐츠 유형 중 하나로 지난 3년 동안 두 자릿수의 성장을 이루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오디오북의 판매량은 2020년 전년 대비 19%, 2020년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4) 오더블(Audible Inc.), 아세트오디오(Hachette Audio) 등 미국의 주요 26개 출판사의 오디오북 매출은 13억 달러로 전년 대비 5.5% 성장한 수치로 전자책(e-book) 매출액을 추월했다.5) 현재 오디오북은 30-49세 여성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6) 여기에 오디오북 주 사용 연령층은 코로나19로 온라인 학습을 주로 하며 스마트기기에 익숙해진 영유아와 청소년 이용자로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에서 대표적인 오디오북서비스는 아마존의 오더블(Audible)이다. 1995년 창립, 1997년 첫 오디오북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를 오더블 모바일플레이어로 제공한 오더블은 영국과 독일 등의 10여 개 국가에 론칭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 스웨덴에 본사를 둔 스토리텔(Storytel)은 2005년 창립 이후 영어를 포함한 25개 연어로 전세계 20여 개 국가에서 약 50만 종의 오디오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기업이다.

한국시장은 인플루엔셜사의 윌라와 함께 2019년 11월 정식 론칭하여 ‘해리포터 시리즈’를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스토리텔이 대표적인 국내 서비스업체로 언급된다. 자체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인 ‘오디오클립’ 서비스를 통해 오디오 콘텐츠를 본격화한 네이버를 포함해 3개사가 국내 오디오북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3) Perrin, A., “One-in-five Americans now listen to audiobooks” Pew Research Center. 2019.9.25. https://www.pewresearch.org/fact-tank/2019/09/25/one-in-five-americans-now-listen-to-audiobooks (검색일자 2021.12.21.)

4) NPD Group, “Audiobooks: Double-digit Growth”. 2020.10.20. URL:www.npd.com/news/infographics/2020/audiobooks-double-digit-growth/(검색일자 2021.12.21.)

5) Statista, “Audiobook sales revenue in the United States from 2009 to 2020”.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49854/audiobook-industry-size-in-the-us/ (검색일자 2021.12.5.)

6) Statista, “Share of adults who have listened to an audiobook in the last 12 months in the United States in 2018 and 2019 by age group”.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99804/audiobook-listening-population-in-the-us-by-age-group/(검색일자 2021.12.4.)

2. 오디오북과 그 혜택

2020년 광고캠페인을 통해 오디오북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쉽게’ 책을 들을 수 있음을 전달하려 했다면, 올해 6월 진행된 광고캠페인에서는 “귀깔나게 즐기는 몰입의 즐거움”이란 슬로건을 오디오북의 매력을 전달하려 했다. 윌라가 광고캠페인에서 중요하게 전달하고자 한 것은 오디오북의 혜택(benefit)이다. 자사가 가진 여러 속성과 특징으로 인한 혜택, 그리고 그 혜택의 가치를 누리기 위해서는 윌라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오디오북 사용 혜택 관련 선행 연구를 살펴보면, 국내 독자들은 오디오북을 기존의 종이책, 전자책과는 다른 미디어로 인식하고 있다.7) 오디오북 사용의 혜택은 오디오북의 특성과 이용 동기 등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오디오북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온라인을 통해 시공간에 상관없이 청취와 구입이 가능한 점, 둘째, 감각 기관 중 청각만을 이용하는 매체라는 점, 셋째, 시각적 불편함 또는 장애가 있어도 독서 활동이 가능한 점넷째, 멀티태스킹에 용이하다는 점 다섯째, 종이책과 다르게 본래의 형태를 영구히 유지 가능하며 분실 및 훼손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다양한 형태로 저장이나 백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8) 엠브레인이 지난 2019년 만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오디오북

인식 조사에서는 스마트폰 등으로 오디오북을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오디오북 이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나9) 사용의 편리성은 오디오북의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오디오북 이용 후 독서에 관심이 생기고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오디오북 이용 시에는 멀티태스킹을 주로 하며10), 정보 탐색적인 목적보다는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을 얻기 위해 오디오북을 이용한다는 점11) 역시 오디오북이 주는 혜택일 것이다.

바스킨(B. Baskin)과 해리스(K. Harris)는 학습과 연결해 오디오북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12) 오디오북을 통해서는 현재 읽기 수준보다 더 상위 수준의 책 읽기가 가능하며, 듣기, 말하기, 쓰기 활동과 쉽게 연결할 수 있다는 점, 학생들이 읽지 않았을 새 장르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매체라는 점, 새로운 단어, 어려운 고유명사나 장소를 소개에 적합하고 익숙하지 않은 방언이나 억양, 옛날 영어식 발음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 전문적인 내레이터에 의해서 아름답게 구술되는 이야기를 듣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오디오북 광고캠페인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로 오디오북을 통한 혜택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검토는 향후 오디오북 광고 제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7) 안현우·김성주·박성은, 「오디오북 인식 및 흥행 요인 연구: 멀티태스킹 요인과 매체별 비교를 중심으로」, 『한국출판학연구』 통권 제99호, 한국출판학회, 2021, 23쪽.

8) 지한구, 「오디오북과 소설의 관련 양상 분석을 통한 오디오북 텍스트 수용 방향」, 『중등교육연구』 제65권(제4호), 경북대학교 사범대학부속 중등교육연구소, 2017, 996쪽.

9) 윤덕환·채선애·송으뜸·이진아, 「오디오북 관련 인식 조사」, 『엠브레인 리서치보고서』 제5호, 엠브레인, 2019, 1∼36쪽.

10) 안현우·김성주·박성은, 위의 글, 6쪽.

11) 김형지·김정환, 앞의 글, 126쪽.

12) Baskin, B. & Harris, K., “Heard any good books lately?: The case for audiobooks in the secondary classroom”, Journal of Reading, 38(5), 1995, pp.372-376.

Ⅲ. 연구방법

1. 분석대상

국내외 오디오북 광고의 표현전략을 살펴보기 위해서 국내 대표 오디오북 서비스인 ㈜인플루엔셜의 윌라와 스토리텔사우스코리아가 국내에서 실시하고 있는 스토리텔 광고를13), 해외 오디오북 서비스로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오더블과 해외의 스토리텔을 설정하였다. 국내 광고는 광고 아카이브 플랫폼으로 대표적인 ‘광고정보센터’의 TVCF14)에서 올려진 광고를 대상으로 삼았다. 윌라의 광고 총 29편 중에 인쇄, 라디오 등의 광고형식으로 진행된 광고는 제외한 13편의 TV광고를, 스토리텔의 광고는15) 광고정보센터에 올려진 TV광고 1편과 함께 스토리텔 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올려진 영상광고 6편을 추가로 선정해 7편의 광고를 분석했다. 해외 광고는 광고 아카이브로 대표적인 ‘애즈어브더월드(Ads of the World)’16)와 ‘애드포럼(AdForum)’에 게재된 오더블(10편)과 스토리텔(5편)의 TV광고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 결과 분석대상으로 삼은 광고의 수는 국내 광고 20편과 해외 광고 15편이었다.

2. 분석내용

광고 표현전략이란 크리에이티브 요소를 좌우하는 광고 소구의 일종으로17) 여러 가지 구분 방법이 존재한다. 가장 일반적인 수준은 표현내용에 대한 것으로 제품의 속성과 특징, 혜택 등에 의한 구분이다.

다음으로 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소구(appeal)의 방식인 광고소구는 일반적으로 이성적 소구와 감성적 소구로 구분된다. 이성적 소구는 광고의 주제가 실용적 정보를 중심으로 하며 논리적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의 속성에 초점을 맞추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호소하는 광고소구 방식이다. 이에 반해 감성적 소구는 심리적 동기유발과 감정적 호소를 중시함으로써 자사 제품 혹은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광고의 표현방법으로 유머, 위협, 온정, 패러디 등 다양한 인간의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즐거운 기분을 조성하여 저항감을 감소시키는 소구유형을 사용한다. 래스키(H. A. Laskey) 등은 광고 소구 유형의 분류에서 각각의 유목이 상호 배타적이며 완전 귀속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분류방법을 제

13) 국내에서 TV광고로 알려진 <밀리의서재>는 최근 오디오북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대표적인 전자책서비스업체로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14) 광고정보센터(www.ad.co.kr)의 TVCF 참조

15) 다국적 기업인 스토리텔의 경우는 국내 법인인 스토리텔사우스코리아가 광고주인 광고를 국내 광고로, 그 외 해외에서 진행된 스토리텔의 광고는 해외 광고로 구분하고 분석대상으로 삼은 해당 아카이브에 게재되어진 TV광고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16) 애즈어브더월드(www.adsoftheworld.com)와 애드포럼(www.adforum.com)의 각 브랜드별 광고 검색

17) Frazer, C., “Creative strategy: A management perspective”, Journal of Advertising, 12, 1983, pp.36-41

시하면서 광고의 소규유형을 정보제공형 광고와 감정전이형 광고로 구분하였다.18) 정보제공형 광고는 소비자에게 제품과 관련된 검증 가능한 사실을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소구형태로 비교광고, USP광고, 선점광고, 과장광고 등이 있으며, 감정전이형 광고는 소비자의 심리 속에 제품에 대한 사용경험을 확실하게 연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소구형태로 사용자 이미지, 브랜드이미지, 사용상황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뮬러(B. Mueller)는 광고소구를 제품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제품 사용을 권유함으로써 판매 촉진적인 면을 더 강조하는 경성소구(hard-sell ad appeal)와 아름다운 장면이나 감정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는 무드나 분위기를 강조하는 소구방식인 연성소구(soft-sell ad appeal)로 구분한다.19)

다음으로 구체적인 전략으로 선점(preemptive), 포괄성(generic),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포지셔닝(positioning), 브랜드이미지(brand image), 반응유도(resonance), 감성적 소구(affect)의 프레이저(C. Frazer)의 6가지 유형 구분이 광고계에서 광고표현 전략의 가이드라인으로 동의를 얻고 있다. 좀 더 세부적인 구분법을 사용한 줄리언 시몬(J. Simon, 1971)의 10가지 광고표현 전략과 프렌젠(G. Franzen)의 8가지 광고 표현전략20), 커뮤니케이션의 확산을 전달하는 표현전략과 의미와 경험의 공유를 강조하는 의례표현 전략

으로 구분하고 각각을 3개 유형으로 세분화하여 6개로 유형화한 테일러(R. E. Taylor)의 6분할 메시지 모형21) 등이 있다.

본 논문에서는 광고에서 주로 강조하고 있는 소구의 주제(혜택), 래스키(H. A. Laskey) 등의 구분에 따라 정보제공형과 감정전이형으로 광고 소구전략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표현전략으로는 프렌젠(G. Franzen)의 8가지 구분 유형을 따라 공개(announcement)기법, 진열(display)기법, 연상전이(assoication transfer)기법, 수업(lesson)기법, 드라마(drama)기법, 오락(entertainment)기법, 상상(imagination)기법, 특수효과(special effect)기법으로 분석하였다. 프렌젠의 분류는 특정 문화권에만 적용되는 특수문화적 접근법이 아닌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편문화적 광고 표현전략으로 평가되고 있으므로22) 국내외 광고 비교에 적합한 기준으로 보고 이를 택하였다.

18) Laskey, H, Day, A.E. & Crask, M., “Typology of Main Message Strategies for Television Commercials”, Journal of Advertising, Vol. 18, No. 1. 1989, p.36.

19) Mueller, B., “Reflection of Culture: An Analysis of Japanese and American Advertising Appeals”, Journal of Advertising Research, Vol.37(3), 1987, pp.51-53.

20) Franzen, G., Advertising Effectiveness, Oxfordshire, 1994, UK:NTC Business Publication.

21) Taylor, Ronald E, “A six-segment message strategy wheel”, Journal of Advertising Research, 39(6), p.7.

22) 김병희, 「광고 창의성과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연구 동향과 전망」, 『광고학연구』, 제25권(8호), 한국광고학회, 2014, 80쪽.

Ⅳ. 연구결과

국내외 오디오북 서비스의 광고 표현전략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 <표 1>과 같다.

[표 1] 국내외 오디오북 서비스 광고 표현전략 분석

구분 표현내용 소구방법 표현전략 계

국내

윌라

윌라 사용 스토리 →

멀티태스킹 → 전문성우로

몰입 가능

정보제공형(10개, 76.9%)

감정전이형(3개, 23.1%)

공개기법(10개, 76.9%)

상상기법(3개, 23.1%)

13

스토리텔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

→ 전문 스토리텔러

정보제공형(1개, 14.3%)

감정전이형(6개, 85.7%)

드라마(3개, 42.85%)

상상기법(3개, 42.85%)

연상전이(1개, 14.3%)

7

국외

오더블

멀티태스킹 → 언제

어디서나 등 실제 생활에서

적합함 → 차별성 강조

정보제공형(8개, 80.0%)

감정전이형(2개, 20.0%)

오락 (3개, 30.0%)

수업 (3개, 30.0%)

상상 (2개, 20.0%)

드라마(1개, 10.0%)

공개 (1개, 10.0%)

10

스토리텔

(해외)

편리함 감조

→ 청각이라는 감각 강조

정보제공형(1개, 20.0%)

감정전이형(4개, 80.0%)

상상기법(2개, 40.0%)

특수효과(3개, 60.0%)

5

국내 오디오북 광고는 윌라와 스토리텔의 광고전략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2020년 첫 TVC를 시작한 윌라는 “책, 듣다. 쉽다”라는 슬로건 하에 누구나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한심하고, 음악처럼 편안하게 독서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8편의 시리즈로 진행된 <나의 윌라 오디오북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인 오디오북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인터뷰 형식으로 윌라를 알기 전과 후를 비교해 쉽게 책을 읽게 되었음을 알리는(announce)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21년에 윌라는 전문성우나 배우의 목소리로 녹음되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다는 “귀깔나게 즐기는 몰입의 즐거움”이란 슬로건의 시리즈 광고를 한다. 책의 상상력을 극대화해 감각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모델 김혜수는 책 내용 속의 인물을 연기하다가 지하철에서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 현재의 모습, 자동차 운전 중의 현재의 모습, 카페에서 휴식 중의 현재의 모습이라는 책 읽는 상황으로 이동하는 영상을 담아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등의 책 속의 이야기를 상상기법을 통해 오디오북의 강점으로 높은 몰입감의 경험을 강조한다.

국내에서 진행된 스토리텔(Storytel)의 광고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전문 스토리텔러에게 들을 수 있음을 강조하며, 제품장점을 강조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해리포터 안의 깃털이라는 상징을 통해 연상전이기법을 사용하였다. <언제, 어디서든 읽어드려요> 시리즈는 TV가 아닌

온라인 영상광고로 진행된 것으로 <파이 이야기>, <레버리지>,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등의 3개의 시리즈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주방에서 요리할 때, 커피를 내릴 때 등 다양한 일상생활을 하면서 전문성우(이동훈)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즐길 수 있음을 상상기법을 통해 유머 있게 표현했다. 이 외 TV광고가 아닌 소셜미디어로만 진행되었던 <스토리로 채우는 ME TIME> 캠페인은 총 3편으로 이루어져 산책에 소설을, 아침에 에세이를, 퇴근길 운전 중에 논픽션을 통해 편하게 이용함을 드라마 형식의 감성적 소구를 통해 제시하였다.

스토리텔의 광고는 국내에서와는 다르게 표현되었다. 스토리텔이 2019년 스웨덴에서 진행한 에서는 스토리텔이 간단하지만 대단한 것임을 보여준다.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달리는 여자 뒷자리엔 엄청난 양의 책과 함께 책 한 권을 들고 읽고 있는 남자가 있다. 무거운 책 무게로 오토바이가 비틀비틀하지만 실제로는 스마트폰으로 오디오북을 읽고 있는 남자를 나타내는 것으로 언제 어디서나 즐거운, 공포의, 사랑의 이야기를 무한으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언제 어디서나 무거운 책 대신에 편하게 독서가 가능하다는 점을 소구하고 있다. 스토리텔의 광고의 2019년 광고가 이성적 소구로 이루어졌다면, 2020년 오디오북 신규 사용을 권유하는 3편의 시리즈로 이루어진 는 모두 특수효과기법을 사용한 감각적 영상을 통해 오디오가 신체에 전달되었을 때의 영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2021년 글로벌 캠페인으로 진행된 은 스

토리텔이 무엇인지 다양하게 듣고 이야기하는 영상을 감각적으로 풀어내고, 좀 더 깊게 브랜드와 감성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아마존의 오더블(Audible)의 전세계적 광고량은 상당하다. , , , , 줄리엣 스티븐슨(Juliet Stevenson)과 에디 마르슨(Eddie Marsan)이 각각 독백 형식으로 목소리보다 오디오북이 더 강력함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오더블은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하며,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일반적인 오디오북의 혜택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오더블이 있고 없는지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나타내는 데에 집중하며 다소 유머 있게 제시하고 있다. 2020년에 진행된 편은 힘든 출퇴근 길이나 재택근무를 할 때와 같이 언제 어디서나 오더블과 함께라면 그 길이 힘들지 않음을 감성적으로 나타냈고, 편은 오디오북 청취자들이 문학을 통한 "세계 여행"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 화성, 호그와트, 길르앗과 같은 곳을 여행할 수 있게 해줌을 상상기법으로 표현하였다.

Ⅴ. 결론

국내외 오디오북 광고 표현전략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오디오북의 광고표현은 대체로 오디오북의 멀티태스킹 용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혜택 강조에서 청각 사용으로 인한 감각과 전문성우나 스토리텔러를 통한 몰입 가능 등 다양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둘째, 오디오북의 소구전략은 정보제공형 전략이 두드러진다. 특히 국내 윌라와 해외 오더블은 오디오북의 특징과 장점 위주의 정보제공에 중점을 두었다. 마지막으로 오디오북 광고표현은 상상전략과 레슨전략이 많이 사용되었다. 이는 오디오북의 특징과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오디오북의 장점은 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청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마음속에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상상을 극대화하고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상과 몰입의 특징으로 광고표현 역시 문학 속의 인물, 장소, 상황 등으로의 상상전략이 두드러지게 사용되었다. 또한 오디오북의 장점을 알리고 사용을 권유하는 레슨전략도 많이 사용되었다.

결론적으로 오디오북 광고표현은 국내외별로 차이보다는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윌라는 초기 정보제공형을 사용하다 최근 감정전이형 전략으로 변경해 오디오북의

장점을 단순히 알리는 전략에서 상상의 표현을 통한 몰입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스토리텔은 감정전이적 전략을 사용해 스토리가 함께 하는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스토리텔은 해외에서는 청각이라는 감각 중심의 매체임을 강조하고 있다면, 국내 광고에서는 스토리, 스토리텔러라는 키워드를 통해 멀티태스킹의 상황에서 오디오북 사용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광고 실시 기간이 길었던 오더블은 타 브랜드에 비해 광고 소구 주제로 다양한 표현전략을 사용한 특징을 보였다.

오디오북은 이제 사용의 편리함이라는 혜택을 넘어 휴식, 몰입과 같은 사용으로 인한 혜택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고 일부 광고에서는 이러한 양상이 반영되고 있다. 향후 오디오북 광고가 어떠한 표현전략을 취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금준경, 「오디오도 유료? 기계음성 아닌 ‘고퀄’ 낭독으로 승부」, 『미디어오늘』, 2022.04.02.,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241(검색일자 202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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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문화거리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거리에 관한 연구: 국가 간 광고표현을 중심으로」, 『국제지역연구』, 8(3), 2004, 3∼32.

김형지·김정환, 「우리는 왜 책을 듣는가: 오디오북 구매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탐색」,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제21권(제5호), 한국콘텐츠학회, 2021, 118~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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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99804/audiobook-listening-population-in-the-us-by-age-group/ (검색일자 20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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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ylor, Ronald E, “A six-segment message strategy wheel”, Journal of Advertising Research, 39(6), 7-17.

<인터넷사이트>

광고정보센터(www.ad.co.kr)의 TVCF

애즈어브더월드(www.adsoftheworld)

애드포럼(www.adforum.com)

토론문

토론자 : 이한나(한국외국어대학교)

해외 대표 오디오북인 아마존 오더블, 스웨덴 본사를 둔 스토리텔 그리고 국내에서는 인플루엔셜사의 윌라, 스토리텔사우스코리아를 중심으로 한 오디오북 광고 표현전략에 대한 주제발표 잘 들었습니다.

연구자께서는 오디오북이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전엔 오디오북의 특장점을 살린 정보제공형에 중심을 두었다면 이제는 브랜드(OTT)마다의 차별적 광고로 다양한 표현 소구 주제와 함께 표현전략을 쓰고 있다라고 이는 현재 30~49세 여성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매체임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또한 2019년 미국의 오디오북의 성장세가 전자책 보다 두드러졌다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지형과는 다르기에 드라이빙 문화가 저변에 깔려 있고 오디오북의 큰 장점인 멀티테스킹이 가능했기에 오디오북이라는 매체가 미주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지형도 그렇지 않을 뿐더러 독서문화가 우선 자리잡히지 않은 현 출판시장에서 실질적인 오디오북의 사용과 확대를 위해선 결국 멀티태스킹에 가장 익숙한 그리고 디지털 문화에 선두주자인 MZ세대를 위한 광고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중앙에서 일방향으로 문화를 제공받고 그것을 향유했던 매스미디어 시대 이용자라하면 현 MZ세댄 스스로가 콘텐츠를 각기 다른 플랫폼에서 선별하고 공유하는 쌍방향의 디지털 문화 가운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개별 콘텐츠 소비자에서 브랜드 소비자로의 전환을 위한 광고 전략은 무엇이 있을지 연구 주제와 연결해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우리 ‘삶터’, 콘텐츠의 매체가 될 수 있을까?

문화콘텐츠의 매체로서 ‘삶터’의 특성과 의미

이재민1)

국문초록

이 글은 우리의 지역·마을·거리와 같은 삶터가 문화콘텐츠의 매체로서 기능과 특성, 이것이 품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고찰하기 위한 시도이다. 문화콘텐츠는 문화적 소재의 가공, 이를 담는 그릇으로서 매체와 이와 체화한 무형의 결과물로 정의될 수 있다. 문화콘텐츠가 등장할 시기 매체는 주로 디지털 영역에 국한되었으나, 최근에는

공간·건축 등 다양하게 결합하여 나타나는 경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의 삶터와 체화하여 나타나는 지역문화콘텐츠의 매체로서 지역·마을·거리와 같은 공간이 품는 가치와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이를 위해 삶터를 세분화하여 사례를 적용하였으며, 세종특별자치시·칠곡군 인문학마을 어로리·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의 사례를 활용하였다. 연구결과 지역문화콘텐츠의 매체로서 우리의 삶터는 주민의 문화적 실천의 공간으로서 기능하고, 원도심의 재생을 통한 관광공간으로서 특성이 나타나면서, 지역정체성 창출과 구현 공간으로서 기능함을 밝혔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 연구의 결론으로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을 전제로 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공동체성의 회복을 도모할 수 있음을 결론으로 제시하였다.

주제어: 문화콘텐츠, 지역문화콘텐츠, 매체, 삶터, 공동체

1)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문화정책, 지역학), culture@dsi.re.kr

Ⅰ. 우리의 삶터, 콘텐츠를 담을 수 있을까?

‘콘텐츠’가 화두를 넘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 용어는 2000년대 초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설립으로 정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래로 다양한 분야의 연계·융합·결합을 통해 다채로운 결과물을 나타내 주었다. 처음에는 가요(K-POP)·드라마·영화 등 대중공연예술과 디지털 분야를 주로 의미하였지만, 최근에는 특정한 공간과 건축물, 우리 삶터인 마을과 지역과도 결합하면서 내뿜는 콘텐츠는 일상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처럼 지역·마을과 같은 우리 삶터가 다양한 일상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 우리의 마을, 지역과 같은 공간은 단순히 생업과 일상으로 점철된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스토리텔링 기법의 적용을 통해 삶을 즐기고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새로운 지역문화콘텐츠로 구현되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구현된 지역문화콘텐츠는 지역문화의 특수성을 유지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지역 발전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1)

한국사회에서 문화콘텐츠가 도입된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 이에 대한 명료한 정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학문으로서 문화콘텐츠학은 인문학의 위기에 대응방안으로 학계에 등장하여, 다양한 학교에서 학과가 생겨났으며, 학회가 출범되어 학문적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

나, 명확한 연구대상과 방법론의 부재 등으로 인해 분과학문으로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문화콘텐츠가 확장성이 매우 넓은 ‘문화’와 ‘콘텐츠’를 연구영역으로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2)

지금까지 문화콘텐츠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 진행되었으나, 이 연구에서는 콘텐츠를 “문화적 소재가 구체적으로 가공되어 매체에 체화한 무형의 결과물”이라고 했던 태지호(2014)의 논의에 주목하고자 한다. 즉, 콘텐츠는 가공된 문화적 소재와 이를 담을 그릇의 역할을 하는 매체, 여기에 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발현되는 무형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것은 콘텐츠를 담는 ‘매체’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로서 소통수단으로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3)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연구는 ‘우리 삶의 터라고 할 수 있는 ‘지역, 마을, 거리’와 같은 공간이 콘텐츠의 매체가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문화콘텐츠의 하위분야로서 지역문화콘텐츠는 위의 논의에 미루어보면 ’지역‘을 매체로 하는 문화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즉 지역을 매체로 구현되는 지역 축제·지역문화공간·지역테마거리 등이 지역문화콘텐츠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지역, 마을, 거리 등의 공간을 구별하지 않고자, ’삶터‘라는 용어을 사용하고자 한다. 삶터는 마을에서 도시까지, 지역에서 국토까지 두루 아우르

1) 이재민·김진희, 「지역문화 주제공원으로서 유교랜드 특성」, 『글로벌문화콘텐츠』 제20호,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2015, 170쪽.

2) 태지호, 「문화콘텐츠 2.0,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문화콘텐츠에서 인터콘텐츠로」, 『콘텐츠문화연구』, 제1호, 콘텐츠문화학회, 2019, 2쪽.

3) 태지호, 『공간형 콘텐츠』, 2014, 커뮤니케이션북스

는 우리말이기 때문이다.4) ’삶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문화콘텐츠의 하위분야로서는 ’지역문화콘텐츠‘ 즉, 지역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적용하고자 한다. ’삶터‘문화콘텐츠라는 단어가 아직은 어색하고, 명료한 느낌을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콘텐츠를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하는 매체로서 ‘지역’, ‘마을’, ‘거리’ 등과 같은 삶터가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삶터를 세분화하여 ‘지역’, ‘마을’, ‘거리’ 등에 해당되는 사례를 선정하여 고찰하는 다중사례연구 방법을 적용하고자 한다. 이 같은 시도를 통해 지역문화콘텐츠의 학문적 시사점과 함께 정책적 실천성을 담보한 시사점을 함께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Ⅱ. 문화콘텐츠 구성 요소로서 매체

콘텐츠의 매체로서 ‘삶터’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문화콘텐츠와 이의 하위분야로서 지역문화콘텐츠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콘텐츠는 지역을 매체로 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앞서 Ⅰ장에서 밝혔듯 문화콘텐츠의 개념을 정립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학계에서는 나름대로 학문적 논의를 지속하였다.

김기덕(2003)은 콘텐츠를 내용물로 보았으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 등 사회적 상황의 변화를 반영하는 내용물이라고 보았다. ‘내용’있으면 이에 대응하는 ‘형식’이 있어야 하는데, 활자인쇄 영상매체의 등장과 더불어 이가 논의되는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디지털 기술 등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매체에 대한 내용물인 것이다.5) 박상천(2007)은 문화콘텐츠를 “문화로서의 자격과 문화적 기능”을 포괄하며, 나아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구현되어 사람들에게 지적, 정서적 만족을 주는 창의적 가공물”로 정의하였다. 즉 그의 논의에서 콘텐츠는 매체의 다양성을 강조하였는데, 매체라는 상대 개념을 반드시 상정해야 한다고 하였다.6)

김기덕(2013)은 다른 논문에서 콘텐츠에 이어 문화콘텐츠의 개념을 정의하였는데, “문화적 내용물을 갖는 콘텐츠”, 이는 여러 층위가 있으며, “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도” 문화콘텐츠로 볼 수 있다고 논의하였다. 즉 이는 문화적 내용물도, 문화적 특성을 포함하는 산물로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7) 임대근(2014)은 학문적인 지속성과 방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문화콘텐츠의 개념이 재론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형성 중인 개념으로 보았다. 그는 문화콘텐츠가 산출하는 내용물이 기술적·산업적 결과물이라 할지라도, 인간 삶에서 발현되는 인간다움의 가치를 함의하고 있어야 하며, 인간에게 지적·심미적·오락적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논의하였다.8) 그리고 그는 매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는데, 문화콘텐츠 대중화

4) 정석, 『천천히 재생』, 2019, 메디치, 16쪽 참조.

5) 김기덕, 「콘텐츠의 개념과 인문콘텐츠」, 『인문콘텐츠』, 발간호, 인문콘텐츠학회, 2003, 7~8쪽.

6) 박상천, 「‘문화콘텐츠’ 개념 정립을 위한 시론」, 『한국언어문화』, 제33집, 한국어문화학회, 2007, 200~201쪽.

7) 김기덕, 「문화콘텐츠의 등장과 인문학의 역할」, 『인문콘텐츠』, 제28호, 인문콘텐츠학회, 2014, 19쪽.

과정에 있어서 매체의 개입은 불가피하며, 대중적이기 위해서 매체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9)

지금까지 여러 연구자가 논의한 문화콘텐츠의 개념에 대해서 검토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문화콘텐츠는 디지털, 출판, 영상 등 다양한 기술의 발달에 따른 협의적 의미와 문화적인 활동에 의한 결과가 가리키는 내용물 또는 인문주의적이며, 문화적 속성을 포함하는 내용물 등 광의적 의미로 구분 지을 수 있겠다. 이에 관해 유사한 맥락에서 김진형(2016)은 문화콘텐츠를 협의의 관점으로서 ‘디지털 내용물’, 광의의 관점으로서 ‘문화를 담은 내용물’로 분류하였으며, 광의의 관점이 협의의 관점을 포함한다고 논의하였다. 그는 매체를 들어 설명하기 보다는 콘텐츠 자체를 무엇을 담는 그릇으로 보고, 전자는 문화의 일부인 디지털만 담는 그릇으로 보았으며, 후자는 문화의 전부인 디지털과 비디지털을 모두 담았다고 하였다.10)

이에 반해 태지호(2014)의 논의는 문화콘텐츠의 개념을 지나치게 공식화하였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겠지만, 가장 명료한 논의라 할 수 있다. 그는 저서 『공간형 콘텐츠』에서 문화를 레이번드 윌리엄스가 얘기했던 ‘특정한 삶의 방식’이라는 관점을 적용했을 때, 콘텐츠와 문화콘텐츠를 동일한 개념으로 보았다. 그는 앞서도 밝혔듯이 콘텐츠를 “문화적 소재가 구체적으로 가공되어 매체에 체화한 무형의 결과물”이라고 하면서, 이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①문화적 소재의 가공, ②매체에 체화, ③무형의 결과물을 얘기하였다. 즉, 문화콘텐츠는 위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이고, 우리가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것은 ‘매체’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지금까지 문화콘텐츠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보았다. 기존 연구된 논의들에서 문화콘텐츠는 콘텐츠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 매체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았다. 김진형(2016)의 논의에서도 ‘매체, 미디어’ 따위의 표현은 없었지만, 콘텐츠 자체를 문화적 현상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보았다. 그의 언급대로 문화콘텐츠가 ①협의적 의미인 디지털 내용물만을 가리킬 수도 있고, ②광의적 의미인 문화를 담은 내용물을 의미할 수도 있다. 문화콘텐츠는 약 20여년 동안 비약적 확장과 발전을 이루었다.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의미하는 것에서 나아가 교육·예술·관광·홍보·역사·축제 등 우리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대부분 영역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연구는 콘텐츠의 ‘매체’로서 우리의 삶터라 할 수 있는 지역, 마을, 거리 등과 같은 공간의 특성을 분석하고 나아가 이것이 함의하고 있는 가치와 의미를 분석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정책이 실천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터가 지역문화콘텐츠로 구현되고 있다. 지역문화콘텐츠는 태지호의 논의에 미루어볼 때, 문화콘텐츠의 하위분야로서 ‘지역’을 매체로 하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역을 통해 눈으로 식별 가능하며, 체험과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콘텐츠의

8) 임대근, 「문화콘텐츠 개념 재론再論」, 『문화+콘텐츠』, 제4호, 2014, 18쪽

9) 임대근, 위의 논문, 19쪽.

10) 김진형, 「문화콘텐츠의 인식범위 확장과 생산·소비 메커니즘 진단」, 『인문콘텐츠』, 제42호, 인문콘텐츠학회, 2016, 155쪽 참조.

매체로서 지역·마을·거리 등의 공간을 포함하는 ‘삶터’가 가지는 특성과 그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 연구를 통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문화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확장할 수 있으며, 아울러 도시재생·마을공동체 사업·문화도시 지정 등과 같은 문화정책의 정책적 시사점을 기대할 수 있다.

Ⅲ. 문화콘텐츠 매체로서 지역

문화콘텐츠의 등장과 발전에 미디어는 매우 큰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미디어’는 TV·라디오·영화·인터넷·SNS·모바일 등이 해당하며, 한국어로 번역하면 ‘매체’로 명명할 수 있다. 매체와 미디어는 용어를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기도 하며,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11) 이의 명확한 이해를 위해 사전적인 의미를 파악해 보자. 매체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물체 또는 그런 수단”12)을 일컫는다. 미디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13) 즉 크게 의미가 구분되지 않으므로, 이 연구에서도 매체와 미디어를 동일한 맥락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인류의 역사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양혜림(2019)은 미디어의 역사를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다섯 가지로 고찰하였다. 그는 ①구두(口頭)커뮤니케이션에 의존했던 원시부족시대, ②2천 년 전의 한자나 알파벳의 발생 이후부터 시작된 문자시대, ③15세기의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의 발명 이후부터 전기 매체가 등장하기 전 시기인 인쇄시대, ④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의 전기미디어의 시대, ⑤20세기 중반 이후로 보편적으로 보급된 디지털 미디어시대, ⑥21세기 정보기술의 시대로 고찰하였다.14)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 공간은 엄청나게 확장되었고, 이것은 공간 사이를 연결하는 매체라는 교통수단의 존재를 강조하였다.15) 이처럼 매체는 각 시대적인 사회문화적 상황에 의해 그 수단이 변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화콘텐츠에서의 매체도 마찬가지이다. 문화콘텐츠가 등장할 무렵 매체는 주로 디지털기술에 의해 구현되는 콘텐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따라서 대부분 콘텐츠에 대응하는 형식과 소통으로 ‘디지털 기술’이 매체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이후 문화콘텐츠는 다양한 분야

11) 이병규, 「‘매체’와 ‘매체언어’의 개념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대안 탐색」, 『한민족 문화연구』, 한민족문화학회, 2015, 96~97쪽.

12)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 (검색일 2022.04.14.)

13)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word_no=429460&searchKeywordTo=3(검색일 2022.04.14.)

14) 양혜림, 「인문학과 디지털 미디어의 융합, 그 허(虛)와 실(實)」, 『한국문학과 예술』, 제8집, 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 2011, 60~62쪽.

15) 양혜림, 「위의 논문」, 2011, 62쪽.

와 연계·융합하는 시도가 있었고, 이에 문화콘텐츠에 대한 개념과 범위는 급속히 확장되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즉, 문화콘텐츠가 디지털·영상 등 기술의 영역이 아닌 생활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마을과 지역, 우리의 삶터를 매체로 하는 지역문화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에서 의 우리의 삶터는 실로 다양한 변화과정을 거쳤다. 196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산업화정책은 ‘신도시’와 ‘시골’이라는 형태로 고착시켰다. 이를 통해 도시의 공간은 젊은 사람들이 꿈을 안고 모이는 신도시로서 팽창하였지만, 농산어촌 형태로 대표되는 시골 공간은 인구유출의 가속화로 인해 이제는 지방이 사라진다는 소멸까지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세기 후반 교통·통신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국제화·세계화를 도래시켰고, 이는 세계를 더욱 긴밀히 연결하는 초연결사회가 등장하는 데 기초 토대가 되었다. 이후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디지털 기술은 더욱 발전하였고, 이를 통해 세계는 더욱 촘촘히 연결되었다. 이 같은 초연결사회의 등장은 물리적으로 편안함을 주었지만,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자본권력으로 인해 중소도시가 잠식되는 결과를 양산하였으며, 이 같은 과정의 소용돌이는 지역이 함의하는 문화적 특수성이 획일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콘텐츠와 삶터의 결합은 각 지자체 단위로 대개 이루어졌으며, 정책적인 움직임에 의해 실천되었다. 대표적으로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마을(지역)단위의 공동체 사업, 쇠퇴 되는 원

도심의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등이 이에 해당 될 수 있다. 최근 문재인정부에서 추진되었던 문화도시 지정사업 역시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문화도시사업은 도시만의 고유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회현상과 그 효과가 창출되어 발전·성장을 지속하는 도시 육성이 정책의 목표이기 때문이다.16)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연구는 우리의 마을, 지역, 거리 등의 삶터가 문화콘텐츠의 매체로서 기능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으며, 연구자는 긍정적인 맥락에서 이를 검토하고자 한다. 지자체 중심으로 구현되는 지역문화콘텐츠가 이를 방증하며, 그 범위는 마을, 지역, 거리 등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과 범위를 대상으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Ⅳ. 사례를 통해 본 문화콘텐츠 매체로서 ‘삶터’의 가치와 의미

1. 연구사례지 배경

이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연구사례지로 다양한 연구사례를 활용하였다. 이 연구의 주요 키워드인 ‘삶터’는 구체적인 개념과 범주를 가리키기보다는 다소 포괄적인 의미가 있다.

16)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도시 선정 및 지원방안 연구』, 2013.

따라서 삶터의 범주를 지역, 마을, 거리로 구분하였으며, 이에 따라 각각의 사례를 선정하였다. 처음으로, ‘한글사랑’이라는 도시 정체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세종특별자치시’를 선정하였다. 다음으로 할머니들이 연극하는 마을로 알려진 ‘경북 칠곡군 어로리’를 선정하였으며, 마지막으로 과거에는 싸전과 떡전으로 유명했으나,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여 쇠퇴되었지만, 김광석이라는 이야기를 입히면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의 사례를 선정하였다.

1) 한글사랑도시로서 문화적 정체성을 구현 중인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특별자치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조성된 실험과 같은 도시로서 행정수도로서 조성될 계획이었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인해 행정복합도시로서 연기군·공주시 일부·청주시 일부를 통합하여 2012년 출범한 신도시이다. 현재 도시 출범 10주년을 맞이하고 있으며, 2030년 도서 완성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지금까지의 세종시가 도시의 뼈대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였다면, 앞으로의 세종시는 문화적 정체성의 구현을 통해 안정적인 도시의 완성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세종시는 2021년 시민감동특위에서 ‘한글’을 활용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제안하였으며, 이후 한글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면서 문화적 정체성을 구현하고 있다.

2) 할머니들이 연극하는 마을로 태어난 경북 칠곡군 어로리

경북 칠곡군 어로리는 칠곡군 2006년 칠곡군 평생학습 활동을 진행했던 마을이며, 이 같은 경험이 자양분이 되어 2013년 인문학마을로서 지정되어 활동하고 있는 마을이다. 인문학 마을을 진행하면서 마을에서는 할머니들께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한글 등을 교육하기 위해 할머니연극단을 구성하였다. 매주 이틀 할머니들은 한글 교육과 함께 연극 연습에 매진하였으며, 《훨훨간다》, 《흥보네 박 터졌네》, 《거울속에 누구요》 등의 작품을 공연하였다. 이후 마을에서는 실버연극 경연대회를 비롯하여 찾아가는 문화활동 등 공연의 장을 마련하였으며, 평범했던 할머니들은 여배우로서 삶을 살고 있다. 이를 통해 마을은 할머니들이 연극하는 마을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다양한 공간형 콘텐츠 조성으로 인해 연극하는 마을이라는 정체성을 새롭게 구현하고 있다.

3) 스산했던 도심의 거리, 김광석을 입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대구 중구 원도심에 소재하는 방천시장은 해방 이후 싸전과 떡전으로 유명세를 치뤘으나,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쇠퇴되었다. 이후 신천 제방의 옹벽길은 스산해졌으며, 을씨년스러움은 더해만 갔다. 2009년 방천시장을 중심으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이 시작되었고, 다양한 사업을 통해 문화예술을 접목하기 위한 시도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김광석이 태어났던 이야기를 활용해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거리)을 조성하여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

꿈시켰다. 이후 이 거리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김광석과 그의 음악에 대한 콘텐츠를 더욱 강화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공간의 정체성을 구현하고 있다.

2. 연구사레를 통해 본 콘텐츠 매체로서 ‘삶터’의 특성과 의미

1) 주민의 문화적 실천의 공간

지역문화콘텐츠의 매체로서 ‘삶터’는 주민의 문화적 실천의 공간으로서 나타나는 특성과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칠곡군 어로리 보람할매연극단에 활동하는 할머니는 농촌마을에서 거주하는 실로 평범한 할머니들이다. 이들은 연극활동을 실천함으로써 문화적 삶의 질적 제고를 추구하고 있다. 노인연극 활동을 통해 노인들은 삶의 활력을 얻고,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가족 간 화목도 더욱 공고해졌다는 연구가 있다.17)

이재민·임지혜(2017)는 칠곡군 보람할매연극단의 사례를 통해 평생학습의 관점으로서 노인 연극활동의 의미를 고찰하였다. 이들은 농촌마을의 여성 노인들은 보람할매연극단 활동을 통해 몰랐던 관계에서 형님·동생 관계로 더욱 밀접해졌으며, 배움에 대한 열정과 성취하는 재미를 느꼈으며, 연극배우로서 인정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을 제고시켰을 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로서 소속감, 자부심에서 책임감까지 느낀다고 하였다.18)

우리 사회 노인들은 빈곤율이 높고, 대체적으로 만족감은 높지 않은 편이다. 더구나 수도권지역보다는 농촌지역이, 남성노인보다는 여성노인의 현실이 녹록지 않은 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칠곡군 어로리의 할머니들은 연극활동을 통해 정성적이며 심리적인 가치를 실천하며 노년의 삶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할머니들은 자신의 삶을 돌보기보다는 가족의 부양과 살림살이를 도맡아 했고, 늘 생업의 현장 최전선에서 가족의 삶을 돌보기 바빴다. 하지만 연극활동을 하면서 점차 가족이 아닌 나의 삶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였고, 문화적 실천 과정을 통해 삶의 질 제고를 실현하였다. 이처럼 문화적 실천은 여러 가지 사회운동과 결합하여 나타나기도 하며, 시민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하는 강력한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다.19)

이 과정에서 ‘마을’이라는 공간은 ‘연극마을’이라는 지역문화콘텐츠가 구현되는데 콘텐츠의 매체로서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마을리더와 마을구성원들은 할머니들의 연극활동을 더욱 장려하였고, 지지함으로써 그들의 만족감을 높여주었다. 이들은 콘텐츠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마을연극제를 개최하였고, 새로운 세대로의 원활한 전승과 함께 행정기관과 거버넌스를 확립하여 행정적인 지원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극 무대 등의 하드웨어적 시설을 도

17) 임경주, 연극을 통한 노인의 삶의 질에 대한 연구: 교육연극방법론을 중심으로, 2009,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석사학위논문.

18) 이재민·임지혜, 「평생학습으로서 노인 연극 활동의 의미」,, 『교육문화연구』 제23권 6호, 인하대학교 교육연구소, 2017, 633~640쪽 참조.

19) 옥은실·김영찬, 『문화적 실천으로서 사회운동의 변화: 두리반 운동을 중심으로』, 『한국언론정보학보』, 통권 63호, 한국언론정보학회, 2013, 72쪽 참조.

입함으로써 그들의 연극활동이 더욱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진행되게 하였다.20) 이처럼 마을은 지역문화콘텐츠의 매체로서 주민들의 문화적 실천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지역문화콘텐츠를 구현하기도 하고, 나아가 지역정체성의 기반으로서 작동하고 있다.

2) 원도심의 재생을 통한 관광공간

과거 거리 공간은 이동을 하거나 생업을 위한 공간으로 기능하였지만, 최근에는 문화적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의 구현을 통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창출되고 있다. 특히 최근 지자체에서는 과거의 문화적 소재를 활용하여 새롭게 가공한 결과물을 토대로 지역문화콘텐츠를 구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경제활성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재민(2019)은 이 같은 공간을 ‘자연융합형’공간으로 명명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포함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즉 이 같이 구현된 자연융합형 공간은 다양한 콘텐츠가 융합되어 나타나고, 공동체 의식의 회복을 도모하며, 도심기능의 회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21)

김광석 거리가 위치한 방천시장 역시 과거에는 싸전과 떡전으로 유명세를 치른 곳이었으나,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쇠퇴된 지역이다. 2009년부터 다양한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이 진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예술인들을 유입시켰다. 유입된 예술인들은 단순히 거주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터가 된 이 거리에 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문화적 소재로하고, 이 공간을 매체로 하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라는 지역문화콘텐츠를 탄생시켰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구현된 김광석 거리는 ‘대한민국 베스트 그 곳’, ‘열린 관광지’, ‘한국관광 100선(3회)’,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한국관광의 별 우수상’,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관광콘텐츠 분야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콘텐츠의 매체로서 ‘거리’라는 삶터는 원도심의 재생을 통한 관광공간이 생산되는 그릇으로서 작동하였음을 알 수 있다.

3) 지역정체성 창출과 구현 공간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이를 완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도시 건설의 완성이 단순히 물리적 뼈대를 구축하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 건설의 완성을 위해서는 문화적 정체성의 구현과 정립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장소감을 토대로 형성된 지역정체성이 온전히 기능할 때 비로소 도시의 완성을 이룩할 수 있다.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였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아젠다를 실천하기 위한 시도였으며, 2030년 도시 건설의 완성을 목표로 현재도 건설 중

20) 이재민, 「‘할머니 연극단’의 활동을 통한 지역문화콘텐츠 구현전략」, 『인문사회 21』, 제11권 2호, 아시아문화학술원, 2020, 1683~1687쪽 참조.

21) 이재민, 「새로운 복합문화공간 유형으로서 자연융합형 공간의 개념 및 특성」, 『글로벌문화콘텐츠』 제40호,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2019, 76~79쪽 참조.

인 신도시이다. 세종시에서는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정체성 구현에 대한 학문적 접근으로 지역학으로서 ‘세종학’ 활동을 실천하고 있으며, 시민 향유 공간으로서 한솔동 지역에 ‘한글사랑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한글사랑도시’는 세종의 최대업적인 ‘한글’창제와 관련한 것으로 도시지명과도 연유가 깊다. 2020년 세종시 시민거버넌스라 할 수 있는 시민감동특위에서 ‘한글’을 활용하자는 제안이 이루어졌으며, 행정기관에서 이를 수용하여 이에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여 이를 추진·진흥하고 있다. 행정기관에서는 안정적인 제도 추진을 위해 한글진흥조례를 마련하였으며, 전국 최초로 ‘한글진흥계’를 구성하여 교육지원과 아래에 귀속시켰다. 그리고 한글사랑도시라는 시민인식 확산을 위해 한글의 심미적 요소를 활용하여 주민센터와 같은 공공기관의 디자인으로 적용하였으며, 세종시 한솔동의 훈민길·정음길을 한글사랑거리라는 테마거리를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가기념일 행사 등 메가 이벤트를 유치함으로써 시민인식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Ⅴ. 나가는 말

이 연구는 문화콘텐츠의 하위분야라 할 수 있는 지역문화콘텐츠의 매체로서 우리의 ‘삶터’가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고찰하는 시도이다. 우선 문화콘텐츠의 개념을 통해서 문화적소재, 매체, 무형의 결과물이라는 구성요소를 도출하였으며, 문화콘텐츠의 매체로서 지역이 가지는 의미를 검토하였다. 그리고 연구의 분석을 위해서 삶터를 지역, 마을, 거리 단위로 세분화하였으며, 각각 해당되는 사례를 고찰하는 다중사례연구를 진행하였다. 지역의 단위로는 세종특별자치시, 마을의 단위로는 칠곡군 인문학마을 중 하나인 어로리, 거리 단위로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의 사례를 선정하였다.

연구결과 문화콘텐츠의 매체로서 우리의 ‘삶터’가 가지는 의미와 가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지역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주민의 문화적 실천을 담보하는 공간으로 기능함을 밝혔다. 어로리의 사례를 통해 평범했던 농촌 여성 노인들이 자아정체성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심리적이며 문화적 실천을 영위한다는 점을 밝혔다. 둘째, 원도심의 재생을 통한 관광공간으로서 가치와 의미가 있음을 밝혔다. 과거 스산했던 거리 공간이 문화콘텐츠의 매체로 기능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품은 관광공간으로 생산됨을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의 사례를 통해 구명하였다. 셋째, 지역정체성 창출과 구현 공간으로서 기능함을 밝혔다. 도시 건설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정체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으로, 세종특별자치시가 한글을 활용하여 문화적 정체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사례를 통해 지역정체성을 구현하는 공간으로 기능함을 밝혔다.

지금까지 밝힌 연구결과를 통해 아래와 같은 결론을 제시할 수 있겠다. 첫째, 콘텐츠의 매

체로서 삶터는 지역주민의 활동과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로 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지역주민이 삶터의 주인이고, 그들의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며,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전제로 할 때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이 제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콘텐츠의 매체로서 삶터는 건강하고 건전한 지역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으며, 이는 나아가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매체로서 작동할 수 있는 점이다. 지역문화콘텐츠는 당장 눈에띄는 성과보다는 문화콘텐츠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지역민들의 협력과 배려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셋째, 다른 콘텐츠와 별도로 지역문화콘텐츠의 매체인 ‘삶터’는 지역민·행정기관·전문가 기관 등의 실천과 행동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서 벗어나 스토리두잉(storydoing)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연구는 지역문화콘텐츠의 매체로서 우리의 일상공간인 ‘삶터’라는 공간이 어떤 기능을 하며, 특성을 나타내는지 나아가 어떤 가치와 의미를 함의하는지 밝히는 시도이다. 매체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학·언론정보학 등의 분야에서는 쉽게 납득하지 못할 것이지만, 실용성·융합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콘텐츠학에서는 콘텐츠의 매체로서 우리의 삶터 공간이 충분히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있다. 하지만 사례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가 부족한 점은 연구의 한계점으로 일러두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더욱 다양한 후속연구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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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 (검색일 2022.04.14.)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word_no=429460&searchKeywordTo=3 (검색일 2022.04.14.)

토론문

토론자 : 김기홍(한성대학교)

“지역, 마을, 거리 등의 공간을 포함하는 ‘삶터’”와 미디어를 연계해 논의한 이재민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레이먼드 윌리엄즈(Raymond Williams)가 떠올랐습니다. 논문에서 이재민 선생님은 1960년대의 산업화가 “‘신도시’와 ‘시골’”을 고착시켰고, 이는 도시 팽창과 시골 공간의 “인구 유출의 가속화로 인해 이제는 지방이 사라진다는 소멸까지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되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윌리엄즈는 『시골과 도시』에서 그의 주전공인 문학 텍스트 분석뿐만 아니라 역사 문헌 고찰을 통해 시골의 생활방식이 사냥꾼, 목동, 농부, 공장식 농장주 등과 같이 다양했음을 논합니다. 또, 부족 집단과 장원, 봉건 영지, 소농과 차지농에서 자치코뮨, 라티푼디움과 집단농장에서 대규모 자본주의 기업과 국영 농장까지 조직 형태 역시 다양했음을 지적합니다.

그에 의하면 도시 또한 “종류가 다양하기로는 시골 못지 않았다”고 합니다. 도시는 일국의 수도, 행정의 본부, 종교의 중심지, 시장, 항구, 무역 거점, 군대 주둔지, 공업 중심지를 모두 포함했고, 현대 세계에서 시골과 도시라는 양극단 사이에 근교 주택지, 베드타운, 판자촌, 공업단지 등 다양한 거주지가 존재함을 지적합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문화적 의미와 연계됩니다. 윌리엄즈는

“일견 단순해 보이는 마을(village) 개념조차 실제 역사에서는 외부적으로는 그 규모와 종류에 따라, 내부적으로는 거주 형태가 분산적인가 집중적인가에 따라 대단히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합니다.

책에서 그의 주장은 하나가 아니지만, 핵심은 자본주의와 산업화에 의한 ‘도시와 시골’ 구분의 왜곡된 (혹은 기만적인) 관념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에 따른 삶과 문화는 다양합니다. 그러나 그 다양함이 존중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도시와 시골’은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차이를 ‘A and B’로 일컫는 명칭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항대립된 계급 차이의 명칭입니다. A가 높고 B는 낮습니다. A는 좋고 B는 나쁩니다. ‘(그러니 솔직해 집시다)A에 살고 싶습니다. B에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말입니다. ‘서울과 지방’의 구분과 완전히 같은 맥락입니다. 어느 TV 드라마 등장인물의 자조적 대사처럼 서울은 부쳐진 달걀의 노른자이고 경기도는 흰자입니다.

윌리엄즈는 “19세기 초의 실제 영국 농촌을 돌아보면, 새로운 산업 제도가 급격하게 발전하여 예전의 생활방식에 그늘을 드리우는 장면을 참으로 쉽게 볼 수 있다”고 한탄합니다. 산업화를 먼저 겪은 영국은 도농격차와 그에 수반한 심각한 사회·경제·정치·문화·집단심리적 문제 역시 우리보다 먼저 접했습니다. 어떤 기획이건 지역과 문화의 만남은 자본이나 아이디어와 같은

외부의 빛을 그늘에 비추면 그늘이 지워지며 그곳이 환하게 빛나리라는 망상을 자제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삶과 공간 활용의 창의성이나 궁합과 같은 관계에 대한 관심, 그렇게 빚어진 생활방식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어야 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민 선생님의 ‘삶터’ 중심의 발상은 매우 반갑습니다.

이재민 선생님은 또한 지역, 마을, 거리 등의 공간과 미디어의 관계를 논하고 있습니다. 공간 미디어 개념은 아주 오래전에 확립되었습니다. 건축이 쉬운 사례입니다. ‘미디어로서의 건축’은 대학 교과목 명칭이기도 할 만큼 익숙한 개념입니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아케메네스 제국의 수도 파르사 건축 등이 자주 인용되는 사례입니다. 문화콘텐츠와도 쉽게 연계됩니다. 가령, 문화경제학자 트로스비(David Throsby)는 창조산업을 설명한 동심원 모델에서 건축이 광고, 디자인, 패션과 함께 창조산업, 즉 문화콘텐츠 산업의 대표적 연관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공간이라는 주제는 미디어 개념을 자연스럽게 소환한다고 보겠습니다.

이재민 선생님의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건설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것입니다. 연구가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생각은 되지만, 다만, 두 가지 정도 모호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설명이나 향후 연구의 방향을 듣고 싶습니다.

첫째, 논의의 학문적 위치, 즉 포지셔닝 전략 문제입니다. 이 논문은 장소와 공간을 구분한 포스트모던 공간이론에 속하지 않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미디어가 주요하게 언급되고 있으나, 기존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론에 포섭되지는 않습니다. 자본주의나 산업화의 구조적 그림자로서

의 도농격차 문제를 언급한 아글리에타(Michel Aglietta)나 던포드(Michael Dunford) 등의 조절이론과도 궤가 달라 보입니다. 사사키 마사유키 등의 ‘창조농촌’ 개념과도 다른 것 같습니다. 지역재생이 논의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마을만들기’ 류 일반적인 도시문화재생론과 유사해 보입니다만, 미디어에 대한 언급 부분에서 차이를 두고자하는 저자의 기획 의도도 엿보입니다.

이중 어느 분야에 속해야만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논자께서 문화콘텐츠학을 표방하고 계시는 한편, 이렇게 되면 문화콘텐츠학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흐릿해집니다. 논문의 주제와 방법론과 관련하여 논의하시는 바의 학문적 정체성이 다른 분야(사회학, 도시공학, 경제학 등)의 비슷한 논의와 문화콘텐츠적 의미에서 어떤 차별화가 되는지, 혹은 문화콘텐츠학 내에서 행해진 논의 중 이 주제와 맞닿아 있는 선행연구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위와 같이 제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두 번째 질문으로서, 용어와 개념으로서의 ‘미디어’가 명확하게 와닿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디어의 정의는 지금도 논의 중이긴 합니다. 굉장히 여러 가지 맥락에서 미디어가 쓰이기도 합니다. 가령 로어-라이언은 사회학자, 문화비평가, 예술비평가, 현상학파 철학자, 미술가, 정보이론가, 문자 역사가들에게 미디어가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텔레비전, 라디오, 영화, 인터넷부터 음악, 그림, 조각, 문학, 드라마, 오페라, 사진, 건축, 진흙, 청동, 오일, 음 파동, 파피루스, 필사본, 실리콘 칩 등 매우 다양하게 대답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 미디어 아닌 것이 없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글에서 ‘미디어’는 전반적으로는 ‘매개’라는 의미로서, 레토릭으로 쓰이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는 너무 일반론으로 환원될 위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 마을, 거리 등의 공간을 포함하는 ‘삶터’의 역사는 인류의 태동과 거의 함께 시작했다고 추상화하는 것이 맞을 것 같고, 사람이 사는 장소와 공간은 당연히 생존과 문화의 매개 역할을 했을 것이므로, 특별히 낯설게 살펴볼 개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논문은 또한 상식적으로 우리가 ‘미디어’라고 일컫는 전자적, 기술적 미디어를 의미하는 것도 같습니다. 문화콘텐츠와 미디어의 관계를 설명하시면서, ‘디지털 미디어’를 논하기도 하십니다. 이 논의는 또한 미디어를 ‘문화콘텐츠’와 동의어로 쓰는 듯한 뉘앙스와 연계됩니다. 그러니까, 미디어가 콘텐츠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논의도 하고 계시고, 콘텐츠가 문화를 담고 있다는 표현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가령, “문화콘텐츠가 협의적 의미인 디지털 내용물만을 가리킬 수도 있고, 광의적 의미인 문화를 담은 내용물을 의미할 수도 있다.”와 같은 표현입니다.)

이 논문 안에서 말씀하시는 ‘미디어’는 어떻게 정의되며, 그것은 어떤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는지, 또 미디어 개념을 끌어들여서 기대할 수 있는 연구 내적 성과와 기대효과는 무엇인지(왜 미디어 개념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문화콘텐츠로서 중국 애니메이션의 동시대성

<마이더우: 쿵푸소년>을 중심으로

정원대1)

국문초록

이 연구는 문화콘텐츠로서 중국 애니메이션의 동시대성을 고찰하였다. 이를 위해 <마이더우:쿵푸소년>을 주요 분석대상으로 삼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중국 애니메이션의 문화콘텐츠로서의 동시대성을 밝혔다.

먼저 문화콘텐츠의 주요 특성 중 하나인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동시대성에 근거하여 중국 애니메이션을 고찰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애니메이션이 지닌 일상의 재정의의 특성과 전통적 질서, 가치의 재편이 지닌 함의를 살펴보았다. 전통적 가치와 질서는 일상을 지배하는 주요한 특성임에 따라 현실에서 쉽게 재정의와 재인식이 이루어지기 제한된다. 전통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세계를 통해 재편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전통적 질서와 가치로 인해 타자화된 개인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새롭게 재편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중국 내부의 전통적 가치와 질서에 따라 타자화된 개인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중국의 전통적 가치와 질서는 부분적으로 사회와 국가를 유지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한 전통에 순응하지 않는 중국의 개인은 국가와 사회의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타자로 간주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분석결과 <마이더우:쿵푸소년>은 도교라는 전통적 질서와 가치로 인해 타자화된 개인을 현대적 의미에서 새롭게 인식하도록 하는 애니메이션임을 밝혔다. 중심 캐릭터는 도교라는 전통적 질서와 가치로 인해 타자로 간주지만, 이는 현대를 형성하도록 만든 기반임을 깨닫고 점차 동시대적 의미에서 새롭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이를 통해 마이더우는 미래의 과학자로 거듭나려 하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개인으로 변화한다. 이를 통해 볼 때 중국 애니메이션으로서 <마이더우:쿵푸소년>은 중국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고 재정의하는 동시대적 문화콘텐츠로서 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제어: 문화콘텐츠, 동시대성, 타자, 중국애니메이션, <마이더우:쿵푸소년>,

1)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소 초빙연구원, bendiren@naver.com

Ⅰ. 문화콘텐츠로서 중국 애니메이션

디지털 콘텐츠의 발전과 확산에 따라 동시대의 문화콘텐츠는 과거와 현대의 문화를 끊임없이 재구성하고 창조해 내고 있다. 문화콘텐츠는 활자, 인쇄물, 그림 등과 같은 일종의 전통적 텍스트의 활용으로 과거와 현재의 문화가 결합된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 동시대적 가치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는 현대적 의미와 가치를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지며, 동시에 문화적 전통과 단절의 연속된 계기 위에서 독특한 의미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문화콘텐츠의 핵심적인 특성 중 하나는 ‘동시대성(contemporaneousness)’이라 할 수 있다. “동시대성은 인류의 유구한 문화전통을 계승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움을 창조할 때 더욱 큰 의미”1)를 갖도록 하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고 동시대적 가치와 의미에 따라 형성된 대상인 셈이다.

문화콘텐츠로서 중국 애니메이션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동시대성’이 있는 디지털 영상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신서유기:몽키킹의 부활(西游记之大圣归来)>(2015), <대어해당(大魚海棠)>(2016), <소문신(小门神)>(2016), <소호법(小护法)>(2017), <나타지마동강세(哪咤之魔童降世)>(2019), <백사:연기(白蛇:緣起)>(2019), <백사2:청사겁기(白蛇2:青蛇劫起)>(2021) 등은 중국의 신화, 고전소설, 민간고사와 같은 원천서사의 각색을 통해 제작되었다. 작중 각각의 중심 캐릭터는 중국 전통문화가 지향하는 가치인 양로(養老), 인본

주의(人本主義), 불성(佛性) 등을 실천한다. 이를 통해 해당 애니메이션들에서는 중국의 종교적 사유, 민족신화, 민간고사를 통해 문화적 전통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또한 해당 애니메이션들에서는 문화적 전통과 더불어 개인의 자기 실현중심의 동시대적 가치를 제시한다. 각각의 중심 캐릭터는 개인보다는 다수 혹은 인간의 근원적 측면을 강조하는 전통문화적 가치를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심 캐릭터들은 적극적으로 전통문화를 수용하고 더불어 동시대의 한 개인적 가치에 따라 ‘자기(self)’ 실현을 한다. 중심 캐릭터들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개인으로서의 이상을 수용하여 실천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중심 캐릭터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중국만의 동시대적 가치를 드러낸다.2) 이처럼 일부 중국 애니메이션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화콘텐츠로서 ‘동시대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에 따라 이 연구에서는 전통과 현대적 가치를 동시대적 관점에서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는 <마이더우:쿵푸소년(麦兜响当当)>(2009)의 스토리텔링 분석을 통해 문화콘텐츠로서 중국 애니메이션의 동시대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중국애니메이션이 지닌 문화콘텐츠적 특성과 더불어 다양한 동시대적 가치를 밝히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이 연구에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통해 재현된 전통과 타자의 의미를 살펴본다. 전통은 현재의 질서와 가치를 만드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동시에 전통은 현대와는

1) 임대근,「문화콘텐츠 개념 재론」, 『글로컬 창의 문화연구』제4호, 글로컬창의산업연구센터, 2014, 19쪽.

2) 郎世峥, 「孙悟空大战变形金刚--分析中外动画英雄形象的文化差异」, 『大众文艺』 , 河北省群众艺术馆, 2015, 206쪽.

다른 시공간에서 형성된 질서와 가치임에 따라 과거의 유물처럼 인식될 때도 있다. 특히 중국의 전통적 가치와 질서는 인간 근원적 깨달음과 보편적 사유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현대의 개인주의와 결이 다르다고 여겨질 수 있다. 또한 전통적 가치와 질서가 현대에서도 체제유지를 위해 활용된다면, 그에 순응하지 않는 개인은 타자로 간주될 수 있다. 그렇다면 특정한 중국 애니메이션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다면 이는 문화콘텐츠로서 중국만의 특색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에 따라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전통과 타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재정의되는지 검토한, 이후 동시대의 타자화된 개인으로서 중국인의 정체성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동시대의 타자화된 개인으로서 중국인의 양상을 살펴보고 애니메이션과의 연관성을 고찰한다.

분석대상은 <마이더우:쿵푸소년>이다. <마이더우:쿵푸소년>은 전통 종교인 도교의 부흥이 발생한 현대 중국 도시와 그곳의 구성원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작중 중심 캐릭터는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발명가를 꿈꾸지만 개인의 능력부족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도교의 부흥으로 인해 도사가 된다. 중심 캐릭터는 도교의 가르침에 관심도 없고 재능 또한 뒤처져 사회적 타자와 같이 여겨진다. 중심 캐릭터는 그러한 중국의 전통과 현대라는 어쩌면 상이한 가치를 동시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자기실현으로 융화하도록 한다. <마이더우:쿵푸소년>은 현대적 시공간과 캐릭터를 통해 동시대의 중국인을 드러내는 디지털 영상

콘텐츠인 셈이다. 따라서 <마이더우:쿵푸소년>의 분석을 통해 문환콘텐츠로서 중국 애니메이션의 동시대성을 밝히고자 한다.

Ⅱ. 타자로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개인의 정체성

1. 애니메이션의 타자화된 개인

애니메이션은 일상의 재정의를 통해 타자의 정체성을 재인식하도록 도울 수 있다. 애니메이션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표현으로 나와 동일시되는 캐릭터의 재현을 통해 일상이 재정의되도록 한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는 제작자의 사유와 경험을 통해 특정한 정체성 중심의 인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함에 따라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의 재정의가 이루어지도록 돕는 셈이다. 특히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인간의 신체, 성, 인종, 역할 등과 같은 전통적인 정체성 개념을 재정의하기도 한다.3) 이는 전통적인 정체성의 개념이 다양한 인간의 모습과 개성을 한정짓고 더불어 그에 순응하는 정도에 따라 사회 구성원을 주체와 타자로 구분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의 그 자유로운 특성을 통해 해소하려 하는 셈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타자화된 개인을 새로운 관점에서 인식하도록 도움을 준다. 한 개인은

3) Paul Wells, 한창완·김세훈 옮김, 『애니마톨로지-애니메이션 이론의 이해와 적용』, 한울출판사, 2001, 311-312쪽 참조.

타자 혹은 집단의 전통적 질서로 인해 특정한 정체성으로 규정되어 제한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치 “정체성은 어떤 조건, 가령 봉건적 신분제의 극복에서는 해방적인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예속화와 열등화 작용에 결부될 때는 속박과 억압의 원천”4)이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한 개인은 개별적 존재로서 정체성이 있지만, 전통적 질서 안에서 형성된 주체와 타자로 구분되어 정해진 형상의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된다. 이는 애니메이션에서 타자화된 개인이 전통적 질서를 극복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수용하면서 정체성의 한계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나타지마동강세>는 전통과 현대의 가치를 결합하여 타자를 재인식하도록 하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중심 캐릭터인 나타는 자신을 악신으로 규정하는 전통적 관점의 운명론을 따르지 않는 문제아이자 사회 불순분자에 해당한다. 나타는 시종일관 전통적 질서를 무시하고 개인의 욕망을 실천하려 하기 때문에 소속된 마을에서 타자로 인식된다. 하지만 나타는 개인으로서 욕망 실천만을 추구하다 주변이 위험에 처하게 되고, 전통적 질서에 기반한 운명론 또한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순리임을 인식하게 된다. 그에 따라 나타는 운명론적 관점에 입각한 전통을 받아들여 소속된 마을이 평화롭게 살아가도록 돕고 주변인의 인정을 받아 개인으로서 자기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나타지마동강세>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고 타자화된 개인이 재인식되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부분적으로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상기와 같이 타자화된 개인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재인식될 수 있다. 무엇보다 문화콘텐츠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과 현대의 결합을 통한 동시대성은 애니메이션에서도 나타나는 셈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전통과 현대의 동시대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하고 재정의한다는 점에서 중국 애니메이션 또한 유사한 특성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중국 애니메이션의 문화콘텐츠로서의 특성을 고찰하고 밝히고자 한다.

2. 타자화된 개인으로서의 중국인

중국에서 전통적 질서를 따르지 않거나 거부하는 개인은 타자로 인식된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를 전후로 하여 중국에서는 유가와 도가 같은 일부 전통문화와 사상을 부흥시켜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중국은 경제적 빈부격차의 발생으로 인해 그 내부적으로 사회 불안정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사회 불안정과 경제적 불평등은 체제를 불안하게 하는 문제로 자리잡았다. 그에 따라 중국 정부는 당시의 내부적 문제의 해결과 정통성까지 제시할 수 있는 전통문화의 일부를 사회 질서유지에 활용한다. 그로 인해 전통문화는 중국 정부 차원에서 개혁개방 이후 사회

4) 오근창, 「비판이론으로서 자기분석 - 정체성이라는 쟁점」, 『문학과사회』 제34권 제2호, 문학과지성사, 2021, 353쪽.

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과 사회 구성원의 반목을 해소하기 위한 질서처럼 활용되었다. 이는 유가의 ‘(백성을) 부유하게 한 이후 가르쳐야 한다(富之敎之)’라는 경제 발전의 필요성 천명과 ‘화(和)’의 개념을 통한 조화로운 사회가 정부차원에서 주요한 요소가 되는 셈이다.5) 혹은 특정시대의 도교와 그 가치가 현대 중국에서 중요시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 맥락이 이어져 있어 전통문화로서 중요시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시기 도교는 무병장수, 우화등선을 하기 위해 인간의 욕망과 인생을 면밀히 연구하기도 하였다. 그로 인해 도사들은 현재의 광물학, 화학, 의학 등과 같은 영역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키기도 하였다. 도교의 가르침과 도사들의 행위는 결국 현대 중국에서 중요시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유사한 맥락으로 간주할 수 있다. 도교 또한 현대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주요한 통치수단으로 활용되는 대상이며, 주요한 전통적 질서로 여겨지는 것이다.6) 전통적 질서와 문화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사회체제의 유지와 안정을 하도록 하는 주요한 대상이자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중국에서의 한 개인이 전통적 질서와 문화를 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일종의 정부와 사회라는 권력주체가 세운 구분의 기준을 따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타자가 될 수 있다.

싀야핑(师亚萍)의 연구에서는 전통문화의 가치가 배양되지 않은 개인, 특히 현대의 청년을 타자처럼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 연구자에 따르면 중국의 전통문화는 인간이 스스로 반성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책임감을 기르도록 한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이 연구에서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내재화 하지 않고 개인의 자기 욕망만 달성하려는 현대의 청년이 인간으로서

부족하다고 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전통문화의 가치와 그로 인해 형성된 질서를 준수하지 않는 청년은 부족한 인간으로 치부하는 것이다.7) 이 연구에 근거해 볼 때 중국 내부에서는 전통적 가치와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청년은 일종의 개인으로서 타자로 간주되기도 함을 알 수 있다.

전통적 질서를 따르지 않거나 그 가치에만 매몰된 타자로서 개인은 일부 중국 애니메이션에서 재정의되기도 한다. 일부 중국 애니메이션에서는 이항대립적 가치를 지닌 전통과 현대를 새로운 방식으로 수용하고 융합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일부 중국 애니메이션에서는 전통적 가치와 질서 위에 현대를 접목시켜 타자화된 개인이 동시대적 사회 구성원으로 새롭게 바라보도록 한다.

예를 들면 <소문신>의 중심 캐릭터중 하나인 위레이(余磊)가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위레이는 도교에서 인간을 보호하는 문신(門神)이다. 하지만 현대화가 이루어지며 전통적 가치와 질서가 무너져 위레이는 더 이상 문신으로서 존재감을 상실한다. 위레이는 세상의 재앙을 초래하여 인간이 자신을 다시 찾도록 하고 전통적 질서가 확립되게 하려 한다. 하지만 위레이

5) 김형란, 「중국 전통문화의 현대성 고찰- 전통사상과 전통공연의 회복, 그리고 ‘官’과 ‘民’의 체계 -」,『중국인문과학』 제74집, 중국인문학회, 2020, 380-381쪽 참조.

6) 서대원, 「도교와 중국의 현대화」,『도교문화연구』제22집, 한국도교문화학회, 2005, 286, 300쪽 참조.

7) 师亚萍, 「浅析中华优秀传统文化对青年责任感的涵养作用」, 『文化学刊』 No. 7, 辽宁社会科学院, 2021, 79-80쪽.

는 현대에 적응하며 사는 인간과 다른 신들의 설득으로 전통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동시대적 문신으로 거듭난다. 이를 통해 볼 때 <소문신>은 전통적 질서와 현대적 가치를 동시대적 측면에서 새롭게 바라보도록 하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하나의 전통적 가치와 질서만 중요시하는 위레이라는 개인은 사회적으로 타자화 되었지만 현실의 극복을 통해 새롭게 재정의된다. <소문신>은 전통적 질서에만 매몰되어 있는 타자로서의 개인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하며, 나아가 전통과 현대를 동시대적 관점에서 조화롭게 융화하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전통적 질서에 순응하지 않거나 편향적인 타자화된 개인으로서 중국인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부분 재편될 수 있다. 비록 전통문화가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을 통해 현대적 가치로 새롭게 변화하고 재인식됨을 확인한 셈이다. 그에 따라 이 연구에서는 <마이더우:쿵푸소년>을 통해 다양하게 나타나는 중국 애니메이션의 문화콘텐츠로서 동시대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Ⅲ. 사회적 주체와 타자 사이의 마이더우

<마이더우:쿵푸소년>는 마이더우라는 어린 소년을 중심으로 하여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진다. 마이더우는 홍콩 도시의 한 소년으로서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며 살아간다. 하지만 마이더우는 자신의 재능과 환경적 요인이 미래의 과학자로서 성장하는 것이 힘든 상황이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마이더우는 사회와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되는 도교의 부흥운동과 영재교육 열풍으로 인해 타의로 도관에 입관하여 도사가 된다. 마이더우는 도사가 되었지만 도교에 대한 이해도와 재능부족으로 주변인에게 낙오자로 취급받는다. 그로 인해 마이더우는 도교라는 전통문화와 질서를 거부하고 낙담하게 된다. 이후 마이더우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전국 어린이 도교대회에도 나가지만 여전히 낙오자일 뿐이다. 그때 우연히 발견한 고대 유물에서 최첨단 과학기술을 확인하게 된 마이더우는 그 길로 다시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게 된다. 특히 마이더우는 고대 유물이 자신이 경시하는 도교적 가치와 질서 위에 만들어진 것을 알게된다. 그에 따라 마이더우는 현재가 도교적 전통의 토대 위에 만들어졌으며, 나아가 첨단 과학기술과 자신의 꿈과 같은 맥락에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종래에 마이더우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도교의 가치와 사유도 중요하며 개인의 자기실현을 위해 미래의 과학자로 거듭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이 잘 할 수있으며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요리사로 거듭난다. 이처럼 마이더우는 전통과 현대를 모두 이해하고 수용하여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요리사로 자기실현을 한셈이다.

[그림 1] 도사에게 질책받는 마이더우

[그림 1]과 같이 마이더우는 도교라는 전통적 질서에 따라 타의적 요인으로 인해 타자화 된다고 할 수 있다. 마이더우는 미래의 과학자가 되고 싶지만,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도교에 입관한다. 도교의 부흥운동과 영재교육 열풍은 마이더우라는 개인을 전통적 가치에 따라 순응해야 하는 질서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더하여 도관은 철저하게 도교적 목적과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으로서 재능이 없는 마이더우를 낙오자, 즉 타자로 만든다. 그로 인해 마이더우는 실상 개별적 인격을 소유하고 있지만 집단, 사회, 국가가 중요시하는 전통적 가치와 질서에 따라 타자로 규정되는 셈이다.

[그림 2] 요리사로서 자기실현을 한 마이더우

그러한 마이더우는 도교의 가치와 질서를 이해하고 현대적 차원에서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자기로서 개인으로 거듭난다. 마이더우는 우연히 발견한 유물이 과거 도교적 가치와 질서 위에서 만들어짐을 알게된다. 마이더우는 도교가 하나의 전통으로서 과거를 만들고 현재가 있도록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이더우는 자신의 재능이 없어 막연히 거부하던 도교를 현대적 측면에서 받아들이고 새롭게 인식하려 한다. 그에 따라 마이더우는 비록 도교는 전통적 질서이며, 자신은 관련한 재능이 없지만 현대가 되도록 하며 자기로서 있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전통과 현대를 모두 수용한다. 비록 마이더우는 유년시절처럼 과학자가 되지는

못하지만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동시대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 요리사가 된다. 이는 마이더우가 전통과 현대를 수용하여 동시대적 차원에서 자기를 실천하였다고 할 수 있다. 마이더우는 전통과 현대를 모두 수용하여 동시대에 양가적으로 존재하도록 하는 개인으로 거듭난 셈이다.

Ⅳ.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양가적 개인, 중국 애니메이션

작중 마이더우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양가적 개인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전통과 현대는 얼핏 이항대립적인 가치와 질서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중국 전통문화인 유교와 도교는 조화사회, 우화등선, 존양, 양로 등과 같은 인간 근원적 깨달음과 실천을 강조하기도 한다. 현대를 가로지르는 개인주의와 자기실현은 부분적으로 개별적인 인간에 국한된 가치이다. 그로 인해 전통과 현대는 개인의 입장에서 얼핏 양립불가한 가치와 질서라고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마이더우:쿵푸소년>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마이더우를 제시한다. 마이더우는 도교라는 전통문화가 과거의 유물이며, 현재의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마이더우는 도관의 입관, 도사, 도사대회를 통해 도교라는 전통이 현재의 자신과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 됨을 깨닫는다. 이는 마이더우가 자신이 지향하는 미래의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이

전통적 질서와 가치 위에 성립됨을 깨닫는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마이더우가 지향하는 미래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은 과거 자기가 알지 못하던 도교의 과학적인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현실을 깊게 탐구하고 새로움을 창조하는 현대 과학은 과거 도교처럼 동시대를 살아가고 현대가 형성되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마이더우는 도교와 과학이라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개인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마이더우:쿵푸소년>은 동시대에서 타자로 인식될 수 있는 개인을 재인식하도록 돕는 중국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더우:쿵푸소년>은 마이더우를 통해 전통적 질서가 중시되는 현대 중국 도시의 모습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전통적 질서에만 국한하여 한 개인을 타자로 만드는 동시대 중국인의 모습을 재현한다. 이는 마이더우가 도교를 직접 경험하면서 전통적 질서와 가치가 한 개인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고대 유물을 통해 도교 또한 현대의 과학적 특성과 동시대적 가치와 연결된다고 제시하는 부분은 전통문화에만 빠져 동시대를 읽지 못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마이더우:쿵푸소년>는 마이더우의 전통과 현대를 모두 아우르는 개인의 변화를 통해 동시대의 우리 혹은 중국 사회가 지녀야 하는 양가적 가치와 질서를 제시하는 셈이다.

참고문헌

Paul Wells, 한창완·김세훈 옮김, 『애니마톨로지-애니메이션 이론의 이해와 적용』, 한울출판사, 2001.

김형란, 「중국 전통문화의 현대성 고찰- 전통사상과 전통공연의 회복, 그리고 ‘官’과 ‘民’의 체계 -」,『중국인문과학』제74집, 중국인문학회, 2020.

서대원, 「도교와 중국의 현대화」,『도교문화연구』제22집, 한국도교문화학회, 2005.

오근창, 「비판이론으로서 자기분석 - 정체성이라는 쟁점」, ”문학과사회』 제34권 제2호, 문학과지성사, 2021.

임대근,「문화콘텐츠 개념 재론」, 『글로컬 창의 문화연구』제4호, 글로컬창의산업연구센터, 2014.

郭浩健, 「《西游记》和《大话西游》孙悟空形象之比较」, 『淮海工学院学报(人文社会科学版)』 , 淮海工学院, 2019.

郎世峥, 「孙悟空大战变形金刚--分析中外动画英雄形象的文化差异」, 『大众文艺』 , 河北省群众艺术馆, 2015.

师亚萍, 「浅析中华优秀传统文化对青年责任感的涵养作用」, 『文化学刊』 No. 7, 辽宁社会科学院, 2021.

토론문

토론자 : 배상준(건국대학교)

정원대 선생님의 원고 ‘문화콘텐츠로서 중국 애니메이션의 동시대성 - <마이더우: 쿵푸소년>을 중심으로’는 문화콘텐츠의 핵심적인 특징을 “동시대성”으로, 즉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각 시대의 가치를 두루 담아내는 것으로 규정하며 시작합니다. 토론자인 저는 문화콘텐츠의 동시대성이라는 정원대 선생님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모든 영상콘텐츠에서 캐릭터/인물은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이데올로기 혹은 세계관이 압축되어 투영된 의인화의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동시대성의 맥락에서 우리는 문화콘텐츠의 개념을 문화유산과의 생산적 비교를 통해 구체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유산이 과거지향적 개념으로서 그 대상을 결과론적으로 규정 내리는 특성을 가지는 반면, 문화콘텐츠는 것을 ‘현대라는 도수’가 들어가 있는 안경을 쓰고 바라본다는 관점을 내포합니다. 물론 한문을 기반으로 하는 ‘유산’(遺: 끼칠 유/産: 낳을 산; 선조가 남긴 가치 있는 물질적/정신적 전통)과 영어를 국어화시킨 ‘콘텐츠’(contents: 내용물)의 어원만을 비교해도 이 개념적 차이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 본 연구는 동시대의 타자화된 개인으로서의 중국인의 양상을 언급하고, 이것이 중국의 애니메이션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는 고찰하고 있습니다. 고전소설이나 민간고

사와 같은 원천서사의 각색을 특징으로 하는 중국 애니메이션은 중국의 전통문화가 지향하는 인본주의의 가치를 실천하는 동시에 개인의 자기실현이라는 동시대적 가치를 제시하는 중심 캐릭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각각의 캐릭터들은 전통문화를 적극 수용하는 동시에 개인적 가치에 따른 자기실현 역시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연구자가 분석해낸 서사적 근거가 흥미로운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중국만의 동시대적 가치를 드러내지 못하는 중심 캐릭터는 일단 사회적 타자로 규정된다는 것, 따라서 시대별 상이한 가치체계를 재해석하고 동시대인이라는 자아실현에 성공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연구자께서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실사 영상보다 형상화에 있어서 물리적 제약이 적기 때문에, 이렇게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개인이라는 이상형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데 적합하다는 점 또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자께서는 전통 종교인 도교가 부흥했던 중국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작품 <마이더우: 쿵푸소년>을 사례로 삼고,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발명가를 꿈꾸지만 도교의 전통과 부흥에 적합한 도인이 되는(/될 수밖에 없는) 중심 캐릭터를 분석해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 작품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학술연구의 분석사례로 제시된 애니메이션은 논문을 읽는 독자가 함께 분석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작품으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전통문화적 가치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개인의 자기실현 중심의 동시대적 가치를 구현하는(혹은 구현해야만 하는),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타자로 규정된다는 연구자의 분석내용과 관련하여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중국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동시대성이라는 관점으로 분석하는데 있어서 연구자께서는 단지 긍정적인 부분만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전통과 현대의 가치를 모두 아우르는 동시대적 인간이라는 이상향의 제시는 지나친 전체주의의 강요라는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연구자께서 도 중국에서 현대의 체제유지를 위해 활용되는 전통적 가치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개인은 타자로 규정된다는 비판적 관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전체주의의 프로파간다적 형상화를 위해 애니메이션의 중심 캐릭터에 동시대성을 - 강제적이 아니라면 - 의도적으로 입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매락에서 중국식의 이상적 인간상의 제시는 미국의 메인스트림, 즉 할리우드의 슈퍼 히어로 장르가 제시하는 전사적 유대감을 양분으로 성장하는 이상적 애국주의(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확대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형식주의자 데이비드 보드웰(David Bordwell)은 19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구조주의 기호학과 정신분석학 그리고 마르크스주의를 모체로 하여 영화의 의미작용에 내재하는 의미와 질서 그리고 정치적 혹은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이론화한 바 있는 거대 담론들이 개별 (섭)텍스트들이

지닌 미묘한 차이를 무시하고 영화의 의미작용을 통일되게 설명해내려 했던 시도 자체를 한계점으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더 이상 영상 콘텐츠와 관객의 관계를 일종의 속이는 자와 속는 자의 설정이 전제된 관계로 보지 말고, 개개인의 경험이 낳은 개별적인 의미에 큰 관심을 두자는 취지의 ‘진짜 관객’ 또는 ‘실제 캐릭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 애니메이션을 문화콘텐츠의 동시대성과는 사뭇 다른 관점에서, 즉 팍스아메리카나를 위한 전사적 유대에 못지않은 중국식 전체주의 이상향의 강요라는 관점에서 직시하자는 보다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관점에 대해서 연구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문화이론을 활용한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연구에 관한 제언

김소영1)

국문초록

바야흐로 현대사회는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문화콘텐츠의 생산·전달·향유의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수용자 혹은 향유자의 역할 변화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상, 수용자라는 용어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정도로 그들의 능동적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수용자 연구는 커뮤니케이션학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졌으나, 본고는 문화이론을 활용한 문화콘텐츠학의 융·복합적 수용자 연구 방향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활용할 문화이론은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으로 형성되는 자아의 역할을 논증한 조지 H. 미드(Goerge H. Mead)의 ‘상징적 상호작용론(symbolic interactionism)’과, 내부적 상호작용

(intra-action)으로 존재화되는 개체들의 얽힘을 강조하는 캐런 바라드(Karen Barad)의 ‘행위적 실재론(agential realism)’이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단일한 수동적 수용자에서 복수의 능동적 수용자로의 전환을 뒷받침하며, 행위적 실재론은 새로운 독립체로서 수용자의 존재론적 위상과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데 활용된다. 문화이론을 활용한 문화콘텐츠학의 질적인 수용자 연구는 문화콘텐츠를 표면적 결과물이 아닌, 한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와 시스템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연구는 ‘디지털 미디어, 문화콘텐츠, 수용자’라는 세 층위가 교차되며 간섭하는 환경을 논증하는 지식의 연쇄적 재조직인 ‘지식의 재패러다임화(reparadigmation)’, 달리 말해 ‘복잡성 학문(complexity discipline)’을 지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이론을 통한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연구가 타 학문의 그것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주제어: 문화콘텐츠학, 문화이론, 수용자, 질적 연구, 상징적 상호작용론, 행위적 실재론

1)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컬창의산업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Ⅰ. 서론

일반적으로 ‘콘텐츠(contents)’는 플랫폼에 담기는 내용물로서 미디어와 결합한 지식 정보 유통의 전체적인 체계를 뜻하며, 여기에 ‘문화’가 결합된 ‘문화콘텐츠(cultural contents)’는 특정한 내용물의 소재와 사용처가 ‘문화적’인 경우를 의미한다.1) 이를 학문으로 연구하는 문화콘텐츠학은 융합학문이자 실용학문이라는 대표적인 정체성을 지닌다. 최근에는 다양한 분과학문들이 콘텐츠라는 용어로 병합되면서, 그 영역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이로 인해 문화콘텐츠학은 이른바 ‘모든 것’의 학문이라는 복합학으로서의 강점과 더불어, 개별 분과학문과의 차별성을 획득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동시에 지닌다.

이러한 양상 가운데 문화콘텐츠학은 꾸준히 발전하면서 학문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해가고 있다. 문화콘텐츠를 아직 ‘형성 중(ongoing)’인 개념으로 보는 임대근은 문화콘텐츠학의 학문적 위상에 대해, 문화에 대한 분과학문과 상호학문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전자는 문화인류학과 사회학을 아우르며, 후자는 지역연구와 문화연구를 포괄한다. 또한 학문적으로 접근할 경우 문화산업·문화원형·융복합 연구로 나뉘며, 분과학문적 연구로부터 나아가 폭넓은 연구 대상과 연구방법을 창의적으로 접합하는 상호학문적 연구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2)

전술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문화콘텐츠학은 다양한 연구영역에 걸친 연구방법론이 활용 가

능하다. 본고는 문화이론(cultural theories)을 활용한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에 관한 질적연구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문화이론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전시, 축제, 출판 등의 전반적인 문화콘텐츠 사례를 분석할 때 대단히 유용하다. 기실 문화이론의 범주가 대단히 넓기 때문에, 문화콘텐츠를 분석하는 문화이론을 분류하는 것만도 용이치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장에서는 문화콘텐츠학과 연관된 대표적인 문화이론을 살펴보고, 이후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연구에 활용 가능한 이론과 그에 따른 연구 방향과 사례를 제시할 것이다.

바야흐로 현대사회는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문화콘텐츠의 생산·전달·향유의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수용자 혹은 향유자의 역할 변화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상, 이제는 수용자라는 용어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정도로 그들의 능동적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이러한 수용자 연구는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가장 많이 수행되었다. 그러나 본고는 문화콘텐츠학에서 수행 가능한 융·복합적 수용자 연구에 관한 제언으로서, 특히 질적인 수용자 연구에 주목한다.

이를 위하여 이강수의 저서 『수용자론』이 지향하는 사회 구조와 미디어 간 상호연관성 하의 수용자 연구와, 커뮤니케이션 주체로서의 능동적 수용자(active audience)론을 뒷받침하는 문화이론의 입장을 이어받되,3)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둘러싼 모든 요소들과의 관계에서

1) 김영순·김현 외, 『인문학과 문화콘텐츠』, 다할미디어, 2006, 79쪽.

2) 임대근, 『문화콘텐츠 연구』, 한음출판, 2021, 45-72쪽.

3) 이강수, 『수용자론』, 한올아카데미, 2001, 9쪽. 프랭크 A. 비오카(Frank A. Biocca)에 따르면 수용자의 능동성은 선택성(selectivity), 공리성 혹은 유용성(utilitarianism), 의도성(intentionality), 관여(involvement), 영향으로

부터의 부동성(imperviousness to influence)으로 나눠지며, 각 요소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중첩, 상호 보완, 상호 의존적인 특성을 지닌다. 이강수, 『수용자론』, 한올아카데미, 2001, 247-248쪽.

수용자의 역할과 위상을 조명하는 신유물론과의 접목을 시도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활용할 이론은 다음과 같다. 하나는 인간의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으로 형성되는 자아의 역할을 논증한 조지 H. 미드(Goerge H. Mead)의 ‘상징적 상호작용론(symbolic interactionism)’이며, 다른 하나는 내부적 상호작용(intra-action)으로 존재화되는 개체들의 얽힘을 강조하는 캐런 바라드(Karen Barad)의 ‘행위적 실재론(agential realism)’이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수동적 수용자에서 능동적 수용자로의 전환을 뒷받침할 것이며, 행위적 실재론은 독립체로서 수용자의 존제론적 위상과 새로운 양상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이후 전개할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문화콘텐츠학에서 활용 가능한 문화이론을 살펴보고, 양자의 연관성을 논구한다. 다음으로 문화콘텐츠학에서 수용자 연구의 필요성과 차별성을 기술하고, 전술한 이론을 통한 구체적인 연구의 방향과 사례를 제시한다. 이러한 연구내용은 급격히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문화콘텐츠 수용자의 변화에 주목하고, 문화콘텐츠학이 수행 가능한 수용자의 질적 연구 방향과 사례를 제시하기 위함이다.

Ⅱ. 문화이론과 문화콘텐츠학

문화이론은 그 범위가 대단히 광범위하며, 접근하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대중문화 분석에 활용되는 문화이론을 정리한 존 스토리(John Storey)의 『대중문화와 문화이론(Cultural Theory and Popular Culture: An Introduction)』(2018, 8th edition)은 문화주의와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하여 정신분석학과 (후기)구조주의, 계급·젠더·인종에 관한 문화이론, 그리고 포스트모더니티 이후에 등장한 포스트모더니즘과 신유물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기호학, 미디어(미)학, 사회학 등의 이론이 추가될 수 있다. 이외에도 더 많은 문화이론이 존재하지만, 본고의 논지를 반영하여 문화콘텐츠 연구에 자주 활용되는 문화이론을 정리하면 아래의 <표 1>과 같다.

[표 1] 문화콘텐츠에서 활용 가능한 주요 문화이론

문화

이론

등장

시기

주요 개념 대표 학자 주요 내용

문화콘텐츠와의

접목

문화

주의

1950

년대

말 -

1960

- 문화의 정의

및 분류

- 대량문화,

고급문화,

레이먼드

윌리엄스

매튜 아놀드

존 러스킨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와

노동자계층이

통시적 관점에서

대중문화를 새롭게

정의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 제공.

년대

민족문화,

대중문화,

대중예술 등

F. R. 리비스

형성한

새로운

문화형식에

주목.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

마르크

스주의

19세기

이후

유물론

토대/상부구조

- 이데올로기

문화산업

아우라

징후적 독해

헤게모니/유기

적 지식인

카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루이 알튀세르

테오도르

아도르노

막스

호르크하이머

발터 벤야민

안토니오

그람시

텍스트와

실천행위는

반드시

그것이

생산된

역사적

상황과의

연관 속에서

분석해야

함을 강조.

역사에 대한

다른 시각.

자본주의 중심의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

제공.

정신

분석

19세기

후반

무의식, 욕망

이드, 자아,

초자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팔루스

거울 이론

주체, (대)타자

카를 융

지그문트

프로이트

자크 라캉

문명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에 대한

억압의 산물.

성적

충동으로부터

인간의

본능을 해석.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영상콘텐츠 분석

시, 캐릭터의

내면이나 성적

이슈에 대한 독해.

(후기)

구조

주의

1900-

1930

년대

등장

1960

년대(후

기)

- 기호, 기표,

기의, - 랑그,

파롤

차연

- 담론, 권력

- 파놉티콘

페르디낭 드

소쉬르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롤랑 바르트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사물의

의미는 그

자체의

속성과

기능이 아닌,

사물들 간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입장. 종교와

영상콘텐츠

텍스트분석 시,

외연과 내포 의미

도출. 현대사회

감시도구인 디지털

파놉티콘에 대한

시각 제공.

역사의 역할

중시(후기)

젠더

/인종

19세기

이후

등장.

1960

년대부

터 2차

물결

형성

- 페미니즘

- 성/젠더

- 응시/동일시

- 오리엔탈리즘

- 백색도

로라 멀비

재키 스테이시

쥬디스 버틀러

폴 길로이

스튜어트 홀

에드워드

사이드

여성

관객이나

여성 잡지

광고. 동양에

대한 서구의

상상적

이미지.

백인/흑인,

서양인/동양

인 등의

인종차별

영화 관객으로서의

여성성 연구.

광고와 여성의

소비행태 연구.

영상콘텐츠에

나타난 동/서양

이미지 재현.

미디어

(미)학

1970

년대(독

일)

- 메시지

- 신체기관의

확장

- 기술지상주의

- 기술적 형상

- 기술적

상상력

마셜 매클루언

노르베르트

볼츠

프리드리히

키틀러

빌렘 플루서

미디어의

개념, 발전과

확장.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

디지털 미디어로

구현되는

문화콘텐츠

사례분석 전반에

활용 가능.

사회학

1930

년대

이후

- 상징적

상호작용

- 아비투스,

계급

- 자아 역할

- 공론장

일상성

신부족

조지 허버트

미드

피에르

부르디외

어빙 고프만

위르겐

하버마스

앙리 르페브르

미셸 마페졸리

사회적

상호작용.

복수의 자아.

계급주의와

다중 자아, 다중

정체성 연구.

영상콘텐츠에

나타난 사회 통제

시스템에 관한

분석. 현대

소비사회

문화콘텐츠 향유

방식 분석.

포스트

모더니

1960

년대

후반

차이/리좀

반메타서사

소비/개인주의

시뮬라시옹

질 들뢰즈

장 프랑수와

리오타르

장 보드리야르

모더니즘으로

부터탈피하려

는 서양의

사회, 문화,

예술의

총체적 경향.

모더니즘의

포스트모던 사회의

전반적인 특성,

유목민으로서의

현대인, 디지털

시각이미지의

범람, 자본주의

시대 개인의

이성중심주의

에 대한

회의.

소비행태 분석

등에 활용.

신유물

1990

년대

-

행위소/행위자

- 생기소

- 인트라-액션

브루노 라투르

제인 베넷

캐런 바라드

비인간적

요소의

주체성과

행위성.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작용

영상콘텐츠, 특히

SF영화 분석에

활용. 사이보그,

포스트휴먼 등의

담론에 적용 가능.

문화콘텐츠의 사례를 분석하는 데 이처럼 다양한 문화이론이 활용되는 까닭은, 문화콘텐츠가 문화와 연결된 모든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과 조응한다. 그러나 콘텐츠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그러하였듯, 기본적으로 문화콘텐츠는 기술이라는 요소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특히 SNS(Social Network Services), OTT(Over the Top), 메타버스(Metaverse) 등의 최근 디지털 플랫폼은 아날로그 시대 수용자의 역할과 위상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수용자의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융합학문이자 실용학문으로서의 문화콘텐츠학은 이러한 미디어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미 기술한바, 미디어에 담긴 문화적 내용물을 의미하는 문화콘텐츠의 정의에서부터 그러한 필요성이 드러난다.

