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산업축산
생명산업 축산
초판 1쇄 2017년 4월 28일지은이_ 정연근펴낸이_ 장민환발행처_ 석탑출판주식회사전자책 제작사_ (주)내일이비즈정가_ 무료주소_ 서울시 중구 통일로92, 13층전화_ 02-2287-2290 팩 스_ 02-2287-2291이메일_ seoktoppub@naver.comISBN : 978-89-293-0437-9 05520OPEN¶공공누리¶¶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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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을 위한 정치경제학
| 序 | 머리말………………………………………………………………………… 6
1장_ 축산의 역사1. 현대 축산의 존재가치………………………………………………………… 112. 축산의 역사… ………………………………………………………………… 153. 누가 ‘표준’을 만드나… ……………………………………………………… 272장_ 무역과 축산
1. WTO와 FTA… ………………………………………………………………… 362. 주요 축종별 교역 및 수급전망… …………………………………………… 543장_ 축산가치사슬1. 푸드시스템에서 축산의 위상………………………………………………… 652. 각 부문별 현황………………………………………………………………… 683. 축종별 시장… ………………………………………………………………… 794장_ 분뇨
1. 외부불경제……………………………………………………………………… 902. 분뇨의 재발견… …………………………………………………………………933. 자연순환농업의 핵심 고리발견……………………………………………… 1025장_ 가족농과 기업농 그리고 협동조합1. 축산시장변화와 기업발전… ………………………………………………… 1072. 글로벌 육가공업체… ………………………………………………………… 1143. 협동조합… …………………………………………………………………… 1244. 가족농 이어갈 후계농………………………………………………………… 1306장_ 바이러스와의 전쟁1.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오나…………………………………………………… 138
2. 살처분, 대안은 없나…………………………………………………………… 1557장_ 4차산업혁명과 축산경영1. 스마트 축산업… ……………………………………………………………… 1662. 4차산업혁명 성패 가를 투명성……………………………………………… 1753. 교육 - 축산경영의 기초……………………………………………………… 1808장_ 새로운 지평1. 공장식 축산의 재탄생………………………………………………………… 1912. 유럽에서 엿보는 축산업 미래… …………………………………………… 1923. 먹는 축산업을 넘어…………………………………………………………… 1964. 영원한 게임체인저, 소비자…………………………………………………… 2105. 새로운 상상… ………………………………………………………………… 215
축산은 생명산업입니다. 생명체를 소재로, 생명체를 위해, 생명에너지를 제공하는 상품을 만들어 제공합니다.
무기물을 소재로 한 제조업과 다르고, 같은 생명산업군에서도 식물을 소재로 한 재배업과 다릅니다. 넓은 의미에서 농업에 포함돼 있지만 수산업과 비슷한 점도 많습니다.식물과 동물, 어류와 포유류, 소형 동물과 대형 동물 중 무엇이 더 고등생명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개체수의 많고 적음이나 다양성도 척도가 될 수 없습니다. 먹이사슬의 위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생태계는 순환하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식물을 채취 재배해서 음식을 할 때에 비해 동물을 사냥하거나 길러서 도축을 하고 음식을 할 때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다릅니다. 동물에서 느끼는 반응이 대체로 큽니다. 맹자의 ‘측은지심’도 소를 잡는 일과 연관해서 나온 비유입니다.가축을 기르고 도축해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분뇨, 가죽,피, 뼈, 내장 등)도 생명체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유기물이니까요. 이를 원활하게 활용하는 것은 현대축산업의 고민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면, 가축분뇨는 전통적으로 거름으로 활용했습니다. 건조한 목축지에서 소 말 양 등의 똥은 연료로도 사용했습니다. 농경지가 줄어든 산업사회에서 가축분뇨는 폐기물로 여겨 정화해서 버렸지만 최근엔 다시 퇴비(고체비료)와 액비(액상 비료) 원료로 사용하고, 바이오매스(화학적 에너지로 사용 할 수 있는 생물체의 에너지원)로 활용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있습니다.축산업 지평이 넓어지고 있지만 이 역시 생명을 위한 것입니다. 중환자를 위한 이종장기(인체에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종의 장기) 소재가 되는 것도, 고독한 현대인의 동반자로 각광받는 반려동물 역할을 하는 것도,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 소재로 개발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축산업을 위협하는 균이나 바이러스도 생명체입니다. 특별히 바이러스는 생명체의 몸 안에서만 증식할 수 있고 자연상태에서는 활동하지 않는 식으로 진화한 생명체인데,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처럼 가축과 공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지 못하면 막대한 산업피해를 일으키고, 인류도 위협합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가금류와 사람이 동시에 감염되는 특징이 있어 사람 목숨도 앗아갑니다.