그러나 문화라는 용어가 지닌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문화콘텐츠학이 반드시 동시대적인 흐름만을 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문화는 한 시대 혹은 특정 시기의 상황이나 주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그것이 절대 분절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현상이 그러하듯, 문화도 당대의 흐름과 연동되어 이전의 것을 수렴하면서 발전해간다. 마치 질베르 뒤랑(Gibert Durand)이 말한 ‘의미의 물줄기(bassin sémantique)’4)처럼, 문화는 연결되어 변화하면서도 순환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대의 문화콘텐츠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문화현상을 설명해주는 여러 문화이론의 선행적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연유로 말미암아 포스트모더니즘과 신유물론 등의 최근 담론뿐 아니라, 위의 <표 1>에 나타난 전통적 문화이론도 문화콘텐츠 사례 분석에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4) 의미의 물줄기는 여섯 단계로 나뉜다. 하나의 문화 환경 내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흐름인 ‘스며 나옴(ruissellement)’, 물줄기가 결합하여 학파를 이루고 다른 흐름과 맞서는 분수기(partage des eaux), 지류들이 합쳐져 큰 흐름을 형성하는 합류기(confluences), 물줄기를 보여주는 실제 혹은 가공인물을 만드는 ‘강의 이름(au nom du fleuve)’, 제2의 창건자이자 이론가의 시기인 연안 구획(aménagement des rives), 곡류와 변이들이 형성되어 다시 작은 줄기로 갈라지는 ‘고갈되어 델타로 남기(épuisement des deltas)’이다. Durand, Gibert, Introduction à la Mythodologie: Mythes et sociétés, Albin Michel, 1996, pp.85-86.

따라서 본 연구는 문화콘텐츠를 향유하는 수용자에 주목하여, 전통 사회학으로서의 상징적 상호작용론과 최근의 신유물론인 행위적 실재론을 교접하여, 문화콘텐츠학이 수행 가능한 수용자의 질적 연구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전자는 오랜 기간 유지해온 코기토의 전통적 자아 혹은 주체의 개념으로부터 탈피하여 사회적 관계망과 상호작용을 중시하며 자아의 개념을 확장한 이론으로, 최근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강화된 다중 자아로서의 수용자에 대한 논의를 뒷받침해준다. 후자는 페미니즘과 물리학의 주요 개념을 경유하여, 개별 주체가 다른 주체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화되는 내부적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다학제적 이론으로, 디지털 시대 독립적 개체들의 얽힌 관계를 해석하는 데 유용하다. 따라서 양자의 결합은 디지털 미디어의 범람 속에서 새롭게 규정되는 현대인의 수용자 혹은 자아에 관한 융·복합적 연구 방향을 제안하는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다.

Ⅲ.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질적 연구, 그 필요성과 차별성

주지하듯 수용자 연구는 커뮤니케이션학의 미디어 수용자 논의가 대표적이다. 일례로 초기 매스 커뮤니케이션학의 주류였던 실증주의적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수용자의 미디어 이용과 그에 따른 수용자의 인식, 태도, 행위의 변화에 주목하는 양적·질적 연구가 병행되었다.5) 수용자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처음에는 익명적인 개인의 집합체인 수동적 수용자로 여겨지다가, 1970년대 영국 중심의 문화연구에서 미디어 텍스트의 해독과 의미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생산하는 능동적 수용자의 지위가 부여되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미디어 수용의 특성을 일상생활의 맥락에서 찾는 질적 연구방법론으로서 민속지학(ethnography)적 수용자 연구가 이루어졌다.6)

본고는 이러한 미디어 연구의 방향과 수용자의 위상 변화를 고려하여, 문화콘텐츠학에서 수행 가능한 질적인 수용자 연구의 필요성을 기술하고자 한다. 아래 인용문은 비록 미디어 수용자 연구에서 다루어진 내용이지만, 이로부터 질적 수용자 연구의 장점 혹은 특성을 찾을 수 있다.

“질적인 수용자 연구는 엄격한 과학적 분석을 기초로 정확한 사실과 포괄적이고 완전한 진실을 추구한다기보다는 특정한 역사적, 문화적 입장으로 부터 현실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접근 방법이다. 질적인 수용자 연구가

5) 양적 연구는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지배적인 연구방법론으로, 실증주의적 관점을 기초로 하여 실험이나 서베이(survey)와 같은 과학적인 측정도구를 통해 변인에 대한 물리적, 통계적 통제와 절차를 거쳐 보편적인 법칙에 호소하는 연역적인 논리(deductive logic)로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론이다. 나미수, 『미디어 연구를 위한 질적 방법론』, 커뮤니케이션북스, 2012, 5-6쪽.

6) 조항제·김영찬·이기형 외, 한국언론정보학회 엮음, 『미디어 문화연구의 질적 방법론』, 컬처룩, 2015, 263-267쪽.

다른 접근 방법들과 차별화되면서 그 가치가 발견되는 지점은 사람들의 미디어 수용 행위를 고립된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문화적 실천과 관계의 맥락 속에서 구현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수용자들의 특정하고 구체적인 미디어 수용 경험뿐만 아니라 그러한 수용 경험과 그 뒤에 놓여 있는 일상 생활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미디어 수용 행위를 논의한다는 데 있다.”7)

본고에서 차용하는 문화이론인 상징적 상호작용론과 행위적 실재론의 결합은, 위의 인용문에서 명기한바, “지속적인 문화적 실천과 관계의 맥락 속에서 구현되는 것”이자 그러한 “수용 경험과 그 뒤에 놓여 있는 일상생활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미디어 수용 행위를 논의”하는 질적인 수용자 연구를 가능케 하는 이론이다. 그런데 이는 다른 학문에서도 발견되는 유사한 지점이므로, 타 학문과는 다른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연구가 지니는 필요성과 차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먼저 그러한 필요성을 기술하자면, 디지털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맞이한 디지털 미디어의 범람과 이에 따른 수용자의 위상 변화는 새로운 미디어 정경(media landscape)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현실과 가상의 다중세계를 탈경계적으로 넘나드는 ‘복수적 자아(multiple selves)’이자 ‘상호작용적 행위자(interactional agency)’로 바라보는 연구가 요청되고 있다.

따라서 단일한 학문으로는 이처럼 복잡한 미디어 환경과 수용자의 위상을 다학제적으로 논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문화콘텐츠학은 연구의 대상인 문화콘텐츠 자체가 근본적으로 융·복합적이라는 특성과 더불어, 그것의 향유 주체인 수용자도 그러한 특성 안으로 수렴되는 전제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연구는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디지털 기술과 이를 향유하는 주체인 수용자의 상호관계에 관한 다학제적·초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첨단의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되는 문화콘텐츠는 급변하고 있으며, 이를 생산·전달·향유하는 주체인 새로운 수용자 역시 복잡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중의 역할을 수행하는 다중의 자아로 변모하고 있다. 다시 말해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연구는 ‘디지털 미디어, 문화콘텐츠, 수용자’라는 세 층위가 교차되며 간섭하는 환경을 논증하는 지식의 연쇄적 재조직인 ‘지식의 재패러다임화(reparadigmation)’, 즉 복잡성 사고 토대의 ‘복잡성 학문(complexity discipline)’8)을 지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연구가 타 학문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7) 조항제·김영찬·이기형 외, 한국언론정보학회 엮음, 『미디어 문화연구의 질적 방법론』, 컬처룩, 2015, 298쪽.

8) 복잡성은 “명백한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을 경계로 정의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경계는 언제나 흐릿하고 대상을 간섭한다.”(Edgar Morin, On Complexity, Trans. by Robin Postel, Hampton Press, 2008, p.48.)고 말한 에드가 모랭(Edgar Morin)의 용어를 차용한 것으로, 이분화된 경계를 지우고 경계들 그 자체의 현상을 바라보고 인정하는 복잡성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 김소영, 「‘모든 것’의 탈경계, E. 모랭의 복잡성 패러다임으로 번역하기: <블레이드 러너>와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중심으로」, 『통일인문학』 제85집, 2021, 6쪽.

Ⅳ. 연구의 방향과 사례

1. 연구의 방향

이제 문화콘텐츠학에서 수행 가능한 질적인 수용자 연구의 방향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본고는 그러한 연구 중에서도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감안하여, 사회학과 신유물론을 경유하여 수용자의 새로운 존재론적 위상을 논의하는 질적 연구를 제안하고자 한다. 서론에서 밝힌바 활용할 문화이론은 미드의 상징적 상호작용론과 바라드의 행위적 실재론이다. 양자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인해 다중화되는 수용자의 자아라는 관점과, 그러한 수용자를 존재화시키는 행위자 간의 상호작용을 뒷받침한다. 다시 정리하면 아날로그 시대 수동적 수용자에서 디지털 시대 능동적 수용자로 전환되면서 등장하는 복수의 자아들, 그리고 그러한 자아들이 얽히면서 드러나는 새로운 상호작용에 대한 것이다. 이를 간단히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단일한 수동적 수용자) → 복수의 능동적 수용자 ↔ 내부의 상호작용적 행위자

먼저 단일한 수동적 수용자로부터 복수의 능동적 수용자를 설명해주는 미드의 상징적 상호작용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드는 자아, 즉 유기체의 행동이 그들이 속한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상징적 상호작용론(symbolic interactionism)’을 주장하였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인간 집단생활과 행동을 연구하는 이론으로, 인간이 의미나 상징의 해석을 통해 주체적 존재가 되며, 그러한 능동적인 인간이 만드는 역동적 구조가 바로 사회라고 설명한다.9) 이처럼 자아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합인 상징적 상호작용은 사회적 혹은 공동의 행동을 형성하는 주요한 수단이며, 정체성의 부분으로 연결된 개인의 자아는 다양한 층위의 현상들이며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상호작용적 자아(interactional self)’는 행동의 구체적인 연속적 사건들 속에서 타자들에게 드러나고 전시된다.10) 또한 정신은 객관적 세계에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적 현상이므로,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타인에게 행위하는 것처럼 자신에게도 행위할 수 있는 성찰적(reflexive) 능력을 지닌다.11) 즉 타자와의 상호작용을 통

9) 이강수, 『수용자론』, 한올아카데미, 2001, 259쪽.

10) N. K. Denzen, Symbolic Interactionism and Cultural Studies, Blackwell Publishers, 1992, pp.25-26.

11) 하홍규, 「조지 허버트 미드와 정신의 사회적 구성」, 『철학탐구』 제30호, 중앙철학연구소, 2011, 222쪽. 이 내용은 다음의 논문에서도 다루어졌음을 밝힌다. 김소영, 「대중문화 수용자의 탈경계적 자아 연구를 위한 이론적 탐

색」, 『인문콘텐츠』 제60호, 2021, 16-17쪽.

12) G. H. Mead, Mind, Self & Society: The Definitive Edition, Edited by C. W. Morris,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5, p. 135. 이 내용은 다음의 논문에서도 다루어졌음을 밝힌다. 김소영, 「대중문화 수용자의 탈경계적 자아 연구를 위한 이론적 탐색」, 『인문콘텐츠』 제60호, 2021, 17쪽.

13) 캐런 바라드⋅박미선, 「행위적 실재론 - 과학실천 이해에 대한 여성주의적 개입」, 『문화과학』 제57호, 문화과학사, 2009, 64쪽. 각주 12번부터 14번까지의 내용은 다음의 논문에서도 다루어졌음을 밝힌다. 김소영, 「디지털 패러다임과 문화콘텐츠 연구에 관한 제언: 디지털 매체의 인터페이스, 기술이미지, 탈경계적 개체를 중심으로」, 『글로벌문화콘텐츠』 제49호, 2021, 12쪽 참조.

14) 캐런 바라드⋅박미선, 「행위적 실재론 - 과학실천 이해에 대한 여성주의적 개입」, 『문화과학』 제57호, 문화과학사, 2009, 68쪽.

15) Karen Barad, Meeting the University Halfway: Quantum Physics and the Entanglement of Matter and Meaning, Duke University Press, 2007, p.33

해 구성되는 자아와 그것을 인식하는 또 다른 자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목적격 자아, 객체로서의 자아, 사회화된 자아인 ‘me’이며, 후자는 주격 자아, 주체로서의 자아, 역동적 자아인 ‘I’이다. 다시 말해 “I는 타인의 태도에 대한 유기체의 반응이며, me는 스스로 가정하는 타인들의 태도에 대한 조직화된 세트이다. 즉 타인들의 태도는 조직화된 me를 구성하며, 개인은 I로서 Me에 반응한다.” 미드의 자아 이론이 독창적인 이유는 이러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외면적이고 유동적인 자아로 확장시켰다는 데 있다.12)

한편 바라드의 행위적 실재론은 과학지식의 생산 및 실천에 개입하는 여성주의 인식론적 문제에 관한 이론으로, 최근의 과학기술 발전과 정치경제를 인간과 세계의 상호작용적 관점에서 접근한다.13) 그런데 행위적 실재론에 따르면 과학실천은 기본적으로 기구사용에 초점을 두지만, 그것에 국한되지 않는 복수의 물질적-담론적 장치들의 내부적 상호작용, 즉 ‘인트라-액션(intra-action)’에 의해 이루어진다.14) 이는 관찰자와 관찰대상의 인식론적 분리불가능성이나 측정의 결과에 관한 보어의 논의로부터 출발한 것이지만, 바라드는 행위자 간에 이루어지는 내부적 상호작용 요소(intra-acting components)의 존재론적 분리 불가능성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존재론적 분리 불가능성은 얽힌 행위자들의 상호적인 구성을 의미하는 인트라-액션에 의해 나타나며, 분리된 개별적 행위자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interaction)과는 다르다,15)

따라서 행위적 실재론은 개체들의 얽힘(entanglement)을 통해 내부적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실재적으로 존재화되는 과정을 중시한다. 일반적으로 주체의 존재론적 양상은 그것의 선존재가 보장된 이후 타자와의 상호작용이 일어난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행위적 실재론의 입장을 따르면, 오히려 양자의 순서가 역전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러한 상호작용이 외적으로 드러나는 상호작용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얽힌 상호작용, 달리 말해 인터렉션이 아닌 인트라-액션에 의해 존재화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 이론의 강점은 개체 혹은 독립체의 개념을 행위자로 바라보고, 각각의 행위적 주체성을 강조한다는 데 있다. 전술한 두 이론을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질적 연구의 이론적 배경으로 함께 활용하는 이유는, 위의 도표에서 보았듯 아날로그 시대 단일한 수동적 수용자의 개념에서 나아가 디지털 시대 복수의 능동적 수용자와 내부적인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행위자로의 전환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2. 연구의 사례

본 절에서는 앞서 기술한 이론으로 수행 가능한 문화콘텐츠학의 질적인 수용자 연구의 사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미드의 상징적 상호작용론의 주요 개념인 주격 자아와 목적격 자아라는 이중의 자아는 디지털 시대 복수적 자아를 지닌 수용자 연구에 활용 가능하다. 현대인은 다양한 집단에 소속되면서 다중의 정체성을 지니는데, 이러한 사회적 정체성은 복수의 자아를 형성한다. 특히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목적격 자아는,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이 일상의 공간을 연극의 앞무대에 비유하여 다른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펼치면서 형성되는 사회적 자아인 ‘공안(face)’과도 일맥상통한다.16)

이러한 논의는 최근 디지털 플랫폼의 수용자가 생산자의 역할을 수행하거나 여러 온라인 활동을 통해 분화될 경우, 디지털 독립체(digital entities)가 지니는 복수의 자아를 설명하는 데 용이하다. 일례로 유튜브 1인 게임 방송에서 수용자인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여, 집단의 스토리텔링을 구현해 나가는 경우를 들 수 있다.17) 유튜브뿐만 아니라, 최근의 디지털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수용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으며,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콘텐츠를 완성해가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로 말미암아 향후 디지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복수의 자아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 예측된다.

상기한 복수의 자아는 여러 하위의 정체성을 넘나드는 트랜스아이덴티티(trans-identity) 담론으로도 연결 가능하다. 한 개인의 대표적인 정체성은 일상의 다양한 무대를 넘나들며 사회적 역할에 따라 부여되는 복수의 정체성이 결합되어 형성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층위를 넘나드는 정체성을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트랜스아이덴티티는 기술 기반의 문화콘텐츠 수용자의 복수적 자아와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유용한 개념이다. 이는 상징적 상호작용론을 토대로 미드가 주장한 I와 Me라는 복수의 자아가 확장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바라드의 행위적 실재론을 통한 문화콘텐츠학의 수용자 질적 연구 사례는 온라인 팬덤의 독립체를 들 수 있다. 최근 팬덤의 양상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활동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는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과 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활발한 상호작용과도 맞물려 있다. 온라인 팬덤 개체들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는 데 행위적 실재론이 유용한 이유는 그들이 보여주는 개체성과 집단성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온라인 팬덤 개체는 단일한 독립체로서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며, 반드시 집단성을 지녀야만 한다. 온라인에서

16) E. Goffman, “On Face-Work, An Analysis of Ritual Elements in Social Interaction”, Psychiatry, Vol. 18, No. 3, 1955, p.213. 길혜빈·김소영, 「유튜브 1인 게임 방송의 집단 스토리텔링 - <대도서관 TV(buzzbean11)> 채널의 시청자 참여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대중서사연구』 제27권 2호, 2021, 116쪽에서 재인용.

17) 위의 사례는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길 바란다. 길혜빈·김소영, 「유튜브 1인 게임 방송의 집단 스토리텔링 - <대도서관 TV(buzzbean11)> 채널의 시청자 참여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대중서사연구』 제27권 2호, 2021, 107-143쪽 참조.

개별 독립체의 얽힌 관계를 통해 상호작용이 형성되어야만 그들이 비로소 존재화되기 때문이다. 이는 행위적 실재론이 주장하는 내부적 상호작용인 인트라-액션이 선행될 경우 각 개체가 드러난다는 관점과 대단히 유사하다.

한편 온라인 팬덤의 개체란 독립적인 단위의 팬을 지칭하지만, 행위적 실재론은 모든 외부적 요소들과의 관계를 동시에 고려한다. 이를 온라인 팬덤에 적용할 경우, 개체뿐 아니라 팬덤의 플랫폼이 지닌 특성과 여타의 조건들도 내부적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더욱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관점에서 팬덤 개체라는 수용자의 질적 연구가 수행될 수 있다. 또한 행위적 실재론의 개체는 그러한 내부적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행위자에 주목하는 이론이므로, 온라인 팬덤 개체를 행위자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달리 말하면 수용자의 위상을 수동적 수용자와 능동적 수용자를 넘어 내부적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행위자로 확장시키고, 주체와 타자라는 인간적 요소와 비인간적 요소를 존재론적 독립체로 바라보게 해준다.

Ⅴ. 결론

지금까지 본고는 문화콘텐츠학의 관점에서 디지털 시대 더욱 활발히 논의되는 수용자의 질적 연구 방향을 제안하였다. 구체적으로 미드의 상징적 상호작용론과 바라드의 행위적 실재론이라는 문화이론을 통해, 단일한 수동적 수용자로부터 복수의 능동적 수용자와 내부의 상호작용적 행위자로의 전환을 논구하였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구축되는 목적격 자아와 이를 통제하는 주격 자아라는 이중 자아에 관한 미드의 이론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활동하면 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현대인의 복수적 자아를 설명하는 토대가 된다. 또한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요소들과의 얽힘과 인트라-액션을 통해 존재화되는 개체에 주목한 바라드의 행위적 실재론은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가상공간의 새로운 행위와 존재론적 위상을 논구하는데 유용함을 보았다.

문화이론을 활용하여 문화콘텐츠를 분석하는 작업은 문화콘텐츠를 표면적 결과물이 아닌, 한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와 시스템 하에서 그것의 생산·전달·향유의 과정을 독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본고는 특히 문화콘텐츠의 향유자, 즉 수용자를 질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으로서 문화이론인 상징적 상호작용론과 행위적 실재론의 접목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연구 내용은 문화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현상과 학문의 조우한 것이다. 이처럼 복잡성 학문으로서의 문화콘텐츠학이 다양한 문화이론을 통해 통합적으로 연구되어야 하는 까닭은, 문화 그 자체가 지닌 또 다른 복잡성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콘텐츠란 무엇인가? 양자의 질문이 완벽히 해결될 수는 없을지라도, 문화이론을 통해 문화콘텐츠학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찾아나가는 것이야말로, 그 답변을 향한 유의미한 학문적 여정이 아니겠는가.

참고문헌

길혜빈·김소영, 「유튜브 1인 게임 방송의 집단 스토리텔링 - <대도서관 TV(buzzbean11)> 채널의 시청자 참여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대중서사연구』 제27권 2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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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토론자 : 고민정(상명대학교)

김소영 선생님의 <문화이론을 활용한 문화콘텐츠학 수용자 연구>는 현 시점에서 의미있는 연구 주제라고 봅니다. 문화이론과 문화콘텐츠의 분리와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 줌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학에서 주로 활용하는 수용자 이론을 소환한 점은 재치있고 시사점도 많다고 봅니다. 김소영 선생님께서 짧은 발표 시간동안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질문을 통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듯 합니다. 김소영 샘의 글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 과 흥미로웠던 점을 질문해 보겠습니다.

1. 조지 허버트 미드(Goerge H. Mead)의 ‘상징적 상호작용론(symbolic interactionis m)’과, 내부적 상호작용 (intra-action), 캐런 바라드(Karen Barad)의 ‘행위적 실재론(agential realism)’을 언급했는데, 이들 이론은 사회심리학 또는 사회문화학 분야로 문화콘텐츠와 접점이 희미해 보이는데 어떠한 연관성을 발견해서 문화콘텐츠학 수용자 연구와 연결

해는지 보충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2. 문화콘텐츠학 수용자와 문화콘텐츠 수용자는 다르다고 봅니다. 하지만 논의 흐름을 보면 이 부분의 경계가 애매한 부분과 혼용해 사용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문화콘텐츠학이라하면 연구자에 방점이 있다고 보는데 좀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더불어 선생님께서 다루고 있는 연구의 범위가 근간을 이루는 이론은 사회학/심리학/철학/미디어 등 방대한데, 케뮤니케이션학 중심의 수용자를 차용한 점은 잘 매칭이 되지 않고 사전적 의미로만 읽힙니다. 이 부분도 추가 설명 부탁드립니다.

3. 연구 사례에서 트랜스아이덴티티에 관한 언급이 있는데,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다나 이번 연구 사례와 연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저도 한국외대 임대근 선생님과 외대 연구자 분들이 트랜스아이덴티티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어 그 트렌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서사나 캐릭터 등을 분석할 때는 매우 유용하다고 판단되지만, 본 연구와 연결성은 다르다고 판단했는데, 트랜스아이덴티티 담론과 연결성을 보충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선생님의 글이 방대한 분야를 거론하고 많은 이론을 언급해 글을 쫒아가기도 바쁠 정도로 어렵지만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연구가 큰 빛을 보시길 축원하면서 토론자를 맡아 영광이었습니다.

우키요에의 인지도를 활용한 한일 풍속화 공동 전시 콘텐츠 고찰

강준수1)

국문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우키요에(浮世繪)가 다양한 대중들에게 제시할 수 있었던 기능과 의미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이다. 우키요에는 이상적인 세계, 과거, 그리고 미래의 묘사보다는 현실 묘사에 초점을 맞추는 회화이다. 우키요에는 목판화를 통한 대량생산 체제를 토대로 일반 서민들에게 긴밀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대량생산체제는 대중들이 쉽게 우키요에를 구매 및 감상 기회를 제공하였다. 일반적으로 예술작품은 특권계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우키요에는 특권계층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도 즐길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 발전하였다. 우키요에는 일본의 독자적인 회화 기법으로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적인 풍속이나 관심 사항들

을 주제로 채택하였다. 우키요에가 지닌 특징은 목판화를 활용한 대량복제와 대량생산, 저렴한 가격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원초적 욕망의 묘사, 대중성, 유희성, 그리고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들 수 있다.

일본의 우키요에가 고통스러운 현실의 긍정성을 확보하는 기능이 있는 것처럼, 한국의 조선 시대 풍속화도 현실의 긍정성을 회복하는 기능을 지녔다. 전자가 세계적인 인기와 유행을 얻으면서 서양의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후자는 상대적 인지도가 떨어진다. 지역의 차별적 특성이 가미된 문화상품이 경쟁력을 지닌 세계화 시대에 한국의 풍속화와 일본의 우키요에는 독창적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우키요에가 지닌 인지도를 활용하여 양국의 풍속화를 박람회 개최 및 전시관의 공동 전시를 통해서 활발한 문화교류, 인지도 상승, 관광 소비자들의 수요 충족,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주제어: 우키요에、대량생산체제、대중성, 유희성、조선 풍속화, 공동 전시

1) 안양대학교 관광학과, kangminsk@anyang.ac.kr

Ⅰ. 서론

일본의 역사상 정치, 사회, 그리고 문화의 측면에서 독특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는 안정적인 평화가 유지되면서 상공업과 문화가 융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에도시대는 도시 성장, 상공업 발달, 그리고 경제적인 성장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경제적인 안정을 구가하는 과정에서 예술문화가 발전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고, 우키요에(浮世繪)라고 하는 일본의 독특한 예술문화가 발전될 수 있었다.

물론 우키요에가 에도시대에 갑작스럽게 등장했다기보다는 11세기 중엽 고전문학에서 유행했던 삽화의 형태에서 기원한 것이다. 18세기에 서양에서는 식민지 쟁탈전과 산업혁명으로 상공업이 발전되는 상황이었다. 서양은 18세기의 격동적 분위기를 토대로 미술 분야에 있어서 현대 미술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서양의 예술가들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유럽 바깥세상의 낯설고 새로운 정서 및 감수성을 적용하여 독창적 예술을 추구하고자 했다. 19세기 유럽의 미술은 전환기적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867년에 런던에서 개최되었던 만국박람회(萬國博覽會)와 1867년의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는 새로운 지역의 문화를 유럽인들이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다.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이전에는 일본 도자기의 유럽 수출 당시 포장지로 활용되었던 우키요에는 전환점을 맞는 계

기가 되었다. 당시 만국박람회에서 일본의 다양한 문화들이 소개되었고, 우키요에가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서양은 일본의 다양한 문화에 관한 관심을 자포니즘(Japonisme)의 형태로 표출하였다. 프랑스 파리 시내는 일본의 미술품 판매가 이루어지는 상점들이 등장했다.1)

일본의 우키요에가 신선한 충격과 영향력을 끼쳤던 19세기의 대표적 서양 예술가는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그리고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등을 들 수 있다.2)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했던 고흐는 우키요에를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3) 고흐는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생각이 정리된 서간도 남겼다.4) 고흐는 수백 장에 달하는 우키요에를 보유하고 있었을 만큼 일본의 회화에 관심이 많았다.5) 당시 원근과 명암이 활용되는 입체적 기법을 활용했던 서양과 달리 일본의 우키요에는 평졈적 특징, 외곽선의 단순함, 그리고 칼자국의 과감성을 서양화가들에게 제시하였다.6)

풍속화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 풍습, 그리고 시대적 분위기를 담아낸다. 풍속화에

1) Wichmann, Siegfried, Japonisme, Thames & Hudson, 1999, 341쪽.

2) 안휘준, 『한국회화사』, 일지사, 1980, 149쪽.

3) 선드, 주디, 『고흐』, 남경태 역, 한길아트, 2004, 159쪽.

4) 박홍규, 『내 친구 빈센트』, 조합공동체 소나무, 1987, 309쪽.

5) 박정자, 『마네 그림에서 찾은 13개 퍼즐조각-푸코, 바타이유, 프리드의 마네론 읽기』, 도서풀판 기파랑, 2009, 204쪽.

6) 이연식,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아트북스, 2009, 14쪽.

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생활상들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낸다.7) 우리나라는 조선 후기에 풍속화가 발전되었고, 일본은 에도시대에 목판화로 이루어진 우키요에(浮世繪)라는 풍속화가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풍속화는 광의적 개념과 협의적 개념으로 구분된다. 광의적 개념의 풍속화는 인간이 수행하는 다양한 행사 및 왕실이나 궁중의 의례와 관련이 있고, 협의적 개념의 풍속화는 서민들의 다양한 생활 모습들을 묘사한 것이다.8) 우키요에 화가들은 이상적인 추상적 모습보다는 현실에 초점이 맞추어진 화풍을 지녔기에 시대 흐름 파악의 예리성, 유행 민감성, 그리고 다양한 호기심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풍속화는 인간 삶의 다양한 표현 방식과 모습이 담겨 있다.9)

에도 지역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우키요에가 지닌 화려함이나 미적인 감각에 매료되었다.10) 우키요에는 여색(女色)과 관련된 그림들이 대세를 이루면서 춘화(春畫)라고 불린다. 우키요에가 묘사했던 적나라함은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상상력 자극은 춘화 속에서 몰래 여인의 모습을 훔쳐보는 관음증적인 표현을 통해서 비롯된다.11)

물론 10세기 초반의 우키요에는 자연을 주제로 계절 변화나 자연의 대상들을 소재로 하였다.12) 서양의 예술가들이 우키요에를 주목하게 된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자연을 소재로

한 풍경화였다. 자연을 주제로 한 미술이 드물었던 서양에서 예술가들은 우키요에서 나타나는 원근법과 색채 기법을 실제로 적용하였다.13)

19세기 유럽 문물이 세상의 중심을 이루던 시기에 우키요에는 유럽인들이 다양하고 색다른 문물의 존재가 있음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에 가치가 있다. 당시에 유럽에 소개된 우키요에는 비유럽인 동양의 일본이라는 문화와 예술의 독특한 감성을 유럽인들에게 인식시켰기 때문이다.

시대적 흐름이나 유행을 주도하고자 했던 우키요에 화가들은 1859년 미국과 통상조약을 체결한 이후 서구식 문물을 판화 작품에 투영했다. 이러한 서구식 문물과 함께 들어온 사진과 인쇄술은 우키요에 판화의 입지를 흔들리게 했다. 그리고 메이지 신정부를 기점으로 우키요에는 일상의 정보전달 기능을 근대적 형태의 신문과 결합한 신분니시키에(新聞錦絵)로 변화를 모색했다.

‘신문 우키요에’라고 할 수 있는 신분니시키에는 자극적 내용, 기이한 이야기, 그리고 살인사건 등을 우키요에로 묘사하면서 글을 담아내는 형태였다.14) 그러나 서구 문물의 하나인 인쇄술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쇠퇴의 길을 걷는다. 1868년 에도가 도쿄로 명칭이 전환되면

7) 이동주, 『한국회화소사』, 서문당, 1982, 243쪽.

8) 안휘준, 『한국회화의 전통』, 문예출판사, 1998, 139쪽.

9) 정병모, 『한국의 풍속화』, 한길아트, 2000, 24쪽.

10) 이연식, 2009, 위의 책, 22쪽.

11) 이연식, 2009, 앞의 책, 116쪽.

12) 준이치, 오쿠보, 『우키요에』, 에이케이켜뮤니케이션즈, 2021, 79쪽.

13) 테루카즈, 아키야마, 『일본회화사』, 이성미 역, 예경, 2004, 10쪽.

14) 테루카즈, 아키야마, 2004, 앞의 책, 15쪽.

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처럼, 에도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우키요에는 현대사회에서 조금씩 퇴색되어가고 있는 분위기이다.15)

우키요에 관련 선행연구로는 타시나가 슈우지,16) 김승연·신지연,17) 차서윤·노미선,18) 강태웅,19) 손정아,20) 그리고 이미림21) 등이 있다. 먼저 타시나가 슈우지(1994)는 일본 미술이 지닌 풍부한 색채, 형태 처리의 능숙함, 그리고 효과처리 수단의 단순함이라고 하는 특성은 서양 회화에 다양한 영감과 영향력을 제공하면서 동서양의 융합 과정으로 이끌었음을 제시하고 있다.

김승연·신지연(2014)은 우키요에 판화를 일본 대중미술 판화의 시초로 인식하면서 현재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 현대판화의 역사적 발생과정, 배경, 그리고 국제적 위상을 살피고 있다. 차서윤·노미선(2018)은 일본의 집단주의적 문화와 우키요에를 연계하면서 우키요에를 통해 표현되는 시각적 측면을 도출시키고 있다.

강태웅(2019)은 서양 사회에 자포니즘을 발생시킬 정도로 인기였던 우키요에가 정작 일본 사회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는 우키요에가 현대사

회에 이르러 주목을 받으면서 지나치게 왜곡된 자부심이나 일본의 우수성에 집착에 대한 위험성을 논의하면서 자포니즘을 서양 문물과의 상호교류 차원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인식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손정아(2019)는 우키요에를 가장 대중적인 시각 미디어로 평가하면서 우키요에를 통해서 미디어리터러시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고찰을 수행한다. 이미림(2020)은 우키요에가 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예술작품이란 측면에서 예술작품이 아닌 공예품으로 인식되는 평가절하된 측면을 제시하면서 좀 더 적극적인 서양 문물과의 교류 및 융합을 통해서 우키요에의 쇠퇴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논의를 수행한다.

선행연구들은 대체로 우키요에를 통해서 일본의 독특한 문화 현상을 이해하려는 측면에서 논의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본 연구가 선행연구들과 지닌 차별성은 우키요에가 지닌 기능과 시대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타시나가 슈우지(1994)는 일본의 미술이 지닌 풍부한 색채, 형태 처리의 능숙함, 그리고 효과처리 수단의 단순함이라고 하는 특성은 서양 회화에 다양한 영감과 영향력을 제공

15) 게이지, 야마구치, 『일본근세의 쇄국과 개국』, 김현역 역, 혜안, 2001, 320쪽.

16) 슈우지, 타시나가,「동양과 서양의 만남-일본회화와 서양회화에서 재현의 문제」, 김영나 역 『서양미술사학회논문집』제6집, 서양미술사학회, 1994, 259-273쪽.

17) 김승연·신지연,「세계 현대 판화속의 일본 현대판화의 국제성 연구」,『만화에니매이션연구』37,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2014, 413-437쪽.

18) 차서윤·노미선,「우키요에 풍속화에 나타난 집단주의 문화 표현연구」,『기초조형학연구』 19권 1호, 한국기초조형학회, 2018, 523-537쪽.

19) 강태웅,「우키요에 붐과 21세기 자포니슴」,『일본비평』 11권 1호,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2019, 78-99쪽.

20) 손정아,「일본 미디어리터러시의 가능성으로서 우키요에(浮世絵) 내셔널리즘 표상 고찰」,『비교일본학』 47권 1호, 한양대학교 일본학국제비교연구소, 2019, 29-174쪽.

21) 이미림,「사회심리로 본 우키요에의 쇠퇴와 부흥」,『일본문화연구』 76호, 동아시아 일본학회, 2020, 199-215쪽.

하면서 동서양의 융합 과정으로 이끌었음을 제시하고 있다. 김승연·신지연(2014)은 우키요에 판화를 일본 대중미술 판화의 시초로 인식하면서 현재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현대판화의 역사적 발생과정, 배경, 그리고 국제적 위상을 살피고 있다.

본 연구가 우키요에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것이 예술작품으로서 지닌 차별적인 가치와 특징에서 비롯된다. 과거 예술은 특권계층이 누렸던 문화 양식이었던 것과 달리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우키요에는 다른 예술작품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따라서 본 연구는 우키요에가 에도시대의 특권계층을 넘어서 대중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었던 배경, 기능, 그리고 역사적인 가치 등에 대한 논의를 수행하면서 일본의 정체성을 구현할 수 있는 우키요에와 한국의 조선 시대 풍속화를 공동으로 전시할 수 있는 박람회 및 전시 기회를 통해서 문화관광 콘텐츠 상품과 한국의 풍속화 이미지 및 홍보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Ⅱ. 우키요에의 출현 배경

1600년 도쿠가와 이에야쓰(德川家康)는 세키가하라(関ヶ原) 전투에서 이시다 미츠나리(石田三成)를 격파하고, 일본 전역을 평정하면서 현재의 도쿄(東京)인 에도에 막부를 설치하여 메이지 시대의 시작 직전인 1867년까지 평화를 구가했던 에도시대를 개막했다.22) 당시 도쿠가와는 다이묘라고 불리는 봉건 군주들에 대한 지속적 감시 체제로서 주기적 에도 방문이라는 참근 교대 제도를 실시하였다.23)

이러한 제도는 에도를 방문한 다이묘들의 가족들을 관사에 인질로 확보하면서 반란에 대한 원천적 봉쇄 수단이었다. 에도시대는 무사를 기점으로 농민, 직인(職人), 그리고 상인으로 구성된 철저한 신분제도가 이루어졌음에도 무사 아래 계층은 상하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24) 오랜 평화가 유지되었던 도쿠가와 시대는 산업 및 무역의 발달로 도시의 형성과 상인 계급의 활약이 두드러진 시기였다.25) 상인들의 부상은 경제적 지원이 필요했던 다이묘나 무사 계급들이 경제력이 있는 상인의 딸과 경제적 목적의 결혼도 감행하게 하는 상황이었다.26)

당시 에도는 막부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 노동자나 기술자들을 대거 유입시킨 계획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상인들의 득세가 성행했던 에도에서 발전했던 우키요에(浮世繪)는 에도시대 초기와 메이지 시대의 초기까지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서민 회화로서 도시에 거주했던 상인이나 장인을 일컬었던 초닌(町人) 문화라고 할 수 있다.27)

22) 김영모, 『에도시대 서민 풍속사』, 시와문화사, 2016, 31쪽.

23) 라이샤워, 에드윈, 『일본사』, 조윤수·성은영 역, 탐구당, 1986, 49쪽.

24) 바쇼, 마쓰오·부손, 요사·잇사 외,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 시절』, 김향 역, 다비치, 2006, 20쪽.

25) 라이샤워, 에드윈(1986), 앞의 책, p.49

26) 구스, 크리스틴, 『에도시대의 일본미술』, 예경, 2004, 15쪽.

우키요에는 9세기 무렵부터 중국회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회화 기법이 발현된 결과물이다.28) 우키요에는 에도시대 유흥가를 토대로 일본인들의 감각이나 정서에 맞는 미술, 문학,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발전이 이루어진 토대에서 성장했다. 에도시대 초반 우키요에는 귀족의 여인이 중심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녀, 가부키 배우, 그리고 일상의 여인으로 대체되었다.29)

우키요에의 문헌상 첫 등장은 에도시대의 텐와 2년 이하라 사이카쿠 소설인 『고쇼쿠이치이다이오토코(好色一代男)』 7권에 기록된 내용이었다.30) 우키요에 창시자는 히시카와 모로노부(菱川師宣)이.31) 우키요(浮世)는 괴로움과 힘든 삶의 고통에 굴하지 않고,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즐기면서 현실의 삶을 긍정적 자세로 임하자는 개념이 내포되었다.32) 우키요에가 주요 소재로 삼는 대상이 유녀 또는 게이샤를 대상으로 미인도나 가부키 배우란 점은 이상적 세계, 과거 그리고 미래가 아닌 현실에 토대를 둔 것임을 알 수 있다.

우키요에의 소재로 활용된 대상들이 유곽의 유녀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된다. 에도시대는 쇼진아케(精進明け)라는 유락 풍습이 존재했었다.33) 쇼진(精進)은 세속적 생활을 벗어버리고 불도에 정진하는 것을 의미하고, 아케(明け)는 수행과정의 완료

와 함께 일반적인 생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종교적 단어이다.34) 당시 유곽은 막부를 통해서 합법적인 인정을 받으면서 대중적인 유행을 하였다. 오늘날의 연예인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었던 유녀들이 묘사된 우키요에는 저렴한 형태의 판화로 제작되면서 유행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었다.

유명한 사원이나 신사에는 다양한 참배객을 맞이하였고, 상공업자들이 포진한 주변 지역에서 고단한 삶의 휴식을 취하기 위한 유곽의 형성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35) 우키요에이 탄생 배경을 두고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유곽이나 가부키 같이 향략적 풍속을 묘사했던 ‘간에이(寬永) 풍속화’를 모태라고 인식한다.36) 그리고 17세기 중반 기녀나 와카슈(若衆)가 묘사되었던 육필화(肉筆畵)인 ‘간분미인도’는 우키요에가 탄생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연결고리로 인식된다.37)

에도시대 서민들의 유희 장소였던 유곽이나 가부키 극장은 단순히 성적 욕구만을 해소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실적 고통의 완화와 미적 감각의 체험 공간이었다.38) 유곽의 유녀들 가

27) 다다시, 고바야시, 『우키요에의 미』, 이세경 역, 이다미디어, 2004, 22쪽.

28) 다다시, 고바야시, 2004, 위의 책, 14쪽.

29) 구스, 크리스틴, 2004, 위의 책, 14쪽.

30) 테루카즈, 아키야마, 2004, 위의 책, 212쪽.

31) 김병두, 『풍속화 속의 에도』, 동일출판사, 2005, 109쪽.

32) 김병두, 2005, 앞의 책, 110쪽.

33) 김애경,『우키요에 풍경 속에 담긴 숨은 그림: 기호와 사상』 지식과교양, 2021, 141쪽.

34) 김애경, 2021, 위의 책, 142쪽.

35) 김정미,「일본화투(花鬪) 도안과 사계」,『일본근대학연구』62집, 한국근대일본학회, 2018, 303쪽.

36) 준이치, 오쿠보, 2021, 위의 책, 12쪽.

37) 준이치, 오쿠보, 2021, 앞의 책, 12쪽.

38) 구스, 크리스틴, 2004, 위의 책, 18쪽.

운데는 시, 회화, 서예, 그리고 음악 등의 분야에서 예능적 감각을 지니기도 하였다.39) 에도시대 우키요에의 발달 요인 가운데 하나는 문자 보급과 인쇄 기술의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40)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목판 인쇄술의 발달은 저렴한 가격의 우키요에 판매를 가능하게 하면서 서민들이 쉽게 구매하고 즐길 수 있는 유희 대상이 될 수 있었다.41)

우키요에가 지닌 가치는 특권계층 중심의 예술작품 감상이 서민들로 확장되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키요에는 특권계층에 한정되지 않고, 당대의 풍속을 소재로 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우키요에는 계급 갈등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만이나 현실적 비판의식을 작품에 투영시키면서 서민들의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했다.

Ⅲ. 우키요에의 기능 및 역할

우키요에는 단순한 회화 양식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일상의 매체 기능도 수행하였다. 일반적으로 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미술이 유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볼 때, 에도시대 서민 중심의 미술 유행은 시대적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우키요에의 주요 소재는 소박, 서정, 익숙, 그리고 해학(諧謔)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해학은 상위 측면에서 상대방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풍자(諷刺)와 연계성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방과의 대립보다는 사랑과 포용의 측면에서 차별성을 갖는다.42) 해학의 기본은 감정적

흥분 조절, 재치, 그리고 익살로 표현된다.43) 해학의 속성은 슬픔과 고통의 과정에서 위로와 즐거움을 제공해주는 속성이 있다. 해학의 가치는 긍정적 태도 수용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서민들은 우키요에를 통해서 현실의 불만족을 해소할 수 있었다. 서민들은 우키요에에서 묘사되는 다양한 상상력의 세계를 통해서 현실의 시름을 잊고 해방감을 경험하면서 부정적 감성을 긍정적인 자세로 전환할 수 있었다.44) 우키요에는 해학적 기법을 통해서 이상적인 것을 현실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상징 기법으로 묘사된다. 우키요에 미인도에서 화려하고 세련된 인물들의 고독감 묘사는 역설적 상징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키요에는 미학적 감각을 토대로 배우와 기녀(妓女)를 묘사했다.45) 우키요에는 유곽과 가부키 극장 거리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에도시대에 발생한 새로운 형태의 미술로서 일본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독창적 풍속화이다.46)

39) 바쇼, 마쓰오·부손, 요사·잇사 외, 2006, 앞의 책, 25쪽.

40) 이연식, 2009, 위의 책, 12쪽.

41) 준이치, 오쿠보, 2021, 위의 책, 13쪽.

42) 신윤상, 『한국의 유모어』, 영진사, 1963, 29쪽.

43) 프로이드, 지그문트, 『프로이드 예술미학 분석』, 김영종 역, 글벗사, 1995, 10쪽.

44) 강준수, 「일본 마츠리를 통해 본 지역 정체성 개발 전략 고찰: 삿포로 눈축제를 중심으로」, 『일본근대학연구』 73집, 한국근대일본학회, 2021, 322쪽.

45) 강덕희, 『일본미술사』 지식산업사, 1988, 179쪽.

46) 다다시, 고바야시, 2004, 위의 책, 14쪽.

우키요에의 특징은 목판화를 토대로 한 대량복제와 대량생산, 가격의 저렴, 인간 욕망의 분출, 서민성, 그리고 유희성(遊戱性)을 토대로 현실의 긍정성을 제시해주었다는 점이다. 우키요에가 지닌 유희성은 단순히 오락과 유흥에 한정되지 않고, 긍정적 사고를 지향하는 안정적 정신상태 유지와 연관된다.47) 중세 이전의 ‘우키요’(憂世)라는 개념은 근심에 찬 세상의 의미였지만 근세에 들어와서 ‘우키요’(浮世)는 ‘덧없는 세상’의 의미로서 긍정적 측면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전환되었다.48)

‘우키요에’라는 용어는 향락, 현세의 즐거움, 화려함의 추구, 성애(性愛), 그리고 호색(好色)과 같은 이미지와 연계될 수 있다.49) 우키요에의 유희적 이미지가 부정적인 측면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그것은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양상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쾌락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작과 끝이기 때문이다.50) ‘카르페 디엠’은 쾌락의 결과적 측면이 아니라, 쾌락의 과정이나 방법의 중요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51) 우키요에의 유희성은 단순한 쾌락이기보다는 현실적 삶의 소중함이 강조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우키요에가 지닌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의 [표 1]과 같다.

[표 1] 우키요에 특징

순서 개념 의미

1 대량생산 목판화 기법을 활용한 대량생산 체제

2 저렴한 가격 대량생산으로 인한 저렴한 구매 가격

3 서민 적나라한 현실 묘사로 서민들의 공감대 확보

4 유희 서민들의 놀이나 오락 활동 제시

5 현실의 긍정성 고통스러운 삶의 현실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긍정성 제시

우키요에는 일상의 풍경을 소재로 익숙한 현실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그리고 화려함을 갖춘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묘사가 이루어진 미인도는 서민들에게 미적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에도시대 서민들에게 우키요에는 시대의 일상을 입체적으로 관조할 수 있게 하는 현대적 미디어 기능을 수행한 것이다. 따라서 당시 우키요에는 서민들에게 현대적 개념의 연예인 사진과 같은 역할을 했다.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은 육필화로 제작된 미인도를 구매했고, 서민

47) 양희석, 『예술철학(上)』, 자유문고, 1988, 40쪽.

48) 준이치, 오쿠보, 2021, 앞의 책, 11쪽.

49) 테루카즈, 아키야마, 2004, 위의 책, 210쪽.

50) 이진남,「에피쿠로스의 욕망과 쾌락: 인간 중심의 윤리」,『인문사회과학연구』 13권 1호,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 연구소, 2012, 186쪽.

51) 블룸버그, 존, 『카르페 디엠』, 박산호 역, 토네이도, 2007, 264쪽.

들은 판화 형태의 저렴한 우키요에를 소비했다.

우키요에가 지닌 또 다른 가치는 19세기 유럽 사회에 미친 영향력으로도 언급될 수 있다. 우키요에는 유럽 중심의 세계 및 가치관에 빠져있던 19세기 유럽 사회에 다양한 예술적 가치를 인식시켜주었다. 당시 유럽에서 우키요에는 자포니즘 현상으로 유행하면서 일본 고유의 전통과 가치를 드러냈다. 당시 유럽 사회에서 유행했던 우키요에 특성으로는 일본적 모티프 제공, 일본 특유의 자연 표현, 일본의 세련된 기법, 그리고 일본 미술의 원리 등을 들 수 있다.52)

일본적 모티프 제공은 비유럽에 속했던 일본 특유의 장식 등을 포용적으로 유럽 사회에서 활용한 것을 의미한다. 일본 특유의 자연 표현은 당시 풍경화 일색이던 유럽의 자연주의 표현기법과는 다른 일본의 정원 풍경과 같이 전혀 다른 접근방식의 자연주의를 의미한다. 일본의 세련된 기법은 당시 유럽의 미술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족자형 그림이나 과감하게 표현된 원색의 표현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일본 미술의 원리는 원근법이 무시된 평면 문양 배치 등을 들 수 있다.

Ⅳ. 우키요에와 조선 풍속화를 통한 전시 콘텐츠 교류

유럽의 우키요에 판화에 관한 관심은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의 관심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도 지속된다. 영국에서는 일본의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나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 같은 판화가는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특히, 호쿠사이의 ‘카나가와 해변의 큰 파도’는 일본의 상징적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 우키요에라는 풍속화가 있다면 한국에는 조선 시대에 풍속화가 있었다.

따라서 유럽 사회에 널리 알려진 일본의 풍속화인 우키요에의 인지도와 가치를 활용하여 조선 시대에 유행했던 한국적 정서의 풍속화를 공동으로 전시기획 및 놀이 콘텐츠 제작은 한국과 일본의 시대적 풍속과 정체성 확인과 교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의 조선 시대 풍속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개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독특한 미적 감각을 지닌 예술품은 대중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풍속을 소재로 한 회화의 유행은 17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조선에서 유행했던 풍속화는 사실주의에 토대를 두었다. 조선 시대 풍속화의 절정을 이끌었던 화가로는 김홍도와 신윤복을 들 수 있다. 조선 시대 풍속화에는 일상, 관념, 그리고 종교 등에 걸친 염원이 담겨 있다. 조선 시대 풍속화에는 서민들의 고달픈 삶으로부터의 도피, 일상의 모습, 행실, 그리고 감성적 욕구 등 다양한 생활상이 묘사되어 있다.53)

52) Lacambre, Genevieve, Le Japorisme Reunion, 1988, des musees generaux, pp.43-50.

53) 정병모, 2000, 앞의 책, 15쪽.

조선 시대 신윤복이 재현한 풍속화는 기생과 유흥이 난무하는 호사스러움 속에서 화폐경제가 지닌 소비성과 양반 체제의 몰락을 단편적으로 제시한다.54) 조선 시대 풍속화의 배경이 ‘선비’ 문화를 배경으로 한다면 일본의 우키요에는 쇼군(將軍)이나 다이묘(大名)과 같은 무사들이 문화적 배경으로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일본의 우키요에는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풍속화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화와 함께 지역의 차별화된 정체성 활용 가치가 높아진 만큼 세계적 문화 교류와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풍속화를 박람회 및 전시관에서 감상, 체험, 그리고 다양한 놀이 콘텐츠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과 일본의 풍속화 공동 전시는 양자가 지닌 역사성, 보편성, 사회성, 그리고 문화성의 측면으로 기획하면서 입체적이고 다양한 재미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역사성 측면은 한국과 일본의 풍속화가 발생한 배경과 시대적 상황에 관한 이야기와 놀이 콘텐츠가 재현될 필요가 있다. 보편성 측면은 전 세계가 보편적으로 지닌 인간의 삶과 일상이 담긴 내용의 풍속화를 재현하는 것이다. 사회성 측면은 과거에 유행했던 양국의 풍속화가 현대사회에서 지닌 가치와 의미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성은 한국과 일본의 풍속화에 나타난 생활상이나 문화를 재현하면서 볼거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여유와 여가의 확대는 지역의 독특한 콘텐츠를 통한 정체성 구현이 대중들이나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나 관광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 지역의 문화유산의 효과적인 활용은 국제적 문화 교류, 사회 교육적 역할, 그리고 문화관광에서 국가 이미지 제고와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55) 한일 풍속화 전시관은 현대 문화 소비자들의 문화소비 욕구를 충족시키고, 다양한 체험 관련 프로그램 및 콘텐츠 개발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시관의 노력은 풍속화에 대한 인식 고양과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와 함께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 촉진 및 전 세계에 한국의 풍속화를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제기된다.

Ⅴ. 결론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최종 승리는 안정적인 평화가 이룩될 수 있었던 에도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이었다. 에도시대는 강력한 막부의 봉건 체제 속에서 엄격한 신분제도가 이루어지고 있던 시대였다. 그러나 도시가 성장하고 발달하게 되면서 상공인들이 경제력을 확보하면서 사회적 지위가 상승되었다. 초닌이라고 하는 상인계급은 경제력을 토대로 에도가 유흥과 오락을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발전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54) 이중희, 『풍속화란 무엇인가』, 눈빛, 2013, 146쪽.

55) 김민주, 『컬덕시대의 문화마케팅』, 미래의 창, 2005, 38쪽.

이러한 유흥과 오락은 특권계층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즐길 수 있는 유곽이나 가부키 극장을 통해서 대중문화가 싹트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대중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 속에서 등장한 우키요에는 유곽, 유녀, 그리고 가부키 배우 등을 주요 소재로 활용하였다. 에도시대에 우키요에가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문자 및 인쇄술의 발전을 들 수 있다.

인쇄술의 발전은 우키요에가 대량생산될 수 있는 토대가 되었고 특권계층만이 즐길 수 있었던 예술품 감상의 유희 문화를 서민들까지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현대사회 대중문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목판화를 통한 대량복제는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면서 대중들 누구나 예술품 감상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우키요에가 대중들을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키요에가 생생한 현실의 모습이나 풍자를 통해서 공감대 형성과 카타르시스와 같은 감정의 정화를 유도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키요에가 지닌 가치는 기존이 예술품 감상이 귀족이나 엘리트 계층들이 중심적인 소비자였던 상황을 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예술 문화로 확장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일본의 우키

요에가 현실의 암울함에서 벗어나 유희 문화를 즐기면서 현실의 긍정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한국의 조선 시대 풍속화도 고통스러운 일상의 완충 역할을 하였다. 한국의 풍속화와 우키요에의 다양한 차이점들 가운데, 후자가 유럽에서 만국박람회를 기점으로 인기와 유행을 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자는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키요에는 서양의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독창적 화법을 통한 인지도 상승을 실현했다. 이러한 양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풍속화나 일본이 우키요에는 양국의 시대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예술작품으로서 인간의 보편적 삶과 지역의 차별적 특성이 담겨 있는 만큼 세계적으로 독창적 예술 상품이나 콘텐츠로 활용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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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ambre, Genevieve, Le Japonisme Reunion, des musees generaux, 1988.

Wichmann, Siegfried, Japonisme, Thames & Hudson, 1999.

토론문

토론자 : 김경희(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의 에도시대는 막부에 의해 철저한 중앙집권적 주종관계의 봉건제도 하에서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신분제도가 실시되었던 시기입니다. 이 시기 상인계급에 해당하는 조닌(町人)들은 신분상으로는 힘을 갖지 못했지만, 상공업 발달의 중심세력이 되면서 도시의 경제력을 거머쥐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꽃피우게 되면서 에도시대 대중문화의 주역으로서 문화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키요에(浮世繪)는 그러한 조닌들의 꿈과 동경을 그림 속에 솔직하게 표현해낸 새로운 장르의 그림 문화로서 등장합니다.

이러한 한 나라의 전통 미술의 그림은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닙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우키요에와 조선의 풍속화에 주목하여 공동 전시 콘텐츠의 가능성을 고찰하신 선생님의 논고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주제와 관련한 많은 자료를 참고하여 살펴보신 점에서 논고를 읽으면서 얻는 정보가 매우 컸다고 생각됩니다. 이하, 선생님의 논의를 좀 더 이해하고자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1) 본 연구의 목적으로 기술된 부분을 보면, 우키요에가 당시 대중문화로서의 위상을 가지게 된 배경과 기능, 역사적인 가치 등에 대한 논의를 수행하면서 일본의 우키요에와 한국의 조선 시대 풍속화를 공동으로 전시할 수 있는 박람회 및 전시 기회를 통해 문화관광 콘텐츠 상품과 한국의 풍속화 이미지 및 홍보 가능성을 모색하겠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발표문의 제목이 “우키요에의 인지도를 활용한 한일 풍속화 공동 전시 콘텐츠 고찰”인데, 논고에서는 한일 풍속화의 공동 전시 콘텐츠에 대해서는 모색의 필요성만 제시되었을 뿐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서 어떠한 형식의 전시 콘텐츠를 생각하시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일본의 우키요에의 인지도와 가치를 활용하여 조선 시대의 풍속화를 공동으로 전시기획 및 놀이 콘텐츠 제작이 한국과 일본의 시대적 풍속과 정체성 확인, 그리고 교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키요에가 가진 인지도를 활용하여 우키요에와 조선의 풍속화에 대한 공동 전시를 할 때에 어떠한 비교가 가능한지에 대한 고찰이 먼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런 점에서, 4장에서 논의하신 양국의 그림이 지닌 역사성, 보편성, 사회성, 그리고 문화성의 측면에 대한 비교가 좀 더 심도 있게 논의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양국 풍속화의 박람회 개최 및 전시관의 공동 전시를 통해서 활발한 문화교류, 인지도 상승, 관광 소비자들의 수요 충족,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언

급하신 부분은 충분히 강조되었습니다만, 이러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기존의 사례 분석 등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3) 4쪽 선행연구 검토를 하신 부분에서 본 연구의 차별점으로서 선행연구들이 대체로 우키요에를 통해서 일본의 독특한 문화 현상을 이해하려는 측면에서 연구가 이루어졌던 것에 대해, 본 연구가 우키요에가 지닌 기능과 시대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야기하셨습니다. 우키요에와 조선의 풍속화가 가진 기능과 시대적 가치를 현대의 문화콘텐츠로써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그러한 기획의 주제 설정과 내용 구성에 선행연구의 논의들이 활용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적 특수성과 문화콘텐츠:

中原의 視界, 天下의 世界 및 大一統의 境界

김연재1)

국문초록

본고에서는 문화콘텐츠 혹은 인문콘텐츠를 어떻게 이해하고 자리매김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동아시아의 특수성은 역사의 通時性과 지리의 共時性 속에서 세계의 실재(reality)를 인식하고 살아온 과거의 기억이 있다. 한자문화권의 공동체적 의식과 같은 종합적 鳥瞰圖에는 역사지리학, 문화지리학, 문화사회학, 문화철학, 문화심리학 등이 투사되어있으며 총체적으로 문화콘텐츠 혹은 역사콘텐츠, 역사문화콘텐츠, 인문콘텐츠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본고에서는 한자문화권의 공동체적 의식이라는 종합적 鳥瞰圖를 조망하고자 한다. 그 조감도는 中原의 視界, 天下의 世界 및 大一統의 境界로 설계될 수 있다. 이는 中原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하여 天下의 세계성을 확충하면서 大一統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련의 의식화의 과정과 관련된다. 동아시아의 지역성에는 자연의 不可逆的 시간과 인문의 可逆的시간, 지형의 공간과 영역의 공간 및 그 양자의 관계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처럼 자연지리적 視野로부터 인문지리적 視線으로 확충되는 과정에서 인간 스스로가 항상 끊임없이 변화하는, 결코 완결되거나 완성되지 않는 연속적 과정 속에 있으며 자아실현의 지속가능한 지평을 지향한다. 그 속에서 한자문화권과 같은 문화의 원형(archetype)이 형성되고 그 속에서 정신적 기질(ethos)이 발휘되는 인문콘텐츠 혹은 문화콘텐츠의 시공간적 여지가 확보될 수 있다.

주제어: 동아시아의 지역적 특수성, 中原의 視界, 天下의 世界, 大一統의 境界

1) 공주국립대학 동양학과 교수, yonjae333@hanmail.net

I. 동아시아와 그 지역적 성격

동아시아의 문화나 공동체적 의식은 어떻게 접근되고 이해될 수 있는가? 여기에는 그 역사와 지리의 시공간성에 따른 한자문화권의 영역이 자리잡고 있다. 문화는 특정 지역의 시공간적 특수성에 기반한 생활양식의 총체적인 관념이다. 그것은 특수한 지역성 속에서 삶의 방식에 관한 混種과 創新의 해석력과 수용력을 통해 집약적으로 축적된 결과이다. 이른바 동아시아의 한자문화권에서는 한자의 공통적 기호를 통해 문화의 공동체적 의식을 공유하였다. 그 속에서 문화의 원형(archetype)이 형성되고 그 고유의 정신적 기질(ethos)이 발휘되었다.

동아시아의 上古시대에 우리는 삶의 경험을 통해 하늘이 가장 숭고하며 신성한 대상이고 땅은 가장 가까우며 절실한 생활의 터전임을 체득하였다. 우리는 天象의 천문과 地形의 지리 속에서 삼라만상이 다양하게 형성되고 조화롭게 변화하는 생명의 연결망을 이해하였으며 이들을 세계의 실재(reality)로 수용하면서 지식을 축적하고 지혜를 터득하였다. 우리는 우주의 생명력의 향기를 감각적으로 느끼며 삶을 열망하는 가슴을 흠뻑 적시었다.

본고에서는 문화콘텐츠 혹은 인문콘텐츠를 어떻게 이해하고 자리매김할 것인가 하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동아시아의 특수성은 역사의 通時性과 지리의 共時性 속에서 삶의 통일

적 질서에 기초한다. 여기에는 세계의 실재(reality)를 인식하고 살아온 과거의 기억이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존재의 변화가능성 속에서 인식의 실천가능성을 갖고서 가치의 지속가능성을 지향한다. 이는 한자문화권의 공동체적 의식과 같은 종합적 鳥瞰圖를 통해 조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역사지리학, 문화지리학, 문화사회학, 문화철학, 문화심리학 등이 투사되어있으며 총체적으로 문화콘텐츠 혹은 역사콘텐츠, 역사문화콘텐츠, 인문콘텐츠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본고에서는 한자문화권의 공동체적 의식이라는 종합적 鳥瞰圖를 조망하고자 한다. 그 조감도는 中原의 視界, 天下의 世界 및 大一統의 境界로 설계될 수 있다. 이는 中原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하여 天下의 세계성을 확충하면서 大一統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련의 의식화의 과정과 관련된다. 이 과정에서 渾沌으로부터 開闢으로 진화해가는 동아시아의 지역적 특수성이라는 인문콘텐츠적 혹은 문화콘텐츠적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II. 中原의 視界와 지역의 특수성

동아시아의 지역적 특수성에서 中原의 지역, 특히 安陽, 鄭州, 洛陽, 開封 등의 古都는 중국의 문명 혹은 문화의 원조인 夏, 商, 周의 三代왕조의 발원지이며, 역대로 대략 2,000여 년 동안에 20여개의 왕조의 수도였다. 특히 하남성 지역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8개 首都 중에 무려 4개의 수도가 위치해있다. 즉 商代 혹은 殷代의 수도인 安陽, 六國의 수도인 鄭州, 13개의

왕조의 中京인 洛陽, 7개 왕조의 東京인 開封이 있다.1)

중원은 지역, 민족, 문명, 문화 등과 결부되어 펼쳐졌던 지난 2,000여 년간 도전과 응전의 戰線이었다. 오늘날에도 이 전선은 동아시아의 공동체적 의식의 차원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 전선에서 세계의 실재(reality)에 대한 고답적 鳥瞰圖가 그려졌다. 고답적 조감도란 동아시아의 지역적 특수성과 그 세계의 실재에 대한 상상력을 통한 총체적인 상징적 세계이다. 이 총체적 조감도에 관한 讀圖法을 통해 세계의 실재를 실감하면서도 고답적 이상향을 꿈꾸기도 하였다. 여기에는 현실과 이상의 통합적 경계 속에서 세계의 실재와의 거리감을 줄여가면서도 상상력에 의한 가상의 영역이 펼쳐진다.

중원은 광활하게 굴곡진 지리성과 파란만장한 역사성을 지닌 특수한 지역이다. 여기에는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가 있다. 좁은 의미의 중원은 자연지리의 지형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서 河南省의 지역이나 황하강의 중하류의 지역까지 포함된다. 반면에 넓은 의미의 중원은 지역의 특수성을 넘어서 인문지리의 관념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서 역사, 정치, 문화 등의 분야와 전반적인 연관성을 지닌다.

특히 中原의 지역은 盘古, 女娲, 三皇과 五帝, 河圖와 洛書 등과 같은 신화나 전설의 근원지이며, 裴李崗文化, 仰韶文化, 龍山文化 및 二裏頭文化 등의 원류도 이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중원은 이와 같이 특수한 지리적 환경, 역사적 지위, 문화적 전통성 때문에 중국 문명의 요람이자 한자문화권의 발원지가 되었다.

또한 동아시아의 고대문화는 中原의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觀天察地, 象天法地의 표현처럼 하늘과 땅을 관찰하고 본받아 이들의 구조와 특징을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주나라의 사람들은 陝甘고원에서 흥성하기 시작하여 涇渭평원에서 발전하였고 더 나아가 동쪽으로 진군하여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도읍을 雒邑2)에 정하여 중원3)과 그 주변 지역 전체를 전반적으로 내다볼 수 있도록 자신들의 시야에 넣고 그 곳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周代부터 이러한 지역적 특수성의 프리즘에 맞추어 세계의 秩序觀을 조성해갔다.

이러한 의식의 세계를 보자면, 점술서이자 철학서로서 『주역』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文王이 羑里省에 7년간 감금되어 64괘의 卦辭의 說話 혹은 史話를 작성했다는 내용이 있다. 유리성에서 만들어진 마법단지는 바로 64괘의 卦名과 그 卦象과 卦辭이다. 유리성의 마법단지와 그 속에 담긴 史話를 퍼내는 표주박은 동아시아의 문화콘텐츠 혹은 역사콘텐츠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속에는 담겨진 문왕의 역사이야기는 역사보다 더 역사같은 시나리오이다.4)

1) 陳偉濤, 『中原農村伏羲信仰』, 上海: 上海人民, 2013, 20쪽

2) 이 도읍은 오늘날의 洛陽이다. 이 지역은 주나라 成王이 동쪽의 은나라 땅을 견고히 통치하기 위해 주공의 지휘 하에 건립했던 곳이다.

3) 중원의 지역과 그 유래에 관해 陳全方, 『周原與周文化』, 上海: 上海人民, 1988, 5-8쪽.

4) 문왕은 부친의 보복을 위해 상나라와 관계를 개선하면서도 상나라를 공격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는 국력이 충분히 신장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을 2년에 무리하게 상나라를 공격하여 패배하고 만다. 그 결과, 문왕은 유리성에 감금되었다. 나중에 그는 자신의 신하인 굉요 (閎夭)의 무리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였다.(司馬

遷, 『史記』, 「周本紀」) “서백(문왕)이 유리에서 탈출하여 귀국하고서 여상과 함께 암암리에 계책을 도모하고 덕을 닦음으로써 상나라의 정권을 쇠퇴하게 하였다.” (司馬遷, 『史記』, 「世家」, “西伯之脫羑里歸, 與呂尙陰謀, 修德以傾商政.”)

5) 東岳으로서 泰山, 西岳으로서 華山, 南岳으로서 衡山, 北岳으로서 恒山, 中岳으로서 嵩山이 있다.

6) 艾蘭, 『龜之謎 - 商代神話话、祭祀、藝術和宇宙觀研究』, 北京: 商務印書館, 2010, 118쪽

또한 하늘과 땅의 실재, 더 나아가 中原과 같은 천하의 중심이라는 고답적 지평은 프리즘의 세계를 통해 나오는 것이다. 中原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의 시각에서는 하늘과 땅의 세계가 天圓地方의 도식으로 상징화되고 ‘위로는 하늘에 닿고 아래로는 땅에 닿는다(極天際地)’의 방식으로 수용된다. 세계의 통일적 질서에 관한 이러한 인간의식은 삶의 원리와 원칙을 마련하는 초석이 되었다.

세계의 개벽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능력은 일종의 창조적 상상력에 기초한다. 여기에서 天圓地方의 관념과 사방의 관계가 중요하다. 하늘과 땅의 구도나 구조는 인간의 존재와 생활의 질서의 세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日月星辰이 지평선에서 지속적으로 圓形의 형상으로 움직이고 이것에 따라 山脈河流의 지형이 전개되며 그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위치의 方向을 설정하여 삶의 터전을 자리잡는다. 여기에서 寰宇의 순환적 좌표의 틀, 즉 천문의 形象과 지리의 形狀이 적용되는 것이다. 天文의 形象이 시간의 유동을 가리킨다면 地理의 形狀은 공간의 방위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天下’라는 말은 천문의 주기적 운행에 맞게 지리의 형태를 투영한 인간의식의 산물인 것이다. 즉 천문을 전제로 하면서 또한 천문이 지리로 구체화 된 내용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그것은 인간 생활의 총체적인 경험을 가리킨다. 이러한 의미에서 천하라는 말은 宇宙觀에 기초한 인문적 세계의 또 다른 명칭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黃河의 원류와 그 지류 혹은 숭고한 산에 대한 통일적 秩序觀이 여기에 해당된다. 예를 들

어, 한대의 천문학과 관련하여 崑崙山은 중앙 혹은 중심의 산으로 여겼다. 또한 제례와 관련하여 五岳5)에서 보면, 安陽의 서쪽에 太行산맥과 華山이 있고 하남성에 偃師, 鄭州의 일대에는 中岳으로서의 嵩山이 있다. 그러므로 中原, 黃河, 崑崙山 혹은 嵩山 등은 인간의 사고에서 중앙 혹은 중심의 축이라는 秩序觀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특히 십자형(✜)의 지리 혹은 방위의 상징적 구조는 類比的 사유를 통해 원형의 축, 사방의 중앙 등과 같은 공간성과 이로부터 前後, 左右, 上下 등의 상관성의 관념으로 확충되었다.6) 또한 天地 혹은 天下와 地下의 관념도 여기에서 유래하였으며 陰과 陽, 乾과 坤 등의 유기적 범주에 따른 사유방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중원의 고도는 중국의 고대사회에서 문명의 발상지 혹은 문화의 발원지로서, 자연의 지리와 인문의 지리의 관계 속에서 조망될 수 있다. 이는 문명의 발단의 단계로서 천재지변의 자연적 현상, 자연이나 신령의 숭배, 특정의 사건의 계기 등이 혼재된 영역이며, 여기에는 하늘과 땅의 개벽, 만물 존재의 근원과 창조, 삶과 죽음의 의식, 초세속적인 세계 등이 연관되어 있다. 넓은 의미의 중원의 지역성은 자연과 사회의 총체적 시공간성을 담고 있다. 그것은 삶의 시공간으로서, 자연계의 물리적 시공간과 관련한 천문과 지리의 영역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의 무형적 시공간과 관련한 인문과 역사의 영역까지도 포함된다. 天下의 중심이라는 인간의 규범적 가치는 지리의 共時性과 역사의 通時性과 같은 세상의 물결을 타고 흘러왔던 것이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중원의 고도와 그 성격은 중국의 사유세계의 모태가 되었으며 더 나아가 동아시아 지역의 패러다임에 접근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III. 天下의 世界와 인식의 보편성

西周시대에 문명권은 天下의 관념적 체계가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세계의 질서에 대한 관념, 지식 및 이론을 확립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당시에 통치의 영역은 中原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그 주변의 지역으로 확장된다. 이는 혼돈으로부터 개벽하여 통일적 질서를 모색해가는 사회적 의식의 형태에서 나온 것이다. 여기에는 중원이라는 자연적 지리에서 중국의 중심이라는 인문적 지리로 확장되는 모종의 질서관이 자리잡고 있다.7) 통치의 질서의 차원에서 중원의 지역이 천하의 중심 혹은 중앙이라는 사고방식이 강화된 것이다. 이른바 天下의 질서라는 관점은 인간이 삶의 실재에 투사된 일종의 프리즘의 세계이며 이것이 바로 신념의 의식적 형태를 형성하였다. 그 관건은 천하의 보편적 질서를 설계하는 창조적 상상력에 있다.

中原의 지역적 특수성에 바탕을 둔 세계관은 渾沌에서 질서로 나아가는 開天闢地의 세계에 기초한 경험적 지식의 의식형태이다. 여기에 반영된 자연철학적 원리는 자연지리적 視野가 인문지리적 視線으로 확충되는, 세계의 실재에 대한 秩序觀이 심화되는 과정을 반영한다. 중원의 지역이 지리의 共時性과 역사의 通時性을 확보하여 통치의 중심 혹은 중앙이라는 의식으로 강화되면서 그 지역적 특수성은 天下의 질서라는 價値觀으로 진화되었다. 이러한 가치관은 동아시아의 한자문화권과 같은 문화의 원형이 형성되고 정신적 기질이 발휘될 수 있는 시공간적 여지를 만들어갔다.

하늘과 땅은 日月星辰이 운행되고 山川大地가 분포되는 자연계의 현상을 대표한다. 여기에는 생명의 연결망이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과정, 즉 混沌으로부터 開闢으로 전개되는 과정이 있다. 이러한 開天闢地의 과정은 三皇五帝의 관념에서 시작하여 漢代의 우주론에도 반영되는데 통일적 질서를 지향하는 인간의식의 과정과 맞물려있다. 그러므로 세계의 실재가 개방적으로 접속가능한 이른바 天下의 의식적 차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盘古의 신화8)에는 開天闢地의 과정에 따른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설정되어 있다. 반고가 죽은 이후에 그의 육체가 하늘과 땅, 만물, 해와 달, 산천초목, 기상의 현상 등으로 변형된다. 세계의 질서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삼라만상의 현상은 시작과 끝의 연결고리라

7) 중원 지역의 자연적 지리와 인문적 지리의 관계에 관해 唐曉峰(2010), pp.7-8을 참조할 것.

8) 張振犁, 『中原神話硏究』, 上海: 上海社會科學院, 2009, 26-39쪽

는 시공간의 경험적 과정으로써 파악된다. 즉 세계의 실재(reality)는 전체적으로 시간이 공간을 열고 공간은 시간에 따라 전개되는 개벽의 지속적 과정이면서도 개별적으로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삶과 죽음의 순환적 굴레인 것이다. 그러므로 반고의 신화에서는 세계를 단순히 물리적 대상으로서만 탐구한 것이 아니라 세계의 질서를 모색하는 인간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서 창조의 대상은 하늘과 땅, 즉 세계가 아니라 하늘과 땅이 개벽되면서 나타나는 삼라만상이며, 창조 자체도 끊임없이 混種과 創新을 지속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진행되는 시간은 자연계에 있는 물리적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초자연적 창조적 활동, 불가사의한 현상, 초세속적인 전개 등에 의해 변형된 시간이다. 변형된 시간이란 인간의 삶이라는 터전에서 응용되는 의식의 시간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과거, 현재 및 미래가 일직선상에서 不可逆的으로 진행되는 자연의 시간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과거, 현재 및 미래의 통합적 관계망을 구성하여 可逆的으로 조망할 수 있는 인문의 시간이기도 하다.

인간사회의 秩序觀은 문명, 천문, 인문, 교화, 천하의 총체적 관계를 통해 형성되었다. 천문의 자연현상이 사계절의 주기적 변화를 대변한다면 인문의 사회현상은 天下의 통일적 질서를 대변한다. 인간은 日月星辰의 天象이 교차하는 현상을 관찰하여 춘하추동의 네 계절이 서로 교대하는 시간의 법칙을 파악하였다. 더 나아가 인간은 천문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삶을 운영하는 원칙을 마련하고 백성의 교화를 통해 天下의 질서를 확립하였다.

인간사회에서는 삶의 합리적 방식, 즉 禮樂의 제도와 같은 도덕적 교화를 통해 천하의 질서를 확립하고자 하였다. 그러므로 짜임새있는 규모의 통일적 질서라는 文明의 척도는 통치의 이념을 통해 역사의 정통성을 확보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하여 백성들을 교화하거나 계도하는 것에 달려있다. 이는 天下의 질서체계는 밀접하게 관련되며, 공자가 禮樂의 문화나 大同 사회를 추구하고자 했던 취지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天下의 질서체계는 유가의 통치이념과 연관되어 유가의 세계를 수용하는 과정과 유가의 세계를 창출하는 과정이 서로 교차하는 형이상학적인 고답적 지평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天下’라는 말은 인문의 규범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대변한다. 동아시아의 문명권에서는 전통적으로 天下의 체계가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문제는 세계에 대한 관념, 지식 및 이론을 확립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과정은 처음에 지리적 視野 혹은 分野와 밀접하게 관련되었으나 차츰 禹王의 治水사업, 九州의 범주, 名山大川의 분포 등의 영역으로 확충되었다. 또한 통치의 영역은 자연스레 中原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그 주변의 지역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지리와 역사의 맥락에서 先秦시대 이후에 중원지역의 사람들이 東夷, 西戎, 南蠻, 北狄 등과 같은 주변의 민족들과 교류하면서 중원 지역은 자연스레 그 주변의 민족들이나 지역들과 차별화되었다.

周代 이후에 왕조의 개창은 당시에 天下의 질서체계를 어떻게 확립하는가 하는 문제에 달려있다. 그것은 국가의 세계에 대한 관념, 지식 및 이론을 확립하는 일련의 과정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는 기존의 이념적 무질서로부터 새로운 이념을 개창하여 새로운 통일적 질서를 모

색해가는 사회적 의식의 형태가 투영되어 있다. 그것은 漢代부터 국가의 통치이념과 밀접하게 관련되는데 통치의 질서의 차원에서 유가의 이념으로써 천하의 질서체계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인간은 세계에 대한 주체적 자각 속에 天下의 세계와 같은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人文의 지속가능한 역량을 확충하게 되었다.

IV. 大一統의 경계와 가치의 지속가능성

중원의 지역적 특수성은 역사와 지리의 시공간성을 거치면서 천하의 세계가 전개되며 大一統의 경계를 지향한다. 이러한 경계에는 세계의 개방적 접속은 보편성과 특수성, 일반성과 개별성, 전체성과 개체성 등의 역동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은 조정과 조율의 과정에서 다양성의 통일화와 통일성의 다양화와 같은 복잡다단한 양상을 통해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 통합적 경계를 지향한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양상이 혼재하는 경계에서 자생적으로 진화해가는 공동체적 질서의식이 이른바 大一統의 경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대일통의 의식은 그렇다면 청대에 역사학자인 章學誠은 유가의 六經을 역사책으로 인식하거나 경전의 역사는 성인의 행적과 업적을 담은 성인의 역사라고 말하는 것에는 인문

콘텐츠의 내용을 의식 결과이다. 이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성인사관과 그 역사의식은 “육경은 모두 역사이다(六經皆史)”9)의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육경의 경학이 공리공담의 내용을 지닌 것이 아니라 통치의 실제적 역사성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경계의 개념은 인간의 삶의 차원에서 두 가지 의미로 접근될 수 있다. 하나는 주체가 객체와의 관계를 갖는다는 점에서 인식의 대상으로서의 경계이다. 다른 하나는 주체와 객체의 특정의 관계를 통일적으로 경험한다는 점에서 가치의 대상으로의 경계이다. 전자는 경계를 인지하고 파악하는 단계인 반면에, 후자는 경계를 구현하고 실현하는 단계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여지의 시공간도 있으며 또한 이를 제약하는 조건의 시공간도 있다. 여기에는 인간 스스로가 항상 끊임없이 변화하는, 결코 완결되거나 완성되지 않는 연속적 과정, 즉 끊임없는 자아실현의 경계가 있다.

中原의 지역적 특수성은 천문, 지리 및 인문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하는 동심원이 천하의 秩序觀을 통해 상호작용하여 이른바 ‘大一統’10)과 같은 관념성의 보편성, 즉 天下의 질서체계에 대한 의식적 차원으로 확충될 수 있었다. 인간은 자연철학적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하

9) 章學誠, 『文史通義』, 「易敎上」, “六經皆史也.”

10) 이 용어는 『춘추공양전』에서 나온다. “왜 왕과 정월에 관해 말하는가? 하나의 계통을 존중하는 것이다.( 春秋公羊傳 , 「隱公元年」: 何言乎王正月? 大一统也.)” 대일통은 진시황의 통일 이후로 동중서 등이 천하의 질서의식을 대변하는 구호가 되었다. 『춘추』에 담긴 大一统의 사상에 관해 동중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춘추 에서 대일통이라는 것은 하늘과 땅의 항상된 법칙이고 고금의 통용되는 올바름이다. ( 漢書 , 「董仲舒傳」: 春秋大一统者, 天地之常经, 古今之通谊也.)” 대통일이란 바로 불변의 正道를 가리킨다. 국가의 체제에는 이와 같이 대일통의 원칙이 있어야 올바른 국가관이 성립될 수 있다. 이는 그 이후 유교사회에서 역대로 대의명분의 상징적 의미가 되었다.

여 神聖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고 敎養, 祭祀, 儀禮 등과 같은 사회적 규범을 마련함으로써 후대에 동중서가 주창한 이른바 ‘大一統’과 같은 한층 더 높은 의식의 차원을 지향하게 되었다. 이러한 의식의 형태는 君臣, 尊卑, 上下 등의 일정한 지위에 근거하여 인간사회나 국가의 조직을 운영하는 데에 활용되어 결국에 윤리적 강령이나 도덕적 가치로 고양되었다. 따라서 천하의 질서체계는 중원의 지역적 특수성을 넘어서 국가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전반적인 역량을 고양하는 과정과 관련되면서 유가의 통치이념이라는 관념적 의식의 차원으로 고양되었다.

세계의 질서에는 역사와 지리의 특수성이나 독자성을 갖고서 외부의 지역과의 교류 속에 混種과 創新의 과정이 진행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大一統의 역사의식이 형성되었다. 대일통은 중국의 국가체제에서 통합과 분화의 역사적 과정에 내재하는 공동체적 역사의식을 가리킨다. 통합과 분화의 역사적 과정은 그 양자 사이에 대조 혹은 대립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양자 사이에 전환 혹은 계기의 변곡점이 중요하다. 즉 통합과 분화의 상호 대립 혹은 대조의 관계라는 것도 역사적 발전의 과정에서 특정의 계기로서 존재할 뿐이지 그 관계가 역사의 구조나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과정은 그 양자의 관계는 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역동적 관계에 달려있다. 대일통의 의식은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이후에 역사지리학, 문화지리학적으로 발전하면서 문화심리학적 의식으로 깊숙이 자리잡았다. 여기

에는 춘추전국시대의 정치적 혼란, 주변의 이민족과의 관계, 유교의 국교화, 중앙집권적 체제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그러므로 대일통의 공동체적 의식은 동아시아 역사의 순환적 법칙으로서 통합과 분화의 양단의 계기가 되어왔다.

이러한 중원의 지역적 특수성에 대한 관념적 지도로서의 조감도와 그에 관한 讀圖法에서 앞선 경험을 내용으로 하는 先驗主義的 맥락에서 천하의 세계와 大一統의 경계와 같은 의식적 차원을 모색해볼 수 있다. 문화콘텐츠의 맥락에서 보자면 여기에는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의 현실적 염원보다는 앞으로 기대감에 충만한 넥스토피아(Nextopia)의 조망이 담겨있다.

VI. 문제해결의 전망

동아시아의 지역성은 특수한 역사의 通時性과 지리의 共時性을 통해 삶의 해석력과 수용력을 통해 집약적으로 축적되고 자리잡아왔다. 그것은 삶의 현장이라는 공통의 분모를 기반으로 하여 생태의 환경과 생활의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의식의 영역이다. 여기에는 문화의 동질성, 결합성, 경계성, 개방성, 위계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총체적 결집체가 담겨있다. 예를 들어, 中原의 지역성, 九州의 지형성, 井田制의 구획성 등의 관념들에는 자연의 不可逆的시간과 인문의 可逆的시간, 지형의 공간과 영역의 공간 및 그 양자의 관계가 함께 어우러져있다. 이처럼 자연지리적 視野로부터 인문지리적 視線으로 확충되는 과정에서 중원의 지역적 특수성을 토대로 하여 天下의 질서체계를 형성하고 관념적 의식의 차원에서 大一統의 지속가

능한 價値觀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가치관은 渾沌의 상태에서 질서의 상태로 나아가는 일종의 開天闢地의 과정의 세계, 즉 지속가능한 실재의 세계를 반영한다. 그것은 인간의 실천적인 삶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역사의 무대와 지리의 터전이다. 그것은 인간의 삶이 시공간의 퇴적을 거쳐서 형성된 역사적 유적지이자 삶의 이상을 실현하는 관념론적 무대이다. 그러므로 동아시아의 지역적 특수성에는 인간의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여지의 시공간도 있으며 또한 이를 제약하는 조건의 시공간도 있다. 동아시아의 특수성은 인간 스스로가 항상 끊임없이 변화하는, 결코 완결되거나 완성되지 않는 연속적 과정 속에 있으며 자아실현의 지속가능한 지평을 지향한다. 그 속에서 한자문화권과 같은 문화의 원형(archetype)이 형성되고 그 속에서 정신적 기질(ethos)이 발휘되는 인문콘텐츠 혹은 문화콘텐츠의 시공간적 여지가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토론문

토론자 : 안창현(한양대학교)

발표문 <동아시아적 특수성과 문화콘텐츠: 中原의 視界, 天下의 世界 및 大一統의 境界>는 동아시아라는 역사적, 지리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원형(archetype)을 한자 문화로 간주하며, 세계의 통일적 질서가 “天圓地方의 도식으로 상징화되고”, 하늘과 땅이 “極天際地”의 시공간으로 연결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앙/사방의 관념과 陰陽과 乾坤의 사유방식이 형성되어 결합하면서 인간사회의 세계관(秩序觀)이 형성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중원의 지역적 특수성은 역사와 지리의 시공간성을 거치면서 천하의 세계가 전개되며 大一統의 경계를 지향”하는 가치관은 “渾沌의 상태에서 질서의 상태로 나아가는 일종의 開天闢地의 과정의 세계, 즉 지속가능한 실재의 세계를 반영”하며, “그 속에서 정신적 기질(ethos)이 발휘되는 인문콘텐츠 혹은 문화콘텐츠의 시공간적 여지가 확보될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오랜만에 동아시아 문화공동체의 원형적 구조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문화콘텐츠와 직접적이거나 구체적인 문화 현상을 벗어나 동아시아 문화의 근원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기뻤습니다. 동시에 몇 가지 발표자의 생각을 들어보고, 논의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 발표자가 생각하는 동아시아의 지리적 범주와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근대 서구사회의 대타자로서 동아시아를 하나의 사유대상으로 삼는 동아시아 담론은 1990년대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관련 연구만 봐도 이승철 외, 『동아시아 공동체-비전과 전망』(한양대출판부, 2005), 하영선, 『동아시아 공동체-신화와 현실』(EAI, 2008), 동아시아공동체연구회, 『동아시아 공동체와 한국의 미래』(이매진, 2008), 동북아역사재단, 『동아시아 공동체 논의의 현황과 전망』(동북아역사재단, 2009), 동북아역사재단, 『동아시아 공동체의 설립과 평화구축』(동북아역사재단, 2010) 등으로 상당한 분량의 고민과 탐색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발전을 배경으로 동아시아의 정체성, 근대 서구의 이성주의에 대한 대안, 현실 사회주의 쇠퇴와 함께 새로운 세계 질서를 모색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봅니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둘러싼 다양한 연구의 관점만 살펴보면, 장인성은 ‘문명론적 아시아론’, ‘동아시아/동북아공동체론’, ‘동아시아 민중연대론’, ‘성찰적 동아시아론’으로, 임우경은 ‘유교자본주의론’, ‘정치경제적 지역통합론’, ‘탈근대적 문명론’, ‘비판적 지역주의’ 등으로, 허정은 ‘유교자본주의론’, ‘변혁이론으로서의 동아시아’, ‘문명적 대안론’, ‘동아시아 공동체론’ 등으로, 김희교는 ‘아시아적 가치에 주목한 담론’, ‘국가권력 차원의 동아시아론’, ‘민간

차원의 연대론’, ‘지적 실험으로서 동아시아’ 등으로, 박승우는 ‘경제공동체 담론’, ‘지역 패권주의 담론’, ‘동아시아 아이덴티티 담론’, ‘대안체제 담론’ 등 논자에 따라 일관된 분류가 어려울 정도로 동아시아 공동체에 관한 다양한 규정이 존재합니다.1)

또 한국, 북한, 중국, 타이완, 일본을 포괄하는 동북아시아는 한자(漢字)문화권이었고, 유교문화의 영향이 비교적 강한 나라들로 유럽통합에서 ‘하나의 유럽’이라는 유럽 정신이 중요한 정서적 공유자산 역할을 하였듯이, 유교문화와 한자가 이 지역의 공통적인 정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베트남을 빼고는 인도문화(불교, 힌두교) 또는 이슬람 문화의 영향이 강합니다. 한자문화라는 원형을 공유하지 않는 동아시아의 국가들은 동아시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발표자가 생각하는 동아시아의 지리적 범주와 정체성에 관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현재 국제 질서에서 한자문화권을 부각하여 동아시아 지역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인가요? 동아시아 공동체 관점이 제기된 초기에 ‘한자문화권’이나 ‘유교문화권’과 같이 동아시아의 문화적 동질성을 강조하면서, 이것이 공동체 형성의 중요한 기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들이 있었습니다. 발표자도 동아시아를 설정할 때 한자문화권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전통사회의 주류 문화를 고려할 때, 이는 동아시아 문화기반으로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자문화권이 21세기 현재에도 하나의 동질성을 갖는 구체적인 실체를 갖고 있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또 발표자가 한자문화권을 제시한 것은 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보이지만, 김치와 한복논쟁, 유네스코 단오절 등재 갈등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에서 형성되어 동아시아 여러 곳으로 전파되고 수용된 다양한 전통문화를 둘러싸고 국적을 부여하려는 경쟁주의가 동아시아 각국에 만연해 있습니다. 여기에 개혁개방 이후 날로 강화되는 중국사회의 애국주의 교육과 민족주의 경향 그리고 점증하고 있는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배타적이고 강압적인 행태를 고려하면, 중국의 천하관과 한자문화권을 강조하는 것이 동아시아라는 지역을 인식의 기점으로 삼아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는 공존의 공동체 형성에 도움이 될지 중화주의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최근의 동아시아는 미·중 갈등으로 과거 냉전질서의 귀환, 즉 신냉전질서가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동아시아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사막화와 황사, 미세먼지, 핵 오염수 방출 등 해결해야 하는 환경문제가 심각합니다. 발표자가 제시한 전통적

1) 장인성, 「한국의 동아시아론과 동아시아 정체성」, 『세계정치』 제26집 2호,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2005, 6쪽 ; 임우경, 「비판적 지역주의로서 한국 동아시아론의 전개」, 『중국현대문학』 제40호,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 2007, 2~6쪽 ; 허정, 「동아시아론의 재검토와 정전 연구」, 『동북아문화연구』 제23집, 동북아시아문화학회, 2010, 220쪽 ; 김희교, 「한국의 동아시아론과 ‘상상된’ 중국」, 『역사비평』 통권53호, 역사비평사, 2000, 35쪽 ; 박승우, 「동아시아 공동체 담론 리뷰」, 『아시아리뷰』 제1권 제1호,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2011, 64쪽.

천하관과 한자문화권의 관점 속에 현재 동아시아가 직면한 다양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동력이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토론자인 저는 동아시아와 동아시아 공동체를 논의할 때, 전통문화의 동질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오히려 동아시아 문화의 내적 다양성과 시간적 흐름에 따른 변용에 주목해야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동아시아 문화를 고정적이면서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서로 갈등과 경합을 통해 언제나 변증법적으로 운동하고 변화하며, 내적으로도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 문화공동체로 보아야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 和而不同의 동아시아에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셋째, 마지막으로 발표자의 글에 담긴 철학적인 세계관과 한자문화권이 문화상품이나 문화 현상으로 논의되는 문화콘텐츠 또는 인문콘텐츠와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부족한 토론문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국 게임 「원신」의 스토리월드 구축

트랜스-내셔널리티와 ‘캐릭터 모에’를 중심으로

류호현1)

국문초록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콘텐츠산업 영역에서 IP(Intellectual Property)산업 가치사슬의 최전방 영역에 위치하고 있는 게임 산업의 문화적 경제적 파급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은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추세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게임 산업 및 주요 게임콘텐츠의 동향을 파

악하고 그 성공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앞으로의 글로벌 문화콘텐츠 산업 공략과 선도를 위해 필수적인 과제라고 하겠다. 한편 중국의 경우 급격한 경제성장에 발맞춘 IT 인프라의 확충과 보급을 통해 콘텐츠 소비국으로서 뿐만 아니라 콘텐츠 생산국으로서 의 영향력도 전방위적으로 증강시켜가고 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본 논문은 중국의 오픈월드형 CCG RPG 게임 「원신(Genshin Impact, 原神)」을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원신」은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확립한 콘텐츠 자체의 인기, ‘중국 게임’으로 서의 특수한 포지션 등 몇 가지 맥락에 의해 중요한 분석 대상으로 떠오른다. 본문은 콘텐츠 창작-운용-전파의 측면에서 「원신」이 취하고 있는 전략을 ‘중국성’ 혹은 ‘중국 특색’을 초월한 트랜스-내셔널리티 추구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뒤이어 「원신」의 전체적인 스토리월드 구축 방식과 게임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인 코드이자,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이하: BM)로 기능하고 있는 ‘캐릭터 모에’ 코드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원신」이 트랜스-내셔널 스토리월드로서 다양한 권역의 사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원인을 고찰하고자 한다.

주제어: 원신, Genshin Impact, 캐릭터, 트랜스-내셔널리티, 스토리월드, 게임

1) 고려대학교 4단계 BK21 중일교육연구단 연구교수, tgrlyu@korea.ac.kr

Ⅰ. 서론

COVID-19 글로벌 팬데믹 이후 온라인콘텐츠 영역의 급격한 성장과 더불어 메타버스와 NFT(대체 불가능 토큰) 및 이러한 새로운 영역과 밀접하게 연관된 게임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게임 산업의 위상은 이전보다 더욱 제고되었는데, 우리나라 게임 산업 역시 기존에 여성가족부 주도하에 ‘게임 쿼터제’ 등을 포함한 다방면의 규제를 경험한바 있으나, 2021년 들어 ‘쿼터제’가 철폐되는 등 게임콘텐츠와 관련 산업에 대한 정책적, 담론적 방향에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콘텐츠산업 영역에서 IP(Intellectual Property)산업 가치사슬의 최전방 영역에 위치하고 있는 게임 산업의 문화적 경제적 파급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은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추세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 속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게임 산업 및 주요 게임콘텐츠의 동향을 파악하고 그 성공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앞으로의 글로벌 문화콘텐츠 산업공략과 선도를 위해 필수적인 과제라고 하겠다.

한국은 2000년대를 전후한 시점부터 최근까지도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우수한 초고속 네트워크 인프라를 확립함으로써 IT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점하였으며, 이에 힘입어 게임강국

으로서의 위치를 오랜 기간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다른 나라들의 관련 인프라와 산업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지형에 변화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급격한 경제성장에 발맞춘 IT 인프라의 확충과 보급을 통해 거대한 콘텐츠 소비시장으로 부상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IP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적 지원1)을 아끼지 않고, 주요 IT 기업과 콘텐츠 기업들 역시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게임시장에 대한 지배적인 영향력을 확고히 하는 등, 콘텐츠 소비국으로서 뿐만 아니라 콘텐츠 생산국으로서의 영향력도 전방위적으로 증강시켜가고 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본 논문은 중국의 오픈월드형 CCG RPG 게임 「원신(Genshin Impact, 原神)」을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Ⅱ. 중국 게임 IP의 새로운 국면: 「원신」의 약진

1.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확고한 위상

우선 「원신」은 전 세계적으로 다운로드 수, 활동 유저 수, 매출액 면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중국 본토와 글로벌 유저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구체적인 유저들의 반응 양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서비스 오픈 초기의 표절 논란2) 등 엇갈린 반응과 비교

1) 물론 콘텐츠 내용 전반에 대한 검열 등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2) 베타 테스트 서버와 공식 서비스 오픈 이후 수개월 동안 「원신」과 「젤다의 전설: Breath of the Wild」 사이에 유

사성 및 표절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원신」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됨에 따라 여론에 확연한 변화가 있었다.

3) 글로벌 모바일 시장 리서치 솔루션 플랫폼 SensorTower 리포트 참조:

「Record-Breaking Eight Mobile Games Surpass $1 Billion in Global Player Spending During 2021」, https://sensortower.com/blog/billion-dollar-mobile-games-2021 (검색일자: 2022.03.14.)

4) 오픈 6개월 만에 10억 달러로 게임 카테고리 내 최단기간 매출 10억 달러 돌파 기록. , 1년 만에 2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하였으며(비교: 리니지M 경우 1년 간 12억 달러). 2021년 12월 14일을 기점으로 총 매출 24억 달러에 달했다. 이를 세분화하여 살펴보면, 중국이 약 30%, 일본이 24%, 미국이 21%, 한국이 3% 정도 매출 비중을 내고 있다. 위의 SensorTower 리포트 참조.

5) 그 예로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의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LOL」와 수퍼셀(Supercell)의 「클래시 오브 클랜스(Clash of Clans, COC)」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는 모두 2015~2016년 사이 텐센트에 의

해볼 때 현재는 대체로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확실한 것은 「원신」이 2020년 9월 28일 서비스 오픈한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그 포지션을 확고히 했다는 사실이다. 「원신」은 2021년 각종 게임 어워드 수상함은 물론, 최근 삼성의 주력 스마트폰 모델의 성능 관련 논란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으며, 애플의 최신 아이패드 모델의 광고 영상 속에 유일하게 등장한 게임 콘텐츠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각종 글로벌 매출과 사용자 관련 지표3)는 「원신」의 위상을 가장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다.

2. ‘중국 게임’ vs 중국 ‘창작 게임’, 혐중 정서를 넘어서

다만 논자에게 있어, 「원신」의 약진은 콘텐츠가 ‘중국 게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두 가지 맥락으로 인해 보다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 중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중국 게임’의 글로벌 게임 시장 내 영향력 강화 상황에서 중국 자체 창작 IP의 빈곤이라는 기존 상

황 속에서 「원신」이 만들어낸 새로운 국면이다. 먼저 중국 게임과 글로벌 게임 시장이 맺고있는 관계부터 살펴보자. 「원신」의 글로벌 매출 분포를 권역별로 살펴보면, 「원신」이 중국 게임 콘텐츠 중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앞에서 살펴본 센서타워(SensorTower)의 리포트를 살펴보면, 전체 매출 중 중국 유저들로부터의 매출 비중이 약 30%로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은 그 이외의 약 70%의 매출이 중국 이외 권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4)

이 분포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재 글로벌 게임시장의 지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간략히 언급했듯이, 2012년을 기점으로 텐센트(Tencent)를 필두로 한 중국의 게임회사들은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범오락(Pan-Entertainment, 泛娛樂) 및 IP화 등의 슬로건 하에 전체 콘텐츠 시장의 가치사슬 생태계를 정비, 완비하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세계 유수의 게임회사들이 텐센트를 위시한 중국기업 산하에 병합되었으며, 그에 따라 이들 회사의 인기 게임 IP들 역시 현재는 ‘중국 게임’이 되었다.5)

해 인수되었으며 「LOL」과 「COC」는 현재까지도 글로벌 게임 랭킹의 상위권에 랭크되고 있는 게임들이다. 텐센트는 라이엇 게임즈 인수 후 모바일 버전 「LOL」이라고 할 수 있는 「왕자영요(王者荣耀)」를 출시하여, 모바일 플랫폼에서 최대 규모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또 한국의 크래프톤이 제작한 「배틀그라운드(PUBG)」의 경우 텐센트가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지역의 퍼블리셔로서 배급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중국내 서비스의 경우 2019년을 기점으로 「배틀그라운드」서비스를 중지하고, 그 직후 텐센트가 「화평정영(和平精英)」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타이틀에 내용은 동일한 게임을 출시 및 서비스하면서 크래프톤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 외에도 국내 주요 게임사와 글로벌 주요 게임사의 지분 중 상당 부분이 중국 자본으로, 글로벌 게임 회사 순위에서 텐센트는 압도적인 1위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위의 SensorTower 리포트 참조.

6) 닌텐도 스위치와 Xbox 플랫폼 용 소프트웨어 역시 출시 예정이다.

7) Paul Tassi, 「Genshin Impact: $1 Billion In Mobile Revenue, And The Seven Highest Earning Characters」(2021.03.24.), Forbes 홈페이지,

https://www.forbes.com/sites/paultassi/2021/03/24/genshin-impact-1-billion-in-mobile-revenue-and-the-six-highest-earning-characters/?sh=2e1215942b80 (검색일자: 2022.03.22.)

이처럼 중국 게임 산업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급속도로 넓혀감에 따라 글로벌 게임 매출의 상당부분이 중국산하 기업 혹은 관련기업의 게임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수치를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면, 중국의 자체적 게임 IP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낸 사례는 상당히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술했듯이 이른바 '중국 게임' 중대부분의 고랭킹‧고매출 게임은 대체로 해외 기업의 성공적인 IP를 막대한 자본력을 동원하여 사들인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신」의 등장으로 이러한 상황에 변동이 발생한다. 2021년 말 집계를 기준으로, 직전 1년간 글로벌 게임 매출 순위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왕자영요」와 「배틀그라운드」이며, 「원신」은 3위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중국이 자체 제작한 게임 IP가 글로벌 게임 매출의 최상위권에 랭크된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1, 2위의 두 게임과 달리 「원신」의 경우 모바일(태블릿 포함) 뿐만 아니라 PC, PS4, PS56) 등 훨씬 다양한 단말플랫폼으로 접속할 수 있는 크로스-플랫폼 게임이기 때문에 모바일이 아닌 기타 플랫폼에서의 매출은 집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단일 IP로서 전 플랫폼 매출을 합산한 결과는 지금의 매출 순위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진정한 의미에서 중국의 게임 IP가 자국 시장의 울타리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까지 약진한 경우는 굉장히 희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은 현재 「원신」이 누리고 있는 국제적 인기와 다양한 글로벌 매출 분포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즉 「원신」은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콘텐츠의 전반적인 질적 수준에 대해 백안시당해왔던 중국 게임의 위상을 새롭게 했다는 점에서 중국 게임 콘텐츠 발전사의 맥락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할 수 있다.7)

두 번째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맥락에서 혐중 혹은 반중 정서가 상당 수준 확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콘텐츠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음을 고려할 때, 글로벌 시장에서 「원신」이 이루고 있는 약진은 더욱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최근 이른바 ‘중국 특색’이 선명한 다양한 중국 콘텐츠들은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의 선택지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국내 대표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에서도 중국 콘텐츠의 수입 및 배급

은 난조를 겪고 있으며, 마케팅적 지원 역시 대폭 축소되었다. 한편, 「원신」은 중국의 한 평론가에게 중국 고유의 우수한 문화를 전파하는 문화적 담지체로 평가받은 바 있을 정도로, 분명히 중국의 문화적 상징들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중국 특색’이 적잖이 발휘되고 있는 게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앞에서 본 것처럼 글로벌 유저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원신」이 ‘중국 특색’을 넘어서는 어떤 가치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문제의식을 정리하자면 「원신」이 서브컬쳐와 관련 문화콘텐츠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고수하고 있는 평론계나 중국 당국의 호평을 얻을 만큼 중국 문화의 상징적 요소를 활용 하면서도 동시에 글로벌 게임 유저에게 어필하여 주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롭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중국 창작 게임 중,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했던 게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체로 ‘중국 특색’을 최대한 배제하고 보다 광범위한 글로벌 사용자에게 친숙한 D&D 세계관이나 톨킨 세계관 설정을 사용한 작품들이 많다. 반면 게임에 ‘중국 특색의 농도가 짙은 작품들(예를 들어 무협(武俠)혹은 선협(仙俠) 세계관)의 경우에는, 삼국지나 서유기같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고전문학을 세계관 설정에 사용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내수시장을 타겟으로 삼고 있으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받기 쉬웠던 것이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원신」의 글로벌 흥행 동력을 분석할 필요가 발생한다.

Ⅲ. 「원신」의 트랜스-내셔널 스토리월드 구축

과연 중국의 한 평론가가 쓴 것처럼 「원신」이 중국의 ‘우수한 고유 문화’를 담지하고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국제시장에서도 인기를 얻은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보다 더 중요한 동인이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원신」이 제공하는 경험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유저들은 이를 어떻게 체험하고 있는가? 유저들의 경험을 증진시키는 요소는 무엇인가? 유저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순간은 언제인가? 이를 위한 스토리텔링 전략은 무엇인가? 본문은 이러한 의문점들에서 출발하여, 3절에서 콘텐츠 창작-운용-전파의 측면에서 「원신」이 취하고 있는 전략을 ‘중국성’ 혹은 ‘중국 특색’을 초월한 트랜스-내셔널리티 추구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트랜스-내셔널리티’ 전략을 취함으로써, 「원신」은 콘텐츠로서 몇 가지 전략적 이점을 획득하게 된다. 첫째, 고정된 세계관으로 인한 콘텐츠 고갈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최소화 시킬 수 있다. 이는 근래에 스토리 세계(verse)의 확장성이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내 에서 특히 핵심적인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효율성 높으면서도 지속가능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원신」이 다양한 국적과 문화권 출신의 사용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콘텐츠인 만큼, 자체적인 세계관 설정 위에 현실 세계에 현존하는 여러 문화권을 재해석하여 연결시키는 방식은, ‘익숙’하지만 ‘낯선’, 그와 동시에 ‘잘 만들어진(well-made)’ 경

험에 대한 사용자 니즈를 충족시키기에도 적합한 확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트랜스-내셔널리티의 추구는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사용자들의 진입 장벽 자체를 낮출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게임 내 시청각적 경험의 구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본 발표문에서는 청각적 경험 구축에 우선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자 한다. 「원신」의 경우 특히 언어적인 부분과 음악적인 요소로 대표되는 청각 경험에 막대한 투자를 기울이고 있다. 먼저 「원신」은 기본적으로 플레이 언어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데, 문자 언어는 중국어 간체(簡體)와 번체(繁體)를 포함 13가지를 선택할 수 있으며, 청각 언어도 개발국의 언어인 표준 중국어는 물론 한국어와 일본어 및 영어까지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청각 언어 부분이다.

대부분의 오픈월드형 RPG 게임의 경우 ‘배경 설정’ 수준의 스토리월드를 기반으로 메인 스토리의 전개보다 사용자들의 개별적인 플레이가 훨씬 중요하게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원신」의 스토리텔링-두잉 구조는 여타 오픈월드 게임들과는 다르다. 사실상 자유도 높게 플레이 할 수 있는 라이트노벨 혹은 애니메이션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스토리의 전개가 전체 스토리월드의 구축과 운용 및 확장에 핵심적인 원동력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의 큰 부분을 구성하고 있고, 나아가 신규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원신」은 스토리 전개의 거의 대부분을 내레이션과 캐릭터의 대화를 포함한 시네마틱 영상을 통해 전개한다. 대체로 캐릭터의 대사를

텍스트만으로 처리하거나 시네마틱 영상을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대부분의 게임과는 다르다. 여기에서 각 언어마다 적절한 성우를 기용하는 것은 스토리 이해의 용이성과 사용자 몰입도 제고, 그리고 4절에서 다루게 될 ‘캐릭터의 모에’의 형성에 이르는 전반적 게임 경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 그렇기에 「원신」은 성우진의 기용에 막대한 자원과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음성 언어를 지원하는 4개국의 성우를 기용함에 있어 기존의 수많은 인기 애니메이션들의 각국 더빙 판에서 주요 캐릭터들을 담당했던 전문 성우진을 일일이 섭외하여 기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스토리에 등장하고 플레이어블(playable) 캐릭터로 출시된 수십 명의 캐릭터, 그리고 필드 상의 몬스터나 NPC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성의 녹음에는 그 이미지에 부합하는 유명 성우진이 기용되었다.8)

하나의 게임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여러 언어를 지원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하지만 종래에는 PC게임 같은 경우 보통 ‘언어 패치’를 사용하거나, 해당 국가에서 정식 발매가 될 때 그 나라 전용의 패키지가 발매되는 방식으로 언어적 문제를 해결하였다. 모바일 게임 환경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는 「원신」과 여러 방면에서 비교대상이 되었던 게임 「제2의 나라」를 사례로 삼을 수 있겠다. 「제2의 나라」의 경우 각 국의 앱스토어에서 해당 APP을 다운하여 실행하게 되면 사용자들에게 언어의 선택권을

8) 예를 들어 최근 2022년 4월에 출시된 캐릭터 카미사토 아야토의 일본측 성우는 이시다 아키라(石田 彰)로,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 성우계의 전설로 치부되는 존재이다.

부여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해당 앱스토어 국가의 언어를 기본 언어로 선택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사용자는 별 다른 선택권 없이 일본어로 게임을 플레이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제2의 나라」의 게임 내 언어 문제에 관한 불편 사항이 빈번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원신」의 경우, 앱스토어의 국가 설정과는 상관없이 자유롭게 문자 언어와 음성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각 음성 언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당하는 추가 데이터를 게임 내에서 설치해야 한다. 다만 이 설치 과정은 일반적인 ‘언어 패치’와는 구분 되는 점이 있다. 첫째, 「원신」의 음성 언어는 사전에 완전히 준비된 상태로 각 버전의 업데이트마다 동시에 출시된다. 이는 개발국의 언어가 먼저 출시되고 뒤이어 언어 패치나 각국의 정식 발매 버전이 추가되는 순차적 출시 방식과 큰 차이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제작진이 게임의 주 사용자 층을 글로벌 사용자로 전제하고 있으며, 이들의 게임에 대한 접근성에 전략적 무게를 크게 두고 있음을 반증한다.

한편, 게임 음악(OST)은 「원신」의 청각적 경험에서 또 다른 중요한 축을 구성한다. 「원신」은 매 버전의 업데이트마다 신규지역이나 캐릭터가 추가되는데, 그 때마다 해당 지역과 캐릭터의 특성에 어울리는 사운드트랙 역시 추가된다. 여기에서 「원신」의 트랜스-내셔널한 스토리월드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의 국가들을 원형으로 삼는 지역들의 연결로 이루어져있음

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 지역은 각 국가들의 문화적 상징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재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원신」이 투입하고 있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세 서유럽을 모델로 한 ‘몬드’ 지역의 OST는 “가장 토종적인 음악”을 수집하고자 직접 기획진이 영국으로 가서 민요를 수집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를 재해석하여 작곡한 곡들은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국제적으로 이름 높은 스튜디오인 AIR Studios9)에서 녹음되었다.10) 중국을 모델로 한 ‘리월’ 지역의 OST는 상하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민속 음악 연주자들에 의해 상하이 교향악단 뮤직홀에서 녹음되었다. 일본을 모델로 한 ‘이나즈마’ 지역의 경우는 도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민속악기 연주자들에 의해 도쿄 오페라 시티 콘서트홀에서 녹음되었다. 즉 각 지역의 내셔널리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현지 문화권 내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을 섭외하는 등 적극적인 자원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게임들의 인게임(in-game) 사운드트랙이 컴퓨터 음악으로 만들어지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부분이다. 물론 인기 많은 대작 게임들의 경우 연간 특별 콘서트의 형식으로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열기도 하지만, 모든 인게임 사운드트랙을 풀 오케스트라로, 심지어 각 국가의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를 초청하여 녹음하는 경우는 전무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원신」 기획 단계에서 수많은 네티즌들이 제작사인 미호요(miHoYo, 현재는

9) 런던의 최고 수준 유서 깊은 오디오 레코딩 스튜디오(https://www.airstudios.com/studios/)

10) 「개발진 합동 연구 플랜 제 3회 - 《원신》 음악 제작 스토리 1」(2020.06.05.), 「원신」 한국 공식 홈페이지,

https://genshin.hoyoverse.com/ko/news/detail/5005 (검색일자: 2022.04.05.) 참조 및 인용.

Hoyoverse)의 이러한 초기 기획에 대해 무모함을 지적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미호요의 초기 투자는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는 사용자들의 극찬과 호평으로 이어졌고, 현재는 매 신규 업데이트마다 추가되는 사운드트랙 영상은 모두 조회 수가 수백만을 초과하는 성공을 거두면서 「원신」 콘텐츠 역량의 강력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게임 내 트랜스-내셔널한 경험의 시각적인 구현뿐만 아니라 청각적인 구현에까지도 천착함으로써 「원신」은 글로벌 사용자들에게 더욱 심도 있고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Ⅳ. 「원신」 스토리월드의 내핵 : ‘캐릭터 모에’

본절에서는 「원신」의 전체적인 스토리월드 구축 방식과 게임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인 코드이자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이하: BM)로 기능하고 있는 ‘캐릭터 모에’ 코드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원신」이 트랜스-내셔널 스토리월드로서 다양한 권역의 사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원인을 고찰하고자 한다.

토론문

토론자 : 이동배(건국대학교)

<원신>은 출시 전부터 <젤다의 전설>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어나며 게이머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여러 가지 루머까지 돌면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콘텐츠였다. 그러나 출시 후에는 유저들로부터 진심을 느끼게 해준다는 호감을 얻게 되었고 출시 12일 만에 1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개발비 전액을 회수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매출을 거두고 있다. 매출의 50% 이상이 중국 이외의 나라에서 발생했고 특히 미국 시장에서도 매출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관련 자료를 보면 게이머들이 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로 언급되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첫번째, 기술력을 꼽았다. 이 게임은 동시에 여러 플랫폼에 맞춰 개발한 첫 프로젝트로서 다양한 플랫폼에 완벽한 최적화를 위해 많은 개발 노력을 쏟아부은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이도는 유저들에게 많은 선택지를 주려고 했다. 특히, 북미나 유럽 같은 서구권은 상대적으로 콘솔 시장이 견고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이 게임회사에서는 개발부터 이를 고려한 것이다.

두 번째, 높은 컬리티의 화면감이다.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되어 카툰 렌더링을 사용한 게임 중에서도 비주얼을 선보였다. 만화를 찢고 나온 것처럼 생생함을 전달하고 있다.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오픈월드는 실제로 모험을 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실시간으로 바뀌는 자연환경과 이에 대응하는 환경의 디테일한 상호작용 등 마치 살아 숨 쉬는 가상 세계에 들어가 게임을 하는 느낌을 준다.

세 번째, 개성 있는 다양한 캐릭터다. 캐릭터 디자인이 예쁘고, 출시할 때에 공들여 만든 PV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유저들에게 월드 안에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캐릭터들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모션까지 덕후의 니즈에 맞추어 유저들에게 수집 욕구를 자극시키고 있다. 또한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BGM과 수준 높은 성우들의 더빙을 입혀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요소로 꼽고 있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조작이지만 액션성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구석구석 보물 상자가 숨겨져 있으며, 채광을 하거나 낚시를 하기도 하고 퍼즐을 풀거나 필드 보스를 잡는 등 오픈월드 콘텐츠 밀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류호현 선생님은 원고 중 <원신>에 대한 연구의 의미와 분석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해주셨다. 또한 트랜스-내셔널리티와 대표적인 캐릭터의 분석을 통해 <원신>의 스토리월드가 어떻게 구축되었는지를 연구하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아쉽게도 트랜스내셔널의 용어설명과 분석도구설명, 이에 따른 구체적인 분석내용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발표할 때에 선생님이 해소해주실 거라 믿는다.

TV사극 속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 고찰

<옷 소매 붉은 끝동>과 <신입사관 구해령>을 중심으로

최지운*

국문초록

2021년에 방영되었던 TV사극은 모두 저마다의 특징과 매력을 발산하면서 시청자를 유인했다. 이들 작품은 모두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거나 남성 캐릭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상의 상승이 이루어졌다는 공통점이 자리한다.

이중 <옷 소매 붉은 끝동>은 궁녀의 세계를 세밀하게 묘사해 큰 인기를 얻었다. 본고는 이 점에 주목해 궁녀처럼 궁중에서 일하는 직업여성 캐릭터가 어떠한 함의가 자리하기에 이러한 반응을 얻어내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본고의 주제에 부합하기에 함께 논의하는

게 적절하다고 여긴 <신입사관 구해령>을 연구 대상에 포함했다.

<옷 소매 붉은 끝동>의 궁녀 덕임과 <신입사관 구해령>의 여자 사관 해령으로 대표되는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에게 발견되는 함의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여성 캐릭터가 신분 상승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왕이나 왕자의 연인이 되는 과정을 로맨스와 매력이 넘치게 그려내기 위함이었다. 둘째, 공무원을 소망하는 현대 여성들의 바람과 이들의 활발한 공직 진출을 여성 캐릭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투영한 것이었다.

궁중을 배경으로 자신의 역량과 재주를 펼쳐 보이는 직업여성은 이미 많은 TV사극에서 다룬 무대와 캐릭터 설정이 결합한 것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의미들을 형성해내었다. <옷 소매 붉은 끝동>과 같은 성공사례가 자리하기에 궁중 직업여성은 앞으로의 TV사극에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의 설정으로 다가갈 것임이 분명하다.

주제어: TV사극, 궁중, 직업여성, 신데렐라 스토리, 공무원

*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czar6058@naver.com

Ⅰ. 서론

TV사극은 역사 속의 인물이나 사건을 소재로 하거나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창작된 TV드라마를 일컫는다.1) 2010년대 이후 평균 7편 내외2)의 TV사극이 시청자를 찾아갔었다. 2020년에 잠시 주춤3)했지만, 2021년에 8편이 방영되면서 여전히 TV드라마의 하위장르 중 하나를 굳건히 차지하는 중이다.

방영된 8편의 TV사극들은 모두 저마다의 특징과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를 유인했다. 그런데 전체 작품들을 아우르는 공통점은 바로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거나 남성 캐릭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상의 상승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2021년에 방영된 TV사극만의 두드러진 점은 아니며 이미 2000년대 이후부터 TV사극에서 적극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여성상이었다. TV사극 내에서 여성 시청자의 증가, 여성주의의 대두, 현실의 반영 등을 이유로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에 방영된 TV사극 중 대미를 장식한 작품이 바로 <옷 소매 붉은 끝동>이었다. TV사극에서 빈번하게 등장했던 직업 중 하나였던 궁녀를 여성 주인공에게 부여하고 그런 그녀가 궁궐에서 왕과 사랑을 나눈다는 서사는 전혀 새로울 게 없었지만, 시청자는 이 작품에 많은 호평과 환호를 보냈다.

본고는 이 점에 주목해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캐릭터가 현대 시청자들의 공유된 정서구조 하에서 강한 카타르시스를 전달하기에 이것이 시청자의 호응으로 연결되었다고 여기는 까닭이다.4) 따라서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에 담긴 함의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TV사극 속 여성 캐릭터 변화의 흐름이나 추후 성공한 TV사극을 위한 스토리텔링의 전략 등을 유추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바이다. ‘궁중사극 속 여성 캐릭터’5)와 ‘조선시대에 직업을 가진 여성 캐릭터’6)에 관한 연구는 이미 존재함에도 본고가 의미

1) 윤석진, 「2000년대 한국 텔레비전 역사드라마의 장르 변화 양상 고찰 1」, 『한국극예술연구』 제38호, 한국극예술학회, 2012, 302쪽.

2)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제작 및 방영된 TV사극은 총 73편이다. (최지운, 「2010년대 텔레비전 역사드라마의 담론 고찰」,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20, 23쪽.)

3) 지상파와 케이블에서 모두 자취를 감추었고 종편인 TV조선에서만 <간택-여인들의 전쟁>, <바람과 구름의 비> 이렇게 두 편을 방영했다.

4) TV드라마는 소재나 주제가 시청자의 일상에서 유래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보편적 경험이나 정서와 매우 밀착된다. 따라서 TV드라마는 현실과 체험된 경험의 기록된 형태로서 역사적 경험, 정치와 이데올로기 모든 것을 일상성의 수준에서 담아내고 있다. TV드라마의 내용은 현실 사회와 조응한 결과로서 시청자와 TV드라마 그리고 현실 사회가 만나는 접점이다. 그럼으로써 소용과 교감의 근거가 되는 조정되고 조율된 보편적인 정서구조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정영희, 『한국사회의 변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커뮤니케이션북스, 2005, 10~11쪽.)

5) 임혜련은 <인수대비(JTBC, 2012)>를 통해 왕실·궁중을 배경으로 한 TV사극 속 왕실 여성에 주목했다.(임혜련, 「TV 사극이 만든 또 다른 조선시대의 왕비·대비 : JTBC ‘인수대비’를 중심으로」, 『여성과역사』 제29호, 한국여성사학회, 2018.)

6) 조윤희는 <대장금>을 통해 전문직 여성의 이미지를 분석하고 그 이미지에 내포된 이데올로기를 통해 사회적인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조윤희, 「전문직 여성의 이데올로기 연구 : TV역사드라마 <대장금>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4.)

를 갖는 지점이기도 하다.

궁중 직업여성이라는 TV사극 속 차별화된 여성 캐릭터를 발견한 <옷 소매 붉은 끝동>을 당연히 본고의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더불어 현재성과 시청률에서는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자리하지만, 본고의 주제에 부합하기에 함께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여긴 <신입사관 구해령>도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Ⅱ. 기존 TV사극에 등장한 여성 캐릭터의 특징과 한계

초기 TV사극에서 메인 주인공이나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했던 여성 캐릭터들은 사료에 기록된 실존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정치 사극’을 표방한 드라마에 등장했다. 대개 구중궁궐 안에서 왕이나 대신들을 비롯한 남성들을 막후에서 조종했다. 그러면서 사랑과 배신, 음모와 복수의 서사를 펼친다는 특징을 보였다.7)

이들의 최종목표는 왕의 총애를 얻어 권력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녀의 권력이 정점에 이를 때면 왕비나 대비, 혹은 가장 권세 있는 후궁이 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즉, 이들은 극중 팜므파탈(Femme fatal)의 역할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TV사극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에 변화가 생긴다. 여전히 사료에 기록된 역사 속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권력 지향적인 팜므파탈이 아니라 영웅이나 위인으로 조명되는 이들을 선택했다. 아니면 재해석을 통해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성공한 여성에 부합된다고 여기는 인물을 낙점했다. 모두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살았거나 업적을 남긴 이들이며 과거 남성들에게 종속되었던 여성 캐릭터들의 문제점을 지워내려고 했다.8)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TV사극은 여성 캐릭터의 역할과 비중이 향상된다. 더 이상 남성 캐릭터의 조력자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사건이나 고난을 함께 해결해나간다. 그러고자 궁궐이나 규방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 기꺼이 사회로 진출한다. 남성 캐릭터와의 로맨스를 가미할 때도 바로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더불어 오늘날의 전문직에 해당하는 직업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남성 못지않은 여성 캐릭터의 능력이나 역량을 과시한다. 이는 능동적이고 강한 여성을 추구하고 여풍 현상이 거센 현대 사회를 반영한다. 이에 부합하는 선구자적인 드라마가 바로 <다모(MBC, 2003)>로 이후 TV사극 속 여성 캐릭터들의 달라진 역할이나 가치관의 원형 혹은 이정표를 제공했다.

이렇듯 TV사극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았을 때 ‘궁중 직업여성으로서의 여성 캐릭터’는 과거와 현재의 양상이 혼재되어 있다. 여성 캐릭터의 주 무대가 궁중으로 회귀한다는

7) 조인희‧안병호,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의 문제점 및 특징으로 인한 발전방안과 전망에 관한 연구」,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논문지』 제5권 제3호,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2011, 75쪽.

8) <대장금(MBC, 2003)>, <황진이(KBS, 2006)>, <선덕여왕(MBC, 2009)>, <동이(MBC, 2010)>, <거상 김만덕(KBS, 2010)> 등이 이러한 여성들을 메인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표적인 TV사극이다.

점에서는 과거의 TV사극으로 역행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그녀에게 뛰어난 능력이나 역량을 부여한다는 점은 오늘날 TV사극의 트렌드에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다. 왜 이런 혼재된 양상이 벌어지게 되었고 어떠한 함의를 내포하는지는 Ⅲ장에서 본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Ⅲ. <옷 소매 붉은 끝동>과 <신입사관 구해령> 속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의 함의

1. 신데렐라 스토리의 구현

TV사극은 그동안 중장년층 남성들이 보는 장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퓨전사극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TV사극도 여성향 콘텐츠로 변모하는 변화가 생긴다. 이는 TV를 떠나 다른 여가 수단을 즐기는 남성들과 달리 여전히 충성을 보이는 여성9)들을 위해 그들의 실상과 욕망 성취를 적극적으로 TV사극에 반영했기에 빚어진 결과이다.10)

TV사극이 반영한 여성 시청자의 욕망 중 대표적인 게 바로 여성 캐릭터가 다양한 매력을 소유한 남성 캐릭터와 로맨스를 펼치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 캐릭터에게 어떠한 매력을 부여할 것인가와 그가 여성 캐릭터와 어떻게 만나 사랑을 완성할 것인지는 최근 TV사극의 스토리텔링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남성 캐릭터에게 부여했던 매력은 외모, 재력, 능력과 같은 외형적인 것에서 순정, 일편단심, 믿음과 같은 내면적인 것까지 다양했다.11) 여성 캐릭터는 이러한 그를 만나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역사로 나아가는 걸 방해하는 반동 세력과 맞서 싸우며 동지에서 연인으로 감정의 변화를 키워 나간다.

로맨스를 위주로 하는 TV사극에서는 보편적으로 이러한 서사 구성을 취한다. 그런데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의 경우에는 여기에 두 가지 특수성이 더해진다. 일단 여성 캐릭터와 사랑의 결실을 보는 남성 캐릭터의 매력이 왕이나 왕자라는, 만인지상의 우월적인 신분을 가졌다는 점이다. <옷 소매 붉은 끝동>에서 여주인공 성덕임의 상대역은 훗날 정조가 되는 왕세손 이산이다.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여주인공 구해령의 상대역은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도원 대군 이림이다.

이러한 남성을 만나게 하고자 두 작품은 여성 캐릭터를 다시 구중궁궐로 귀환시켰다. 지척에서 왕이나 왕자를 보필하는 가운데 부딪치고 서로 애정을 쌓아야만 자연스러운 로맨스의 완성이

9) 현재 방송사나 광고주 모두 20~49세의 시청률에 주목한다. 이중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30대의 시청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윤고은, 「시청률? 30대 여성의 시청패턴을 읽어라」, 《연합뉴스》, 2015.3.15(검색일자 : 2022.2.6.)

10) 2010년대 TV사극 중 대표적인 화제작인 <추노>의 경우 시청자의 성 연령비를 분석한 결과 여성 3〜50대의 비율이 무려 34.8%를 차지하며 가장 열렬한 시청층이었음을 보여주었다. (홍미경, 「숫자로 본 추노」, 《조이뉴스》, 2010.3.26.(검색일자 : 2022.2.6.)

11) 최지운, 「TV사극에 구현된 대체역사 연구」, 『영상문화콘텐츠연구』 19집, 동국대학교 영상문화콘텐츠 연구원, 2020, 47쪽.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그러고자 <옷 소매 붉은 끝동>의 덕임은 이산이 머무는 동궁전과 그가 자주 드나드는 궁중 서고로, <신입사관 구해령>의 해령은 도원 대군의 처소인 녹서당으로 활동 영역이 제한된다. 진취적인 여성상을 담아내고자 궁궐을 넘어 백성들의 삶 속으로 자리를 옮겼던 최근 TV사극의 경향과는 궤를 달리하는 지점이다.

사실 TV사극 속 왕이나 왕자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드라마에서는 빈번하게 등장하는 재벌 후계자의 변용이다.12) 여전히 만연한 남녀의 불평등한 구조, 물질만능주의, 자본과 권력의 세습화, 자본의 서열화와 계급의 고착화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평범한 여성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성공을 거두기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막대한 재력과 높은 신분을 가진 남성을 만나서 이를 이루고 싶다는 여성의 욕망은 이미 많은 TV드라마에서 담아냈던 소재이다. 따라서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가 왕이나 왕자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서사는 TV사극에 적용한 ‘신데렐라 스토리’이다.

다만 여성 캐릭터를 다시 궁궐로 불러들이긴 했지만, 그녀에게 직업을 부여했다는 점은 또 다른 특수성에 해당한다. 이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상에서는 탈피하겠다는 전략으로 읽어 들일 수 있다. 여성 캐릭터를 궁궐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그녀가 왕실에서 정해둔 정혼 상대자이거나 궁궐에서 일하는 관료로 설정되어야 한다. 전자는 여성의 태생적 신분이 높아야 하는 데다 직업이

없는 규수이며 정략이 자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후자는 여염집의 처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녀의 역량과 재주를 돋보일 수 있는 서사를 마련할 수 있는 데다 왕이나 왕자 사이에 정치가 아닌 사랑이 작용하기에 여성 시청자로부터 정서적 교감을 얻어내기 쉽다.

이는 현대를 배경으로 삼는 로맨스 드라마에서 자주 발견되는 ‘캔디렐라 캐릭터’13)를 TV사극에서도 구현한 것이다. 백마 탄 왕자를 그저 기다리거나 주위의 도움으로 그와 사랑이 성사되는 신데렐라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가운데 백마 탄 왕자의 흠모를 받는 캔디가 욕망을 충족하면서도 오늘날의 진취적인 여성상에 부합하는 캐릭터이다.

엄격한 신분 질서가 자리했던 조선시대를 주로 배경으로 하는 TV사극에서 여성 캐릭터가 신분 상승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왕이나 왕자의 연인이 되는 과정을 로맨스와 매력이 넘치게 그려내고자 하는 점이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에게서 발견되는 첫 번째 함의이다.

2. 전문직 공무원 드라마의 표방

Ⅱ장 말미에 TV사극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여성 캐릭터의 역할과 비중을 향상하고자

12) 최지운, 「로맨스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의 재력 획득 방법 분류 및 함의 연구」, 『영상문화콘텐츠연구』 13집, 동국대학교 영상문화콘텐츠연구원, 2017, 40쪽.

13) ‘캔디’와 ‘신데렐라’를 접목한 용어이다. 가난하고 무능력한 가족을 만났지만 이를 원망하기보다는 억척스럽게 살아가며 명랑하고 씩씩한 그녀의 모습에서는 ‘캔디’를, 그런 그녀가 부와 권력을 거머쥔 재벌가의 자제나 전문직 종사자를 만나 사랑의 완성하고 신분 상승을 이루는 모습에서는 ‘신데렐라’를 표상한다. 아직 공식화된 용어는 아니며 대중매체와 일부 평론가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영미, 「여성들, 자기 능력으로 일·사랑에 성공하는 ‘캔디렐라’에 열광하다」, 《경향신문》, 2016.9.19(검색일자 : 2022.2.7.)

오늘날의 전문직에 해당하는 직업을 가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모두 여성 캐릭터의 재주와 역량을 돋보일 수 있다는 점과 오늘날에도 많은 여성이 선망한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자리한다.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에서도 물론 이러한 특징이 전제된다. 그런데 왜 하필 궁중에서 종사하는 직업을 부여했는가에 대해서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공무원이 되길 원하는 현대 여성들의 바람과 이들의 활발한 공직 진출을 TV사극에서 여성 캐릭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투영한 것이다.14)

<옷 소매 붉은 끝동>에서 덕임은 동궁전 지밀나인으로,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해령은 도원대군의 담당 사관으로 각각 설정된다, 오늘날로 따지면 전자는 대통령 비서실 직원, 후자는 서기관에 해당한다. 두 작품은 이들이 모두 어엿한 관료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이러한 서사를 구축하고자 두 작품은 이전의 TV사극과는 차별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옷 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이전 TV사극에서 소모적으로 사용되었던 전형적인 캐릭터에 속했던 궁녀를 주요 캐릭터로 비중을 확장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덕임과 그녀의 동료들이 상궁들로부터 받는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지는 내명부(內命婦)의 모습은 흡사 오늘날 어딘가에서 존재할 것만 같은 여성 전문 공무원 양성학교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이를 통해 이전 TV사극에서 소비했던 것처럼 궁녀가 가련한 처지의 여인이 궁궐에 흘러 들어가 종사했던 비운의 직업이 아님을 밝힌다. 엄연히 전문적인 재주와 역량을 갖추어야만

종사할 수 있는 전문직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다.

<신입사관 구해령>에서는 아예 조선시대에 존재하지 않았던 여사(女史) 제도를 버젓이 등장시키는 픽션사극을 표방한다. 그녀는 엄연히 과거를 볼 수 없는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극적 허용을 통해 과거에 급제해 예문관 권지가 된다. 이렇게 궁궐에 입성한 그녀는 사관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해 궁궐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목격하고 기록한다. 그러면서 가상의 역사이긴 하지만 증인이 되는 한편 흐름에도 개입해 변화의 물줄기를 튼다.

궁중 직업여성을 다룬 TV사극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15) 하지만 두 작품은 더욱 노골적으로 공무원을 동경하는 여성 대중의 정서를 노린다. <옷 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1화에서 어린 이산과 덕임이 나누는 대화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산이 왕세손임을 몰랐던 덕임은 자신이 장차 정5품 상궁에 오를 몸이라고 자랑한다. 특히 ‘가만히만 있어도’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월이 흐르면 저절로 높은 관직이 보장되는 궁녀의 삶에 자부심과 과시욕이 자리하고 있음이 발견된다. 이는 궁녀로 비유되는 여성 공무원을 바라는 오늘날 여성 대중의 심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14) 2021년 공무원 시험은 선발 예정 인원이 5천 명대에 불과한 데 반해 지원자는 19만 명이 몰리면서 무려 35대1이라는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7%가량 증가한 수치로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인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특히 이중 여성 지원자가 11만 명으로 남성을 압도한다.(박태우,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 35:1」, 《한겨레》, 2021.3.15(검색일자 : 2022.2.7.) 이는 다른 직업에 비해 공무원이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의 위험이 적고 임금과 직무의 차별이 덜하다는 점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김방현, 「건국 이래 처음 여성 공무원 비율 절반 넘었다」, 《중앙일보》, 2018.6.28(검색일자 : 2022.2.7.)

15) <대장금(MBC, 2003)>, <동이(MBC, 2010)>, <천명(KBS, 2013)>, <불의 여신 정이(MBC, 2013)>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대장금>과 <천명>에서는 의녀로, <동이>에서는 장악원 여비로, <불의 여신 정이>는 사가장으로 각각 설정되었다.

<신입사관 구해령>에서는 해령이 원치 않는 혼인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사를 뽑는 별시(別試)에 응시하는 서사가 그려진다. 여성이 마땅히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시기인데다 양반가의 규수이기에 글을 읽고 쓰는 것 외에는 다른 재주가 없었던 그녀가 독립하기 위해서는 별시에 합격에 관료가 되는 길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이것 역시 오늘날에도 여성이 채용되기 어려운 현실과 그러한 까닭에 특별한 스펙 없이 오로지 지식만으로 도전할 수 있는 공무원을 동경하는 여성 대중의 정서를 반영한다.

이처럼 궁중 관료들의 삶을 다룬 TV사극을 김헌식은 ‘공무원 사극’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관료들의 성공 신화를 다룬 공무원 사극의 탄생 배경으로 IMF 외환관리 체제 이후 안정된 직장의 상징이 되어버린 공무원을 욕망하는 대중의 심리가 반영되었다고 밝혔다.16) 이는 더욱 강화되었으며 특히 여성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여성 공무원으로 치환되는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는 여성을 주요 시청자로 유인하고자 하는 TV사극에서 앞으로도 자주 소환될 것이다.

Ⅳ. 맺음말

이상과 같이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에게서 발견되는 함의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궁중을 배경으로 자신의 역량과 재주를 펼쳐 보이는 직업여성은 이미 많은 TV사극에서 다룬 무대와 캐릭터 설정이 결합한 것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의미들을 형성해내었다.

먼저 여성 캐릭터가 신분 상승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왕이나 왕자의 연인이 되는 과정을 로맨스와 매력이 넘치게 그려내기 위함이었다. 다음으로 공무원을 소망하는 현대 여성들의 바람과 이들의 활발한 공직 진출을 여성 캐릭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투영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 TV사극이 해외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와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화려하고 다채로운 볼거리를 바탕으로 한 영상미의 상승을 염두에 두어서이다.

비록 <신입사관 구해령>에서는 실패했지만 <옷 소매 붉은 끝동>과 같은 성공사례가 자리하기에 궁중 직업여성은 여성 캐릭터를 설정할 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과거의 장르적 관습으로 역행하는 면이나 현재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면이 합종연횡을 이루는 스토리텔링 전략은 앞으로의 TV사극에서 자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정서에 부합해 시청률과 화제성을 견인한다는 기획의도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구분이 무의미한 까닭이다.

본고는 변화무쌍하게 변화하며 다양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2020년대 TV사극의 경향에서 자그마한 단초를 발견해 이것에 대한 의미를 해석해보았다. TV사극의 역사를 논할 때 본고가 작은 이정표나 길라잡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16) 김헌식, 「당신이 빠진 ‘공무원 사극’ , 파시즘을 부르는 욕망의 주문」, 《미디어오늘》, 2013.9.1(검색일자 : 2022.2.7.)

참고문헌

1. 저서

정영희, 『한국사회의 변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커뮤니케이션북스, 2005.

2. 논문

윤석진, 「2000년대 한국 텔레비전 역사드라마의 장르 변화 양상 고찰 1」, 『한국극예술연구』 제38호, 한국극예술학회, 2012.

임혜련, 「TV 사극이 만든 또 다른 조선시대의 왕비·대비 : JTBC ‘인수대비’를 중심으로」, 『여성과역사』 제29호, 한국여성사학회, 2018.

조윤희, 「전문직 여성의 이데올로기 연구 : TV역사드라마 <대장금>을 중심으로」,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4.

조인희‧안병호,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의 문제점 및 특징으로 인한 발전방안과 전망에 관한 연구」,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논문지』 제5권 제3호,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2011.

최지운, 「로맨스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의 재력 획득 방법 분류 및 함의 연구」, 『영상문화콘텐츠연구』 13집, 동국대학교 영상문화콘텐츠연구원, 2017.

_____, 「TV사극에 구현된 대체역사 연구」, 『영상문화콘텐츠연구』 19집, 동국대학교 영상문화콘텐츠 연구원, 2020,

_____, 「2010년대 텔레비전 역사드라마의 담론 고찰」,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20.

3. 기사

김방현, 「건국 이래 처음 여성 공무원 비율 절반 넘었다」, 《중앙일보》, 2018.6.28(검색일자: 2022.2.7.)

김헌식, 「당신이 빠진 ‘공무원 사극’ , 파시즘을 부르는 욕망의 주문」, 《미디어오늘》, 2013.9.1(검색일자 : 2022.2.7.)

박태우,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 35:1」, 《한겨레》, 2021.3.15(검색일자 : 2022.2.7.)

윤고은, 「시청률? 30대 여성의 시청패턴을 읽어라」, 《연합뉴스》, 2015.3.15(검색일자 : 2022.2.6.)

이영미, 「여성들, 자기 능력으로 일·사랑에 성공하는 ‘캔디렐라’에 열광하다」, 《경향신문》, 2016.9.19.(검색일자 : 2022.2.7.)

홍미경, 「숫자로 본 추노」, 《조이뉴스》, 2010.3.26(검색일자 : 2022.2.6.)

토론문

토론자 : 안숭범(경희대학교)

본 연구는 TV사극 속에서 과거보다 비중있는 캐릭터로 더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를 분석합니다. 추후 보완된다면, 2000년대 이후 TV사극의 변화 양상과 그 경향을 파악하는 데 유의미한 학술적 관점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토론자로서 미리 밝힐 것은, <옷 소매 붉은 끝동>과 <신입사관 구해령>의 모든 회차를 다 본 후 작성한 토론문이 아니어서 일정한 한계를 가지는 점, 양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논문을 읽으면서 들었던 몇 가지 궁금증과 의문 사항을 요약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본 논문은 ‘TV사극’이라는 용어를 지속적으로 강조합니다. 매체(TV)와 장르(사극)가 결합된 이 용어는 연구대상 범위를 명확히 제한하려는 의도처럼 보입니다. 궁금한 것은, 선생님의 논의가 국내외 OTT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어 방영된 사극 드라마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일까요. 사실상 TV사극도 시간 차를 두고 OTT 플랫폼에서 방영되고 있는 상황인데 ‘TV사극’이라는 제한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차별화의 이유가 있다면 그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둘째, 본 논문은 분량상 최종 완성본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옷 소매 붉은 끝동>과 <신입사관 구해령>의 여성 캐릭터들이 “현대 시청자들”의 “공유된 정서구조”와 어떻게 조응하는지 충분히 설명된 것 같진 않습니다. 안정직 공무원을 바라는 오늘날 젊은 여성들의 직업관과 직업 이해가 궁중 직업여성을 둘러싼 정보에 반영되어 있다는 데에는 수긍이 갑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공유된 정서구조’가 분석된 것인지는 불분명해 보입니다. 또한 향후 제작될 TV사극의 성공을 위한 스토리텔링 전략 등이 충분히 제시되어 있지 않아서 그에 대한 고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셋째, 향유 경험에 의존해서 말씀드리면, 2000년대 이후 사극 장르가 퓨전 사극 형태로 변화해 왔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커졌다는 주장에도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종종 드러나는 ‘2000년대 이후’라는 시대 구분이 그만큼 확실한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중비평장에서 보편적으로 논의되는 ‘퓨전 사극’이란 표현에 대해 선생님의 학술적 정의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이해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것을 확인한 적이 있어서 여쭙습니다.

넷째, Ⅲ장 1절을 보면, 스토리텔링 전략 면에서 여성 캐릭터가 다양한 매력을 소유한 남성 캐릭터와 로맨스를 펼치는 것이 최근 TV사극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남녀의 로맨스를 다루는 사극은 꽤 오랜 시간 반복 제작된 것 같은데 여기서의 ‘최근’은 언제일까요. 또한 “TV사극의 중요한 요소”라고 했지만, 매체의 관점에서 보면 OTT 플랫폼 등에서 유통

되는 웹드라마에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여겨집니다. 또 너무 당연하게도, 사극 장르가 아닌 다른 여러 대중서사 장르에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여겨집니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남성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가 펼치는 로맨스가 “TV사극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데에 각별한 함의가 있을지요.

다섯째,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한 지위를 가졌다는 점이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TV사극의 특수성으로 설명됩니다. 그런데 이미 선생님이 밝힌 것처럼 ‘신데렐라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는 사극에서도, 사극 밖에서도 너무 보편적이라서 ‘TV사극의 특수성’이라는 표현 역시 다른 뜻이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궁중 직업여성을 등장시킨 TV사극 드라마가 “우월적 지위의 남성을 만나게 하고자 여성 캐릭터를 다시 구중궁궐로 귀환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궁중 직업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TV 사극에서 남성과의 로맨스가 구중궁궐에서 이뤄지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일 것 같은데, 여기에도 특별하게 주목해야 할 논점이 숨어 있는 것일까요. 특히 ‘귀환’이라는 말에 유념하면, 한동안 TV사극 속 궁중 직업여성들이 궁궐 밖에서 연애를 하거나 궁궐 바깥에서의 삶이 두드러졌을까요.

마지막으로 과거에는 소모적인 캐릭터로 더 자주 등장한 궁녀들이 전문직 공무원에 대한 현대 여성의 욕망을 대리 충족시킨다는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궁중 직업여성을 다룬

TV사극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설명과 함께 각주로 해당 드라마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이 정보는 한국 드라마사 전반에서 검토된 것일까요. 각주 첫머리에 <대장금>(2003)이 언급되고 있는데,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이전에도 궁중 직업여성들이 등장한 것으로 알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선생님의 이해와 판단을 듣고 싶습니다.

콘텐츠 3중 구조(의미·재미·심미) 발현을 위한 연기 연출론 연구

이종현1)

국문초록

이 연구는 콘텐츠 3중 구조론의 이론적 성장을 목적으로, 연기 연출 방법론으로서 의 확장을 도모한다. 콘텐츠 3중 구조의 형성은 창작자의 주관의 영역에서 구축될 수 있는데, 3중 구조 발현의 문제는 여러 예술가의 협업이라는 콘텐츠 제작의 특성상 창작자의 영역을 벗어난다. 3중 구조의 발현에는 콘텐츠의 예술·기술적 요소들이 동원되고, 특히나 배우의 연기는 3중 구조를 재현하고 향유자에게 전달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창작자는 3중 구조의 표현체이자 매개체인 연기 예술의 체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3중 구조를 발현하는 데에 적합한 연기 연출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따라서 3중 구조적 연기 연출 방법론을 모색하고, 해당 방법론의 실증성과 효용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여러 연기 이론을 고찰하여 3중 구조 각 요소에 적합한 연기 방법론을 적용하였다. 의미 요소의 발현에 핵심은 콘텐츠의 이야기 기저에 자리한 메시지가 향유자에게 이해되는 원리로서, 이야기의 상황과 캐릭터에 몰입과 이입을 추구하는 사실주의적 연기 방식인 메소드(method) 연기가 적합하다. 재미 요소의 발현에 핵심은 향유자의 사고와 감각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콘텐츠 내적 장치의 극적 표현으로서, 영화적·장르적 리얼리티 안에서 양식화된 연기를 추구하는 비메소드(non method) 연기가 고려된다. 심미 요소 발현의 핵심은 창작자의 주관적 예술성이 집약적으로 표현되는 체계로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연기 예술을 추구하는 생소화(Verfremdung), 그로테스크(grotesque) 연기가 거론된다. 각 연기 이론의 방법론적 내용을 토대로 3중 구조적 연기 연출의 세부적인 방법을 설계하였고, 이에 입각해 직접 제작한 단편영화콘텐츠 <분장>의 연기 연출을 분석하여 해당 방법론의 실체를 규명하였다. 콘텐츠 창작자는 3중 구조 발현에 최종 책임자로서, 연기 연출에 대한 조예와 실기를 겸비해야 한다. 이 논문이 콘텐츠 창작자의 실천적 능력을 양성하는 데에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

주제어: 콘텐츠, 3중 구조, 연기 연출, 메소드, <분장>

1) 한신대학교 디지털영상문화콘텐츠학과, 강사

Ⅰ. 콘텐츠 3중 구조와 연기 연출

콘텐츠 3중 구조(의미·재미·심미)는 콘텐츠 체험의 지향 가치로서, 향유자는 콘텐츠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재미를 느끼고, 아름다움을 경험한다는 내용을 함의한다.1) 콘텐츠가 지향하는 체험의 세 가치는 “동시에 콘텐츠의 내적 구조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로도 환원될 수 있다.”2) 콘텐츠가 어떤 형태로든 향유자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 간주한다면, 3중 구조는 콘텐츠가 반드시 내재해야할 필수적 요소이자 발생 원리가 될 수 있다.

또한 3중 구조의 각 구성 요소인 의미, 재미, 심미는 콘텐츠를 인식하는 대표적 관점들과 연결된다. “3중 구조의 의미는 인문학적 층위에서, 재미는 산업적 층위에서, 심미는 예술적 층위에서 이해될 수 있다.”3) 3중 구조는 콘텐츠에 대한 대표적 관점과 그 가치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여러 지향과 특성을 아우르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 창출의 원리임을 이해할 수 있다. “3중 구조론은 콘텐츠 자체의 원리에 대한 연구로서, 콘텐츠 기획·제작에 유의미한 지침을 안겨주는 이론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4) 이처럼 3중 구조를 활용한 콘텐츠 기획·제작에 대한 탐구와 연구 방법론으로서의 확장은 당위성을 갖는다.

한편 3중 구조를 활용한 콘텐츠 창출에 있어서 무엇보다 핵심적 역할은 콘텐츠 창작자의

몫이다. “3중 구조를 활용한 문화콘텐츠 창작의 첫 단계는 창작자 자신만의 의미, 재미, 심미를 찾는, 즉 문화콘텐츠 창작자로서 정체성을 구축하는 행위이다.”5) 창작자의 주관성에 입각한 3중 구조의 형성이 콘텐츠 기획의 시작점이 되며, 이를 위해 창작자는 철학하고 연구하며 자신만의 3중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창작자의 3중 구조를 기반으로 콘텐츠의 3중 구조를 설계하고, 설계된 콘텐츠의 3중 구조를 실제로 발현하는 제작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논점이 등장하는데, 바로 콘텐츠 3중 구조의 발현이다. 창작자의 3중 구조형성과 콘텐츠의 3중 구조 설계는 창작자만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지만, 콘텐츠화 단계에서 완성되는 3중 구조의 발현은 창자작의 영역을 벗어난다. 대부분의 콘텐츠 제작은 여러 예술가와 기술진이 참여해 다양한 예술적 요소의 동원과 조화를 통해 완성된다. 창작자의 구상과 연출 이외에도, 카메라 움직임, 미술·조명 디자인, 음향·음악 디자인, 배우 연기, 편집 효과 등 콘텐츠의 예술적·기술적 구성 요소들이 콘텐츠의 3중 구조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콘텐츠 창작자는 자신이 설계한 3중 구조의 완전한 발현을 위해서 콘텐츠 제작에 관여하는 여러 구성 요소를 통제하고 조율해야 한다. 효과적인 통제와 조율이 가능하려면, 창작자는 각 구성 요소에 대한 기본적인 조예와 직감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3중 구조 발현에

1) 신광철, 『문화콘텐츠입문』, 한신대학교 출판부, 2009, 48-49쪽 참조.

2) 이종현, 「문화콘텐츠 필수 요건으로서 3중 구조(의미·재미·심미) 연구」, 『인문콘텐츠』 제57호, 인문콘텐츠학회, 2020, 50쪽.

3) 이종현, 「문화콘텐츠 연구 방법론으로서 3중 구조(의미·재미·심미)의 가치 연구: 단편영화콘텐츠 <분장>을 중심으로」, 『인문콘텐츠』 제64호, 인문콘텐츠학회, 2022, 78쪽.

4) 이종현, 위의 논문, 95쪽.

5) 이종현, 위의 논문, 79쪽.

가장 영향을 주는 배우 연기에 대한 통찰과 연출 감각이 필요하다. 콘텐츠의 내용을 전달하고, 관객의 향유를 이끄는 데에 캐릭터의 역할이 상당한 까닭에서다. “캐릭터는 콘텐츠화하는 과정에서 실제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문화콘텐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6) 캐릭터는 콘텐츠에 담긴 3중 구조를 직접적으로 재현하는 표현체이자, 창작자를 대신해 향유자와 소통하는 매개체가 된다.

따라서 3중 구조 발현에 캐릭터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캐릭터를 창출하는 데에 혁혁한 역할을 하는 배우와 연기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배우와 연기에 관한 연출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특히 아마추어 창작자나 콘텐츠 전공 학생들은 연기에 대한 무지로 인해, 배우에게 자신의 구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콘텐츠 창작자로서 콘텐츠에서 연기를 구성하고 조율하는 방법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그동안의 연출 이력을 바탕으로 실제 영상콘텐츠 제작 사례를 반추하며, 3중 구조를 발현할 수 있는 연기 연출론을 제안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연구자가 제작한 단편영화콘텐츠 <분장>(2021)7)의 연기 연출 사례를 분석하며, 해당 연기 연출론의 실증성과 효용성을 규명할 것이다.

Ⅱ. 연기 예술의 중요성과 연기 연출의 전제

포터 애벗에 의하면 “스토리는 언제나 서사 담화에 의해서 중개된다.”8) 독자는 스토리 그 자체를 직접 마주할 수 없으며, 서술자의 목소리에 의해서 혹은 작가의 문체를 통해서 스토리의 실체에 다가설 수 있게 된다. 서사에 있어 스토리를 전달하는 담화 방식은 중요성을 갖는 것인데, 영상 매체의 담화 방식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인물, 즉 캐릭터일 수 있다. 영상 매체는 카메라를 통해서 작중 인물의 모습을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 현현하게 한다.

카메라가 펼쳐 놓는 상황 속에서 시각적으로 직접 제시된 캐릭터는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피사체가 되며, 스토리 안에서 행동과 대사, 표정 등으로 작용과 반작용을 야기하며 사건을 전개한다. 나아가 사건을 둘러싼 인물의 상황과 심리, 여러 인물 군상의 입장과 관계를 암시하여, 사건 전개 이면에 감춰진 서브텍스트를 일깨워 다층의 서사 해석을 야기한다. 이는 인물을 표현하는 배우의 연기 영역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배우는 연기 작업을 통해서 즉 외모, 언어, 움직임, 표정, 말투, 감정, 개성 등 다양한 표현

6) 신광철, 「킬러콘텐츠 분석 도구를 통해 본 1,000만 영화의 구조」, 『인문콘텐츠』 제29호, 인문콘텐츠학회, 2013, 34쪽.

7) 연구자가 각본/감독한 단편영화로 2021년 <제 11회 충무로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2021년 <제 3회 예천스마트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8) H. 포터 애벗, 우찬제 옮김,『서사학 강의』, 문학과지성사, 2010, 53쪽.

요소를 동원하여, 작중 인물을 실존하는 사람처럼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 배우는 창작자가 창조하는 작중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인데, 독자적인 개성을 부여하여 하나의 인격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드니 게눈의 말처럼 “인물과 배우는 근대의 흔적이 되는 개성화의 움직임 속에 자리 잡게 된다.”9) 즉 작중 인물이 배우의 시각적 요소와 표현요소에 의하여, 하나의 캐릭터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콘텐츠 향유자는 창작자가 의도한 작중 인물의 행위와 배우가 표현해내는 인물의 외형과 내면을 이해하면서, 캐릭터가 안내하는 내러티브에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더불어 캐릭터의 설정과 표현이 현실적이고 입체적일수록 향유자의 감정이입의 정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독자가 담화 안에서의 구성을 통해 스토리를 이해한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캐릭터의 기능에 따라서 향유자의 스토리에 대한 인식까지도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캐릭터의 능력이나 매력에 의해 향유자의 감정이입의 상대와 강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스토리의 형식과 내용, 의미도 다른 형태로 분화되어 인식될 수 있다. 캐릭터가 스토리의 이해와 해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인데, 캐릭터의 기능 형성에 있어서 배우의 역할은 핵심적이다. 연기 예술의 원리를 철학적으로 탐색한 게르오그 짐멜은 “배우 앞에는 어떤 이상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배우 개성으

로 이 역할에 형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10)라고 설명한다.

배우가 지닌 개성과 연기 표현을 통해서 캐릭터의 성격과 매력은 결정되고, 그 기능과 역할도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해진다. 창작자가 설계한 스토리와 작중 인물 안에서 배우는 자신의 개성과 예술성을 동원하여 캐릭터의 잠재성을 확장할 수 있고, 종국에는 스토리의 의미와 향유자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즉 배우는 스토리를 넘어서는 힘이 있다. 콘텐츠의 내용 전달과 향유자의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배우와 연기 예술의 중요성이 주목되는 이유다.

그러나 배우와 연기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고해서 콘텐츠의 내러티브 전개와 표현을 온전히 배우에게 일임해야 한다는 단순한 결론에 도달해서는 안 된다. 짐멜의 사유에서도 유추되는 내용인데, 연기 예술은 배우의 개성과 작가의 객관적 창조물 사이에 형성되는 이원적 특성을 지닌다. “배우의 연기는 주어진 내용과 작가의 특성에 완전히 묶여 있다. 또 한편으로 예술가의 주체성에서 출발해 창조된 배우의 연기 역시 자립인 것이다.”11) 배우의 개성과 연기가 캐릭터 창출에 주효하더라도 그 원천인 스토리와 작중 인물의 존재감과 단절될 수는 없다.

작가의 창조물에 대한 내용과 정보는 온전히 작가만의 것이다. 즉 콘텐츠의 내용과 캐릭터의 원형은 최초 설계자인 창작자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배우는 캐릭터의 창출과 표현에 있어서 창작자의 창조물과 깊은 관계성을 맺어야 하며, 창작자는 배우가 창조물에 기

9) 게르오그 짐멜, 신소영 옮김,『배우의 철학』, 연극과인간, 2010, 9쪽.

10) 게르오그 짐멜, 위의 책, 29쪽.

11) 게르오그 짐멜, 위의 책, 37쪽.

반해 주체적 연기 예술을 선보일 수 있도록 끊임없는 코칭과 디렉팅을 주어야 한다. 창작자와 배우 간 소통을 통해서 캐릭터의 구축과 콘텐츠의 창작이 달성되며, 이는 배우 예술의 자립과 창작자의 콘텐츠 완성도 모두를 확보하는 방안이 된다.

특히 영상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의 경우 배우의 연기 예술은 창작자의 예술 영역안으로 더 귀속되는 성질을 띤다. 매체 연기의 특성과 방법을 연구한 조성덕은 영화 매체의 연기를 ‘보여지는 연기’로 정의한다. “보여지는 것은 배우의 능동적 행위일 뿐 아니라 미장센적인 특성, 피사체로서의 운명상 카메라에 의해 비춰지는 즉물적인 배우의 신체적 모습이다.”12) 영상 매체에서는 배우의 능동성보다는 카메라 앞에서 한정지어지는 혹은 미장센의 한 요소로서 국한되어지는 그 수동성이 더 요구되어진다.

즉 영상 매체의 담화 방식으로서 배우의 연기는 다양한 영상언어와 조화되기에, 그 발현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창작자의 기능과 조우하게 된다.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표현되는 데 있어서 연출과 카메라 감독이 시도하는 카메라 앵글, 사이즈, 움직임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13) 다양한 영상언어를 관할하는 역할이 콘텐츠 창작자에게 있음을 주지한다면, 영상언어와 상호관계에 놓인 배우의 연기에도 창작자의 영향력은 발휘되게 된다. 창작자는 배우의 연기 예술을 미장센으로서의 연기로 접근할 필요가 있고, 자신의 구상과 예술성에 부합할 수 있도

록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한다.

이 논문의 논리로 환원하여 설명하자면 창작작의 3중 구조를 발현하는 데에 배우의 연기예술을 적극적으로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콘텐츠의 설계된 3중 구조에 대한 내용과 이미지는 창작만이 온전히 이해하고 있기에, 이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배우 연기를 활용할 줄 알아야한다. 물론 배우 예술의 자립성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에서 영상을 구성하고, 미술·조명을 구성하고, 음향·음악을 구성하듯이 연기 예술도 구성해야하며, 이를 배우와 소통하고 타협하며 최선의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창작자는 연기 예술의 기술적 방법론에 대한 지식까지는 알지 못하더라도, 연기 예술의 기본적 원리를 이해하고 연기 예술에 대한 주관은 형성하고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콘텐츠에 설계된 3중 구조 각각의 의도와 지향을 바로 알고, 이를 실현하는 데에 필요한 연기적 이상, 형태, 표현 등을 고찰하고 구상해야 한다. 또한 배우 간의 연기 예술의 조화, 연기 예술과 다양한 영상언어 간의 조화를 간주하며 콘텐츠 전체의 미장센을 구축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배우를 비롯한 여러 예술가들에게 설명하는 연출력을 겸비해야 한다.

12) 조성덕, 「디지털 시대의 영화연기 교육 대안」, 『디지털영상학술지』 제2권 2호, 한국디지털영상학회, 2005, 164쪽.

13) 박호영·민경원, 「매체연기 특성 연구」,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제11권 8호, 한국콘텐츠학회, 2011, 163-164쪽.

Ⅲ. 3중 구조적 연기 연출의 이론

1. 3중 구조적 연기 연출의 개념

콘텐츠 3중 구조의 발현을 위한 연기 연출의 이론적 토대를 검토하며, 실제 접근 방법을 고찰하고자 한다. 여기서 3중 구조적 연기는 콘텐츠에 설계된 3중 구조를 표현하는 연기 예술을 의미하며, 3중 구조적 연기 연출이란 3중 구조의 총체적 효과를 창출하는 일련의 사고와 활동을 가리킨다. 본래 연출은 연극에서 통용되는 개념이지만, 영화와 같은 영상콘텐츠도 시공간의 예술이란 특성을 갖기에 연출 개념을 공유하며 그 의미화를 이룰 수 있다.

김대현에 의하면 “장면연출은 시·공간속에서의 텍스트의 시각화를 의미한다.”14) 즉 연극은 작가의 창조물을 일정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특정 공간을 시각화하여 나타내는 작업이다. 이는 영화와 같은 영상콘텐츠에도 적용이 가능한 설명으로, 콘텐츠는 창작자의 3중 구조를 프레임 안의 시·공간에서 시각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연극과 영화 혹은 콘텐츠는 장면을 연출한다는 유사성을 기반으로 상호 연결될 수 있으며, 연극의 다양한 연출 이론은 콘텐츠의 연기 연출을 정립하는 데에 학술적 배경이 되어줄 수 있다.

더욱이 이 논문의 핵심 주제인 연기 예술에 대한 이론도 대체적으로 연극을 중심으로 축적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연기 예술의 대표적 이론으로 알려진 메소드(method)15)나 생소화(Verfremdung)16) 조차도 그 근원은 연극에 있고, 후기 학자들과 배우들에 의해서 영화 매체로 옮겨와 발전된 논의라 할 수 있다.17) 그렇기에 연기 이론과 방법론에 있어서 연극적 논의는 중심이 되며, 연극 연출가의 인식과 예술관과도 영향관계가 있다.

메소드 연기와 생소화 연기는 연극 연출가인 스타니슬라브스키(Constantin Stanislavski)와 브레이트(Bertolt Brecht)의 예술관과 깊은 연관이 있다. 스타니슬라브스키는 연극 예술의 궁극적 목적을 관객의 감정 이입에 둔다. “인간의 감정은 관객 앞에서 구현되는 그 순간에 자연스러운 감정을 요구한다.”18) 관객은 극중 인물과 상황에 이입하여 인간의 감정에 동화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며, 이러한 효과 창출을 위해서는 더욱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14) 김대현, 「장면연출과 리듬·템포- 장소(place)와 장면(scene)의 고정성을 중심으로 -」, 『한국연극학』제 22권, 한국연극학회, 2004, 395쪽.

15) 스타니슬랍스키의 연기 시스템에서 파생한 배우 훈련 방법이자 인물 창조 기술이다. 메소드 연기는 배우가 창조하는 인물의 내적 진실과 깊이에 대한 탐구, 주어진 상황을 믿게 만듦으로써 살아 움직이는 복합적인 심리적 존재로 무대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연기 훈련법이다. - 정인숙, 『아메리칸 액팅 메소드Ⅰ』, 연극과 인간, 2008, 16쪽 참조.

16) 브레히트 서사 미학의 핵심 개념으로 관객이 극중 인물에 감정이입하는 것을 가로막아, 극중 상황에 거리를 두며관찰하게 만들어 현실을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이다. 생소화 연기는 인물에게서 당연한 것, 잘 알려진 것, 자명한 것을 제거하고, 그에 대해 놀라움과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방법이다. - 송윤엽,『브레이트의 연극 이론』, 연극과 인간, 2005, 63-65쪽 참조.

17) 연기 예술의 중심이 연극에 있는 까닭은 연극 장르가 배우에게 가장 큰 자율성과 책임을 부과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논의가 영화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은 매체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창조물에 형식을 부여한다는 연기 예술의 본질은 동일하기에 그렇다.

18) 스타니슬라브스키, 김균형 옮김, 『배우 훈련』, 소명출판, 2014, 32쪽.

상황 연출과 연기가 요구되어진다.

브레히트는 관객의 감정이입과 카타르시스 효과를 배제하고, 작품으로부터 관객을 소외되도록 만들어 비판적 인식을 형성하는 데에 집중한다. “배우는 관객에게 생소하게, 낯설게 느껴지기를 원하고, 배우는 자신과 자신의 연기를 생소하게 바라봄으로써, 일상적인 것들이 친숙함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된다.”19) 배우가 자신이 맡은 인물에 거리를 두고, 생소한 표현을 동원하는 행위는 연극의 일상적 상황과 보편의 감정을 낯설게 만들어 관객의 소외를 야기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극명하게 다른 두 가지 연기론은 두 연출가의 관점과 목적성에 의해서 상반되는 방법론을 지향한다. 이는 연극의 사실주의 미학을 향한 두 연출가의 주관이며, 정형성과 비정형성이라는 미학 추구 방법의 상반된 논리이자 견해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연출가는 확고한 예술관과 작품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기반으로 연기 예술을 통찰하고 지향점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배우의 연기 양식은 대단히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겠지만, 특정 작품과 연출가의 예술적 지향점에 따라서 다르게 분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콘텐츠 3중 구조 역시 콘텐츠 창작자의 개성과 콘텐츠관에 따라서 다양한 지향과 형태를 형성할 수 있다. 핵심은 3중 구조에 대한 창작자의 분명한 이상의 설립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연기 예술의 활용이다. 연출가가 자신의 예술성을 기반으로 주관적인 연기 예술을 그려내

듯, 창작자도 3중 구조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배우의 연기를 동원하고 재단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콘텐츠 창작자의 이상에 따라 연기의 내용과 형식은 얼마든지 변형되고 조율될 수 있으며, 모든 배우는 창작자의 페르소나가 되어 콘텐츠의 전체적인 조화에 역할해야 한다.

2. 3중 구조적 연기 연출의 설계

3중 구조적 연기 연출의 이론을 설계하기 위해선 먼저 3중 구조의 각 요소의 내용과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콘텐츠 3중 구조의 의미 요소는 “콘텐츠 창출의 의도와 목적, 창출된 콘텐츠의 주제와 기능 등에 의해 성립된다.”20) 의미 요소는 일차적으로 콘텐츠에 담기는 메시지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이 메시지가 기능하는 사회적 역할과 영향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의미 요소 발현의 핵심은 창작의 가치관인 메시지가 콘텐츠의 이야기로 제대로 구성되고, 표현되고, 종국에는 향유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체계이다.

이 통합체적 체계에서의 관건은 콘텐츠와 향유자의 교감이다. 콘텐츠의 메시지가 향유자와 교감하여 이해를 수반하게 될 때 의미는 창조되며, 사회적 기능과 영향으로까지 의미가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창작자의 이야기 구성과 이야기적 상황을 표현하는 배우의 연기는 향유자가 콘텐츠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연기 예술에 국한해보면

19) 송윤엽, 앞의 책, 130쪽.

20) 이종현, 앞의 논문, 2022, 76쪽.

배우는 자신이 표현하는 인물과 이야기적 상황에 향유자들이 이입하고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시켜야 한다. 앞서 거론한 두 가지 연기 이론에서 메소드 연기의 목적과 방법에 유사할 수 있을 것이다.21)

메소드는 “배우가 자신의 역할에 완전히 점유당하는 것”22)으로서 역할의 내면에 도달해 정신적인 삶을 창조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감정들을 진실로 느끼면서 표현해야 한다.23) 이를 통해 캐릭터는 실제 살아있는 생동감을 얻을 수 있으며, 관객은 사실적인 캐릭터와 상황에 공감하며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메소드 연기를 달성하기까지 배우는 대본 분석에서부터 상상력 훈련, 신체 행동 훈련, 심리 훈련 등 복잡하고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메소드를 위한 훈련 체계의 목적은 작품이 설정한 역할의 개념과 내면을 완벽하게 창조하는 것인데, 사실 캐릭터 창조의 시발점은 배우 자체의 개성에 있다. 짐멜의 통찰처럼 연기가 배우의 개성으로 역할에 형식을 부여하는 체계라면, “배우가 역할과 자신의 주체성 사이에서 만들어진 관계를 통해 이미 형식이 갖추어진 개념”24)이 존재할 수 있다. 즉 배우가 지닌 개인적 조건들 가령 외모, 신체, 인성, 말투, 역사, 이미지 등이 작품 안에서 설정된 역할의 개념과 유사하여, 자기의 개성을 자연스럽게 개진하며 역할의 내면을 표현하는 경우가 그렇다.

물론 역할과 배우의 주체성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하더라도 메소드 시스템 훈련으로 충분히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겠지만, 두 주체성이 일치하는 경우가 메소드 연기에 이르기가 쉬운 것은 사실이다.25) 그렇기에 메소드 연기의 창출은 역할의 내면과 결이 비슷한 개성의 배우를 선택하는 것에서 출발되며, 진정한 역할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도록 메소드적 접근을 시행해야 한다. “연출가는 작품을 분석하고 배우에게 그 상황을 제시하고, 배우는 그 상황과 어울리는 목표와 동기를 만들어가면서 주어진 상황을 상상해낸다.”26)

창작자와 배우가 함께 이야기적 상황과 역할의 목표 및 동기를 분석해가면서 가장 사실적인 장면과 캐릭터의 전형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특정 이야기에 설계된 캐릭터와 장면이 보여주어야 할 가장 전형에 가까운 내용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 때, 관객은 해당 캐릭터와 장면을 바로 알고 이야기와 그 기저에 있는 메시지까지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콘텐츠의 의미 요소의 발현을 위한 연기술은 메소드 연기에 다름 아니다.

21) 물론 생소화 연기가 관객의 거리두기를 통해서 이야기의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기에 의미 발현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소화는 기본적으로 역할과 상황을 낯설게 만드는 방법으로 이야기의 전형성을 파괴하며 표현하기에, 관객이 이야기 본래의 의도와 내용을 온전하게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22) 스타니슬라브스키, 앞의 책, 20쪽.

23) 스타니슬라브스키, 위의책, 22쪽 참조.

24) 게오르그 짐멜, 앞의 책, 29-30쪽.

25) 이러한 현상은 실제 창작 과정에서 자주 경험되는데, 배우와 역할의 간극이 큰 경우에는 배우가 역할의 내면에 도달하는 데에 물리적 시간과 공력이 상당히 소모된다. 또한 제아무리 연기력과 표현력이 출중하더라도 외적 조건의 간극을 극복하지 못해 관객의 이입을 끌어내지 못하기도 한다. 반대로 배우와 역할에 유사성이 있는 경우에는 관객의 공감과 몰입의 문제를 아주 간단하게 넘어서게 된다. 배우가 연기력이 부족하더라도 본래 지닌 개성 자체가 역할의 내면을 보여주기에 설득력을 갖으며, 연기력과 표현력의 부족 문제는 창작자의 디렉팅과 반복 촬영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개인적 경험을 반추해보면 배우의 이미지 문제보다 연기력의 문제가 극복하기에 더 쉽다.

26) 양혁철 외 3인, 「스타니슬라브스키 시스템의 생명력」, 『공연과 이론』제2호,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 2000, 13쪽.

콘텐츠 3중 구조의 재미 요소는 크게 인지적 차원의 재미와 감각적·정서적 차원의 재미로 양분된다. 전자는 스토리의 정보를 수용하며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내용적 재미로서 스토리텔링과 연관되고, 후자는 감각 기관의 자극을 통해 특정한 정서를 부여받는 형식적 재미로서 스타일과 관련된다.27) 재미 요소는 이원적 접근이 가능한 것인데, 유추해보면 인간에게 새로운 정보와 정서를 제공하여 사고와 감정을 자극한다는 공통된 원리가 발견된다.

향유자의 사고를 자극하고 인지적 활동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거나 이야기의 흐름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틀어버리는 등 극적 구성을 동원해야 한다. 향유자의 감정을 자극하고 정서적 각성을 유발하려면 감각을 자극하는 형식적 요소들을 총동원하여 특정 정서를 강렬하게 표현해야 한다. 내용적 재미나 형식적 재미 모두 일반적인 사건이나 정제된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사건이나 극단적 감정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극적인 구성과 표현 양식이 필요하다. 이는 메소드 연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조성덕은 메소드 연기의 단점이 캐릭터 연기술에서 드러난다고 지적하며 “메소드 연기가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일상성의 리얼리티’만 갖고 극적 캐릭터를 구현하기는 힘들다”28)고 설명한다. 메소드는 역할의 내면과 심리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그 역할과 상황에 전형화된 표현을 고수하여 일상적 사실주의만을 나타내기 때문에, 극적인 상황이나 캐릭터의 독특한 성

격을 보여주는 데에 한계가 발생한다. 즉 이야기와 캐릭터에 현실감을 부여해줄 순 있겠지만, 영화적인 재미는 없다.

조성덕은 마이클 체홉의 연기 이론을 가져와 메소드 연기의 대척점에 있는 연기술로 비메소드(non method) 연기를 주창한다. “비메소드 연기술은 주로 신체적 요소를 심리술보다 강조하며 장르 캐릭터 연기에 상대적 이점을 갖는다.”29) 흔히 장르영화는 스토리텔링과 스타일의 패턴에 의해 규명되는 것으로, 장르마다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특정한 감상을 목적으로 극적인 구성과 표현 양식을 구축한다. 장르영화는 독자적인 장르성을 가지며, 각 장르성에 입각한 캐릭터 빌딩과 연기 표현을 요한다. 영화적·장르적 리얼리티 안에서 연기 양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영화적인 재미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사실적인 연기보다는 장르적 양식과 쾌감을 표현할 수 있는 구성적인 연기가 적합할 수 있다. 체홉의 연기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비메소드 연기, 가령 “‘강렬한 신체동작’, ‘3인칭 시점의 분석’, ‘캐리커처 기술’, ‘커다란 동작’의 개념 등”30) 장르성의 강렬한 표현이 가능한 연기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이러한 연기술은 캐릭터와 상황의 독특한 특성과 극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여, 향유자의 사고와 감각을 자극하는 데에 주

27) 이종현 앞의 논문, 2022, 80쪽 참조.

28) 조성덕, 「마이클 체홉 연기술과 아메리칸 메소드 연기술의 비교연구-비 메소드 연기술을 적용한 할리우드 장르캐릭터 연기 고찰-」, 『영화연구』 제 56호, 한국영화학회, 2013, 280쪽.

29) 조성덕, 위의 논문, 280쪽.

30) 조성덕 , 위의 논문, 280쪽.

효하다. 따라서 콘텐츠의 재미 요소 발현에 토대가 될 수 있다.

콘텐츠 3중 구조의 심미 요소는 콘텐츠 안에 설계된 가장 아름다운 미학적 장면으로 정의된다. “창작자의 주관적 미의 형성을 토대로 영상 매체의 형식적 요소를 동원한 장면으로서, 콘텐츠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거나 새롭고 창의적인 표현 방법이 나타나는 장면으로 이해된다.”31) 콘텐츠의 예술성이 가장 집약된 장면으로 해석되는데, 예술성에 대한 평가 기준은 일반적으로 창작자의 주관성, 창조성, 실험성, 혁신성 등과 연관될 수 있다.

콘텐츠의 예술적 장면에서 필요한 연기술은 가장 예술적 접근을 표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예술적 척도를 감안한다면 단편적으로 앞서 설명한 브레히트의 생소화 연기가 고려될 수 있다. 생소화는 기존의 연기 이론의 일반적 방법에서 벗어나 전형성을 파괴하는 방식의 연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실험적이다. “일상과 모순된 연기 방식은 비판적이고,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한 비판을 가능케 한다.”32) 생소화 기법은 연기의 양식적 측면에서 실험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관객의 현실 비판적 태도를 조성하여 역설적으로 작품의 주제의식을 확장하는 효과를 거두기에, 예술적 특성을 두루 겸비하고 있다.

한편 브레히트에 앞서 거리두기 연기를 논의했던 메이어 홀드(Vsevolod Meyerhold)의 연출 미학도 참고할 수 있다. 김용수는 메이어홀드 연출 양식인 ‘그로테스크(grotesque)’의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리얼리티의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상상력에 따라 리얼리티를 재창조하는 것이다.”33) 예술이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개인의 예술적 감각에 따라 재창조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진실 혹은 사실주의를 표방하는 전통적 연극 미학과 상반되는 지점이다.

그로테스크 미학은 “아무런 논리 없이 상충되는 것을 결합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34) 이질적인 요소들의 결합은 부조화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 독창적이고 반사실주의적 예술성이 발현되게 된다. 이러한 미학의 연극에서 배우의 연기는 상징적인 형태로 표출된다. “그로테스크 연극은 표현력 있는 상징이 되도록 사실적인 것을 양식화한다.”35) 사실적인 것과 양식적인 것이 절충되는 방식의 연기는 기존의 사실주의적 연기와는 다른 독창성을 지니게 되어, 예술적 접근의 연기 양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렇듯 심미 요소 발현의 연기 예술은 생소화 연기나 그로테스크 연기와 같은 실험적 방법론이 모색될 수 있다.

이상으로 콘텐츠 3중 구조 발현의 연기 예술에 전제가 되는 연기적 이론과 방법론을 살펴보았다. 계속해서 주지하는 내용이지만 연극의 미학이나 콘텐츠의 3중 구조는 연출가와 창작자의 주관에 의해 형성되고 설계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3중 구조의 발현을 위한 연기 연출의 이론과 방법론은 절대적인 공식일 수 없다. 이는 연구자 본인의 주관과 경험에 입각해 정립

31) 이종현, 앞의 논문, 2022, 83쪽.

32) 송윤엽, 앞의 책, 141쪽.

33) 김용수, 「마이어홀드의 연극의 미학」, 『한국연극학』제 7권, 한국연극학회, 1995, 381쪽.

34) 김용수, 위의 논문, 379쪽.

35) 김용수, 위의 논문, 380쪽.

한 하나의 논리이며, 창작자마다의 주관과 견해에 따라서 변주가 가능한 형식이다. 그러나 3중 구조적 연기 연출의 방법론은 기존의 연기 이론의 내용을 토대로 설계되었기에 나름의 논리성을 구축하고 있을 것이다.

Ⅳ. 실기 중심의 창작자 양성을 바라며

영화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은 감독이란 직업에 대해 “감독이란 결국 이것저것 웬만큼은 할 줄 알지만, 뭔가 하나 제대로 마스터한 것은 없는 그런 사람이다”36)라고 설명한다. 감독, 디렉팅에 대한 이 개인적 통찰은 역설적으로 영화 제작과 관련한 전반의 사항을 감독이 이해하고 주관해야함을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콘텐츠 창작자는 자신이 형성하고 설계한 3중 구조를 제대로 발현하기 위해 콘텐츠를 구성하는 세부 요소의 원리를 파악하고, 전문가들이 내놓는 지식과 아이디어를 판단하고 수용하며 제작을 이끌어야 한다.

콘텐츠 3중 구조의 발현에 있어서 가장 주요한 구성 요소는 배우의 연기 예술일 수 있다. 창작자의 상상에 무형의 형태로 존재하는 3중 구조를 직접적인 유형의 결과물로 나타내주는 것이 배우의 연기이기 때문이다. 연기 예술을 통해 창작자의 3중 구조가 비로소 완성되는 것

이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과 교육 현장에 있어서 연기 예술의 원리와 연기 연출 방법에 대한 지식의 생산과 공유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 창작에서 연기 영역의 창조성을 대개 배우들에게 일임하는 경우가 상당하고,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된다.

김종국·조성덕은 영화 연출을 위한 제작자 대상의 연기 교육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설파한다.37) 감독의 연기 연출에 대한 조예는 제작의 효율성과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감독이 배우의 연기적 표현을 찾는 데에 적절한 디렉팅을 준다면 제작은 일사천리로 완료되고, 자신의 구상과 영화 전체의 조화에 적합한 연기 예술을 조율한다면 영화 본래의 형식에 가까워진다.

이는 콘텐츠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한 설명이다. 콘텐츠 3중 구조는 창작자가 형성하고, 여러 예술·기술진들과 협업하여 발현하는 체계를 지닌다. 콘텐츠 3중 구조의 의도와 본연은 창작자만이 완전히 이해하고 있으며, 완전한 발현에 대한 최종 책임도 창작자의 몫이다. 따라서 콘텐츠 창출의 효용성과 완성도를 위해 창작자는 3중 구조 표현의 핵심인 연기 연출에 대한 실기를 겸비해야 한다. 이 논문이 콘텐츠 창작자의 실천적 능력을 양성하는 데에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발표문의 분량 제한으로 사례 분석의 내용을 포괄하지 못한 점을 고백하며, 단편영화콘텐츠 <분장>의 연기 연출에 대한 내용은 추후 완고에서 담아낼 것을 밝힌다.

36) 클로이자이, <2021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2021.04.26.

37) 김종국·조성덕, 「국내 영화연기의 연구 현황과 전망」, 『애니메이션연구』제 12권 2호, 한국애니메이션학회, 2016, 72쪽 참조.

참고문헌

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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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엽,『브레이트의 연극 이론』, 연극과 인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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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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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문화콘텐츠 연구 방법론으로서 3중 구조(의미·재미·심미)의 가치 연구: 단편영화콘텐츠 <분장>을 중심으로」, 『인문콘텐츠』 제64호, 인문콘텐츠학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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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덕, 「마이클 체홉 연기술과 아메리칸 메소드 연기술의 비교연구-비 메소드 연기술을 적용한 할리우드 장르 캐릭터 연기 고찰-」, 『영화연구』 제 56호, 한국영화학회, 2013.

콘텐츠

<2021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2021.

토론문

토론자 : 이효원(한성대학교)

문화콘텐츠 체험의 3중 구조인 의미, 재미, 심미를 연기 연출론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의 논문입니다. 지면 제한의 이유겠지만 3중 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여 선생님의 선행 논문 『문화콘텐츠 필수 요건으로서 3중 구조(의미·재미·심미) 연구』, 『문화콘텐츠 연구 방법론으로서 3중 구조 (의미·재미·심미)의 가치 연구 : 단편영화콘텐츠 〈분장〉을 중심으로』를 찾아 읽어보았습니다. 의미는 콘텐츠 자체의 의도나 품은 뜻으로 인문학적인 측면으로, 재미는 엔터테인먼트나 쾌락 등 향유자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산업적 측면으로, 마지막으로 심미는 아름다움을 전제로 감동이나 정서적 울림을 통해 공유와 소통을 유발하는 제의적 측면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본 논문에서는 창작자의 의도를 고스란히 전형적으로 전달하는 메소드 연기가 의미를, 장르물에서처럼 극적인 상황을 보다 쉽게 전달하는 비메소드 연기가 재미를, 사실주의와 대치되는 실험적 연출양식인 생소화연기나 그로테스크 연기가 심미를 준다고 기술하였습니다. 이렇게 매칭한 의도를 이해할 수는 있었으나 각각의 연출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지면상의 이유로 생략된 사례 분석 마저 없어서 의문이 드는 점 몇가지를 적어보겠습니다.

1. 3장 1절 ‘3중 구조적 연기 연출의 개념’에서 메소드와 생소화를 사실주의 미학을 향한 스타니슬라브스키와 브레히트의 상반된 연출론으로 소개하였습니다. 그러나 스타니와 브레히트는 사실주의(극적연극)와 극장주의(반사실, 서사극)의 전혀 다른 두 계보입니다. 만일 사실주의 계보 안에서 비교를 하고 싶다면, 스타니슬라브스키 시스템으로부터 파생된 메소드와 체홉의 테크닉으로 비교해야 할 것입니다. 스타니는 초기에 ‘Magic if’를 활용한 심리 접근법 연기를 주장하였습니다(메이어홀드를 만나 생체역학을 접한 이후에는 신체 접근법 연기를 주장하며 초기이론을 번복함). 스타니가 미국에서 연기법 강의 후, 리스트라스버그가 스타니의 초기 이론을 토대로 발전시킨 것이 메소드 연기입니다.(메소드는 스타니슬라브스키 시스템이 아님). 반면 체홉을 위시한 제자들이 스타니 후기 방법론을 확장시켜서 만든 것이 테크닉(비메소드)입니다. 여성이 남자에게 몸이 달아오른 연기를 한다고 가정할 때, 메소드는 배우의 심리를 인물에 동일시하여 정서를 만들고 몸이 달아오른 신체를 구축하는 순서라면, 체홉의 테크닉은 먼저 배우가 알몸으로 실크 위에 누워있다고 상상한 뒤, 거기에서 파생된 신체를 구축하고 호흡 그리고 정서를 만들어 달아오른 여성의 상태를 완성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즉, 심리->신체 연기술이냐, 신체->심리 연기술이냐로 사실주의 연기법의 두 계보를 소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메소드와 비메소드는 연기방법론이고 생소화나 그로테스크는 연출방법론입니다. 그런데 지금 연출론을 연구하시면서 연기론과 연출론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브레히트의 생소화 효과는 정서적 쾌락(감정이입)을 지양하고 지적 쾌락(비평적 사고)을 지향함으로써 더 나은 인간을 창조하려는 의도를 전하는 연출방법론입니다(생소화 연기는 없음). 서사극에서 쓰이는 연기론은 캐릭터 게스투스(Gestus)입니다. 언어, 공간, 의상, 소품, 음악, 노래, 연기 모든 부분에서 연출이 제시하는 게스투스를 포함해야하는데, 캐릭터 게스투스는 배우가 사회 정치적 해석적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연기술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연출가의 의도를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척 어렵습니다. 메이어홀드의 연기론은 생체역학입니다. 생체역학 연기의 목적은 배우 감정과 경험의 사회화와 규격화로, 브레히트와 같은 반사실적 계보이니만큼 게스투스와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메이어홀드와 브레히트가 종종 사용한 그로테스크는 연기술이 아닌 연출적 기법입니다. 연기론과 연출론의 개념을 구분하여 구체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각주 21에서 생소화 연기가 전형성을 파괴하고 상황을 낯설게 만들기 때문에 관객이 이야기 본래의 의도와 내용을 온전하게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고 기술했습니다. 그런데 3중 구조중 심미는 감동이나 정서적 울림을 바탕으로 공유와 소통을 유발한다고 하지 않으

셨는지요? 관객이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따르는데 어떻게 심미가 가능한지 의문이듭니다.

문화콘텐츠적 개념을 연기 연출론에 대입한 이 논문은 전공자인 저에게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만약 내가 3중 구조를 연출론에 대입한다면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의미는 작가영역(언어)-배우, 재미는 (작가, 연출의 영향권 밖임과 동시에 관객과 소통가능한 즉흥적 연기를 포함하는) 배우 본연의 개성, 심미는 연출(비 언어적)-배우의 관계를 조명하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보았습니다. 의미는 배우가 작가의 언어를 해석하는 도구에 불과했던 20세기 이전 연기술을 잇는 메소드와 체홉테크닉을 매치하고, 재미는 20세기 이후 배우가 도구가 아닌 독립적 개체로 인정받아 언어와 미술(영상)에 구속되지 않은 채 배우 개성으로 완성된 사례를 매치하고 마지막으로 심미는 연출론에 연기술를 활용한 브레히트, 메이어홀드, 그로토프스키, 아르또등의 연출론을 매치하면 좋겠다고 구상해보았습니다. 특히 그로토프스키나 아르또의 연출론은 신화, 제례, 인간 존재의 고찰, 종교, 집단 무의식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제의적 의미를 구현하는 심미에도 적합하다고 사료됩니다.

함께 의견 공유하고 토론하여 문화콘텐츠와 연기연출 양 분야에서 고루 참고하는 훌륭한 논문으로 완성하길 기대해봅니다.

1990년대 문화의 양상과 그 기억의 현재성

태지호1)

국문초록

본 논문은 ‘우리는 왜 1990년대를 기억하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1990년대는 이미 지나간 과거이지만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사회에 소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문화가 현재의 시공간에서 다시 부각하는 현상이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본 논문이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왜 1990년대인가’ 그리고 ‘왜 지금인가’에 있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우선 1990년대 문화의 정경 및 특징에 대해서 아르준아파두라이의 정경 개념과 레이몬드 윌리암스의 감정구조 개념을 통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추어, 1990년대 문화는 국내외적인 정치 및 경제 그리고 국제 질서의 변화라는 맥락 속에서 감정 구조를 형성하고 있음이 확인되

었다. 특히 지배적인 것으로 소비문화와 문화산업, 잔여적인 것으로 정치 권력의 작용 및 반작용의 문화 그리고 부상하는 것으로 디지털 문화는 상호 공존하며 1990년대 문화의 감정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후의 논의는 기억 개념을 중심으로 이러한 1990년대의 문화가 소환되는 양상 그리고 그 현재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루었다. 우선 1990년대 문화는 현재에는 잔여적인 것이지만 그것은 경제적인 가치와 더불어 현실의 모순으로 부터 도피처를 제공하면서 되면서 일종의 신화가 되었음을 논의하였다. 그리고 1990년대 문화를 기억한다는 것은 개인들이 연결과 참여를 확대하고 지속하는 방식의 일환이며, 이 시대의 공동체적 역능이 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본 논문은 1990년대 문화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 잔여적인 것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자, 구성원들이 정체성을 유지, 확인 그리고 구성하기 위한 수행의 일환임을 확인하였다.

주제어: 1990년대 문화, 기억, 향수, 복고, 전 지구화, 감정 구조

1) 안동대학교, tae7675@anu.ac.kr

Ⅰ. 들어가는 글

현재, 1990년대 문화는 여러 지점에서 다양하게 소환되고 있다. 가령,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4>와 <응답하라 1997>의 사례는 익히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성공한 문화콘텐츠이며,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패션, 음악, 장소나 공간, 음식 등과 같은 문화의 전 영역에서 1990년대 모습들은 현재화되고 있다. 이들은 문화콘텐츠 산업의 자원으로서 OSMU, 윈도우 효과 등의 관점에서 분명 산업적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본 논문은 상품성과 같은 경제적 효과에 대한 접근보다는 그 자체가 이 시대에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여기서 본 논문은 ‘우리는 왜 1990년대를 기억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본 논문이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왜 1990년대인가’이며, ‘왜 지금인가’에 있다. 무엇보다, ‘기억’이라는 용어는 두 가지 차원에서 그 의미를 부여하였다. 우선 복고, 향수 등으로 표현되는 1990년대의 문화 유행은 그것이 현재화되기 위해 ‘기억하기’라는 행위를 수반한다. 즉 기억하기라는 행위 없이 과거를 경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논문에서 연구자의 개인적 경험과 회상이 1990년대의 상황들을 개관하고 이해하는데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 구분에 대한 일반적인 기간을 통념상 대략 30년으로 본다면, 1990년(대)은 한 세대 전

의 시대이다. 본 논문의 연구자 또한 1990년대를 직접 경험한 세대이기에 당시의 문화에 대한 기억에 근거하여 일종의 증언자로서 논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 논문은 1990년대의 문화들이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이나 수용 양상보다는 당시의 문화 그 자체에 주목을 통해 그것의 현재적 의미를 역추적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것은 ‘1990년대 문화의 현재 수용 경험 방식은 어떠한가’ 혹은 ‘1990년대 문화는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본 논문은 ‘1990년대 문화의 양상은 어떠하였는가’로부터 시작하여 ‘왜 1990년대 문화를 기억하는가’ 그리고 ‘1990년대 문화를 기억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가’를 다루는 1990년대 문화의 현재성에 대한 논의이다.

Ⅱ. 1990년대 문화의 정경

1. 1990년대의 정경들과 전 지구화

1990년을 전후로 한 냉전의 해체는 표면적으로 ‘열린’ 세계가 가능토록 했고, 이로 인해 전 지구화의 담론이 급부상하게 되었다. 물론 전 지구화 혹은 세계화라는 개념은 1950년대 부터 언급되기 시작했지만, 다양한 문헌과 논의의 영역으로부터 보편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고, 1990년대에 더욱 가속화되어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2) 한국에서

도 노태우 정부 시절의 북방 외교 정책과 김영삼 정부의 신외교 정책으로서 추진된 세계화 정책은 당시의 국제 정세의 변화와 유관하다. 전 지구화의 관점들 중, 본 논문은 전 지구화와 문화와의 관계에 대해 문화 연구의 시각에서 집중하여 다양한 국면들을 살피고 있는 아르준아파두라이의 논의를 통해 1990년대 한국의 상황을 다루고자 한다.3) 아파두라이의 관점에서 보면, 전 지구화는 단순히 ‘미국화’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는 상상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전 지구화에 대한 문제에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상상력이란 새롭게 조직화 된 사회적 실천의 장과 형식, 개별적인 행위자들의 장소와 전 지구적으로 규정된 가능성의 현장들 사이를 관계 짓는 협상의 형식이다. 그는 전 지구화가 특정한 중심-주변 모델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동질화와 이질화 사이의 긴장 관계에 있는 중층적이며, 탈구적인 질서로 간주되어야 함을 요청한다.4) 더 나아가, 아파두라이는 이러한 모습들을 다루기 위한 틀로서 전 지구화의 문화적 흐름을 에스노스케이프(ethnoscape), 미디어스케이프(mediascape), 테크노스케이프(technoscape), 파이낸스스케이프(financescape), 이데오스케이프(ideoscape)라는 정경으로 제안한다.

에스노스케이프가 여행자와 이주민, 난민, 이주 노동자 등과 같이 개인 및 집단의 ‘움직임’을 의미한다는 점에 비추어, 한국의 1990년대에서 주목할 수 있는 모습은 여행자의 증가이

다. 또한 1991년부터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으로의 이주가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1992년에는 불법취업자를 포함하여 그 수가 10만여명으로 급증함과 동시에, 이들에 대한 인권문제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미디어스케이프는 전자 미디어의 확장 및 배분과 그에 따른 이미지들의 생산 그리고 이들이 거대한 레퍼토리를 전 세계에 제공함을 의미하는데, 한국의 1990년대는 민영 방송의 개국, 종합유선방송의 확산 그리고 인터넷의 등장 및 디지털 미디어 보급의 본격화와 관련된다. 테크노스케이프는 기술의 유동적 흐름이자 전 지구적 배치인데, 이것은 초국가적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에 통화시장, 주식시장, 노동시장 등과 같은 재정 및 자금의 흐름과 밀접하다는 점에 비추어 파이낸스스케이프와 동시에 검토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애초에 한국은 적어도 대기업만 한정해 보더라도 수출주도형 산업화가 기업 성장의 주요 전략이었다. 이는 1990년대에 오게 되면, 기업의 해외 진출이라는 기치(旗幟)하에, 해외 법인 설립 및 확대 등과 같은 세계 경영으로 표방되었다. 그리고 1996년의 OECD 가입으로 금융시장의 개방이 가속화되었으며, 급기야 1997년 IMF 체제를 기점으로 신자유주의적 질서 속에서 금융 지구화와 자유화에 입각한 경제 구조전환이 진행되기도 했다.5)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한국의 1990년대는 금융자본주의가 심화하고 신자유주의가 본

2) Jones, A., Globalization: Key Thinkers, 2010, 이가람 역,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도서출판 동녘, 2012, 23~25쪽.

3) 본 장에서 언급되는 아파두라이의 논의는 1996년도에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1990년대 당시 상황을 진단 및 조망할 수 있는 시의성을 가진다.

4) Appadurai, A., Modernity at Large: Cultural Dimension of Globalization, 1996, 차원현 외 역, 『고삐 풀린 현대성』, 현실문화연구, 2004, 58~60쪽.

5) 유창근, 「한국경제의 세계화와 국제직접투자」, 『산업경제』, 제10집, 1999., 장진호, 「금융 지구화와 한국 민

주주의」, 『기억과 전망』, 28권, 2013.

6) Williams, R., The Long Revolution, 1961, 성은애 역, 『기나긴 혁명』, 문학동네, 2007, 93~94쪽.

7) Williams, R., Marxism and Literature, 1977, 박만준 역, 『마르크스주의와 문학』, 2009, 212쪽.

8) Hall, S., Held, D., McGrew, T.,(Eds.), Modernity and its Futures, 1992, 고동현 외 역, 『더니티의 미래』, 현실문화연구, 2000, 283~284쪽.

9) 남은영, 「1990년대 한국 소비문화: 소비의식과 소비행위를 중심으로」, 『사회와 역사』, 제76집, 2007, 192~193쪽.

격화되는 테크노스케이프와 파이낸스스케이프의 정경이 확인된다. 이데오스케이프는 정치적이며, 국가의 지배 이데올로기나 권력에 대한 대항과 밀접한데, 이것은 민주주의와 같은 계몽주의적 기획의 요소들로 구성된다. 한국은 이른바 ‘87체제’를 통해 그간의 군부 독재를 종언시키고 대통령 직선제를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의 본격적 이행기를 맞이하였다. 또한 1991년부터는 지방의회 선거를 그리고 1995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실시함으로써 자유, 행복, 권리, 주권 등과 같은 민주주의의 주요 관념들이 제도적으로 이행되고 동시에 그 문화를 본격적으로 정착시키기 시작했다.

2. 1990년대 문화의 감정 구조 : 소비문화와 문화산업의 성장

감정 구조는 레이몬드 윌리암스가 언급한대로, 한 시대의 문화이며, 전반적인 사회 조직 내의 모든 요소들이 특수하게 살아있는 결과로서, 해당 사회의 공동체에서 매우 심층적이고 광범위하게 소유되는 의사소통의 기반이다.6) 이것은 일상적인 용법으로서 감정이 아니라 “살아 있으면서 끝임 없이 서로 작용하는 연속적인 흐름 속에 놓여 있는 현재적인 것에 대한 실천적 의식이다”.7) 따라서 한 시대의 감정 구조는 ‘역사적인’ 변화들과 무관하지 않으며, 그에 따른 다양한 요소들과 상호 관계에 있으며, 그 자체가 유동적인 체계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레이몬드 윌리암스는 지배적인 것, 잔여적인 것, 부상하는 것이라는 용어를 통해 한 시대의 문화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음을 제안한 바 있다.

1990년대 문화의 지배적인 것은 소비문화와 문화산업의 성장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와 특성에 근거한다. 우선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주장에서와 같이 1980년에서 90년대에 들어오게 되면, 기존 엘리트주의를 거부하면서, 일상 생활, 소비문화 그리고 대중문화와 밀착된 새로운 문화적 현상들이 ‘국제적 양식’으로 제도화되어 나타난다.8) 두 번째로 학계에서는 1990년대 한국 문화에 대해서 경제 성장에 기초한 소비문화의 팽배와 대중 소비를 가능케 하는 문화산업의 성장에 주목하곤 했다. 특히 1980년대부터 시작된 식품의 소비에서 의류의 소비 그리고 여가의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소비유형의 변화는 1990년대 오게 되면 소비의 개성화, 차별화, 다양화, 글로벌화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곧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각종 레저 활동, 교육, 교양, 오락,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대한 소비의 주목과 맞물린다.9) 세 번째는 한국의 문화 정책의 변화상에 그 근거가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1990년대에 이르면, 그간의 문화공보부가 문화부, 문화체육부 그리고

문화관광부라는 흐름을 거쳐 개편함과 더불어 청소년정책실, 청소년국, 문화정책국, 생활문화국, 문화산업국 등의 조직을 신설함으로써 문화 정책 및 지원안이 새롭게 변화한다. 그리고 1995년에는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하면서 문화산업에 규정을 신설한다.10) 이것은 매스미디어와 소비문화 그리고 문화산업의 거대한 발흥과 그에 대한 주목으로 인한 정치행정학적 변화상이다.

그렇다면 1990년대 문화의 잔여적인 것과 부상하는 것은 무엇인가? 1990년대에 잔여적인 것은 정치 권력의 작용 혹은 반작용의 문화이다. 해방 그리고 분단 이후 적어도 ‘87년 체제’ 이전까지 한국 사회의 문화적 지형은 정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정치 권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내면화되면서 이데올로기적 실천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각 실천 주체들은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활용을 통해 발전주의적 민족주의와 저항적 민족주의라는 양단의 관점에서 대중들의 정체성을 규합하고자 했다.11) 이 과정에서 문화는 국가와 정치 권력에 예속되기도 하였으며 혹은 그것에 직접적으로 저항하는 기제로 활용되곤 했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문화는 부상하는 것으로서 1990년대를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입구이다. 디지털 문화는 컴퓨터, 인터넷 등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나 기술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는 단지 사회의 기반 기술로서만 기능하는 것을 넘어서 구성원들의 행위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다가올 2000년대에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와 더불어 문화적 패턴을 형

성을 가능토록 했다. 1990년대의 디지털 문화는 분명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나,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계층들만이 공유하고 있던 신 문화였다.

Ⅲ. 왜 기억하는가 : 1990년대 문화의 현재성

1. 잔여적인 것의 유용성과 신화가 된 1990년대 문화

다소 단순하게 접근하면, 1990년대 문화는 시간적으로 현재와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친연성을 가진다. 즉 가까운 과거는 지속적인 역사적 해석을 통해 그 의미 체계가 촘촘한 먼 과거와 비교할 때, 현재에도 의미 부여가 진행 중에 있거나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12) 이는 1990년대 문화가 해석의 여지를 가지고 있는 미결정된 과거임을 의미한다. 또한 1990년대 문화는 물리적으로도 접근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의 문화들은 현재의 디지털

10) 염찬희,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화정책의 ‘문화’ 이해 변화 과정」, 『민주사회와 정책연구』, No.16, 2009, 221~228쪽.

11) 박해남, 「1990년대의 국제화·세계화와 대중 민족주의」, 『한국민족문화연구』, 77, 2020, 478~482쪽.

12) 태지호, 「문화적 기억으로서 ‘향수 영화’가 제시하는 재현 방식에 관한 연구」, 『한국언론학보』 , 제57권, 6호, 2013, 425쪽.

문화의 방대한 저장 기억 속에 축적되면서 언제든지 활용 가능한 대상이 되었다. 활용은 현대 사회에서 산업적 쓰임새를 수반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과거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는 기억 또한 산업의 소재가 되어 활용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이것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 상업적이거나 경제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상품으로 재구성된다는 기억 산업을 의미한다.13) 기억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기억은 단지 개인이 과거를 회상하는 행위를 넘어 새로운 재화를 창출하고 소비하기 위한 인식의 전제이자 그것의 동기가 된다. 이러한 진단은 기억 산업 또한 과거에 대한 기억을 활용하여 생산한 재화를 소비하는 소비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도록 한다. 관련하여, 1990년대 당시 그것을 발생시키고 소비하였던 세대가 현재 우리 사회의 ‘주된’ 계층이라는 점에서 그들에게 1990년대 문화는 익숙하다. ‘주된’ 계층은 인구통계학상 양(量)적인 범위를 의미하며, 구체적으로 현재 40세 전후에서 50세 전후의 연령층이다.14) 이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생산과 소비라는 경제 활동의 중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두루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대이다. 이들은 X세대 혹은 Y세대15)로 지칭되며, 10대에서 30대 시절에 1990년대의 소비문화와 문화산업을 직접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에게 1990년대 문화는 ‘역동적인 시절’에 경험했던 것이며, 개인적 혹은 심리적 차원에서도 또렷한 기억들이 남아있는 과거의 문화이기 때문에 그 친밀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논쟁거리도 존재한다. 주된 논쟁점은 기억 산업이 롤랑 바르트가 언급한 ‘신화’의 메커니즘을 떠올린다는 것에 있다. 그에 의하면 신화의 목적은 세계를 고정시키는 것에 있다. 신화는 소유의 위계질서를 위해 고정된 보편적인 경제구조를 암시하고 모방한다.16) 이와 동일하게 과거는 기억 산업에 의해 현재의 상품 기호가 되고 그 의미는 소비 과정에 침윤된다. 1990년대의 문화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 지구화의 배경 그리고 한국 현대사의 복잡다단했던 과정 속에서 발생한 시대적 맥락이 있었다. 더불어 그 형식과 내용의 기원들은 사실 새로운 종류의 정치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잉태하고 있었다. 개성, 자유, 반항, 개방 등과 같은 1990년대 문화 특유의 가치는 소비문화와 문화산업과의 교호(交互) 관계 속에서 표상되었다. 하지만 향수와 복고라는 기호 속에서 자연화되어 그 맥락과 시대적 의미는 기억 산업에 의해 오히려 무화된다. 확인되는 것은 1990년대 문화의 소환과 더불어 자명하다고 여겨지기만 하는 당시의 화려했던 순간이며, 이를 통해 1990년대 문화는 신화가 된다.

이 과정에서 현재의 무의식이 발견된다. 즉 찬란하고 화려했다고 기억되고 있는 1990년대와는 다른 현재의 우리 사회의 세태 속에서 그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

13) 태지호, 『기억문화연구』,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85쪽.

14) 대략 1970년 전후에서 1980년대 후반 사이에 출생한 세대들이다.

15) 여기서 Y세대는 X세대 이후의 세대로서 한국의 관용적 표현이다. 가령 미국에서 Y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6년에서 1965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 세대를 의미한다.

16) Barthes, R., Mythologies, 1957, 이화여자대학교 기호학연구소 역, 『현대의 신화』, 동문선, 1997, 333쪽.

이, 1990년대의 지배적인 것이었던 소비문화와 문화산업은 그 당시 일상의 새로운 기운이며, 삶을 윤택하게 해주거나 혹은 그러한 것처럼 포장하며, 그 동안 억눌렸던 문화적 욕구를 해소시켜 주었다. 여기에 더해, 당시의 전 지구화의 정경들은 그것을 더욱 가속화 했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당시의 시점에서, 적어도 이러한 모습들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1990년대에 가졌던 그러한 희망과 기대를 포착하기 어렵다.

부동산 가격 급등, 지역 격차, 고용 불안, 세대 갈등 등의 문제 그리고 이제는 고착화되어 일상의 곳곳에서 작동하는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구조로 인한 사회의 제 문제들은 1990년대에는 아직 수면 아래 있거나 적어도 오늘날처럼 극단화되지는 않았다. 즉 1990년대의 소비주의와 문화산업을 경험했던, 지금의 ‘주된’ 계층들에게 그러한 문제가 당시에는 요원했었다. 하지만 이들이 맞닥뜨린 지금의 현실은 절망적이다. 물론 1990년대도 사회적 모순이 없었던 것은 아니며, 현재와는 또 다른 시대적 문제는 존재했다. 하지만 1990년대의 그러한 모습들은 현재 기억되지 않는다. 이것은 기억이 언제나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다시 말해 기억은 망각과 회상의 쌍에 의해 혹은 기억은 망각과 회상의 관계 속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기억의 논리이기도 하다.17) 유토피아적인 1990년대 문화의 화려한 부활은 오히려 퇴행적인 현상으로서, 현재 우리 사회의 여러 지점에서 경험되는 모순과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에 대한 징후이다.

2. 공동체적 역능과 1990년대 문화의 기억

주지하다시피, 1990년대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 즉 Z세대이나 그 이후의 세대들에게도 1990년대의 문화는 소비되고 있다. 문화라는 것이 보편성과 특수성의 교합을 통해 전파되고 활성화된다는 가정하에, 이들에게 1990년대의 문화는 이 시대의 집단 기억을 공유하기 위한 입구가 됨과 동시에 이질적인 정서를 제공하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재미를 위해 발굴된 일종의 ‘자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들은 1990년대의 문화를 다양한 방식의 전유와 재전유의 과정을 통해 현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1990년대의 문화의 최근 기억 양상은 이와 같은 논리를 통해 그 본래의 맥락이나 의미와 무관하게 그 ‘스타일’이 강조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이것은 실제 과거에 대한 경험과는 별개로 그들이 포착한 형식이며 이 시대의 새로운 체험이라는 점이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현재의 감정구조에서 지배적인 것이 디지털 문화라는 점에서, 그것의 전반적인 의미 실천 체계의 특징과 맥락 속에서 1990년대의 문화를 기억하는 것에 대한 함의는 무엇인가를 다룰 필요성이 제기된다.

디지털 문화의 정경은 대중들 스스로의 의사 표현과 정보의 생산 및 공유 그리고 협동으로

17) 태지호, 앞의 책, 3~4쪽.

일목된다. 더 나아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개인들의 지식과 감정의 교환 그리고 이를 통한 경험의 공유는 기존 시대와 다른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를 등장시켰다.18)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공동체는 ‘전통적이거나 계몽적인’ 의미의 공동체가 아니다. 즉 혈연적 혹은 지리적인 끈에 의해 연결된 마을 공동체 혹은 도시화나 산업화로 인해 소외되거나 단절된 개인들의 관계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주민 공동체가 아니다. 본 절의 공동체는 부족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비록 ‘비합리적’일지라도 공동의 감정과 열정으로 연결된 공동체 속에서 탈근대적 일상성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시도한 마페졸리의 논의와 맞닿아있다. 그의 부족 즉 공동체 개념은 젊음을 신화화하는 상징적 형상인 ‘영원한 아이’라는 행위자들이 자신의 행위, 존재 방식, 음악, 육체의 전시 등을 통해 존재하는 것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재확인하는 과정이다.19) 이것은 이성이나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합리적 연합을 넘어서는 감정, 열정, 공감에 근거하는 새로운 사회성을 수반하는 연대이다. 즉 1990년대 문화의 기억 현상이 스타일에 기반하는 문화적 전유를 통한 일종의 하위문화적 공동체나 특정한 팬덤 현상으로 읽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디지털 문화의 공동체는 1990년대 문화를 소환함에 있어, 당시의 대중적 유행이 있었던 것들 외에, 사소한 개인적 관심사나 특정한 상황 등과 같이 일상적인 주제를 통해 스스

로를 표현하고 공유하고 또 금새 잊는다. 무엇보다 그 모습은 유희적이고 비조직적이다. 이는 Z세대에게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특히 이들에게는 호기심이 강하거나 소속 욕구가 높을수록 그 소비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개별성도 드러난다.20) ‘주된 계층’은 경험에 근거한 공유 감정이 전제되어 있지만, Z세대는 그러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1990년대 문화가 소비되는 양상에서, 주요하거나 지배적인 형태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텍스트를 적시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여기서 강조할 수 있는 것은 그 동기가 세대에 따라 다를지라도 각자의 방식대로 구축되고 있는 정감적 관계 그 자체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사회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디지털 문화에서 구축되고 있는 공동체의 모습이다.

한편 마페졸리 또한 기억의 문제를 공동체의 논의에 연관시킨다. 그는 기억과 집단의 추억은 일상적 삶들이 침적(沈積)된 구역을 만들고, 여기서 구축되는 피드백은 합리성이 아닌 유기적 방식임을 강조하였다. 덧붙여, 기억은 개인의 소유물이기도 하지만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상징과 이야기 그리고 이를 저장 및 전수하는 사회적 수단의 산물이라는 점21)에서, 실제 경험과 기억의 형성 유무는 그 사회문화적 실천에서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1990년대를 기

18) 김명준·이기중,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의 새로운 영상패러다임으로서 참여 영상의 의미에 대한 고찰」, 『한국방송학보』, 제20-2호, 2006, 64~65쪽.

19) Maffesoli, M., Le Temps des tribus, 2000, 박정호 외 역, 『부족의 시대』, 문학동네, 2017, 17~19쪽.

20) 이지현·김한구,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의 호기심과 소속욕구가 레트로 제품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 자아 확장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소비자학연구』, 제32권, 제3호, 2021.

21) Olick, J. K., The Politics of Regret, 2007, 강경이 역, 『기억의 지도』, 옥당, 2011, 42쪽.

억하는 것에 대한 논의에서 실제 경험이 서로 다르다는 점은 크게 부각할 만한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논의는 한 마디로 말해, 기억이라는 개념이 내포하고 있는 일상성과 가역성의 힘을 드러낸다. 즉 공동체는 기억을 통해 삶을 새롭게 구성하며, 동시에 개인의 행위와 경험을 의미 있는 실천으로 명명토록 한다. 강조점은 기억이 개인들만의 실천을 확장시키고 재발견하고자 하는 오늘날 디지털 문화의 새로운 공동체적 역능(力能, puissance)이 되고 있다는 것에 있다.

Ⅳ. 나가는 글 : ‘나의 1990년대를 기억하며’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본 논문의 연구자 또한 1990년대을 겪었고 그 문화를 향유했던 세대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나의 1990년대를 기억하며’ 논의를 정리하고자 한다. 연구자에게 1990년대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일부, 그리고 군 복무의 경험을 관통했던 시기이다. 연구자는 앞서 다룬 1990년대의 거시적인 정경들을 당시에는 체감하지 못했다. 다만 연구자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직접 소비했던 음악, 영화, 텔레비전, 패션, 공간 등과 같은 소비문화와 문화산업의 유형들이다. 돌이켜보면, 본 논문에서 다룬 바와 같이, 그러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한 조건들이 1990년대의 정경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1990년대의 문화는 그 직전부터 시작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상황의 변화로부터 생산되었으며, 그에 따라 소비

가 가능하게 된 것이라는 해석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즉 연구자의 경험들은 이미 그 마련된 토대 속에서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자는 그러한 생산물들의 소비에 있어서 스스로 탐색하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음악에만 한정해 볼 때, 실제 연구자의 취향은 적어도 1990년대 한국에서 유행하던 ‘주류적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비주류적인 것은 어떻게 하면 주류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작은 고민이 있었다.

개인적인 취향과 경험의 한계로 인해, 사실 연구자는 현재 기억되고 있는 1990년대의 문화들에 대해 모두 공감하지는 못한다.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애초에 그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지만, 동시에 현재 그것이 소환되면서 부여되는 새로운 의미 즉 전유 과정에서 동의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연구자가 지인들과 이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억의 파편들을 맞춰나가는 재미 그리고 그것을 통해 각자의 정체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들은 연구자의 현재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미디어라는 거대한 아카이브는 해설서나 정답지가 되기도 하며, 그 윤곽을 명확히 해주는 참조점이 된다. 1990년대의 문화를 기억하는 것은 세대 전략에 의해 산업과 결탁될 수도 혹은 반엘리트주의적이거나 지극히 감상적인 차원에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확인, 유지 그리고 구성하기 위한 수행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참고문헌>

∙ 단행본

Appadurai, A., Modernity at Large: Cultural Dimension of Globalization, 1996, 차원현 외 역, 『고삐 풀린 현대성』, 현실문화연구, 2004.

Barthes, R., Mythologies, 1957, 이화여자대학교 기호학연구소 역, 『현대의 신화』, 동문선, 1997.

Hall, S., Held, D., McGrew, T.,(Eds.), Modernity and its Futures, 1992, 고동현 외역, 『모더니티의 미래』, 현실문화연구, 2000.

Jones, A., Globalization: Key Thinkers, 2010, 이가람 역,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도서출판 동녘, 2012.

Maffesoli, M., Le Temps des tribus, 2000, 박정호 외 역, 『부족의 시대』, 문학동네, 2017.

Olick, J. K., The Politics of Regret, 2007, 강경이 역, 『 기억의 지도』, 옥당, 2011.

Williams, R., The Long Revolution, 1961, 성은애 역, 『기나긴 혁명』, 문학동네, 2007.

Williams, R., Marxism and Literature, 1977, 박만준 역, 『마르크스주의와 문학』, 2009.

태지호, 『기억문화연구』,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 참고논문

김명준·이기중,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의 새로운 영상패러다임으로서 참여 영상의 의미에 대한 고찰」, 『한국방송학보』, 제20-2호, 2006.

남은영, 「1990년대 한국 소비문화: 소비의식과 소비행위를 중심으로」, 『사회와 역사』, 제76집, 2007.

박해남, 「1990년대의 국제화·세계화와 대중 민족주의」, 『한국민족문화연구』, 77, 2020.

염찬희,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화정책의 ‘문화’ 이해 변화 과정」, 『민주사회와 정책연구』, No.16, 2009.

유창근, 「한국경제의 세계화와 국제직접투자」, 『산업경제』, 제10집, 1999., 장진호, 「금융지구화와 한국 민주주의」, 『기억과 전망』, 28권, 2013.

이지현·김한구,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의 호기심과 소속욕구가 레트로 제품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 자아확장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소비자학연구』, 제32권, 제3호, 2021.

태지호, 「문화적 기억으로서 ‘향수 영화’가 제시하는 재현 방식에 관한 연구」, 『한국언론학보』 , 제57권, 6호, 2013.

토론문

토론자 : 김진형(경남연구원)

본 글은 현재 우리사회가 왜 1990년대를 기억하며 그 기억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다. 필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해 논의를 전개했다. 첫째로 아파두라이의 ‘5대 정경 유형’을 활용하여 1990년대 한국문화의 정경을 살폈다. 둘째로 레이몬드 윌리엄스의 ‘감정구조’ 개념을 적용해 1990년대 한국에 나타난 문화적 특징을 파악했다. 마지막으로, 왜 기억하는가에 대해 롤랑바르트 ‘신화’ 개념과 마페졸리의 ‘영원한 아이’ 개념을 바탕으로 논증하고 있다.

본 글의 의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논의의 첫 단계에서 아파두라이의 5대 정경 유형인 에스노스케이프, 미디어스케이프, 테크노스케이프, 파이낸스스케이프, 이데오스케이프를 1990년대 한국에 접목시켜 전 지구화 담론 속 당시 국내상황을 규명했다는 점이다. ‘에스노스케이프’는 여행자의 증가와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이주, ‘미디어스케이프’는 민영방송 개국과 인터넷 등장, 그리고 디지털미디어 보급으로 분석했다. ‘테크노스케이프’와 ‘파이낸스스케이프’는 금융 지구화와 자유화에 입각한 경제구조 전환, ‘이데오스케이프’는 지방의회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제도적 이행으로 분석했다.

둘째, 레이몬드 윌리엄스의 감정구조 개념인 지배, 잔여, 부상을 적용해 1990년대 한국문화의 감정구조를 규명했다는 점이다. ‘지배’를 소비문화와 문화산업의 성장, ‘잔여’를 정치권력의 작용 및 반작용의 문화, ‘부상’을 디지털 문화로 해석했다. 필자는 이 세 가지 감정구조가 결국 복합적인 관계를 통해 특유의 감정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셋째, 1990년대를 왜 기억하는가에 대한 논증을 단순한 복고나 향수로 단정하는 것을 넘어, 신화와 공동체적 역능이라는 독창적 분석결과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롤랑바르트 신화 개념을 적용해 우리가 1990년대를 기억하는 것은 신화의 목적처럼 ‘세계를 고정시키는 것’으로 파악하는 한편, 마페졸리의 ‘영원한 아이’ 개념을 적용하여 우리가 1990년대를 기억하는 것이 개인들만의 실천을 확장시키고 재발견하고자 하는 오늘날 디지털 문화의 새로운 공동체적 역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본 글의 내용에서 발견되는 토론거리는 하나다. 필자는 ‘3. 왜 기억하는가’, ‘1) 잔여적인 것의 유용성과 신화가 된 1990년대 문화’ 부분에서, 기억의 목적이 신화의 목적처럼 ‘세계를 고정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에 대한 논증이 빈약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주장한 관련 내용을 요약해 보면, 1990년대를 기억하는 주된 계층인 X, Y세대가 ‘1990년대를 기억한다’라는 신화적 재현을 하는 목적이 “현실에 대한 불신과 원망의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들에게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

X, Y세대가 ‘1990년대 기억하기’라는 신화적 재현행위를 하는 목적은 필자의 주장처럼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는 점이다. 이 세대가 1990년대를 기억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왜냐하면 이 세대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오늘’을 동일한 감정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구조 안에서 ‘현실이 절망적인 주체’라면 필자의 논증에 부합하는 디스토피아적 신화세계관을 가질 수 있겠지만, ‘현실이 희망적인 주체’라면 이들에게 있어서 ‘1990년대 기억하기’는 안정감 있는 현실에서 찾는 유토피아적 신화세계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신화의 보편적 법칙 찾기’에 너무 집착한 것은 아닌가? 한편, X, Y세대의 경우에도 마페졸리가 말하는 ‘영원한 아이’들이 제법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필자의 생각을 들어보자.

메타에듀와 인문교육 방법론

: ‘탁월한 인텔리’와 ‘메타테크네’

이용욱1)

국문초록

본 논문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메타버스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구체화하기 위해 메타에듀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 인간상을 규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찰로 사고를 연결하고 확장하고 편집하고 공유하는, 메타에듀가 요구하는 새로운 리터러시에 대해 논의하고 세 번째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메타버스 생태계의 ‘비인간-주체’와 ‘네트워크-공간’, ‘디지털-도구’를 활용하여 학습자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내는 힘을 강화할 수 있

는 실천적인 방법을 제안할 것이다.

본 연구자는 메타에듀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인간상을 ‘탁월한 인텔리’라 규정코자 한다. ‘탁월한 인텔리’는 평균성이 만연한 근대적 삶을 극복하고자 지적 능력을 고도화하여 삶의 가치를 창조하고, 자율적 공생의 네트워크 민주주의가 배타와 폐쇄로 오염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며,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함께 살고 함께 즐거운 미래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플레이어(player)이다. 메타버스에서 비인간 조력자를 다루는 능력과 기술이 ‘메타테크네’이다. 인간-주체와 비인간 조력자 사이에 상호강화경험은 메타테크네의 내용종목과 그 숙련도에 위해 경험치가 결정되는데, 메타에듀 학습의 수월성 측면에서 메타테크네는 ‘인지테크네’와 ‘정서테크네’로 구분할 수 있다. 인지테크네는 외부의 자극에 의해 반복적인 학습과 코칭으로 획득하는 기술이며, 정서테크네는 개인의 자발적인 의지와 노력으로 내면의 자연발생적 영감에 의해 획득되는 기술이다. 인지테크네와 정서테크네는 개념적으로는 구분되지만 메타에듀 학습 환경 내에서는 서로 긴밀하게 연동되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메타테크네가 경험을 통해 축적된다.

메타에듀의 목적은 ① 비인간 조력자를 활용할 수 있는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② 학습 레벨 디자인을 정교화하며 ③ 게임 알고리즘을 접목한 교육 설계를 통해

1) 전주대학교 한국어문학과, icerain@jj.ac.kr

메타테크네를 학습자 스스로 습득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④ 탁월한 인텔리의 탄생을 촉진하는 것이다. 메타에듀는 미래교육의 플랫폼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인식 전환과 파괴적인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주제어: 메타버스, 메타에듀, 메타테크네, 키워크독서, 인문교육

Ⅰ. 서론

최근 학계의 가장 큰 이슈는 <메타버스>이다.2) 원래 가상현실을 배경으로 한 3D 게임에 사용되던 이 용어는 이제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자연, 새로운 일상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진화하였다. 메타버스가 다시 부각된 배경에는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더믹이 장기화 되면서 비대면·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5G·그래픽 기술의 발전도 있지만, 인공자연에 대한 Z

세대의 문화적 감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인공자연(Artificial Nature)은 가상적 기술을 통해 물리적 존재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비인간-주체’와 ‘네트워크-공간’, ‘디지털-도구’라는 비물질적 토대 위에서 성립되며, 도구적 수월성을 바탕으로 인간-주체와 비물질적 토대의 상호강화경험이 중시된다.3)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메타버스는 ‘교환’의 1세대 인공자연과 ‘교류’의 2세대 인공자연을 지나 ‘교감’의 제3세대 인공자연이다.

1990년대 도스 환경의 문자중심 PC통신에서 처음 인공자연을 경험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2000년 이후 출생한 Z세대들은 PC, 스마트폰, 테블릿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멀티미디어 환경의 인공자연을 경험하면서 “인터넷을 포함하고 있는 물리적 공간과 이와 연결된 가상공간의 융합에 의해 탄생된 집합적 ‘가상공존세계(virtual shared space)’인 메타버스”를 상징계로 진입하는 통로로 경험한 최초 세대이다. 세상의 또 다른 창(window)을 손안에 들고 다니며, 인공자연을 시각이 아닌 촉각으로 인식하고, 메타버스라는 프런티어로의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디지털 유목민이다.

3세대 인공자연인 메타버스가 가져올 변화 중에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교육’이다. 교육은 주체, 공간, 도구를 필요로 하는데 메타버스는 이 세 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메타버스 안에서 빠르게 디지털 교육 환경이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

2)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4u)에서 ‘메타버스’를 키워드로 학술논문을 년도별로 검색해 보면 2019년 3편, 2020년 7편에 불과했던 논문이 2021년 405편으로 급증했고, 2022년 4월 기준으로 벌써 204편의 논문이 등록되었다.

3) 상호강화경험이란 상호 영향 관계 속에서 소통에 참여한 인간-주체와 비물질적 토대 모두 능력이 강화되는 것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구글 번역기는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번역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직은 2D 기반의 조악한 사용자 환경과 구체적인 레벨 디자인과 학습 설계가 부재하여 사용자 경험도 일천하지만, 교육 수요자인 Z세대가 비대면 온라인 교육을 낯설어하지 않을뿐더러 도구적 수월성과 공간 친화성이 높아 ‘메타에듀’는4) 미래 교육 플랫폼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직 가시화되지 못한 메타버스 교육 생태계의 미디어 풍요성은 기술의 발전이 해결할 문제이지만, 메타에듀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규정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 작업이 기술의 발전보다 앞서 이루어져야 하는 까닭은 ‘무엇을’과 ‘어떻게’는 기술이 대답할 수 없으며, 기술은 인간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을 뿐, 메타버스에서 교감은 결국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본 논문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메타버스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구체화하기 위해 메타에듀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 인간상을 규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찰로 사고를 연결하고 확장하고 편집하고 공유하는, 메타에듀가 요구하는 새로운 리터러시에 대해 논의하고 세 번째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메타버스 생태계의 ‘비인간-주체’와 ‘네트워크-공간’, ‘디지털-도구’를 활용하여 학습자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내는 힘을 강화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을 제안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연구의 목적은 근대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하여 기술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선도하는 인문공학의 식견을 교육과 연결하는 것이다.

Ⅱ. 탁월한 인텔리

근대 산업혁명은 부르조아(bourgeois)라는 새로운 지배계급을 탄생시켰다. 부르조아는 근대 서구의 핵심적 경제 사회체제인 자본주의의 주도 세력이지만 원래는 중세에 “새로 생긴 도시(bourg)에 살고자 모여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메타버스라는 탈도시화 공간에 모여든 탈근대적 부르조아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메타버스에 시장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조직해내면서 연결과 확장의 네트워크 민주주의와 근대의 거대 담론에서 자유로운 다중(多衆)을 형성하고 있다. 초기에는 네티즌이라 불렸던 이 새로운 시민계급을 무엇이라 명명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근대의 이상적 인간상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근대는 합리성과 효율성을 통해 많은 문명적 성과를 이루어내었지만, 인간의 삶을 계산과 측정이 가능한 것으로 변화시켰다. 근대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평

4) 메타에듀(Meta-edu)는 Metaverse와 education의 합성어로, 교육 현장을 개선하고 교육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설계, 개발, 평가하는 교육공학의 입장에서 메타버스라는 인공자연의 교육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용어이다.

등의 가치를 내세움으로써 보편성을 지닌 인간을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제시한다.5) 근대의 개인주의는 자유를 강조하지만 ‘탁월성’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탁월성’은 평균으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에 좋은 것이 될 수 없다. 근대적 삶의 새로운 기준인 평균(平均)은 양적 측정을 전제로 하며, 이것의 가치는 다수, 생존, 적절함으로부터 파생될 뿐만 아니라 ‘자기보존’의 관점에서 긍정된다.6)

그러나 고대 그리스에서 ‘탁월성’ 또는 ‘덕’은 삶의 기술의 핵심적 개념이었다. 인간에게 가장 좋은 삶은 탁월성을 발휘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탁월성은 그리스어로 아레테(arete)이며 어떤 역할이나 기능을 아주 잘 수행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본 연구자는 메타에듀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인간상을 ‘탁월한 인텔리’라 규정코자 한다. 여기서 탁월은 신체적 우월성이 아니라 정신적 탁월함이며, 이성이 탁월하게 발휘된 지혜에 도달하여 지성의 탁월성을 획득한 인간이다. 인텔리는 학력, 직업, 나이 등과는 무관하며, 사회에 대한 책임과 비판의식이 강하면서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을 일컫는 ‘인텔리겐차’와 사람이 주어진 문제의 내면을 뚫어보고(통찰), 이와 관련된 상황을 알아차린 후에(이해),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을 찾는(사고) 정신적 능력(지능)을 의미하는 ‘인텔리젠스’를 포괄한다. ‘탁월한 인텔리’는 평균성이 만연한 근대적 삶을 극복하고자 지적 능력을 고도화하여 삶의 가치를 창조하고, 자

율적 공생의 네트워크 민주주의가 배타와 폐쇄로 오염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며,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함께 살고 함께 즐거운 미래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플레이어(player)이다.

1719년에 출판된 대니얼 드포우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는 새로운 근대 부르조아의 탄생 신화였다. 28년간 인간 문명의 시야에서 벗어난 무인도는 18세기 영국 부르조아가 만든 가상 현실이다. 미국의 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에 발표한 『스노우 크래쉬』 역시 가상 현실을 만들어 냈는데 그 방법은 대니얼 드포우처럼 새로운 언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아예 현실과 다른 층위의 ‘메타버스’라는 가상 현실을 새롭게 창조해 내는 것이었다.

소설의 주인공 주인공(Hiro)는 현실공간에서는 피자배달원이지만 메타버스에서는 최고의 전사이며 천재적인 해커이다. 그리고 ‘탁월한 인텔리’이다. 메타버스에서 스노우 크래시를 먹으면 아바타의 주인이 현실세계에서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을 알게 된 히로가스노우 크래시의 실체를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모험에서 이야기의 중심은 종횡무진 활약하는 히로의 탁월함이다. 컴퓨터 해킹 능력과 검술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나지만 그 능력을 현재의 이익이 아닌 메타버스와 현실공간의 균형과 조화라는 공생공락(共生共樂, conviviality)의 사회적 이상을 실현하는데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5) 서광열, 「니체의 근대인 비판과 새로운 삶의 제안」, 『인문과학』 제74집, 성균관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9, 255쪽.

6) 호르크하이머 막스 저, 박구용 역, 『도구적 이성비판』, 문예출판사, 2006, 127~134쪽 참조.

창조하였다.

『로빈스 크루소』 와 『스노우 크래쉬』는 18세기와 20세기, 영국과 미국, 중산층 백인과 하층민 혼혈의 거리에도 불구하고 모두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담이다. 오히려 두 소설의 차이는 근대와 탈근대의 시대 상황이 호명하고 있는 이상적 인간의 문학적 형상화에 있다. 로빈스 크루소가 현실과 단절된 가상공간(무인도)에서 현실공간으로 복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근대 부르조아의 이상인 ‘보편적 엘리트’라면,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현실과 연동된 가상공간(메타버스)에서 두 공간의 균형과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탈근대 부르조아의 이상인 ‘탁월한 인텔리’이다. 메타에듀가 추구해야할 이상적 인간상이 메타버스의 창시자가 창조한 아바타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당연하면서 운명적이다.

Ⅲ. 메타테크네(Meta-techne)

메타에듀의 목적이 ‘탁월한 인텔리’를 양성하는데 있다면, 그다음 과제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현실공간의 교육 현장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형식은 배제하고 메타에듀만의 독특한 교육공학을 설계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메타에듀의 고민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기존 교육과 차별되면서 메타버스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그러면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스스로 탁월성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무엇보다도 교육의 평등성을 추구해야 한다. 기실 근대의 보편적 엘리트 교육은 실패하였다.7) ‘보편’과 ‘엘리트’는 양립할 수 없는 모순명제이다. 근대교육의 보편화, 평준화는 1970년대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자본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capital) 흐름에 편승해 교육에 대한 자본 개입이 노골화되면서 사문화되었다. 보편교육에 반하는 인간 조력자(과외, 컨설던트, 브로커 등)가 자본에 고용되면서 교육 불평등은 심화되었고, 수월성(Excellence) 교육이란 명목으로 금수저/흙수저 계급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인간의 능력은 평등할 수 없다. 교육은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어 자신의 탁월함을 스스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메타에듀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식은 비인간 조력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비인간 조력자는 ‘검색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사용자 환경’과 ‘사용자 경험’ 같은 디지털 도구인데, 이 조력자들은 자본으로 고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숙련도로 축적된 기술만이 호명할 수 있다. 본 연구자는 메타버스에서 비인간 조력자를 다루는 능력과 기술을 ‘메타테크네’라 명명코자 한다.

현실과 가상이 뫼비우스로 띠처럼 연결된 가상공존세계인 메타버스에서는 “지식과 정보를

7) 근대교육은 평준화된 공교육을 통해 엘리트를 어느 특정한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배타적인 `절대적` 개념으로 규정하지 않고, 모든 교육의 대상을 잠재적 엘리트로 전제하면서 각기 지니고 있는 수월성을 최대한으로 높여주는 제도를 실현하고자 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수월성이라는 측면에서 사교육에 자리를 내주었다.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 “경험이나 모방을 통해 얻어지거나, 어떤 규칙을 가진 지식에서 학습하여 유용성과 효율성을 지향하고 능숙함을 통해 바라는 결과를 얻는 능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고대 그리스시대는 이 능력을 테크네로 불렀다. 테크네는 예술, 기술, 학문 모두에 관여하는 종합적인 능력이며, 탁월함의 기반이다. ‘탁월한 인텔리’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크-공간에 분산된 DB를 연결하는 능력, DB를 유용한 정보로 확장하는 능력, 수집된 정보를 지혜로 편집하는 능력, 생산된 정보를 공유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 능력을 배양하고 발휘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메타버스의 비인간 조력자이다.

비인간 조력자는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디지털 도구이다. 메타버스 안에서 디지털 도구는 그것을 경험하는 존재자, 능동적인 존재자인 우리의 실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사용하기 때문에 디지털 도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도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메타버스 안에서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도구를 능숙하고 숙련되게 사용하는 ‘메타테크네’는 메타버스 안에서 우리가 탁월해지는데 매우 유용한 기술이다.

메타 테크네는 디지털 도구를 숙련되게 이용하는 물질/비물질적 제작 활동인데 그리스시대 테크네와 다르게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1) 메타 테크네는 인간-주체와 비인간 도구가 함께 하는 활동이다. (2) 메타 테크네라고 불리는 활동은 무언가를 생산(produce) 혹은 제작(make)하고 공유(shareing)하는 것인데 그 결과는 물질적, 비물질적 텍스트를 포함한다. (3) 메타 테크네는 데이터베이스(DB)와 편집(edit)에 기반한 활동이다. 메타 테크네는

경험과 기억이 디지털로 DB화 되고, 그것이 학습과 교육이 편집 가능한 텍스트로의 치환을 통해 이루어진다. (4) 메타 테크네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알고리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Algorism)은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하여 원하는 출력을 유도하여 내는 규칙의 집합. 여러 단계의 유한 집합으로 구성되는데, 각 단계는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연산이 필요하다. 메타 테크네는 개인적인 생각의 소산, 창조력의 소산, 영감의 소산이기 하지만 사용하는 도구의 알고리즘에 영향을 받는다. 알고리즘 체계에 대한 지식을 갖지 않고서는 메타 테크네를 숙련할 수가 없다. (5) 메타 테크네는 디지털 도구를 숙련되게 이용하는 의식/무의식적 생산 활동인데, 도구와 연결된 상태에서 인간 육체의 단독성에서 벗어나 기술과의 교감을 통해 영감이 솟아나는 것이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것으로 인식되나 사실은 경험과 기억의 DB 기반의 편집된 상호텍스트성이며 인간 주체와 비인간 조력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동반 성장하는 상호강화경험이다.

인간-주체와 비인간 조력자 사이에 상호강화경험은 메타테크네의 내용종목과 그 숙련도에 위해 경험치가 결정되는데, 메타에듀 학습의 수월성 측면에서 메타테크네는 ‘인지테크네’와 ‘정서테크네’로 구분할 수 있다. 인지테크네는 외부의 자극에 의해 반복적인 학습과 코칭으로 획득하는 기술이며, 정서테크네는 개인의 자발적인 의지와 노력으로 내면의 자연발생적 영감에 의해 획득되는 기술이다. 인지테크네와 정서테크네는 개념적으로는 구분되지만 메타에듀 학습 환경 내에서는 서로 긴밀하게 연동되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메타테크네가 경

험을 통해 축적된다.

메타에듀가 학습자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요소(능력)는 네가지이다. 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찾아내서 자신의 지식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능력, ② 연결된 정보를 화학적 결합을 통해 가치를 확장하는 능력, ③ 가치가 확장된 정보를 자신의 지혜로 편집하는 능력, ④ 새로워진 정보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적재적소에 공유하는 능력이다. 이 기본 요소의 발전에 인지테크네가 영향을 주고 정서테크네가 발현돼 개인마다 각자 다르게 강화되는 능력이 바로 메타테크네이다. ‘연결’의 강화능력은 ‘결합’, ‘확장’의 강화능력은 ‘확산’, ‘편집’의 강화능력은 ‘창발’, ‘공유’의 강화능력은 ‘공개’이다. ‘탁월한 인텔리’는 기본 능력을 메타테크네를 통해 강화시켜 오로지 본인의 탁월함으로 평등한 교육 환경(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비인간 조력자)에서 우뚝 선 자이며, 인지테크네를 정서테크네로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스스로 테크트리(Tech Tree)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춘 플레이어이다.8)

Ⅳ. 메타테크네를 활용한 실천적 학습법

이 장에서는 메타테크네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비인간 조력자를 활용하여 학습자 스스로 정보 연결의 경험을 통해 질문을 만들어 내는 힘을 강화할 수 있는 실천적인 학습법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이 메타에듀 수업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1)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학습자 스스로 의미를 찾아내고 부여할 수 있는 교과목이어야 한다.

2) 교수자는 학습자에게 가이드라인(주제와 평가 기준)을 제시해 줄 뿐 인간 조력자의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

3) 학습자는 비인간 조력자의 도움을 적극 활용하며 그 과정을 정확하게 기록하여야 한다.

4) 교수자는 학습자가 찾아낸 정보를 연결할 수 있는 지식네트워크를 생성하고 모든 학습자에게 평등하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

5) 학습 평가는 정보 연결의 ‘연속성’과 ‘상호작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연결된 정보와 주제와의 정합성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6) 교수자는 에세이 쓰기나 인터뷰의 방식으로 축적된 경험으로 내면화된 학습자의 정서테크네를 확인하고, 그것을 토대로 다음 학습 레벨을 디자인하고 내용종목을 설계한다.

8) 컴퓨터게임의 플레이어를 생각해보자. RPG게임인 「디아블로2」에서 모든 플레이어에게는 기본적인 능력치가 주어진다. ‘힘’, ‘민첩성’, ‘생명력’, ’에너지‘이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직업이나 스킬에 맞게 레벨업마다 주어지는 능력치를 임의로 배분한다. 바바리안은 힘을 우선시하고, 아마존은 민첩성을 중시한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각자의 스킬 트리와 스탯은 천차만별이며, 탁월한 플레이어와 평범한 플레이어는 레벨이나 장비가 아니라 여기서 결정된다.

본 연구자는 2장에서 현실공간의 교육 현장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형식은 배제하고 메타에듀만의 독특한 교육공학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고전 강독은 메타에듀에서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가장 큰 차이는 고전의 범위를 학습자 중심으로 확대하고, 강독(講讀)보다는 연독(連讀)에 초점을 맞추며, 읽을 목록을 학습자 스스로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먼저 교수자는 주제어와 주제영역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몸’이라는 주제어와 ‘욕망’, ‘기술’, ‘환경’, ‘미래’라는 네 개의 주제 영역이 제시되면 학생들은 각자 그 주제어에 맞는 독서 목록을 작성한다. 작성된 목록은 학습자의 의도에 따라 영역으로 나누어 리스트업 되고 전체 학습자에게 공유된다.

주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몸 - 욕망

채털리 부인의

연인(D.H.로렌스)

욕망이론(자크 라캉)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몸 - 기술

지각의 현상학(메를로

퐁티)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니콜라스 카)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캐서린

헤일스)

몸 - 환경 침묵의 봄(레이철 카슨) 몸의 사회학(크리스 쉴링)

가이아(제임스

러브록)

몸 - 미래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특이점이 온다(레이

커즈와일)

마음의 아이들 :

로봇과 인공지능의

미래(한스 모라벡)

위 예시는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으로 영역화되었지만, 그 자리에는 소설·만화·영화가 들어갈 수도, 문학·역사·철학이 들어갈 수도, 고대·중세·근대가 들어갈 수도 있다. 주제어와 주제영역은 교수자가 제시하지만, 빈칸에 들어갈 읽었거나 읽고 싶은 도서 목록은 비인간 조력자의 도움을 받은 학습자의 선택과 판단이다. 정보를 찾고 검색하는 과정에서 학습자는 교수자가 제시한 주제어와 주제 영역에 최대한 연결되는 작품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가로영역과 세로영역은 씨줄과 날줄처럼 연결되며 학습자만의 독특한 주제 의식이 생성된다. 이제 다음 단계는 학습자의 주제 의식을 실질적인 질문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교수자는 학습자의 리스트를 피드백해 주면서 주제어와 주제 영역을 학습자가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묻고 작품과의 연결성을 확인한다. 그리고 가장 연결성이 좋은 X축과 Y축의 교차 도서(학습자가 이미 읽은 도서면 더욱 효과적이다)를 선정하게 한 후 교수자가 제시한 주제어와 주제영역을 토대로 질문을 만들게 한다. 학습자가 만든 질문은 에세이나 소논문의 주제가 되

어 글쓰기에 활용되며 그 결과물은 지식네트워크에 공개된다. 이 일련의 학습 과정에는 메타테크네의 기본 요소가 다 개입돼 있다. 리스트를 작성하는게 ‘연결’이라면 질문을 만드는 것은 ‘확장’, 에세이나 소논문 쓰기는 ‘편집’, 공적 지식네트워크에 그것을 공개하는 것이 ‘공유’이다.

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자는 절대 학습자에게 목록에 올려진 텍스트를 읽으라고 강요하지도, 읽었다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는 것이다. 학습자는 전체 12권의 도서 중 최소 한권만을 읽을 수도 있다. 나머지 11권은 굳이 읽지 않아도 되는데 비인간 조력자의 도움으로 획득한 리뷰나 부수적인 정보를 통해 한 권의 책을 읽고 질문하고 글을 쓰는데 필요한 영감을 주는 주변 학습의 역할만으로 충분하다. 교수자는 학습자가 정서테크네를 숙련할 수 있도록 주변 학습에 대한 피드백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탁월한 학생은 교수자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두 권 이상의 책을 읽고 주제와 주제를 연결하고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질문과 글쓰기를 생산해 낼 것이다.

메타에듀 수업은 수업시수나 수업시간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는다. 메타버스 내에 마련된 지식네트워크에 학습자는 수시로 자신이 찾은 정보를 연결하고 교수자와의 피드백은 약속을 정해 진행하면 된다.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현실교육에서는 불가능한 학습 활동의 수치화와

그 결과를 아바타나 아이템 등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 게임 알고리즘을 학습에 적용할 수 있다면 MZ세대에게 가장 이상적인 교수법이 될 수 있을 것인데 예비 단계로 교수자는 수업 설계시 학습 활동을 세분화하여 ‘연결’, ‘확장’, ‘편집’, ‘공유’의 네 영역에 실행 목록을 작성하고 각각의 학습 활동에 정량값을 지정할 수 있다. 이 정량값은 학습 평가에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의 레벨업에 이용되는데 레벨이 올라갈수록 지식네트워크 상에 교수자가 준비해 놓은 정보 열람권이나 추가적인 피드백 기회가 주어진다.9)

전통적으로 인문교육은 고전독서와 비평적 읽기를 통해 문제를 찾아내고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었다. 탁월성은 고대 그리스 인문교육의 바탕이었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 다시 인간을 만드는 시대에 우리는 다시 테크네를 회복해야 한다. 고대의 장인이 자신의 솜씨를 발휘해 산물을 만듦으로써 자신의 세상을 지었듯이 근대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새로운 테크네를 통해 메타버스를 주체화하고 영토화해야 한다. 고전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질문들이 담겨있다. 고전을 읽는 것은 그 질문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맞게 질문을 새롭게 고쳐쓸 수 있도록 넓고 깊은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다. 인문교육의 전통을 메타에듀에서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의 담당자인 교수자들의 의식이 변화하여야 한다. ‘메타테크네’, ‘키워크독서’는 근대교육에서 ‘탁월한 인텔리’를 양성하는 새로운 미래교육으로 나아가는 작은 함수(function)가 될 것이다.

9) RPG 게임의 레벨업, 퀘스트, 직업별 스탯과 테크 트리 등 게임 플레이 방식을 학습에 활용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추후 논지를 다듬어 더욱 정교화할 것이다.

Ⅴ. 결론

메타에듀의 목적은 ① 비인간 조력자를 활용할 수 있는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② 학습 레벨 디자인을 정교화하며 ③ 게임 알고리즘을 접목한 교육 설계를 통해 메타테크네를 학습자 스스로 습득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④ 탁월한 인텔리의 탄생을 촉진하는 것이다. 메타에듀는 미래교육의 플랫폼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인식 전환과 파괴적인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대학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당위가 되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변화의 당위는 인정하면서도 각론에서 갑론을박해 왔는데 그 결과가 인문학의 축소, 실용교육 강화, 국가 재정 의존도 심화이다. 문제의 본질은 보지 못한 채 근대교육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급급해온 것이다. 기술은 벌써 메타버스로 앞서가고 있는데 교육은 겨우 화상회의 클라이언트를 활용한 실시간 온라인 수업에 만족하고 있다면 대학 교육의 희망은 없다. 학생을 교육 수요자가 아니라 재정 기여자로 보는 한 대학 교육의 혁신은 요원하다.

이제는 교수자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나는 메타에듀에 준비돼 있는가?”, “나는 메타테크네를 가지고 있는가?”

토론문

토론자 : 박치완(한국외대, GCIC)

“기술은 벌써 메타버스로 앞서가고 있는데 교육은 겨우 화상회의 클라이언트를 활용한 실시간 온라인 수업에 만족하고 있다면 대학 교육의 희망은 없다.” - 발표문, p.18.

“이제 인간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새로운 인공자연이 되었다.” - 「기술편집예술의 매체미학 시론」, p.148.

“비인간-주체는 반성적 판단력을 가질 수 없으며, 인간-주체는 비인간-주체의 연산능력을 결코 능가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두 주체가 서로가 갖고 있지 않은 능력을 교감을 통해 나누고 협업한다면....” - 「기술편집시대 매체미학의 제문제: 인공자연의 탄생과 몰입의 투명도」, p.166.

1. 이용욱 교수님의 “메타에듀와 인문교육 방법론: ‘탁월한 인텔리’와 ‘메타테크네’”는 포스트 휴먼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미래) 교육의 플랫폼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구체적 방법론과 함께 인 재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선도적이고 창의적이라고 생각된다. 다소 ‘교육공학적인’ 담론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보니 논평자의 이해 범위를 벗어나는 부분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전체 발표문은 통해 얻은 실(實)은, 제사로 선택한 문장에서도 드러나 있듯, 이제는 대학교육도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본 논평자에게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디지털-메타버스에로의 기술적 환경 변화가 교육의 변화를 유도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한마디로, “메타버스 교육 생태계”에 맞게 교육 또한 “메타에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아래에서는 발표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보고, 궁금한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본 논평문을 마무리 지어볼까 한다.

2. 시대가 바뀌면 대개 패러다임이 바뀐다. 세계상이 바뀌고 에피스테메 또한 바뀐다. 사회의 정상성에 대한 의미 또한 바뀐다. 디지털 시대의 정상성을 일찍이 플루서는 (디지털) 프로그래머가 이끌어갈 것이라고 예언했다(cf. 『피상성 예찬: 매체 현상학을 위하여』). 프로그래머를 이 교수님의 표현으로 바꾸면 ‘탁월한 인텔리’가 될 것이다. ‘탁월한 인텔리’는 “메타

에듀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인간상”이라 볼 수 있다.

‘탁월한 인텔리’는 i) 개인의 지적 능력만 탁월한 것이 아니라 ii) “자율적 공생의 네트워크 민주주의가 배타와 폐쇄로 오염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며,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함께 살고 함께 즐거운 미래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플레이어(player)”로서 도덕적 측면, 공공적 능력 면에서도 탁월성을 겸비하고 있으며, iii) “공생공락(共生共樂, conviviality)의 사회적 이상을 실현하는데” 자신의 능력〔i) ~ ii)〕을 사용함으로써 실천적 행동으로 그 탁월성을 완성된다.

이 교수님에 따르면, 메타에듀는 결국 “‘탁월한 인텔리’를 양성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메타에듀만의 독특한 교육공학의 설계”가 필수적이다. 메타에듀는, 제3장의 내용을 본 논평자가 임의로 요약해보면, 학습자가 “‘검색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사용자 환경’과 ‘사용자 경험’ 같은 디지털 도구”와 같은 “비인간적 조력자”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하게 해 학습자 스스로 ‘메타리터러시’를 확장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메타인지 능력이 확장된 학습자는, 앞서의 표현으로 바꾸면 ‘탁월한 인텔리’는, “현실과 가상의 공존세계인 메타버스에서” 메타 테그네를 발휘하게 된다.

결국 “‘탁월한 인텔리’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크-공간에 분산된 DB를 연결하는 능력, DB를 유용한 정보로 확장하는 능력, 수집된 정보를 지혜로 편집하는 능력, 생산된

정보를 공유하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10) 돌려 말하면, “비인간 조력자”인 메타버스 공간상의 디지털화된 자료들을 용도에 맞게 다루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도구를 능숙하고 숙련되게 사용하는 ‘메타테크네’는 메타버스 안에서 우리가 탁월해지는 데 매우 유용한 기술이다.”

3. 이 교수님의 소위 ‘메타에듀 철학’은 교수자보다 학습자 중심의 교육에 초점이 있기 때문에 학습자 스스로 다음과 같은 4가지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ㅏ: 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찾아내서 자신의 지식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능력, ② 연결된 정보를 화학적 결합을 통해 가치를 확장하는 능력, ③ 가치가 확장된 정보를 자신의 지혜로 편집하는 능력, ④ 새로워진 정보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적재적소에 공유하는 능력.(제4장의 내용은 질문으로 대신코자 함)

이렇게 학습자 모두가 능력을 갖추는 것이 메타에듀의 궁극 목표이며, 메타에듀를 통해 학습자 모두가 ‘탁월한 인텔리’가 되는 것이 어쩌면 이 교수님이 꿈꾸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교육공학적 이상인지 모른다.

4. 논평자에게 주어진 시간과 지면 관계상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아래 질문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볼까 한다.

1) 메타에듀를 통해 “대학 교육의 인식 전환과 파괴적인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 십

10) 이에 대한 보다 상세한 언급은 이용욱, 「기술편집예술의 매체미학 시론: 주체와 모방의 문제를 중심으로」, 『국어국문학』 제193호, 2020, pp.132-137 참조.

분 공감은 하면서도, 발표문 상으로는 다소 전미래적인 주장들이 지배적이라는 느낌이다. 발표문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한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며, 있다면 그 구체적 사례를 보충/설명해준다면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은 4장에서 들고 있는 예처럼, 학습자를 위해 올린 자가 학습 자료들을 읽으라고 “강요하지도, 읽었다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는다”면 평가는 어떻게 하는가? “수업시수나 수업시간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학습자가 수시로 관련 교과에 대한 질문, 피드백을 요구한다면, 교수자가 감당해야 할 피해는 없는 것일까? 이런 학습이라면 굳이 교수자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본 논평자의 질문은, 아래 표에서도 확인되듯11), 이 교수님이 지향하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교육철학의 핵심을 제2의 기술 시대로 회귀시키는 것이라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이 교수님의 메타에듀에도 기본적으로 학습자 제2기술 시대의 학습자를 전제하고 있기에 이와 같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돌려 말해 교육이 비인간-주체(포스트휴먼)와 비인간-조력자(다양한 디지털 도구)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자가 학습이라면 곧이 교수자가 필요하며, 대학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2) 제3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대학의 역할을 이제는 메타버스 안에 세워진 지식공동체가 대신해야 한다며, 디지털 도구는 단지 조력자가 아니라 ‘탁월한 동료’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다소 ‘기술결정론자들’의 주장과 유사해 보이는데, 본 논평자가 이 교순미의 글을 오독한 것인가?

3) 제2장 마지막 문장에서 “메타에듀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 인간상은 (…) 아바타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당연하면서 운명적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완 설명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린다.

이 교수님의 글에 ‘몰입’해서 논평자의 “생각까지도 잊어버리는 것”(2021: 160)이 진정한 독서의 기쁨이련만, 이렇게 거칠게 몇 개의 질문을 제게해보는 것은 논평자의 몸이 ‘인공자연’을 삶의 전체가 아닌 일부로, 우리는 ‘하나의 세계’가 아니라 ‘여러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기 때문에 제기되는 것이라고 여겨주시길 바라며 본 논평문을 맺을까 한다.

11) 이용욱, 「기술편집시대 매체미학의 제문제: 인공자연의 탄생과 몰입의 투명도」, 『인문콘텐츠』 제60호, 2021, p.157

‘돌봄’으로서의 문화콘텐츠

임대근1)

국문초록

문화콘텐츠는 용어의 태동과 더불어 자신의 개념을 충족해야 할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인문콘텐츠’ 담론을 만들어왔다. ‘인문콘텐츠’는 문화콘텐츠연구의 핵심 담론으로 역할을 수행해 왔다.『인문콘텐츠』담론은 인문정보학, 문화산업과 인문학, 문화기술과 인문학, 문화원형과 디지털콘텐츠, 한류의 인문학적 해석,『인문콘텐츠』교육과 인력 양성, 인문학적 스토리텔링, 도시재생과 인문콘텐츠, 디지털인문학 등 방계 담론을 형성해왔고, 이들은 문화콘텐츠를 설명하고, 기획하며, 전망하는 중요한 핵심 개념으로 작동되었다. 그러나 문화콘텐츠를 인문콘텐츠로 등치하는 과정에서 문화에 대한 근대학문의 성과가 온전히 계승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 문화콘텐츠는 예술과 사회과학 개

념으로서의 문화, 대중예술-대중문화라는 개념과 범주를 계승하면서 또한 독창적 범주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문화콘텐츠는 ‘사회콘텐츠’ 담론을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콘텐츠 담론은 문화콘텐츠의 기능을 살펴보는 문제와 연동된다. 문화콘텐츠는 오락-유희 기능, 정보-지식 전달 기능, 공동체 유지 기능, 문화유산 전승 기능 등을 담당한다. 사회콘텐츠는 문화콘텐츠를 관계 중심으로 사고하게 한다. 이는 문화콘텐츠가 대중문화와 달리 복수의 생산물이 ‘플랫폼’을 통한매개, 동시적 매개, 양방향 유통, 가역적 수용-소비의 특성을 갖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사회콘텐츠는 주체-타자 담론을 형성하는데 이는 그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돌봄’의 기능이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아기상어>는 ‘돌봄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주제어: 인문콘텐츠, 사회콘텐츠, 문화콘텐츠의 기능, ‘돌봄’ 콘텐츠

1)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rooot@hufs.ac.kr

Ⅰ. ‘인문콘텐츠’ 담론을 넘어서

문화콘텐츠 개념이 처음 출현했을 때, 도대체 ‘콘텐츠’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학자들은 ‘콘텐츠’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콘텐츠’와 쌍을 이루고 있는 ‘문화’ 개념을 통해 ‘문화콘텐츠’라는 복합 개념을 규정하려는 노력이었다. 이는 문화와 콘텐츠가 상호 관계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분명하지 않았던 콘텐츠를 개념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때 ‘문화’는 문화콘텐츠연구의 기초를 정립하기 위한 중요한 개념으로서 곧 ‘인문’으로 이해되고 주장되어왔다. ‘문화콘텐츠’는 곧 ‘인문콘텐츠’로 등치되면서 학문 담론을 생산하게 되었다. 인문콘텐츠학회의 성립(2002)과 학술지 『인문콘텐츠』 창간(2003)은 표상적인 사건이었다. 『인문콘텐츠』는 이후 문화콘텐츠연구의 중요한 진지가 되었고, 이 분야의 학문적 발전을 위해 크게 공헌했다. 이 과정에서 ‘인문콘텐츠’는 문화콘텐츠를 형성하는 중요한 개념이자 담론의 역할을 담당했다.

‘인문콘텐츠’ 담론은 당연하게도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콘텐츠를 주장해왔다. 그 배경을 소극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인문학의 위기 담론이 전제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학문의 본류라고 여겨졌던 인문학이 위기를 맞이했고,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출구로서 ‘인문콘텐츠’가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개입되어 있었다. 예컨대 『인문콘텐츠』의 창간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인문학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여러 해 전부터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그 논의 가운데에는 이 위기가 인문학의 위기라기보다 인문학자의 위기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인문학이 위기에 처하지 않은 때가 있었을까. 우리 역사 속에서 근현대만 놓고 보아도 과학기술 중심의 서구 문물이 동양을 압도하면서 전통적인 인문학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으며, 해방 이후 또한 법학, 정치학, 경영학같은 현실적인 처세 중심의 학문이나 의학, 공학같은 실용적인 학문들이 인기를 누려왔었다. 사실 인문학은 그 속성상 언제나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일상적 위기 상황이야말로 인문학을 발전시키는 토양은 아니었을까?1)

이후 ‘인문콘텐츠’ 담론은 총론에 대한 검토는 물론, 적극적인 진화를 통해 다양한 방계 담론을 만들어냈다. 인문정보학, 인문학과 문화산업, 인문학과 문화기술, 문화원형과 디지털콘텐츠, 한류의 인문학적 해석, 인문학적 스토리텔링, 인문콘텐츠와 도시재생,『인문콘텐츠』교육과 인력 양성, 디지털 인문학 등이 그것이다.2)

1) 김교빈, 「창간사」, 『인문콘텐츠』 창간호, 2003.

요컨대 ‘인문콘텐츠’ 담론은 인문학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임무와 문화콘텐츠연구라는 신흥 개념을 구성해야 하는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인문콘텐츠는 ‘응용인문학’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디지털’ 개념과의 융합을 실천하는 방법론을 선택했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이른바 ‘인문 정신’이라는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 인문학 본연의 역할을 통해 문화콘텐츠연구를 담론화하려고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문화콘텐츠’는 텅 빈 기표를 채워갈 수 있었다.

그러나 문화콘텐츠를 인문콘텐츠로 등치하는 과정에서 문화에 대한 근대 학문의 성과가 온전히 계승되지 못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문화에 대한 근대 학문의 성과란, 즉 ‘문화’를 학문의 대상으로 삼아왔던 일련의 흐름을 말한다. 이에 관하여는 이미 관련된 논의를 펼친 바 있는데,3) 20세기 전반에 출현하여 문화에 관한 개념을 구성하면서 타자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목적으로 삼았던 인류학의 한 분과인 문화인류학, 20세기 후반을 주도했던 문화에 대한 계급적 구분을 타파하면서 영화와 텔레비전, 즉 대중문화와 대중매체를 주된 연구대상으로 삼았던 문화연구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대체로 사회과학의 범주 안에서 학문적 정체성을 만들어왔다. 따라서 문화콘텐츠에서의 ‘문화’ 개념에는 사회과학의 ‘문화’ 개념이 포섭되지 못했다.

문화를 인간 집단의 이상적 삶에 대한 추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예술은 문화의 고도의

추상적 표현 형식이 된다. 문화와 예술을 병칭하는 관습은 예술이 고도의 심미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문화의 내용과 형식을 충족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대 예술의 성립은 문화의 층위에서 상위의 돌출적 개념을 만들어왔다. 근대 이후의 문화는 예술을 포괄하면서 동시에 대립적 범주를 구성했다. 이런 상황은 20세기 후반 예술의 대중화와 더불어 변화를 맞이한다. 즉 문화가 대중화 과정을 거친 바와 같이 예술 역시 대중화하면서 문화와 예술이 모두 대중 범주로 포섭되면서 더욱 강력한 친연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관계는 이제 21세기에 이르러 문화콘텐츠라는 신흥 범주로 확장된다. 따라서 20세기 이후 문화 개념은 문화/예술(20세기 전반)-대중문화/대중예술(20세기 후반)-문화콘텐츠(21세기)로 변주된다. 그러므로 문화콘텐츠는 이들의 역사적 관계를 계승하는 개념이면서 동시에 대립적 범주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화콘텐츠는 예술과 사회과학의 문화를 포괄하고 계승하면서, 이들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자의식을 갖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문화콘텐츠는 작가주의 예술에서 대중예술(pop-art)로 이어지면서 산업화와 기술화를 중개함으로써 이후 문화콘텐츠의 가능성을 열어젖힌 예술의 역사적 변화에 주목하여 이에 관한 논의를 포섭해야 한다. 또한 사회과학의 ‘문화’는 문화 본연의 개념 논의, 타자에 대한 관찰과 해석이라는 과제, 문화기술적(ethnographic) 방법론의 활용과 더불어(문화인류학) 문화 현상 내부에 은밀하게

2) 주제별 담론의 주요 논의는 ‘참고문헌’ 참조

3) 임대근, 「문화콘텐츠연구의 학문적 위상」, 『인문콘텐츠』 제38호, 2015, 131~156쪽.

작동하는 권력 관계, 대중매체가 생산하는 의미 구조, 계급·젠더·인종을 둘러싼 문화정체성 문제 등을 탐구하는 경향(문화연구)을 보여주었다. 문화콘텐츠연구는 이런 학문적 경향을 적극적으로 계승하지 못했다.

인문학 기반의 문화콘텐츠 담론은 철학과 역사학, 문학의 전통 학문 경향을 통해 문화콘텐츠의 인문정신 가치를 수립하고, 문화유산의 동시대화, 스토리텔링의 구조와 매개에 관한 노력을 거듭해 왔으나, 이제 인문학 기반 문화콘텐츠의 구체적인 사례와 성과를 축적함과 동시에 ‘사회콘텐츠’ 담론을 형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Ⅱ. 문화콘텐츠의 기능

그러므로 이제 문화콘텐츠는 인문학 제재의 디지털화에 대한 노력과 더불어 예술과 사회과학 층위의 문화 개념을 포섭해야 한다. 이는 문화콘텐츠가 심미적 요소와 더불어 예술의 산업화와 기술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문화가 형성되고 유동하는 과정에서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문제 삼았다는 사실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문화가 형성하는 의미가 어떤 구조와 관계 속에서 발산되는지를 문제 삼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일련의 논의들이 결국 문화콘텐츠로 이어지면, 결국 문화콘텐츠가 어떤 사회적 기능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과 연결된다. 그동안 문화콘텐츠 담론이 ‘기능’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성찰을 통해 새로운 논의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문화콘텐츠는 무엇보다 오락-유희 기능을 담당한다. 장르콘텐츠 형식으로 구성되는 문화콘텐츠의 가치사슬을 살펴보면 웹소설(소설), 웹툰(만화), 웹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TV-OTT 드라마, 뮤지컬, 콘서트, 게임, 축제, 테마파크 등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사회적 맥락에서의 강력한 오락-유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오락-유희 기능은 문화콘텐츠의 핵심 기능이다. 문화콘텐츠는 대중문화와 달리 수용-소비자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오락-유희 기능을 완성한다.

문화콘텐츠는 정보-지식 전달 기능을 담당한다. 팟캐스트로 대표되는 오디오콘텐츠, 유튜브로 대표되는 사용자 창작 영상콘텐츠, 박물관과 전시관 중심의 전시콘텐츠, 이모티콘 캐릭터 등은 모두 정보와 지식의 생태계를 구축한다. 문화콘텐츠는 정보와 지식의 양적 폭발을 가져왔으며, 이러한 양적 변화, 즉 문화콘텐츠의 출현으로 인해 정보와 지식 생태계의 상위에 자리 잡고 있는 학문 연구의 질적 변화를 유도하게 될 것이다. 정보-지식 전달 기능은 또한 교육 기능을 핵심적으로 포함한다.

문화콘텐츠는 공동체 유지 기능을 담당한다. 지역을 중심으로 기획되는 축제는 공동체 유지 기능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문화콘텐츠의 범주가 확장되면서 도시재생 또는 마을 만들기 등이 중요한 의제로 설정되었다. 이들은 모두 문화콘텐츠가 문화공동체의 유지와 전승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화콘텐츠는 문화유산의 전승 기능을 담당한다. 문화유산의 디지털화는 문화유산의 역사적 전승을 위한 동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문화유산의 디지털화는 역사학을 바탕으로 한 인문콘텐츠의 중요한 의제이기도 하다. 문화유산이 가지고 있는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이를 대중화함과 동시에 보존과 전승이라는 과제를 실천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콘텐츠는 개인적 층위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사회적 층위의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문화콘텐츠는 이제 ‘사회콘텐츠’로 확장되어 인식될 필요가 있다.

Ⅲ. ‘사회콘텐츠’와 ‘돌봄’ 콘텐츠

‘사회콘텐츠’는 문화콘텐츠를 관계 중심으로 사고하게 한다. 문화콘텐츠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앞서 살펴 본 문화콘텐츠의 기능은 이런 관계들을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문화콘텐츠가 ‘사회콘텐츠’가 될 수 있는 근거는 대중문화와 문화콘텐츠를 대립적 범주에서 살펴봄으로써 마련된다.

[그림 1] 대중문화의 유통 구조

[그림 2] 문화콘텐츠의 유통 구조

20세기 후반의 핵심 개념이었던 대중문화는 [그림 1]과 같은 유통구조로 구성된다. 대중문화는 문화생산물(문화제품)이 일방향으로 유통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대중매체는 단일 문화생산물을 순차적으로 매개하는 특징을 갖는다. 수용-소비자는 이 문화생산물을 불가역적으로 수용-소비하게 된다.

그러나 문화콘텐츠는 복수의 문화생산물이 ‘플랫폼’을 통해서 매개되는 특성을 갖는다. 문

화생산물은 양방향으로 유통되면서, 동시에 매개된다. 또한 수용-소비자는 복수의 문화생산물을 가역적으로 수용-소비하는 특성을 갖는다.

이와 같은 문화콘텐츠 유통의 구조를 통해 볼 때, 문화생산물의 복수화, 미디어를 대체하는 플랫폼이라는 형식, 수용-소비자의 가역적 수용-소비라는 특성을 통해 사회콘텐츠로서의 관계와 의미를 만들어낸다. 복수의 생산물이 플랫폼에 의해서 매개된다 함은 수시 수용-소비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며, 생산자와 수용자 모두 주체가 된다는 의미이다. 이 과정 속에서 주체와 객체의 관계는 소멸되며, 주체 담론은 문화콘텐츠를 매개로 하는 주체-타자 담론으로 전화하게 된다.

주체와 타자의 관계 설정이라는 인식의 전환은 사회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구체화한다. 사회콘텐츠는 문화콘텐츠가 갖는 사회적 관계를 설명하는 담론이 될 수 있다. 인간 집단의 사회 기능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일이 핵심이다. 공동체 유지를 위한 사회적 기능 가운데 문화콘텐츠는 ‘돌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돌봄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정의와 권리의 관점에서 간주하듯 개인주의적이며 자율적인 합리적 행위자가 아니라, 관계적이며 상호의존적이다. 이러한 관계적 관점은 인간의 도덕적 성장의 측면에서 볼 때 좀 더 나은 인간관이다. 우리는 이러한 인간을 개인으로서, 또한 정의로운 정치적, 법적 제도를 위한 군리의 담지자로서 다룰 것을 결정할 수 있다.”4)

문화콘텐츠는 때로 ‘골방’ 주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오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예컨대 영화를 예로 들어 보면 골방에서 수용-소비하는 콘텐츠는 대중문화의 물리적 플랫폼이었던 극장 체험이 비록 타자와의 소통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공동의 경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더욱 유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연결망(SNS)의 발달은 관객성을 새롭게 구성하는 장치이자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다. 문화콘텐츠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연결망에 의존하면서 사회콘텐츠로서의 위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예컨대 <내일은 미스터트롯>(TV CHOSUN, 2020)은 대중의 관심을 통해 중장년 골방 주체를 위한 ‘돌봄’ 콘텐츠가 되었다. <아기상어>(핑크퐁, 2020)는 유아 주체를 위한 ‘돌봄’ 콘텐츠로 기능하고 있다. 문화콘텐츠는 다양하게 확장하고 발전하면서 더욱 많은 ‘돌봄’ 콘텐츠의 사례를 축적해가게 될 것이다. 문화콘텐츠는 이제 ‘사화콘텐츠’이자, ‘돌봄콘텐츠’로서의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Virginia Held, 김희강·나상원 역, 『돌봄: 돌봄 윤리』, 박영사, 2017, 144~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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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액티비즘과 애도의 윤리

VR 다큐멘터리 <용균이를 만났다>를 중심으로

신정아1)

국문초록

액티비즘(activism)은 사회적 변화를 목적으로 실천하는 행동을 뜻한다. 액티비즘의 종류는 실행의 도구와 형식에 따라 구분된다. 콘텐츠 액티비즘은 인문학적 사유와 능동적 미디어 실천을 기반으로 소통의 확장에 기여하는 문화적 실천이다. 자신의 삶에서 길어올린 문제를 콘텐츠를 통해 표현하고,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소통을 실현하고, 문화적 가치를 확산시키는 것은 콘텐츠 액티비즘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 액티비즘의 소통방식은 개인이 자신이 처한 삶의 문제를 콘텐츠로 표현하고, 다양한 미디어와 플랫폼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면서 가치있는 의미와 효과를 생산해내는

과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VR 다큐멘터리 <용균이를 만났다>를 통해 발전소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시민의 애도와 연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 확산과 참여 저널리즘의 실천 등을 살펴본다.

한국 사회에서 1년에 약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는다. 하루에 7~8명이 숨지는 셈이다. 날카롭고 무거운 기계, 빠른 속도로 쉼 없이 돌아가는 벨트, 위태롭고 높은 작업 공간, 뜨거운 불길과 어두운 작업장 등 위험 요소 하나하나를 다 거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VR 다큐 <용균이를 만났다>는 열악한 노동 현실을 공간서사로 재현하고,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청년의 삶을 추모하는 콘텐츠이다. 사건에 대한 체험과 느낌을 공유하고,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소통의 도구이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어: 김용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VR다큐멘터리, 콘텐츠 액티비즘, 그 쇳물쓰지마라

1) 한신대학교 디지털영상문화콘텐츠학과, jasin72@hanmail.net

Ⅰ. 서론: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애도가 하나의 작업이라면, 애도 작업을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속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도덕적 존재, 아주 귀중해진 주체다.1)

2022년 5월 6일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ㆍ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관한 사회적 관심과 연대를 이끌어낸 것은 2018년 12월 10일에 발생한 석탄이송용 벨트컨베이어 설비 상태를 점검하던 발전소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김용균의 사망사건이었다. 한국 사회는 1년에 약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는다. 하루에 7~8명이 숨지는 셈이다. 날카롭고 무거운 기계, 빠른 속도로 쉼 없이 돌아가는 벨트, 위태롭고 높은 작업 공간, 뜨거운 불길과 어두운 작업장

등 위험요소 하나하나를 다 거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산재사고는 하청노동자들에게 집중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6년간 109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27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 중 원청 소속 노동자는 16명(15%)인데 비해 하청 소속 노동자는 93명(85%)에 달하며, 부상자 또한 원청 소속 노동자는 14명(11%)인데 비해 하청 소속 노동자는 113명(98%)으로 나타났다.2)

김용균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선 ‘위험’과 ‘외주화’를 모두 다뤄야 한다는 당연한 진실을 우리 사회가 인식할 수 있게 일깨웠다. 이번 투쟁은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상기시켰다. 위험한 일자리라도 감지덕지해야 ‘젊은이답다’는 평가를 얻는다.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많다’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권리’라는 단어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가 모두 김용균’이란 구호 속에는, 자신의 삶과 생명이 담겨 있었다.3) 김용균의 희생 이후에도 하루 7명, 일 년에 2,40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가는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4) 문화콘텐츠가 디지털 시대의 소통양식이라면 소외된 이들의 죽음에 대한 윤리적 성찰은 학문적 논의를 넘어서는 사회적 책무이다. 본 연구에서는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간 죽음의 현장을 콘텐츠로 재현하고,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한 비판과 연대를 위해 기획된 VR 다큐멘터리 <용균이를 만났다>

1) 롤랑 바르트, 김진영 옮김, 『애도일기』, 걷는나무, 2012, 18쪽.

2)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김용균이라는 빛: 기록과 기억』, 고(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백서발간팀, 2019, 147쪽.

3)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앞의 책, 152~153쪽.

4)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위의 책, 16쪽.

(MBC)를 콘텐츠 액티비즘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를 통해 VR 다큐멘터리를 통한 사회적 공감과 실천이 갖는 의미와 효과를 고찰한다.

Ⅱ. 청년의 불확실한 삶과 열악한 노동 현실

현대사회의 청년들은 한 직장에서 경험과 숙련이 쌓이고 임금이 상승해서 가족을 계획할 만큼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는데, 청년들은 자신들이 노력해서 성취한 교육과 숙련도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또한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어들고, 모호한 형태의 일자리가 확대되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일하기를 원하지만 노동시장의 상황으로 단념한 청년, 오랜 시간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청년, 현재 일하고 있지만 너무 단기간이라서 더 길게 일하기를 원하는 청년 등 실업과 취업의 경계에 있는 청년이나 숨어 있는 불안정한 노동의 청년들이 체감하는 불안정성은 공식적인 실업률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5)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의 불안정성을 불확실성(uncertainty), 불안정성(insecurity) 등 두 가지 키워드로 정의한다.6) 불확실성은 고용계약 형태의 불안정성이다. 제한된 계약기간(단기, 기간제, 임시직 등), 불안정한 고용계약관계(삼각계약관계 등)가 포함된다. 불안정성은 불안정한

노동 조건들과 관련된다. 여기에는 저임금, 낮은 수준의 고용 및 사회적 보호, 노동권에 대한 접근의 제한 등이 포함된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청년의 불안정성을 추적한 이승윤‧백기호에 따르면 2002년에는 세대 내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2020년에는 매우 불안정한 집단과 안정적인 집단의 비중이 서로 매우 높아지면서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청년 세대 내의 불안정성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2년 동안 안정적인 삶이 지속된 청년은 4명 중 1명이었고, 약 70%의 청년들은 계층화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내 계층화 연구 결과 저숙련 서비스직이 전문 기술직보다 불안정한 집단에 속할 확률이 5배 이상 높았고, 여성이 남성과 비교해 안정적인 노동시장을 경험하는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0.79배, 즉 21% 낮았으며, 수도권에 거주할 경우보다 비수도권에 거주할 경우,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불안정 노동 경험 유형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7)

고(故) 김용균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간 공정은 ‘아이들러 이상소음 발생 시 베어링 이상유무 확인 작업’이었다. 이 공정을 위해선 작업자가 개구부에 머리와 몸을 깊숙이 집어넣어 베어링

5) 이승윤, <청년문제, 지역소멸, 기후위기의 퍼펙트스톰: 생태, 지역, 세대 간 공존(共存)의 길찾기>, SDF2021. https://www.sdf.or.kr/2021/ko/program (검색일: 2022년 3월 10일)

6) ILO, “From precarious work to decent work. Policies and regulations to combatprecarious employment”, ACTRAV BACKGROUND DOCUMENT 23, Geneva: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2011.

7) 이승윤·백승호, 「청년세대 내 불안정성은 계층화되는가?: 청년불안정노동의 유형과 세대 내 격차 결정요인」, 『2021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 발표집』, 한국노동연구원, 2021, 569-593.

소리를 점검해야 한다. 이를 수행하던 중 고속으로 회전하는 롤러와 벨트에 머리가 빨려 들어가 협착사고로 인해 사망했다. 서부발전이 승인한 작업지침서에 따르면, 이 작업은 컨베이어벨트 운전 원인 재해자의 주요 작업이다.8)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7조(원동기, 회전축 등의 위험방지)에 따르면, 사업주는 기계의 원동기, 회전축, 기어, 풀리, 플라이휠, 벨트 및 체인 등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에 덮게, 울, 슬리브 및 건널다리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의 사고조사를 통해 드러난 작업현장은 참담했다. 사망사고가 일어난 고속 회전체가 있는 개구부에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었으며, 이와 같은 개구부가 전 공정에 걸쳐 수백 곳에 이르렀다. 몸을 돌리기도 힘든 좁은 공간에 방호울 조차 없이 고속 회전체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보니, 옷깃이 조금만 스치더라도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9)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작업장에서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등의 위험이 없도록 작업장 바닥 등을 안전하고 청결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하지만, 작업장은 호스와 자제, 파이프, 석탄으로 가려진 방지턱 등 곳곳이 위험요소로 나타났다. 매우 협소한 통로에 사방이 무섭게 돌아가는 회전체인 작업 환경임을 고려하면, 언제 무엇에 걸려 넘어져 중대재해로 이어질지 모르는 극도로 위험한 작업환경이었지만, 그간 전혀 개선이 없었다. 이밖에도 △오염된 바닥의 세척 △작업장 채광 및 조명 △안전난간의 구조 및 설치 △통로의 조명 △정비 등의 작업 시운전정지 등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사항이 20여 개나 발견되었다.10) 청년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노동자 투쟁에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함께 했다. 태안과 서울의 장례식장에는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고, 크고 작은 연대의 손길이 이어졌다.

Ⅲ. VR 다큐멘터리의 재현과 소통방식

엘리스(Ellis)는 다큐멘터리가 단순히 기록의 재구성이 아니라 “내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사실에 창조적으로 접근해 실체를 재구성하는 것(creative treatment of actuality)”11)이라고 정의하였다. HMD 기기를 이용하는 VR 콘텐츠는 아이트래킹(eye tracking)12), 헤드 트래킹(head trackin

8)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앞의 책, 89쪽.

9)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앞의 책, 89~90쪽.

10)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앞의 책, 90~91쪽.

11) 이영수, 「가상현실 플랫폼에서의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에 관한 연구」,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7권 3호, 한국콘텐츠학회, 2017, 524쪽.

12) 아이 트래킹은 시선의 위치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을 뜻한다. 아이 트래킹은 지속적인 응시나 깜박임 같은 특정 눈 동작으로 기기를 동작시키는(예: 커서 이동, 선택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술에 활용된다. 가상 현실(VR) 분야에서는 사용자의 가상 캐릭터에 반영하여 감정을 표현하거나, 시선이 머무는 부분을 선명하게 구현하는 데 활용된다. 네이버지식백과, ,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141802&cid=42346&categoryId=42346 (검색일: 2022년 4월 10)

g) 등의 기술을 통해 관객과 상호작용하며 가상현실에 3차원의 공간을 매개시킨다.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VR 콘텐츠의 서사구조는 2차원의 스크린에서 시간순서대로 진행되는 선형적이고 고정적인 서사와 달리 비선형적이고 고정되지 않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특징으로 한다. 가상현실 다큐멘터리의 서사에서는 사실을 어떻게 배치하고, 관객이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한 새로운 포맷을 필요로 한다.13) 기존의 다큐멘터리의 스토리 구성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선형적으로 배열함으로써 논리를 구축하는 방식이라면 VR 다큐멘터리의 스토리는 체험자의 시선과 동선을 고려한 공간 구축과 체험방식, 각각의 체험에서 느끼게 되는 감성과 메시지 등을 배치해야 한다. 가상현실은 자아가 타자의 공간을 경험해보는 플랫폼이다. 가상현실 다큐멘터리에서 관객이 내적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몰입감이 중요하다.14)

VR 다큐멘터리의 체험자는 직접 카메라의 시선이 되어 가상현실 속에 구축된 공간을 탐험하면서 대상 속에 숨겨진 정보 사이를 항해한다. 이러한 과정은 다큐멘터리의 정보 전달 방식에 변화를 가져온다. 벤야민에 따르면 진정한 역사 경험이란 “기억 속에 엄격히 고정되어 기록된 개개 사실들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종종 의식조차 되지 않는 자료들로 이루어진 종합적 기억의 산물”15)이다. 따라서 역사적 기억에서 중요한 것은 지난 과거를 원래의 모습대로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일무이한 의미로 경험하는 것”이다. 셔먼은 VR의 상호작용을 항행(navigation), 조작(manipulation),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세 가지로 분류한

다. 항행은 가상공간에서 주위를 둘러보거나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조작은 가상현실 속 사물을 건드림으로써 그 세계에 변화를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사용자 혹은 가상 캐릭터와의 대화를 의미한다. 상호작용은 체험자의 오감 중 하나(주로 시각)만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다른 감각, 즉 청각, 촉각 등을 포함할 수도 있다.16) VR 다큐멘터리가 한 사람만을 위한 콘텐츠가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체험자의 다양한 시점을 스토리화해야 한다. 각자의 시선에서 VR의 경험이 의미 있는 소통이 될 수 있는 열린 서사가 필요하다. 또한 방송과 VR의 결합에서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디지털 공간과 휴먼에 대한 카메라의 시선이 입체적으로 조명되어야 한다.17) 또한 가상공간의 경험이 현실에서 의미 있는 소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상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동참하고, 공동의 현실을 만들어가는 진정성 있는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13) 이영수, 앞의 책, 524쪽.

14) 이영수, 앞의 책, 528~530쪽.

15) 윤미애, 「벤야민의 아우라 이론에 관한 연구」, 『독일문학』, 71권 1호, 한국독어독문학회, 1999, 406~408쪽.

16) 문원립, 「VR과 영화」, 『씨네포럼』, 제22호, 동국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 2015, 354쪽.

17) 신정아, 「VR 다큐멘터리의 소통 방식과 제작 윤리」, 『방송통신 심의동향』 제2020-1호(통권20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90쪽.

Ⅳ. 콘텐츠 액티비즘의 개념과 실행모델

문화콘텐츠는 “열린사고와 쌍방향적 인식을 바탕으로 인문학적 가치를 실현”18)하는 소통의 플랫폼이다. 문화콘텐츠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람과 기술 사이를 횡단하며 다양한 소통의 지형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파생콘텐츠로 제작되고, 새로운 정책이나 문화현상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콘텐츠는 감상과 향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획과 생산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능동적 실천의 자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콘텐츠는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결합”19)이고, 콘텐츠 비평의 대상은 “텍스트를 둘러싼 상황과 맥락, 내용과 도구를 포괄”20)해야 한다. 콘텐츠의 독특함은 함께 참여하면서 공감을 확장해가는 그물망적인 소통 방식에 있다. 콘텐츠를 통한 액티비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마음 속에 울림과 떨림의 파동을 일으키는 진정성과 간절함이 필요하다.

신광철은 콘텐츠 액티비즘의 지향성을 시대정신을 포착하고 성찰하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문화콘텐츠가 추구해야 할 가치로서 “인류의 공동선·인간화·인간해방”을 바탕으로 한 자기반성이라고 주장한다. 신광철에 따르면 문화콘텐츠는 열린사고와 쌍방향적 인식을 토대로 한다. 또한 인문학적 가치를 품고 있는 콘텐츠 안에는 가치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능동

적 의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광철은 콘텐츠 액티비즘을 “콘텐츠 창작-향유-행동을 통해 변화를 지향하는 실천”21)이라고 정의한다.

콘텐츠 액티비즘은 삶의 문제를 발견하고, 인식하는 데에서 출발하여 콘텐츠로 제작하여 공유함으로써 문제해결에 나서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실천이다. 문제의식이 담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와 콘텐츠, 플랫폼에 대한 리터러시 역량과 함께 콘텐츠에 담긴 내용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윤리적 성찰이 필수적이다. 콘텐츠 액티비즘의 결과가 공동체, 지역, 국가, 민족 등을 편가르기 하거나 비대칭적 권력을 공고히 하게 될 경우 또 다른 차별과 폭력이 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액티비즘이 추구하는 사회적 변화는 지구생명공동체의 공존과 화합에 기여하는 선하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동시대성과 주체적 사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와 협력 등과 같은 인문학적 상상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미학적 가치가 있는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 담긴 이미지와 텍스트, 메시지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액티비즘의 결과는 편향과 왜곡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콘텐츠 액티비즘의 실행 모델은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활용한 통합적 상상력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구체적인 실행 과정으로 정리해보면 [그림 2]와 같다.22)

18) 신광철, 「기억행위와 콘텐츠 액티비즘: 세월호 관련 극영화를 중심으로」, 『인문콘텐츠학회 2019 춘계정기학술대회 발표집』, 인문콘텐츠학회, 27~28쪽.

19) 임대근, 「문화콘텐츠비평: 콘텐츠 액티비즘의 가능성」, 『인문콘텐츠』 제53호, 인문콘텐츠학회, 2019, 74~76쪽.

20) 임대근, 위의 글, 74~76쪽.

21) 신광철, 앞의 글, 27~28쪽.

[그림 1] 콘텐츠 액티비즘의 실행 과정

Ⅴ. <용균이를 만났다>를 통한 애도와 연대

<너를 만났다>의 서사는 슬픔을 딛고 살아가는 가족들의 일상과 이야기로 구성된 휴먼다큐멘터리이다. 일반적인 휴먼 다큐멘터리의 제작은 사연 있는 주인공을 섭외한 후 주변 인물과 생활 모습을 밀착 취재해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휴먼 다큐의 시선은 시청자들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주인공 내면의 1인칭과 객관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3인칭을 교차로 편집한다. 반면 VR 콘텐츠는 헤드셋을 착용한 플레이어의 시선과 동작에 따라 구현되는 이미지와 체험 내용이 달라진다. 플레이어의 선택과 반응으로 서사가 완결되는 VR 스토리는 체험하는 장소의 배경과 체험의 내용, 동작 방식을 세심하게 세팅해야만 몰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큐멘터리가 기승전결의 서사적 완결을 추구하는 반면 VR 콘텐츠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과 장소를 구현한다.23)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 <용균이를 만났다>는 앞서 방송된 <너를 만났다> 시즌2의 마지막 편으로 제작되었다. 앞서 공개된 두 편의 시리즈가 딸과 재회한 엄마, 아내와 만난 남편의 스토리라면 <용균이를 만났다>는 VR 저널리즘을 시도한 콘텐츠이다. 앞서 제작된 콘텐츠는 1편은 엄마, 2편은 남편 등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스토리였다면, <용균이를 만났다>는 김용균을

22) 신정아, 「메타버스 시대의 새로운 저널리즘의 실천과 연대」, 『2021 양성평등주간기념 성평등 포럼 발표집』, 한국지역언론학회, 2021, 17~45쪽.

23) 김종우, 「‘너를 만났다’, 단 한 사람을 위한 기술」, 」『PD저널』, 2020년 2월 17일.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1024 (검색일: 2022년 2월 20일)

모르는 시민들도 체험할 수 있는 참여 관찰형 스토리로 제작되었다. ‘24살 김아무개씨가 작업 도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는 뉴스 보도를 인터렉티브 스토리로 디자인하여 시민들이 직접 사건을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제작팀은 VR 이용자들이 김용균의 삶 속에 잠시 머무르면서 그가 어떤 청년이었고, 어떤 작업 현장에서 일했는지 체험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설계했다.24) 사망 당시 발견된 현장에서 발견된 김용균의 휴대전화에는 사진 966장과 동영상 25개가 담겨 있었다. 제작팀은 그가 기록한 작업 보고용 사진을 토대로 발전소 내부 공간을 구현했다. VR 다큐멘터리 <용균이를 만났다>의 제작 및 체험을 통해 시민들의 공감을 확산하는 과정은 콘텐츠를 통한 사회적 실천이자 꽃다운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는 슬픔의 연대였다. 또한 김용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한 노동계와 유가족, 시민들의 범국민적 추모와 저항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 결과, 28년간 묶여 있던 산업안전보건법이 8일 만에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김용균법’이라고 불린 개정 산안법은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발전소의 업무가 도급금지 업무에 해당되지 않고, 처벌의 하한형이 도입되지 않는 등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높은 국회의 입법 장벽을 뛰어넘은 것은 온전히 그의 죽음과 유가족의 의지였다.25)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VR 다큐 <용균이를 만났다>의 액티비즘 실행 과정을 정리해보면 [표 1]과 같다.26)

[표 1] <용균이를 만났다>의 콘텐츠 액티비즘 실행 과정

구분 실행 단계 실행 내용

1 문제의 발견

- 청년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과 위험의 외주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논의

2 현상 인식과 정보 수집

- 김용균의 업무 및 위태로운 작업장

생전 김용균의 모습들

김용균의 생활공간 (숙소, 노래방, 식당, 집 등)

고(故) 김용균의 장례식 및 유가족의 투쟁

김용균의 동료 및 친구들

김용균의 휴대전화 속 기록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촉구 단식 투쟁 등

3

액티비즘 대상과 목표의

설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한 사회적 관심 촉구

책임자처벌과 사후 방지 대책 마련

4 콘텐츠 기획 및 제작 VR 김용균 제작

24) 이은혜, 「‘김용균 모른다’던 청년이 작업장 체험 후 한 말에 뭉클」, 『오마이뉴스』, 2021년 6월 13일.

http://omn.kr/1tqby (검색일: 2022년 4월 10일)

25)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앞의 책, 153쪽.

26) 발표 지면의 한계로 콘텐츠 및 액티비즘 실행과정에 대한 분석과 결론은 추후 학술대회에서 보완할 예정입니다.

김용균의 마지막 작업 공간 VR 재현

김용균의 휴대전화 기록을 활용한 영상 제작

이용자 경험 디자인

5 콘텐츠 유통과 사회적 확산

방송, 소셜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유통

VR 체험을 통한 시민 공감대 확산

6

액티비즘 참여 및 효과

공유

인스타그램 <그 쇳물 쓰지 마라> 챌린지 영상들

댓글시인 제페토의 애도 콘텐츠

발전소 동료와 선후배들의 애도와 실천들

시민참여운동 ‘내가 김용균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위로와 연대

SBS 닥터탐정 1회

김용균재단 설립 및 동상 제막

제73회 '프리 이탈리아(Prix Italia)' '특별 언급상' 수상

7

액티비즘의 지속을 위한

과제 검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 및 사후 관리 감독

김용균의 사망 이후 이어진 노동자들의 죽음에 주목

평범한 주부에서 노동운동의 주체로 거듭난 김미숙씨

Ⅵ. 애도는 정의다

마지막으로 맨 위층에 올라갔어요. 거기가 사고가 난 장소에요. 청소가 되어 있어서 사고가 났는지 뭐 했는지 표시가 하나도 없어요. 기가 막혔죠. 나는 거기 그냥 올라간 게 아니잖아요.

애가 왜 죽었는지. 어떡하다가 죽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갔는데, 아무런 흔적이 없어요.

회사에서 덮으려 하고 있구나, 그 생각이 딱 드니까 정말.. 분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용균이가 죽고 나서 시신 수습도 안 됐는데 그 옆에서 기계를 가동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용균이가 쓰레기인가.. 최소한 짐승이 죽어도 아파하고 그러는데 내 자식은 뭔가..27)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엄마는 참척의 고통을 딛고 거리의 투사가 되었다.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자식을 앞세운 어미라는 세상의 비난에도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는 집회와 시위 현장에 가장 맨 앞줄에 서게 된 것은 또 다른 죽음을 막고자 하는 간절함이었다. 애도는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엄숙한 태도이자 감정이다. 애도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살리는 윤리적 실천이다.

27) 고(故)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 인터뷰,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앞의 책, 168쪽.

용균이 동료들도 내 자식처럼 죽을까봐 겁이 나는 거에요. 이제 갓 사회생활 시작한 사람들이잖아요. 그 아까운 삶이 거기서 끝날까 봐 걱정이 막 되는 거에요. 그런 생각이 드는 제가 정말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보인다는 게.. 보통 자기 자식 죽으면 그 슬픔에 싸여서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잖아요. 왜 나한테는 이런 게 보일까.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나. 그런데 보이는데 어떡해요. 느껴지는데. 그 사람들도 당하면 그 부모들도 나하고 똑같은 아픔을 겪을 건데.28)

VR 콘텐츠 <용균이를 만났다>를 통해 실현된 액티비즘은 비극적 사건을 함께 체험함으로써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또한 서로의 슬픔을 비추고, 손을 내미는 용기를 주었다. 감히 누군가의 슬픔에 동참하고, 연대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적인 공간과 시간,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그날의 비극을 상상할 수 있게 하였다.

28) 고(故)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 인터뷰,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앞의 책, 169쪽.

참고문헌

∙ 기초자료

MBC 창사60주년 VR 다큐멘터리 <용균이를 만났다> (2021.02.04.)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 『김용균이라는 빛: 기록과 기억』, 고(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백서발간팀, 2019.

∙ 단행본 및 논문

롤랑 바르트, 김진영 옮김, 『애도일기』, 걷는나무, 2012.

문원립, 「VR과 영화」, 『씨네포럼』, 제22호, 동국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 2015,

신광철, 「기억행위와 콘텐츠 액티비즘: 세월호 관련 극영화를 중심으로」, 『인문콘텐츠학회 2019 춘계정기학술대회 발표집』, 인문콘텐츠학회, 2019.

신정아, 「메타버스 시대의 새로운 저널리즘의 실천과 연대」, 『2021 양성평등주간기념 성평 등 포럼 발표집』, 한국지역언론학회, 2021,

신정아, 「VR 다큐멘터리의 소통 방식과 제작 윤리」, 『방송통신 심의동향』 제2020-1호(통권 20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020.

윤미애, 「벤야민의 아우라 이론에 관한 연구」, 『독일문학』, 71권 1호, 한국독어독문학회, 1999,

이승윤·백승호, 「청년세대 내 불안정성은 계층화되는가?: 청년불안정노동의 유형과 세대 내 격차 결정요인」, 『2021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 발표집』, 한국노동연구원, 2021, 569-593.

이영수, 「가상현실 플랫폼에서의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에 관한 연구」,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7권 3호, 한국콘텐츠학회, 2017, 524쪽.

ILO, “From precarious work to decent work. Policies and regulations to combatprecarious employment”, ACTRAV BACKGROUND DOCUMENT 23, Geneva: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2011.

∙ 기타자료

김종우, 「‘너를 만났다’, 단 한 사람을 위한 기술」, 」『PD저널』, 2020년 2월 17일.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1024

이승윤, <청년문제, 지역소멸, 기후위기의 퍼펙트스톰: 생태, 지역, 세대 간 공존(共存)의 길찾기>, SDF2021. https://www.sdf.or.kr/2021/ko/program

이은혜, 「‘김용균 모른다’던 청년이 작업장 체험 후 한 말에 뭉클」, 『오마이뉴스』, 2021년 6월 13일. http://omn.kr/1tqby

토론문

토론자 : 김희경(재미창작소)

이 논문은 국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반복되는 노동자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하여 유가족에서 나아가 전 국민이 애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콘텐츠 액티비즘 방식을 적용했으며 VR 다큐멘터리 <용균이를 만났다>에서 콘텐츠 액티비즘의 7가지 실행 단계와 단계별 내용을 제시했다.

다음에서 몇 가지 제안으로 토론을 대신한다.

첫째, 콘텐츠 액티비즘이 다루는 범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국문초록에서 “콘텐츠 액티비즘의 소통방식은 개인이 자신이 처한 삶의 문제를 콘텐츠로 표현하고, 다양한 미디어와 플랫폼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면서 가치있는 의미와 효과를 생산해내는 과정이다.”라는 문장에서 액티비즘이나 콘텐츠 액티비즘 모두 개인이 처한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이 지속적으로 문제라고 여기는 것도 그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개인이 자신이”에서 “개인이나 사회가”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Ⅳ. 콘텐츠 액티비즘의 개념과 실행모델에서도 “콘텐츠 액티비즘이 추구하는 사회적 변화는 지구생명공동체의 공존과 화합에 기여하는 선하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내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이나 사회가” 혹은 “개인이나 공공이”로 수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Ⅳ. 콘텐츠 액티비즘의 개념과 실행모델”에서 [그림 2]의 콘텐츠 액티비즘 실행 과정 각 단계를 설명이 부족하다. 예를 들면, 문제의 발견은 무엇이고, 어떤 방법으로 해야하며, 현상인식과 정보수집은 어떻게 하는지, 액티비즘 대상과 목적은 어떻게 설정하는지 등 4장에서 기술해서 콘텐츠 액티비즘 설계에 관심있는 자에게 레퍼런스의 역할을 한다면 이 논문이 보다 의미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표1] 2단계 현상 인식과 정보 수집의 실행 내용에서 어느 것이 현상 인식이고 어느 것이 정보 수집인지를 분리해서 표기해야 보다 명확한 단계가 표시되겠고, 또한 어떻게 자료를 수집했는지(예:김용균님의 휴대폰 사진)도 표기한다면 콘텐츠 액티비즘에 관심있는 연구자들에게 자료수집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넷째, 이미지 삽입이 필요하다. 8페이지 “제작팀은 그가 기록한 작업 보고용 사진을 토대로 발전소 내부 공간을 구현했다.”와 [표1] 4단계 콘텐츠 기획 및 제작에 해당하는 4가지 내용의 이미지를 삽입해서 어떻게 제작했는지에 대한 독자의 의문을 해소했으면 한다.

다섯째, [표1]의 6단계 액티비즘 참여 및 효과 공유의 8가지 실행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 <그 쇳물 쓰지 마라> 챌린지 영상들, 댓글시인 제페토의 애도 콘텐츠,

SBS 닥터탐정 1회는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다뤘는지 [표1]위에나 표 안에 제시되어야 액티비즘에서의 참여가 어떻게 실천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결론에 해당하는 Ⅵ. 애도는 정의다에서 인용문 전에 논문 전체를 요약해서 정리하여 본 논문이 주장하는 바를 되새김해주는 부분을 추가하기를 바란다. 마지막 문장에서 “VR 콘텐츠 <용균이를 만났다>를 통해 실현된 액티비즘은 비극적 사건을 함께 체험함으로써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또한 서로의 슬픔을 비추고, 손을 내미는 용기를 주었다. 감히 누군가의 슬픔에 동참하고, 연대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적인 공간과 시간,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그날의 비극을 상상할 수 있게 하였다. ”라는 문장의 순서를 다음과 같이 바꾸기를 제안한다. “VR 콘텐츠 <용균이를 만났다>를 통해 실현된 액티비즘은 감히 누군가의 슬픔에 동참하고, 연대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적인 공간과 시간,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그날의 비극을 상상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서로의 슬픔을 비추고 손을 내미는 용기를 주어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이러한 순서로 해야 액티비즘의 실행 순서와 결과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 유형에 관한 연구29)

박진호1) 김정우2) 김영욱3)

국문초록

코로나 19로 촉발된 언택트 시대, 메타버스 열풍에 힘입어 현재 전 세계인의 관심이 ‘디지털 휴먼’에 쏠리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의 ‘아바타’가 향후 AI성이 다분한 ‘디지털 휴먼’으로 진화(進化)하여 향후 문화콘텐츠 시장을 어떻게 재편할지 주목된다. 더욱이 최근 가상인물에 대해 논의가 활발해지고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된 가상인류, 즉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디지털 휴먼은 인공지능과 컴퓨터 비전, 자연 언어 처리 및 음성기술의 결합으로 행동과 목소리가 실제 사람처럼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3차원 지능형 아바타이다. 이러 디지털 휴먼은 상업적인 분야에서 역사적 인물이나 사람을 재현하는 분야까지 점차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데, 지난 2020년에는 48억 달러(약 5조 3600

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였는데, 오는 2025년에는 이것보다 3배 규모인 139억 달라로 한화 약 15조 5300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렇게 성장 일로의 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 휴먼에 대한 체계적인 분류 연구와 철학적, 문화적, 사회학적 가치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아직 관련된 선행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다.

본 논문은 아직 유형 구분이 학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디지털 휴먼의 유형을 구분하는데 목적이 있는데,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적 요소를 중심으로 역사인물형, 휴먼 재현형, 가상 인간형, 아바타형으로 4단계로 분류하였다. 그 중 아바타형에 주목하여 앞으로 변화될 메타버스 세상이 AI가 탑재된 능동적 형태의 AI 아바타 등장을 예견해본다.

AI형 아바타 디지털 휴먼은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여 여러 상황에 관한 학습을 한 후 상대방의 행동을 추론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될 것이고, 문화산업 전체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제어: 메타버스,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 AI아바타, 역사인물형, 대화형 인공지능

29) 본 논문은 교육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4단계 두뇌한국 21사업(4단계 BK21)으로 지원된 연구임

1) 고려대학교 AR․ MR 시스템 콘텐츠 융합연구단 연구교수, 문화재디지털 복원가, arkology@naver.com

2)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kkk1223@korea.ac.kr

3)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whiteuk@korea.ac.kr

Ⅰ. 서론: 인공지능(Artifial Intelligence, AI) 디지털 휴먼 개요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1)의 학문적인 뜻은 실제 살아있는 인간과 유사한 외모를 가진 대상을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들어낸 가공의 캐릭터를 의미한다. 이런 디지털 휴먼 기술은 최근 SNS 공간의 버추얼 인플루엔서나 영화나 게임(Game), 3차원 애니메이션, VFX이 들어가는 광고 CG제작에 쓰이고 있다. 더 나아가 마이클잭슨이나 김광석, 신해철 같은 작고한 유명 가수나 아티스트 유명배우나 역사적 인물 재현등에 활용되고 있다.

[그림 1] 대한민국 첫 디지털 휴먼인 ‘아담’과 세계적 가상 인플루언서 디지털 휴먼인 ‘릴미켈라’

디지털 휴먼 기술은 이미 죽었거나 혹은 실제 살아있는 인물을 디지털로 만들 경우 인간의 모습은 물론 몸의 여러 근육 표현, 사람 얼굴의 매우 섬세한 피부등을 실제와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 이런 디지털 휴먼기술은 VFX CG기술과 최신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한 최고(最高)의 융합기술로 문화콘텐츠 분야와 더 나아가 문화산업(文化産業) 전반에 매우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디지털 휴먼은 주로 ‘기술적’ 측면 혹은 디지털 휴먼의 ‘비지니스’적 측면2)에만 주로 맞추어져 있을 뿐 ‘디지털 휴먼’에 대한 체계적인 분류 연구3) 와 이를 통한 문화적 가치 측면에 대한 심층 연구분석이 요청된다.

1) Digital Actor으로도 정의할 수 있다. CG기술을 이용하여 그 옛날에 살았던 인물을 재현해내기도 하고 국적 불명의 가상 캐릭터를 양산해 내기도 함

2) CHRIS SKINNER, 「Digital Human : The Fourth Revolution of Humanity includes everyone , WILEY, 2022.

3) 박진호, 「태봉국 도성 메타버스 및 궁예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 개발」, 『강원도 철원 태봉학술회의』 발표논문, 태봉학회(泰封學會), 2021.

Ⅱ. 디지털 휴먼 현황

1. 디지털 휴먼 발전 과정

인공지능(AI)4)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기술과 기술을 통해 인간의 사고를 완벽히 구현하는 목표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인공지능에 활용되는 모든 데이터들은 현재의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수집된다. 현재 우리의 일상정보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데이터들이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되며 인공지능은 이러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인간을 뛰어넘어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게 되었다. 인공지능 발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메타버스5)와 아바타 그리고 디지털 휴먼을 같이 논할 수 있고, 인공지능은 메타버스를 움직이는 핵심 기술이 되고 있다.

1세대 메타버스를 세컨드라이프와 심즈, 2세대 메타버스를 로블록스와 제페토, 3세대 메타버스는 메타의 호라이즌, 구글의 스타라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시라고 구분 지을 수 있다. 삼성전자에서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26)’에서 공개한 AI 아바타 ‘세바스찬’은 3차원 캐릭터가 등장하여 AI가 대화를 이해하고 있는지 시각적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사용자를 따라 다니며 사용자의 지시에 반응한다.7) 사용자가 들고 있는 핸드폰의 위치를 파악하여 가

장 가까운 삼성전자 디스플레이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거실, 주방, 침실 등 다양한 공간을 넘나들며 사용자의 행동에 반응하는 아바타의 모습을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증강현실과 홀로그램 등의 기슬을 활용하여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뛰어 넘는 아바타 기술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평소 즐겨먹는 피자를 주문하면서 사용자가 지시하지 않은 음료까지 함께 주문하는 행동을 보여주듯이 과거 수동형 아바타에서 점차 능동형 아바타로 진화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2. 디지털 휴먼 사례 및 현황

아래 더 자세히 세분하여 설명하겠지만 디지털 휴먼이 활동 영역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지어 아바타의 유형을 역사 인물형, 휴먼 재현형, 가상 인간형, 아바타형인 4가지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각각의 사례를 설명하고자 한다.

4) AI (artificial intelligence)는 사람의 지능이 발현할 수 있는 논리, 교육, 학습, 추론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컴퓨터 시스템임

5) 현실을 초월한 가상세계. 아바타를 이용하여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는 가상세계

6) 한글로 풀면 세계가전전시회로 미국(美國) 라스베이거스시(市)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7) AI 아바타,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10514360003881 (검색일자:2022.04.24.)

1) 역사인물형

[그림 2] 조선왕조 마지막 임금인 고종(高宗) 디지털 휴먼 인공지능 콘텐츠(한국문화재재단 제작)

조선왕조 마지막 임금이자, 대한제국 초대 황제인 고종황제(高宗皇帝) 인공지능으로 서울사대궁의 하나인 덕수궁 석조전에서 키오스크 형태로 현재 전시중이다. 이것은 일종의 대화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고종황제 디지털 휴먼 실감 콘텐츠로 구한말 고종의 목소리를 통하여 조선말 대한제국 초기 격동의 이야기를 체험하는 인공지능 콘텐츠다. 국내에서의 역사인물형은 왕오천축국전의 저자 혜초(慧超)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이 그 첫 번째 효시8)이다.

2) 휴먼재현형

[그림3] 휴먼 다큐멘타리 ‘너를 만났다’ 한 장면

8) 박진호, 「태봉국 도성 메타버스 및 궁예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 개발」, 『강원도 철원 태봉학술회의 발표논문, 태봉학회(泰封學會), 2021, 77-88쪽.

지난 2020년 2월 6일 방송된 MBC ‘MBC스페셜-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는 나연이 엄마 장지성 씨가 희귀난치병을 투병하다 하늘의 별이 된 딸 나연이를 VR가상현실 공간에서 다시 만나는 얘기였다. VR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이용해 구축되었다. 이 제작사는 2022년 3월 제 20대 대한민국 대선 개표방송시 JTBC는 (주)비브스튜디오스(VIVE STUDIOS)의 디지털 휴먼 기술을 도입하였는데, 여기에는 확장현실(XR)과 인공지능등 융합 기술을 적용 ‘박정희 디지털 휴먼’9)과 ‘노무현 디지털 휴먼’을 제작하였다. 이는 한마디로 과거 전직(前職) 대통령들이 2022년 대선 개표 직전 방송국에 나오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은 이미 생물학적으로는 사망하였지만 디지털 휴먼 기술로 또 다시 ‘디지털 부활’한 것이다. 순차적으로 대통령을 역임했던 박정희·김영삼·김대중·노무현등 이미 작고한 전직 대통령들을 디지털 휴먼으로 재현 하여 JTBC 무대로 등장시킨 것이다. 당시 TV를 본 시청자들은 과거 대통령들이 생각하는 2022년 대선 현장을 보게 되었다.

3) 가상인간형

[그림4] 국내 디지털 휴먼의 대표주자인 로지

세계 최초의 가상인간은 일본의 1996년에 ‘데뷔’시킨 다테 쿄코다. 이후 1999년, 일본에서 인기가 시들해져 가던 다테 쿄코는 당시 한국에 불고 있던 일본 대중문화 개방 바람을 타고 한국에 진출했다. 그러니 다테 쿄코는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역시 아담과 류시아의 인기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담과 류시아가 성공하지 못했던 요인은 제작비에 따르는 경제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였다. 아담과 류시아를 만드는 데 사용됐던 모션 캡처기술은 당시로써는 최첨단 기술이었고 당연히 많은 인력과 자본이 소모되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아담이 단 한 차례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최소 수천만 원의 제작비용이 들었다. 이런 기술적 제약이 당시 가상인간의 발전을 저해했던 것이다. 그후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가상인간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2020년에 싸이더스 스튜디

9) http://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3390, [AI타임즈: AI가 바꾼 선거판 기사 발췌]

오에서 개발한 ‘로지’다.

4) 아바타형

비대면 생활환경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재 교육과 게임, 쇼핑 등 모든 분야에 나를 대신하여 아바타가 가상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10) <제페토>를 비롯하여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등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아바타를 활용한 문화적 행위를 하고 있다.

[그림5] 제페토 구찌 매장과 메타 호라이즌 워크룸

<제페토>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자신을 닮은 모습으로 정형화된 아바타의 모습에서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기업들이 제페토 플랫폼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메타버스 매장에 아바타 직원을 배치하고 안내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형화된 아바타의 모습으로 수동적 형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래의 AI 기술이 결합된 능동적 형태의 아바타는 메타버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응대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일터에서 사람들이 해오던 업무를 AI 아바타와 알고리즘이 대체할 것이다.11)

메타의 호라이즌 워크룸은 가상의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의 아바타와 함께 회의를 하거나 집단 상담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PC를 가상 공간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Ⅲ. 디지털 휴먼 유형과 의미

1. 디지털 휴먼 유형

디지털 휴먼이 활동 영역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지어 아바타의 유형을 [표1]과 같이 역

10) 김영욱, 김정우, 「가상세계 아바타 활용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에 관한 연구」, 『인문콘텐츠』 제63호, 인문콘텐츠학회, 2021, 151쪽.

11) 구본권, 로봇 시대 인간의 일, 에크로스, 2020, p. 192

사 인물형, 휴먼 재현형, 가상 인간형, 아바타형인 4가지로 분류하였다.

[표 1] 디지털 휴먼 구분

명칭 특징 예시

시간적

요소

1

역사

인물형

인류 역사상 유명 인물들을 CG로 복원

하고 여기에 그가 남겼던 DB를 반영

과거 유명 예술가, 정치인, 문학가, 유

명배우를 재현함

생물학적으로는 사망했으나 CG와 AI의

결합으로 가상공간에 재탄생

김구 인공지능

혜초 인공지능

유관순 열사 인공지능

고봉 기대승 인공지능

징기스칸 인공지능

과거

2

휴먼

재현형

현재 살아있는 인간을 디지털 복제하는

형태

나의 현재 모습을 가상공간에 디지털

휴면 형태로 투영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는 디지털 휴먼

MBC다큐멘터리 ‘너를 만

났다’

BTS 슈가 공연 디지털

휴먼

과거

3

가상

인간형

국적, 시대 불명 등 출신지가 명확하지

않으나 지향하는 바가 분명한 미래형

가상인간

극상업적인 디지털휴먼 일종의 ‘디지털

배우’임

신한라이프 TV모델 ‘로

지’

SM엔터테인먼트의‘에스

파’

LG전자가 만든 DJ ‘김래

아'

자이언트스텝 ‘빈센트’

현재

4 아바타형

시간과 공간에 의하여 구분

일반형 아바타와 AI형 아바타로 구분

지을 수 있음

디지털 생명체로서 아바타형은 현재의

의미를 담고 있음

세컨드라이프

로블록스

제페토

메타 ‘호라이즌’

미래

1) 역사 인물형

역사인물형은 과거의 시간적 요소를 담고 있으며 인류 역사상 유명 인물을 CG로 복원하고 남겨진 자료를 반영하여 인물을 복원한 역사인물형은 기록으로 남겨진 내용을 토대로 구현한 외모와 자료를 디지털 데이터화 하여 해당인물의 캐릭터에 적용한 사례이다. 이러한 역사인물형은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에 의한 정보를 중심으로 학습하다보니

AI의 기능보다는 기계화 된 형태의 모습에 가깝게 구현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인물을 재조명 하는 콘텐츠에 해당하는 것이다.

2) 휴먼 재현형

돌아가신 조상이나 현재 살아있는 사람을 재조명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디지털 복원하거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바탕으로 하여 디지털로 재현한 것을 휴먼 재현형으로 구분한다. 휴먼 재현형은 일반인 또는 유명 아티스트의 모습을 디지털로 제작하기 위하여 사진과 영상 등의 디지털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 제작되는 형태로 해당인물의 특징을 재현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지는 못한다. 결국 그 사람의 과거에 기록된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모습의 창조가 아닌 기존의 모습이 재현되는 것이다.

3) 가상 인간형

국적, 시대불명의 디지털 가상 인간으로 디지털 휴먼의 일종인 디지텉 배우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금의 가상인간형은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속하며 가상의 캐릭터를 갖고 있는 형태로, 여러 분야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상 인간 로지와 제페토에서 데뷔한 걸그룹 에스파의 아바타가 가상인간형에 해당한다. 가상인간형은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국적, 성별, 인종에 대한 벽이 허물어지면서 이미 과거에서부터 일어난 디지털 세상 젠더스와핑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인간은 광고, 드라마, 유명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현실의 대중들에게 재미와 영향을 제공하고 있지만 가상 인간형 역시 제작자의 의도와 연출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동적 형태를 지니고 있다.

4) 아바타형

지금까지의 아바타는 세컨드 라이프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공간의 제한을 가지고 있으며 사용자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수동적인 모습의 일반형 아바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메타버스 시대 능동적 행위가 가능한 AI가 탑재된 AI형 아바타12) 관련 비즈니스 계획을 내세우고 있으며, 향후 아바타의 주인은 자신의 아바타에게 AI학습을 시킬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은 껍데기형태의 아바타이지만 향후 내가 살아 있을 때 나의 데이터를 통하여 나를 학습한 딥러닝13) 형태의 AI형 아바타가 사후 지속적 자율적 학습을 통하여 생전의 나의 아바타 그 이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인격체인 포에버 아바타가 만들어진다면 삶과 죽

12) 학습을 통하여 상황파악능력을 갖추고 반응하는 능동형 아바타

13) 기계학습의 한 형태로 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 분석하여 학습하는 기술

음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미 생물학적으로는 사망했지만 가상공간의 세계에서 나의 AI아바타는 영원한 수명을 누리게 된다. 일종의 ‘디지털 불멸(不滅)’이라고 하겠다.

과거의 역사인물형과 휴먼 재현형, 현재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가상 인간형, 디지털 공간에 나를 대변하는 형태의 아바타형은 과거와 현재까지의 다양한 디지털 휴먼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변화될 메타버스 세상 속 디지털 휴먼은 AI학습이 이루어진 형태로 자율성과 창의성이 포함된 형태의 능동적 아바타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웹1.0시대와 2.0시대에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아바타 역시 1.0시대와 아바타 2.0시대에 기술과 사용자의 자유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후 내가 죽고 나서 남겨지는 가상인간형 디지털 아바타를 3.0이라고 분류시킨다면 나 이상을 뛰어넘는 존재로서 나의 인격으로 시작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새로운 인격체인 디지털 인격체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생전의 나의 모습과 나의 데이터로 학습된 나의 아바타는 죽음 이후에도 디지털 생명체로 남아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학습을 통하여 점차 진화된 모습으로 남을 것이다. 기술적 고도화에 관한 기술적 요인보다 어떠한 능력을 가져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디지털 휴먼은 메타버스를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아직까지의 아바타는 내가 직접 컨트롤해야 하는 자율성과 인공지능의 확장성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공지능 유무에 따라 엄청난 생산력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인공지능은 창조의 조력자에서 창조하는 역할을 갖게 될 것이다.

아바타는 현재 내가 오늘 이 하나의 디지털 인간을 만들어 내 생각과 뜻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가상 인간형 디지털 휴먼은 사람들이 어떠한 것을 좋아할 것이고 어떤 식의 서비스를 할 것이냐 라는 측면에서 예측을 하고 상황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디지털 인간이나 가상인간형을 구현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 학습, 추론, 수행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여러 상황에 관한 디지털 자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학습을 통하여 상대방의 행동을 추론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하며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인공지능 기술이 담긴 디지털 휴먼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담은 디지털 휴먼이 너무 인간과 같아지면 언캐니벨리(uncanny valley)14)가 작용하여 디지털 휴먼에 관한 혐오감과 불안감을 느끼며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미래의 디지털 휴먼은 개인의 맞춤형 형태로 언캐니벨리를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철학을 담은 형태가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알고리즘에 의한 데이터를 통한 인공지능이 부정적 시각을 가지게 된다면 이에 관한 규제 역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AI 휴먼 또는 디지털 휴먼을 개발함에 있어서 문제해결 방안에 대한 연구가 동반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만 메타버스 세계 인공지능이 없이는 AI휴먼의 확장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태계를

14) Uncanny valley. 사람이 사람이 아닌 존재를 바라보았을때, 소위 인간과 너무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상승할 순 있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게 되면 되레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이론임

구축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디지털 휴먼의 활용 영역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과거 현재 미래라는 영역으로 보고 있으며, 디지털 미래 결국 디지털 휴먼에 대하여 사람들이 기술적인 기준과 우리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가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2. 역대 디지털 휴먼 정리와 의미

지난 2018년 역사인물인 혜초(慧超) 인공지능 디지털휴먼 개발 이후 지난 4년동안 조선 유학자 고봉 기대승,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고종, 통일신라 당시 정치가 최치원, 독립열사인 유관순, 안중근, 이봉창 그리고 백범 김구, 전곡선사박물관의 복제전시물인 아이스맨(ICE MAN) 외찌(Otzi)에 이르기까지 역사인물 디지털 휴먼이 제작되었다.

외찌는 한국사(韓國史)에 등장하는 역사인물은 아니지만 5400년전 유럽인의 조상인 외찌 미이라를 소재로 세계 최초로 전곡선사박물관(관장 이한용) 아이스맨 외찌를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으로 재현15) 한 것이다.

최근 코로나19(COVID-19)로 촉발된 언택트 시대, 전세계인의 관심이‘디지털 휴먼

(Digital Human)’에 쏠리고 있다. 최근 챗봇을 필두로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활발히 도입되고 있는 비대면 서비스에 또 다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휴먼은 인공지능과 컴퓨터 비전, 자연 언어처리 및 음성기술을 결합하여 사용자처럼 생기고, 사용자와 같은 목소리로 말하며, 사용자와 같이 행동하는 법을 배우고 실제 사람처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3D 지능형 가상 인간(아바타)이다.

과거 인공지능은 음성인식, 음성합성, 이미지인식, 제스처인식, 대화모델(챗봇) 등 여러가지 기술들이 개별적으로 작동했다면, 이제 이런 다양한 기술들이 통합되어 더욱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보고 듣고 말하며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한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상호작용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디지털 휴먼이 대중 앞에 나선건 수년 전부터이지만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전시회 ‘CES 2020’부터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극비리에 추진해온 인공인간 프로젝트‘네온(NEON)’을 선보이며 업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고, 국내 대표적 인공지능 기업 솔트룩스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캐릭터화 한‘AI 트럼프’16)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2021년 한국영화‘기생충’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을 때 같은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 후보에 오른‘아이리시맨(The Irishman)'과 ‘어벤져스:엔드게임

15)박진호, 「태봉국 도성 메타버스 및 궁예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 개발」, 『강원도 철원 태봉학술회의』발표논문, 태봉학회(泰封學會), 2021, 77-88쪽.

16) http://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4805, [AI타임즈: 솔트룩스 CES 2020성료, AI 가상인간 ‘트럼프’ 주목]

(Avengers: Endgame)’가 인공지능(人工知能) 기술을 동원한 시각효과(VFX)로 구현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인공지능(AI)를 이용 실제 배우와 가상 캐릭터 간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이런 디지털 휴면은 점차 상업적인 분야에서 역사인물을 재현하는 박물관 전시 혹은 교육 분야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문화유산 분야에도 디지털 휴먼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는데, 신라 석굴암의 주창자인 재상 김대성에 대한 디지털 휴먼을 제작하여 석굴암 메타버스 공간에 조성17)하자는 논의나 트로이 전쟁의 무대인‘트로이성(城)’을 메타버스 공간화(空間化)하여18) 트로이 신화에 등장하는 오딧세우스등 그리스측 인물들을 디지털 휴먼화(化)하는 연구까지 이르고 있다.

현재 국립 박물관이나 지자체들이 소유한 지방 박물관이나 전시관에서도 점차로 인공지능을 결합한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딮러닝등 인공지능 기술이 아직은 과도기적이 부분이라 인공지능 기술의 완결성을 내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몇년전 알파고가 이세돌 바둑기사를 이기고 인공지능 기술에 근간한 자율주행차가 시범 운행되는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이 점차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몇몇 사례를 살펴보면 다양하지도 않고 전문화 되어 있지도 않은 실정이다.

Ⅳ. 결론

인공지능으로 인하여 생산력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고, 인공지능 여부에 따라 문화적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은 상황에 대한 예측을 하고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휴먼을 만들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휴먼으로 만들 가치는 무엇인가? 서비스를 잘하는가? ‘그 만한 매력이 있는가? ’ 이 세 가지는 디지털 휴먼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앞으로 우리가 미래의 디지털 휴먼이라고 하는 것은 미래에 맞는 매력자본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하는 일을 편리하게 도와주거나 잘하기 위하여 인공지능이 필요했다면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기 위하여 지능을 개발 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인공지능을 이해해야 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것이다. 사람이나 인공지능을 어떠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어떻게 학습시키는가에 대한 계획은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의 일이 되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경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것이 중요하다,

17) 박진호·이용규·이지성·안형기, 「석굴암 콘텐츠 발전과정에 따른 인공지능 XR메타버스 콘텐츠 제안」, 『한국영상학회 논문집』 제19권, No.4, 한국영상학회, 2021, 47-61쪽

18) 안형기·박진호, 「유네스코 세계유산 트로이 유적 층위기반 인공지능형 메타버스 콘텐츠 연구」, 『한국콘텐츠학회 종합학술대회 논문집』, 한국콘텐츠학회, 2021, 55-56쪽

참고문헌

∙ 기초자료

http://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3390, [AI타임즈: AI가 바꾼 선거판 풍경, 득일까 독일까 기사]

http://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4805, [AI타임즈: 솔트룩스CES 2020성료, AI가상인간 ‘트럼프’ 주목 기사]

∙ 단행본

CHRIS SKINNER, 「Digital Human : The Fourth Revolution of Humanity includes everyone , WILEY, 2022.

구본권, 『로봇 시대 인간의 일』, 에크로스, 2020.

∙ 참고논문

김영욱·김정우, 「가상세계 아바타 활용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에 관한 연구」, 『인문콘텐츠』 제63호, 인문콘텐츠학회, 2021, 143-170쪽

박진호, 「태봉국 도성 메타버스 및 궁예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 개발」, 『강원도 철원 태봉학술회의』 발표논문, 태봉학회(泰封學會), 2021, 72-88쪽

박진호·이용규·이지성·안형기, 「석굴암 콘텐츠 발전과정에 따른 인공지능 XR메타버스 콘텐츠 제안」, 『한국영상학회 논문집』 제19권, No.4, 한국영상학회, 2021, 47-61쪽

안형기·박진호, 「유네스코 세계유산 트로이 유적 층위기반 인공지능형 메타버스 콘텐츠 연구」, 『한국콘텐츠학회 종합학술대회 논문집』, 한국콘텐츠학회, 2021, 55-56쪽

토론문

토론자 : 이규철(성신여자대학교)

발표문 잘 읽었습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휴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휴먼의 학술적 분류기준을 제시하고자 시도했던 점이 인상적인 연구였습니다. 인공지능 디지털 휴먼은 앞으로 주목될 수밖에 없는 분야로 관련 연구와 결과물이 지속적으로 생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발표가 디지털 휴먼 연구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에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성과로 완성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1. 발표에서는 아직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던 디지털 휴먼의 유형을 일정한 기준에 맞춰 설명했습니다. 유형 구분의 핵심은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적 요소를 중심으로 역사인물형, 휴먼재현형, 가상인간형, 아바타형으로 분류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휴먼의 유형 구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점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발표에서 제시했던 4개의 디지털 휴먼 유형의 구분 기준이 비교적 소략하게 제시되었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발표문 8쪽의 [표1]에서 4개 유형에 대한 나름의 기준과 특징이 제시되어 있습니다.그렇지만 각 유형의 특징이 너무 압축적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발표의 핵심에 해당하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되므로 발표자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디지털 휴먼의 유형별 특징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면 연구 의의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2. 발표에서는 디지털 휴먼의 유형을 과거와 현재를 기준으로 각각 역사인물형, 휴먼재현형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런데 발표문에서 휴먼재현형의 사례로 제시되었던 ‘박정희 디지털 휴먼’이나 ‘노무현 디지털 휴먼’의 사례는 역사인물형의 범주에 포함해도 문제될 것이 없는 사례라 생각합니다. 더욱이 역사 영화나 역사 드라마 등을 비롯한 많은 역사콘텐츠에서 실제 역사 인물에 대한 재현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가상의 역사 인물을 설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부분을 고려한다면 디지털 휴먼 중 역사인물에 대한 구현 작업이 역사인물형, 휴먼재현형, 가상인간형에 모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휴먼의 유형 구분 기준을 시간적 요인 이외에 적용할 수 있는 요인이 더 있을지 궁금합니다.

3. 발표에서 제시되었던 역사 인물 중 고종이나 김구 등의 인물들은 실제 사진자료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디지털 휴먼으로 구현할 때 외형에 대한 역사적 고증에서는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근대 시기의 인물 중 그림/사진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대다사의 경우 디지털 휴먼으로 구현할 때, 고증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발표자께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려할 문제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역사 인물에 대한 디지털 휴먼의 구현이 역사 영화나 역사 드라마에서 구현되는 경우와 어떠한 차별성이나 특징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재외동포아동 대상 전통문화교육꾸러미 제작을 위한 기초 연구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정유나1)

국문초록

본 연구는 재외동포 아동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교육하기 위한 꾸러미(kit) 개발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기초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재외동포 아동을 위한 한국어 및 문화교육 프로그램 개발 현황에 대해 조사하였고, 재외동포 자녀

를 둔 캐나다 거주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프로그램의 요구도를 파악하였다. 설문에 응답한 192명의 부모 중, 98.4%가 전통문화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고 코로나 19로 인해 외부 시설 방문 및 대면교육이 어려우므로 가정에서 전통문화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전통놀이 교구나 만들기 재료, 동영상, 교재를 제공해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응답하였다. 부모의 요구도를 반영하여 전통문화교육꾸러미 제작을 위한 연구을 도출하였는데,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재외동포아동을 위한 전통문화교육꾸러미의 구성원리는 보존해야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으로 세계인과 합의가 이뤄진 유네스코 등재 한국문화유산을 주제로 선정하고 다양한 교수학습활동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둘째, 해외배송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영하여 아동에게 교육하기에 적절한 10개의 주제(농악, 종묘제례악, 처용무, 남사당놀이, 가곡, 아리랑,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연등회)를 선정하였고 각 주제는 교수학습활동 4단계(알아보기, 교구만들기, 놀이, 경험나누기)로 교육내용을 구성하였다.

주제어: 재외동포아동, 전통문화교육, 꾸러미(kit), 유네스코 문화유산, 국악

1) (주)크로스이노베이션 문화교육팀장, dbsk337@hanmail.net

Ⅰ. 서론

본 연구의 목적은 재외동포 아동을 위한 문화교육 꾸러미를 제작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각국의 정부에서는 셧다운 등의 국가정책으로 이동권을 제한하고 있어 재외동포 아동이 한글학교 및 전통문화교육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의 안전 수호를 위한 국가의 이동권 제한은 인권을 넘어서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앞으로 발생할 환경오염과 신바이러스의 출현에 대비해 가정 내에서 시, 공간에 제한이 없는 아동대상 온라인 교육 콘텐츠의 개발이 요구된다.

아동의 발달특성상 온라인 교육과 함께 실물자료로 체험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동은 놀이을 통해 학습이 이뤄지기 때문에 스스로 교구를 가지고 놀거나 또래나 유능한 성인과 상호작용하며 놀아야 한다. 아동은 성인과 달리, 일방향적인 강의형태의 교수방식 보다는 활동자료로 직접 체험하는 것이 학습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체험할 수 있는 교구의 개발이 요구된다. 놀이와 체험을 즐기는 아동의 발달적 특성을 고려하여 개발함으로써 아동의 학습에의 몰입도와 주의집중도를 높이고 아동이 주제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흥미를 갖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한글교육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내용으로 교육하여야 하는데, 그에 따른 한글교재의 구

성내용은 전통문화 전반을 고루 다루고 있지 않다. 유산의 형태는 무형유산, 주제는 역사 교육에 치우쳐 있다. 아동은 통합적으로 사고할 때 학습이 더 용이한 대상의 특수성을 가진다. 주제나 내용의 치우침 없는 구성에 대한 기초연구가 필요하다.

재외동포아동이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삶 속에서 즐기기 위해서는 세계인의 합의가 이루어진 내용을 주제로 한 것이어야 한다. 우리만의 문화유산이 아닌 세계인이 지키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을 내용으로 교육함으로써 재외동포아동으로 하여금, 거주국의 사회적 지지와 관심을 동조받을 수 있다. 역으로 재외동포아동에 대한 문화교육은 한류확산의 매개체가 되고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공공외교의 자산이 된다. 나아가 세계 각지 한인사회의 문화행사는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효과가 있다1).

본 연구는 온택트시대에 가정에서 교육 가능한 재외동포 아동 대상의 전통문화교육꾸러미(kit)를 개발하기 위한 기초연구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이를 위하여 재외동포아동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의 결과 및 제언의 내용을 바탕으로 전통문화교육꾸러미 제작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고,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의 내용을 중심으로 꾸러미를 구성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1) [재외동포 역할 및 모국 기여],

https://www.korean.net/portal/support/pg_ust_homeland.do, (검색일자: 2022년 4월 11일)

Ⅱ. 이론적 배경

1. 재외동포아동 대상 전통문화교육

재외한국학교의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부는 적극적으로 행,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2019년도 재외학교 현황2)을 보면 16개국 34개교, 재학생수 14,040명, 교원 수도 1,505명에 달한다. 재외한국학교에서는 한국문화와 관련된 한국어를 비롯한 무용, 음악 등 문화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예체능을 통한 문화교육은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아동의 한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및 소속감을 함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재외동포 아동이 한국어 및 한국문화교육이 필요한 실질적인 이유는 한국에 돌아가 유학, 취업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3).

현재 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대중문화, 한국의 문화라는 주제를 정적인 강의식의 수업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어 및 문화교육 강사를 대상으로 한국문화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못하는 주된 이유에 대해 설문한 결과, 강사의 확보가 어렵고 전통문화 교부재가 부족하

기 때문이라고 응답하였다4).

아동은 체험중심 교육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아동은 스스로가 해냈고 잘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되어 자신감이 향상된다. 아동의 창의성을 증진시켜 다양한 상황별 적응이 가능하게 되어 단순히 전통문화를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문화를 활용해 다양한 문화와 상황을 접목할 수 있다.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전통문화에 대한 낯설음을 감소시키고 함께 하는 놀이문화를 경험함으로써 공동체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재외동포아동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전통문화교육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체험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 구성, 문화교육 전문강사의 보급, 전통문화 교구재 개발 및 지원이 필요하다.

2. 재외동포 아동을 위한 교육꾸러미 개발

교육꾸러미는 활동중심의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된 교육활동자료 모음이다. 코로나19확산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셧 다운을 시행한 대다수 국가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아동은

2) [교육부 재외동포 활성화를 위한 현장방문],

https://www.moe.go.kr/boardCnts/viewRenew.do?boardID=340&lev=0&statusYN=W&s=moe&m=020201&opType=N&boardSeq=79483, (검색일자: 2022년 4월 15일)

3) 강현주(2008). 재외동포 학습자를 위한 한국문화교육 개발 연구.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43-47.

4) 우주희(2006). 재외동포 한국문화교육 프로그램 지원 모델 개발 연구.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37-56.

야외 활동 및 사회적 교류가 제한된 상황에 놓여있다. 그나마 참여할 수 있었던 한글학교, 문화센터에 갈 수 없어 직접 체험활동을 하거나 교구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가정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개인별 교육활동교구가 제공되어야 한다.

교육꾸러미를 해외로 발송시 여러 가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데, 국제운송비, 해당국가 통관료, 해당국가 내 운송비 등이 추가 부과되어 교구꾸러미의 가격이 상승된다는 어려움이 있다. 배송과정에서도 배송시간이 짧은 국내 사정과 달리, 해외 여러 나라들은 배송 소요시간이 길고 발송 위치 추적 및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 신속하지 않아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사유가 제품의 개발 및 제작하는 업체로서는 부담으로 작용됨으로 신중한 협의가 필요하다.

3. 유네스코 등재 한국의 문화유산

재외동포아동을 직접 대상으로 한 한국어 및 한국문화교육에 대한 요구도 조사는 이뤄진 바 없다. 재외동포아동의 부모나 한글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요구조사가 있기는 하나, 10여년 전의 연구이어서 변화무쌍한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지 못한다.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거

주하는 재외동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국가마다 다른 환경이나 문화를 반영한 교육꾸러미를 구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전통문화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경험에 따른 난이도 조절에도 어려움이 있다5).

유네스코 등재 한국유산을 활용한 교육은 인류 보편성을 갖고 있어 세계인의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반감을 줄여줄 수 있고 재외동포아동에게는 모국의 문화로서의 친밀감을 줄 수 있다. 음악은 아동에게 익숙한 교수방법이자 내용이다. 우리나라 음악인 국악은 악기연주, 춤, 노래, 놀이 및 연희를 포함하는 종합예술이며, 매우 포괄적인 음악의 개념이다.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이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강강술래와 같은 국악은 유희에 가까워 놀이를 즐기는 아동이 즐겁게 학습할 수 있다.

Ⅲ.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 아동이다. 본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외동

5) 김중섭(2011). CIS 지역 재외동포 대상 한국 문화 교육 항목 개발을 위한 기초 조사 연구.

포아동을 위한 교육꾸러미를 개발하는 데 있기 때문에 연구대상은 재외동포아동이다.

2. 연구 도구

재외동포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전통문화교육의 내용을 구성하기 위해 재외동포 아동의 한국어 및 전통문화교육에 대한 요구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재외동포아동을 위해 기획된 전통문화교육꾸러미 개발연구 및 제품이 없어 재외동포, 재외동포아동, 한국어교육, 전통문화교육이라는 키워드로 선행연구를 고찰하였다. 캐나다 한인문화단체 이사 1인, 부모대표 1인과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한국어와 전통문화교육에 대한 질문이 중복되므로 한국어 및 전통문화교육이라고 질문을 합치는 것으로 수정하였다. 캐나다 재외동포 맘카페를 통해 본 연구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였고 재외동포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192명이 자발적으로 구글설문조사에 응답하였고 추출된 응답결과를 분석하였다.

구체적인 내용 구성을 위해서는 세계인이 함께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된 한국문화를 선정하여 재외동포로 하여금 교육내용에 대한 신뢰감과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고자 하였다. 유네스코 등재 한국의 문화유산이 많아 해외로 발송되는 교육꾸러미로 구성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이중 아동에게 친숙한 주제인 음악만을 1차 선정하였다. 1차

선정된 주제의 국악 관련 내용을 분석하고 아동에게 교육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종교색, 사후세계의 내용을 포함한 주제를 제외하였다. 체험중심 아동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4단계 교수학습활동을 고안하여 전통문화교육꾸러미를 개발하였다.

Ⅳ. 연구결과

1. 재외동포아동 대상 전통문화교육꾸러미의 구성원리

캐나다 거주 재외동포 맘까페를 이용해 전통문화교육의 필요성과 방법, 교육내용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192명 중, 98.4%가 한국어 및 전통문화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고 한국어 및 전통문화교육을 실시할 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교육방법으로는 교구(놀잇감, 만들기 자료, 준비물 등), 대면교육, 동영상, 교재의 순으로 응답하였다. 자녀가 관심있어하는 전통문화교육의 내용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전통놀이, 전통음식, 전통노래, 전통공예, 전통음악의 순으로 응답하였다. 재외동포 부모들이 자녀들이 한국어 및 전통문화교육을 학습한 후의 변화로 기대하는 바는 전반적인 한국문화와 동향에 관심을 갖는 것,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는 것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 요구도를 반영한 재외동포아동 대상 전통문화교육꾸러미의 구성원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록 활동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 문화유산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유산은 세계인이 함께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에 해외 거주 아동들이 한국문화에 대한 보편적인 가치를 인식하고 세계인에게 당당하게 노출하고 인정받을 한국의 문화유산을 선정하였다. 해외 포장 시 포장재 증가, 해외배송시 운송비 증가, 국가마다 다른 수입통관상의 절차로 인한 기한 연기, 많은 종수로 인한 단가 증가 등의 어려움으로 아동에게 익숙한 교육방법인 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일부 유산을 활동소재로 선정하였다. 캐나다 거주 재외동포 부모가 응답한 결과 중 전통문화교육 내용으로 전통음식에 대한 교육 요구가 있었으나, 음식재료는 해외통관이 어렵고 내부 유통망이 국내와 달라 신속 배송이 어려워 본 교육꾸러미 교육내용에서 제외하였다.

둘째, 주제를 다양한 교수학습활동으로 구성하였다. 아동은 실제경험을 통한 놀이에서 학습의 효과가 높다. 일회성의 경험이 아닌 즐거운 놀이로 내재화하여 반복하여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아동의 관심과 흥미를 지속시킬 수 있도록 각 활동이 동화로 유래알기, 놀이교구를 직접 제작해보는 미술활동, 관련 교구 제작하기, 놀이노래 부르기 및 놀이로 구성되었다. 글씨나 강의식 설명으로만 이뤄져 있지 않고 직접 실천해 보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이해하고 체득할 수 있다6). 내용 안내 및 놀이진행은 한국어로 하되, 해

당국가 언어를 번안하여 자막으로 서비스한다.

셋째, 활동 이후 경험나누기를 포함하였다. 활동이 끝난 이후, 아동의 관심과 흥미가 유지되고 학습을 주제로 한 쌍방향 소통이 일어날 수 있도록 자신의 활동 경험을 동영상으로 찍거나 만들기 과정을 공유하는 등의 경험을 나누게 하였다. 아동들도 쉽게 놀이 동영상이나 리뷰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활용하여 업데이트 게시판으로의 이동이 용이하도록 돕는다. 이런 방법은 코로나19 이후, 제한된 재외아동의 상호교류의 폭을 넓혀주고 온라인 작품 전시를 할 수 있고 서로의 교육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온라인 공유 공간인 클라우드 앱이나 온라인 게시판을 통한 쌍방향 소통방식은 학습자들간에 상호작용을 증대시켜 코로나19를 겪으며 사회적 고립감, 외로움을 느꼈을 아동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7).

2. 재외동포아동 대상 전통문화교육꾸러미의 구성

1) 전통문화교육꾸러미의 주제 선정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전통문화교육꾸러미 구성을 위해 51

6) 최세훈(2021). 디지털 전래동화 콘텐츠를 활용한 한국어문화 교육 방안 연구 : 대만 중국문화대학의 사례를 중심으로. 문화교류와 다문화교육, 10(5), 203-230.

7) 신은혜(2021). 쌍방향 온라인 과학수업에서 교사의 클라우드 앱 활용 실태와 인식 조사.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1(14), 811-824.

개의 유네스코 등재 한국유산 중, 아동에게 익숙한 교과인 음악(전통음악, 국악)을 매개체로 활용할 수 있는 유산을 선정하였다. 여기서의 국악의 의미는 한국의 전통음악, 전통노래, 전통춤, 전통놀이를 포함한 개념이다. 국악은 한국의 유네스코 지정유산 의 세 개의 카테고리-유산, 무형문화유산, 기록유산-중, 무형문화유산에 속한다. 문화유산 그 자체가 국악의 요소를 갖고 있는가를 확인하여 소재로 선정하였는데 무형유산 21개 중, 총 12개가 선정되었다. 예를 들어, 무형유산 중 김장은 국악노래인 노동요를 개사하여 부르는 활동으로 풀어낼 수는 있으나 본 교육꾸러미에서는 제외하였다. 또한, 영산재, 영등굿은 종교적 의미가 강하거나 죽은 사람의 제사를 지내는 의미를 아동이 이해하기 어렵고 처음 접할 때 정서적으로 불안할 수 있어 목록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종묘제례악은 종묘제례라는 제사를 진행하기 위한 음악이지만 등재 시 명칭이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므로 음악에 초점을 맞춰 종묘제례악만을 포함시켰다. 연등회도 석가모니의 탄신을 기리는 행사로 제사가 아니므로 죽음에 이해도가 없는 아동에게도 정서적으로 무리가 없어 포함하였다. 강릉 지방의 향토 제례 의식이자 축제인 강릉단오제는 축제의 측면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경우 아동을 교육하기에 적합하여 목록에 포함하였다.

2) 전통문화교육꾸러미의 교육내용

각 주제의 교육내용은 총 4개의 교수학습활동(알아보기, 교구만들기, 놀이, 경험나누기)으로 구성되며, 4개의 교수학습활동은 순서대로 이뤄진다. 아동의 교육주제에 대한 생소함과 두려움을 줄여주기 위하여 모든 주제를 4단계 교수학습활동으로 패턴화하여 전개하도록 구성하였다.

알아보기는 각 주제의 유래 및 역사,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유인 인류무형유산으로서의 가치에 대해 학습하는 단계이다. 교구만들기는 주제와 관련된 교구를 제작하는 미술활동을 하는 단계이다. 주제와 관련된 악기만들기, 전통놀이 용품 만들기, 탈 꾸미기 등 주제학습에 필요한 학습교구를 만들거나 꾸미는 단계이다. 놀이는 주제가 포함한 놀이를 직접 해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단계이다. 제작한 교구를 활용하여 놀이하거나 주제에서 다뤄지는 전통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며 전통놀이를 한다. 경험나누기는 제작된 교구를 소개하고 교구를 제작하는 나만의 노하우나 창의적인 놀이방법을 나누는 단계이다([표 1] 참고).

[표 1]각 주제의 교수학습활동

주제 1. 알아보기 2. 교구만들기 3. 놀이 4. 경험나누기

농악

농악의 역사와

연희내용을 담은

동영상 시청,

사물악기 그림동화

상모 만들기

장단치기

상모 돌리기

게시판에 교구제작

동영상이나 놀이후기

올리기, 다른

학습자의 경험에

답변하기

종묘제례악

농악의 역사와

연희내용을 담은

동영상 시청

훈 악기만들기 일무 추기

게시판에 교구제작

동영상이나 놀이후기

올리기, 다른

학습자의 경험에

답변하기

처용무 처용설화 그림동화 처용탈 꾸미기

스카프들고

처용무 춤추기

게시판에 교구제작

동영상이나 놀이후기

올리기, 다른

학습자의 경험에

답변하기

남사당놀이

남사당놀이의 역사와

연희내용을 담은

동영상 시청

나무 버나 꾸미기 버나돌리기

게시판에 교구제작

동영상이나 놀이후기

올리기, 다른

학습자의 경험에

답변하기

가곡

가곡의 역사, 예술적

가치 및 내용을

동영상으로 시청

장구 만들기

‘북천이

맑다커늘’ 노래

배우기

한 숨으로 말

길게 말하기

놀이

게시판에 교구제작

동영상이나 놀이후기

올리기, 다른

학습자의 경험에

답변하기

아리랑

아리랑의 역사,

예술적 가치 및

내용을 동영상으로

시청

태극기 에코백

꾸미기

어깨춤추기

진도아리랑에

맞춰 자진모리

허벅지

장단치기

아리랑

개사하여

부르기

게시판에 교구제작

동영상이나 놀이후기

올리기, 다른

학습자의 경험에

답변하기

판소리

판소리의 역사,

예술적 가치 및

내용을 동영상으로

시청

소리부채 꾸미기

추임새 말하기

발림꾸미기

게시판에 교구제작

동영상이나 놀이후기

올리기, 다른

학습자의 경험에

답변하기

강릉단오제

강릉단오제의 역사,

예술적 가치 및

내용을 동영상으로

시청

비석치기용 비석

꾸미기

비석치기

학산 오독떼기

노동요 부르며

단체로

움직이기

게시판에 교구제작

동영상이나 놀이후기

올리기, 다른

학습자의 경험에

답변하기

강강술래

강강술래의 역사,

예술적 가치 및

내용을 동영상으로

시청

돌아가는

강강술래

종이인형 만들기

강강술래

놀이(덕석몰이,

쥐잡기놀이)

게시판에 교구제작

동영상이나 놀이후기

올리기, 다른

학습자의 경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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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연등회의 역사,

예술적 가치 및

내용을 동영상으로

시청

연등 꾸미기

연등들고

길놀이 춤 추기

게시판에 교구제작

동영상이나 놀이후기

올리기, 다른

학습자의 경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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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참고논문

강현주(2008). 재외동포 학습자를 위한 한국문화교육 개발 연구.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43-47.

김중섭(2011). CIS 지역 재외동포 대상 한국 문화 교육 항목 개발을 위한 기초 조사 연구.

신은혜(2021). 쌍방향 온라인 과학수업에서 교사의 클라우드 앱 활용 실태와 인식 조사.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1(14), 811-824.

최세훈(2021). 디지털 전래동화 콘텐츠를 활용한 한국어문화 교육 방안 연구 : 대만 중국문화대학의 사례를 중심으로. 문화교류와 다문화교육, 10(5), 203-230.

• 온라인 자료

[교육부 재외동포 활성화를 위한 현장방문],

https://www.moe.go.kr/boardCnts/viewRenew.do?boardID=340&lev=0&statusYN=W&s=moe&m=020201&opType=N&boardSeq=79483, (검색일자: 2022년 4월

15일)

[재외동포 역할 및 모국 기여],

https://www.korean.net/portal/support/pg_ust_homeland.do, (검색일자: 2022년 4월 11일)

토론문

토론자 : 김금미(순천향대학교)

「재외동포아동 대상 전통문화교육꾸러미 제작을 위한 기초 연구: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먼저 첫째, 연구의 필요성에서 국민의 안전 수호를 위한 국가의 이동권 제한은 인권을 넘어서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앞으로 발생할 환경오염과 신바이러스의 출현에 대비해 가정 내에서 시, 공간에 제한이 없는 아동대상 온라인 교육 콘텐츠의 개발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결론에서 이러한 꾸러미 제작과 더불어 부족한 교육 형태를 온라인, 오프라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고려한 교수학습내용을 구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 위에서 밝혔던 것처럼, 직접대면이 어려울 경우 시간대가 비슷한 거주국가 아동끼리 소모둠을 조직하여 ZOOM이나 Google meet를 통한 실시간 화상 통화로 적극적인 쌍방향 소통 경로의 유발도 가능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온라인 강의로 학습자의 학습 후퇴라는 부정적인 사례가 보였다. 그러나 최근 엔데믹 환경 속에 불확실한 미래 환경에 지속가능한 아동의 교육권리를 지키기 위한다는 점에서 연구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문헌고찰과 부모의 요구도 결과를 반영하여 각 주제를 교수학습활동 4단계는 알아보기, 교구만 들기, 놀이, 경험나누기 등을 제시하였다. 주제로는 농악, 종묘제례악, 처용무, 남사당놀이, 가곡, 아리랑,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연등회 등으로 내용 안내 및 놀이진행은 한국어로 하되, 해당국가 언어를 번안하여 자막으로 서비스가 유효할지 의문이다. 한국어를 통해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자막 서비스는 선택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최종 활동 이후 경험나누기에서 동영상, 리뷰의 업데이트나 교류를 위한 방법으로 QR코드 사용으로 전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사용하는 지역에서 학생들의 전자기기(PC, 모바일, 기타 디바이스 등) 를 사용하는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배제된 지역이나 학생들의 학습권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개인이 구매하여 문화전통교육 꾸러미인만큼, 온라인 교육으로 가능한 교육단계 형태로, 시스템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연구의 목적으로 온택트시대에 가정에서 교육 가능한 재외동포 아동 대상의 전통문화교육 꾸러미(kit)를 개발하기 위한 기초연구로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의 내용을 중심으로 꾸러미를 구성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결론에서 다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한글학교 및 문화교육기관 방문이 어려워진 재외동포 아동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교육하기 위한 개인용 교육꾸러미(kit) 개발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이 온라인 교구 혹은 학습 활동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신뢰와 자긍심으로 연결될지는 의문이다. 특히 부모에 의해 가이드 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온라인 교육을 위한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요즘 아동은 전통보다 BTS, 레드벨벳, 블랙핑크를 더 열광하는 시대에 과연 전통문화를 교육하는데 교육꾸러미로 가능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한류의 한 부분에서 실제 그들이 관심 있는 부분과 연계하여 전통을 꾸러미로 제안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단편적인 생각이 든다(예: BTS를 활용한 한국어 교재)

셋째, 연구대상을 재외동포아동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구매 결정권이 부모에 있기때문에 따른 것이라 본다면, 그 의사결정권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본문에서 개인구매 가격이 높고 유통에 따른 절차나 배송의 문제 등이 있다고 하였다. 전통문화교육의 내용의 이해나 선호도의 문제는 연령마다 다른다고 할 수 있고 이민 몇 년차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아동이 직접 답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 질문으로 실제 아동이 전체를 답변할 수 없는 나이는 영유아를 제외하고는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보았을 때, 한국전통문화에 경험이 있는 양육자인 재외동포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은 잘못된 것으로 판단된다(교육꾸러미 개발을 의뢰한 캐나다 한민문화단체 이사의 요청이 있어 캐나다 거주 재외동포 부모를 설문 대상으로 특정하였고, 맘까페에 올린 설문에 자유의사를 갖고 참여해준 192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하였다고 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재외동포아동 대상 전통문화교육꾸러미 제작을 위한 기초 연구: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로 연구의 대상을 아동으로 제시하고 있기때문에, 아동을 배제하여 부모가 전체 질문을 답변했다면, 연구내용이 오류로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아동성장특성에 따라 교구 개발이 달라야하기 때문에 기초로 제시되는 만큼 이 부분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자마다 아동을 규정하는 연령대를 0세부터 18세 혹은 초등까지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전통문화 꾸러미 제작에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제시하고 있다.

넷째, 연구 도구에서 구체적인 내용 구성을 위해서는 세계인이 함께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된 한국문화를 선정하여 재외동포로 하여금 교육내용에 대한 신뢰감과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고자 하였다. 유네스코 등재 한국의 문화유산이 많아 해외로 발송되는 교육 꾸러미로 구성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이중 아동에게 친숙한 주제인 음악만을 1차 선정하였다고 하였다. 이 부분은 지역에서 조달하는 방법으로 대안 제안을 제시해도 좋을 것 같다. 연구에 제안을 두기보다 기초로 제시되는 만큼, 1차 선정된 주제의 국악 관련 내용을 분석에 한정하기보다 아동에게 교육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종교색이라도 제작 개발에 있어 사후세계의 내용을 포함한 주제를 제외하기보다, 실제로 경험할 수 없지만 간접 경험으 통한 가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반면 체험중심 아동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4단계 교수학습활동을 고안하여 전통문화교육꾸러미를 개발에도 적절하게 직/간접 형태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연구결과로는 결론에서 해외배송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영하여 주제를 설정에 반영하는데 제한을 두었다고 밝혔다. 해외 포장 시 포장재 증가, 해외배송시 운송비 증가, 국가마다

다른 수입통관상의 절차로 인한 기한 연기, 많은 종수로 인한 단가 증가 등의 어려움으로 아동에게 익숙한 교육방법인 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일부 유산을 활동소재로 선정하였다. 캐나다 거주 재외동포 부모가 응답한 결과 중 전통문화교육 내용으로 전통음식에 대한 교육 요구가 있었으나, 음식재료는 해외통관이 어렵고 내부 유통망이 국내와 달라 신속 배송이 어려워 본 교육꾸러미 교육내용에서 제외하였다. 이는 결국 교구제작에 대한 문제점으로 도출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면 좋은 논문이 될 것 같다.

본문에서 제시하는 수록 활동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 문화유산을 해외 거주 아동들이 한국문화에 대한 보편적인 가치를 인식시키기 위해 선정하였다고 밝혔다. 아동이 성장해서 한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한국어/한국문화를 접하기 때문에, 전통을 강조하기보다 그들의 자아 성취도를 도울 수 있는 전통문화 교육꾸러미 제작이 한국문화 접근에 다양성이 요구된다.

『표준한국어』 문화교육 내용 및 방향성 고찰

『표준한국어』(2013)와 『표준한국어』(2019)를 중심으로

이수경1)

국문초록

본 연구 목적은 개정판『표준한국어 1·2』(2019) 문화 내용이 한국 토착 문화에서 세계시민 교육으로 변화하였음을 확인하는 동시에 지식학습 교과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의 사회적 변화에 부응하는 교육목표 커리큘럼으로 변화된 것을 추적하는 것이기

도 하다.

언어는 문화 산물이기에 ‘문화’는 의사소통 유창성을 획득을 위한 방법론으로 한국어교육의 학습대상이었다. 그러나 문화가 사회 가치에 뿌리를 둔 유·무형의 산물이므로 사회구조 변화는 교육 대상으로 문화 개념과 내용의 재검토를 요청했으며, 『표준한국어 1·2』 (2019)는 '역량'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내용과 항목으로 변화되었다. 따라서 속담이나 동화 등 맥락적 지식이었던 '한국 전통문화' 교육은 학교라는 공간과 연계된 역량 중심의 보편 예절교육인 '세계시민 양성'으로 구조화되었다.

결국, 『표준한국어 1·2』(2019)가 기본 한국어 학습을 통해 보편적 예절을 함양하도록 설계된 것처럼, '주제'에서 '생각 확장'으로 확대된 문화 콘텐츠도 커리큘럼에 따라 학령기 학습자가 보편적 예의를 체득하면서 편견 없이 다문화주의의 기초가 되는 '다양성'을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즉, 문화 항목이 경제, 정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다문화주의의 기본 역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주제어: 다문화, 표준한국어, 기초 역량, 세계시민, 보편적인 예절, 생각 넓히기

1) 강남대학교, teresa7209@kangnam.ac.kr

Ⅰ. 서론

사회변화는 교육 분야에도 많은 질적 변화와 전략적 변화를 요구한다. 교육은 사회변화를 예측하여 학습자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므로 교육체제뿐 아니라 교육 내용 역시 사회변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한국어교육의 목표 변화를 강제했느냐’라는 동력 규명과 함께 교육목표 변화가 사회변화의 요구에 적극적 대응력을 갖춘 올바른 전략인가에 대한 검토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2015년 교육과정 개정은 지식 기반 사회로의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실천이라 할 수 있는데 평균 수명 연장과 다문화로 진행되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인 동시에 다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한국어 학습 목표를 기능 중심에서 ‘주제 중심’으로 변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2010년 13개국 23개소의 세종학당 수가 2021년 6월 기준으로 82개국 234개소에 이르고,1)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한 학교도 2010년 21개국 520개 학교에서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39개국 1669 학교로 약 3배 증가했다. 이것은 한국어 학습대상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다양해지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표준한국어』가 한국에서는 다문화 배경 학습자의 한국어 교재이고, 재외국가에서는 한국

어를 학습하는 제2 외국어 학습자의 한국어 교재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다문화로 진행되는 한국 사회 요청과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문화적 역량 요구가 『표준한국어』의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주목하고, 교재로서의 가치와 문제점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15년 ‘역량’ 중심으로 교육목표가 전환되었고 교육과정에서 역량성취를 위한 실천이 요구되었다.2) 또한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 변화에서 학습자 자질과 연결된 가장 기본적 부분은 문화 영역이라 할 수 있으므로 기초 학령기를 대상으로 하는 『표준한국어』 문화 영역의 교육과정 구조 탐색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 문화교육을 통해 다문화에 어떤 역량적 실천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역으로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2012년 ‘한국어교육 과정’에 토대를 둔 『표준한국어』(2013)와 2015년 교육과정 개정과 2017년 한국어교육 과정 개정이 반영된 『표준한국어』(2019)를 비교하여 ‘의사소통역량 확충’을 성취하기 위한 문화교육목표가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 확충’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기로 한다.

1) 세종학당

(https://www.ksif.or.kr/ste/ksf/hkd/lochkd.do?menuNo=20101800, 2022. 1. 5. 인출)

2) 역량과 관련된 논의는 다음 논문을 참고하기로 한다. 이수경, 「코로나(COVID-19)’를 소재로 한 PBL 글쓰기 수업 모델 연구」, 『핵심역량교육연구』 6권 2호, 핵심역량교육학회. 93-121쪽.

II. 본론

문화는 인류 발전과 함께 그 의미가 변화되었고, 문화라는 용어와 개념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게 규정되고 범주도 결정되었다. 일반적으로 문화란 예술 활동 혹은 생활방식, 사회에 내재된 정신적 규범 등을 칭하는 용어이다. 문화연구의 창시자인 윌리암스에 의하면 문화라는 어휘는 중세 후기에 최초로 사용되었는데 동물 사육과 곡물 경작이라는 농업적 의미였다. 그 후 문화는 ‘정신 개발’을 의미하는 광의의 개념적 어휘가 되었다.3) 특히, 존 스토리는 윌리엄스의 문화 개념 중 시대 혹은 사회의 ‘특정 생활방식’이라는 부분에 주목하여 문화란 문화 내용인 ‘지적 작품’뿐 아니라 문화의 행위성인 ‘실천 행위’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윌리암스의 문화 개념을 발전시켰다.4) 다시 말해, ‘문화’란 ‘특정 지역의 사회적 공간과 인종, 경제 문제가 포함된 무형, 유형의 산물’이자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행위 양식’ 일체를 의미하게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거대 경제지배 구조가 정착된 이후 문화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생산되거나 재생산되는 ‘코드화된 의미체계’로 이해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5) 따라서 본 고에서는 문화를 ‘언어생활 공동체의 사고와 행위 양식을 담고 있는 유·무형의 산물’이자 행위를 통해 구현되는 ‘언어사회의 가치관’으로 정의한다.

한국을 포함한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은 개별 문화의 유·무형 산물의 기능적 접근을 통해 학습시키는 전략보다는 다문화의 기반이 되는 ‘다양성’을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 역량’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보편적인 일상 예절과 같은 문화를 통해 학생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수용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문화 내용과 교육과정이 설계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세계시민으로서의 문화 역량’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세계시민 교육으로서 문화교육은 학습자가 세계, 국가 그리고 생활 공동체의 불평등에 저항할 수 있는 가치, 기술과 정보를 습득하여 민주적인 다문화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와 전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문화 교육과정과 그 내용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한국어교육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연구는 사회적 가치나 사회적 코드라는 시각이라기보다는 한국어 학습 주체인 다문화 학습자라는 학습자 변인 요소 혹은 한국어 숙달을 높이기 위한 방법론과 연계된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 윌리엄스는 ‘문화’라는 어휘는 영어 어휘 중 가장 복잡한 것 중 하나로 역사적으로 의미가 발전되었다고 지적하였다. 그에 의하면 문화란 ‘명백하고 비교할 수 없는 사유 체계’이자 ‘지적 원칙’이라는 개념으로 현재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문화 개념을 윌리엄스의 역사적 어의 변화를 통해서 설명하면 15세기 문화는 ‘곡식과 동물의 사육’이라는 의미와 종교적 신앙 혹은 숭배의 의미로 겹쳐져서 사용되었다. 이러한 문화의 의미가 16세기에는 ‘자연의 발전’이라는 은유적 의미에서 사용되었으며 17세기에는 문화란 ‘정신의 발전’이라는 인간의 정신 활동과 연계된 의미로 사용되었다. Williams, R., Keywords: A vocabulary of Culture and Society,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5, pp. 49-50.

4) Story, J.. An Introductory Guide to Cultural Theory and Popular Culture, Simon & Schuster. 1993, pp. 13-14..

5) Baldwin, E., Longhurst, B., McCracken, S., Ogborn, M. & Smith, G.. Introducing Cultural Studies, Pearson Education Ltd. 2004, p. 56.

한국 전통문화, 속담과 같은 부가적 지식을 요구하는 특수한 내용을 문화 내용의 학습대상으로 선정했다. 따라서 다문화로 진행되는 한국 사회와 평생교육이라는 교육개념의 변화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는 적극적이고 올바른 교육적 전략으로서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의 재설정’을 요청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까지 초등학교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 ‘문화’에 대한 연구는 김연실, 송현정, 양정실, 윤정화, 장은영, 이동배, 이윤정, 최현실 등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대부분 연구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다문화 배경 학습자라는 ‘학습대상자 변인’에 주목하여 한국어 교수 방법론이나 정책 등을 주목했다. 특히 『표준한국어』 문화연구는 윤여탁, 민병곤, 진가연, 이윤정, 최현실, 김연실 등에 의해서 이루어졌는데 교육과정과 유리된 『표준한국어』 문화 항목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문화가 교육과정에서 어떤 교육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 교육 원론적 접근이 부족하다고 하겠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학령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표준한국어』가 ‘한국어’라는 매체를 통해 유형, 무형의 한국문화를 어떤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식사 예절과 같은 한국문화는 식사 예절과 관련된 어휘뿐만 아니라 ‘존칭’과 연관된 행동양식이나 가치관과도 연결된다. 즉, 한국 사회의 생활 예절은 언어나 비언어적 행위 등을 통해 맥락화되므로 한국어

학습은 학습자가 한국 사회에 통용되는 문화를 현실적 의미로 확장해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령기가 한국어 학습을 통해서 한국어, 한국문화뿐 아니라 세계시민으로서의 소양과 교양도 학습되어야 하는 시기이므로 2015년 교육과정 개정을 반영한 한국어교육은 지식 중심 사회가 정보기반 사회로의 전환에 대응하는 학습 전략과 학습 목표의 필요성과 실천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대상자 변인에 중심을 둔 다문화 교육이 아닌 다문화 배경 학습자에게 다문화 체험이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함양으로 이어지도록 ‘문화’의 개념을 재규정하고 교육목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럼 『표준한국어』 문화 항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문화 항목이 기능적 언어 교육과정의 하위 항목에서 분리되어 세계시민으로서의 교양과 실천이라는 측면으로 구성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표준한국어』 교육과정

2013년 발행된 『표준한국어』는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개발한 ‘한국어교육 과정’을 토대로 다문화 배경 초등학생들의 기초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 설계되었는데 생활한국어와 학습 한국어로 학습 내용을 세분화하여 학교생활에 필요한 한국어 학습을 목표로 한 통합교재이다. 이를 필두로 2016년 국립국어원은 등급별 학습 목표와 교육 내용을 목록화·체계화하였고, 2017년 개정된 ‘한국어교육 과정’을 토대로 2019년 『표준한국어』를 개정했다. 2019년 『표준한국어』는 몇 가지 점에서 2013년 『표준한국어』와 차별점을 갖는다. ①

통합교재로서 생활 한국어와 학습 한국어를 다루었던 교육과정을 『표준한국어·1』에서는 생활 한국어를 『표준한국어·2』 에서는 학습 한국어만을 교육 내용으로 다룬다. 기능 중심 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활 한국어와 학습 한국어의 주제-내용의 불일치를 극복하고, 부족한 학습 한국어 지면을 늘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② ‘문화 항목’의 내용 변화이다. 다양한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학령기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교육은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 및 상호 문화 이해를 위한 소통 능력을 키우고, 한국어 학습을 통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긍정적 태도와 정체성을 함양해야 한다.6) 즉, 이것은 한국어교육이 한국 사회와 문화를 ‘한국어’라는 매체를 통해서 이해하고,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자질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동시에 학습자가 능동적이며 사회적인 행위자라는 원리를 반영한 설계이기도 하다.7)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표준한국어』(2013) 문화 항목은 4개 개별 단원으로 구성되었으며 그 내용은 전래동화, 속담 등이다. <표 2>처럼 2015년 교육 개정을 반영한 『표준한국어』(2019)는 예비 단원을 제외하고 각 과의 주제를 확장한 문화교육을 ‘문화 내용’으로 다룬다. 이것은 다문화 교육이 기능 중심보다는 주제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육의 효용성을 반영한 것이자 ‘민족 문화에서 세계시민 소양으로서의 문화’로 문화 내용이 확장된 것이다.

『표준한국어』(2013)에서 다루는 문화 항목인 속담과 전래동화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는다. 첫 번째로 문화 항목과 학습자의 현실성 문제이다. 속담이 한 공동체 사회의 가치, 믿음과 같은 정신 문화적 요소를 반영하나 다문화 배경 학습자에게 속담이나 전래동화라는 내용이 ‘문화’를 체험하는 올바른 대상인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다문화 배경 가정이 경제적으로 취약계층에 속하고,8) 아이들을 양육하는 엄마의 한국어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일상적 어휘보다 속담이나 전래동화의 어휘가 학습자에게 노출되는 빈도가 낮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속담을 한국어 문화 영역으로 삼는 것은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 학년과 연계된 문제를 들 수 있다. 비유적 언어와 표현으로 이루어진 속담은 국어 교과서에서도 저학년보다

6) 교육부, 「한국어 교육과정 개정안」. 2012, 3쪽.

7) 재외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은 유럽공통참조기준(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s: Learning, Teaching, Assessment)의 외국어 교육과정 개발 틀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능동적 사회 행위자를 위해 한국어 교육과정은 ‘한국어 다중언어 능력과 다중문화 능력’을 체득하여 다름(otherness)을 수용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competence)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의미이다. 53∼54쪽 <표 10>에서 제시하는 문화적 레퍼토리는 세계시민의 역량을 갖추기 위한 보편적 예절 내용과 일치한다. 따라서 역량과 다른 용어인 능력이라는 어휘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역량의 개념과 유사한 의미로 ‘능력’이라는 어휘가 사용되었다고 하겠다. 교육부. 「해외 현지 초중등학교 한국어 교육과정」, 재외교육기관포탈(http://okep.moe.go.kr/root/index.do), 2021, 15쪽.

8) 오소정에 의하면 비슷한 경제 상황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와 한국 가정 자녀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즉, 한국어 능력 부족 문제는 단지 다문화라는 배경적 차이보다는 경제적 차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오소정, 「학령기 다문화가정 아동의 속담 이해 능력 친숙도와 비유정도를 중심으로」, 『특수교육』 11권 2호,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연구소, 2021, 159쪽; Lee, S. J., Jahng, K. E. & Kim, K., Light and shade of multicultural education in South Korea, journal for multicultural education, Vol. 14 (2), Emerald Publishing Limited, 2020, p. 157.

는 고학년에 집중적으로 다루는 항목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표준한국어 1』에서 속담을 문화 항목으로 다루는 것은 학생의 인지능력을 고려할 때 적합하지 않은 교재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속담은 언어 기능적 측면에서 듣기나 읽기보다는 쓰기나 말하기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전략’이다. 즉,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뒷받침하려는 의도에서 ‘속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단순한 문맥이나 어휘 이해보다는 상황의 이해와 응용이라는 초인지 작용이 많이 요구되는 영역이기에 기초적인 국어 실력을 기반으로 언어를 활용하는 말하기나 쓰기와 연관된 기능영역에 적합하다. 따라서 기초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학습자에게 속담은 ‘문화 체험’이라는 측면보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또 다른 학습 내용으로 자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전래동화’를 살펴보자. 문학을 다문화 체험 대상으로 설정할 때 문학을 통해서 다른 문화와 한국문화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 차이가 우열이 아닌 ‘다름’이라는 이해를 통해서 확장하고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키우는 것이 다문화의 학습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표준한국어 1·2』 (2013)에 제시된 <개구리 왕자>나 <미운 오리 새끼>는 서구권에 뿌리를 둔 동화라는 점에서 ‘다문화 교육 목적에 적합한 내용인가’라는 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특히 『표준한국어』를 학습하는 대부분 학습자가 서구권이라기보다는 동남아권이라는 점에서 학습자와 연계된 다문화 교육 내용이라고 하기에 한계가 있다. 또한 한국 전래동화인 <호랑이와 곶감>, <재주 많은 삼 형제>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다문화 체험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 이에 관해 다음 장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 『표준한국어』 의 문화 항목 분석

본 장에서는 구체적으로 교재의 문화 항목 구성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표준한국어 2』 문화 내용은 다음 <표 1>의 내용과 같다.9) <표 1>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표준한국어』2 (2013) 문화 항목은 무례한 행동(예절), 속담, 한국 전래동화, 서양 전래동화 4가지를 개별 단원으로 다룬다. 특히 학습자 학습 욕구를 자극하고, 학습자가 초등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한국 전래동화와 서양 전래동화를 만화 형식으로 제작하였다.

<표 1> 『표준한국어』(2013) 문화 항목

표준한국어(2013)

권 과 생활 한국어 학습 한국어

9) 본 고에서는 지면 관계상 『표준한국어 2』(2013)와 『표준한국어 1』 (2019)만을 제시하기로 한다.

2권

1-4

1. 전화 예절

4. 식사 예절

문화 1. 세계 여러 나라의 동작 언어 ·나라별 무례한 행동

5-8

문화 2. 속담

9-12

10. 집안일 돕기

12. 명절

문화 3. 동화-개구리 왕자

13-16

14. 사과하기

15. 전래동화(백설공주)

16. 인물

문화 4. 전래동화-재주 많은 삼 형제

17-18

속담과 전래동화는 한국어교육 현장에서 ‘어휘’와 ‘문법 유형’ 학습에 활용되었다. 다른 자료에 비해 저작권에서 자유롭고, ‘한국’이라는 독자성이 반영된 자료라는 점에서 ‘문화 항목’으로 어휘나 문법 난이도에 따라 문화교육내용으로 설정되었다. 그러나 <미운 오래 새끼>와 <개구리 왕자>라는 서구 기반의 전래동화를 문화 항목으로 구성한 이면에는 ‘한국 : 외국’이라는 이분법적 이데올로기가 존재한다. 특히 전래동화의 서사구조가 광포 설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재주 많은 삼 형제> 혹은 <호랑이와 곶감>과 같은 동화가 한국에 뿌리를 둔 독자적인 한국문학 작품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할 수도 있다. 특히 <재주 많은 삼 형제>와 같은 전래동화의 단형 서사는 비범한 인물이라는 신화적 인물과 ‘정의 구현’이라는 보편적 주제가 결합한 동화이기 때문이다.10) 따라서 유사한 서사구조 동화를 ‘전통’이라는 폐쇄적 담론의 문화교육론적 시각은 한국문화의 우월성으로 학습자에게 각인될 수 있다.11)

두 번째로 전래동화는 현대동화와 달리 부가적 지식을 요구한다. 예를 들면, <호랑이와 곶감> 동화의 경우 ‘곶감’의 식감이 ‘호랑이’의 속성인 ‘공포(무서움)’로 연결될 수 있는 환유적 의미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먼저 곶감이라는 음식이 언제나 맛볼 수 있는 보편적이고 현대적인 음식이 아니고, 곶감이 입맛에 따라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 ‘삼형제 모티브’는 <아기 돼지 삼형제>부터 <허씨 삼형제 이야기>, 『금고기관(今古奇觀)』에 수록된 <삼효렴양산립고명(三孝廉讓産立高名)>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광포 설화적 모티브이므로 이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11) 잭 자이프스는 ‘동화’가 당대 사회 지배 계급 가치관인 ‘지배 담론의 상징적 체계’라고 주장하였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민담, 구전 설화 등은 동화라는 장르를 통해 지배계층의 가치관을 가르치는 유용한 방법론으로 재수록 되었으며, 그 지배 담론은 동화를 읽는 어린이에게 자연스럽게 내재화되어 규율로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다음을 참조한다. 잭 자이프스, 김정아 역. 『동화의 정체』, 문학동네, 2008.

‘호랑이=무서움’이 ‘곶감=맛있음’에 의해 전복될 수 있다는 가치 체계가 보편적인 정서라 할 수 없다. 이처럼 전래동화는 다문화 배경 학습자에게는 배경지식 부족으로 독해의 한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12)

또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표준한국어』를 교재로 사용하는 많은 학령기 학생들이 ‘서구권’이 아닌 ‘동남아권’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서구’라는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학습자는 자신을 제3의 존재로 인식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그들을 다른 소외감에 몰아넣는 한 동인이 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적 다문화 접근은 앞에서 언급한 전래동화 외에도 『표준한국어』 체재 상에도 발견된다. 김지현에 의하면13) ‘비다문화 학생:다문화 학생=우등:열등’의 대립 구도 속에 설정하여 비다문화 학생이 열등한 다문화 학생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기제가『표준한국어 (2013)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다문화로 진행되는 한국 사회 현주소를 확인하고, 보편적 세계시민을 추구하는 문화 항목이 요구되는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다. 『표준한국어』2 (2013)에는 개별적 문화 항목 외에도 문화적 내용을 주제로 다루는 단원이 있는데 4과 “어른보다 먼저 먹으면 안 돼요”라는 단원과 12과 “설날에는 세배를 해요”라는 단원이다. 언급한 대로, 다문화 교육은 기능적 요소보다는 주제적 접근이 필요한 대상이므로14) 다문화 교육은 보편적인 자질과 다양함을 수용하고 존중할 수 있는 기초 교양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초등학생이라는 학령기의 학

년별 수준에 맞는 다문화 내용을 선별해야 할 필요가 있고, 다문화 내용은 기초적인 ‘다양성 존중’을 확립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기초적인 ‘문화 이해 역량’을 키우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이 언급한 두 단원이다. 이 두 과에서 다루고 있는 ‘높임말’이나 ‘명절’과 같은 주제는 학습자의 ‘현실성’을 고려한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와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특히 초등학생 학습자가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확장해서 활용해야 하는 존칭의 문제나 높임말과 같은 보편적인 ‘생활 예절’은 다문화 배경 학생뿐 아니라 국어를 모어로 쓰는 한국 학생에게도 필요한 ‘기초적 교양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성을 고려한 한국 전통문화 교육은 ‘문화 이해 역량’이나 세계시민으로서의 교양 문화적 가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표 2>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2015년 교육과정을 반영한 『표준한국어』(2019) 교육과정의 문화 내용은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 번째로는 문화를 개별 항목으로 분류하여 독립 단원으로 다루지 않고 단원마다 보편적 예절이자 교양으로 문화를 다룬다. 두 번째로는 저학년 문화 항목과 고학년 문화 항목이 중첩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교육과정에서 문화를 개별 문화가 아닌 세계시민으로서의 기초 역량을 키우기 위한 보편적 문화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초등학생

12) 송현정, 「초등학교 국어 수업에서의 다문화 관련 요인에 대한 연구」, 『한국초등국어교육』 44호,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 2010, 99쪽.

13) 김지현. 「『표준한국어』에 나타난 다문화 이데올로기」, 『횡단인문학』 7호, 숙명인문학연구소, 2021, 151쪽.

14) 이윤정, 「국어교육: 초등 국어 교과서에 나타난 다문화 교육적 요소 분석과 방향 연구-미국 교과서와의 비교를 바탕으로」, 『새국어교육』 85호, 한국국어교육학회, 2010.

이 다양한 문화를 포용력을 갖고 체험하도록 하여 그러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초적인 자세를 체득하여 경제, 정치, 문화 등에서 발견되는 불평등과 편견을 극복하려는 자세와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초 역량 증진을 문화교육 목적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표 2>에서 제시하고 있듯이 세계시민으로서의 보편적 교양과 예절을 다루는 항목이 한국적 문화를 다루는 내용보다 많이 할애된 것은 이러한 ‘역량 중심’의 문화 교육 설계가 반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15)

고학년 『표준한국어 1』 (2019)에서 다루고 있는 문화 항목은 인사표현, 인사 예절(1과), 두 손으로 물건 받기(2과), 복도에서 주의할 일(3과), 교통 표지판 이용하기(4과), 한국의 전통놀이(5과), 수업 예절(6과), 박물관 관람 예절(7과), 급식 예절(8과)이며 각 과의 주제를 확장한 문화를 문화 내용으로 구성했다. 또한 문화 항목이 저학년 『표준한국어 1』 (2019)와 공통된 내용이기도 하다. 결국 이것은 문화 항목이 다문화 출신 학습자에 대한 배려나 편견 해소라는 소극적 다문화 접근이 아닌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초 자질을 학습자가 확보하여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를 ‘다양성의 포용과 이해’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역량 확충에 다문화 내용이나 수업 설계의 원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2021년 국립국어원에서 제시한 한국어 표준교육과정은16) 『표준한국어』(2019)에 설계된 교육목표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결국 역량(competency)을 기반한 의미에서 문화 역시 문화적 문해력을 가능케 하는 토대로서 ‘보편적 예절,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교육’으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표 2> 『표준한국어』(2019) 문화 항목

표준한국어(2019)

권 과 주제

문화

내용 한국 세계

고학년

의사소통 1

예비 한글 O

1 나 인사 예절 O

2 내 물건 두 손으로 물건 받기 O

3 우리 학교 복도에서 주의할 일 O

4 우리 동네 교통 표지판 이용하기 O

5 학교생활 한국의 전통 놀이 O

15) 저학년 의사소통의 문화 내용인 “두 손으로 물건 받기”와 “가족 예절”은 세계시민으로서의 문화 내용이라고도 할수 있으나 ‘존댓말’이라는 학습 내용의 확장이라는 의미에서 한국적 문화 내용이라고 판단하였다. 한국적 내용과 세계시민적 내용은 편의상 구분을 위한 것이므로 두 분야에 다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지적해 두기로 한다.

16)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어표준과정」. 2021.

(www.mcst.go.kr/kor/s_notice/notice/noticeView.jsp?pFlagJob=N&pSeq=15573, 2021.11.26. 접속)

6 하루 일과 수업 예절 O

7 놀이와 운동 박물관 관람 예절 O

8 바른 생활 급식 예절 O

고학년

의사소통 2

1 친구 인사 예절 O

2 가족과 친척 가족 예절 O

3 학교 수업 (한국 전통) 악기 O

4 계절과 날씨 물놀이 안전 수칙 O

5 방학 한국 명승지 O

6 음식과 맛

세계 여러 나라의

특별한 날 먹는 음식

O

7 물건 사기 한국의 전통 시장 O

8 예절

세계 여러 나라의 식사

예절

O

III. 결론

교육과정이란 교육 내용 순서나 내용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공공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총체적 행위와 그와 관련된 법적 체제를 고려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초․ 중등교육법 제23조 제 1항에 의거한 2015년 9월 개정 교육과정은 한국어교육이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하고 동시에 한국어를 모어로 삼는 국어 교과서, 재외 교육기관의 한국어 교육과정과의 연계도 고려해야 함을 요청했다. 또한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시기적으로 기초 학습역량과 기초 시민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학령기이므로 학생에게 학습 능력뿐 아니라 세계시민으로서의 기초적 역량이 자리 잡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역량’ 확충이라는 문화교육 방향성이 역량을 기반한 미래 지향적, 지속 발전적 학습 과정으로 『표준한국어』(2019) 문화 내용의 변화로 이어졌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표준한국어』(2013)은 초등학교 학습자의 학습 능력 향상과 한국어 숙달도를 성취하고자 생활 한국어와 학습 한국어로 교재를 구성하고, 문화라는 개별 단원을 통해 ‘전통’, ‘속담’, ‘전래동화’ 등을 문화 내용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문화가 언어 숙달도 향상을 위한 기능적 측면에서 학습되고 다문화 학습자 변인을 반영하는 소극적 문화교육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즉, 한국 사회 가치관 교육이었던 속담과 전래동화는 ‘한국: 외국’이라는 이데올로기적 구조 속에서 다문화로 진행되는 한국 사회 ‘다양성’의 올바른 교육 내용으로 기초적 자질을 함양하는데 부족했다.

사회구조 변화에 발맞추어 교육 분야에서도 사회변화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목표와 실천

을 강제했고 그 결과 역량기반의 교육목표가 2015년 설정되었으며, 『표준한국어』(2019)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교재다. 『표준한국어』(2019) 문화 내용은 전통이나 전래동화 등 지협적이고 폐쇄적 문화 담론에서 벗어나 ‘세계시민’이라는 광의의 문화 개념과 주제 중심적 확장된 문화인 예절, 규율 등을 초등학생 생활권인 학교, 공동체 공간의 맥락으로 확장하여 다양성을 수용하고 다문화 역량으로 내재화할 수 있는 문화 내용으로 구조화되었다. 『표준한국어』(2019) 문화 내용은 두 가지 교육 과정적 특징을 갖는다. 첫 번째로 단원 주제와 연관된 보편적 문화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문화 항목은 ‘단원 주제의 확장’이다. 이것은 『표준한국어』(2013) 문화가 단원 주제와 유리되었던 것과 달리 단원 주제와 연계된 문화 내용을 구성한 것은 학습자의 현실성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두 번째로 문화 개념은 한국 전통과 같은 개별 문화가 아닌 ‘세계시민의 교양(보편적 예절)’으로 확장되었다. 언어란 특정 문화를 기반으로 개별 언어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산물이므로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부가적인 지식이 필요한 ‘속담’이나 ‘전래동화’보다는 다문화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문화 이해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속담과 같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문

화교육에서 탈피하여 공동체 생활 규범이나 일상 예절과 같은 광의의 문화 내용을 설계한 것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초등교육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성을 한국어교육이 확보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교육 체계 변화를 강제했던 2015년 개정 교육과정과 국어 과목과의 연계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학습 능력이나 공동체 가치관의 기본을 형성하는 초등학교 학령기 학생의 역량 확충과 세계시민으로서의 기초적 자질 확충이라는 시각에서 일반 생활 예절을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의 공통 문화 내용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사회구조 변화가 교육을 평생교육으로의 전환과 지역 사회와의 연계로 그 범위와 의미 변화를 요구한 것처럼 문화교육도 역동적 사회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저력이자 전략인 ‘문화역량’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교육과정과 국어교과목과의 연계를 통해 ‘세계시민 역량 확충’이라는 목표를 향해 국내의『표준한국어』학습자와 해외 학습자를 대상으로 차별화되는 문화내용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며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국립국어원, 『표준한국어 1·2』 , 하우, 2013.

국립국어원, 『표준한국어 1·2』 , 마리북스, 2019.

김지현,「『표준한국어』에 나타난 다문화 이데올로기」, 『횡단인문학』 7호, 숙명인문학연구소, 2021, 139-159쪽.

송현정, 「초등학교 국어 수업에서의 다문화 관련 요인에 대한 연구」, 『한국초등국어교육』 44호,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 2010, 73-105쪽.

오소정, 「학령기 다문화가정 아동의 속담 이해 능력 친숙도와 비유정도를 중심으로」, 『특수교육』 11권 2호,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연구소, 2021, 145-164쪽.

이수경, 「‘코로나(COVID-19)’를 소재로 한 PBL 글쓰기 수업 모델 연구」, 『핵심역량교육연구』 6권 2호, 핵심역량교육학회, 2021, 93-121쪽.

이윤정, 「국어교육: 초등 국어 교과서에 나타난 다문화 교육적 요소 분석과 방향 연구-미국교과서와의 비교를 바탕으로」, 『새국어교육』 85호, 한국국어교육학회, 2010, 213-245쪽.

잭 자이프스, 김정아 역, 『동화의 정체』, 문학동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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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학당

(https://www.ksif.or.kr/ste/ksf/hkd/lochkd.do?menuNo=20101800, 2022. 1. 5. 인출)

토론문

토론자 : 이용욱(전주대학교)

1. 서론 부분에 서술돼 있는 2015년 교육과정 개편의 목표가 정확히 무엇인지? “2015년 교육과정 개정은 지식 기반 사회로의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실천이라 할 수 있는데 평균 수명 연장과 다문화로 진행되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인 동시에 다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한국어 학습 목표를 기능 중심에서 ‘주제 중심’으로 변화한 것이다.” “특히 2015년 ‘역량’ 중심으로 교육목표가 전환되었고 교육과정에서 역량성취를 위한 실천이 요구되었다”

2. 연구 목적이 확인하는 것에 머문 것인지 아니면 더 확장된 논의가 있는데 미처 기술하지 못한것인지? “본 연구에서는 2012년 ‘한국어교육 과정’에 토대를 둔 『표준한국어』(2013)와

2015년 교육과정 개정과 2017년 한국어교육 과정 개정이 반영된 『표준한국어』(2019)를 비교하여 ‘의사소통역량 확충’을 성취하기 위한 문화교육목표가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 확충’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기로 한다.”

3. 결론에서 제기하신 차별화된 문화 내용 연구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교육과정과 국어교과목과의 연계를 통해 ‘세계시민 역량 확충’이라는 목표를 향해 국내의『표준한국어』학습자와 해외 학습자를 대상으로 차별화되는 문화 내용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며 글을 마친다.”

4. ‘전통’, ‘속담’, ‘전래동화’ 등을 문화 내용으로 다루는 것이 소극적 문화교육이라고 지적하면서 『표준한국어』(2019) 개정판이 지협적이고 폐쇄적 문화 담론에서 벗어나 ‘세계시민’이라는 광의의문화 개념과 주제 중심적 확장된 문화인 예절, 규율 등을 초등학생 생활권인 학교, 공동체 공간의 맥락으로 확장하여 다양성을 수용하고 다문화 역량으로 내재화할 수 있도록 문화 내용으로 구조화하였다고 하셨는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모든 민족 문화권의 ‘전통’, ‘속담’, ‘전래동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비교 교육은 타문화를 이해하는 세계시민의 기초 소양으로 볼 수는 없는가?

학문후속세대 발표

스포츠 중계의 엔터테인먼트화에 관한 연구

: 민속씨름 중계와 <씨름의 희열>을 중심으로

조미술1)·김정우2)

국문초록

스포츠 선수의 예능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진출이 활발해졌다. 스포츠 선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부분 게스트로 초청되거나,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다른 스포츠 종목으로 경기하며 흥밋거리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최근 스포츠 선수가 자신의 전문 종목으로 경기하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도 증가하였다.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출연진은 스포츠 선수 중심인가, 연예인 중심인가. 둘째, 출연진이 현역 선수 또는 은퇴 선수의 단일형인가, 현역 선수와 은퇴 선수의 혼합형인가. 셋째, 스포츠 선수가 자신의 분야의 스포츠로 경기

하는가, 다른 종목의 스포츠로 경기하는가.

최근 현역 선수가 자신의 종목에서 경기하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하였는데, 바로 KBS2 <씨름의 희열>이다. 이 방송 프로그램은 스포츠 중계와 근접한 형태를 지닌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다. <씨름의 희열>은 씨름 중계의 주 시청 대상을 중장년층 남성에서 젊은 여성층으로 확대하였으며, 씨름 중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씨름의 희열>에 대한 필요성을 보여준다.

본 논고는 민속씨름 중계 형태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중계 형태를 지닌 예능 프로그램의 예능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본 논고는 민속씨름 중계와 <씨름의 희열>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제작 요소인 구성적 요소와 기술적 요소를 살펴본다. 또한, <씨름의 희열>의 예능적 요소는 제작의 구성적 요소와 기술적 요소를 대입하여 분석한다.

주제어: 스포츠, 스포츠 중계, 씨름, 씨름의 희열, 예능 프로그램

1)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misurimail@naver.com (주저자)

2)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kkk1223@korea.ac.kr (교신저자)

Ⅰ. 서론

최근 한국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는 스포츠 선수의 출연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인지도를 쌓은 스포츠 선수들이 예능에 진출하여 다양한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 등 소극적인 출연이 많았지만, 점점 스포츠 선수들의 비중이 커진 예능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씨름의 희열>이다. <씨름의 희열>은 예능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여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방송국이 정식으로 상금을 걸고 현역 씨름 선수들을 참여시킨 대회를 중계하는 형식이라는 면에서 기존의 예능들과 차별점을 갖고 있다. 특히, 기존의 민속씨름대회 중계와는 전혀 다른 접근을 통해 더욱 큰 박진감과 감동적인 스토리가 개입된 중계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전혀 새로운 패턴의 예능이라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중장년층 남성이 주 시청 대상이었던 씨름 중계를 젊은 여성층도 열광하는 프로그램으로 변화시켰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관성적으로 답습되어 오던 민속씨름 중계와 박진감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변모시킨 <씨름의 희열>을 비교함으로써 스포츠 중계의 엔터테인먼트화에서 적용할 수 있는 요인들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2022년 설날장사 씨름대회>와 <씨름의 희열>을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하였다.

Ⅱ.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의 현황과 제작 요소

1. 한국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의 발전1)

한국 최초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은 1972년, MBC의 <전국 팔씨름 대회>로 추정된다. 이후 1970년대부터 1990년, 연예인이 운동을 소재로 만들어진 게임에 참여하는 형태의 MBC <명랑운동회> (1976~1980)가 등장하였다. 2000년에는 SBS <이휘재의 스포츠 대탐험> (2000)처럼 특정 스포츠 종목에 대한 연예인의 도전기를 보여주는 형태가 제작되기도 하였다. 이후, KBS2 <해피선데이- 날아라 슛돌이 1기> (2005~2006), MBC 스포츠 플러스 <날려라!홈런왕> (2010) 등 스포츠 꿈나무의 성장기를 담은 프로그램이 출현하였다.

2010년 이후, 스포츠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연예인으로 구성된 팀의 지도자로 출연하기도 하고,2) 자신의 주 종목이 아닌 전혀 다른 종목의 스포츠를 함으로써 뜻밖의 모습을 보이기도3) 하였다. 주로 은퇴한 선수들이 예능 프

1) 한국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의 발전과정을 파악하기 위해서 강태영·윤태진(2002), 『한국일보』의 「TV 마당」, 『대구일보』의 「TV프로그램」, 포털 사이트 『다음』의 「테마 프로그램」등을 참조하였다.

2) KBS2 <우리동네 예체능>,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로그램에 출연하였지만, 최근에는 은퇴한 선수와 현역 선수가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4), 현역 선수들로만 이루어진 프로그램 등도 늘어가고 있다. 어쨌든 선수들의 주 종목이 강조되기 보다는 게임, 토크 등 주 종목과는 다른 아이템을 통해 재미를 만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스포츠 선수들이 자신의 주 종목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다수 출현하였다. 이들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형식으로 나뉜다. 첫 번째로 은퇴한 선수와 현역 선수의 대결 구도를 보여주는 MBC의 <국대는 국대다>와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두 번째로는 은퇴 선수들만이 등장하여 경기를 하는 MBN의 <빽 투더 그라운드>와 같은 프로그램도 있으며, 세 번째는 KBS2의 <씨름의 희열>과 같이 현역 선수의 대결 구도를 담은 프로그램도 있다.

2. TV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요소

프로그램의 제작 요소는 크게 구성적인 요소와 기술적인 요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구성적인 요소는 대본, 출연진, 편집 등 프로그램의 내용과 관련된 것들이며, 기술적인 요소는 조명, 카메라, 음향, 세트 등 프로그램의 외형과 관련된 것들이다.

3. <씨름의 희열> 프로그램의 개요

<씨름의 희열>은 KBS2에서 방영된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으로, 2019.11.30~2020.02.22의 기간 동안 총 12회 방영되었다.5) 경기장의 규격, 경기 방식, 경기의 진행, 승패 판정 기준 등은 대한씨름협회의 규정을 따랐으나, 출전선수와 경기의 방식에서 민속씨름과는 차이가 있다. 민속씨름에서는 몸무게에 따라 백두, 한라, 금강, 태백 등 4개 체급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그러나 <씨름의 희열>에서는 중량급인 백두와 한라 선수들을 제외하고, 경량급인 금강과 태백의 선수들만을 참가시켰다. 중량급은 주로 힘 위주로 경기를 하는 반면에 경량급은 순발력과 기술 위주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씨름의 흥미를 높여줄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의 방식도 민속씨름과는 차이를 보인다. 민속씨름은 토너먼트 형식을 적용하고 있으나, <씨름의 희열>에서는 이보다 복잡한 경기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각기 다른 주제로 구성된 네 개의 라운드, 풀 리그 전 및 패자부활전 도입 등으로 대한씨름협회의 경기 규정과 차별성을 지닌다. 다른 주제를 지닌 네 개의 라운드는 같은 체급끼리 1대1로 대결하는 1라운드 체급별 라이벌전, 태백급과 금강급의 대결인 2라운드 체급 대항전, 4인으로 구성된 각 조

3) JTBC <뭉쳐야 쏜다>,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

4) E채널 <노는 언니>, JTBC <뭉쳐야 찬다>

5) [KBS 씨름의 희열 다시보기],

https://program.kbs.co.kr/2tv/enter/kwrestling/pc/list.html?smenu=c2cc5a&scroll_top=0&prev_page=3&search_year=year&search_month=month, (검색일자: 04월 29일)

의 풀리그로 진행되는 3라운드 조별리그전, 4라운드인 8강 진출자 결정전으로 설계된다.

1라운드와 2라운드는 탈락자 없이 진행된다. 2라운드는 각 태백급 선수가 원하는 금강급 선수를 지목하여 총 8경기의 대진과 순서를 결정한다. 3라운드는 각 선수의 조 추첨을 통해 조 구성을 이룬다. 현장에서 경기의 중계를 담당하는 진행자는 스포츠 중계는 물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맡고 있는 김성주이며, 해설자는 초대 천하장사 출신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한 이만기이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비공식 해설위원의 존재이다. 이미 경연 프로그램에서 김성주와 손발을 맞춘 바 있는 붐이 비공식 해설위원으로 출연함으로써 감초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Ⅲ. 민속씨름 중계와 <씨름의 희열>의 비교

1. 구성적 요소

1) 중계진

민속씨름 중계는 씨름의 경기의 과정과 결과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방송의 구성은 그 목적에 충실하도록 설계된다. 민속씨름 중계는 진행자와 해설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진행자는 경기의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해설자는 선수 소개, 기술 해설 등을 담당한다.

하지만 <씨름의 희열>의 경우에는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 경험이 많은 진행자와 해설자, 그리고 비공식 해설자가 등장한다. 예능 출연 경험이 거의 없는 민속씨름 중계진은 진지하게 경기의 전달에만 충실하지만, <씨름의 희열>의 중계진, 특히 비공식 해설위원은 재치있는 말솜씨를 보여주면서 예능과 같은 재미를 부여하였다.

2) 시퀀스 구성

민속씨름 중계는 철저하게 시간의 흐름 대로 시퀀스를 구성하고 있다. 선수 입장부터 경기 장면, 선수 퇴장, 그리고 시상식 등 대회의 전 과정을 중단 없이 시간 순으로 담아 전달한다. 하지만 <씨름의 희열>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퀀스를 중심으로 하되, 중간에 별도 촬영된 인터뷰, 각종 보충 영상 등을 개입시킴으로써 민속씨름 중계의 단조로운 시퀀스로부터 탈피하고자 하였다. 특히 인터뷰나 보충 영상 등은 씨름 경기라는 하나의 스토리에 선수들 개인의 스토리가 더해짐으로써 내용적으로 풍부해지는 결과를 이끌어내었다.

3) 경기의 방식

앞서 서술한 것처럼, 민속씨름과 <씨름의 희열>은 경기의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민속씨름

은 토너먼트 방식을 적용하고 있지만, <씨름의 희열>은 이보다는 복잡한 경기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더 많은 경기와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진행 과정에서의 변수가 더 많아짐으로써 프로그램의 재미를 강화하였다.

2. 기술적 요소

1) 카메라

민속씨름 중계와 <씨름의 희열>은 카메라의 숏으로 상황을 구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카메라 활용의 차이점을 지닌다. 민속씨름 중계의 카메라는 약 8대인 반면에 <씨름의 희열>의 카메라는 약 15대이며, 360VR 카메라와 초고속 촬영 기술을 접목한다. <씨름의 희열>은 촬영 기술, 민속씨름보다 많은 수의 카메라로 모래판 위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2) 조명

민속씨름 중계의 조명 설계는 <씨름의 희열>에 비해 단순하다. 조명은 모래판을 밝히는 용도의 조명과 약 16개의 효과용 조명으로 구성된다. 민속씨름 중계는 청색과 홍색의 색상을 효과용 조명으로 하며, 두 개의 선수 입장용 입구 사이에 이 효과용 조명을 일렬로 설치한다.

<씨름의 희열>의 조명 색상과 배치는 민속씨름 중계보다 다양하다. 조명의 색상은 백색, 청색, 홍색, 황색 등으로 이루어진다. 청색, 홍색의 조명은 민속씨름 중계와 다르게 경기장(스튜디오)의 상단에 배치된다. 또한, 색 조명은 선수 입장용 입구 주변 외에도 선수 대기석, 백스크린, 주변 등에 위치한다. 조명은 시청자에게 시각적 화려함을 제공한다.

3) 백스크린

민속씨름 중계는 한 개의 백스크린을 효과용으로 우측에 배치한다. 그러나 <씨름의 희열>은 세 개로, 민속씨름 중계보다 더 많은 백스크린을 설치한다. <씨름의 희열>은 좌측·우측·중앙의 백스크린 설치로 경기의 흐름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4) LED 무대 디자인

<씨름의 희열>은 민속씨름 중계에 없는 LED 무대 디자인으로 시각적 효과를 더욱 부각한다. LED 무대 디자인은 선수 입장용 입구, 선수들의 대기석, 백스크린의 주변 등에 설치된다. 주로 청색과 홍색이 LED 무대 디자인에 활용된다. LED 무대 디자인의 색상은 색 조명의 색상 변화에 따라 조명과 같은 색상으로 변화한다. LED 무대 디자인의 활용은 시청자로 하여금 시각적 몰입을 유도하였다.

Ⅳ. <씨름의 희열>의 엔터테인먼트적 특징

1. 재미 요소 강화

<씨름의 희열>은 출연 선수 구성과 다양한 영상 삽입으로 재미를 강화하였다. <씨름의 희열>의 출연 선수는 경량급 선수로 구성된다. <씨름의 희열>의 선수진은 총 16명이다. 선수 선발기준은 2019년 <추석장사 씨름대회> 전의 2019년 성적으로 하였으며, 경량 체급인 태백과 금강의 각 상위권 선수, 대학부 최상위 선수로 구성한다. 경량급 선수는 이미 씨름계 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한 출연 선수는 이미 2019년 SNS를 통해 경량급 씨름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출연 선수의 구성은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씨름의 희열>은 영상으로 민속씨름 중계에서 볼 수 없는 선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재미를 더한다. 시청자는 영상에서 대기실 선수들의 경기 준비 모습, 경기 시작 전 선수들 간의 대화, 일상 속 반전 이미지 등을 접할 수 있다. 특히 특정 선수의 아빠로서의 모습을 다룬 영상은 모래판 위에서 보여지는 강인한 이미지에 반전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재미를 제공한다. 이 영상은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선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청자는 이 영상으로 해당 선수에 대한 아빠로서의 자상한 모습을 볼 수 있다.

2. 몰입 유도 장치 활용

1) 구성적인 요소

<씨름의 희열>의 선수 일상 영상과 인터뷰는 시각적·감정적으로 시청자의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기 위한 구성적인 장치이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선수의 건강한 신체를 강조한 영상으로 시각적인 몰입을 유도한다. 이와 관련한 영상 소스는 계체량 실시, 과거 타 씨름 경기의 출전, 훈련 등을 다룬다. 이 영상 소스들은 주로 선수의 상의를 노출하여 건강한 신체를 강조한다.

<씨름의 희열>은 선수의 일상 영상으로 스토리텔링 하여 시청자의 감정적인 감응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영상 소스는 ‘체급별 라이벌전’에서 ‘라이벌 구도’를 강조하기 위해 개인의 일상 모습을 영상으로 삽입한다. 특히 특정한 두 선수의 경기는 일상을 다룬 영상 삽입으로 친구이자 라이벌이라는 설정을 강조한다. 이 영상은 서로 장난하는 모습, 영상 통화하는 모습, 녹화장에 함께 들어서는 모습 등을 다루면서 두 선수의 친분을 보여준다. 이어 두 선수가 서로 대결한 역대 영상들이 조합된다. 두 선수의 친분을 다룬 영상과 역대 대결 영상의 조합은 ‘체급별 라이벌전’에서 펼칠 경기에 대해 ‘친구이자 라이벌’의 경기라는 점을 스토리텔링하였다.

인터뷰는 선수의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을 다루어 경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한 인터뷰

는 한 선수에게 씨름 시작의 계기를 질문한다. 해당 선수는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꿈 실현’을 언급한다. 이 인터뷰의 내용은 경기에 대한 선수의 절박한 감정을 경기로 이어지도록 유도하였다. 또한, 한 인터뷰는 판에서 패한 선수의 인터뷰로, 한 판의 경기 후에 삽입된다. 이 인터뷰는 경기 중에 느낀 선수의 감정을 다룬다, 이 인터뷰의 내용은 패한 선수의 감정과 긴장감을 다음 판으로 이어가는 역할을 하였다.

2) 기술적인 요소

<씨름의 희열>의 카메라 숏은 시청자를 몰입으로 이끌기 위한 기술적인 장치이다. 민속씨름 중계는 경기를 일정하게 풀 숏 중심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씨름의 희열>은 경기를 다양한 카메라 숏으로 표현한다. <씨름의 희열>의 경기는 대부분 풀 숏6)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클로즈업 숏7), 니 숏8), 줌인9), 줌아웃10) 등을 활용한다. 특히 한 경기를 살펴보면, 카메라 숏은 풀 숏으로 시작되고 이어 줌인, 니 숏, 줌아웃, 풀 숏의 순서로 진행된다. 선수의 공방은 다리 등의 타이트 숏으로 강조된다.

3. 예능적 요소 강화

1) 구성적인 요소

<씨름의 희열>은 비공식 해설위원 섭외와 선수의 캐릭터 설정, 인터뷰의 형식 등으로 씨름 경기를 예능적으로 구성한다. 비공식 해설위원은 멘트나 행동으로 예능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예를 들어, 비공식 해설위원은 경기 중 상대 선수의 샅바를 찢은 선수를 ‘샅찢남(샅바를 찢은 남자)’으로 표현한다. 또한, 그는 한 선수를 ‘씨름 로봇’으로 표현하거나 해당 선수를 향하여 로봇 흉내를 내면서 재미를 보여주었다.

<씨름의 희열>은 수식어로 각 선수의 캐릭터를 설정한다. 수식어는 표정 장인, 씨름의 황제, 씨름계의 BTS, 금강 트로이카 등이 있다. 선수의 캐릭터 설정은 선수를 상품화로 연결할 수 있다. 인터뷰 형식은 <씨름의 희열>의 예능적 요소를 강화한다. 한 경기는 관중의 참석으로 진행된다. 해당 경기의 인터뷰는 관중의 인터뷰, 선수의 인터뷰로 구성된다. 진행자는 관중에게 다가가 <씨름의 희열>에 대해 인터뷰하고, 스튜디오의 백스크린으로 대기실의 선수에게 인터뷰한다.

2) 기술적인 요소

6) 풀 숏은 피사체 전체를 범위로 한 숏이다.

7) 클로즈업은 피사체를 화면에 크게 설정한 장면으로 특정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다.

8) 니 숏은 사람의 머리부터 무릎을 범위로 하여 장면으로 한다.

9) 줌인은 카메라 렌즈 초점을 조절하여 피사체에게 다가가는 카메라 기법이다.

10) 줌아웃은 카메라 렌즈 초점을 조절하여 피사체로부터 멀어지도록 하는 카메라 기법이다.

백스크린, 조명 및 LED 무대 디자인은 기술적인 화려함으로 <씨름의 희열>에 예능적인 요소를 부여한다. <씨름의 희열>의 경기장 중앙에 배치된 백스크린은 주로 대결 상황을 강조한다. 이 백스크린은 대결 구도를 표현한 인물 이미지를 삽입하여 이 구도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경기장의 좌·우측에 설치된 백스크린은 각 대결 선수의 사진을 보여주어 대결 구도를 보여준다.

<씨름의 희열>의 조명 및 LED 무대 디자인은 색상의 표현으로 기술적인 장치를 예능화하였다. 조명 및 LED 무대 디자인의 색상 표현은 대부분 대결 구도 및 선수 안내를 위해 활용된다. 조명 및 LED 무대 디자인의 청색과 홍색은 각각 청샅바와 홍샅바를 의미한다. 조명 및 LED 무대 디자인의 효과는 선수의 경기장 입장, 각 판의 승자를 부각한다. 청색과 홍색은 선수 입장 시 입장하는 선수의 샅바 색으로 전환된다. 색상의 효과적인 상황 표현은 두 선수의 모래판 입장 전후에도 활용된다. 두 선수가 모래판의 양옆에서 입장을 준비하면, 파란색 스포트라이트가 심판을 강조하면서 판의 경기 시작을 알린다. 조명 및 LED 무대 디자인은 각 판의 승자 결정 시 승자의 샅바색으로 전면 전환되어 승자 강조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Ⅴ. 결론

<씨름의 희열>은 국내에서 중계와 가장 흡사한 형태로 제작된 첫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중계 형태의 씨름 경기에 예능적인 요소를 대입하여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대중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씨름의 희열>에 대한 댓글을 살펴본 결과, 일부 네티즌은 ‘시즌2 꼭 해주세요!!!’, ‘씨름이 이렇게 재미있는 스포츠인 줄 처음 알았네..’, ‘너무 멋진 기술들이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11)

이와 같은 대중의 반응을 형성한 <씨름의 희열>의 제작 요소는 시간적 시퀀스 재구성, <씨름의 희열>만의 경기 규정 설정, 비공식 해설위원의 등장,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력의 진행자 구성 등의 특징을 지녔다. 또한, <씨름의 희열>은 경기장(스튜디오)에 백색, 청색, 홍색, 황색 등의 조명과 LED 무대 디자인, 백스크린, 카메라 숏 등에서 기술적인 요소를 보여주었다. <씨름의 희열>의 엔터테인먼트적 특징은 재미 요소 강화, 몰입 유도 장치 활용, 예능적 요소 강화 등이다. 이 프로그램의 각 엔터테인먼트적 특징은 프로그램 제작 요소를 통해 살펴보았다. 재미 요소 강화는 선수 선발 차별화와 규정 변화, 조명과 LED 무대 디자인 등으로 이루어졌다. <씨름의 희열>의 몰입 유도 장치는 시간적 시퀀스 재구성, 스토리텔링, 카메라의 숏 등이다. 예능적 요소의 강화는 비공식 해설위원 섭외, 선수의 캐릭터 설정, 조명, LED 무대 디자인, 백스크린을 통해 형성하였다.

11) [★심장 쫄깃한 빅매치의 향연★금강급 웅장함 보고가쉴~?],

https://www.youtube.com/watch?v=8o47PBmFGJ8, (검색일자: 2022년 04월 27일)

<씨름의 희열>의 엔터테인먼트적 특징은 중계형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의 방정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씨름의 희열>의 시간적 시퀀스 재구성, 스토리텔링, 선수 및 진행자 구성, 조명·LED 무대 디자인·백스크린·카메라 숏 등의 요소가 다양한 비인기 종목의 스포츠에 대입된다면, 시청자에게 새롭고 지속적인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을 창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 중계의 경우는 <씨름의 희열>의 엔터테인먼트적 특징을 모두 접목할 수 없다. 조명은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씨름의 희열>의 화려한 설계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현장에 있는 관중의 관람에 불편함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스포츠 중계는 <씨름의 희열>의 일부 엔터테인먼트적 특징을 접목하여 엔터테인먼트화 될 수 있다. 스포츠 중계는 경기방식의 변화, 다양한 카메라 움직임과 숏의 활용, 현장 인터뷰 도입으로 경기를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기초 자료

강태영·윤태진(2002), 『한국 TV 예능 오락 프로그램의 변천과 발전(한국문화진흥총서 43)』, 한울아카데미, 2002.

다음,「테마 프로그램」,

https://search.daum.net/search?nil_suggest=btn&w=tot&DA=SBC&q=%EC%8A%A4%ED%8F%AC%EC%B8%A0+%EC%98%88%EB%8A%A5%ED%94%84%EB%A1%9C%EA%B7%B8%EB%9E%A8(검색일자: 2022년 04월 03일)

「TV 마당」,『한국일보』, 2001년 01월 01일-2011년 12월 31일.

「TV프로그램」,『대구일보』, 2012년 01월 01일-2021년 12월 31일.

KBS2, 「씨름의 희열」 1회, (방송일자: 2019년 11월 30일)

「씨름의 희열」 2회, (방송일자: 2019년 12월 07일)

「씨름의 희열」 3회, (방송일자: 2019년 12월 14일)

「씨름의 희열」 4회, (방송일자: 2019년 12월 28일)

「씨름의 희열」 5회, (방송일자: 2020년 01월 04일)

「씨름의 희열」 6회, (방송일자: 2020년 01월 11일)

「씨름의 희열」 7회, (방송일자: 2020년 01월 18일

「씨름의 희열」 8회, (방송일자: 2020년 01월 25일)

「씨름의 희열」 9회, (방송일자: 2020년 02월 01일)

「씨름의 희열」 10회, (방송일자: 2020년 02월 08일)

「씨름의 희열」 11회, (방송일자: 2020년 02월 15일)

「씨름의 희열」 12회, (방송일자: 2020년 02월 22일)

KBS1, 「2022 설날장사 씨름대회 금강장사 결정전」, (방송일자: 2022년 01월 30일)

「2022 설날장사 씨름대회 백두장사 결정전」, (방송일자: 2022년 02월 01일

「2022 설날장사 씨름대회 태백장사 결정전」, (방송일자: 2022년 01월 29일)

「2022 설날장사 씨름대회 한라장사 결정전」, (방송일자: 2022년 01월 31일)

∙ 기타자료

[KBS 씨름의 희열 다시보기],

https://program.kbs.co.kr/2tv/enter/kwrestling/pc/list.html?smenu=c2cc5a&scroll_top=0&prev_page=3&search_year=year&search_month=month, (검색일자: 04월 29일)

[★심장 쫄깃한 빅매치의 향연★금강급 웅장함 보고가쉴~?],

https://www.youtube.com/watch?v=8o47PBmFGJ8, (검색일자: 2022년 04월 27일)

토론문

토론자 : 노창현(대구대학교)

1. 들어가며...

문화콘텐츠 홍수의 시대다. 자고 나면 새로운 콘텐츠들이 우리를 압도한다. 어제의 최신 콘텐츠 트렌드는 오늘 평범한 그것이 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콘텐츠 특성상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문화콘텐츠와 트렌드 모두 고정 불변의 개념이 아닌, 변화를 통한 발전을 그 고유 특성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향유를 위한 플랫폼과 디바이스 변화 또한 쉽게 목격된다. ‘본방사수’란 말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모바일 인터넷의 일상화, OTT와 메티버스의 확산은 ‘몰아보기’와 ‘짤’, ‘meme’ 같은 현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의 대척점에 있는 기존 플랫폼의 모습이다.

맥루한(M. Mcluhan)이 말한 ‘전자시대(Electronic age)’를 지난 100년간 지배했던 방송(라디오, TV, CATV 등), 출판, 언론 등 레거시(Legacy) 미디어는 이제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니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군분투중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발전은 뒤따르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송국이다. 케이블 방송사는 물론 공중파도 예외 없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선도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본 논문의 저자가 주목한 스포츠 관련 콘텐츠도 그 중 하나다.

저자의 언급처럼 다양한 스포츠 관련 예능 프로그램이 존재했지만,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2000년 이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 스포츠가 예능의 도구이자 형식으로서만 아니라 경기 자체가 목적이자 주제인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 스포츠 자체 특성상 콘텐츠 속성이 내재되어 있기 마련이고, 미디어 발전으로 경기 자체의 특성은 물론 행위자인 선수, 관람객, 그리고 스포츠를 직간접적으로 관람하며 인지하게 되는 다양한 구성요소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가 곧 콘텐츠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 논문은 변화하는 예능 프로그램, 그 중에서 스포츠 예능프로그램을 분석했다. 특히 ‘예능으로서의 스포츠’가 아니라 ‘스포츠로서의 예능’, 즉 경기 자체를 주제로 삼으며, 출연진도 예능에 익숙한 연예인이 아닌 실제 운동서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축구, 야구 등 프로 스포츠로서 엔터테인먼트적 속성이 강한 종목이 아닌 씨름이라는 전통종목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러한 시도는 콘텐츠 자체로서 뿐만 아니라 콘텐츠 연구라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이에 더 나은 연구를 위해 토론자의 입장에서 논문의 형식적, 내용적 측면에 대한 문제점과 의문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내용적 문제

본 논문은 실제 씨름 경기인 민속 씨름 중계와 예능 프로그램인 <씨름의 희열>을 비교하면서 해당 콘텐츠의 특성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각각의 방송을 직접적으로 비교하였는데, 먼저 스포츠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을 직접 비교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콘텐츠)적 특성을 비교분석하는데 적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포츠와 미디어 중계가 이미 콘텐츠로서의 특성을 포함하고 이것이 가속화되고 있으나, 이는 언제까지나 상대와 경기를 통한 승패 등 결과의 확인, 즉 전쟁에서 기원한 투기종목 스포츠의 근원적 속성이 중심임은 변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씨름의 희열>은 실제 경기를 진행하면서도 결과는 물론 그 과정에서 선수나 주변인물, 환경 등의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경기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바로 이러한 부분이 스포츠와 예능의 경계를 넘나드는 콘텐츠의 특성으로 발휘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민되는 점이 직접 비교 대상으로서의 적합성의 문제다. 실제 경기와 재구성된 예능으로서의 스포츠는 당연히 그 특성을 달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결과가 이미 도출된 연구대상의 비교가 학문적 의미가 담보되는가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씨름’이라는 동일한 경기가 스포츠에도 예능에도 존재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비교 연구의 특성상 이는 적합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교대상으로서 씨름에 관한 기존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 없거나 중심주제가 아닌 프로그램 속 이벤트나 소재로 사용된 경우가 전부여서 대상선정에 고민이 있었음은 이해된다. 그렇지만, 예능 프로그램으로 씨름관련 콘텐츠을 분석하고자 한 만큼 오히려 저자가 언급한 다양한 스포츠 종목, 그 안에서 전현직 선수들이 활약하는 유사 예능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은 어떠한지 제안하고 싶다. 특히 최근 이러한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어쩌면 <씨름의 희열>의 제작배경에 이러한 현상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다른 예능, 그 중에서도 스포츠를 소재로 한 콘텐츠들과 차별화된 <씨름의 희열>만의 특성을 스포츠적 특성에서, 동시에 예능적 특성으로까지 구분해서 비교한다면 더 좋은 연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연구자의 생각은 어떠한지 질문하고자 한다.

3. 형식적 문제

형식적 측면에서는 논문의 진술, 구성방식에 관한 문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저자는 2장에서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의 현황과 제작요소를, 3장은 민속씨름 중예와 연구 대상의 비교를, 4장에서 는 연구대상의 엔터테인먼트적 특성을 진술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첫째, 2장의 2절, 즉 제작요소에 대한 개요 이외에 추가진술이 없는데 모든 장에서 기본적 분석도구로 사용되는 만큼 자세한 진술이 아니라면 적합하지 않은 요소로 생각된다. 이럴 경우, 장의 제목에서 ‘제작요소’라는 단어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3장의 대상비교에서 구성요소와 기술요소로 구분한 근거는 무엇인가? 근거가 있다면

방송 콘텐츠 특성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이 두 가지가 갖는 의미나 역할에 대한 선행 진술은 필수적이다. 더불어 방송 구성요소에서 중요한 편집, 대본에 관한 언급은 보이지 않고, 기술요소 진술은 전통 스포츠와 예능 프로그램의 당연한 차이로 이해할 수 있는 동어반복(Tautology)적 분석으로 보이는 바, 이에 대한 세부진술이나 수정을 요청한다.

셋째, 4장에서 대상에 관한 엔터테인먼트적 분석의 기준은 무엇인가? 1절(재미 요소 ‘강화’)의 비교대상은 존재하는가? 그리고 1절과 3절(예능적 요소 강화)과의 내용에 있어 그 동질성과 차별성은 무엇인가? 또한 2절 즉 몰입 유도장치와 3절 예능적 요소에서 각각 구성적, 기술적 요소를 구분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체적으로 제작요소 중 구성, 기술 요소를 기준으로 구분하다보니 자연스럽지 않은 진술이 늘어나거나 각 절의 차별성이 드러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3장과 4장을 하나로 엮어 기존 중계와 스포츠 예능 사이의 콘텐츠(엔터테인먼트)적 특성 진술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어떤지 의견을 묻고자 한다.

4. 나가며...

콘텐츠 트렌드가 생성되고 유지 혹은 소멸된다는 것은 그것이 해당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을 전제한다고 가정할 때,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은 연구 대상(Text)으로서는 물론 발신자의 기획, 제작 측면, 그리고 수신자의 욕망과 기대를 반영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가치 있는 대상이다. 그리고 상업성 중심의 사회문화적 트렌드에서 벗어나 정통 경기인 씨름을 소재로 이러한 현상이

확산되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콘텐츠 발신자의 변화와 시도, 그리고 연구자인 저자의 분석이 만나는 지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콘텐츠 트렌드 분석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며 토론을 마치고자 한다.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의 실천공동체적 특성 연구

권두희1)·유동환2)

국문초록

문화적 정체성과 지역 전통문화의 전승현장인 마을은 지역문화콘텐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마을의 민속문화는 현대화를 거쳐 지역문화 보존회로 남아있으며, 이 보존회는 지역문화콘텐츠로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이에 본 논문은 마을의 상

두계에서 보존회로 현대화를 거친 <양양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지자체와 보존회원의 인터뷰 및 자료를 통하여 이를 Lave&Wenger가 주창한 실천공동체 개념으로 분석하였다. 실천공동체적 마을민속공동체가 마을공동체 전체의 학습과 실천을 확산시켰다. 또한 문화적 실천 주체인 보존회는 지역 정체성을 지닌 인적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에 앞선 시사점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주제어: 실천공동체, 보존회, 마을공동체

1) 주저자, 건국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 과정, pokoj8686@gmail.com

2) 교신저자,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philsm@konkuk.ac.kr

Ⅰ. 서론

마을은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문화창조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문화적 정체성을 분명하게 확보하고 있는 전통문화의 전승현장이라 할 수 있다.1) 그러나 산업사회의 도래로 인한 지역사회의 도시화는 마을공동체를 현대화하였으며 생활관습은 전통문화와 거리를 두게 된다. 이에 전통문화의 전승은 시골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산업사회는 시골 마을 공동체의 전통문화 전승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을공동체 민속은 점차 약화 또는 소멸되고 있다2). ‘마을공동체’는 마을 단위 구성원들의 공통 유대관계 및 정체성 형성을 촉구하는 개념으로 인식된다.3) 배영동은 마을 공동체 민속에 질적인 변화와 양적인 면에서의 전승 약화가 나타남과 동시에 마을 공동체민속의 탈맥락화를 지적한다.4)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던 마을민속은 상황으로 전승되는 것이 아니라 무형문화재 공연으로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전승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을공동체 민속은 다수 지역에서 보존회로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마을 공동체 민속이 마을공동체로서 구성원들과 마을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비율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본 논문은 현대화를 거쳐 보존회로 조직된 마을공동체 민속이 맥락 안에서 실천될 때 마을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에 기여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의 마을공동체 민속의 유지, 전승은 지역 문화콘텐츠 창출의 기반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기반

에 앞선 연구로써 본 연구는 현행의 보존회를 지역문화 실천의 주체로 보며, 이를 실천공동체 개념으로 확인하며, 실천공동체적 마을민속공동체가 마을공동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지역문화콘텐츠 개발에 앞서 시사점을 모색하고자 한다. 실천공동체는 Lave & Wenger가 주창한 개념으로 상황학습이라는 개념 안에서 제시되었다.5) 이는 공통된 목적과 관심을 가진 공동체원들이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여 지식과 기술을 내재화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하여 외재화까지 실현하는 집단 공동체를 의미한다. 기업의 지식경영을 위한 전략으로 활발히 활용되며, 그 범위를 넓혀 교육과 시민단체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본 연구는 실천공동체의 개념 안에서 강원도 양양 현남면의 수동골 일대를 중심으로 조직된 상두계를 분석한다. 이 상두계는 현대화를 거쳐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로 발전하였고 실천과 학습의 개념을 포괄하는 공동체로 확장되었다.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라는 마을 상두계가 가지는 실천공동체로서의 의의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실천공동체의 개념을 확인한다.

1) 임재해, 공동체 문화로서 마을 민속문화의 공유 가치, 실천민속학연구 제11권, 2008, 109쪽

2) 배영동, 산업화에 따른 마을공동체 민속의 변화와 탈맥락화 : 산업농 등장, 탈맥락적 민속, 마을 초월적 전승주체를 중심으로, 비교민속학 제62호, 2017, 참조

3) 배영주, 지방자치단체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의 실천공동체(CoP)적 운영 방안 탐색, 교육문화연구 제25권 제3호, 2019, 209쪽

4) 배영동, 위의 글, 167쪽

5) J lave, E Wenger, Situated learning : Legitimate peripheral participation, 1991, Cambridge university press

그리고 지자체와 마을 주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가 실천공동체로써 마을공동체의 정체성에 기여하고 있음을 밝히고, 이를 통하여 마을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한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실천공동체의 개념

상장례는 다분히 사회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통적 상장례 뿐 아니라 현대의 상장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대화된 장례식은 상업적으로 제도화되어있으나 친인척과 주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과거에 씨족 단위로 마을을 이루고 살던 시절의 상두계는 집안의 장남이 상두계원으로 들어가며 대를 이어 모임을 유지했다. 이 자리를 현대에서는 회사나 모임 등에서 상조회로 일정 회비를 매달 내고 상부상조 하거나 이런 일련의 과정을 상조회사가 담당한다. 이는 상장례절차가 간략화되고 화장문화가 보편화 되면서 시신을 매장하지 않음으로 인해 여러 명이 장지까지 관을 운반하는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현대의 상조회도 하나의 공동체 문화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공동체로 보기는 어렵다. 실천공동체의 개념은 유연하고 역동적이지만 선행된 연구에서 언급하고 있는 실천공동체의

학습이 중심이 되는 구성요소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천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요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실천공동체의 개념은 공통적으로 ‘동일한 관심영역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와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의 공유와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공동체’로 보고 있다.6) 실천공동체는 기업의 지식경영 실현의 차원에서 연구되었으나 점차 그 영역이 확장되어 교육, 지역사회까지 발전하였다. Wenger가 제시한 실천공동체는 그 형태는 다양하고 유연한 편이지만 특정한 의미의 실천과 공동체의 결합이다. 여기에서 실천의 발생은 학습을 전제로 한다. 이때의 학습은 사회적인 참여과정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참여는 사회 공동체의 참여자로 성장하면서 정체성을 구성하는 과정을 의미하며7) 지속적이고 암묵적인 경험의 축적에서 표출된다. 이러한 학습은 속하고, 실천하고 의미를 갖으며 정체성을 형성케 하고 이들 요소는 [그림1]과 같이 내적으로 서로 연관된다. 학습의 참여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천은 개인의 노력과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는 산물들의 집합이자 공동체의 자산이 되어 전수된다.

6) 박보람, 정진철, 실천공동체의 개념 변화와 과정에 대한 연구, 평생교육학연구 제26권 제2호, 43쪽

7) Wenger, 실천공동체, 23쪽

[그림 1] 학습의 사회이론의주요 요소 8)

실천과 공동체의 상호 관련성에 따라 실천공동체의 구성요소를 공동업무(A joint enterprise), 호혜적 관여(Mutual engagement), 공동자산(A shared repertorire)으로 제시했다.9) 이후 실천공동체에 관한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그 구성요소의 명칭과 의미의 영역을 확장하고, 주제영역(Domain), 공동체(Community), 실천(Practice)으로 재정립하였으며10) 후자의 구성요소에는 전자의 구성요소가 수렴되어 있다.

먼저 주제영역(Domain)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통적 관심이나 핵심이슈, 지식의 범위이다. 실천공동체의 주제영역은 매우 광범위하여 일상적인 것부터 전문적인 지식까지 모두 포함될 수 있다. 즉 공동체는 공적인 주제영역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주제영역에 이르기까지 전부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주제영역은 공동의 입장과 공동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구성원들의 행동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학습을 통한 구성원의 정체성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주제영역이 부재한 공동체는 단순 친목모임으로 존재한다.

둘째, 공동체(Community)는 앞서 Wenger가 먼저 제시했던 호혜적 관여와 연관되는 개념으로 학습을 위한 사회적인 배경이다. 주제영역을 공유한 사람들의 집단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실천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구성원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참여의 의미를 강조한다. 이때 실천공동체의 참여구조는 다양하게 제시된다.11) 학습에 있어서 사회적 참여는 상호작용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구성원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쌓이는 인간관계는 구성원에게 소속감을 부여하며 이는 학습에 있어 중요한 기재로 작용한다. 물리적 인접성은 구성원들

8) Wenger, 손민호 배을규 옮김, 실천공동체, 2007

9) Wenger, 손민호 배을규 공역, 실천공동체, 학지사, 2007, 23쪽

10) Richard McDermott, and William M. Synder, 황숙경 역, COP 혁명, 물푸레, 2004

11)위의 책, 92쪽

의 상호작용을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실천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은 공동업무와 관련된 인간관계 때문이며 물리적 인접성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구성원간 합치된 주제영역에 대한 정기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공동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이 형성된다.

셋째, 실천(Practice)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구체적인 지식을 의미한다. 이에 프레임, 아이디어, 정보, 이야기 등의 공유자산이 포함되는 구체적인 지식이자 결과물이다. 이는 공동체 사이에서 개발되고, 공유하며, 유지되며 발전해나가는 공동자산(a shared repertoire)이다. 이 공동자산은 규칙, 원칙, 전문지식, 교훈, 평가 원칙 등 커뮤니티 지식의 명시적 측면과 암묵적 측면이 모두 포함되는 다양한 범위가 존재한다. 실천은 새로운 상황을 조절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을 제공하며12) 이는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원천으로 작용하게 된다.

Ⅲ. 실천공동체로서의 상두계

본 논문에서는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지역에 전승되어 내려오는 장례의식요 보존회인 <양

양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와 그에 따르는 <상두계>를 사례로 하여 상두계 문화가 가지는 실천공동체적 특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양양 수동골 상여소리>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2013년 4월 12일)되어 있는 수동골 지역의 전통 상여소리이다. 수동골은 화상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원포리, 임호정리, 입암리, 지경리, 하월천리, 상월천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이 지역은 수동골 특유의 민속문화를 향유하고 있다.13) 이 중 수동골상여소리는 선소리꾼인 창자가 오랜 세월 동안 계속 혼자 불러 가락과 사설이 변하지 않고 원형이 잘 보존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시연된 바 있다. 장례 절차마다 소리가 있고 상두꾼들의 소리와 함께 장례를 진행한다. 특히 장지까지 상여의 이동 과정 중에서 언덕길, 외나무다리, 끊어진 다리나 넓은 도랑과 같이 상여가 이동하기 힘든 길을 연출, 재연한다. 예로부터 이들은 밀양두라는 두례를 짜서 농사일, 상장례 등을 도왔다. 수동골 상여소리는 이 밀양두에서 전승되어온 만가이며14)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는 이 수동골의 상두계를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15) 예전에는 상두계가 마을에서 인근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임호정리와 원포리가 한 조가 되어 같이 하는 상두계를 밀례장두계라고 하여 가족 중 장남이 계원이 되고, 자식에게 대를 이었으며 계원을 중심으로 상여를 메었다. 그러나 계원이 아니어도 쌀을 한 말씩 내고 상여를 이용할 수 있었다.16) 현재 상두계는 수동골 전체를

12) 위의 책, 68쪽

13) 이학주, 수동골 사람들, 한국학술정보, 2011, 18쪽

14) 강원도민일보, 2018.03.03기사

15) 보존회 회원이 곧 상두계원이다.

16) 이학주, 위의 책, 84쪽

아우르고 있으며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고 상여소리를 연습한다.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의 실천공동체적 구성요소를 확인하면 [표1]과 같다.

[표 1] 실천적 공동체로서의 상두계의 구성요소

구분 주제영역(Domain) 공동체(Communitiy) 실천(Practice)

실천적 공동체

공통된 핵심 이슈,

지식의 범위와 목적

상호적 참여, 호혜적

관여, 공동업무

다양한 형태의

공동자산, 지식,

방법,도구, 이야기

등, ⇩ ⇩ ⇩

수동골상여소

리보존회

상장례 협력,

의례의 연행 및 전수

지역 무형문화재 보존

상장례 참여,

정기적인 모임,

상여소리 연습, 행사

참여 등

지역성을 지닌

호상놀이, 상여소리

등의 무형문화재의

연행과 전수

1. 문제점 인식을 통한 자발적 모임

본래 상두계는 현재의 장례와 마찬가지로 장례의 경비를 조달하고, 필요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함이다. 특히 장지까지 운구하는 문제와 혼백을 싣은 영거를 들고 가는 연력 및 만장을 드는 노약자 20명, 상주를 말에 태우고 따르는 상구인종 4명 등과 아울러 50여명의 부역이 동원되었다.17) 이 외에도 상장례시 마을공동체 차원에서 상주와 그의 가족들을 위로하는 역할까지 도맡았다. 현대화된 장례도 여전히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수동골 상두계는 장례인력과 경비조달의 목적과 함께 지역문화유지와 발전을 위해 상두계는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로 조직되었으며, 이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형성되었다. 상장례 발생 시, 고인의 요청에 따라 묘를 하시는 경우에 상여를 매드리고 전통 장례를 시행한다. 그 외에는 무형문화재 시연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여 수동골상여소리를 민속예술로 발전시켜 2010년 한국민속예술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의 공연행사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보존회가 무형문화재 전승단체로 등록된 것은 2014년이지만 이전부터 공동체를 유지하고 행사 등에 참여하였던 것을 확인한 바, 마을주민의 공통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자발적인 모임으로 파악되었다. 보존회는 수동골상여소리가 2013년에 시도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이후에 강원도에서 전승 단체로 등록되었다. 전승 단체 등록 후, 지자체에서는 전승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실질적 운영, 관리는 자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동골상

17)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일생의례사전

여소리를 보존하고 전승하고자 하는 공동의 입장과 열정은 공동체의 존재 이유가 되며 사람들을 결집하게 하고 배움을 유도한다.18)

2. 지역 전통문화의 학습과 전승

현재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는 보유자 한 명(김용우씨)과 상두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례의 모든 절차는 상두계에 의하여 진행되는데 드장날 저녁 망자를 애도하고 가족을 위로하는 선드레놀이를 시작으로 상여가 집을 떠나는 하직소리, 상여가 장지까지 가며 부르는 거리 소리, 회와 황토를 섞어 다지는 달회소리, 봉분을 쌓아 올리며 부르는 달구질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선드래놀이는 수동골 특유의 호상놀이로 악상일 경우 생략하기도 하는 유연성을 가진다. 상례 중 선소리꾼인 보유자가 선창을 하면 상두꾼들이 뒷소리를 한다. 현재 수동 골상여소리 보유자는 1명이지만 상두꾼들은 상장례 과정의 참여를 통해 함께 전승된다. Wenger는 실천공동체원의 참여 수준을 적극적인 참여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공동체원이 공동체에 참여하는 목적은 한가지일 수도 있으나 각자 다른 이유로 참여하게 된다. 이웃주민의 권유나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으며, 마을 내 입장을 이유로 참여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공동체에 대한 각기 다른 수준의 관심은 다른 수준의 참여로 이어진다. 이를 [그림 2]와 같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핵심그룹과 핵심그룹보다 참여도가 낮은 활동그룹, 그리고 커뮤니티 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주변인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림 2] 공동체 참여 정도에 따른 그룹 분류

18) 앞의 책

핵심그룹은 보존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보존회를 이끌어 나가는 임원진 같은 사람일 수 있다. 이들은 공동체의 운영에 관여하며 이끌어나가는 리더쉽을 갖춘 그룹이다. 이들에 이어서 참여에 적극적인 보존회원이 활동그룹에 들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참여가 거의 없는 주변인은 방관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핵심그룹과 활동그룹 간의 상호작용을 지켜본다. 보존회는 지역문화에 기반하지만 모든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체는 아니다. 따라서 이 주변인은 지역사회에 포함되지만 활동하지 않으면서 보존회의 활동을 지켜보는 주민이라 할 수 있다. 보존회는 양양문화제, 강원도민속예술축제 등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며, 한국민속예술축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내었다. 이는 보존회에 참여하지 않는 주민에게도 지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또한 지역민들은 보존회와의 이웃으로서 상호작용에 열려있으며 관찰이라는 주변적 참여 또한 학습의 요소이므로 이들의 경계 간 이동은 유동적일 수 있다. 따라서 주변인들은 언제라도 활동그룹 내로 이동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3. 공동체의 발전과 확장성

실천공동체에서 공동체를 유지하고 존속하는데 참여자들의 인간관계를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실천은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의미를 가지고 상호 작용하는 가운데 존재한다.19) 보존회는 정기적 모임을 갖고 연습을 하는 행위를 통해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이어간다. 지속적인

상호작용은 보존회 회원들 간에 학습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뿐 아니라 보존회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이들이 상두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때의 전통 상장례는 무형문화재 보존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원 간의 관여가 개인적,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상두계에서 발전한 보존회는 마을주민들 간의 상부상조를 넘어 전통을 지속하고 전승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특히 일상과의 호혜적 관여는 실천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게 한다. 이 관여는 공동체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뿐 아니라 보존회에서 행하는 전통 상장례는 마을이라는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맥락적으로 실천되기에 비회원들의 합법적 주변 참여(Legitimate peripheral participation)를 도모할 수 있다. 장례는 단순 관찰보다 깊게 참여에 관여한다. 한국의 전통상장례는 망자를 위한 의례, 영혼을 위한 의례, 조상신을 위한 의례, 상주와 그의 공동체를 위한 의례로 구성되어 있다.20) 김시덕은 전통상장례의 의미를 공동체 구성원의 상실로 인한 충격을 긴 기간에 걸쳐 완하하고, 죽음으로 인해 상처 난 가족 위기의 극복 및 가족 공동체의 회복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보았다.21) 마을 전체 구성원이 밀접하게 연관되는 시골 마을 공동체에게 전통상장례는 마을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보존회

19) Wenger, 앞의 책, 118쪽

20) 김시덕, 「한국 유교식 상례의 연구」, 고려대학교대학원 박사논문, 2007, 170~184p 참고

21) 김시덕, 「현대 한국사회 전통 상례의 현황과 과제」, 국학연구 Vol17, 2010, 443p 참고

라는 한정된 공동체에서 완전한 외부인도 공동체원과의 개인적 관계로써 장례에 참여하고 보존회의 실천에 대하여 감정적 내재화를 가능케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존회의 실천은 보존회 회원뿐 아니라 비회원 주민까지 정체성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이에 공동체가 소멸이나 해체의 과정을 밟더라도 이미 축적된 공동의 지식과 경험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 기억, 사례, 이야기의 형태로 남아 새로운 실천을 위한 잠재적 기폭제로 존재할 수 있다.

Ⅳ. 결론

본 연구는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와 이들의 또 다른 정체성인 <상두계>를 실천공동체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가 실천공동체로서 갖는 의미와 시사점을 확인하고 이들의 실천이 마을공동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관하여 서술하였다. 이들은 공동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자발적 공동체였으며, 공동체원 간의 학습에 관여하고 있었다. 특히 마을 내에서 상두계로써 시행하는 전통상례의 실천은 공동체 사이의 실천은 공동체원 뿐 아니라 참여가 활발하지 않은, 주변인에게 확장되고 학습으로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주변인적 참여를 통해 발생하는 학습효과가 주변인의 정체성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밝혔다. 지역적 특성은 마을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케 하고 지역에 대한 기억으로 전수될 수 있다. 주변적인 구성원의 합법적 주변 참여는 개인의 학습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공동체의 핵심에서 활동할 수도 있고 공동체를 떠나 다른 공동체를 조직하여 운영할 수도 있다는 다방향적 가능성을 가진다.22) 실천공동체적인 마을공동체 운영은 마을뿐 아니라 외부 공동체로까지 긍정적 효과의 확장 가능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22) Wneger외, CoP혁명, 95쪽 참조

참고문헌

∙ 단행본

Richard McDermott, and William M. Synder, 황숙경 역, COP 혁명, 물푸레, 2004

Etienne Wenger, 손민호, 배을규 공역, 실천공동체, 학지사, 2007

J lave, E Wenger, Situated learning : Legitimate peripheral participation, 1991, Cambridge university press

이학주, 수동골 사람들, 한국학술정보, 2011

∙ 참고논문

김시덕, 「한국 유교식 상례의 연구」, 고려대학교대학원 박사논문, 2007

김시덕, 「현대 한국사회 전통 상례의 현황과 과제」, 국학연구 제l17호, 2010,

배영동, 산업화에 따른 마을공동체 민속의 변화와 탈맥락화 : 산업농 등장, 탈맥락적 민속, 마을 초월적 전승주체를 중심으로, 비교민속학 제62호, 2017,

배영주, 지방자치단체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의 실천공동체(CoP)적 운영 방안 탐색, 교육문화연구 제25권 제3호, 2019

박보람, 정진철, 실천공동체의 개념 변화와 과정에 대한 연구, 평생교육학연구 제26권 제2호

임재해, 공동체 문화로서 마을 민속문화의 공유 가치, 실천민속학연구 제11권, 2008, 109쪽

∙ 기타

강원도민일보, 2018.03.03기사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일생의례사전

토론문

토론자 : 최아름(경희대학교)

본 논문은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지역에서 전승되어 내려오는 장례의식요 보존회인 ‘양양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Lave&Wenger가 주창한 ‘실천공동체’ 개념 및 구성요소를 토대로 위 보존회의 실천공동체적 특성 분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석결과를 통해 지역문화콘텐츠 개발에 앞선 시사점을 모색하고자 하였습니다. 현 시대에 빠르게 와해되고 있는 마을공동체와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전승되어 오고 있던 그들의 민속에 주목하여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가 어떻게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지, 어떻게 그들의 민속을 지속적으로 전승하고 있는가를 민속학적인 관점이 아닌 ‘실천공동체’라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보존과 전승의 실천적 의미를 좀 더 확장시켜 볼 수 있는 연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본 논문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 혹은 궁금했던 점들이 있어 그 부분에 대해 몇 가지 질문, 혹은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을 요청드리며 토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1. 연구자는 본 연구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지역문화콘텐츠 개발에 앞선 시사점을 모색’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 논문을 살펴보면, 실천공동체의 개념과 분석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시사점은 결론부분에 잠깐 언급되어있습니다. 분석 내용에 비해 결론 부분이 빈약하다보니 이 연구의 ‘의미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실천공동체’의 개념으로 위 보존회를 분석해야만 했던 당위성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에게 ‘왜 위 보존회를 실천공동체의 개념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는지, 그리고 연구자가 생각하는 이 연구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보충 설명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2. 서론에 ‘지자체와 마을 주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문 어디에도 해당 연구방법론에 대한 설명이나 언급이 없습니다. 지자체와 마을 주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것은 이 연구가 질적 연구뿐만 아니라 현장 연구도 병행되었다는 것이며, 연구방법론 측면에서도 인터뷰라는 특정 연구법이 활용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본문에 이 인터뷰가 어떤 방식으로(예를 들면 일대일, 다대다, 혹은 FGI 등) 진행되었는지, 인터뷰 대상자는 누구였는지, 어떤 질문을 어떻게 물었는지 등등 구체적인 연구방법을 본문에서 밝힐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 직접 언급이 어렵다면, 각주에서라도 밝힐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인용된 내용은 각주에 인용을 밝힐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해당 인터뷰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3. 본문에 ‘지역문화콘텐츠’, ‘마을문화문화콘텐츠’ 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이 두 용어가 같은 맥락상에서 씌어진 용어처럼 다가왔는데요, 위 두 용어의 개념에 대한 연구자만의 정의가 궁금합니다. 이 두 용어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정의되느냐에 따라 연구자가 지향하는 연구 방향성, 즉 시사점의 도출 방향성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연구자가 생각하는 해당 용어의 개념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수동골상여소리보존회’를 실천공동체의 3가지 구성요소인 ‘주제영역’, ‘공동체’, ‘실천’에 적용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실천’은 ‘지역성을 지닌 호상놀이, 상여소리 등의 무형문화재의 연행과 전수’라고 언급하고 있는데요, 구조상 본문의 ‘3. 공동체의 발전과 확장성’과 맥락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이 실천의 측면과 정확하게 부합하는가? 라고 했을 때, ‘연행과 전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연행과 전수가 이루어지는가, 이 보존회만의 실천적 측면의 차별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보충 설명이 구체화된다면, 연구대상만의 특성, 특히 연구대상을 ‘실천공동체’의 개념으로 분석해야만 했던 연구의 당위성과 의미가 더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 고전 시가 수사법으로 본 <동경 이야기>23)

반친(反襯) 연구를 중심으로

GE XIAOYU*1)·안남일**2)

국문초록

1990년부터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가 80년의 역사를 가지고 국제적으로 권위적인 영화 잡지인 Sight&Sound (A&HCI 잡지)가 10년마다 하는 세계 100대 영화 평가에서 세 번 연속으로 세계 5대 영화로 진입하게 되었고 세계 10대 영화 중 유일한 비구미 영화가 되었다. 가장 최근의 2012년 9월에 하는 358명의 감독 투표에서 <동경 이야기>가 놀랍게 1 등으로 뽑혔다. 1990년부터 Sight&Sound의

평가 결과가 서양에서는 물론 일본 본토와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켜 오즈 연구열을 한 층 심화시키며 오즈 연구를 <동경 이야기> 연구로 집중시키게 하였다.

필자는 <동경 이야기>의 중요도가 갑자기 높아진 이유를 주로 네 가지로 분석한 뒤 <동경 이야기>에 대한 연구를 살폈다. <동경 이야기>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범위가 넓고 성과도 풍부하나 문화나 역사, 서양 시각으로 본 동양 미학 등의 각도에서만 연구해왔다. 일본 본토 영화 연구자들이 한자 폐기 등 이유로 인해 한자 영향을 많이 받은 오즈 미학의 일본 전통성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도쿄대학교 학교장인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의 오즈에 대한 권위적인 서양 시각 영향 아래 오즈의 일본 전통성이나 동북아 미학을 부인하려는 시도를 많이 해왔다. 이것이 오즈 연구의 정수를 잃어버리고 핵심적인 예술 미학이나 원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오즈는 "連句(렌쿠)의 구성은 영화 몽타주와 공통점이 있다"라고 강조한 바이다. 그리고 오즈는 俳諧連句가 몽타주 예술보다도 극도로 진보적인 거라고 하였다. 필자는 이와 같은 오즈가 가장 중요히 생각된 영화 경지와 분위기, 그리고 기법인 하이쿠의 본질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간 결과 중국 한나라 시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온 아름답고 우아한 전통을 살려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하이쿠가 그것이다. 하이쿠와 영화가

23) 지도 교수 안남일 교수님께 대한 깊은 감사를 표시한다.

1)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 학과 박사 수료, gexiaoyu1989@163.com

2)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 학과 교수, macani@korea.ac.kr

비슷한 점이 글자의 수나 율격보다는 형식을 초월한 경지와 심리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화면 분위기이다. 이에 필자는 동북아 심미의 중요한 뿌리가 된 중국 고대 시가 수사로 <동경 이야기>에 대해 분석을 시도하였다.

필자가 중국 고전 시가 수사법인 반친(反襯)으로 오즈의 정서와 경지의 재현을 도모하였다. 그 결과 "반친(反襯)" 수사법을 동정 반친(動靜反襯), 이락친애(以樂襯哀), "물시(物是)"로 "인비(人非)"를 반친, 이대친소(以大襯小), 노소/생사반친(老少/生死反襯)네 가지로 나눠서 중국 고전 시가를 예로 들어 설명하였다.

주제어: 동경 이야기, 수사법, 반친, 중국, 고전 시가

Ⅰ. 서론

1990년부터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가 80년의 역사를 가지고 국제적으로 권위적인 영화 잡지인 Sight&Sound (A&HCI 잡지)가 10년마다 하는 세계 100대 영화 평가에서 세 번 연속으로 세계 5대 영화로 진입하게 되었고 세계 10대 영화 중 유일한 비구미 영화가 되었다. 세계 100대 영화 평가에 감독 평가와 영화 평론가 평가가 있다. 가장 최근의2012년 9월에 하는 358명의 감독 투표에서 <동경 이야기>가 놀랍게 1 등으로 뽑혔다. 그리 고 846명의 영화 비평가들의 투표 결과에서도 세 번째로 꼽혔다. 1990년 전에 미조구치 겐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가 더 호평을 받는 것에 반해 1990년 이후 오즈의 영화가 훨씬 돋보이게 되었는데 <동경 이야기>가 영화계의 핫 이슈 되었다. 1990년부터 Sight&Sound의 평가 결과가 서양에서는 물론 일본 본토와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켜 오즈 연구열을 한 층 심화시키며 또한 오즈 연구를 <동경 이야기> 연구로 집중시키게 하였다. 그렇다면 <동경 이야기>의 중요도가 갑자기 높아진 이유가 무엇일까? <동경 이야기> 연구의 성과 및 결여가 또한 무엇일까?

1990년대 <동경 이야기>에 대한 Sight&Sound의 높은 평가가 갑자기 이루어진 이유를 필자는 네 가지 원인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사회 경제의 세계화와 일체화, 특히 1990년대부터 영화 공업의 발달과 아시아 영화의 신속한 성장에 따른 동서양 교류의 심화이다. 둘째, <동경 이야기>에서의 자녀와 부모 간의 소외감을 부각하였는데 이것이 공업화, 도시화, 현대화 등에 의한 사회 경쟁의 심화와 함께 가족 제도의 붕괴, 인간 소외감 및 혐오감의 증대와 크게 관련이 있는데 1990년대부터의 세계적 문제로 크게 부각하고 있다. 셋째, <동경 이야기>에서 이별 및 사망 등 인간의 영원한 주제를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동경 이야

기>에서 직업여성의 출현과 전쟁으로 인한 남편의 부재를 묘사하였는데 이것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직업여성의 형성과 함께 성 자유화 등으로 인한 이혼율의 보편적 증가로 연상시키게 한다. 넷째, 오즈가 충돌이나 급격한 희곡적 변화로 둘째와 셋째에서 언급된 부분을 표현하지 않고 상당히 자제하고 경지 높게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는데 오히려 사람 마음에 더 깊게 다가왔다. 둘째와 셋째에서 언급된 부분을 세계 정신적 불안정 및 초조감 등의 급격한 증대를 일으킨 주된 원인인데 이런 충격적이고 희곡적인 주제를 극히 자제하여 표현하는 것이 관객들의 불안 및 초조감과 더욱 크게 맞물리게 되었다. 1990년대부터 2013년까지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걸린 사람 수가 놀랍게 50%나 증가하였으며 현재 세계적으로 3억의 사람이 이에 시달리고 있다. 오늘과 같은 코로나 시대에 강제 공간적 격리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정신적 불안정이 더욱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의 첫해에 세계 우울증과 불안증이 25%나 폭증하였다. 이것이 또한 <동경 이야기>가 계속 주목을 받을 이유라고 생각된다.

이상 네 가지 원인으로 <동경 이야기>가 1990년대부터 크게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한동안 계속 주목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2010년대 <동경 이양기> 세계 3대 영화제에 전시되었다는 점이 필자의 관점을 입증하였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아온 <동경 이야기>의

연구의 성과 및 결여가 도대체 무엇일까? 영어학계에서 1997년에 『오즈의 <동경 이야기>(Ozu's Tokyo Story)』3) 연구집이 발간되었는데 문화, 미학, 역사 등 각도에서 <동경 이야기>에 대해 연구한 논문집이었다.

일본 본토에서 1984년에 <동경 이야기>에 대한 첫 번째 전문 자료집인 『リブロ・シネマテーク 小津安二郎 東京物語』4)가 발간되었다. 이 책은 처음으로 풍부하고 사실적으로 <동경 이야기>의 플롯 구상과 각본 창작, 촬영, 음악 창작, 시사 평가, 오즈에 관한 문헌 및 <동경 이야기>의 원작 각본의 칼라 스캔본 등을 소개하고 기록하였다. 2001년 다나카 마사스미(田中眞澄)가 『小津安二郎「東京物語」ほか』5)를 펴냈다. 이 책이 역사 자료 정리에 집중하고 있는데 책 이름이 <동경 이야기>이지만 특별히 <동경 이야기>에 대한 소개나 정리가 아니었다. 2013년에 오즈 생신 110주년을 맞이하여 <동경 이야기>에 관한 책이 두 권이나 발간되었다. 키다 쇼(貴田庄)가 책 『小津安二郎と「東京物語』6)에서 오즈의 일기, 역사적인 간행물과 보도, 촬영을 실제 참가한 배우들의 증언 등에 따라 <동경 이야기>의 각본 플롯 구상을 1937년 미국 영화과의 관계, <동경 이야기>의 각본 창작 과정, 각본 보존 현황, <동경 이야기>의 촬영 일기, <동경 이야기>가 일본 및 국제에서의 평가와 영향에 대해 일일이 정리하고 분석하였다. 같은 해에 카지무라 케이지(梶村啓二)가 『「東京物

3) David Dessor.Ozu's Tokyo Story,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7.

4) リブロポート編,『リブロ・シネマテーク 小津安二郎 東京物語』, リブロポート,1984.

5) 田中眞澄編,『小津安二郎「東京物語」ほか』, みすず書房, 2001.

6) 貴田庄,『小津安二郎と「東京物語』, 筑摩書房, 2013.

語」と小津安二郎 なぜ世界はベスト1に選んだのか』7)를 펴냈다. 저자는 장면, 캐릭터, 음악, 소품, 이미지 구성, 개별 이미지 또는 영화 설정(여름의 설정과 의미, 기모노와 양복 등)과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동경 이야기>를 분석하였다. 2년 후인 2015년에 오노 슌타로(小野俊太郎)8)가 카지무라 케이지(梶村啓二)의 일본인이지만 "외국인"의 시각으로 <동경 이야기>에 대한 분석 방법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다. 그는 세계가 오즈 감독의 영화 <동경이야기>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 빛과 그림자 속에서 사라진 일본 고유의 관습과 감정을 회상하는 것이 일본인으로서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강조하여 새로운 시각을 펼쳤다.

이상으로 <동경 이야기>에 대한 연구를 살핀 결과, 오즈에 대한 연구가 국제적으로 구미 연구가 분석적 연구가 주된 연구 방법인 데 비해 일본 본토 연구는 역사 자료 발굴 및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동경 이야기>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범위가 넓고 성과도 풍부하나 문화나 역사, 서양 시각으로 본 동양 미학 등의 각도에서만 연구해왔다. 이것이 영화 이론이 서양에서 유입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실로 동양적 예술, 특히 동북아 예술이 경지와 분위기 전달이 핵심적이라는 점을 필자가 강조하고자 한다.

오즈의 후기 작품들이 동북아의 전통 미학을 잘 살렸다는 점이 가장 뚜렷한 특징인데 이에 관련 서양 연구가 여태까지 이런 핵심적이고 깊은 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일본 본토 영화 연구자들도 한자 폐기 등 이유로 인해 한자 영향을 많이 받은

오즈 미학의 일본 전통성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도쿄대학교 학교장인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9)의 오즈에 대한 권위적인 서양 시각 영향 아래 오즈의 일본 전통성이나 동북아 미학을 부인하려는 시도를 많이 해왔다. 이것이 오즈 연구의 정수를 잃어버리고 핵심적인 예술 미학이나 원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오즈의 일기를 보면 오즈가 젊은 시절부터 하이쿠를 즐겨 써왔다. 하이쿠는 보통 5, 7, 5의 3구 17자로 된 일본 특유의 짧은 시를 말하는데 시의 형식이 자유 변화되기도 한다. 1947년 4월 1일 호 "키네마 준보" 에 게재된 "오즈 감독 어록"은 이이다 신미의 편지이었다. 편지에 오즈는 "테라다 토라히코 박사도 말하였지만 連句(렌쿠)의 구성은 영화 몽타주와 공통점이 있다."라고 하였다.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오즈가 부대 영화반에 입대하여 싱가포르 등 남방 전선 나라로 파견되었을 때 항상 하이쿠를 동료들과 연습하고 같이 놀기도 하였다. 오즈의 가장 이른 하이쿠 기록은 1933년 1월 7일이었다. 오즈 평생 지은 하이쿠를 정리한 것 보면 총 233구라는 기록이 있었다. 그의 전쟁 후 찍은 가족 영화가 특히 그가 쓴 하이쿠와 가장 비슷한 분위기를 내었다. 일본 방송 협회 조사 타임즈 1931년 12월 15일 호에 따르

7) 梶村啓二,『「東京物語」と小津安二郎 なぜ世界はベスト1に選んだのか』,平凡社, 2013.

8) 小野俊太郎,『『東京物語』と日本人』, 松柏社, 2015.

9) 蓮實重彦,『監督 小津安二郎』増補版,筑摩書房, 2003.

면 아래와 같은 오즈의 말이 있었다.

“옛날부터 그려진 그림은 지금의 영화나 이른바 몽타주의 선구자처럼 보인다. 또 이른바 배우 俳諧連句라고 칭하는 것이, 이 몽타주 예술보다도 극도로 진보적인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라디오’, ‘몽타주’와 ‘모든 예술’이 동적 구조에서 영화에 가장 가깝다. 그 자체가 이미 마음의 상태나 심리를 포함되어 있다…… 운동의 몽타주이란 손이 지시한 법은 이른바 냄새나 소리를 부착하는 부수적인 방법을 말한다. 부처와 같은 동양적 암시에 이런 것이 나타났다.”10)

필자는 이와 같은 오즈가 가장 중요히 생각된 영화 경지와 분위기, 그리고 기법인 하이쿠의 본질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가고자 한다. 하이쿠가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오즈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이다. 마쓰오 바쇼가 골계적이고 속된 하이쿠에 대한 혁신을 시도하여 중국 한나라 시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온 아름답고 우아한 전통을 살려냈다. 거기에 일본의 보편적인 생활 단어를 붙여 일본과 중국에 맥을 이어왔다. 그는 산문성과 비속성을 한층 초월하여 하이쿠에 높은 문학성을 부여한 이른바 쇼풍(蕉風)을 창시하였다. 오즈가 감독한 영화가 이런 스타일의 하이쿠와 가장 비슷하다. 하이쿠와 영화가 비슷한 점이 글자의 수나 율격보다는 형식을 초월한 경지와 심리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화면 분위기이다.

이에 필자는 동북아 심미의 중요한 뿌리가 된 중국 고대 시가 수사로 <동경 이야기>에 대해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오즈가 <동경 이야기>에서 사용한 가장 대표적인 수사법은 "반친(反襯)"이다. 문학 부각법(襯托) 중 하나로 정친(정 부각법, 正襯)과 반친(반 부각법, 反襯))으로 나뉜다. 반친(反襯)이란 주된 사물을 부각하기 위해 반대된 것이나 차별된 사물로 주된 사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수사법이다. 이에 주제 이미지가 선명해지고 더욱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반친(反襯)”은 가장 중요한 수사법이다. 왜냐면 우리가 처해 있는 우주 공간, 지내고 있는 시간, 주위에 있는 인간, 사물 등 모두가 대비의 결과물이다. 절대적인 시공간도 없고 우리가 보고, 듣고, 맛보고, 맡아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이 서로 부각으로 상대적인 존재들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흔히 "반친(反襯)"을 희곡적인 충돌과 해소, 비범한 플롯으로 나타나지만 오즈는 동북아 미학의 정수를 발휘하여 잔잔한 흐름, 여유로운 유백(留白), 일상사의 중복, 수련하고 의미심장한 대사 등으로 "반친(反襯)"을 동북아 고전 시가 미학의 높은 경지를 이르렀다. 기왕의 연구도 대비 수법에 대한 분석이 없지 않으나 모두 핵심적인 시학의 미학이나 경지를 설명할 수 없었고 자기 이해에만 몰두했을 뿐이다. 오즈의 <동경 이야기>는 영화사에서 희한한 존재이고 그 정수에 대한 해석도 여간 어렵지 않다. 오즈의 정서와 경지를 제대로 재현하기 위하여 필자는 "반친(反襯)" 수사법을 동정 반친(動靜反襯), 이락친애(以

10) 일본 방송 협회 조사 타임즈, 1931년 12월 15일 호.

樂襯哀), "물시(物是)"로 "인비(人非)"를 반친, 이대친소(以大襯小), 노소/생사반친(老少/生死反襯) 네 가지로 나눠서 중국 고전 시가를 예로 들어 설명하였다.

Ⅱ. <동경 이야기>의 반친(反襯) 연구

1. 동정 반친(動靜反襯)

동정 반친은 움직임과 정지가 서로 뒷받침해 주는 수사법이다. 중국 고대 시가나 시사에 동정 반친이나 동정 융합의 경우가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특히 유명한 시로는 남조 량 나라(南朝梁, 502-557년) 시인 왕적(王籍)의 「약야 시내에 들어가며(입약야계, 入若耶溪)」 중 마지막 두 문장이다.

“蟬噪林逾靜,鳥鳴山更幽。

此地動歸念,長年悲倦遊。”

이 시는 왕적이 약야계(若耶溪)를 유람하면서 쓴 시이다. "매미 소리가 시끄러우니 숲이 더욱 고요해지고, 새가 울어 산이 더욱 그윽하구나. 이 땅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일으키니, 오랜 세월에 떠돌이 신세에 지쳤음이라"11). "蟬噪林逾靜,鳥鳴山更幽"는 오랜 세월을 통하여 입에서 입으로 오늘날까지 전한 유명한 시구이며 '문외독절(文外獨絕)'12)로 칭찬을 받았다. '문외독절(文外獨絕)'이란 문학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지를 말한다. 이 시에서 움직임으로 정지를 부각하는 표현 방법이 왕적이 처음 사용하였다. 당나라(唐)의 위대한 시인 두보(杜甫), 왕유(王維)를 포함한 역대 중국 시인들이 모두 왕적의 영향을 받았다. 여기서 시인이 묘사하고 있는 것은 죽음과도 같은 잔잔함이 아닌 매미와 새의 울음으로 더욱 아름답고 고요한 것이다. 마지막 "此地動歸念,長年悲倦遊"는 시인이 아름다운 시냇물을 맞보게 하니 자신도 모르게 관직 생활에 혐오감이 생겨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들었다.

<동경 이야기>에서 자녀들이 노부부를 아타미(열해)로 여행 보내는 장면(이튿날 노부부 바다를 보는 장면 전)은 "정지로 움직임을 부각(以靜襯動)"이다. 느리면서도 조금은 나지막한 음악에 따라 아래와 같은 "아타미" 첫 컷이 시작된다. 첫 쇼트는 47:53부터 48:00까지 7초 지속한다. 화면에는 서서히 불어온 바람과 움직이는 부채 이외 거의 움직임이 없다.

두 번째 쇼트는 48:01부터 48:06까지 6초 지속한다. 바다의 잔잔한 물결 소리와 첫 쇼트

11) 주기정(周期政), 『고시 영화 해독(古詩英華解讀)』, 천진고적출판사(天津古籍出版社), 2011, 198쪽.

12) 추지방(鄒志方), 「움직임으로 정지를 쓴다, 문회독절-왕적의「입약야계」를 읽으며 (以動寫靜 文外獨絕--讀王籍《入若耶溪》)」, 문사지식(文史知識), 1996.

보다 음량이 약해진 배경 음악 외에 다른 움직임이 없다. 세 번째 쇼트는 48:07부터 48:12까지 역시 6초 지속한다. 바람에 조금만 움직이는 창 커튼과 보일 듯 말 듯 반짝이는 빛 외에 화면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이때 보이지 않는 바람은 바다 물결 소리와 부합되었다.

이 세 쇼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정지"이다. 그리고 이 "정지"는 화면에 드물지만 찾을 수 있는 몇 개의 "움직임"을 통해서 더욱 드러난다. 사람의 소리가 아닌 악기 소리로 배경 음악으로 하고 보이지 않는 바람에 조금 움직이는 창 커튼과 바다 물결의 잔잔한 소리로 더욱더 화면 분위기의 한가함과 고요함을 돋보이게 하였다.

2. 이락친애(以樂襯哀)

이락친애(以樂襯哀)란 즐거움으로 비애를 부각하기를 말한다. 위와 같은 <동경 이야기>의 일련의 "움직임"의 흥성거리는 "즐거운 정경" 후에 따르는 쇼트가 또한 "정지"이다. 이 "정지"는 52:48부터 52:54까지, 총 6초 지속한다.

그 후에 바로 이튿날에 노래를 읊으면서 여관 청소를 하는 두 여자의 "움직임"과 노부부가 아타미 해변에 앉아 있는 "정지"로 두 번 연속으로 번갈아 나타났다. 여기 "움직임"과 "정지"

가 여러 번 번갈아 나타난 하나의 시퀀스로 봤을 때 여기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단순한" 움직임"과 "정지"의 대비를 넘어 "즐거움으로 비애를 부각하다"는 수사법으로 된다. 청나라(清) 왕부지(王夫之)가 그의 중국 시론 저서 『강재시화(薑齋詩話)』에서 "즐거운 정경으로 슬픔을 구현하거나 슬픈 정경으로 즐거움을 구현하는 것은 슬픔과 즐거움이 두 배 증가하다13)"고 하였다. "즐거움으로 비애를 부각하다"는 수사법을 사용하는 중국 유명한 고시나 사가 많은데 그중 남조(南朝) 후주(後主, 할거 시대 말대 포로로 된 군주) 이욱(李煜)이 포로로 된 후(975년 이후) 쓴 『망강남(望江南)』이다.

"多少恨? "얼마나 한이 많았던지

昨夜夢魂中。 어젯밤 꿈속에서는

還似舊時遊上苑, 옛날 상원에서 노닐던 것처럼

車如流水馬如龍, 수레는 강물처럼 거리를 메웠고 말은 용처럼 펄펄 날더이다

花月正春風。" 달빛 머금은 꽃 봉우리에 봄바람 불던 바로 그때처럼"14)

13) 왕부지(王夫之), 『강재시화(薑齋詩話)』, 정확한 연대 추정 없음, 보통 왕부지(1619-1692)가 살았던 청나라 초기로 추정됨.

14) 시선태백,「망강남(望江南)1_이욱(李煜)」, 네이버 블로그, 2012.1.21. 『https://blog.naver.com/martiny2/40149588131』 (검색일: 2018.4.8.)

이욱은 『망강남(望江南)』에서 "옛날 상원"의 정경을 아름답고 즐겁게 묘사할수록 시인이 꿈에서 깬 후에 망국의 고통이 더욱더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위와 같은 <동경 이야기> 중 아타미 쇼트는 먼저 "정지"의 몇 장면으로 "움직임"을 돋보이게 만든 후 다시 북적거리는 "즐거운 정경"을 "정지"와 번갈아 구현하면서 평화를 도저히 얻을 수 없는 노부부의 처량함과 비애를 한결 심화시켰다.

동정 반친(動靜反襯) 분석에서 예로 든 왕적의 고시(古詩)의 마지막 문구에서 "시인이 아름다운 시냇물을 맞보게 하니 지신도 모르게 관직 생활에 대하여 혐오를 일으키게 되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들었다(此地動歸念,長年悲倦遊)"고 하듯이 영화 중 노부부도 귀가 생각이 나게 되었다. 이외에도 항상 맑고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며느리와 영화 마지막 부분 통곡을 하는 며느리 두 장면이 또한 "즐거움으로 비애를 부각하다"는 수사법을 사용하였다.

3. “물시(物是)”로 “인비(人非)”를 반친

“물시(物是)”로 “인비(人非)”에 대한 반친은 “여전한 풍물(物是)”로 “변모한 인간사(人非)”에 대한 반친(반 부각)을 말한다. 송나라 여자 사인(詞人) 이청조(李清照)는 「무릉춘·춘만(武陵春·春晚)」 에서 '만물은 여전한데 인간사는 이미 변모하였으니 일마다 그만두어야 하는

지, 말을 하려고 하니 눈물이 먼저 흐른다(物是人非事事休,欲語淚先流).'15)란 사문이 있다. 이 사는 송고종(宋高宗) 소흥(紹興) 5년에 금나라(金)가 저주(滁州)를 침범하고 이청조의 남편이 병으로 죽었고 이청조가 혈혈단신으로 연일 봉화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떠돌아다니며 객지에서 살았을 때 쓴 시였다. 인생행로의 험난함을 두루 다 겪었으므로 처지가 처량하고 내심은 지극히 비통함을 잘 구현한 이 사문은 오늘날까지 내려온 아주 유명한 사문이다.

실로 오즈가 <동경 이야기>에서 "여전한 사물"로만 사용하지 않고 "여전한 주변 사람"으로도 돌아가신 할머니의 부재를 한층 부각하였다. <동경 이야기> 중 영화 첫 쇼트부터 나오는 일련의 사물에 대한 쇼트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나오는 일련의 사물 쇼트는 비슷한 쇼트이다. 영화의 첫 쇼트가 호수 위에 배가 오른쪽으로 가는 반면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나타난 비슷한 쇼트 중의 배가 왼쪽으로 가고 있다. 또한 벌목(伐木) 상점 쇼트 중 앞에서 지나가는 아이들과 화면 왼쪽에 있는 수레와 물병들이 모두 없어진다. 마을 쇼트 중 처음에는 기차가 지나가는데 나중에는 기차가 없어진다. 마지막 집안의 쇼트가 있는데 처음에는 노부부와 이웃 할머니가 있는데 나중에는 할머니만 없어진다. 위와 같은 "여전한 사물"이나 "여전한 인물"로 "할머니의 부재"를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15) 필자 참조 역, 서북문(徐北文),석만봉(石萬鵬), 『이청조시사선(李清照詩詞選)』, 제남출판사(濟南出版社), 2009, 50쪽.

4. 이대친소(以大襯小), 노소/생사반친(老少/生死反襯)

이대친소(以大襯小)는 큰 것으로 작은 것을 반 부각한다는 뜻이다. 이대친소(以大襯小)는 배경의 넓음과 웅대함으로 주체의 작음이나 인간의 외로움과 험난함을 반친해 주는 것이다. 배경이 클수록 주체의 작음이 더욱 돋보이게 되고 경치가 웅대할수록 인간 감정이 더욱 가라앉아 보이게 된다. 중국 고시사(古詩詞)에서 천지의 웅대함으로 인간의 작음을 반친(反襯)하는 수사법은 20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찍 굴원(屈原, 약 -339~-278년)은 그의 소체시(騷體詩) 「원유(遠遊)」에서 "惟天地之無窮兮,哀人生之長勤"란 시문을 남겼다. 즉, "천지의 무궁무진함을 생각하며 인생의 험난함을 애탄하다". 다른 예를 들자면, 당나라 시인 진자앙(陳子昂)의 "念天地之悠悠,獨愴然而涕下"란 시문이 있다. 즉, "높은 데로 올라와 보니 그저 무궁무진한 천지 우주를 보게 되며 왠지 슬퍼하기 시작하여 눈물이 흘러 내려왔다"는 뜻이다. <동경 이야기> 중의 할머니와 큰아들네 작은 손자와 창밖에서 노는 장면에 천지(天地)의 드넓음과 웅대함으로 사람의 보잘 것도 없음을 반(反) 부각하고 있다.

노소/생사반친(老少/生死反襯)이 역시 중국 고시사(古詩詞)에서 애용된 반친(反襯)법이다. 그리고 중국 고시사(古詩詞)에서는 젊음으로 늙음을 반친(反襯)하는 것과 죽음으로 생에 대한 반친(反襯)이 더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少小離家老大回,鄉音無改鬢毛衰" 와 "十年生死兩茫茫,不思量自難忘"이 그것이다. 즉, "어릴 적부터 고향을 떠났는데 늙어야 고향으로 돌아왔다.

자기의 고향 말투가 아직 변함이 없었던들 살쩍은 하얗게 되어 버렸네", "이승과 저승으로 나뉜 아득한 십 년 세월이건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잊을 길 없다"이다. <동경 이야기>에서 아이로 대표한 생(生)으로 할머니로 대표한 사(死)를 반(反) 부각하고 있다. "천지가 이렇게도 크고 웅대한데 사람으로서의 내가 끝없이 보잘 것도 없다. 작은 인간이 생사(生死)를 좌우할 수 없고 인간이란 존재의 진정한 집은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로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서 "인간이란 존재의 진정한 집은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란 의문은 영화에서 숨긴 질문이라고 본다.

Ⅲ. 결론

1990년부터 Sight&Sound의 평가 결과가 서양에서는 물론 일본 본토와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켜 오즈 연구열을 한 층 심화시키며 또한 오즈 연구를 <동경 이야기> 연구로 집중시키게 하였다. 필자는 <동경 이야기>의 중요도가 갑자기 높아진 이유를 주로 네 가지로 분석한 뒤 <동경 이야기>에 대한 연구를 살폈다. 그 결과 <동경 이야기>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범위가 넓고 성과도 풍부하나 문화나 역사, 서양 시각으로 본 동양 미학 등의 각도에서만 연구해왔다. 일본 본토 영화 연구자들이 한자 폐기 등 이유로 인해 한자 영향을 많이 받은 오즈 미학의 일본 전통성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가지 않았다.

이에 필자는 오즈는 "連句(렌쿠)의 구성은 영화 몽타주와 공통점이 있다"라고 강조한 바와

오즈가 가장 좋아하는 중국 한나라 시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온 아름답고 우아한 전통을 살려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하이쿠의 시학 분위기와 정지를 살리기 위하여 중국 고전 시가 수사법인 반친(反襯)으로 작품을 분석하였다. 결과는 "반친(反襯)" 수사법을 동정 반친(動靜反襯), 이락친애(以樂襯哀), "물시(物是)"로 "인비(人非)"를 반친, 이대친소(以大襯小), 노소/생사반친(老少/生死反襯) 네 가지로 나눠서 중국 고전 시가를 예로 들어 설명하였다.

참고문헌

∙ 외국 문헌

David Dessor.Ozu's Tokyo Story,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7.

リブロポート編,『リブロ・シネマテーク 小津安二郎 東京物語』, リブロポート,1984.

田中眞澄編,『小津安二郎「東京物語」ほか』, みすず書房, 2001.

貴田庄,『小津安二郎と「東京物語』, 筑摩書房, 2013.

梶村啓二,『「東京物語」と小津安二郎 なぜ世界はベスト1に選んだのか』,平凡社, 2013.

小野俊太郎,『『東京物語』と日本人』, 松柏社, 2015.

蓮實重彦,『監督 小津安二郎』増補版,筑摩書房, 2003.

일본 방송 협회 조사 타임즈, 1931년 12월 15일 호.

기정(周期政),『고시 영화 해독(古詩英華解讀)』, 천진고적출판사(天津古籍出版社), 2011, 198쪽.

추지방(鄒志方), 「움직임으로 정지를 쓴다, 문회독절-왕적의「입약야계」를 읽으며 (以動寫靜文外獨絕--讀王籍《入若耶溪》)」, 문사지식(文史知識), 1996.

왕부지(王夫之), 『강재시화(薑齋詩話)』, 정확한 연대 추정 없음, 보통 왕부지(1619-1692)가 살았던 청나라 초기로 추정됨.

필자 참조 역, 서북문(徐北文),석만봉(石萬鵬), 『이청조시사선(李清照詩詞選)』, 제남출판사(濟南出版社), 2009, 50쪽.

∙ 국내 기타자료

시선태백,「망강남(望江南)1_이욱(李煜)」, 네이버 블로그, 2012.1.21.

『https://blog.naver.com/martiny2/40149588131』 (검색일: 2018.4.8.)

토론문

토론자 : 오연(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 고전 시가 수사법인 반친(反襯)으로 영화<동경 이야기>에서 나온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연출방식을 새롭게 도모한 글을 잘 읽었습니다. 논문에서 얘기한 것처럼 <동경 이야기>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범위가 넓고 성과도 풍부하지만 주로 서양 중심의 시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동양은 여전히 서양의 타자로 존재합니다. 이 논문은 동양의 시각으로 동양의 미학, 더 나아가 동양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데 있어서 매우 의미가 있고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몇 가지 생각을 드리는 것으로 토론을 대신할까 합니다.

우선, 중국 고전 시가 수사법과 오즈 야스지로 작품의 관련성을 볼 때 상호텍스성이라는 개념을 떠올렸습니다. 모든 문화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늘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 아무리 위대하고 독창적인 작품일지라도 다른 텍스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이 논문에서 다루는 예시처럼 문화연구도 관계 속에서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비슷한 예로는 독일의 대표적 현대극 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연극 작업과 중국문화의 상호작용을 들 수 있습니다. 브레히트의 작품들은 동양문화권에서 소재를 가져다

쓴 비유극 내지 비유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희곡 <코카서스의 백묵원>은 중국의 <화란기>에서 소재를 얻었고, <사천의 선인(四川好)>도 중국 고전들을 많이 인용했습니다. 그리고 동서양의 전통을 흡수해서 극의 비유적 성격과 생소화 효과를 강화시켰습니다.

크리스테바가 처음 체계적으로 사용한 ‘상호텍스트’라는 개념은 이 논문에서도 다양한 측면으로 접근해 볼 수 있습니다. 문학 연구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상호텍스트성은 좁은 의미의 상호텍스트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작품들이 서로 영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상호텍스성은 텍스트와 텍스트, 주체와 주체 사이, 텍스트와 사회문화적인 영향 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지식의 총체적인 연결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한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주어진 텍스트는 단순히 문학 텍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기호체계 더 나아가서는 문화 일반끼지 포함합니다. 즉, 텍스트가 속해 있는 문화의 맥락에서 이해되기도 합니다.

이 논문에서 분석하고 있는 고전 시가 수사법과 영화의 관계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상호텍스트성은 작품이 이전의 특정한 텍스트들과의 관련성을 가리키는 명칭이라기 보다 오히려 작품이 한 문화의 언술 공간에 참여하는 것을 가리키는 명칭이 됩니다. 즉 텍스트가 한 문화의 다양한 언어나 의미 행위와 맺고 있는 관계, 그리고 그 문화의 가능성을 표현하는 텍스트들과 맺고 있는 관련성을 가리킵니다. 오즈는 "連句(렌쿠)의 구성은 영화 몽타주와 공통점이

있다"라고 강조한 것처럼 텍스트를 통해 문화의 관련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연구도 다른 문화와의 대화성, 즉 관계 속의 문화연구가 중요합니다. 이 논문은 바로 중국 전통문화와 일본 근대문화의 대화성을 탐구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서 발명되든 외부에서 차용되든, 문화는 전체뿐만 아니라 그 세부도 항상 변화합니다. 변화는 저항을 받기도 하고 환영을 받기도 합니다. 상호텍스트성의 입장에서 다양한 텍스트가 속해 있는 문화의 맥락을 분석하면 문화 간의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바흐친은 “대화는 언어생활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다”라고 주장합니다. 대화는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영화텍스트와 중국전통서사에 대한 더 깊은 분석을 통해 문화 간의 더 다양한 관계를 밝혀낼 수 있길 바랍니다.

또한 중국문화가 일방적으로 다른 나라의 문화에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도 없으며, 다른 나라 문화도 반대로 중국문화에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런 다양한 장르에서 전통과 현대, 또한 다른 나라의 문화와 함께 상호작용하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문화 횡단 풍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품은 국가와 장르의 경계를 넘으면서 서로 다른 국가적 체계, 정치적

입장, 철학적 관점, 미학적 취향을 지닌 문화적 텍스트들이 만나고 충돌하고, 때로는 소통하는 역동적 공간이 됩니다. 포스트모던한 문화상호주의적인 접근, 즉 문화적 대표성과 정통성의 담론을 뛰어넘는 “초(trans)”문화적인 연구방법과 연구범주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작품에만 집중하지 않고, 작품과 작품의 상호 텍스트성을 통해 문화가 넘나드는 양상을 같이 살펴보고, 다른 문화와의 관계성을 밝히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문화기술을 활용한 무대 위 실재의 구현

리미니 프로토콜의 로봇 공연 <언캐니 밸리>를 중심으로

김정현*·박치완**

국문초록

본고는 문화기술의 적절한 활용을 보여주는 리미니 프로토콜의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를 연구한다. 공연은 제목처럼 그 자체로 ‘언캐니 밸리’가 실재함

을 증명하는데, 그 방법으로서 애니매트로닉스 로봇을 활용하였다. 이 사례는 가상과 실재가 기술을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지, 문화기술과 그 양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연구는 공연에서 나타나는 실재와 이미지의 개념을 검토하고, 공연영상, 언론자료, 인터뷰 등을 통한 문헌연구를 토대로 분석한다. 연구결과는 어떤 해결책으로서의 기술 사례를 제시한다기보다 새로운 기술의 접목이 시도하는 연극적 확장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인간-기계-예술 사이의 메카니즘을 탐색하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기술발전이 문화적 영역을 새로이 확장하면서 등장한 문화예술의 다양한 실천적 양식은 창작의 방식에서도, 그것과 직면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형성할 수 있다.

주제어: 언캐니 밸리, 리미니 프로토콜, 실재, 시뮬라크르, 로봇, 애니매트로닉스

* 주저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jkim.in.theatre@gmail.com

** 교신저자,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 chwpark001@hanmail.net

Ⅰ. 들어가며

오늘날 문화계에서 확장현실과 실감기술은 뜨거운 감자다. 우리는 이제 가상적 존재와 가상현실을 구현하고 그것들을 현실로 끌어오는 경지에 이르렀고, 이미 일상 속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속도 탓에 우리는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적용 뿐 아니라 가상과 실재 사이 인간의 존재와 그의 삶, 그리고 그 위상과 가치에 대해 혼란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오늘날 가상기술, 5G 통신기술, 첨단기술 시대의 문화예술 현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요구된다.

본고는 예술의 본질을 극대화하는 기술의 활용을 보여준 사례로서 리미니 프로토콜의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를 연구한다. <언캐니 밸리>를 중심으로 한 관련연구가 해외에는 여러 편 있지만1), 국내 연구 중에서는 리미니 프로토콜의 공연사례를 중심으로 한 연구 중 단 한편의 논문2)에서 약간의 언급만 있을 뿐이다. 최근 국내의 로봇 연극 동향을 살펴봐도 일본의 ‘제미노이드 F’와 한국의 ‘에버(EVER)’를 사례로 논한 연구가 대부분이며, 대체로 로봇-연극-인간의 관계를 조명하며 로봇 배우의 양상 및 개념을 연극성 혹은 포스트휴머니즘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그러나 김현주가 지적하였듯이, “퍼포먼스 기반의 로보틱 아트는

더욱이 그 연구가 부족한 실정”3)이기 때문에 로봇 퍼포먼스의 사례연구가 연구의 다양성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본고는 <언캐니 밸리>의 공연사례를 통해 가상과 실재가 기술을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보면서, 문화기술과 그 양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공연에서 나타나는 시뮬라크르의 개념을 검토하고, <언캐니 밸리>의 공연영상, 언론자료, 인터뷰 등을 통한 문헌연구를 토대로 분석한다. 연구는 매체범람과 코로나로 인해 위기에 빠진 공연계를 구제할 해결책으로서의 기술 사례를 제시한다기보다 새로운 기술의 접목이 시도하는 연극적 확장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인간-기계-예술 사이의 메카니즘을 탐색하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기술발전이 문화적 영역을 새로이 확장하면서 등장한 문화예술의 다양한 실천적 양식은 창작의 방식에서도, 그것과 직면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형성할 수 있다.

1) 독일을 중심으로 메덜란드, 매국, 우크라이나, 세르비아 등에서 쓰인 관련논문이 있으나 고작 20여편 내외 정도일뿐이다.

2) 백영주, 「포스트 프로덕션으로서 현실주의 연극 - 리미니 프로토콜의 <죽음 뒤에 남는 것 - 아무도 없는 방>과 <상황실>의 체계성」, 『한국연극학』, 한국연극학회, 제73호, 2020, 161-162쪽.

3) 김현주, 「퍼포먼스 기반의 로보틱 아트에 대한 미학적 탐색 : 재현과 수행성을 중심으로」, 『CONTENTS PLUS』, 한국영상학회, 제15권 제5호, 2021. 52쪽.

Ⅱ. 무대 위 실재와 이미지

실재와 이미지는 플라톤에서부터 들뢰즈와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논의로부터 정의할 수 있다. 시뮬라크르에 대한 세 관점은 각기 차이를 보이지만, 실재, 실제세계, 본질로부터 먼 거리에 위치하며 실재가 희미해지는 혹은 아예 사라진 상태의 객체를 시뮬라크르로 정의한다. 관점의 차이는 시뮬라크르와 원본의 대상인 이데아 혹은 실재 사이의 거리에 있다. 플라톤의 시뮬라크르는 원형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독립된 객체로 존재할 수 없고 그렇기에 원본에만 가치를 추구하는 플라톤으로서는 시뮬라크르 그 자체는 가치가 없다고 판명한다. 반면 들뢰즈는 시뮬라크르가 원본으로부터 복제의 복제를 거쳐 형성된 것이지만 원본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도 가치를 가진다고 말한다.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에서 시뮬라크르는 더 이상 원본 혹은 실재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원본이나 실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독립적 객체로서 창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리하면, [그림 1]과 같다4). 여기서 첫 번째 단계의 이미지가 플라톤의 시뮬라크르라면, 두 번째 이미지를 들뢰즈가 말하는 시뮬라크르로 볼 수 있겠다.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는 세 번째 이미지부터 시작되고 더 나아가 그가 말하는 시뮬라크르-하기로서 시뮬라시옹은 마지막 단계를 넘어야만 가능하다.

[그림 1] 실재가 이미지를 거쳐 시뮬라크르로 전락하는 단계

그렇다면 연극의 이미지는 어디에 위치하는가. [그림 1]의 단계에서 보자면, 연극은 ‘변질된 실재로서 이미지’로 정의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연극은 단순히 실재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재의 반영’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것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애초에 실재가 부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연극이 어떤 양식을 취해도 마찬가지이다. 사실주의 연극이 이상적인 인간의 도덕성을 제시하는 양식으로서 인간의 삶과 사회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면, 그와 대조되는 표현주의는 보이는 그대로의 것을 부정하고 표면을 왜곡하며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에서

4) 박치완, 『이데아로부터 시뮬라크르까지』, 한국외대 지식출판원, 2016, 115쪽. [표1] 재구성.

진리를 찾았다. 다시 말하면 전자는 실재의 반영영에 가깝고자 하는 소극적 변질, 후자는 적극적으로 변질하고자 하는 ‘변질된 실재로서의 이미지’이다.

과연 ‘실재의 부재를 은폐하는 이미지’ - 실재가 없지만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미지 - 혹은 ‘실재와 무관한 순수 시뮬라크르로서 이미지’는 공연에 존재하지 않을까? 최근 “텍스트 중심의 연극에서 퍼포먼스 중심의 공연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5) 빚어진 새로운 연극성을 기반으로 확장현실기술을 접목한 공연에서는 어떨까. 확장현실이라고 할지라도 공연이 상연되는 현장의 공간과 시간을 재현하는 현장성(liveness)을 목표로 구축된다면 순수 시뮬라크르까지 도달하기는 어렵다. 현장성을 살린다는 것은 곧 실제세계에서 실연된 공연 현장의 감각을 체감하는 데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존성(presence)6)을 살리는 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무대는 어떨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 챕터에서 전개하도록 하겠다.

Ⅲ. 사례연구: 리미니 프로토콜의 <언캐니 밸리>

<언캐니 밸리는>는 연출한 스테판 카에기(Stefan Kaegi)는 헬가르트 하우크(Helgard Haug)와 다니엘 베첼(Daniel Wetzel)의 세 연출가로 결성된 독일의 연극그룹 리미니 프로토콜의 일원으로, 보편적인 연극적 양식에 대항하는 실험적 예술을 지향한다. 이들의 작업은 주로 “과거가 아닌 현재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초점”7)하는 뉴다큐멘터리 연극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리미니 프로토콜은 <언캐니 밸리>를 통해 ‘원본’과 ‘복제물’ 간의 작용과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자 했다는 점8)에서 이미지와 시뮬라크르 개념과 연계된다.

<언캐니 밸리>는 2018년 뮌헨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진행한 가상정거장1(2021.3.5. - 3.21.)에 초청되어 실시간 온라인(2021.3.14. YouTube)으로 상연되었다. <언캐니 밸리>는 작가 겸 극작가인 토마스 멜레가 언론의 각종 인터뷰와 강연에 다니며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자신을 대신하여 이 반복적인 인터뷰와 강연을 해줄 로봇을 만들게 된다는 배경을 가진다. 이 무대는 불안

5) 김주연, 「연극성에 대한 담론」, 『연극평론』, 통권100호, 한국연극평론가협회, 2021, 101쪽.

6) 김방옥에 의하면, 현존성은 아직 형성중인 개념이다. 그는 “연극에서의 현존은 1) 지금, 여기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시공간적 직접성과 생생함 2) 대상에 대한 의식(意識)현상, 혹은 행하는 자와 보는 자의 관계 3) 알 수 없는 신비감이나 심리적 힘 4) 허구적 몰입, 연기적 기교, 미적 자율성 5) 몸, 물질성, 에너지 6) 철학적 의미에서 근원과 합치, 존재론적 충일감, 재현과 시뮬레이션, 매개화와 기호화의 가능성 등의 개념들과 관련해서는 때로는 긍정적으로, 혹은 회의적이거나 새롭게 조정하는 입장에서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논의되어오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힌다. (김방옥, 8쪽)

7) 김형기, 「일상의 퍼포먼스화 - 혹은 뉴 다큐멘터리 연극 - 리미니 프로토콜의 연출작업을 중심으로」, 『헤세연구』, 한국헤세학회, 제24집, 2010. 343쪽.

8) 리미니 프로토콜은 “원본이 복제물로 대체된다면 원본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원본은 그의 복제물을 통해 그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가? 원본과 복제물은 경쟁하는가 아니면 상호보완하는가?”를 제기한다. (Rimini Protokoll. 2022. Uncanny Valley - Rimini Protokoll. [Online]. [Accessed 25 April 2022]. Available from: https://www.rimini-protokoll.de/website/en/project/unheimliches-tal-uncanny-valley)

감의 문제에 대한 강연으로 전개되며, ‘불편한 골짜기의 장벽 극복9)’이라는 제목 하에 앨런튜링과 토마스 멜레의 삶을 비교한다. 공연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표 1]과 같다. 이 공연은 단막극이고 장이 따로 구분되지 않지만 장면구분을 위해 내용에 따라 정리하였다.

[표 1] <언캐니 밸리>의 소주제와 내용

장# 주제 내용 메시지

1

강연/공연의

시작

- ‘음, 흠, 훌쩍’

- 강연 소개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로봇의 모습

2 멜레의 삶

- 멜레의 유년: 6세, 17세

- 2016년 책 출간, 반복되는 인터뷰

반복되는 인간의 삶이

기계와 유사

3 튜링의 삶

- 앨런 튜링의 삶과 업적: 튜링머신, 튜링테

스트

- 연극기계와 멜레의 로봇 경험

- 앨런의 약 복용과 죽음

기계의 기술적 프로그래

밍과 인간에 대한 사회

적 프로그래밍

4

공감과

프로그래밍

- 기억과 프로그래밍, 공감

- 로봇-멜레의 제작 과정

기계의 공감와 기계에

대한 공감 한계

5

언캐니밸리

불안정감

- 무대 영상 속 실물 멜레와 로봇-멜레의

대화

- 언캐니 밸리 설명

- 앨런 튜링이 연구한 랜덤의 미학

불규칙성은 기계와 다른

인간적 요소

이 연극의 제목인 <언캐니 밸리>는 기계가 인간과 너무 닮으면 어느 순간 기괴함을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의 의미를 공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그 실재를 체감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연극 자체가 곧 ‘언캐니 밸리’이다. 관객은 ‘언캐니 밸리’의 경험을 통해 관객에게 인간과 기계에 대한 성찰로 인도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특징으로부터 작용한다. 하나는 인간의 복제품으로서의 ‘로봇’이라는 존재, 다른 하나는 인간-기계를 구분하기 위해 개발된 ‘튜링테스트’를 연극적으로 연출한 부분이다10).

<언캐니 밸리>에 등장하는 로봇(이후 ‘로봇-멜레’로 지칭)은 인간 토마스 멜레(이후 ‘인간-멜레’로 지칭)의 형상을 복제한 애니매트로닉스 복제물(Animatronics double)11)이다. 로봇

9) 원어(영문버전): Overcoming the Obstacles of the Uncanny Valley

10)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 리미니 프로토콜의 보편적 특성이었던 비정형적 극장이 아닌 객석과 무대가 분리된 극장의 정형을 따른다. 로봇과의 거리와 고정된 객석, 조명으로 관객의 시야를 한정함으로써 로봇을 인간에 가깝게 혹은 로봇답게 표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11) “애니매트로닉스는 애니메이션(Animation)과 전자(Electronics)의 합성어로서, 다양한 동작이 가능한 집약화된 기계장치 외에, 사실감을 위한 대체근육 및 외피(skin), 효율적인 프로그램 시스템, 특수분장 등 여러 분야의 기술이 융합된 고부가가치 기술을 말한다.” (이상원·김진영 ·정관영 ·강명규 ·김미란 ·정일용, 「애니메트로닉스 캐릭

터 안구 메커니즘 개발」, 『한국콘텐츠학회 종합학술대회 논문집』, 한국콘텐츠학회, 2010. 444쪽.)

12) 이 효과는 극장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로봇-멜레가 무대에 어떻게 등장하는 지,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일 것이다. 공연의 영상에서는

13) T. Sovhyra, “Robotic Theatre: Comparative Analysis of Human and Mechanized Activities in the Creative Process”, Creativity Studies, Vilnius Gediminas Technical University, Vol. 14 No. 2, 2021, pp.302-304.

14) 작품 내에서도 설명하지만, ‘튜링테스트’는 앨런 튜링이 개발한 인간과 기계를 구분해내는

-멜레는 인간-멜레의 모션을 캡처, 저장하여 출력하는 과정을 거쳐 제작되었다. 인간-멜레의 상반신과 손은 석고로 본을 뜬 후 실리콘으로 주조되었고 인간-멜레의 제스처와 얼굴 표정, 머리카락, 눈썹까지 세밀하게 복제하였다. 무대에서 로봇-멜레는 녹음된 인간-멜레의 목소리로 연행한다. 이러한 로봇-멜레의 제작과정은 공연 중에 관객에 공유된다.

막이 오르면 서서히 밝혀지는 조명 사이로 로봇-멜레가 드러난다. 로봇-멜레는 아주 천천히 객석을 둘러보며, “음.. 음..”하며 목청을 가다듬고 콧물을 훌쩍이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조명이 모두 밝혀지고 로봇-멜레의 뒷모습이 언뜻 보이기 전까지는 로봇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 로봇-멜레의 머리 뒷부분이 전선과 기계로 얽혀있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으나 무대를 바라보는 객석의 시야각과 조명의 굴절로 인해 한눈에 알아차리지 못한다. 로봇-멜레가 “환영합니다, 여러분”이라고 운을 떼기 전까지의 2분여의 시간동안 진행되는 이 과정을 통해 관객은 로봇-멜레를 인간으로 인지한다12).

그러나 로봇-멜레는 완벽한 재현을 의도하지 않는다. 외면상으로 온전히 복제한 듯 하지만 결함을 남겨두었다. 전면의 형상은 완벽한 인간-멜레의 형상이지만 머리의 뒤편을 오픈함으로써 기계임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 게다가 다른 연극 로봇들이 보통 인간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모사를 지향하는 것과 반대로 로봇-멜레의 움직임은 어딘가 부족해보이며 기계

임을 자처하는 동작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소브히라(Sovhyra)는 <언캐니 밸리>에 대해서 많은 비평과 담론이 오갔지만 모두 한결같이 ‘언캐니 밸리’ 효과를 체감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복제품으로서의 모습과 기기가 드러난 로봇으로서의 양면적 모습이 동시에 드러나도록 한 연출은 두 상반된 모습에 대한 반응을 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소브히라는 전자를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 후자를 인간과 닮지 않은 ‘로봇(혹은 안드로이드)’으로 구분했는데, 휴머노이드는 무대 위에서 더 호감을 샀고, 휴머노이드가 아닌 로봇은 무대 위에서 비호감으로 비춰졌다고 판명한다13).

그런데 ‘언캐니 밸리’의 실재가 로봇-멜레의 존재만으로 충분한가. 익히 선행연구들에서 다뤄왔던 일본의 ‘제미노이드F’나 한국의 ‘에버’를 연상해본다면 ‘언캐니’의 체감이 가능하긴 하다. 물론 그들은 기본적으로 기괴함을 느끼지 않도록 인간배우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상연하였기 때문에 그 목적이 다르고 체감의 정도가 다르겠으나, 이것이 인간과 기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견인될 것인가를 따지자면 로봇의 존재만으로는 불충분해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공연은 끊임없이 로봇과 인간의 차이를 규명하는 방식에 대해 논하고자 하며, 공연내내 ‘인간다움’을 판명하는 일종의 ‘튜링테스트’14)를 시행한다. 극 중 로봇-멜레는 관객에게

테스트로, 사람과 구분되지 않는 인공지능을 정의하고자 한 개념이다. 테스트를 주관하는 사람은 블라인드 뒤의 인간과 기계에게 같은 질문을 주고 그 대답에 따라 어느 쪽이 인간인지를 판단한다. 그 결과 기계를 인간이라고 판명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인간을 대체할만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고 인정한다.

15) #1, #5에는 내용상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 표의 예시는 중추적 질문을 중심으로 정리하였고 부차적인 질문은 지면상 생략하였다.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매우 일상적인 질문에서부터 철학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까지 그 범위는 다양하다. [표 2]15)는 질문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핵심적인 질문만을 정리하였다.

[표 2] 극 중 관객을 향한 질문

장# 극 중 관객을 향한 질문

2

[a] “지금 여기 계신 여러분, 기분이 어떠십니까? 제 얘기를 듣는 기분이 어떤가

요?”

3

[b] “이름이 무엇입니까?, 직업은?, 당신은 어떻게 생겼죠?”

[c] “만약 제 메커니즘 중 어딘가가 손상되었다면, 기술의 도움으로 불편함 없이

기능하는 게 가능할까요? 저의 인간다움은 함께 손상될까요? 우리 인간은 모든 면

에서 예측불가할까요?”

4

[d] “여러분의 첫 기억은 무엇인가요? 아니면 첫 장면이요? 어릴 적 침실인가요? ……

이것은 진짜 당신의 기억인가요? 혹시 사진을 보고 기억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e] “저는 단지 존재하는 걸까요? 아니면 인과에 의해 존재하는 걸까요? …… 당신

은 2주 전에 그렇게 대답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것은 아닌가요? …… 기괴하다고

느끼나요? 정확히 뭐가요?”

[f] “여러분은 어떤 생명체입니까?"

[g] “전 최선을 다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제가 여러분과 같은

행동을 하면 여러분은 저와 같다고 느끼나요?”

표에서 [b]의 경우 앨런 튜링의 튜링테스트에 대한 설명 직후 던지는 질문으로서 매우 직설적으로 이것은 튜링테스트의 질문임을 드러낸다. 형식만을 따지자면 그저 강연의 형식을 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극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전개를 염두한다면, 이 모든 질문이 관객에 대한 튜링테스트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c], [d], [f]가 인간과 기계 간의 차이를 어디에 둘지를 암시하는 질문이라면, [a], [e], [g]는 보다 직접적으로 당신들의 눈앞에 있는 이 로봇-멜레를 본 느낌이 어떻느냐고 물으면서 ‘언캐니’한 느낌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질문의 형식이 아닌 직접적 명제로 로봇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배우를 보러 오셨다면,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혹시 진짜를 보러 오셨다면, 역시 잘못 찾아오셨습니다”고 하면서 자신이 가짜이며 배우가 아님을 스스로 밝힌다거나 “여러분은 저와 여러분을 구별하기 위해서 여기 오셨을 겁니다. 당신은 저보다 낫고 자유롭다고 생각하겠죠”라

말하며 스스로 로봇임을 드러내는 식이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스크린에 인간-멜레가 등장하고 로봇-멜레를 컨트롤하는 인간-멜레를 보며 로봇-멜레는 완전히 로봇으로의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인간-멜레는 이때 그간 극 중에서 제기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내놓듯 ‘언캐니 밸리’의 개념을 설명하고 원본인 인간 자신과 기계인 로봇 간의 관계와 존재의미를 해설한다. 막을 내리기 전 로봇-멜레의 입을 통해 관객에게 “당신은 튜링테스트를 통과했기 때문에, 여러분이 박수친다면 이 박수는 여러분을 향한 것이다”고 마무리한다. 이로써 공연은 인간도 기계처럼 반복되는 행위와 프로그래밍되는 삶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생물의 불규칙성과 불안정성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자 프로그램임을 전달하며 막을 내린다.

인간처럼 인지되는 시간과 로봇으로 인지되는 시간이 번갈아 반복됨에 따라 로봇-멜레의 정체성을 인간 혹은 기계 중 어디에 두어야 할지 혼란스럽게 한다. 기본적으로 로봇-멜레는 ‘I’ 또는 ‘my’와 같은 일인칭을 통해 토마스 멜레임을 자처한다. 움직임에 있어서도 멜레 갈퀴(Melle Claw)라 불리는 멜레 고유의 제스처를 보이면서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며 동작한다. 그러나 조명과 음악 때로는 기계적 목소리 효과가 사용되며 로봇임을 드러내면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관절을 꺾는다거나, 기계스러운 동작을 보여준다. 관객은 멜레와 같은 형상을 가진 이 로봇-멜레를 로봇을 매개로 한 인간-멜레로 인식하다가도 기계임이 노

출되는 순간 인간-멜레와는 단절되고 로봇-멜레로서의 로봇으로 인지하게 된다. 극은 이러한 연출을 통해 언캐니함을 빚어낸다. 관객은 무대 위의 로봇-멜레를 바라보며 공연을 인지하지만, 그 과정에서 로봇-멜레 뿐 아니라 상당부분 인간-멜레를 인지하게 된다. 인간-멜레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지 않지만 로봇을 매개로 인간-멜레는 실재하게 된다. 그로써 인간-멜레의 부재는 은폐되고 마치 인간-멜레가 현존하는 것처럼 체감된다. 동시에 로봇-멜레의 존재는 인간-멜레의 복제품이자 변질된 실재로서 자리하며 관객에게 로봇-멜레로서 인지되는 순간에는 로봇 그 자체로 독립적 가치를 발산한다.

Ⅳ. 나오며

지금까지 인간-멜레의 형상 복제인 로봇-멜레를 기반으로 한 공연 <언캐니 밸리>를 중심으로 ‘언캐니 밸리’라는 독특한 체험을 어떻게 무대 위에서 실재하게 만들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애니매트로닉스 기술을 빌어 정교한 복제를 제작하고 이에 따라 ‘언캐니 밸리’의 개념을 무대 위에 위치시켰다. 게다가 인간과 기계에 대한 담론을 심도있게 구성하기 위해 ‘튜링테스트’를 활용하여 연출하면서 ‘언캐니’함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관객 내에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두 가지 전략으로 공연은 성공적으로 ‘언캐니 밸리’의 경험을 전달하고 ‘원본’과 ‘복제’ 사이의, 인간과 기계 사이의 역학과 관계에 대한 담론을 열었다.

앞서 정리한 시뮬라크르의 개념에 입각하면, 실재가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시뮬라크르로서의 로봇-멜레, 혹은 공연의 인지가 실재와 가상 간의 간극을 벌렸고, 이 간극이 곧 ‘불편한 골짜기’를 형성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이 공연의 주제와 기술, 연출이 모두 합을 이뤘기 때문에 가능하다. 만일 로봇-멜레가 정말 인간-멜레의 대체품으로서의 완벽한 역할을 해야 했다면 관객은 여기에서 기계에 대한 진중한 경험이나 성찰을 얻지 못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배우인간의 대체로서의 로봇을 활용하는 측면도 매우 의미있는 실천이겠지만, 기술이란 결국 장치의 하나로서 인식해야 할 것이며 예술의 수월성에 얼마나 탁월하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언캐니 밸리>의 사례는 그런 측면에서 기술과 문화예술의 융합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 시점에 기술에 대한 도전으로서의 작품이 아니라 복합예술이라는 공연의 특성 내에서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여 공연의 목적과 의의를 충실히 반영한 점이 돋보인다. 그 결과, <언캐니 밸리>는 지금까지 전세계에 걸쳐 60여회 이상 상연되거나 예정에 있다. 한국의 공연은 온라인으로 상연되었기 때문에 투어 공연으로 기록되지 않음을 고려한다면 훨씬 더 많은 공연이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많은 투어공연에도

절대 지치지 않는 로봇-멜레는 이제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에서 찾는 매우 특별한 공연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다졌다.

본 연구는 엄밀히 따지자면 공연 연출의 범위만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공연의 내용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과 애니매트로닉스의 기술분석, 관객 분석을 통한 수용자 분석 등은 지면의 한계로 다루지 못한 관계로 후속연구로 남긴다.

이 사례는 분명 참조할만한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애니매트로닉스 기술이나 로봇의 제작은 자본과 기술의 막강한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섣불리 창작하기 어렵다. 게다가 실험연극에 대한 수요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자본회수를 고려한다면 무대 위에서 로봇을 만난다는 건 한동안 매우 특별한 경험으로 분류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접목은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양식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다. 또한 4차산업혁명이라고 불릴만큼 혁신적인 기술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기술과 기계, 그리고 인간의 관계와 가치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기초자료

Rimini Protokoll. 2018. Uncanny Valley. [Online]. [Accessed 25 April 2022]. Available from: https://vimeo.com/339074946

∙ 단행본

박치완, 『이데아로부터 시뮬라크르까지』, 한국외대 지식출판원, 2016.

∙ 참고논문

김방옥, 「연극에서의 현존(presence)」, 『한국연극학』, 한국연극학회, 제57호, 2015.

김주연, 「연극성에 대한 담론」, 『연극평론』, 통권100호, 한국연극평론가협회, 2021,

김현주, 「퍼포먼스 기반의 로보틱 아트에 대한 미학적 탐색 : 재현과 수행성을 중심으로」, 『CONTENTS PLUS』, 한국영상학회, 제15권 제5호, 2021.

김형기, 「일상의 퍼포먼스화 - 혹은 뉴 다큐멘터리 연극 - 리미니 프로토콜의 연출작업을 중심으로」, 『헤세연구』, 한국헤세학회, 제24집, 2010.

백영주, 「포스트 프로덕션으로서 현실주의 연극 - 리미니 프로토콜의 <죽음 뒤에 남는 것 - 아무도 없는 방>과 <상황실>의 체계성」, 『한국연극학』, 한국연극학회, 제73호, 2020.

이상원·김진영 ·정관영 ·강명규 ·김미란 ·정일용, 「애니메트로닉스 캐릭터 안구 메커니즘 개발」, 『한국콘텐츠학회 종합학술대회 논문집』, 한국콘텐츠학회, 2010.

T. Sovhyra, “Robotic Theatre: Comparative Analysis of Human and Mechanized Activities in the Creative Process”, Creativity Studies, Vilnius Gediminas Technical University, Vol. 14 No. 2, 2021.

∙ 기타자료

Rimini Protokoll. 2022. Uncanny Valley - Rimini Protokoll. [Online]. [Accessed 25 April 2022]. Available from:

https://www.rimini-protokoll.de/website/en/project/unheimliches-tal-uncanny-valley

토론문

토론자 : 김효은(백석예술대학교)

연구자는 들뢰즈와 보드리야르의 논의를 통해 문화기술의 활용을 보여주는 리미니 프로토콜의 <언캐니 밸리>를 뜯어보고, 이를 통해 무대 위 실재의 구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는 과학 기술과 인문예술의 만남을 심층적으로 고찰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토론자는 2015년 이기상 교수님의 강의에서 <언캐니 밸리>를 분석하는 진중권의 『이미지 인문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다음은 『이미지 인문학 2』의 <언캐니 밸리> 챕터의 마지막 문장이다.

한마디로 로봇을 제작한다는 것은 기계와 인간과 불성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로봇 공학은 종교적 · 기술적 숭고의 영역으로 상승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메타적인 소통까지도 들뢰즈와 보드리야르의 논의를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무대 연출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장르 별 경계는 플라톤 시대 혹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시대와 마찬가지로 무의미해지는지도 모르겠다. 탈장르로서 무대 연출에 대한 이론의 모색은 어떠해야 하는지 앞으로의 연구자의 연구 방향과 정체성이 궁금해진다.

신안선을 소재로 한 실감콘텐츠 연구

- 목포해양유물전시관 ‘바다, 신안선을 품다’(2022년)를 중심으로

위상희1), 최희수2)

국문초록

ICT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가 문화유산 전시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정부의 문화콘텐츠산업 분야 디지털 뉴딜 정책 기조에 맞추어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문화유산을 활용한 실감콘텐츠를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목포해양박물관에 소장 중인 신안선을 활용한 실감콘텐츠를 연구하고자 한다. 연구방법은 첫째, 문헌조사를 통해 실감형 콘텐츠의 개념과 특성에 파악한다. 둘째, 국내 사례 조사를 통해 신안선을 소재로 한 실감형 콘텐츠 사례와 특

성을 파악한다. 분석대상은 2018년 이후 제작된 실감형 콘탠츠 중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한 사례로 한정한다. 셋째,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의 실감형 미디어아트를 제작기법과 연출효과 등을 고찰하고자 한다.

2018년 이후 신안선을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다. 박물관 전시 콘텐츠로 제작된 실감콘텐츠의 경우 대부분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하여 XR, VR, 미디어 아트 등의 기술적 요소를 결합하고 있다. 목포해양박물관의 ‘바다, 신안선을 품다’(2022년)은 해양문화유산 중 하나로, 실제 신안선이 전시된 전시공간 벽면에 상영되는 미디어아트 영상이다. 이 영상은 문화유산을 소재로 소토리텔링하고 있으며, ‘바다_교류-신안선’이라는 주제를 스토리보다 ‘바다, 물’ 등의 이미지 중심으로 연출하였다. 실감형 영상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 VFX와 아나모픽 기법 등을 적용하였다. 개발된 영상은 프로젝션 맵핑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주제어: 신안선, 디지털 문화유산, 실감콘텐츠, 프로젝션 맵핑, 미디어 아트

* 위상희 (제 1저자) 상명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 최희수 (교신저자) 상명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

Ⅰ. 서론

첨단 ICT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융합기술의 발전은 문화유산의 복원, 보존, 전시 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정부의 문화콘텐츠산업 분야 디지털 뉴딜 정책 기조에 맞추어 최근에는 국공립 박물관 등에서 문화유산을 활용한 실감콘텐츠를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1976년 우리나라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신안선은 중국 원나라 무역선으로 14세기 동아시아 해양교류사 연구의 중요한 해양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목포해양박물관에 전시 중인 신안선을 활용한 실감콘텐츠 제작 사례를 살펴보고, 적용기술 및 연출효과 등을 파악해본다.

연구대상은 2022년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서 제작한 신안선 실감형 미디어아트이다. 연구 방법은 첫째, 문헌조사를 통해 문화유산의 디지털 전시와 실감형 콘텐츠의 개념과 특성에 파악한다. 둘째, 국내 사례 조사를 통해 신안선을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 사례와 특성을 파악한다. 분석대상은 2018년 이후 제작된 실감형 콘탠츠 중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한 사례로 한정한다. 셋째,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의 실감형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제작기법, 연출효과, 특성 등을 고찰해본다.

Ⅱ. 이론적 배경

1. 실감 콘텐츠 개념과 특징

디지털 기술 및 전시 콘텐츠의 발전으로 현대 박물관 전시는 참여와 상호작용적 특성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실감콘텐츠(Immersive Content)이다.3) 특히 2019년 정부는 콘텐츠 산업 3대 혁신 전략 등을 통해 ‘실감콘텐츠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하고, 실감형 콘텐츠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4) 이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내 최초로 ‘디지털 실감영상관’을 조성한 이후, 순차적으로 전국 박물관 상설 전시 공간에 실감콘텐츠 전시를 강화하고 있다.

실감콘텐츠란 기존의 오디오, 비디오 위주이 영상 재현 방식에서 벗어나 몰입감, 현장감을 극대화해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콘텐츠를 말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부터 프로젝션 맵핑, 인터랙티브 미디어, 홀로그램 등도 이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의 실감형 콘텐츠는 정보기술(IT)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인간의 감각

3) 정민영,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박물관 교육 발전 방안연구 : 국립경주박물관 교육 및 어린이박물관 전시콘텐츠 사례를 중심으로, 박물관교육, Vol.3, 2019, p.30

4) 오지은, 이창근, 국립박물관 온오프라인 가상전시 실감형 콘텐츠에 관한 연구, 전시관람자의 공간 경험 유형에 따른 특성을 중심으로, 교육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4단계 BK 21 사업, 2021, p.58

과 인지를 유발하여 실제와 유사한 경험 및 감성을 확장하는 기술로 정의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보고, 듣고, 만지고 공감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로 설명된다. 실감형 콘텐츠는 표현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평면적인 디지털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입체감과 풍부한 표현을 가지며, 실감형 콘텐츠는 콘텐츠를 매개로 사용자와 콘텐츠 간 이루어지는 인터렉션을 통해 스토리를 역동적으로 전개한다. 또한 현재의 디지털 전시는 과거의 전시체계와 달리 확장된 경험적 요소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전시공간에서 실감형 콘텐츠의 경험 공간적 특성은 정보적 경험공간(인지성, 반응성, 재현성), 유희적 경험공간(경험적, 참여성, 창발성), 확장적 경험공간(다감각성, 상호작용, 교류성)으로 구분된다.5) 실감콘텐츠의 유형으로는 1) 몰입형 콘텐츠, 2) 지능형 콘텐츠, 3) 융복합 콘텐츠가 있으며, 기타로는 콘텐츠 유통서비스 플랫폼과 식별정보 생성 및 분류와 보호 등으로로 분류할 수 있다.6)

[표 1] 실감형 콘텐츠 구현 기술7)

구분 기술 구현기기 구분 기술 구현기기

가상현실(VR) HMD

3D 영상

HMD,

Smart

Device,

PC

증강현실(AR) HMD, Smart Device

홀로그램(MR) 플로팅

확장현실(XR) HMD, Hololens, Smart Device 3D VR

프로젝션 맵핑 파노라마 스크린, 미디어월, 빔

인터렉티브

4D, 미디어스크린, 동작인식센서

(모션시뮬레이션, 키넥트, 라이더 센서) 360 VR

인공지능 Smart Device

2. 실감형 미디어아트

미디어아트는 사진, 전화, 영화 등의 발명 이후 이런 신기술들을 활용하는 예술, 또는 새로운 매체 기술을 사용하는 예술로, ICT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미디어아트 혹은 뉴미디어아트로 발전하고 있다. 미디어아트에서 디지털 기술을 응용하는 이유는 디지털 기술이 수용자의 감각을 자극을 극대화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5) 이영규 외, 스토리텔링 관점에서 본 네이버 기념일 로고의 시각적 표현 특성과 가치 경험 요인 유형화, 기초조형학 연구, Vol.20, No.5, 2019, p.433-434; 오지은, 이창근, 2021, p.59~60에서 재인용

6) 강경묵, 「실감형 콘텐츠를 전시공간디자인에 접목한 사례 연구-문화 및 집회시설의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공간디자인학회논문집』 제16권 8호 통권 77호, 한국공간디자인학회, 2021, pp.417~418

7) 장덕영, 박물관 등 전시공간을 위한 10인 이상 동시 상호 반응형 Walking XR 가상무대 구현 기술개발, 문화기술 연구개발원 보고서, 2019, p.2-3.

디지털미디어아트는 몰입형 기술(immersive applications)을 적용하여 관람객에게 감각적이고 상호 작용성을 허용하는 시스템으로, 소리와 빛 등으로 관람 인지 및 작품 이해 강화, 관객과 작품의 일치감 제고, 실제감 제고, 오감체험 등을 위해서이다. 이러한 실감형 미디어 아트의 특징은 몰입성(immersivity), 상호작용성(interactivity), 서사성(narrativity)이며, 활용되는 기술은 프로젝터에 의한 시각화 기술, 압도적이고 정서적인 음향 표출 기술, 그리고 관객과의 상호작용 기술이 있다. 특히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원격감각성(tele sensoriality), 가상현실(virtual reality) 등의 기술은 관객에게 환영(illusion)을 주어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 수 있다. 이때 미디어아트에 활용된 몰입기술이 미디어아트의 연출 및 정보전달 의도와 적합을 이룬다는 전제가 필요하다.8)

먼저 미디어아트에서 몰입 기술의 기본은 시각적 자극을 주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아트에서는 다수의 프로젝션을 활용하여 정교하게 움직이는 영상을 제공하는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사용한다.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은 ‘빛을 비추다’ 혹은 ‘빛을 던지다’라는 뜻을 지닌 프로젝션(projection)과 ‘입히다’의 개념인 맵핑(mapping)의 합성어로서,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여 변화를 줌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다.9) 프로젝션 매핑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2D, 3D의 디지털 이미지 혹은 영상을 제작하거나, 사물의 실제 크기를 변환하는 소프트웨어와 프로젝터, 컴퓨터 등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10) 프로젝션 매핑은 건물 외벽뿐만 아니라 실내 공간, 오브제 등 프로젝터에 의해 영사시킬 수 있는 모든 것을 스크린으로 사용할 수 있다.11) 또한 프로젝션 매핑은 장소만 제공이 된다면 다른 매체에 비해 저렴하고 짧은 시간에 더욱 화려하고 경이적인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다. 그래서 광고나 홍보, 이벤트쇼,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12) 현재 국공립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문화유산을 활용한 디지털 전시 중 많은 경우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한 실감 콘텐츠로 개발되고 있다.

Ⅲ. 신안선 실감콘텐츠 사례

1. 신안선 개요

‘신안선’은 전라남도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굴된 침몰한 14세기 중국 무역선으로, 1975년

8) 전혜현, “뉴 미디어 아트에서의 매개된 몰입에 관한 연구,” 미학, 제74권, pp.85-112, 2013

9) 김은수,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이 적용된 이벤트 공간경향 분석》. 한국실내디자인학회 2013년도 추계학술발표대회 논문집, 2013. p.144.

10) 장승은,김상욱, 《프로젝션 매핑에 의한 미디어 파사드》. 한국HCI학회 학술대회 Vol.2012 No.1. 2012, p.850

11) 박남희, 김민지, 조명희, 김형섭, 김진욱, 《도시 공간과 프로젝션 파사드》. 현대기획, 2013. p.12.

12) 김민지, 박남희, 《공간매핑의 계보를 통해 본 프로젝션 매핑과 미디어 파사드》. 한국디지털디자인협의회 디지털 디자인학연구 제12권 제4호(통권 제36호), 2012,. p.561.

8월에 한 어부가 6점의 도자기를 건져 올리면서 신안선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13) 1976년부터 1984년까지 9년간 10차례에 걸쳐 바다 밑에서 침몰선과 유물인양 발굴 작업이 실시되었는데, 이때 중국 원나라 때 청자류를 비롯한 금속, 석제, 동전, 약품, 잡화 등 총 2만2000여 점의 유물이 발견된다. 중국 원나라 무역선으로 추정되는 신안선은 중국 항저우를 출발하여 가마쿠라시대 일본으로 가는 도중 우리나라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침몰연대는 도자기의 양식, 동전, 목간들로 보아 1331∼1350년 사이다. 현재 보존처리 후 실물 복원된 신안선 선체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내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 전시되어 있고, 도자기 등 인양된 유물은 국립광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신안선이 침몰한 해역은 ‘신안 해저유물 매장해역(新安 海底遺物 埋藏海域)’으로 1981년에 사적으로 지정되었다.14) 이 해저유물들은 14세기 동아시아 해양 문화교류사에 있어 중요한 자료이다.15)

[그림 1] 신안선 발굴 및 현황(출처: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2. 신안선 실감콘텐츠 사례

2018년부터 개발된 신안선 실감콘텐츠의 주요 주제는 ‘신안선의 항해, 침몰, 발굴, 유물’ 등이다. 주로 신안선이 침몰한 바다, 파도, 수중 환경 등 자연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시각적 몰입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시공간에 시각적 몰입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프로젝션 맵핑을 주로 활용하고, 전시목적에 따라서 프로젝션 맵핑에 XR, VR, 미디어 아트, 미디어 월 등의 디지털 콘텐츠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또한 프로젝션 맵핑에 인터렉티브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전시 콘탠츠, 관람객, 전시공간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동되기도 한다.

13) 국립문화재연구소 ‘신안선’ https://www.seamuse.go.kr/mokpo/collection/info/20823

14) 문화재청 문화재검색

http://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pageNo=1_1_1_1&ccbaCpno=1333602740000

15) 진정환, [문화도시가 품은 국립광주박물관 이야기] ‘신안선’ 출항 700주년, 그 위대한 여정, 세계일보, 2019.08

[표 2] 신안선 실감콘텐츠 사례

구분 끝나지 않은 항해,.. 신안선 VR 체험전

신안 바다 속을

깨우다

보물선을 깨우다,

이미지

제작 2018년 2020년 2021년 2021년

공간 목포해양유물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목포해양유물전시관 아시아문화전당

주제 난파, 발굴, 복원 출항, 난파, 발굴 수중 발굴 및 유물 난파선, 해저유물

기술 3D 영상, 홀로그램 프로젝션 맵핑, VR 프로젝션 맵핑, XR

프로젝션 맵핑,

미디어월

Ⅳ. 목포해양유물전시관 ‘바다, 신안선을 품다’ 분석

1. 제작개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021년 목포해양유물전시관 ‘아시아 해양교류실’ 개편(‘20년)에 따라, 최신 영상 기법을 활용한 콘텐츠를 개발, 활용하여 관람객에게 실감나는 경험 제공하기 위해 아시아 해양교류실에 전시할 실감콘텐츠로서 영상콘텐츠(1점), 정보형 콘텐츠(2점)을 기획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1) 침몰과 발굴까지의 스토리텔링(바다_교류_발굴), 2) 3D 스캔을 통한 정보전달(유물_스캔_체험), 3) 몰입감 강화를 위한 공간설계(동선, 조명, 몰입) 등의 제작이 진행되었다. 이 중 실감형 미디어아트는 기존의 ’끝나지 않은 항해, 끝나지 않은 꿈‘(3D 입체영상, 2018년)을 대체할 미디어아트로서 ’아시아 해양교류실 3면 벽면에 설치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전시주제는 ‘바다_교류_신안선’이며, 45m*8m의 대형 스크린과 빔프로젝트와 입체음향을 활용해 제작하였다.

[표 3] ‘바다, 신안선을 품다’(2021년) 개요

제작년도 2022년

신안선, 신안선 실감형 미디어아트

사업주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작기법 실감형 미디어아트

전시주제 바다_교류_신안선

전시장소 목포해양유물전시관 아시 해양교류실

① 문화유산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신안선’은 전라남도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굴된 침몰한 14세기 중국 무역선으로, 1975년 8월에 한 어부가 6점의 도자기를 건져 올리면서 신안선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중국 원나라 무역선으로 추정되는 신안선은 중국 항저우를 출발하여 가마쿠라시대 일본으로 가는 도중 우리나라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목포해양박물관의 <바다, 시안선을 품다>는 신안선이라는 해양문화유산을 소재를 활용하여 ‘바다, 침몰, 발굴’까지 3단계의 스토리텔링하고, 중국 경원항에서 출항하여 항해 중 바다에서 침몰하여 다시 부활하는 장면을 ‘바다, 물’이라는 이미지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표 4] <바다, 신안선을 품다> 스토리텔링

출항

바다

폭풍

침몰

부활

② 전시공간연출

‘바다, 신안선을 품다’의 전시공간은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의 아시아 해양교류실이다. 전시 영상은 실제 신안선을 둘러싸고 있는 벽면 스크린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전시’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제작된 이미지를 디스플레이에 띄우거나 프로젝션을 이용해서 벽면 또는 스크린에 투사하는 전시 기법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몰입의 효과를 유발하는 전시를 ‘몰입형 디지털 전시(immersive digital exhibition)’로 부를 수 있다.16) 이러한 전시공간 속에서 전시 영상의 몰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동선계획, 조명계획, 공간 환경의 조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동선계획은 기존 조닝과의 연계성을 중심에 두고 유물전시의 스토리라인을 구상

16) 임동욱, 몰입형 디지털 전시의 예술교육적 기능 분석-제주 ‘빛의 벙커’를 중심으로,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2019,

하였다. one-way 동선을 도입하여, 관람객은 상설전시 관람 후 실제 신안선 둘레에 설치된 슬로프 위에서 신안선 너머에 있는 벽면의 대형 화면을 통해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조명기법으로 난파선 분위기를 연출하여 대형 영상의 몰입도를 증대하고, SPOT 조명을 활용하여 신안선 전시에 강렬한 빛과 어둠의 잔상을 전달한다. 셋째, 공간에 개방감을 적용해 전체 영상과 신안선의 함께 조망이 가능하도록, 실감형 영상은 실제 신안선을 보조하는 벽면 영상으로서 신안선이 돋보이도록 연출한다.

[그림 2] ‘바다, 신안선을 품다’ 전시 공간 및 동선계획

③ 실감형 영상콘텐츠 제작

일반적으로 실감형 콘텐츠란 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인간의 오감을 극대화하여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콘텐츠"이다. 전시공간에서 실감형 콘텐츠는 관람객과의 소비능동적 상호작용성과 오감을 만족시키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강경록, 2021)

‘바다, 신안선을 품다’의 실감 영상콘텐츠는 스토리 중심보다는 ‘바다, 물’ 등 신안선이 침몰하고 발굴된 바다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실감형 콘텐츠 제작을 위해 영화 등에 사용되는 특수 효과인 VFX(visual effect) 기술을 적용하여 영상의 사실감을 확보하고, 착시(illusion) 기법인 아나모픽(Anamorphic) 기법을 적용해 ‘바다, 파도’ 등을 생동감 있게 연출하고 있다.

먼저 아나모픽(Anamorphic) 착시예술은 사물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을

이용한 착시예술기법 중 하나이다.(Lee, 2012)17) 아나모픽 기법은 원본 이미지를 왜곡해서 실제 사믈을 보는 듯한 착시현상을 만든다.18) 미디어아트에서 프로젝터와 원근감 프로젝션을 사용하여 정적 및 동적 아나모픽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19) 이러한 아나모픽 기법의 대표적 사례로 (D'strict, 2020년)이 있다. 곡면 스크린(가로 80.8m, 세로 20m)으로 제작된 이 영상은 아나모픽 착시현상을 이용해 수조관 안에서 실제 파도가 치는 듯한 입체감을 제공한다.

[그림 3]

[그림 4] <바다, 신안선을 품다> (목포해양박물관)

그리고 VFX(visual effect)는 특수영상이나 시각효과를 뜻한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그림 등에 적용되는 영상제작기법 중 현장에서 촬영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기법으로 흔히 CG특수효과라고 한다.20) 실감형 영상 편집을 위해 1) 미디어콘텐츠 및 영상 종류별 내용에 따라 편집을 차별화하는데, 이때 인트로와 브릿지, 메인영상별 성격에 따라 영상 흐름 및 속도 조

17) 안재홍, 권난주. 아나모픽 착시예술을 활용한 초등 과학 융합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초등과학교육, 34(2), 2015, pp.224-237.

18) PAVITHRA, L. K.; SRINIVASAN, R.; SHARMILA, T. S. Optimum anamorphic image generation using image rotation and relative entropy. Multimedia Tools and Applications: An International Journal, [s. l.], p. 1-31, 2022.

19) CHIA, T.-L.; CHEN, H.-J.; HUANG, P.-S. Anamorphic imaging system for the moving viewer by projecting onto two orthogonal planes. Multimedia Tools and Applications: An International Journal, [s. l.], p. 1-24, 2022.

20) 김형재, 윤수인. VFX(Visual effect) 프로세스 환경 변화 연구 - 시각 효과 개발 업체 “Videocopilot” 중심으로. 연기예술연구. 2020;. pp.79-100

절이 필요하다. 2) 미디어 효과 구현을 위해 물결효과, 바람효과 등 소재와 스토리에 맞는 이펙트를 편집하는데, 적용기술로는 After Effect Trapcode particular, Ellement 3D, Plexus, 등이 있다.

[표 5] 고해상도 3면 영상 편집과정

‘바다, 신안선을 품다’에 사용된 미디어 콘텐츠 CG 기술에는 MAYA, Zbrush, Veu-10 / V-ray 등이다. MAYA는 캐릭터 모델링을 위해서, Zbrush는 바위, 안개, 구름 등 자연물 연출에 있어 색감 및 질감의 사실적 표현을 위해서, 그리고 Veu-10 / V-ray는 물, 바다 등의 표면 및 자연현상을 표현을 위해 각각 사용된다. 사실적 표현기술인 'Particle & Fluid기술'과 '섀도우 및 보조 텍스터 기술‘을 등을 이용하여 빛, 자연, 파도와 비바람 등을 표현하고 있다.

[표 6] 적용기술과 실감형 콘텐츠 예시

Particle & Fluid기술 실감 영상콘텐츠의 결과물

물, 연기, 파편들을 생성하고, 유체

연출 표현

바다에 비취는 빛, 구름, 거친 파도와 비바람

등을 구현

④ 프로젝션 맵핑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은 ‘빛을 비추다’ 혹은 ‘빛을 던지다’라는 뜻을 지닌 프로젝션(projection)과 ‘입히다’의 개념인 맵핑(mapping)의 합성어로서,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여 기존 물체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며, 이때 압도적인 공

간음향이 포함된다.21) ‘바다, 신안선을 품다’도 마찬가지로 프로젝션 맵핑을 이용해 45m×8m의 대형 스크린에 실감형 영상을 투사하고, 영상에 대한 흡입력과 집중력 상승을 위한 음향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프로젝션 매핑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2D, 3D의 디지털 이미지 혹은 영상을 제작하거나, 사물의 실제 크기를 변환하는 소프트웨어와 프로젝터, 컴퓨터 등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22) 미디어 전시에서 관람객의 시각화를 위한 방법으로 프로젝터를 이용하는 이유는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 장치가 가지게 되는 크기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젝터를 여러 대를 연결해서 사용하게 되면 패널에서 보이는 연결부분에 대한 이질감을 제거할 수 있다.23) '바다, 신안선을 품다‘는 아시아 해양교류실 정면 및 좌우 측면에 고해상도 레이저방식의 멀티 프로젝션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그림 5] ‘바다, 신안선을 품다’ 멀티 프로젝션 시스템

21) 김은수,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이 적용된 이벤트 공간경향 분석》. 한국실내디자인학회 2013년도 추계학술발표대회 논문집, 2013. p.144.

22) 장승은,김상욱, 《프로젝션 매핑에 의한 미디어 파사드》. 한국HCI학회 학술대회 Vol.2012 No.1. 2012, p.850

23) 이재영, 권준식, 전시환경의 영상 맵핑에 관한 연구, 디지털콘텐츠학회논문지, Vol. 19, No.7, 2018, pp.1343-1344

멀티 프로젝션 시스템은 한 곳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영상관보다 발전된 다면 프로젝션 시스템으로 더 넓은 화면의 구현과 세상을 바라보는데 적합하다. 또한 프로젝션 매핑을 통해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터를 이용하는 비디오 프로젝션 매핑(Video Projection Mapping)을 활용할 경우 확장된 공간감과 실제감을 연출하기도 한다.24) 하지만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의 실감콘텐츠 ‘신안 바다 속을 깨우다’(2021년)의 경우 ‘바다, 신안선을 품다’(2022년)과 마찬가지로 ‘바다, 물’의 이미지를 강조한 실감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전시공간이 협소하여 콘텐츠의 몰입감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바다, 신안선을 품다’의 경우 45m×8m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함으로써 프로젝션 맵핑 기반의 몰입감이 높은 공간을 구현하고, 관람객들에게 보다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그림 6] 목포해양유물전시관, ‘신안 바다속을 깨우다’(좌), ‘바다, 신안선을 품다’(우)

Ⅴ. 맺음말

ICT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융합 기술의 발전은 문화유산의 복원, 보존, 전시 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정부의 문화콘텐츠산업 분야 디지털 뉴딜 정책 기조에 맞추어 최근에는 국공립 박물관 등에서 문화유산을 활용한 실감콘텐츠를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24) 김명우, 김동조, 김형기. 《프로젝션 매핑을 이용한 오브젝트 및 공간 표현 연구》. 한국디지털디자인협의회 디지털디자인학연구 제11권 제1호(통권 제29호) , 2011. p.566

1976년 우리나라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신안선은 중국 원나라 무역선으로 14세기 동아시아 해양교류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해양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신안선을 활용한 실감콘텐츠가 2018년부터 국립광주박물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목포해양유물전시관 등에서 개발되고 있다. 주제는 ‘신안선의 항해, 침몰, 수중 발굴, 유물’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이전의 신안선 전시콘텐츠와 비교해볼 때 실감형 콘텐츠는 신안선이 침몰한 바다, 파도, 수중환경 등 자연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전시공간에 시각적 몰입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프로젝션 맵핑을 주로 활용하고, 전시목적에 따라서 XR, VR, 미디어 아트 등을 접목하고 있다.

그 중에서 2022년 제작된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의 ‘바다, 신안선을 품다’는 2021년 ‘아시아해양교류실’ 개편(‘20년)에 따라, 기존의 ’끝나지 않은 항해, 끝나지 않은 꿈‘(3D 입체영상, 2018년)을 대체할 콘탠츠로써 ’아시아 해양교류실 3면 벽면에 설치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영상은 45m*8m의 대형 스크린, 빔프로젝트, 입체 음향을 활용하였다. 분석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유산 소재를 활용하여 스토리텔링하고 있다. ‘신안선’은 14세기 중국 무역선으로, 중국 항저우를 출발하여 일본으로 가던 중 우리나라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바다, 신안선을 품다>는 이러한 신안선의 소재를 활용하여 ‘바다, 침몰, 발굴’까지를 스토리텔링하고, 중국에서 출항하여 바다에서 침몰하여 다시 부활하는 장면을 ‘바다, 물’이라는 이미지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둘째, 실감형 영상 서비스를 위한 몰입형 전시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바다, 신안선을 품다’의 전시공간은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의 아시아 해양교류실이다. 전시 영상은 실제 신안선을 둘러싸고 있는 벽면 스크린이다. 이를 위해서 동선계획은 기존 조닝과의 연계성을 중심에 두고 유물전시의 스토리라인을 구상하였다. one-way 동선을 도입하여, 관람객은 상설전시 관람 후 실제 신안선 둘레에 설치된 슬로프 위에서 신안선 너머에 있는 벽면의 대형 화면을 통해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조명기법으로 난파선 분위기를 연출해 대형 영상의 몰입도를 증대시키고, 전시공간에 개방감을 적용하고 벽면 영상은 신안선을 보조하는 전시매체로 신안선을 돋보이록 연출하고 있다.

셋째, 실감형 콘텐츠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인간의 오감을 극대화하여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로 전시공간에서 관람객과의 능동적 상호작용성과 경험제공이 특징이다. ‘바다, 신안선을 품다’은 스토리 중심보다는 ‘바다, 물’ 등 신안선이 침몰하고 발굴된 바다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실감형 콘텐츠 제작을 위해 특수 시각적 효과인 VFX 기술을 활용하고, 착시 기법인 아나모픽(Anamorphic) 기법을 적용해 ‘바다, 파도’ 등을 생동감 확보하고 있다.

넷째,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실감형 영상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신안선을 품다’의 경우 45m×8m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함으로써 프로젝션 맵핑 기반의 몰입감이 높은 공간을

구현하고, 전시관 정면, 좌우 측면에 고해상도 레이저방식의 멀티 프로젝션 시스템이 사용하고, 영상에 대한 흡입력과 집중력 상승을 위한 음향장비를 갖춰 관람객들에게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상으로 목포해양유물전시관의 미디어아트 ‘바다, 신안선을 품다’를 살펴보았다. 2019년 이후 정부는 콘텐츠 산업 3대 혁신 전략 등을 통해 실감콘텐츠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공립박물관을 필두로 문화유산을 활용한 실감콘텐츠들이 개발되고 있다. 문화유산을 활용한 실감콘텐츠의 경우 주제의 스토리텔링, 콘텐츠와 전시공간 그리고 관람객의 상호작용을 통해 실감콘텐츼 몰입도를 제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기 개발된 실감콘텐츠의 경우 적용기술과 표현방식에 있어 다소 획일화되는 경향도 있는데, 신규 콘텐츠 제작시 소재발굴의 참신함, 콘텐츠 제작의 창의성, 기술적 요소와 예술적 요소 등의 적절한 결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 단행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2020년도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 추진계획,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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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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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A, T.-L.; CHEN, H.-J.; HUANG, P.-S. Anamorphic imaging system for the moving viewer by projecting onto two orthogonal planes. Multimedia Tools and Applications: An International Journal, [s. l.], p. 1-24, 2022.

토론문

토론자 : 박진호(고려대학교)

위상희와 최희수의 본 연합 콘텐츠 학회에서의 공동 논문 발표인 <신안선을 소재로 한 실감콘텐츠 연구 - 목포해양유물전시관 ‘바다, 신안선을 품다’(2022년)를 중심으로>는 2022년 목포해양유물 전시관에 상영중인 미디어아트 영상으로 신안선을 활용한 일종의 실감콘텐츠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14세기 난파선과 해저유물을 활용한 45m 크기의 대형 스크린에서 연출한 미디어아트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신안선은 지난 1975년 최초 발견되어 45년간 발굴과 복원과정을 거쳐 대중에 공개된 난파선 ‘신안선(新安船)’이다. 이 배는 길이 30m, 무게 240톤 규모의 무역선이다. 여기에서 출수된 유물들은 도자기와 저울추를 비롯해 각종 약재와 씨앗 등 유물 2만4000여점이 바닷속에서 쏟아져 나와 방대한 규모의 해양 출수 유물을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바닷속에서 건져진 신안선 선체와 2만점이 넘는 유물들은 동서(東西) 문명교류의 주요 통로인 실크로드의 궤적을 나타내는 자원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

미디어아트로 전시된 콘텐츠는 미디어월 체험공간에 신안선이 난파, 소실, 복원되는 과정을 가상으로 재현하였으며, 3D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프로젝션 맵핑과 LED 미디어월을 통해 아시아의 해양문화유산, 신안선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다.

그림. 신안선 출수 유물(왼쪽)과 디지털 복원도(오른쪽)

바닷속에 침몰된 신안선의 잔존 선체는 현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에서 전시중이며 해양에서 출수된 도자 유물들은 현재 국립광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다. 신안선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종래 연구되었던 신안선 3D스캔 파일과 원형복원 모델링자료를 기반으로 가상의 신안선을 구성하였고 그리고 도자 유물을 추가적으로 3D스캔하는 방식으로 실감콘텐츠를 제작하였다.

이 논문에서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2018년 이후 신안선을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다. 실감콘텐츠의 경우 대부분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하여 XR, VR, 미디어 아트 등의 기술적 요소를 융합해 제작되었다. 본 연구 논문에서는 목포해양박물관의 ‘바다, 신안선을 품다’(2022년)은 해양문화유산 콘텐츠중 하나로, 실제 신안선이 전시된 전시공간 벽면에 상영되는 미디어아트 영상이다. 이 영상은 1970년대부터 지난 50년동안 꾸준히 발굴되어온 신안선이라는 문화유산을 소재로 소토리텔링화 하였다. 그래서 이번 ‘바다_교류-신안선’이라는 주제를 스토리보다 ‘바다, 물’ 등의 이미지 중심으로 연출하였다. 그리하여 이번 발표자가 언급한 신안선 벽면 미디어아트 영상은 바다를 주제로 한 영상과 바닷속 울림을 재해석한 음악이 어우러져 전시 공간에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고 신안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대형 투명모니터는 관람객이 신안선에 탑승하여 선실 창문을 통해 배의 내부를 감상하는 듯한 효과를 줘 관람객들의 체험 효과를 높였다. 그밖에도 신안선의 개요와 당시 발견된 유물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들이 마련되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신안선 실물 위로 14세기에 항해하던 당시의 모습을 그래픽으로 복원한 영상이 투명화면을 통해 신안선 위로 겹쳐 보여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본 토론자는 다음 몇 가지 질문과 아울러 본 토론자가 생각하고 있는 대안을 말씀 드리고자 한다.

1. 첫 번째, 과연 무엇이 실감인가에 대해 묻고 싶다.

여기 논문에서 실감형 콘텐츠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인간의 오감을 극대화하여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로 전시공간에서 관람객과의 능동적 상호작용성과 경험제공이 특징이다라고 언급하였다. ‘바다, 신안선을 품다’은 스토리 중심보다는 ‘바다, 물’ 등 신안선이 침몰하고 발굴된 바다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실감형 콘텐츠 제작을 위해 특수 시각적 효과인 VFX 기술을 활용하고, 착시 기법인 아나모픽(Anamorphic) 기법을 적용해 ‘바다, 파도’ 등을 생동감 확보하였다고 기술하였다. 그러나 이 신안선도 마찬가지이지만 정말 실감형 콘텐츠가 추구하는 오감(五感)에 있어서 늘 시각(視覺)과 청각(聽覺)에만 의존하였지 후각이나 촉각등의 다른 감각은 투여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발표자의 생각을 묻고 싶다.

2. 두 번째로는 디지털헤리티지를 표방하는 입장에서 미디어아트의 역할이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뚜렷한 답은 없다. 본 발표자는 논문 본론에서 미디어아트는 사진, 전화, 영화 등의 발명 이후 이런 신기술들을 활용하는 예술, 또는 새로운 매체 기술을 사용하는 예술로, ICT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미디어아트 혹은 뉴미디어아트로 발전하고 있다. 미디어아트에서 디지털 기술을 응용하는 이유는 디지털 기술이 수용자의

감각을 자극을 극대화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 그리고는 디지털미디어아트는 몰입형 기술(immersive applications)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본 토론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도 ‘미디어아트형’을 디지털헤리티지 유형의 한 요소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나 현란한 영상 중심의 콘텐츠는 마치 일본의 팀랩(Teamlab)을 따라하는 형태의 미디어아트가 디지털헤리티지를 추구하는 입장에 있어 그것이 과연 부합한지 여부를 듣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신안선의 의미와 가치를 국민과 더 널리 공유하고 공감하고자 신안선 벽면을 활용하여 45미터의 대형 미디어아트 영상을 상영하고, 터치가 가능한 투명모니터에 신안 보물선의 내부를 담은 영상을 함께 공개하여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해양문화유산과 현대기술의 만남을 통해 국민이 해양문화유산을 더 쉽게 체감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중국 원나라 무역선인 ‘신안선’은 한국 최초로 수중발굴한 첫 보물선이자 중세 난파선으로, 신안 앞바다에서 한 어부가 건져 올린 도자기를 시작으로 ‘세기의 발견’이라 불리며 아시아 수중고고학의 상징물을 표방하는 프로젝션 미디어아트 작품이라는 의미에서 본 논문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한글서예의 현대적 변용과 전승으로서 손글씨 콘텐츠의 방향성 제언

이채론1)·노창현2)

국문초록

오늘날 급증하고 있는 한글 캘리그라피에 대한 관심과 유행은 한글 서예의 질적 하락을 야기 시킨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예와 손 글씨에 대한 관심을 점차 증가시키고 있다, 이는 디지털 시대 기계문명이 대체해가고 있는 육필문화의 위기에 대한 대처가 될 수 있으며 한글문화콘텐츠 개발에도 긍정적인 시각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한글이 창제된 이후 한글의 부흥은 창제된 당시가 아닌 조선후기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한글이 가진 민족적이고 민주적인 성격이 대중매체인 소설과 조우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한글은 창제 당시 애민사상과 자주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백성의 교화를 목적으로 반포되었다. 이를 위해 한글 목판본 인쇄를 위한 판본체가 발전

하였고, 이후 왕실을 중심으로 필사체인 궁체가 발달하였다. 조선후기에 이르러 백성들의 문화 속에서 꽃피운 한글 서체는 민체다.

한글 캘리그라피의 도입과 확산은 전통 서예라는 기반 위에 현대 디자인이 융합하면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한글 민체의 등장과 성장은 대중매체인 한글 소설과 연관성이 있었으며, 한글 캘리그라피의 등장과 성장은 대중들의 감성과 아날로그에 대한 수요시장에 의해 이루어졌다. 한글 캘리그라피가 가진 개방적이고 창의적이며 자유분방한 특성은 한글 민체의 성격과 닮았으며, 그 시대적 배경 역시 비슷하다. 이러한 양자간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디지털 시대 육필문화의 전승으로서 한글 서예가 가진 가치를 상기시키고 향후 한글 서예, 보다 근원적으로는 손 글씨가 문화콘텐츠로 기능하기 위한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주제어: 한글 서예, 민체, 한글 캘리그라피, 손글씨콘텐츠

1)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수료

2) 대구대학교 문화예술학부

Ⅰ. 서론

1. 연구 배경 및 목적

최근 ‘캘리그라피’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손 글씨 문화’로 유행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서예와 캘리그라피를 분리해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캘리그라피의 외연은 확장되었다. 대중들에게 서예가 더 이상 캘리그라피로 인식되지 않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전통을 전승하고 축적된 필법과 서체의 유지에 초점을 맞춘 서예와 달리 자유로운 창작으로 필법의 경계를 허문 캘리그라피에서 차이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1990년대는 예술이 산업과 결합하고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게 된 사회적 배경이 마련된 시기다. 발전된 기술에 따른 아날로그에 대한 대중들의 감성적인 수요시장을 맞이한 시대 흐름 속에 전통 서예는 디자인과 협업을 통해 현대적인 변화를 모색했다. 이후 캘리그라피는 광고, 출판, 공연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면서 ‘손 글씨’의 감성과 디지털 기술의 조우를 통해 급격하게 성장1)한다. 그러나 성장한 외연의 크기만큼 적잖은 우려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는 전통 서예의 가치를 흐린다는 관점과 더불어 제한 없는 창의적 발상으로 인한 가독성 저해, 활자체가 가질 수 없는 육필문화의 고유성 상실, 무분별한 자격증 발행을 통한 전문성 결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글 서예의 질적 하락을 야기시킨다는 우려와 더불어 육필문화의 고유성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통해서라도 한글 캘리그라피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이론적 정립과 정체성에 대한 연구가 선제되어야 함이다. 이에 한글이라는 문자의 창제와 발전과 한글 서예의 연관성과 그 변천과정에 있어 어떤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졌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글 캘리그라피가 한글 서예의 전통적 가치를 어떻게 계승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려한다. 이 것이 본 연구의 첫 번째 목적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까지 언어와 문자가 통일되지 못한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문화적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세종이 창제한 문자가 ‘한글’이다. 한글이 가진 목적성은 애민정신이자 민본주의 조선의 자주정신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한글이 정작 백성들 틈에서 꽃피운 것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였으며 지식의 대중화와 더불어 한글 소설의 발달은 한글 민체의 성장을 가져왔다. 한글 민체는 백성들의 서체로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하며 백성들의 감성이 그대로 나타난다. 이는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상업적이고 실용적인 특성을 수용한 한국의 캘리그라피 문화와 맥락을 같이한다고 여겨진다. 이에 한글 민체와 한글 캘리그라피 사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 한글 캘리그라피 문화가 한글 민체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특성을 어떻게 수렴하고 있는지 알아보려 한다. 이 것이 본 연구의 두 번째 목적이다.

1) 2017년 상반기 기준, 캘리그라피 타이틀이 60건 이상, 상표출원은 2008년 기준 14000건 이상, 민간자격증은 2020년 기준 350건 이상, 캘리그라피 단행본은 250여권 출판, 학위논문은 250건 이상, 학술논문도 220건 이상 연구되고 있다. 한소윤, 「캘리그래피 확산에 따른 제문제」, 서예학연구 제 36권, 한국서예학회, 2020, 270쪽

한글 캘리그라피가 한글 서예의 전통적 가치를 어떻게 계승하고 있는가?

한글 민체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특성은 한글 캘리그라피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이러한 연구를 통해 육필문화로서 한글 캘리그라피의 현주소를 이해하고 향후 한글 서예의 현대적 변용과 전승으로서 손글씨 콘텐츠가 가져야 할 방향성을 가늠하려 한다.

Ⅱ. 한글 창제와 한글 서예

1. 한글 창제의 배경

세종의 한글창제와 정조의 한글 활용은 근대정신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왕실의 필요에 의해서였지, 백성의 요구에 따른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글을 백성의 힘이 성장하면서 얻은 전리품으로 보는 견해2)도 있지만, 이는 한글이 민중적 가치를 실현해온 역사적 맥락을 해석한 결과이지 당대의 창제동기라 보기는 어렵다. 새로 창제된 한글은 <운서>(한자 발음사전)를 번역하고 불경을 언해하고 유교경전을 언해하는 등 철저하게 중세적 질서를 유지하는데 활용되었다. 한글이 백성의 문자로 자리 잡은 것은 한글 소설이 유행하고 한글의 쓰임이 확

대되는 임진왜란 이후였다.3)

조선은 고려의 문벌귀족사회에서 조선의 양반관료사회로 발전하였다. 고려 신흥사대부의 출범은 이후 조선건국으로 이어졌으며 조선 양반사회의 토대가 되었으며, 조선의 성립은 사상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고려 후기에 들어온 주자학(朱子學)이 정치이념으로 자리 잡고 학문의 중심이 되었다. 주자학에 의해 중앙집권적인 전제왕권이 확립되고 민족의식이 고취되었다. 이는 자주적인 문자로서 한글 창제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시대는 왕도정치와 천도사상, 예치주의사상, 법치사상 등을 바탕으로 유교국가로서 이상적인 정치를 실천하고자 하는 시책이 실시되었다. 역성혁명을 통한 조선의 시작은 민심의 수습과 왕실내부의 권력투쟁 조정을 위해 강력한 사상적 근간이 필요했고, 이 역할을 성리학이 맡았다.4) 이러한 배경 아래 세종 25년(1443) 12월에 훈민정음이 창제되었다. 정인지 서에서 훈민정음의 창제동기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말소리가 중국과 달라서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않으므로 일반 백성들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펼 수 없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내가 이를 딱하게 여기고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는데,

2) 강만길은 <한글 창제의 역사적 의미>,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창비, 1978)에서 이러한 견해를 구체화하면서 세종의 애민정신에 초점을 두는 기존의 해석을 비판한 바 있다.

3) 최경봉, 『한글 민주주의』, 책과함께, 2012, 25쪽

4) 장혜자, 한글 서체의 변천과정과 심미의식 연구, 대전대 박사학위논문 2016, 13쪽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나날이 쓰기에 편토록 하고자 할 따름이다.5)

세종과 집현전의 학자들은 조선만의 문자와 백성을 위한 문자로서 ‘한글’을 창제했고, 이와 더불어 백성들의 교화를 위해 ‘한글’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실시한다. 운회(韻會)ㆍ사서(四書)와 같은 유교문명의 최고 고전으로부터 삼강행실도와 같은 유교 교화의 기본 서적에 이르는 언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착수했다. 또는 조선 건국의 위엄을 드러내는 용비어천가와 같은 악장이라든가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월인천강지곡과 같은 찬불가를 창작하는데도 적극 활용한 것이다.6) 이는 ‘한글’이 백성을 위해 창제된 목적성을 가지지만 정작 그 활용은 역성혁명을 통한 조선건국에 따른 왕실의 정당성 수립과 백성의 교화에 의해 먼저 이루어졌다는 반증이다. 이후 본격적인 ‘한글’의 대중화는 한글 소설의 유행과 더불어 이루진 것을 보면 ‘한글’이 가진 민족적이고 자주적인 정신은 조선후기에 이르러서야 빛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한글 서예의 심미성과 변천과정

훈민정음은 한글 서체 심미성의 본체이다.7) 훈민정음은 문자 창제의 근간을 우주원리인 주역의 천지인 관계를 도입하고 하늘과 인간과 땅의 조화를 기본 골격으로 제작되었다.8) 또한 훈민정음에서 글자의 자체는 발음기관을 상형하고 획이나 점의 조형적인 표현은 전서 필법을 따서 만들었다.9) 훈민정음의 자음글자는 발음기관의 모양을 형상화했으며, 모음은 천지 인 즉 하늘과 땅과 사람을 본떴다. 이 것이 제자의 원리이며 직선과 직선의 결합과 장방형을 이루는 것이 훈민정음의 특징이다.

1) 판본체

한글서예사에서 판본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짧으나 그 글자체가 생겨난 것은 훈민정음 창제 직후부터이다.10) 훈민정음 해례본은 인쇄를 위한 목판본에 기인하기 때문에 기하학적인 도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이후 『용비어천가』나 『월인천강지곡』 등에서는 필사하기 편리하도록 변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판본체는 한글 서체의 효시로 획의 굵기가 일정하고 수직과 수평의 직선이 교차하며 조형을 이룬다. 문자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대칭으

5) 訓民正音解例本 , 「鄭麟趾 序」 :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 故愚民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 予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人易習 便於日用耳.

6) 정출헌, 조선전기 언해사업의 지평과 문명전환의 맥락- 새로운 언어문자의 창제와 새로운 학문주체의 탄생, 어문논집 84, 2018, 77쪽

7) 최영호, 한글 서예의 정체성과 변천에 관한 연구, 호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4, 14쪽

8) 최영호, 한글 서예의 정체성과 변천에 관한 연구, 호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4, 6쪽

9) 윤양희, 『쉬운 판본체』, 우일출판사, 2001, 13쪽

10) 예술의 전당, 『조선시대 한글 서예』, 미진사, 1994, 12쪽

로 자형을 갖추고 모음의 위치에 따라 자음의 폭이 변한다. 창제당시에는 끝이 둥근 모양인 원필법으로 자형을 표현하였으나 이후 『월인천강지곡』,『용비어천가』에서는 끝이 둥근 모양인 방필법으로 변화하여 점보다는 획의 기운이 느껴지도록 표현하였다. 이후 세조 5년에 만들어진 『월인석보』에서는 붓으로 쓰기 적합한 형태로 점차 변화되었다. 점차 필사체로서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

2) 궁체

궁체는 조선시대 한글 서체의 기본형태로 자리 잡았는데 이 궁체를 개발해낸 주역은 바로 여성들이었다.11) 궁체는 언문의 실용화로 궁중소설을 베껴 쓰거나 서찰을 대필하면서 형성되었고, 이러한 필사를 담당하는 전문 서사상궁이 존재하였다. 궁궐이라는 특정한 공간이라는 성격상 품위 있는 글씨를 써야했기 때문에 오랜 수련을 통해 왕실의 품격에 맞는 서체를 탄생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마치 궁녀들만 사용했던 글씨로 인식된 것과는 달리 궁체는 최근 “왕실의 구성원, 내관 및 궁녀들에 의해 생성 및 발전, 완성되어 체계화된 한글 서체”로 그 정의와 개념을 확립12)하고 있다. 이러한 궁체는 정자와 흘림, 진흘림으로 나눌 수 있으며 조

선 중기에 이르러 정형화되었다.13)

3) 민체

궁에서 주도한 서체로 정형화된 서체로서 판본체와 궁체와는 달리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서사자의 개성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쓴 작업들이 있었는데 이러한 서체들에 대한 정확한 서체 명칭은 정립되지 않은 실정이다.14) 다만 판본체와 궁체를 제외한 서체들을 총칭하는 서체, 즉 민간사대부, 명필15) 등의 글씨를 포함시켜 민체로 정의한다. 민체는 정형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우며 한글 소설과 가사 등의 발전을 기반으로 그 것들을 필사하는 과정에서 태동한 인간적이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서체16)다.

백성들은 판본체나 궁체가 가진 형식적인 틀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며 한글 서예를 예술로 향유하기보다는 실용성을 목적으로 사용하였다. 장법에 얽매이지 않고 물 흐르듯 필사하였고, 부족한 종이로 인해 여백 없이 빽빽하게 글자를 채워 넣는 등, 상황과 환경에 맞게 글씨를 쓰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11) 김영희, 조선시대 한글 글쓰기 체계의 발전과 여성, 페미니즘연구17(2호), 한국여성연구소, 2017, 148쪽

12) 신현애, 한글서예 궁체의 개념 정의에 관한 고찰, 동양예술 54, 한국동양예술학회, 2019, 171쪽

13) 여태명, 「한글 서체의 분류와 민체의 특징 연구」, 서예학연구 제 7호, 102쪽, 2005

14) 윤선혜, 「옥외 광고물에 나타난 서체에 관한 연구」, 호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7, 9쪽

15)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의 경우 명필가로서 ‘추사체’라는 서체를 남겼으며 한석봉 역시 ‘석봉체’로서 자신의 서체를 정립시켰다.

16) 심혜순, 「한글 민체를 활용한 캘리그라피 교육 활성화에 대한 연구」, 2019, 대전대학교 대학원 서예학과 석사학위논문, 2019, 10쪽

Ⅲ. 한글 서예의 현대적 변용과 전승

1. 한글 캘리그라피의 등장과 그 배경

유구히 이어져오던 전통서예의 명맥이 최근에 와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예에 대한 관심도 예전만 못하고, IT기기의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자판을 활용한 문서작성이 일반화 되었고 수기 문화도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통서예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면서도, 다소의 한계로 작용하는 전통성 유지의 교조적 조건을 극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1990년대에 시작되었다. 1999년 원광대학교 서예과 졸업생인 김종건(1971-), 이상현(1975-)은 캘리그라피 전문업체 ‘필묵’을 설립하였다.17) 본격적으로 전통서예가 현대적인 변화를 모색하면서 콘텐츠의 영역으로 들어선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필묵’의 설립은 전통서예의 전통성과 콘텐츠의 대중성, 문화적 가치, 산업적 활용 등이 융합한 지점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화예술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문화산업이나 문화콘텐츠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가 활성화되었다.18) 즉, 1990년대는 예술이 산업과 결합하고,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게 된 사회적 배경이 마련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전통서예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향을

찾았고, 감성적인 측면, 디자인의 요소 등을 받아들였다. 전통서예와 디자인, 대중성이 결합하는 협업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전통서예가 모색한 현대적 변화의 결과가 지금의 한글 캘리그라피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2. 한글 캘리그라피와 민체의 공통점과 차이점

조선조 후기는 문예사조와 예술창작상의 형식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전환되는 일대 변화의 시기였다. 주자학과 성리학의 바탕 위에 실학과 양명학, 서학 등이 대두되었고 문예사조에 있어서도 현실주의적 성격과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민족주의적 의식이 강하게 드러났다.19) 근대 지향적이고 도시와 상업이 성장하는 추세 속에서 인간의 감성에 대한 긍정과 강조가 전개되기도 하였다. 이는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문명의 반대급부로 요구되는 감성과 아날로그에 대한 수요가 나타나는 현상과 닮았다. 감성의 중요성과 문화와 문화콘텐츠가 부상하는 시대적 배경에서 캘리그라피의 핵심적인 정체성 역시 ‘글자와 감성의 조합’, ‘전통과 현대 디자인의 협업’이다.

조선조 후기 상업의 성장과 실학의 대두, 대중매체인 한글 소설의 유행과 더불어 성장한

17) 김찬호 「한국 현대서예의 확장성」,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국립현대미술관, 2020, 439쪽.

18) 이종훈, 「창의적 융섭으로서의 문화콘텐츠」,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학위 논문, 2015, 1쪽.

19) 장지훈, 「조선조후기 서예미학사상 연구」,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7, 1쪽

민체는 21C 문화부흥기를 맞이해 대중과 호흡하기 시작한 전통 서예의 현대적 변화로서 등장한 한글 캘리그라피와 그 맥을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궁체의 영향에서 벗어난 서민들의 필사본은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있었으며 전문적인 필사자나 양반계층에서도 필법에 구애됨 없이 시원스럽게 문자의 대소 변화를 표현하고 필사자의 감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자신만의 개성적인 통일성을 구현했고 진솔하고 소박함이 함유된 서체를 만들어냈다.20) 민체는 서민들의 ‘삶’이 깃들어있다. 한글 캘리그라피 역시 대중들 틈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으며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가사나 좋아하는 시, 명언 등을 자신만의 필체로 써서 감상하기 시작했다.

또한, 조선후기 한글 소설이 필사되고 유통되면서 판매되었던 것처럼 한글 캘리그라피 역시 광고, 출판, 영화 타이틀 등 대중들의 소비매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전통 서예의 명맥을 이어나갔다. 한글 캘리그라피는 여기서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표현매체를 문자에 국한시키지 않고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다. 여기서 민체와의 차이점이 발생하는데 민체는 자유분방하고 필사자의 감상을 그대로 나타냈지만 한글에서 벗어나 표현하지 않았던 것에 반해 한글 캘리그라피는 소통의 편의를 위해 표현 매체의 확장을 가져온다. 한글 캘리그라피는 이미지와 문자의 결합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인간적인 감성으로서 ‘손 글씨’ 문화와 예술로서 서예의 전통성을 수렴하고 대중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서 상품성을 내재한 한국의 캘리그라피는 한글 서예의 민체가 가진 특성을 포용하고 있다. 첫 째로, 장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이다. 둘째는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우리 삶의 이야기를 담아 표현했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한글 캘리그라피는 문자에 국한시켜 표현하지 않고, 이미지로 그 표현 소재의 제한을 두지 않으며 도구의 사용에도 개방되어 있다. 또한 단순 필사를 벗어나 작가 개인의 창작성에 좀 더 비중을 둔다. 이러한 한글 민체와 한글 캘리그라피의 비교를 정리하면 [표1]과 같다.

[표 1] 민체와 한글 캘리그라피의 비교

구분 한글 민체 한글 캘리그라피

시대성

문예부흥기/상업의 성장

인간감성에 대한 긍정과 강조

문화산업의 성장/

인간감성에 대한 긍정과 강조

전통성 장법에 영향을 받지만 자유분방함 창작 중심

도구

문방사우

(여유롭지 않음)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함

향유 대상 민간사대부/서민 일반 대중

창작 동기 필사 창작 / 디자인

20) 심혜순, 「한글 민체를 활용한 캘리그라피 교육 활성화에 대한 연구」, 2019, 대전대학교 대학원 서예학과 석사학위논문, 2019, 12쪽

소통 매체 책, 서간 대중 매체

표현 소재 한글 한글과 이미지

Ⅳ. 결론

손 글씨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쇄문화가 활자시대를 열기 전부터 육필로서 그 유래가 깊다. 빠른 정보통신기술 속에서 다수의 사람들과의 공감과 소통은 지속적으로 요구되어지고 있고, 이러한 시대흐름 속에 ‘손 글씨’라는 아날로그는 ‘캘리그라피’라는 말로 소통과 공감의 ‘콘텐츠’로 자리하고 있다. 여전히 캘리그라피는 사전적으로 ‘서예’를 뜻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는 더 이상 캘리그라피가 서예를 뜻하지만은 않는다. 한국의 캘리그라피는 사라져가는 전통 서예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디자인과의 협업을 통해 대중과의 성공적인 소통을 이루었고, 나아가 한글 서예의 명맥을 이어가는데도 의의를 가진다. 한글 캘리그라피는 한글 서예의 변천과정에 있어서 민체의 발전양상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한글이 가진 민족적이고 자주적인 목적성과 연결된다.

조선시대 한글의 창제는 한자문화를 벗어나 자주적인 문화를 이룩하고자 했던 목표가 있었는데, 한글 소설의 발전과 함께 백성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한글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홍길동전과 같이 서자출신의 영웅담은 신분계층에 대한 전복성의 욕망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한글 소설을 필사하면서 기존 한글 서체가 가진 형식성에 얽매이지 않고 필사자의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인 필체가 형성되었고, 이는 다양한 필체의 파생으로도 연결되었다. 이처럼 한글 민체의 형성에는 한글 소설이라는 대중매체의 성장이 발판이 되었으며 한글 캘리그라피 역시 대중들과 소통하는 매체인 영화, 출판, 공연 등을 통해 그 외연을 넓혀나갔다. 최근 한글 서예의 방향성에 있어 장지훈은 심신수련과 수양의 목적을 벗어나 예술성을 추구하며 작가의 창작성을 추구해야 함을 일변21)하였다. 이는 한글 캘리그라피 문화의 성장과 더불어 한글 민체가 가진 자유분방한 창의성이 한글 서예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는 시대임을 인식한 주장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상 캘리그라피와 서예는 서양과 동양의 언어적 차이일 뿐 동일한 문자예술을 뜻하는 용어다. 현재 “캘리그라피는 서예가 아니다.”와 “캘리그라피는 서예로 번역된다.”라는 상호간 상충되는 개념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혼동이다.

한글 캘리그라피는 한글 민체의 현대적 발전양상으로 볼 수 있으며 한국의 캘리그라피는 전통 한글 서예의 특성을 버린 것이 아니다. 전통 서예와 더불어 문화콘텐츠22)의 특성도 함

21) 장지훈, 예술로서의 서예, 그 진단과 전망, 서예비평학회, 제 12회 학술회의, (2013. 06.29)

22) 문화콘텐츠는 ‘인간이 잊거나 잃어버린 감정과 정서를 충전시켜주는 지적, 창의적 산물을 상품화한 것이다. 문화콘텐츠는 종래에는 각각 독립된 영역을 지녔던 인문학, 예술, 공학이 융섭, 혹은 통섭된 결과의 산물이기도 하며,

’인간이 잊거나 잃어버린 것‘은 인문학에, ’창의적 산물‘은 예술에, 그리고 ’상품화‘는 공학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문화콘텐츠의 등장에는 예술, 인문, 과학, 그리고 상품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종대, 융섭의 산물, 문화콘텐츠, 미술세계 2007 1월호 (주)미술세계, 2006, 12, pp.90-91.

께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여 본 연구는 한글 서예와 한글 캘리그라피의 용어 논쟁에 혼란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서 한글 캘리그라피가 가진 문화콘텐츠적 성격을 바탕으로 ‘손글씨 콘텐츠’라는 용어의 사용을 제언하고자 한다.

21C 과학기술과 감성의 융합이라는 화두 속에서 ‘손 글씨 콘텐츠’는 전통 서예가 가진 전통성과 예술성을 수렴하고 한글 민체가 가진 민족적이고 자주적이며 창의적인 표현 정신을 계승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위해 대중문화의 흐름을 읽는 시야를 넓혀야 할 것이며 이미지와 문자의 표현이나 디자인 혹은 영상매체 등 타 장르의 수용에 경계를 두고 바라보는 제한적 시각을 거두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손글씨 콘텐츠’의 방향성은 나아가 한글문화콘텐츠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 단행본

예술의 전당, 『조선시대 한글 서예』, 미진사, 1994

윤양희, 『쉬운 판본체』, 우일출판사, 2001

최경봉, 『한글 민주주의』, 책과함께, 2012

∙ 참고논문

김영희, 「조선시대 한글 글쓰기 체계의 발전과 여성」, 페미니즘연구17(2호), 한국여성연구소, 2017

신현애, 「한글서예 궁체의 개념 정의에 관한 고찰」, 동양예술 54, 한국동양예술학회, 2019

심혜순, 「한글 민체를 활용한 캘리그라피 교육 활성화에 대한 연구」, 대전대학교 대학원 서예학과 석사학위논문, 2019,

여태명, 「한글 서체의 분류와 민체의 특징 연구」, 서예학연구 제 7호, 2005

윤선혜, 「옥외 광고물에 나타난 서체에 관한 연구」, 호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7

이종대, 「융섭의 산물, 문화콘텐츠」, 미술세계 1월호 (주)미술세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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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훈, 「조선조후기 서예미학사상 연구」,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7

장혜자, 「한글 서체의 변천과정과 심미의식 연구」, 대전대 박사학위논문 2016

정출헌, 「조선전기 언해사업의 지평과 문명전환의 맥락- 새로운 언어문자의 창제와 새로운 학문주체의 탄생」, 어문논집 84, 2018

최영호, 「한글 서예의 정체성과 변천에 관한 연구」, 호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4

한소윤, 「캘리그래피 확산에 따른 제문제」, 서예학연구 제 36권, 한국서예학회, 2020

∙ 기타자료

김찬호 「한국 현대서예의 확장성」,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국립현대미술관, 2020,

토론문

토론자 : 김진영(한국외국어대학교)

예전 우리는 선생님의 강의내용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연필심을 공책에 꼭꼭 눌러가며 필기를 하고 정성이 뚝뚝 묻어나는 투박한 손글씨를 통해 얼굴도 모르는 친구를 사귀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20세기 중반 타자기가 나오면서 손글씨를 쓸 일이 점점 줄어들다가 컴퓨터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손글씨는 거의 유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연구자가 선택한 주제인 손글씨, 그 자체만으로 추억 속의 감성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연구에서 주목하고 있는 최근의 손글씨 열풍은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지다시피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역설적으로 디지털 기술과의 조우를 통해 되살아난 좋은 사례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쓰는 언어’에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감성 언어’로 이행되면서 우리의 사고체계 역시 선형적 사고에서 시각과 청각, 직관과 감성을 모두 활용하는 다면적 사고체계로의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다시 말해, 창의적이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 자유분방하며 누구나 쓸 수 있는 손글씨는 대중성을 중시하는 21세기의 문화산업의 지향성과도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손글씨 쓰기에는 수행의 의미도 있습니다. 글씨는 글쓴이의 배움이나 재능, 가치관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글씨를 잘 연마하는 것은 몸과 마음을 바로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인격을 수양하는 것이며 나아가서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개인의 차원에서 손글씨가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유도하는 좋은 소재라면, 문화산업적 측면에서도 손글씨는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필자가 제시한 손글씨의 주재료인 한글은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중 하나입니다. 창제 과정에 나타나는 애민정신, 혁신성과 같은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아울러 미적인 측면에서도 직선과 곡선, 다양한 도형이 어우러져 보기에도 아름답고 배우기 쉬운 글자가 바로 우리의 한글입니다. 문자의 역할은 단순히 텍스트를 매개로 한 메시지 전달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문자를 통해 소통하고 글쓴이의 철학이나 시대적 상황까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누구나 필체가 다르기에 개성을 중시하는 이 시대에, 자신만의 독특한 필체는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필자는 세종의 훈민정음부터 한글의 역사적 뿌리를 찾아갑니다. 다음에 한글 창제의 배경을 설명하고 판본체, 궁체, 민체 등 한글 서체의 특징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과 문화예술과 결합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로서 한글 손글씨체의 등장과 배경을 설명하고 조선후기에 널리 사용된 민체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연구는 손글씨의 역사적 맥락에서부터 문화산업적 가치까지 아우르며 실용적 측면도 중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글자와 감성의 조합, 전통과 디자인의 협업이라는 손글씨의 핵심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논문을 확장하여 학술지에 게재할 때는 언급하신 다양한 서체들의 이미지를 몇 컷 추가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한글창제의 역사적 맥락과 배경은 상세하게 기술하셨는데, 손글씨가 함의하고 있는 의의, 예를 들면, 수행이나 교육적 측면에서의 장점과 같이 손글씨에 대한 연구가 좀 더 보완되기를 기대합니다. 최근 영화, 드라마와 같은 대중매체뿐만 아니라 패션이나 상품디자인, 선거 캠페인 등에 손글씨가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실질적인 사례도 추가하시면 논문의 학문적 완성도와 실용성도 제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논문 잘 읽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어 질문을 몇 개 드려봅니다.

1. 고유의 손글씨체는 저작권을 보호받지만 가끔 인터넷상에서 손글씨체와 관련해 분쟁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롭게 등록된 손글씨체는 어떤 방식으로 저작권이 보호되고 있으며 현재 몇 개의 서체가 등록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2. 역사가 깊고 정형화된 서체가 있는 전통 서예보다 창의적인 기법을 바탕으로 하는 손글씨를 표준화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전통 서예의 해서, 초서, 전서처럼 현대의 한글 손글씨에도 자리 잡은 서체가 있는지요?

3. 혁신에는 저항도 따르는 법입니다. 필자께서는 한글 손글씨 문화가 전통 서예의 가치를 흐린다는 부정적 관점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사회의 문화콘텐츠 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박주초1)·안남일2)

국문초록

본 연구는 한국사회의 문화콘텐츠 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한국사회의 문화콘텐츠 담론은 1999년 문화산업 진흥법 제정, 2001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설립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한국 사회에서 문화콘텐츠 담론은 문화산업의 관점에서 미래의 먹거리로 제시되었다. 그리고 90년대를 거치며 활발하게 논의되던 대중문화 담론은 자연스럽게 문화콘텐츠 담론이 대체하였다. 하지만 산업적 측면이 강화된 문화콘텐츠 담론은 상대적으로 대중문화 담론이 가지고 있던 비판적 속성을 약화시켰다.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사업으로 관련 기관들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되며, ‘문화콘텐츠’라는 용어 역시 ‘콘텐츠’라는 용어로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제 콘텐츠는 모든 문화물의 총칭이자 대명사처럼 사용되게 되었다. 하지만 이로인해 ‘콘텐츠’라는 모호한 용어 속으로 모든 개별 콘텐츠들이 가지는 담론의 주체성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주제어: 콘텐츠, 문화콘텐츠, 문화산업, 대중문화, 담론

1)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 수료, madcola@hanmail.net(주저자)

2)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문화스포츠대학 문화창의학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 macani@korea.ac.kr(교신저자)

Ⅰ. 서론

1999년 문화산업진흥법이 제정되고 2001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설립되며 문화콘텐츠라는 용어가 한국사회에 정착되었다. 여러 대학에서는 문화콘텐츠학과가 개설되고 관련 연구 기관이 문을 열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문화콘텐츠(혹은 콘텐츠) 산업이 ‘미래 먹거리’임을 강조하며 지원 사업을 확대1)해왔다.

학문적 관점에서 문화콘텐츠는 변화가 빠르고 타 학문이나 산업과 융․복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2) 하지만 이러한 자유로움, 곧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변화무쌍함은 문화콘텐츠가 무엇이냐는 기본적인 명제를 모호하게 하였다. 문화콘텐츠에 속하는 개별적인 분야3)들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문화콘텐츠라는 용어의 탄생과 함께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라는 용어의 등장 이후 모든 것은 문화콘텐츠(혹은 콘텐츠) 담론 속으로 흡수되었다. 이는 문화콘텐츠 담론이 태생적으로-산업적(경제적) 목적에 의한 정부(권력)의 발화라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화콘텐츠 담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현주소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문화콘텐츠 담론에 관한 연구는 ‘산업’이라는 키워드가 중심이 되었다. 고정민외(2012)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한 담론을 연구”4)하였고 최선혜는(2011) “문화콘텐츠 산업의 정책 담론”5)을 연구하였다. 그 외에 문화콘텐츠 담론이라 명명한 연구들은 문화콘텐츠 담론 자체가 아닌 개별 ‘콘텐츠’에 투영된 담론6)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

문화콘텐츠 담론의 종합적인 양상은 문화콘텐츠 연구 경향을 분석한 논문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위논문의 메타분석을 통해 문화콘텐츠 연구 동향을 밝힌 윤흥근(2011)7), 문화콘텐츠 관련 연구를 메타 분석한 류준호외(2010),『인문콘텐츠』분야 연구사의 경향성을 분석한 권지혁, 태지호(2018)8), 토픽과 키워드를 중심으로 문화콘텐츠 연구 경향을 분석한 민요한 외(2021)9)과 문화콘텐츠 학위논문 연구의 동향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오정심(2021)10) 등이

1) 실제 정부의 예산 추이를 보면 문화산업진흥법이 재정된 1999년, 전년(116.8억원) 대비 6배 상승한 약 1,000억원을 시작으로 일부 시기(외환위기 등)을 제외하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며, 2020년 처음으로 소속부 예산의 20% 점유율을 기록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 『2020 콘텐츠 산업백서』, 문화체육관광부, 2021, 55~66pp.

2) 안창현 외, 『새로운 문화콘텐츠학』, 커뮤니케이션북스, 2017, ⅵ.

3) 방송,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모바일, 게임, 출판, 만화, 광고, 캐릭터 등등.

4) 고정민 외, 「문화콘텐츠 산업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한 담론」, 『인문콘텐츠』 제27호, 인문콘텐츠학회, 2012.

5) 최선혜, 『한국 문화콘텐츠산업 정책 담론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1.

6) 여기에서의 담론은 콘텐츠에 담긴 ‘문화’, ‘철학’, ‘사회학’적 문제에 대한 개별 담론으로 이는 문화콘텐츠 담론이 아니라 특정 ‘작품’의 사건 혹은 배경 속에 나타난 담론이다.

7) 윤홍근, 「학위논문의 메타분석을 통한 문화콘텐츠 연구 동향」, 『글로벌문화콘텐츠』 7,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2011.

8) 권지혁, 태지호, 「인문콘텐츠분야 연구사의 경향성 분석」, 『인문콘텐츠』 제51호, 인문콘텐츠학회, 2018.

9) 민요한외, 「토픽모델링과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연구 경향 분석」, 『사회과학연구』 제32권 2호,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2021.

있다. 하지만 앞선 연구들은 분석에 의한 데이터 제시가 목적인 연구로 해당 데이터 이면에 담고 있는 의미를 비판적으로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문화콘텐츠의 등장 이후 한국 사회에서 형성된 ‘문화콘텐츠 담론’의 개념과 의미를 분석하고 ‘문화콘텐츠 담론이 대중문화 담론을 대체한 현상’과 오늘날 ‘대명사가 된 콘텐츠의 문제’를 밝히려 한다. 본 연구에서는 개별 담론에 대한 분석은 진행하지 않으며, 전반적인 담론의 형성 원인과 현상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만 집중한다.

Ⅱ. 한국사회의 문화콘텐츠 담론

담론은 사전적으로 “어떤 주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논의를 함”11)을 뜻한다. 전문영에 의하면 담론의 개념은 크게 언어학과 사회과학, 두 분야의 관점으로 나눌 수 있다. 언어학에서의 담론은 개별 문장보다 더 큰 단위의 언어 혹은 의사소통에 실제 사용되는 언어를 뜻하며, 사회과학에서의 담론은 언어 이면에 담긴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뜻한다.12) 본 연구는 문화콘텐츠 담론 이면에 담긴 의미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하는 것으로 후자에 속한다.

리쾨르는 담론의 일반적인 성격을 다음 4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시간적으로 현재에서 실현되는 사건이다. 둘째, 발화자를 가리키기에 자기 지시적이다. 셋째, 기술하려는 세계를 지시함에 의해 의미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의사소통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영역이다.13)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콘텐츠 담론이란 “현재 한국 사회의 문화콘텐츠를 창조, 유통, 소비하는 이들의 실제적인 의사소통 속에 벌어지는 논의”라고 할 수 있다.

학문적 관점에서 문화콘텐츠 담론은 ‘인문학’, ‘공학’의 두 축을 중심으로 분류된다. 인문학 중심의 문화콘텐츠는-인문학의 위기를 거치며- 인문학에 실용성을 부여한 접근이라 할 수 있고 공학 중심의 문화콘텐츠는 최신의 기술들을 문화콘텐츠에 어떻게 활용(구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14) 하지만 여기에 반드시 추가되어야 할 부분은 바로 경제학(사회과학)의 관점이다.15) 문화콘텐츠 담론 자체가 문화산업 진흥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2월 문

10) 오정심, 「빅데이터 분석 기반 문화콘텐츠 학위논문 연구 동향(2004년~2020년)」, 『문화정책논총』 제35집 3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1.

11) [담론]

https://dic.daum.net/word/view.do?wordid=kkw000059741&supid=kku000075394, (검색일자: 2022년 3월 14일).

12) 전문영, 『담론분석과 담론 연구』, 푸른사상, 2021. 33~35pp.

13) 박정호 외, 『현대철학의 흐름』, 1996, 122p. 재인용.

14) 안창현 외, 『새로운 문화콘텐츠학』, 커뮤니케이션북스, 2017, 12~14pp.

15) 류준호 외는 공학과 통합(융합)을 묶어 학문적 배경의 관점에서 “인문학계”, “사회과학계”, “공학계”로 분류한다. 류준호 외, 「문화콘텐츠 관련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연구 분야 목적 방법을 중심으로」, 『언론과학연구』 10권 1호, 2010, p.143.

화산업진흥법에 ‘문화콘텐츠’가 명시되면서부터다. 2009년 개정된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은 문화상품과 문화콘텐츠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문화상품”이란 예술성ㆍ창의성ㆍ오락성ㆍ여가성ㆍ대중성(이하 "문화적 요소"라 한다)이 체화(體化)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형ㆍ무형의 재화(문화콘텐츠, 디지털문화콘텐츠 및 멀티미디어문화콘텐츠를 포함한다)와 그 서비스 및 이들의 복합체를 말한다. "문화콘텐츠"란 문화적 요소가 체화된 콘텐츠를 말한다.16)

결국 ‘문화콘텐츠’ 담론은 문화적 요소가 콘텐츠에 체화되는 과정과 기술에 대한 인문학적, 공학적 담론과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목적과 결과에 대한 경제학(사회과학) 담론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진흥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와 정부 기관의 지원이 그 토대를 이룬다.

문화콘텐츠라는 용어가 한국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1990년대 후반 한국 대중문화가 활성화되고 2000년을 전후로 한류란 이름의 한국 문화상품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문화산업진흥법의 등장 이후 2001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설립되며 문화콘텐츠 담론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

다. 그리고 박치완의 지적처럼 오늘날 ‘문화콘텐츠’는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우산용어가 되었다.17) 하지만 이로인해 ‘문화콘텐츠’라는 용어를 “대중문화”라는 용어와 혼용해서 사용하거나 혹은 대체하여 사용하는 현상을 낳게 되었다.

Ⅲ. 문화콘텐츠 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1. ‘문화콘텐츠’가 대체한 ‘대중문화’ 담론

문화산업진흥법에 따르면 문화콘텐츠는 문화상품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문화적 요소에는 대중성이 포함된다. 이는 문화상품의 지향점이 대중문화물(物)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표현에서처럼 오늘날 문화콘텐츠 담론은 대중문화물(콘텐츠)로 만들어진 상품의 성공과 실패가 중심이 되어있다. 결국 성공과 실패라는 가상의 낙인이 존재해야만 담론의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18) 따라서 문화콘텐츠 연구의 지향점 또한 성공한 콘텐츠의 연구를 통해 다른 콘텐츠를 성공시키는 방법, 정책 그리고

16)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1장 총칙 제2조 정의 2, 4항(일부개정 2022.01.18.).

17) 박치완외, 『키워드 100으로 읽는 문화콘텐츠 입문사전』 , 꿈꿀권리, 2013, p.14.

18) 그래서 콘텐츠 연구는 언제나 현상에 대한 귀납일 수밖에 없다.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물론 여기서 성공이란 대중적인 인기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을 의미한다.

문화콘텐츠란 문화적 요소가 체화된 콘텐츠로 문화상품으로 ‘대중을 향한’, ‘대중을 위한’, ‘대중에 의한’ 인기를 소구한다. 따라서 문화콘텐츠에서 문화의 지향점은 대중문화가 된다. 유제상은 문화콘텐츠는 대중문화라는 용어와 특징을 공유하는 개념이며 이로 인해 ‘문화콘텐츠’와 ‘대중문화콘텐츠’란 용어의 혼용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지적한다.19) 물론 대중문화와 같은 상업적 목적을 가지지 않은 ‘비상업적 문화콘텐츠’라는 개념도 존재한다.20) 공적인 목적으로 지자체에서 진행되는 축제나 지역문화자원의 아카이빙 등이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것이 반드시 비상업적인 것은 아니다. 지역의 축제는 지역 관광 및 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이 함께하며, 다수의 시민 참여 곧 대중의 참여를 소구한다. 또한 지역의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아카이빙 하는 것 역시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상품을-예를 들면 상설공연 같은- 만들고자 하는 (궁극적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콘텐츠’가 ‘대중문화물(物)’을 지향하더라도 ‘문화콘텐츠’와 ‘대중문화’를 동일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그에 따른 담론 역시 동일하지 않으

며 서로 다른 영역으로 존재한다.

문화콘텐츠와 대중문화는 모두 문화산업에서 시작하였다. 하지만 각각의 담론은 서로 다른 관점과 대상에서 출발한다. 대중문화 담론은 대량(mass)문화의 관점에서 이를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는 대중에 대한 우려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기득권(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하였다. 반면 문화콘텐츠는 문화산업의 진흥을 목적으로 하며 긍정적인 미래의 먹거리로 장려되었다.21) 즉 문화콘텐츠 담론은 부여된 담론으로 경제성과 산업성이 강조되어 있다. 반면 대중문화 담론은 최초 발화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을 통해 발전해왔다. 이는 ‘mass’에서 ‘popular’ 그리고 ‘public’ 또는 ‘crowd’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를 형성하는 새로운 대중의 탄생(진화)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 담론의 저자는 정부(정책)이며 이는 국민(대중)을 향한다. 또한 이후의 담론들은 최초로 발화된 긍정적 담론의 무한한 주석으로 존재한다.22) 그리고 문화산업진흥법의 제정 당시 미래의 먹거리는 오늘의 먹거리로 현재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화콘텐츠’는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우산용어가 되었고 ‘대중문화 담론’은 ‘문화콘텐츠 담론’으로 대체된 것이다. ‘대중문화’라는 키워드로 문화현상을 분

19) 안창현 외, 앞의 책, pp.6~7.

20) 안창현 외, 앞의 책, pp.6~7.

21) 같은 관점에서 오늘날 대중문화는 mass보다 popular가 더욱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대중문화물을 생산하는 문화산업의 변화와 문화를 창조, 수용하는 대중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2) 푸코는 새로운 담론의 탄생은 최초 발화의 어긋남에서 발생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처음 발화된 문화콘텐츠에 대한 2차 텍스트의 어긋남이 없이는 결국 모든 담론이 주석으로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담론을 통제하고 한계 짓는 주석에 대한 푸코의 관점은 다음을 참조하라. 미셸 푸코, 허경 옮김, 『담론의 질서』, 세창출판사, 2020, pp.35~49.

석하고 소개했던 다양한 책과 기사들이 이제는 이를 ‘문화콘텐츠’(혹은 콘텐츠)로 대체해서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오징어게임 열풍, 한국 대중문화의 힘”, 이라 쓰였을 제목이 오늘날에는 “오징어게임 열풍, 한국 문화콘텐츠의 힘”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1년간의 언론 기사에 대한 ‘문화콘텐츠’와 ‘대중문화’의 키워드 검색량 차이는 3배 이상이다.23) 또한 국내 출판물에 대한 상품 키워드 검색 시 ‘문화콘텐츠’는 ‘대중문화’의 2배 이상 판매되고 있다.24)

용어가 대체된 담론은 그 속성도 변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화콘텐츠 담론이 가지고 있는 “부가가치”에 대한 긍정성은 대중문화 담론이 본래 가지고 있던 ‘비판적 속성’을 약화시키게 된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문화산업에 있어 대중매체의 목적성은 오로지 장사(business)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25) 민속문화, 민중문화와 구별되는 대중(mass)문화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는 반면, 문화콘텐츠에서 비즈니스는-법적으로 기록된바- 정당하며 진흥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언론 기사 제목의 ‘대중문화’가 ‘문화콘텐츠’로 대체되는 상황 속에 강조되는 것은 산업적 효과이다. “오징어게임”을 본

‘사람의 수, 경제효과, 성공 요인’이 작품 속에 투영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여성, 외국인 혐오 등)와 논란보다 우선된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로서의 문화산업은 분명 정당하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복제가능한 틀 속에 천편일률적으로 끼워 넣는 능력”26)은 오늘날에도 성공한 문화상품의 제2, 제3의 것에 대한 무비판적 추구와 복제27)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대중문화 담론을 대체한 지금의 문화콘텐츠 담론이 극복해야 할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문화콘텐츠’라는 용어가 ‘콘텐츠’로 통합되어 사용되면서 또 다른 문제로 확장되었다.

2. 대명사가 된 “콘텐츠” 담론

김기덕, 신광철에 의하면, 콘텐츠라는 용어는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 사용된 ‘멀티미디어 콘텐트(multimedia content)’가 한국에서 모든 형태의 미디어에 담기는 내용물을 뜻하는 의미에서 복수형으로 바뀌고 이어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한 90년대 후반을 거치며 보통 명사화 되었다.28) 당시 콘텐츠 앞에는 ‘디지털’이 붙어 ‘디지털콘텐츠’, 혹은 ‘문화’가 붙은

23)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최근 1년간 뉴스를 키워드 검색시 ‘대중문화’ 약 95,300건, ‘문화콘텐츠’ 약 281,000건, ‘콘텐츠’ 약 861,000건이 나온다. <다음 뉴스>, 2022,04,12 검색 기준.

24)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상품명 검색시 ‘대중문화’ 832개, ‘문화콘텐츠’ 1,727개, ‘콘텐츠’ 7,107개가 검색된다. <교보문고>, 2022,04,12 검색 기준.

25) Th.W.아도르노, M.호르크하이머, 김유동 옮김, 『계몽의 변증법』, 문학과지성사, 2001, p.184.

26) 위의 책 p.193.

27) 제2의 BTS, 제2의 오징어게임을 찾는 현상을 말한다.

28) 인문콘텐츠학회, 『문화콘텐츠 입문』, 북코리아, 2006, pp.14~15.

‘문화콘텐츠’로 사용되었다. 디지털콘텐츠라는 표현은 디지털이 당연한 시대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퇴화되었다.29) 그리고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사업으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방송영산업진흥원,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되었다. 이후 ‘문화콘텐츠’라는 용어 역시 ‘문화’가 묵음 처리되고 ‘콘텐츠’라는 용어로 통합30)되어 사용되는 추세이다.31)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하는 콘텐츠산업통계에서는 2020년 기준 콘텐츠 산업에 해당하는 분야를 “출판, 만화, 음악,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32)으로 분류33)하고 있다.34) 산업적 관점에서 콘텐츠란 각각의 산업군에 해당되는 개별적 “내용물”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콘텐츠란 용어는 모든 문화물의 총칭이자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물론 콘텐츠는 그 속성상 OSMU와 트랜스미디어를 통해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가능성 속에 존재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가진 ‘개별’ 콘텐츠들이 ‘콘텐츠’라는 용어의 모호성 안으로 통합된다.

콘텐츠라는 용어 자체는 본래 가치중립적이다. 콘텐츠의 가치는 개별 콘텐츠(가령 영화)가 가지는 상업적 성공에 매겨진다. 개별 콘텐츠(영화)의 성공은 통합된 용어인 콘텐츠 안으로 통합되며, “콘텐츠의 성공”, “콘텐츠의 흥행”이라는 결론을 만든다. 그러한 가운데 실패한-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수많은 ‘개별 콘텐츠’들은 대명사인 ‘콘텐츠의 성공(흥행)’안에 흡수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콘텐츠의 개별 영역 고유의 담론들 역시 통합된다. 하지만 콘텐츠 담론과 콘텐츠에 속하는 개별 영역의 담론은 또 다른 관점으로 존재해야 한다. 가령 출판은 ‘지식과 교육’, 방송은 언론을 포함한다는 관점에서 ‘공정과 정보전달’, 음악은 ’동서양의 전통 음악과 현대의 대중음악‘ 등의 개별 담론이 존재한다. 하지만 개별 콘텐츠가 콘텐츠에 통합되며, 개별 담론의 주체성은 사라지고 콘텐츠 담론으로 통합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오늘날 콘텐츠 산업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콘텐츠가 없어’란 명제를 예로 들어 보자. 지금의 ‘콘텐츠가 없어’라는 명제는 ‘콘텐츠화 할 것이 없다’, ‘내용이 없다’, ‘상품이 없다’, ‘복제할 것이 없다’ 등등의 중의적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콘텐츠’ 자체는 어떠한 장르와 매체도 넘나들며 무한 변신이 가능한 마법의 지팡이가 된다. 하지

29) 그 단편적인 예가 법령의 개정이다. 2022년 4월 19일에 개정된 “콘텐츠산업진흥법”의 전신은 2002년 7월 25일에 시행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이다

30) 문화부(현 문체부)의 직제에 2001년 처음으로 “문화콘텐츠 진흥과‘가 신설되었다. 이후 2004년 “콘텐츠 진흥과”로 변경되었고 2008년부터 “콘텐츠 정책관”으로 현재는 콘텐츠 정책국으로 그 지위가 상승하였다. 보다 자세한 과정은 다음을 참조하라. 김규찬, 『문화 산업 정책 20년 평가와 전망』,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5.

31) 유제상은 이를 “콘텐츠가 문화콘텐츠의 줄임말로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안창현외, 위의 책, p.7.

32) 보다 자세한 분류 체계는 다음을 참조하라. 문화체육관광부, 『2020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2022, 16~35pp.

33) 반면 콘텐츠산업조사를 인용하고 있는 콘텐츠산업백서에서 콘텐츠산업부문별 성과 및 전망을 분석하는 장에는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이 없고, ‘패션’, ‘정기간행물’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하라. 문화체육관광부, 『2020 콘텐츠 산업백서』, 2021, pp.340~539.

34) 2006년 인문콘텐츠학회에서 발간한 단행본 “문화콘텐츠 입문”에는 이외에도 디지털박물관, 테마파크, 이러닝 등이 포함되어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하라. 인문콘텐츠학회, 『문화콘텐츠 입문』, 북코리아, 2006, pp.27~184.

만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는 말처럼 이제 ‘콘텐츠’는-너무도 당연하여 삭제된- 디지털의 추상성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이 되었다.

Ⅳ. 맺음말

문화콘텐츠 담론은 정부의 문화산업진흥 정책(법령)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그 둘이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콘텐츠 담론은 대중문화 담론을 대체하였다. 문화콘텐츠 담론이 부여한 산업적 정당성은 상대적으로 비판성을 약화시켰다. 또한 대명사가 된 콘텐츠는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개별 분야 담론의 주체성을 흐리게 하였다.

문화콘텐츠 혹은 콘텐츠 담론의 이러한 문제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용어가 바로 “K콘텐츠”다.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 그리고 최근 “파친코”등 한국의 영화, 드라마와 대중음악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한류”라는 용어는 ‘K콘텐츠’라는 용어로 변용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는 ‘made in Korea 콘텐츠’의 등장은 박수를 받을만 한 일이다. 하지만 K콘텐츠라는 용어는 사실상 국내용으로 정작 그것을 향유하는 세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용어이다.35)

일반적으로 문화콘텐츠(혹은 콘텐츠)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한다. 비록 아우라36)

는 사라져도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오늘날 무한한 복제의 가능성은 산업적 관점에서 매우 유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계비용 제로의 사회에서는 풍요가 희소성을 대체한다. 제레미 리프킨은 개방형 온라인 강좌(교육 콘텐츠)를 사례로 들며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는 오히려 콘텐츠 소비에 거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게 될 미래를 예견하였다.37) 유튜브의 등장 이후 대중이 콘텐츠 소비에 지출하는 것은 비용보다 시간이 되었다. OTT의 등장 이후 월정액 이후에 추가 비용이 없는 지금의 콘텐츠 소비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징어게임이 2,140만 달러(253억원)을 벌 때 넷플릭스는 8억9,110만 달러(약 1조원)을 벌었다.38) 문화콘텐츠가 추구하는 산업적 가치와 모호한 콘텐츠의 붙은 “K”는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지만 실제 더 많은 수익은 외국 플랫폼이 가져간 것이다. 또한 투자 모집에 실패하거나 제작 후 흥행하지 못한 콘텐츠는 관심에서 사라지며 “K”도 획득하지 못한다. 오늘날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신뢰가 아닌 신앙의 영역이다.

태지호(2019)는 문화콘텐츠를 단일한 결과물로 보고 그것의 특수성과 효과, 가치창출을

35) 또한 다음의 질문이 함께해야한다. 한국의 것이라서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에 열광하는 것일까? 아니면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을 먼저 좋아하는데 알고 보니 한국의 것일까?”

36) 벤야민은 복제품이 전통성을 현재성으로 전환됨을 지적한다. 발터 벤야민, 최성만 옮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 외』, 길, 2007, pp105-106.

37) 제러미 리프킨, 안진환 옮김, 『한계비용 제로 사회』, 민음사, 2014, pp.179~96.

38) 물론 번 돈의 대부분을 다시 한국의 콘텐츠에 투자한다는 긍정적인 ‘예상’도 있다. 이유나, 「[Y이슈] 넷플릭스, 韓에서 번 돈 다 부었나...K콘텐츠에 9200억 투자 예측」, 『YTN』, 2022년 04월 14일(검색일자: 2022년 4월 20일).

강조한 그동안의 문화콘텐츠 개념을 반대하며 일상성과 국면적 의미에 주목하는 문화적 실천으로서 인터콘텐츠(inter-contents)라는 개념을 제시한다.39) 하지만 지금의 담론을 보다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콘텐츠와 콘텐츠에 대한 우리의 에피스테메(episteme)40)가 새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것은 문화콘텐츠 담론의 최초 발화자인 정부(정책)의 예산 혹은 지원금으로부터 문화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하는 대중이 자유로워지고 궁극적으로 이들이 담론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전환될 때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은 공염불이 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41)는 구호를 넘어 “지원이 필요 없는 그들을 가만 내버려 둬라!”42)가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콘텐츠라는 대명사 역시 개별 장르의 주체성을 회복시키고 개념적 범주의 자리로 돌아갈 때 소외되고 실패한 모든 개별적 주체들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래야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콘텐츠라는 대명사 아래 ‘무관중’, ‘온라인’, ‘무료’로 소비된 ‘공연예술인들과 작품’ 같은 경우가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39) 태지호가 말하는 국면적 의미는 자유롭고 유연한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담론들이 구성되어 그 것이 변화하는 양상으로서 문화콘텐츠의 생성을 의미한다. 태지호, 「문화콘텐츠 2.0,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 문화콘텐츠에서 인터콘텐츠로」, 『콘텐츠문화연구』 제1호, 콘텐츠문화학회, 2019, p.17.

40) 에피스테메는 미셀 푸코가 <말과 사물>에서 사용한 용어로 지식의 형식을 뜻한다. 푸코는 근대성에서 특수한 담론 형식들은 과학의 기반을 이루는 기초적이고 제한된 개념들이 합쳐져 근대적 에피스테메를 구성한다고 논하였다. 앤드류 에드거, 피터 세드윅 엮음, 박명진외 옮김, 『문화 이론 사전』, 한나래, 2003, 284p.

41) 이는 문화산업진흥법이 탄생했던, 김대중 정부의 문화정책 기조이다. 이동형, 지역문화재단, 문화민주주의가 답이다, 푸른사상, 2020, p.95.

42) 김윤하, 「尹 취임식에 BTS 공연?…“정치에 이용” 뿔난 팬들」, 『채널A』, 2022년 04월 06일(검색일자: 2022년 4월 20일).

참고문헌

∙ 단행본

미셸 푸코, 허경 옮김, 『담론의☺질서』, 세창출판사, 2020.

박정호외, 『현대철학의 흐름』, 동녘, 1996.

전문영, 『담론분석과 담론 연구』, 푸른사상, 2021.

Th.W.아도르노, M.호르크하이머, 김유동 옮김, 『계몽의 변증법』, 문학과지성사, 2001.

인문콘텐츠학회, 『문화콘텐츠 입문』, 북코리아, 2006.

앤드류 에드거, 피터 세드윅 엮음, 박명진외 옮김, 『문화 이론 사전』, 한나래, 2003.

안창현외, 『새로운 문화콘텐츠학』, 커뮤니케이션북스, 2017.

제러미 리프킨, 안진환 옮김, 『한계비용 제로 사회』, 민음사, 2014,

∙ 참고논문

민요한외, 「토픽모델링과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연구 경향 분석」, 『사회과학연구』 제32권 2호,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2021.

오정심, 「빅데이터 분석 기반 문화콘텐츠 학위논문 연구 동향(2004년~2020년)」, 『문화정책논총』 제35집 3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1.

류준호외, 「문화콘텐츠 관련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연구 분야 목적 방법을 중심으로」, 『언론과학연구』 10권 1호, 2010.

윤흥근, 「학위논문의 메타분석을 통한 문화콘텐츠 연구 동향」, 『글로벌문화콘텐츠』 7,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2011.

권지혁, 태지호, 「인문콘텐츠분야 연구사의 경향성 분석」, 『인문콘텐츠』 제51호, 인문콘텐츠학회, 2018.

최선혜, 『한국 문화콘텐츠산업 정책 담론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1.

고정민외, 「문화콘텐츠 산업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한 담론」, 『인문콘텐츠』 제27호, 인문콘텐츠학회, 2012.

태지호, 「문화콘텐츠 2.0,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 문화콘텐츠에서 인터콘텐츠로」, 『콘텐츠문화연구』 제1호, 콘텐츠문화학회, 2019.

∙ 기타자료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콘텐츠산업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

김규찬, 『문화 산업 정책 20년 평가와 전망』,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5.

김윤하, 「尹 취임식에 BTS 공연?…“정치에 이용” 뿔난 팬들」, 『채널A』, 2022년 04월 06일(검색일자: 2022년 4월 20일).

이유나, 「[Y이슈] 넷플릭스, 韓에서 번 돈 다 부었나...K콘텐츠에 9200억 투자 예측」, 『YTN』, 2022년 04월 14일(검색일자: 2022년 4월 20일).

[담론],

https://dic.daum.net/word/view.do?wordid=kkw000059741&supid=kku000075394, (검색일자: 2022년 3월 14일).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1장 총칙 제2조 정의 2, 4항(일부개정 2022.01.18.).

토론문

토론자 : 이종훈(국립목포대학교)

‘문화콘텐츠’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대략 30년 정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러 대학에 문화콘텐츠학과가 만들어지고 학문적 검토와 영역이 형성된 지는 약 20여 년 정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시간의 경과와 실천이 축적된 지금의 시점에서 문화콘텐츠학을 둘러보면 아직 일반화된 학문적 토대가 선명하게 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상태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제기하는 위의 논문은 지금의 문화콘텐츠 담론을 비판적 관점으로 접근한 연구로 의미가 있으며, 향후 학문적 토대 형성에 꼭 필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소중한 논의의 토론자로서, 진지한 고민을 응원하며 논의의 확장과 진전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몇 가지 사안에 대한 토론을 제안합니다.

1.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학문적 관점에서 문화콘텐츠의 속성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동시에 난관으로 작용한다고 언급하면서, 지금의 문화콘텐츠 담론이 모호하면서도, 다른 담론들이 설자리를 잠식하고, 산업적(경제적)으로 경도되고 있음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 논문 본문

‘학문적 관점에서 문화콘텐츠는 변화가 빠르고 타 학문이나 산업과 융․복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로움, 곧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변화무쌍함은 문화콘텐츠가 무엇이냐는 기본적인 명제를 모호하게 하였다. …<중략>… 하지만 문화콘텐츠라는 용어의 등장 이후 모든 것은 문화콘텐츠(혹은 콘텐츠) 담론 속으로 흡수되었다. 이는 문화콘텐츠 담론이 태생적으로-산업적(경제적) 목적에 의한 정부(권력)의 발화라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2.)

물론, 이러한 비판은 매우 필수적이며, 문화콘텐츠학의 학문적 토대를 구성해가는 과정의 계기가 됩니다. 이러한 비판적 견지에서 탐구와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더해지는 역사적 축적 속에서 문화콘텐츠학이 비로소 학문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에 보태어, 문화콘텐츠학의 두 가지 조건을 짚어보고 싶습니다. 하나는 문화콘텐츠학의 학문적 토대 구축에 상상 이상으로 많이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학문의 토대 구성에는 수많은 논의와 논의가 이루어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호함과 다른 가능성의 상존은 학문영역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호하지 않다면, 학문적 대상으로서의

수명도 다하는 것이 아닐까요?

영국에서 영문학이 대학에 개설되는 과정을 보면, 1826년에 유니버시티 컬리지에서 영문학이 처음 학과목으로 채택된 후에 영국의 대표적인 대학인 캠브리지에 1911년에 영문학이 개설되기까지 약 85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영문학의 학문적 정체성과 학문분야로서 자격 조건에 대한 논의와 격론이 줄곧 이어졌습니다.43)

문화콘텐츠학이 아직 충분한 시간을 축적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비판적 의식과는 별개로, 어찌보면 지금의 모호함과 치우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하다고 비판적 논의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비판적 분석과 탐색은 꼭 필요하고 소중합니다. 다만 이러한 비판이 자기부정이나 배제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합니다.

둘째는 국내에서 문화콘텐츠학의 구성되는 과정이 기존의 학문 분야들과 많이 다른 노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지하디시피 국내의 제도권 학문들은 대부분 외국의 것을 배우고 도입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문화콘텐츠학은 좀 다른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문화콘텐츠학은 아직 여타의 선례가 없는 학문분야일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랜 역사적 전통에서 선진 사례를 본받는 일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적응하기 어려운 조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콘텐츠학의 모호성이 난관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이 드디어 우리도 우리의 학문분야를 개척하는 단계에 있음을 일러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2. 1의 토론과 관련하여, 논문에서는 대중문화 담론이 가지고 있던 비판 의식이 약해져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러한 학문적 부침이 문화에 대한 거의 모든 담론을 문화콘텐츠 담론이 잠식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문화콘텐츠 담론의 발화는 정부, 즉 기득권 혹은 자본에서 나온다고 판단합니다.

- 논문 본문

‘‘문화콘텐츠’라는 용어를 “대중문화”라는 용어와 혼용해서 사용하거나 혹은 대체하여 사용하는 현상을 낳게 되었다’’, ‘문화콘텐츠 담론이 대중문화 담론을 대체한 현상’ (p.3.)

‘문화콘텐츠 담론의 저자는 정부(정책)이며 이는 국민(대중)을 향한다.’ (p.5.)

‘‘문화콘텐츠’는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우산용어가 되었고 ‘대중문화 담론’은 ‘문화콘텐츠담론’으로 대체된 것이다. ‘대중문화’라는 키워드로 문화현상을 분석하고 소개했던 다양한 책과 기사들이 이제는 이를 ‘문화콘텐츠’(혹은 콘텐츠)로 대체해서 사용하고 있다.’ (p.6.)

그러나 위의 진단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문화콘텐츠 영역의 담론 자체를 전반적으로 보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혹시 ‘목소리 큰 소수’나 ‘권력의 공보’을 너무 크게 담다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43) 피터 베리, 한만수 외 역, 『현대문학이론입문』, 시유시, 2001. pp.28-32.

문화콘텐츠의 정체성에 대한 여러 연구들을 보면, 문화콘텐츠를 상품으로 보는 산업적 접근,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문화콘텐츠를 이해하는 관점, 창의성과 소통 등에 방점을 찍고 있는 관점들이 고루 존재합니다.44) 따라서 물론 정부, 기업, 연구자의 관점도 모두 있음을 수긍하고, 정부의 목소리를 비판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위의 진단과 관련하여 두 번째로, 대중문화 담론을 문화콘텐츠 담론이 잠식한다라기 보다는 애초에 대중문화 담론 안에 미처 자리를 찾지 못했던 문화콘텐츠에 대한 논의들이 붙어 있었고, 비로소 영역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닐까, 혹은 지금의 대중문화 담론이 그만큼 충분한 설득력과 중요성을 담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즉 대중문화 담론의 약화는 대중문화 담론의 내재적 조건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는 가정입니다.

하나의 큰 설득력을 지닌 학문 분야가 등장하고 성장할 때에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근 분야의 약화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지표적으로 대중문화 담론의 주요한 무대라고 할 수 있는 문화학의 경우를 보면, 19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에 “문화학의 여파로 문예학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 결코 우리만의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이같은 현상은 독일 문예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다.”45)는 진단이 팽배했습니다. 문학이나 어문학의 약화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약화보다는 변화라고

볼 것을 제안합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비단 대중문화, 문화콘텐츠, 문학, 예술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대중문화담론과 문화콘텐츠담론을 포함하여 인문학은 이공계로의 치우침을 염려하고, 자연과학의 영역에서는 공학으로만 편중되는 현상을 크게 염려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변화하는 세상과 그에 대한 담론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축소와 확장은 항상 진행형이며, 각각의 담론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생동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3. 한 쪽의 목소리가 과도한 지배력을 갖는 현상을 강하게 비판하다 보니, 논문에서도 ‘문화콘텐츠’를 다소 편협하게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순환논리로 흐르는 논리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순환논리의 흐름은 제도적 문화콘텐츠 규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시작됩니다.

- 논문 본문

‘하지만 문화콘텐츠라는 용어의 등장 이후 모든 것은 문화콘텐츠(혹은 콘텐츠) 담론 속으로 흡수되었다. 이는 문화콘텐츠 담론이 태생적으로-산업적(경제적) 목적에 의한 정부(권력)의 발화라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2.)

‘결국 ‘문화콘텐츠’ 담론은 문화적 요소가 콘텐츠에 체화되는 과정과 기술에 대한 인문학적,

44) 이종훈, 「창의적 융섭으로서의 문화콘텐츠」, 2015. 8., 동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학위논문, pp.30-42.

45) 최문규, 「문화학으로의 전환? 문(예)학의 위축과 확장에 대하여」, 최문규 외, 『기억과 망각-문학과 문예학의 교차점』, 책세상, 2003. 11., p.39.

공학적 담론과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목적과 결과에 대한 경제학(사회과학) 담론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진흥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와 정부 기관의 지원이 그 토대를 이룬다.’ (p.4.)

이어서, ‘문화산업진흥법에 따르면 문화콘텐츠는 문화상품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문화적 요소에는 대중성이 포함된다. 이는 문화상품의 지향점이 대중문화물(物)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표현에서처럼 오늘날 문화콘텐츠 담론은 대중문화물(콘텐츠)로 만들어진 상품의 성공과 실패가 중심이 되어있다. 결국 성공과 실패라는 가상의 낙인이 존재해야만 담론의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p.4.)

법률적 규정이 모든 것을 포섭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단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문화산업진흥법의 법적 범주 설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많은 논문들에서 문화산업진흥법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정의를 준용하여 논의를 전재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논의의 성격에 따라서 연구자가 꼭 경계해야 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특히 문화산업진흥법의 정의를 문화콘텐츠의 개념으로 규정하고 그 개념의 경제적 쏠림을 비판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합니다. 문화산업진흥법의 규정은 정체성에 대한 탐구의 결과가 아니라 단지 산업진흥을 위한 규정입니다.

4. 치우친 담론에 대한 경계는 당연합니다. 다만 개별영역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상황이나 시대 인식이 그렇다면 이에 대한 진단이 적절해야 처방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경제적 유용성의 강조는 비단 문화콘텐츠 영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의 전반적인 시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논문 본문

‘콘텐츠라는 용어 자체는 본래 가치중립적이다. 콘텐츠의 가치는 개별 콘텐츠(가령 영화)가 가지는 상업적 성공에 매겨진다. 개별 콘텐츠(영화)의 성공은 통합된 용어인 콘텐츠 안으로 통합되며, “콘텐츠의 성공”, “콘텐츠의 흥행”이라는 결론을 만든다. 그러한 가운데 실패한-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수많은 ‘개별 콘텐츠’들은 대명사인 ‘콘텐츠의 성공(흥행)’안에 흡수된다.’ (p.7.)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콘텐츠 영역에 한정하여 대안을 모색할 경우에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는 쳇바퀴를 돌 수도 있습니다. 개별 영역에서 경제지상주의를 극복하고자하는 노력과 더불어 인간과 사회, 문화에 대한 큰 틀의 전환도 함께 강구해야 합니다.

더하여, 이러한 인식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도 지적하고자 합니다. 큰 목소리에 경도되는 것을 우려하고, 낙담할 수 있지만, 그 사이에 여러 작지만 소중한 목소리들도 있음을 인지하고, 귀 기울이고, 또 덧붙여 함께 논의하는 노력도 꼭 필요합니다. 또한 비판적 담론의 부족에 대한

아쉬움에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비판적 담론만이 가치가 있다고 판정하는 것도 또한 경계해야 합니다.

경제지상주의나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되는 자본주의의 세태에 크게 우려하면서도, 산업적(경제적)논의가 콘텐츠의 논의 과정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논자의 다음과 같은 태도에서 논자의 현실적 고민이 크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논문 본문

‘학문적 관점에서 문화콘텐츠 담론은 ‘인문학’, ‘공학’의 두 축을 중심으로 분류된다.’ vs ‘하지만 여기에 반드시 추가되어야 할 부분은 바로 경제학(사회과학)의 관점이다. 문화콘텐츠 담론 자체가 문화산업 진흥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산업적 관점이 꼭 필요함을 강조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주된 내용은 산업적 관점 중심의 논의에 대한 비판입니다. 인문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균형잡기가 연구자로서 아주 큰 난관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연구자들의 갈등양상을 토대로 점차 문화콘텐츠학이 만들어져 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문화콘텐츠 윤리 개념 연구

도덕 회의주의를 중심으로

주기환1)

국문초록

인간의 모든 행위는 윤리적으로 가치평가가 가능한 대상이다. 이는 문화콘텐츠도 예외가 아닌바, 문화콘텐츠가 가리키는 지시체의 광범위한 확산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그것 모두는 윤리라는 개념 아래 포섭된다. 이러한 옳고 그름의 문제에 대해서, 21세기 문제의 중심에 문화 콘텐츠가 있다는 진단은 비약이 아니다. 문화콘텐츠의 확산에 비례하여 관련된 윤리 문제가 근래 사회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관련된 논의는 학계에서 그리 활발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에 여러가지 근거를 찾을 수 있겠으나, 일정 문화콘텐츠 윤리에 대한 개념적 연구가 선행되지 못한 것에

연유한다.

그렇기에 본 연구는 문화콘텐츠의 윤리에 대해서 개념적 고찰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메타윤리학의 측면에서 도덕 개념에 접근, 맥키(J. L. Mackie)의 도덕 회의주의를 중심으로 논지를 진행하고 나아가 그것이 문화콘텐츠에 적합한 시각임을 주장한다. 이론과 문화콘텐츠의 융합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서 본고에서는 맥키의 도덕회의주의의 축을 구성하는 오류 이론과 그것을 근거하는 세 가지 논증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것이 문화콘텐츠에 집목 가능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세 가지 논증의 강화와 더불어 실증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주제어: 도덕 회의주의, 오류 이론, 메타윤리학, 맥키, 문화콘텐츠 윤리

1)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재학, jugiiii@naver.com, 교신저자 : 박치완

Ⅰ. 서론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 발표된 저서, 논문, 기사의 수가 그 대상의 중요도에 대한 지표라면 옳고 그름의 문제, 즉 윤리라는 개념은 인류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시급의 문제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고대로부터 출발한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를 주제로 한 이론의 집합들은 사회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논의되기도, 혹은 몇몇 사건으로 인해 그 무용성을 인정받는 듯 보였지만 21세기 복잡다단해진 현대사회 전반에 여전히 통시적 형태로 자리하고 있으며 외려 그 문제의식과 범위가 확장, 그 중요성과 개념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이 더욱 성토되고 있다. C. I. 루이스의 “이 세상에서, 그리고 모든 삶에 있어서, 무엇이 옳은지를 결정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1)”라는 명제가 현재에도 여전히 그 유효성을 담보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옳고 그름의 문제에 대해서, 21세기 문제의 중심에 문화 콘텐츠가 있다는 진단은 비약이 아니다. 예술과 산업, 기술 등의 융합과 창조를 통해 탄생한 문화콘텐츠2)는 그것이 가리키는 광의의 지시체군이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옳고 그름의 토대 위에 존립하며 문제 소용돌이의 중심부를 형성하고 있다.3)

이런 현상에 대해서, 문화콘텐츠 학계 내에서 윤리 문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물론 응용 윤리 차원에서 미디어 윤리, 글로벌 윤리라는 기치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실상 미디어 윤리는 언론 윤리로서 보도 탐사의 측면에서 정의, 존중, 진실 추구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글로벌 윤리는 비즈니스 에티켓을 기술해 놓은 경영 가이드북의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기에 양가의 윤리는 콘텐츠 자체의 윤리와는 거리가 먼 듯 보인다. 더불어 전자들처럼 응용 윤리 측면에서 접근하여 어떤 실천적, 규범적 윤리를 연구하는 시도는 적확하지만 그 이전에 핵심이 되는 도덕 개념에 대한 인식론적, 존재론적 근간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즉 메타윤리학(meta-ethics)에 관련한 논의를 다루지 않는다면 향후 관련 윤리의 방향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정합적인 체계로서의 문화콘텐츠 윤리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4) 그렇기에 본 연구는 문화콘텐츠의 옳고 그름의 기준점을 살펴보기에 앞서 그것의 근간이 되는 윤리의 개념적 토대를 다지는 작업을 행한다.

Ⅱ. 옳고 그름의 이론 : 도덕 회의주의

메타윤리학은 도덕의 존재론적 문제와 인식론적 문제에 대한 관점에 의거, 크게 두 측면에

1) C. I. Lewis, The Ground and Nature of the Right, Columbia University Press, 1955, p.27.

2)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 융합 시대의 문화콘텐츠의 중요성, 2014년 (서울: 문화체육관광부 2014) p.5.

3) 인간의 모든 행위가 윤리적 가치평가가 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Peter Singer, A Companion to Ethics, Oxford, UK: Blackwell Reference, 1993, p.5.

4) 현재 맥키, 도덕 회의주의와 문화콘텐츠와 관련해서 조망한 연구의 경우 한국과 영국(creative industry)의 문화산업과 관련해서는 검색이 되지 않으며 미국(entertainment industry)과 관련해서만 몇 개가 존재하는 실정이다.

서 개념에 접근한다.5) 먼저 도덕이 객관적인 사실로서 존재하며 실제 세상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기에 우리가 그것을 믿는지, 믿지 않는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 실재론(moral realism), 그리고 그에 대한 반대 주장인 반실재론(moral anti-realism). 그리고 도덕의 존재와는 별개로 도덕적 발화나 주장들이 어떤 진리 값을 가질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진릿값 형성을 긍정하는 인지주의(cognitivism)와 부정하는 비인지주의(non-cognitivism)로 나뉜다. 우리의 직관에 따르면 도덕 실재론과 인지주의가 긴밀한 관계를 맺고 반대로 반실재론과 비인지주의가 관계를 맺을 듯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반실재론과 인지주의가 긴밀히 엮이는 경우가 있는데, 본고에서 중심이 되는 메타윤리학 이론인 도덕 회의주의가 그렇다. 도덕 회의주의는 반실재론, 즉 도덕이란 개념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대신 인지주의적 접근, 즉 도덕이 사회 내 객관적인 합의가 가능하다는 논지를 주장하는 이론이다. 1977년 호주의 철학자 맥키가 책 『Ethics: Inventing Right and Wrong』에서 “객관적인 가치란 존재하지 않는다6)”라는 문장으로 열어젖힌 도덕 회의주의(moral skepticism)는 도덕 객관주의(moral objectivism)으로 수렴되는 대부분의 철학자가 주장한 과거의 윤리학에 오류가 있다는 반성을 가한다.

맥키는 객관적인 도덕에 대해서 계속 탐구하다 보면 그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거짓이

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며 설사 그것의 존재를 긍정하며 도덕을 상정해놓는 것이 사회적으로 모범적이라고 한들, 우리가 그것의 객관적인 존재를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맥키의 도덕에 대한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는 주장은 오류 이론이라 명명된다. 오류 이론 핵심은 기존의 도덕 논의가 관습에 의해, 혹은 묵시적으로 어떤 것을 객관화시켜놓고, 혹은 객관화를 요구한 채 이론을 전개하지만 그 요구와 묵시적인 규정 모두 실상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사 도덕이 우리의 언어와 사고 속에 깊게 배어있다고 한들 도덕이 일양(一陽)적으로 실존한다는 주장과 별개이다.

맥키는 오류이론을 상호 보완되는 세 가지 주장으로 논증했다. 먼저 첫 번째, 도덕이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논증은 상대성 논증(the argument from relativity)이다. 상대성 논증이란 모든 곳의 사람들이 따른 보편적, 객관적인 도덕 법칙이 존재하지 않기에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7) 즉 도덕적 불일치가 존재하기에 객관적인 도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논증인데, 이러한 윤리 상대주의적 관점에 대해서 도덕 실재론자들의 측면에서, 즉 문화 간 윤리 법칙의 불일치가 보편적인 윤리 법칙의 부재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가 되지 못하며 나아가 그 각각이 변이들이 객관적 도덕의 지역적 변용일 수도 있다는 주장으로 쉬이 반박이 가능하다. 물론 맥키는 이런 식의 메타 정당화(meta-justification)를 반박하지만 그 역시 이 논증을 결정적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상대

5) 본고에서는 세이어-맥코드(Sayre-Mccord)의 메타윤리학 분류 기준을 따랐다. G. Sayre-McCord, Essays on Moral Realism, Ithaca, N.Y: Cornell University Press, 1988, 참고.

6) J. L. Mackie, Ethics: Inventing Right and Wrong, Penguin, 1977, p.15.

7) Ibid., pp.44-5.

성 논증은 논박보다는 지금까지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도덕 개념을 주창하는 객관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어떤 틈을 형성하는 논증에 가깝다.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들어 그들을 세격하는 것은 바로 다음 논증, 기이성 논증이다.

맥키는 기이성 논증(the argument from queerness)으로 도덕을 포함한 어떤 가치가 독립적으로 보편적, 객관적인 존재를 가질 수 있다는 가정의 부적절함을 보여주고자 했다.8) 논증을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객관적인 가치가 없는데 객관적인 가치의 존재를 상정하고 논의를 진행시키는 것이 기이하다는 것이다. 기이성 논증은 도덕 개념의 존재론적(ontological), 인식론적(epistemological) 논의로 기존의 도덕과 관련한 형이상학을 정확히 겨냥하며 그 ‘기이한 도덕’의 예시로서 플라톤, 시지윅, 칸트와 도덕 객관주의자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한다.

기이성의 논증은 두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첫 번째, 인식론적인 측면에서 직관주의자들과 객관주의자들을 비판한다. 맥키는 플라톤을 예시 들며 그와 같은 이원론적 도덕관념을 주장하는 철학자는 도덕이라는 실재에 닿게 하는 이상한 종류의 직관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줘 필요 이상으로 확대 해석되게 만든다고 주장, 이러한 직관을 믿는 직관주의자들에게 그것의 존재나 방법에 대해 명확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그 능력과 관련한 증명 예시는 귀납적으로 제시된 적 없다고 비판한다. 이것이 객관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되는 것은 맥키가 “직관

주의자들의 (윤리적) 주제가 결국 객관주의자들의 가치관을 수용9)”하기 때문이며, 반대로 직관주의가 객관주의자들이 도덕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10) 그러므로 맥키에게 객관주의는 직관주의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11)

나아가 맥키는 도덕의 존재론적 측면에서 비판을 가한다. 만약 도덕이 있다고 가정한들, 일반적인 능력이 아니라 특수한 ‘직관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도덕의 원형은 과학적으로, 혹은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우주(경험 세계; universe) 안의 그 어떤 것과도 전적으로 다른, 매우 기이한 종류의 것12)”이라고 역설한다. 맥키는 도덕이 정말로 객관적인 가치로서 존재한다면 그 존재 근간에 객관적 규정(objective prescriptions)이 필요함을 요청한다. 존재론적으로, 인식론적으로 다른 물체들과 같이 경험 조건을 갖추어 그것을 실제로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13)

그렇다면 우리에겐 한 가지 의문이 존재한다. 왜 그동안 도덕의 보편성, 객관성을 많은 학자가, 사람들이 긍정해온 것일까? 마지막 세 번째 투영 논증(the argument from projection)이 그것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준다. 투영 논증은 우리가 도덕을 객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에 기반한다기 보다 개인의 주관적 믿음을 외부 세계 투영하려는 본능

8) 모든 가치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맥키의 주장은 문화콘텐츠와 같은 타분야로의 논의 확장 가능성을 내포한다.

9) Ibid., p.38.

10) Ibid., p.39.

11) Ibid., p.38.

12) Ibid., p.38.

13) 윤화영, 「오류이론과 준실재론」, 『철학적분석』 22, 한국분석철학회, 2010, p.143.

적인 경향성의 결과라는 주장이다.14) 맥키는 이 주장의 근거를 그의 사상적 근간을 차지하는 흄에게서 가져온다. 흄은 도덕이 어떤 논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의 본질을 결정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감정의 투사라고 보았다. 맥키는 이러한 흄의 입장을 수용하여 도덕에 대한 객관성 부여가 감상적 오류(pathetic fallacy), 즉 도덕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우리의 주관적 감정이 실상 아무런 관련도 없는 도덕 개념에 투영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경향성, 즉 투영 심리 덕분에 우리 대부분이 그간 객관적인 도덕 가치가 있다고 ‘착각’했다는 것이다.

맥키는 위와 같은 논증이 지지하는 오류 이론을 통해 실재론자들의 형이상학적 주장을 설파하려 시도한다. 그렇다고 그가 도덕 따윈 없으니 인류가 홉스적 투쟁 상태로 이행되리라 주장하거나 하먼처럼 도덕 허무주의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강조하지만 맥키는 도덕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보는 도덕 인지주의자다. 오류 이론과 제시된 세 가지 논증을 통해서 맥키가 최종적으로 주장하고자 한 것은 도덕은 보편적,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발명’에 가깝다는 것이다. 맥키의 이론의 의의는 비인지주의로 빠져 정서주의(emotivism), 혹은 허무주의로 흘러갈 수 있는 윤리를 제1단계(first-order), 합의 가능하여 맥락 내 객관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도덕과 제2단계(second-order)의 도덕, 즉 모든 제약을 뛰어넘어 보편 객관화될 수 있는 도덕 가치로 구분하여 개념을 실증적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15) 맥키는 제1단

계의 도덕 차원에서 윤리 개념 스스로 합의점을 끊임없이 쇄신, 재발견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기에 그의 이론은 일정 실용주의적이기도 하다.

Ⅲ. 도덕 회의주의의 확장 : 문화콘텐츠에 도덕 회의주의가 적합한가?

앞선 장에서 논의한 메타윤리학은 도덕 판단의 본질에 대한 개념적 연구이기에 규범 윤리 전체의 틀을 잡는 근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해당 논의가 응용 윤리학으로의 확장성을 내포하며 문화콘텐츠를 주제로 한 응용 윤리 역시 이 같은 확장 가능성 안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러한 도덕 개념이 과거보다 그 변화의 속도가 기하급수 형태로 늘어난 현대에도 실증적으로, 특히나 그 범위나 개념적 확장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진 문화콘텐츠 영역에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그렇기에 본 장에서는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도덕 회의주의라는 메타윤리학적 관점이 현대에 여전히 유효하며 특히 문화콘텐츠와 윤리에 부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앞서 설명한 맥키의 오류 이론을 지지하는 세 논증의 강화를 시도한다. 다만 세 논증 중 기이성 논증의 경우 논증이 윤리학계 전반에 미친 파장 때문에 이에 대한 학문적 비판과 논쟁이 철학의 영역에서 열띠게 이뤄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면상 본고에서 이 논쟁 자체를 자세히 다루는 것은 비효율적이다.16) 하지만 여전히 기이성 논증에

14) J. L. Mackie, op. cit., p.42.

15) Ibid., pp.15-7.

대한 결정적인 반박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맥키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한 함의를 지닌다.

1. 상대성 논증 강화 : 주관주의와 이론의 미결정성

맥키는 자신의 책에서 상대성 논증은 도덕 회의주의를 증명하는데 결정적이지 않으며 책의 후반부, “도덕 판단은 보편적일 수 있다17)”고 말하며 모든 문화를 아우르는 공통 도덕 법칙의 보편화 가능성을 시인한다. 지표어가 포함된 문장, 그리고 특정 문화에 민감한 단어로 구성되어 변수가 일어나는 명제에서는 보편화가 어렵겠지만 충분히 일반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18) 물론 이때 맥키가 말한 보편화 가능성이 있는 도덕 판단은 당연히 제1단계의 도덕, 즉 발명의 측면이며 맥키는 이러한 보편화 가능성으로 이타주의와 같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긍정한다. 그렇기에 맥키는 인지주의자이다.

우리는 맥키의 서술에서 우리는 상대성 논증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두 지점을 포착해야하는데 먼저 첫 번째, 상대성 논증으로부터 그가 문화적 특수성 자체를 보편적 도덕 원리의 부재라는 이항으로 치환시키지 않는, 즉 문화적 다양성은 윤리 이론에 관해서 일정

중립적이라는 입장을 맥키가 고수한다는 사실과 두 번째, 맥키의 상대성 논증이 윤리 상대주의와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상대주의 논지를 강화해서 상대성 논증을 지지할 수 없다.

먼저 후자에 주목해서, 맥키의 상대성 논증, 그리고 나아가 그의 도덕 회의주의는 윤리 상대주의, 혹은 문화 상대주의와 유사해 보이나 동일하지 않다. 설명을 위해 먼저 두 개념에 대해 설명해보자면 우선 윤리 상대주의는 주관적 윤리 상대주의(주관주의), 그리고 관례적 윤리 상대주의(관례주의 : 윤리학에 한정해서 문화 상대주의로 혼용 가능19))로 구분될 수 있다. 주관주의는 말 그대로 개인의 상황, 맥락, 판단에 의해 윤리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 행동이 옳다는 근거는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주관적 윤리 상대주의이다. 관례주의는 개인보다는 큰 집합인 문화, 혹은 공동체의 관습에 의해 윤리적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점이다. 그렇기에 문화 상대주의와 대치 가능하다.

주지하듯 맥키의 상대성 논증,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가 최종적으로 주장하는 이론의 방향성은 ‘모든 사람이 준수하는 보편적인 도덕률은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사회나 공동체 내에서 어떠한 합의를 통하여 도덕 법칙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확장성을 살필 때

16) 기이성 논증에 대한 반박으로 참고할 수 있는 논문은 다음과 같다. David O. Brink, “Moral realism and the skeptical arguments from disagreement and queerness”, Australasian Journal of Philosophy, 62:2, 1984, pp.111-125.

17) J. L. Mackie, op. cit., p.83.

18) Ibid., pp.83-4.

19) 보통 윤리학자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실재론을 지지하는 윤리학자들은 문화 상대주의를 인류학적 언령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Louis P. Pojman, and James Fieser, Ethics: Discovering Right and Wrong, 7th ed, Boston, MA: Wadsworth, 2012, pp.230.

상대성 논증, 나아가 그것이 주장하는 맥키의 도덕 회의주의는 주관주의와 명확히 다르다. 주관주의는 결과적으로 도덕적 유아론으로 소급된다. 이는 관례주의도 마찬가지이다. 관례주의의 경우 문화 내 어떠한 도덕 법칙을 인정하기에 상대성 논증과 상당히 그 결이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관례주의 역시 공동체 기준의 불명확함으로 인해 유아론으로 소급될 가능성이 있으며 더불어 만약 관례주의가 문화나 국가와 같은 공동체를 한정한 상대주의의 의미로 사용된다면, 개념상 그보다 더 큰 공동체로의 이행이 불분명하다. 이것이 맥키의 도덕 회의주의와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맥키는 앞서 말했듯 제1단계 내 도덕 법칙의 전 지구적 보편화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관례주의는 어떤 공동체 내 도덕의 합의만 가능하므로, 엄밀하게 상대성 논증이 주장하는 도덕 회의주의와 동일시될 수 없다. 맥키 역시 장을 할애하여 도덕 주관주의는 도덕 회의주의를 내포하지만 도덕 회의주의가 주관주의를 내포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20) 그렇기에 그의 도덕 회의주의는 주관주의, 관례주의, 문화 상대주의를 모두 포괄하는 윤리 상대주의와 동일하지 않다. 맥키는 도덕 개념을 1단계, 2단계로 나누며 논의를 복잡하게 만들었으나 그렇게 함으로써 외려 윤리 상대주의에 대한 비판, 즉 무정부주의나 이기주의로 빠지게 만든다는 비판으로부터 일정 자유로워지게 되었다는 장점을 획득했다.

이렇듯 윤리 상대주의는 도덕 회의주의와 결이 다르다. 그렇기에 단순하게 상대주의를 강화하는 방식, 예로 현대의 사회 문화적 다양화, 또한 기술로 인한 문화 거리의 생략과 과거에 비해 복잡다단해진 여러 문화 공동체의 다층적 탄생을 강조함으로써 도덕 회의주의를 강화시킬 수 없다. 상대성 논증은 다시 말하지만 도덕의 불일치에 대해서 우리 삶의 방식이 반영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해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맥키 역시 그것이 결정적이지는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논증을 강화시키기 쉽지가 않다. 물론 이러한 논의를 배제하고 강화는 예상외로 단순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본연의 근거로서, 다시 말해 현대에도 모든 곳의 모든 사람이 준수하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도덕이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방식으로 그 유효함에 대한 논증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증은 비록 유효할지언정 논증을 강화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 근거와 결과가 다분히 순환에 갇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음 방식, 필자는 현대사회에서 상이한 문화에 대한 태도를 주목해야 할 것을 ‘미약하게’ 제안한다.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은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그것의 존재적 사실과는 별개로 현대 사회에, 우리의 생활 방식에, 특히 문화 전반을 주제로 한 콘텐츠의 영역에서 문화 상대주의를 존중하는 태도가 겸양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총체적 기술의 발달로 국가 간의 경계가 무의미할 지경에 이르렀지만21) 여전히 심리적 경계가 불투명하기에 더욱 대두되는 태도이다. 인간은 결국 지역적 인간으로 살아가기에 자신의 지역을, 내집단을

20) J. L. Mackie, op. cit., p.18.

21) 제임스 헌터 외, 김한영 역, 『진화하는 세계화』, 아이필드, 2005, p.513.

기준 준거로 삼아 세계를 판단하고 위상을 매기는 사고방식이 은연중에 편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22) 때문에 사고방식 내에 상당히 배타적이고 권위주의적 사유를 내포하고 있는바, 문화 차이를 근거로 차별과 혐오로 나아가는 이분법으로 언제든 확장이 가능한 상태이다. 언제든 혐오로 직렬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도덕을 포함해서, 모든 믿음은 개별 사회, 지역, 문화에 따라 상대적일 수도 있다는 여지를 열어두고 존중하는 태도, 다시 말해 “열린 문화 의식에 따라서 자문화와 타문화를 상대화해보는 일은 주의 환기의 요구”23)로서, 배타적 본능을 억제하는 귀중한 사고의 틀로서 혼종화된 현대사회에서 어느 때보다 중히 여겨야 할 가치이다. 문화에 대한 상대주의적 태도가 상대성 논증의 참 거짓 사실과 별개의 문제로 현대인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소양의 측면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이 같은 ‘겸양이 중시되는 분위기’를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나아가 앞서 이것을 고려하길 미약하게 제안하는 이유는 상대성 논증이 이론적으로 미결정성(underdetermination of theory)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론의 미결정성이란 콰인이 개념화시킨 현상으로, 콰인은 경험적 자료를 위시하는 칸트의 종합 진술과 현대 과학, 논리 실증주의의 오류를 지적하며 경험만으로 그것의 옮음과 그름을 정확히 파악 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왜냐하면 경험적 근거는 하나의 사실(진술)에만 등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실(진술)과 관련이 있기에 하나의 동일한 경험 자료로 지지되는 이론이 논리적으로 무수히 많을 수 있으며, 양립 불가능한 이론까지 동일한 자료에 의해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콰인에 의하면, 단순히 감각 경험에만 의존하는 이론들은 참과 거짓이 논리적으로 미결정상태이다.24) 그리고 그는 이러한 경험에 근간한 이론의 진릿값이 결정되는 현상에 대해서 합리적인 추론이 아닌 실천적인 추론의 측면에서, 즉 우리의 감각 경험에 근간한 믿음, 문제의 접근 방법에 대한 용이성 등등 개개인의 해석 체계가 개입되었다고 설명한다. 25)

그렇기에 우리는 상대성 논증의 미결정성을 주장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와 공동체들 간의 도덕의 불일치라는 경험적 진술에 대해서, 맥키와 같은 반실재론자들은 동일한 근거에 기초하여 도덕의 부재를 주장하며 그 반대의 실재론자들은 같은 자료에 근거하여 문화 다양성이 과장되었으며 더 큰 차원에서의 도덕 개념에 관한 포섭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편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양립 불가능한 관점이 동일한 근거 하에 존립이 가능한 이유는 위처럼 상대성 논증이 경험에 근거한 종합 진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논증의 참과 거짓은 미결정적이다. 나아가 전술했듯 콰인은 이러한 미결정적인 것이 결정적으로 진릿값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진술을 해석하는 사람의 믿음에 근거하여 부차적인 것이 추가된다고 보았다. 과학자는

22) 윤혜린, 「문화 횡단의 맥락에서 본 문화 상대화와 문화 상대주의 사이의 개념적 공간에 대한 여성철학적 성찰」, 『철학』 95, 한국철학회, 2008, p.301.

23) 스티븐 룩스, 홍윤기 역, 『자유주의자와 식인종』, 개마고원, 2006, pp.36-9.

24) W. V. Quine, “On the Reasons for Indeterminacy of Translation”, The Journal of Philosophy, vol. 67, 1970, p.179.

25) W. V. Quine, "Main Trends in Recent Philosophy: Two Dogmas of Empiricism." The Philosophical Review, 60, 1, 1951, pp.31-4.

수학을 이용해서, 논리 실증주의자는 기호를 매개로 한 논리적 분석이 그 믿음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이론의 결정성은 인간의 해석 체계에 의존한다. 그리고 필자는 이 지점에서, 그렇기에 21세기의 문화 태도를 하나의 상수로서 고려해볼 것을 제안한다. 재강조하지만 상대성 논증이 옳다, 그르다는 측면이 아니다. 나의 제안은 21세기 인간(관점)의 측면에서 논증을 해석함에 있어 그 고려사항으로 현재의 문화에 대한 태도를 상수로서 고려하자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둘 중 한 가지의 옳고 그름을 택할 수는 없으나 그것의 해석 체계의 상수에 해당하는 것이 강화되었으므로, 우리는 상대성 논증에 대한 두 가지 선택지에 대해서 현대의 겸양되는 태도에 따라 맥키의 상대성 논증의 기저에 있는 상대주의적 태도에 부합하는 맥키의 상대성 논증에 무게중심을 조금 더 부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맥키는 상대성 논증을 지지하며 도덕에 대한 실제 우리 삶의 반영을 강조했다. 21세기의 문화에 대한 태도가 위와 같다면, 그것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주지하듯 상대성 논증은 결정적인 논증이 아닌 객관주의자들의 주장에 ‘틈을 벌리는’ 논증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그 틈이 맥키의 시대보다 더 벌어져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2. 투영 논증 강화 : 인간관 공유

투영 논증의 동인은 감상적 오류이다. 즉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도덕이 있으리라 믿는 우리의 주관적인 마음이 도덕이라는 개념에 투사되어 실상 제1단계의 도덕, 즉 우리가 인지하여 참과 거짓을 구분, 발명할 수 있는 도덕적 차원에다 투사되어 개념적 오류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관적 감정과 선호의 객관화는 우리가 왜 도덕과 같이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 객관적으로 통용되며 가치가 있다고 믿는가에 대한 근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도덕에 대한 투영 논증과 감상적 오류에 대해서, 이것을 강화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들이 어떠한 대상, 혹은 가치에 대해서 감정을 투영하는 심리적 경향성이 강해졌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막연하며 설사 현대인의 투영 성향이 강화되었다고 한들, 이것이 정확히 윤리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강화되었다고 증명하기는 까다롭다. 이에 대한 관련된 심리학적 후속 연구 또한 마땅치 않은 실정이며 무엇보다 윤리를 1단계와 2단계로 구성하는 것이 맥키의 특수한 이론 구조상 그것을 정합성있게 연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투영 논증을 지지하는 강력한 근간이 될 것이다.

다만 문화콘텐츠에 한정해서, 맥키의 도덕 회의주의 이론, 그중에서도 투영 논증과 관련한 이론적 부분과 문화콘텐츠의 논의가 일정 교집합을 형성함을 주장하며 나아가 그렇기에 맥키의 이론이 문화콘텐츠의 도덕 논의에 접목될 수 있음을 밝힌다. 둘의 교집합은 바로 인간관에 대한 정립 부분에서 이루어진다. 학설마다 인간에 대한 각각의 이해, 정의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학설이 어떤 인간관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학문적 견해도 달라진다. 맥키의 도덕 계보는 흄을 따르는데 흄은 자신의 인간관을 『인성론(A Treatise of Human Nature)』

과 『인간 이해력 탐구(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에서 길게 서술한다.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흄은 이전의 철학사와는 반대로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라기보다는 정서적인 동물이며 그간 중시해온 인간의 이성이 감정의 보조로서 기능함을 주장했다. 그는 내재된 이성만으로는 인간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없으며 정서, 감각, 이성 등을 모두 지칭하는 지각(perception)이 고려되어야 함을 주장, 이성과 감정은 이항이 아닌 서로 보조해야지 올바른 판단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며 그간 철학사에서 주목받지 않은 부분을 강조했다. 이러한 흄의 인간관은 훗날 과학 중심적인 인간 분석의 토대를 제공해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흄의 인간 정의에서 출발한 윤리학 계열은 정서주의(emotivism)로 명명되는데 그들은 도덕가치의 본질이 감정이라고 주장하며 도덕의 객관성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고 사회적 합의나 혹은 도덕이 감정 표현에 불과하다는 등등 부차적인 논의를 전개시켰으며 대표적으로 흄, 에이어, 무어 등이 대표적이다. 본고에서 다루는 맥키와 후에 맥키의 투영 논증 측면을 보완한 블랙번 역시 정서주의에 근원하는 학자이다.26)

필자는 맥키의 흄적인 인간상이 문화콘텐츠에서 규정하는 인간관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주장한다. 비록 문화콘텐츠에서 정의하는 인간상에 대한 구체적 명시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나 이것에 대해서, 근래 융복합학이란 문화콘텐츠의 명칭에 걸맞게 행동경제학

(behavioral economics)의 측면에서 문화콘텐츠의 소비자 연구에 대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을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경제학의 분과로서 인간의 소비 심리 분석을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과학이 발달하며 인간의 뇌 스캐닝이 가능케 되면서 보다 과학적인 분야에서 심층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영역인데 그것이 기존 경제학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으로는 전통적 경제학이 소비자를 이성적, 합리적이라고 간주한 것에 반해 행동 경제학은 소비자가 이성보다는 그것과 함께 감정, 취향, 유행, 문화의 영향 안에서 선택을 한다고 간주하며 실제적인 인간에 대한 연구에 중점이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대로 오며 광범위해진 문화콘텐츠 소비로 경제학이 문화콘텐츠를 조망, 그 연구 영역이 확장되었으나 기존의 경제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기에 문화콘텐츠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가 행동경제학의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해 문화콘텐츠 소비자가 비합리적인 소비를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문화콘텐츠 자체가 삶의 필수품이 아닌 부차적인 기호품이라 소비에서 이성적 측면보다는 감정이 위주가 되고 가치를 부여, 개인의 취향이나 심리, 재미, 공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는 실제로 단기 소비재이자 경험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행, 선호, 심리 등등 변화하는 기호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내구재와는 다른 각도로 바라보아야 함이 요구된다.27) 이에 관한 연구

26) 맥키의 논문에서 인간관에 대한 설명 부족과 도덕 인지 부분의 보완을 위해서 블랙번은 투사론이라는 이름으로 맥키를 지지한다. Simon Blackburn, “Securing the nots: moral epistemology for the quasi-realist”, Walter Sinnott-Armstrong and Mark Timmons, Moral Knowledge? New Readings in Moral Epistemology,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6, pp.82-100. 참고.

는 휴리스틱(heuristics)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되고 있다. 휴리스틱이란 인간이 항상 정보를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않는다는 주장을 개념화한 것으로서 주어진 정보의 일부분을 무의식적, 혹은 고의적으로 무시하여 결정을 내리는 인간의 결정 방식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이는 소비자가 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는가에 대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 같은 부분을 기존 경제학에서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 밴드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 속물 효과(Veblen effect, Snob effect)라는 키워드로 분석이 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예외 사항으로 취급될 뿐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이성에 기반해서만 소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상정한 후 여러 감정적 요인과 외부 요소를 고려하여 이러한 현상을 주되게 분석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이러한 행동경제학의 뿌리가 데이비드 흄에 근간한다는 것이다.28) 그렇기에 바로 이 부분에서 행동경제학과 문화콘텐츠 간 인간상의 공유가 이뤄지고 있음을 포착할 수 있다. 가정해보자. 만약 문화콘텐츠의 소비자가 이성을 중시하여 합리적인 소비만을 하는 전통적 소비자상이라면 투영 논증을 포함한 도덕 회의주의 일반을 그것에 접목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맥키의 도덕 회의주의에서의 인간이 단순히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으로 그려졌다면 이것에 기반하여 비이성

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이 인간상에 용인되는 문화콘텐츠 소비자에 대해서 논하는 것에 오류가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과정으로, 투영 논증, 그리고 그것이 최종적으로 전달코자 하는 도덕 회의주의를 문화콘텐츠에 동기화시키는데 인간상의 측면에서 크게 오류가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했으며 전술했듯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기에, 도덕 회의주의를 문화콘텐츠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외려 적합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3. 기술적 접근 : 도덕 회의주의

도덕 회의주의가 문화콘텐츠에 적합하다는 논의를 다루기 위해는 이론의 실증적 응용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의 기술이 산출해 낸 결과의 총체는 너무나 방대하고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전통적 윤리의 틀만으로는 이 행위들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29) 때문에 본 장에서는 근래 문화콘텐츠에서 불거진 윤리적 문제들 중 시사점이 있는 예시를 기술해보고 도덕 회의주의가 이에 상응할 수 있는지 고려해보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덕회의주의가 그 기준점이 되는 이론으로 적확하며 둘 사이에 통약불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한

27) 김상우, 『4차산업시대의 문화콘텐츠산업』, 크린비디자인, 2017, pp.55-60.

28) 흄이 행동 경제학의 뿌리라는 것에 대해서, 다음 두 논문을 참고했다. Robert Sugden, “Hume's experimental psychology and the idea of erroneous preferences”,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 Organization, Volume 183, 2021, pp. 836-40. 그리고 Samuel Bowles, “Endogenous Preferences: The Cultural Consequences of Markets and Other Economic Institutions”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36, 1998, pp.102-5.

29) Hans Jonas, and David Herr, The Imperative of Responsibility: In Search of an Ethics for the Technological Age,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4, p.6.

다. 다만 지면상의 한계로 본고에서는 영화 <이터널스>에서 불거졌던 문제만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021년 11월 개봉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영화로 히어로 집단인 ‘이터널스’를 소개하는 영화 <이터널스>는 개봉 후 큰 인기를 끌었지만 특정 장면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바로 작중 과학자 캐릭터 파스토스가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죄책감으로 인해 히로시마에서 희생당한 일본인들에 대한 슬픔을 느끼는 장면이었는데 상영 이후 곧바로 논란이 일었고, 이에 대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먼저 처음으로 이는 맨해튼 계획에 참여한 오펜하이머, 닐스 보어, 아인슈타인의 죄책감이라는 유명한 클리셰로 장면을 해석해야 하며 그렇기에 캐릭터의 슬픔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자체에 대한 재해석이라기 보다는 강력한 무기가 인류의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걸 드러내기 위한 메타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 그리고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 <이 세상의 한구석에>와 같이 히로시마를 미화해서 당시 일어난 군국주의를 미화시키고 태평양 전쟁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두 번째로, 당시 양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하지만 이후 이터널스의 공동각본가이자 형제 관계인 카즈 피르포(Kaz Firpo)와 라이언 피르포(Ryan Firpo)의 인터뷰가 공개되며 히로시마 장면과 대사의 삽입이 각본가와 감독의 의도로 기획의 단계부터 의도적으로 후자를 겨냥했음을 밝힌 점, 또한 각본가가 일본계 미국

인으로서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는 각본가인 자신에게 절대 타인의 일이라 할 수 없었고 “디즈니 최초의 제노사이드에 대한 언급이다”라고 밝히면서 비판이 더욱 증폭되었다. 특히나 이러한 발언은 일본에게 식민 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는 한국에서 특히 반응이 가중되었다.

위의 예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지해온 불변의 윤리적 기준이 유동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 도덕의 기준점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현대사에서 벌어진 몇몇 끔찍한 비극은 종종 그 재해석에 대해서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서 제노사이드, 홀로코스트가 그렇다. 왜냐하면 해당 사건에 대한 재해석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물론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그러므로 문화콘텐츠의 유의미성이 도출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많은 콘텐츠가 21세기 기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정해져 있는 가해자의 입장보다 피해자의 입장에 대해서 스토리를 전개해간다.30)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쉰들러리스트>, <사울의 아들>등이 대표적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조망한 영화이다. 하지만 각본가의 말에 근거한다면, 영화 <이터널스>의 해당 장면은 의도적으로 제노사이드로 재해석되기를 요구했다. 이러한 의도성을 고려할 때 영화

30) 물론 이는 굉장히 성긴 주장이며 실제로 가해자의 입장에서 내집단을 재해석하는 영화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을, 나아가 비윤리적으로 판단되는 콘텐츠를 윤리적으로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들뢰즈의 반성-이미지로 기능하며 우리에게 어떤 반성이나 담론 가능성, 함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콘텐츠에 비윤리적인 이미지가 담겨도,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반성을 가해서 올바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면 그 비윤리적 콘텐츠는 ‘비윤리적’인가? 반성-이미지에 기반한 질문들은 문화콘텐츠의 객관적인 옳음은 없다는 논지를 강화하는 요소로 사용될 수 있다. 데이비드 디머, 김형래 역, 『들뢰즈의 시네오시스』, 연극과 인간, 2019, pp.383-92.

<이터널스>는 기존에 도덕적으로 터부시된 주제가 꼭 항구적으로 고정되어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물론 제노사이드와 같이 단어에 정치성이 담겨있는 용어는 재해석이 굉장히 신중하게 다뤄져야 함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 기준은, 관점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그렇기에 도덕 회의주의가 문화콘텐츠 윤리에 상응하며 그 실증적 사용에 이론으로서 적확하다는 것을 주장할 수 있다. 물론 현대의 혼종성이 도덕의 부재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나 보다 복잡다단해진 세계에서, 특히나 폭발적으로 지시체가 증가한 문화 콘텐츠 영역에서 윤리적 판단을 하기에는 기존의 규범적이고 절대주의적 가치관이 반영된 도덕 개념보다 일정 쇄신의 여지를 남긴 도덕 회의주의가 하나의 방편으로 고려될 수 있음은 가능해 보인다.

참고문헌

∙ 기초자료

Mackie, J. L., Ethics: Inventing Right and Wrong, Penguin, 1977.

∙ 단행본

김상우, 『4차산업시대의 문화콘텐츠산업』, 크린비디자인, 2017.

데이비드 디머, 김형래 역, 『들뢰즈의 시네오시스』, 연극과 인간, 2019.

제임스 헌터 외, 김한영 역, 『진화하는 세계화』, 아이필드, 2005.

스티븐 룩스, 홍윤기 역, 『자유주의자와 식인종』, 개마고원, 2006.

Blackburn, Simon, “Securing the nots: moral epistemology for the quasi-realist”, Walter Sinnott-Armstrong and Mark Timmons, Moral Knowledge? New Readings in Moral Epistemology,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6.

Jonas, Hans, and David Herr, The Imperative of Responsibility: In Search of an Ethics for the Technological Age,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4.

Lewis, C. I., The Ground and Nature of the Right, Columbia University Press, 1955.

Pojman, Louis P., and James Fieser, Ethics: Discovering Right and Wrong, 7th ed, Boston, MA: Wadsworth, 2012.

Sayre-McCord, G., Essays on Moral Realism, Ithaca, N.Y: Cornell University Press, 1988.

Singer, Peter, A Companion to Ethics, Oxford, UK: Blackwell Reference, 1993.

∙ 참고논문

윤화영, 「오류이론과 준실재론」, 『철학적분석』 22, 한국분석철학회, 2010.

윤혜린, 「문화 횡단의 맥락에서 본 문화 상대화와 문화 상대주의 사이의 개념적 공간에 대한 여성철학적 성찰」, 『철학』 95, 한국철학회, 2008.

Bowles, Samuel, “Endogenous Preferences: The Cultural Consequences of Markets and Other Economic Institutions”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36, 1998.

Brink, David O., “Moral realism and the skeptical arguments from disagreement and queerness”, Australasian Journal of Philosophy, 62:2, 1984, pp.111-125.

Quine, W. V., "Main Trends in Recent Philosophy: Two Dogmas of Empiricism." The Philosophical Review, 60, 1, 1951.

Quine, W. V., “On the Reasons for Indeterminacy of Translation”, The Journal of Philosophy, vol. 67, 1970.

Sugden, Robert, “Hume's experimental psychology and the idea of erroneous preferences”,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 Organization, Volume 183, 2021.

∙ 기타자료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 융합 시대의 문화콘텐츠의 중요성, 2014년.

토론문

토론자 : 신정아(한신대학교)

본 연구는 문화콘텐츠 연구 방법으로 맥키의 ‘도덕 회의주의’를 활용하여 영화 <이터널스>(클로이 자오, 2021) 관련 논란을 다루고 있습니다. 글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이 논문의 목적과 방법은 무엇인가?”였습니다. 문화콘텐츠 연구는 하나의 분과 학문적 가설로 검증되기 어려운 기반 위에 있습니다. 문화콘텐츠의 연구 대상으로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개념 구성과 방법론 탐색이 필수적입니다. 문화콘텐츠의 개념과 연구방법론에 대한 논문은 지난 20년 간 꾸준히 시도되어 왔습니다. 최근 인문콘텐츠학회에서 발간된 64호(2022.03.31.)에는 문화콘텐츠 연구방법론에 대한 기획 논문 세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31) 각 논문에서는 문화콘텐츠의 태동과 학문적 위상, 연구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시대에 문화콘텐츠학을 연구한다는 것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습니다. 선행 연구를 토대로 연구자께서 생각하시는 문화콘텐츠와 문화콘텐츠학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시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방법론을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문화콘텐츠의 연구대상은 문화콘텐츠에

담긴 스토리와 이미지, 메시지 외에 문화콘텐츠를 둘러싼 정치, 사회, 경제적 맥락을 포괄합니다.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유통과 수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문화콘텐츠의 의미와 상호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문화콘텐츠 연구는 융복합적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주기환선생님의 글은 문화콘텐츠를 학문적 연구대상으로 분석했다기보다는 도구적 관점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활용하는 데에 그치고 있습니다. 문화콘텐츠학의 관점에서 보면 선생님의 연구대상은 영화 <이터널스>인데, 영화가 생산한 특정 이미지와 수용의 맥락보다는 영화로 촉발된 윤리적 문제를 철학적으로 고찰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철학적 방법론으로서 도덕 회의주의가 역사적 사건을 차용한 영화 분석에 일부 유의미할 수 있다고는 생각됩니다. 그러나 동시대적 현상으로서 미국식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한 2차 세계대전의 원폭 투하 이슈가 갖는 의미를 기획과 제작, 유통과 수용이라는 맥락에서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단됩니다. 문화콘텐츠의 텍스트 분석틀로서 도덕 회의주의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장면과 스토리, 사건 전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고, 문화콘텐츠학의 관점에서 역사적 사건을 다룬 헐리우드 영화의 시선과 제작배경, 수용의 맥락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연구방법의 설계를 다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맥키의 도덕 회의주의가 문화 상대주의나 주관주의와 달리 조금 더 역동적이고 능동적인 방법론이 될 수 있는 것이 ‘합의’와 ‘창조’에 있다면 문화콘텐츠의 생산과 수용 맥락에서 어떤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31) 임대근, 「문화콘텐츠연구의 방법론 설정을 위한 시론」, 태지호, 「역사문화콘텐츠 연구 방법론으로서 ‘문화 연구’를 전유하기」, 신광철, 「인문학에서 인문콘텐츠학으로의 확장: 문화콘텐츠학 1세대의 논의를 중심으로」 등 세 편의 기획논문이 실려 있다.

했는지를 살피고, 어떤 제작방식과 표현으로 이를 실현했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연구방법을 좀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이밖에 ‘문화콘텐츠’와 ‘문화 콘텐츠’ 두 가지가 혼용되어 있는데 ‘문화콘텐츠’로 표기하시기 바랍니다.

Q1. (p.9) “21세기 문화 태도를 하나의 상수로서 고려해볼 것을 제안한다.”

→ 상수는 어떤 의미인가요?

Q2. (p.10) “맥키와 맥키의 투영 논증 측면을 보완한 블랙번 역시 정서주의에 근원하는 학자이다”

→ ‘정서주의’라면 정동을 말하는 것인가요?

→ 정동이라면 신체와 감각에 관한 연구인데, <이터널스> 연구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Q3. (p.10) “문화콘텐츠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가 행동경제학의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 이 문장의 근거가 무엇인지요? 행동경제학은 문화콘텐츠를 소비재로 바라보는 시선인데, 이는 문화콘텐츠 연구에 대한 단편적인 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선행연구 검토가 소비재로서 문화콘텐츠에 국한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위 문장에서 이어지는 문장인 “문화콘텐츠는 실제로 단기 소비재이자 경험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행, 선호, 심리 등등 변화하는 기호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내구재와는 다른 각도로 바라보아야 함이 요구된다. ”라는 주장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김성우의 『4차 산업시대의 문화콘텐츠 산업』(크린비디자인, 2017)에서 인용된 것으로 표기가 되었지만, 참고문헌에서 이외에 다른 분야에 대한 인용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연구자가 생각하시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서 문화콘텐츠를 바라보는 것은 매우 협소한 시각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산업적 측면에서 문화콘텐츠학을 분석한다면 맥키의 도덕 회의주의를 근거로 사유하는 것도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상품을 소비할 때 도덕 회의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어떤 의미에서 필요한지 모호하고, 또한 현재 <이터널스>에 대한 논의가 도덕 회의주의에 대한 적절한 사례인지 알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도덕 회의주의와 행동 경제학, 휴리스틱 간의 상관관계가 논리적으로 매우 비약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본 연구가 지향하는 연구의 목적과 의의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다시 이어집니다. <이터널스> 논란에 대한 제작자와 수용자 간의 갈등인지, 콘텐츠 산업 자본과 소비자 사이의 문화충돌인지,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의 차이인지, 이러한 논란이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인종과 젠더에 대한 차별을 다룬 혐오콘텐츠에 해당되는지, 제노사이드를 공식화한 작품으로 해석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측면에서 가능한 지 등등 문화콘텐츠 연구방법에 대한 심도 깊은 이론적 검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TV 다큐멘터리 속 ‘소록도’ 재현에 관한 연구

선별된 고난(苦難)의 기억과 배제된 소록도 한센인

조우제1)

국문초록

본 연구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년 ‘잊혀진 기억’>(KBS)의 영상 재현 사례를 통해 다큐멘터리가 소록도에 관한 어떠한 과거를 다루며, 왜 다루게 되었는가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소록도의 의미를 어떻게 서사화하는가라는 문제의식에 관한 비판적 탐구이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이론적 차원에서 기억의 영상 재현으로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대해 논의하였으며, 연구 방법론으로 서사분석을 활

용하였다.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다큐멘터리는 일제에 의한 강제 격리·감금·낙태·단종·폭력 등이 자행된 수난(受難)의 기억으로서 소록도를 다루고 있다. 명시된 일제의 만행 속에 해방 이후 국가 권력에 의해 지속된 인권 유린·학살 등은 간과되고 있다. 이는 종국적으로 소록도 한센인에 관한 차별·배제·억압의 주체가 식민지 권력에서 국가 권력으로 바뀌었을 뿐, 일제하에서 사회적 타자로 간주된 한센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해방 후 한국사회에서 집단학살이라는 더 강화된 형태로 지속되었음을 은폐하고 있다. 즉 소록도 한센인은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타자화된 존재로서 남아있다. 다큐멘터리는 일제에 의한 강압적 탄압이라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며, 이러한 과거를 보존해야함을 역설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난(受難)에 대한 보존의 서사’에서 이는 누구를 위한 보존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센인들을 위한 보존인가, 경제적 부가가치와 관광자원화만을 위한 정상인들을 위한 보존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제어: 기억, 영상 재현,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소록도, 한센인

1) 안동대학교 사학과 박사과정, dkdl123123@naver.com

Ⅰ. 서론

과거의 특정 시기와 사건들의 의미는 현재적 용도에 맞게끔 (재)구성된다. 즉 특정한 과거는 있는 그대로 제시(presentation)되지 않으며, 다만 재현(Re-presentation)1)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특정한 기억방식에 따라, 과거의 의미는 충분히 변할 수 있다. 과거는 현재 사회구성원들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나아가 권력관계를 포함하여 다양한 현재의 사회적 관계들을 확증시키기 위해 선별적으로 기억된다.2) 따라서 본 연구는 과거와 현재의 (상관)관계가 기억 방식이라는 특정한 사회문화적 실천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연구대상으로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년 ‘잊혀진 기억’>(KBS)을 선정하였다.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에 위치한 소록도(小鹿島)는 일제강점기 때 정책적으로 시행된 한센인에 관한 첫 강제이주지라는 대표성과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조선총독부는 1916년 2월 24일 소록도자혜의원(현 국립소록도병원)3) 설립을 공포하였다.4) 일제강점기 소록도자혜의원에서는 엄격한 규율 및 통제체제 하에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징벌·강제 노역·감금·폭력 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으며, 그들에게 가해졌던 폭력은 낙태 수술과 단종(斷種)에서 절정에 달하였다. 이러한 ‘우생수술’은 소록도 한센인들이 서로 결혼하기 위한 전제조건이었으며 나아가 규칙위반, 지시불이행 등에 관한 일제의 징벌이기도 하였다.5) 이처럼 소록도에서 한센인의 인권은 상당히 오랜 기간 침해를 받아왔다. 소록도(병원) 및 소록도 한센인에 관한 기존 연구는 의료분야 및 사회학과 역사학 분야에서 주로 이루어져 왔다. 1960년 한국 나(癩)학회가 결성된 이후 한센병의 진단과 치료과정, 역학조사(疫學調査) 및 세균학적 실험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6) 사회학 분야에서는 실증적 통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소록도 한센병 관

1) 스튜어트 홀은 재현(representation)을 담론의 측면에서 논의하고 있다. 홀에 따르면 재현을 통해 현실은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되며, 이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재현의 짐(burden of representation)’이라고 표현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재현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이러한 홀의 시각을 차용한 것이다. Hall, S, 「New ethnicities」, Hall, S, Stuart Hall: Critical dialogues in cultural studies, London: Routledge, 1996, 442-443쪽.

2) 태지호·정헌주, 「공적 기억의 문화적 실천으로서<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아세아연구』 제57권,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2014, 146쪽.

3) 소록도자혜의원은 소록도갱생원(1934-1949), 중앙나요양소(1949-1951), 갱생원(1951-1957), 소록도갱생원(1957-1960), 국립소록도병원(1960-1968), 국립나병원(1968-1982). 국립소록도병원(1982-현재)순으로 총 7차례에 걸쳐 직제개정을 단행하였다. 김기주, 「소록도 자혜의원 나환자정책의 성격」, 『역사학연구』 제44권, 호남사학회, 2011, 224-225쪽 및 정근식 외, 『한센인 인권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2005, 448-455쪽 참조.

4) 정근식 외, 『<역사편> 소록도 100년 한센병 그리고 사람, 백년의 성찰』, 국립소록도병원, 2017, 35쪽.

5) 정근식, 「한국의 근대와 사회적 감성으로서의 슬픔에 관하여」, 『감성연구』 제5집, 호남학연구원, 2012, 26쪽.

6) 의료분야에서 수행한 연구는 주로 전문 의료진들이 소록도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의 결과이다. 소록도병원의 한센병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최시룡, 「흉골골수천자에 의한 나의 진단」, 『대한나학회지』 제2권제1호, 대한나학회, 1963, 57-69쪽 및 권오진 외, 「나병 신환자 발생의 동향」, 『대한나학회지』 제20권제1호, 대한나학회, 1987, 57-65쪽; 김영호, 「의료인의 나병 지식에 대한 실태조사」, 『대한나학회지』 제32권제1호, 대한나학회, 1999, 53-61쪽; 이경덕, 「나병의 신경병변에 대한 하이드록소코바마이드(비타민 B12) 효과」, 『대한나학회지』 제 41권제2호, 대한나학회, 2008, 17-22쪽 등에 관한 연구가 있으며, 이외에 의료사적인 연구로 채규태 편, 『한센

병 연구소 50년사』, 카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한센병 연구소, 2011, 1-443쪽 등이 있다.

7) 소록도를 한센병 수용·격리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연구로 최정기, 『감금의 정치』, 책세상, 2005; 박경동, 「소록도 공간의 의미변화와 한센인 공동체의 대응」, 『지역사회학』 제11권제2호, 지역사회학회, 2010, 91-130쪽, 등의 논의가 있다.

8) 심전황, 『소록도 반세기』, 전남매일출판국, 1979; 정근식 외, 「일제하 소록도 자혜의원 설립 및 확장에 따른 토지 수용과 주민저항에 관한 연구」, 『지방사와 지방문화』 제19권제1호, 역사문화학회, 2016, 219-260쪽; 정근식 외, 앞의 책, 국립소록도병원, 2017.

9) 채트먼은 그의 저서 『Story and Discourse』에서 기호학의 구분방법에 따라 내용(content)과 표현(expression)을 구분하여 각각을 형식(form)과 실체(substance)로 다시 양분하였다. 그에 따르면 내러티브는 스토리와 담화로 나눌 수 있고, 그 중 스토리는 서사적 내용에 해당되며, 담화는 서사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Chatman, S, Story and Discourse: Narrative Structure in Fiction and Film. London; Cornell Univ Press, 1978, 19-26쪽.

리 조직, 격리정책 등에 관한 연구7)가 수행되었으며, 역사학 분야에서는 문헌자료를 통해 소록도의 역사적 의미를 고찰하는 연구, 구체적으로 일제강점기 소록도자혜의원의 설립 및 소록도의 생활상, 시기별 변화과정 등에 관한 논의가8)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학적 연구에서는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어떠한 과거가 상징성을 지니며, 이를 담론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어떠한 (재현) 방식을 구현하는지, 다시 말해 현재의 ‘과거 인식’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담론들에 관한 논의가 수반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KBS에서 특별 기획으로 다룬 소록도 관련 다큐멘터리가 소록도를 특정한 방식으로 기억하게 하는 서사라는 측면에서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년 ‘잊혀진 기억’>(KBS)을 분석하고자 한다. 2016년 5월 21일 반영된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년 ‘잊혀진 기억’>(KBS)은 소록도병원 개원 100년을 맞아, 과거 소록도 한센인이 겪었던 차별·배제·소외·인권유린 등을 돌아보고, 한센인 격리수용시설을 보존하여 인권교육의 장으로 활용한 해외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공영방송사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사회적 조건과 맥락 속에서, 제도화된 내러티브를 주입시키기 위한 하나의 문화적 재현물이므로, 그에 따라 다큐멘터리가 내포하는 사회문화적 함의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서사 분석을 방법론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채트먼(Seymour Chatman)에 따르

면9) 서사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가라는 내용적인 측면과 이것을 어떤 형식으로 표현하는지의 ‘담화’로 구분될 수 있다. 여기서 내용적인 측면의 ‘이야기’는 좀 더 구체적으로 통합체와 계열체의 관점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통합체적 관점은 기호들의 결합과 조합이 어떤 규칙에 의해 순서적으로 배열되었는가에 관한 것으로, 이를 통해 다큐멘터리가 제시하고 있는 소록도에 관한 기억을 표층적인 차원에서 사건의 연쇄와 배열을 통해 통시적이며, 순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반면, 계열체적 관점은 상호 간의 교체 가능한 기호들이 전치·대립 등과 같은 일련의 규칙에 의해 공시적으로 배열되었는가에 관한 것으로, 이를 통하여 다큐멘터리가 제시한 소록도에 관한 기억 속에 내재된 의미들이 어떤 대립구조를 갖고 있는지를 심층적인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Ⅱ. 기억의 영상 재현으로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documentary)는 현실의 장소, 사람, 사건 등에 관한 사실을 다루며 신빙성 있는 사실(들)을 통해 진실에 도달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10) 이러한 다큐멘터리가 텔레비전의 매체적 특성과 결합되면, 그 사회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11) 텔레비전은 장르 및 텍스트의 제작·유통 등의 다양한 영역이 ‘제도적인’ 배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 그 제작 시스템의 국·공영 및 민영 방송의 문제, 이에 관해 각 유형을 지지하는 경제구조 및 정책 나아가 권력의 문제12) 등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는 내용의 시의성 및 그에 따른 목적 나아가 효과 등이 제작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가 과거를 재현하는 방식은 내러티브를 통해 이루어진다.13) 앞서 언급하였듯이 다큐멘터리는 사실(성)의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사실성의 전달 및 강조는 오히려 다큐멘터리가 부여한 내러티브를 통해 성취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다큐멘터리에서는 사실을 엮어내어 전체적으로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를 구성하며, 이에 대한 결과로서 사실성을 갖추어 극적 감동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14) 따라서 역사가 과거를 서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 또한 수사학적 전달 방식과 서사적 구성을 통해 과거를 재현한다.15)

즉 다큐멘터리는 과거를 투명하게 담아내는 창이 아닌, 다큐멘터리에 수반되는 내용의 의미를 창조하기 위해 가공(artifice)된 과거를 내러티브를 통해 제시한다.16) 이러한 측면에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가 ‘과거’를 다루게 되었을 때 어떠한 과거를 언제 다루며, 어떤 (재현) 방식을 통해 왜 다루게 되었는지가 고려되어 제작된다. 따라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가 제시하고 있는 ‘과거’는 실재의 과거가 아닌 제작주체에 의해 선별적으로 구성된 과거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년 ‘잊혀진 기억’>(KBS)이 소록도에 대한 어떠한 과거를 다루며, 왜 다루게 되었는가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소록도의 의미를 어떻게 서사화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10) 김훈순, 「방송·영상학 연구의 흐름」, 이화여대 사회과학연구소, 『사회과학의 이해』,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4, 298쪽.

11) 국가와 자본의 의도가 즉각성, 동시 시청, 일상성 등이라는 텔레비전의 매체적 특성을 통해 내용으로 제시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 각 가정에서 수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용진, 『텔레비전 비평론』, 한울아카데미, 2007, 37쪽.

12) 클라우스 브룬 젠슨·니콜라스 잔코스키, 김승현 외 역, 『미디어 연구의 질적 방법론』, 일신사, 2005, 128-147쪽; 최현주, 『다큐멘터리와 사실의 재현성』, 한울엠플러스, 2018, 271-273쪽.

13) 태지호,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통한 사회적 기억 제도로서의 영상 재현에 관한 연구」, 『한국방송학보』 제26권 제4호, 한국방송학회, 2012, 442쪽.

14) 존 그리어슨(John Grierson)은 다큐멘터리를 ‘현실 세계의 창조적 처리(Creative Treatment of Reality)’라고 정의하였다. 즉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다루지만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최현주, 위의 책, 2018, 33쪽; 셰일라 커런 버나드, 양기석 역,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 커뮤니케이션북스, 2009, 3쪽 참조.

15) 태지호, 위의 논문, 2012, 442쪽.

16) 토마스 소벅, 주창규 외 역, 『영화란 무엇인가』, 기획출판 거름, 2002, 317쪽 참조.

Ⅲ. 소록도 수난(受難)에 대한 보존의 서사: 명시된 일제강점기의 탄압과 은폐된 한국사회의 억압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년 ‘잊혀진 기억’>(이후 표기는 <잊혀진 기억>)은 우선 정해진 편성시간과 ‘러닝 타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통해 소록도에 관한 기억을 보여준다. 그에 따라 <잊혀진 기억>은 통합체적 차원에서 사건들을 구성 요소로서 배열한다. 이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라는 특성으로 인해, 정해진 방송 편성 시간에 따라 제한된 시간 내에 기억을 구성한다.17) 그리고 해당 다큐멘터리의 진행은 내레이터가 구술자(들)의 인터뷰18)를 보충하며, 내러티브의 화자가 된다. [표 1]에서 제시된 것과 같이, <잊혀진 기억>은 현재 소록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과거(일제강점기) 회상에 관한 인터뷰를 시작으로 사건을 의미화하고 있다.

[표 1]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년 ‘잊혀진 기억’>(KBS) 통합체적 분석

사건의 의미화

과정

에피소드 주요내용

프롤로그

아름다운 소록도의 전경, 현재

소록도 주민들의 삶

(주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로

회귀)

과거 일제강점기 강원도까지 도망갔다가

소록도로 끌려온 김○숙,

일제강점기 이후 해방이 되어 1949년

어머니와 함께 소록도로 온 강○봉의

인터뷰가 제시됨

사건의 전조

일제강점기 자혜의원

설립(1916년)과 소록도 한센인들의

강제격리·노역·감금·징벌·폭력

1916년 소록도 자혜의원, 수탄장19),

감금실, 강제 노역 관련 사진자료 제시,

일제시기 소록도 원장에게 환자를 감금할

권한을 줌

사건의 전개 오마도 간척사업(1962-64년)

오마도 간척사업에 동원된 최○주의

인터뷰 및 관련 영상자료를 제시함

사건의 변환

1930년대 소록도 한센인을

대상으로 한 일제의

인체실험(생체실험)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

정○식의 인터뷰를 통해 일제가 자행한

생체실험, 단종, 낙태수술 등을 제시함

17)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년 ‘잊혀진 기억’>(KBS)은 2016년 5월 21일(토) KBS 1TV에서 18:05∼18:57, 52분간 반영되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구술자의 인터뷰와 이에 상응하는 영상을 교차로 보여주는 방법을 통해 소록도에 관한 기억을 (재)구성하고 있다.

18) 인터뷰는 내레이션에서 주장하는 논리를 뒷받침함으로서, 다큐멘터리의 신뢰성을 배가시켜주며 인터뷰어의 얼굴 표정이나 몸짓 등을 통해 사실성을 재현한다. 그러나 인터뷰의 내용은 다큐멘터리에 수반되는 내용에 부합되는 것만 ‘취사선택’되기 때문에 편향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최현주, 앞의 책, 2018, 33쪽 참조.

사건의 절정

일제에 의해

차별·배제·소외·인권유린 등을

겪었던 소록도 한센인들의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와

사라져가는 소록도 마을

소록도 서생리의 폐허가 된 마을을

보여주고, 마을 주민인 장○석의 인터뷰를

제시함

사건의 종결

해외 한센인 관련 자료 및 시설

보존의 선진사례, 타이완과 일본

타이완의 소록도 낙생원과 치료시설

낙생요양원, 일본의 전생원과

국립한센병자료관 등을 제시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각 나라가 힘을 함쳐

한센인 관련 자료 및 시설을 보존할

필요성을 제기함

에필로그

소록도 한센인들의 얼굴이 새겨진

벽화길

소록도에 위치한 한센인들의 얼굴이

새겨진 벽화를 둘러보는 장○심의 모습을

제시함

다큐멘터리는 일제강점기, 소록도로 강제 격리된 김○숙·강○봉 등의 인터뷰20)를 통해 1916년 소록도자혜의원의 설립과 한센병 환자들의 강제 격리를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식민지 조선에서 한센인들에 관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이 강화되었음을 제시하고 있다. 이후 사건의 전개에서 군사 독재 시절 한국정부에 의해 계획된 오마도 간척사업21)을 드러내고 있지만, 바로 이어 사건의 변환에서 1930년대 소록도 한센인을 대상으로 한 일제의 생체실험(들)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정○식의 인터뷰22)와 태아 생체표본 영상 자료를 통해 소록도에서 자행된 단종·낙태수술·해부·인체실험 등을 적나라하게 제시하고 있다.

연대기적 순서를 따르지 않고, 사건의 전조(1910년대)와 변환(1930년대)23) 사이에 의도

19) 매월 한 번씩 소록도 내 보육소에 있는 어린이와 병사(病舍)지대에 있는 부모가 면회소 앞 도로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만나게 하여 한센병 환자들은 이곳을 수탄장(愁嘆場)이라고 불렀다. 이런 것을 상기한 소록도 주민들은 그 처사가 비인도적이고, 잔인하여 일제의 잔재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대한나관리협회, 『한국나병사』, 대한나관리협회, 1988, 128쪽 참조.

20) “소록도는 많은 풍파가 일어났고 … 오려고 하지 않고 다 도망가지 그래서 나는 강원도까지 (도망)갔다 왔습니다. 내가 여기 소록도 안 올라고(김○숙).”, “철조망 … 주위에 탱자나무가 쫙 심어져 있지,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그 안에서만 … 소학교도 그 안에 있고(강○봉).”

21) 오마도 간척사업은 1962년 6월 당시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의 재가를 얻어 시작된 것으로, ‘나환자 정착목적’을 위해 소록도 인근 오마도 주변의 해안을 매립해, 한센인들을 동원하여 농토를 조성한 공사이다. 오마도 지구 간척 공사가 완료된 후 농지분양과정에서, 간척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간척공사에 참여한 소록도 한센인들이 전적으로 배제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정근식 외, 앞의 책, 국가인권위원회, 2005, 62-65쪽 참조.

22) “임신 8∼9개월 된 여성까지 낙태수술해서 (태아를) 알코올 병에 담가 … 가져다 전시를 해놨으니까 … ‘내 뱃속에서 나간 아이다’라고 하는 어머니들이 있었어요 … 감기 몸살이라고 주사를 맞고 온 양반이 집에 와서 눕는데 … 아주 그냥 몸을 떨고 오그리고 머리카락이 꼬부라져요 … 사지를 틀면서 온 몸이 땡기는 거예요(정○식).”

적으로 1960년대 ‘오마도 간척사업’을 배치한 해당 내러티브의 구성 속에서, 해방 이후 소록도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배제는 간과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당시 행해진 강압적 탄압만이 부각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일제가 소록도 한센인들에게 가한 강제 격리·감금·낙태·인권 침해 사이에 ‘오마도 간척사업’을 삽입하여, 일제강점기 이들이 겪은 고통과 수난의 문제만을 명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또한, 사건의 종결에서 1930년대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았던 타이완의 한센인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 유린의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이들에 대한 차별과 강압적 통제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 한센인에 대한 강제 격리24)·감금·낙태·단종25)이라는 관행은 지속되어 왔으며, 소록도는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차별과 배제의 거대한 수용소였다. 한센인에 대한 차별이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된 예가 1945년부터 1950년대 초까지 발생한 한센인 집단 학살사건(들)이다.26) 이를 통해 한센인에 관한 차별·배제·억압의 주체가 식민지 권력에서 국가 권력으로 바뀌었을 뿐, 일제하에서 사회적 타자로 간주된 한센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해방 후 한국사회에서 ‘집단 학살’이라는 더 강화된 형태로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센병의 위험성에 관한 과학적 지식이 변해왔음에도 불구하고27) 일제강점기 형성된 강제 격리 및 통제의 관행과 한센인에 대한 타자화 경향은 쉽게 변화되지 않고 있다. 이들에 관한 타자화된 시선은 다큐멘터리에서 빈번히 제시되고 있는 ‘한센인 손’에 관한 클로즈업 숏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클로즈업 숏은 이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 ‘한센인의 손’ 클로즈업 숏 예시

23) 더욱이 ‘사건의 변환(1940년대 소록도 한센인을 대상으로 한 일제의 생체실험)’에서 제시된 태아 생체표본과 같은 자극적인 영상 자료는 ‘사건의 전개(오마도 간척사업)’에 해당되는 내용을 은폐시키는 기제로서 활용되고 있다.

24) 1984년 「전염병예방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까지 “격리수용은 그 발견시로부터 이를 실시하되 … 다만, 나병에 있어서는 전염성이 없어질 때까지 실시하여야 한다(제5조 격리수용의 기간)”라고 시행령에 명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1984년까지 나병에 관한 강제 격리 조항이 유지되었으며, 한국사회에서 한센인은 여전히 강제 격리의 대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국가법령정보센터 「전염병예방법 시행령」의 제5조 연혁을 참고함).

25) ‘소록도갱생원 연보 1958년’을 살펴보면, 1949년부터 1958년까지 1,191명이 정관수술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26) 소록도 84인 학살사건(1945.8.21.)은 소록도의 운영권을 둘러싸고, 소록도갱생원 한국인 직원들과 이들과 연계된 외부 치안대들이 환자들을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광복 직후 소록도에서 발생한 폭동을 진압하던 중 84명의 나환자들 살해”) 이외에도 경찰에 의한 안동 어린이실종사건 용의자 한센인 3인 학살사건(1947.6), 국군에 의한 함안 물문리 28인 한센인 집단 학살사건 (1950.7) 등이 있다. 정근식 외, 앞의 책, 국가인권위원회, 2005, 54-57쪽; 한순미, 「나환과 소문, 소록도의 기억」, 『지방사와 지방문화』 제13권제1호, 역사문화학회, 2010, 447쪽.

27) “한센병은 … 감염되었다고 하더라도 1년 내지 2년에 다제(여러 약을 동시 투여하는)요법으로 완치가 됩니다.(다큐멘터리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년 ‘잊혀진 기억’> 26:45∼26:48초의 인터뷰 내용)”

다큐멘터리는 사건의 절정에서 일제에 의해 차별·배제·소외·인권유린 등을 겪었던 한센인들의 고령화와 소록도 서생리의 폐허가 된 마을을 보여주고, 해외 한센인 관련 시설보존의 선진사례로서 타이완의 낙생원과 일본의 국립한센병자료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서사 구성을 통해 일제강점기 식민지 권력에 의해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소록도 한센인들의 고난과 수난을 기억해야 하며, 이들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자혜의원(1916), 검시실(1935), 감금실(1935), 식량창고(1940) 등과 같은 건물을 보존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표 2]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년 ‘잊혀진 기억’>(KBS) 계열체적 분석과 주요 대립적 가치

준거 가치 대립 가치

일제강점기 해방 후 한국사회

식민지 권력 국가 권력

비정상 정상

의존 자립

고난 행복

기억 망각

보존 와해

Ⅳ. 경제적 부가가치 · 관광 자원화만을 위한 소록도 보존

2009년 소록대교 개통 이후, 소록도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30만 명에 달한다.28) 앞서 다큐멘터리에서 언급한 일제강점기 수난을 겪은 한센인 관련 시설을 보존하려는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록도 중앙공원은 일제강점기 한센인들의 강제 노역으로 조성된 곳이다. 한센인들의 수난과 고난의 현장이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이러한 이면을 보지 못한 채, 소록도 중앙공원의 아름다운 풍경만을 감상하고 있다. 이는 누구를 위한 보존인가.

2009년 초 위령탑과 야생화단지, 전망대 등이 소록도에 들어섰으며, 국비 14억 4천만 원을 포함해 모두 24억 원이 투입되었다. 또한 고흥군은 소록도 감금시설들을 활용해 관광활성화를 계획하였다. 이는 소록도 한센인들의 고난과 수난을 기리기 위한 보존이 아닌 소록도의 관광자원화, 경제적 활용가치만을 위한 보존이다. 이는 소록도 한센인 및 이들과 관련된 유산들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키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28) [소록도 새로운 100년을 꿈꾸며],

https://www.yna.co.kr/view/AKR20160204096100054 (검색일자: 2022년5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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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토론자 : 권지혁(인하대학교)

이 글은 다큐멘터리의 영상 재현을 통해 한센인과 소록도가 어떻게 의미화되어 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몇 가지 궁금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이 연구는 2016년 KBS에서 방영한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년 ‘잊혀진 기억’>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소록도의 눈물’, ‘소록도 한센인:백년의 참회록‘ 등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는데, 이 다큐멘터리들은 왜 분석 대상에 제외되었는지 궁금합니다. 3개 다큐멘터리 분석을 통해 한센인과 소록도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있고, 어떻게 의미화되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계열 분석으로 도출한 이항대립 중 ‘의존 : 자립’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연구자는 통합체 분석에서 “1930년대 소록도 한센인을 대상으로 한 일제의 인체실험(생체실험)”의 잠재적 가치로 ‘의존 : 자립’을 분석 결과로 제시했지만, 이보다는 폭력 : 비폭력이 맞는 것이 아닌지 궁금합니다.

이와 연관하여 준거가치 및 대립가치의 각 의소들을 관통하는 범주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이항대립을 통해 다큐멘터리가 무엇을 강조하고 있고, 어떠한 기억을 재구성하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다큐멘터리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한 그 기준을 비판하는 것인지 또는 한센인을 억압하는 일본과 한국의 권력을 비판하는 것인지.

세 번째, 이 글의 결론 부분인 ‘경제적 부가가치 · 관광 자원화만을 위한 소록도 보존’은 다른 제목으로 변경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일제 식민시대와 해방 이후에도 소록도는 권력의 주체만 변경되었을 뿐 다른 방식으로 권력이 행사되는 공간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포스트 식민주의 또는 권력 등과 관련된 키워드를 반영한 제목으로 변경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이에 대한 연구자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2022 문화콘텐츠 연합학술대회

2022년 06월 01일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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