축산업은 생명산업입니다. 가축을 기르는 환경, 먹이 등 연관 산업부문도 이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축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질병에 잘 걸립니다. 스트레스에 노출된 가축의 고기가 그렇지 않은 육류에 비해 인체에 유해한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합니다.하지만 병든 젖소와 건강한 젖소가 생산한 우유, 병든 닭과 건강한 닭이 낳은 달걀의 차이는 직관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이 책은 ‘생명산업 축산’에 대한 개론서입니다. 흥미를 잃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썼습니다. 축산업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통계들도 수록했습니다. 역사적 구조적 전체적 관점을 갖고 축산업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앞으로 더 많은 정보를 담은 책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2017년 4월 봄기운 좋은 날정연근
생명산업축산
01
축산의 역사
현대 축산의 존재가치축산업의 기본 가치는 인류에게 식량과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이다. 인류가 야생 동·식물을 길들이고 재배하며 수렵채집에서 농경시대로 진화한 것도 안정적인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대 축산업은 매년 2억톤 이상의 축산물(all animal products)을 생산, 인류를 위한 생명에너지(칼로리) 단백질 비타민 광물질 등을 공급한다. 축산업은 칼로리 공급의 16%, 단백질 공급의 34%를 담당하고 있다.소득이 높고 산업화된 주요 국가에서 이 비중은 더 높게 나타난다. 미국민은 칼로리의 27.34%, 단백질의 59.9%를 축산물에서 얻는다. 유럽인들은 각각 27.4, 49.8% 비중이다. 오랫동안 육식보다 채식이 중심이었던 일본도 칼로리의 20.3%, 단백질의 34.2%를 축산물에서 섭취한다. 산업화가 진행 중인 중국은 각각 22.4%, 30.4% 비중이다.식량별 칼로리/단백질 공급
칼로리(%) 단백질(%)
한국에서도 국민 1인당 축산물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축산업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2005년 1인당 축산물 소비량은 106.9kg에서 2015년 138.6kg으로 늘었다. 이 중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소비량은 32.1kg에서 47.6kg으로 늘었고 계란과 우유는 각각 12.1kg에서 13.4kg, 62.7kg에서 77.6kg으로 증가했다.
국내 식품산업 시장규모 156조8700억원(2013년 기준) 중 축산관련 산업 규모는 90조9640억원으로 57.9%에 이른다.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축산물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이고, 인류사학에서 살펴도 인간이 선호하는 식품이다. 고기 섭취량이 적었던 중세 시대 성인 남성의 신장(평균 169.5cm)은 수렵과 육식을 주식으로 했던 3만년 전 크로마뇽인(평균 175cm)보다 작다. 시계열 분석을 하면 인간의 수명과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은 정비례 관계다. 인류가 하루 섭취하는 단백질 섭취량이<식품산업 시장규모>
(단위 : 십억원)
구분 1996 2000 2005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출처 :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2014)
<식품산업 중 축산관련산업의 시장규모(2013)>
단위 : 개, 명, 10억원(1인당 부가가치는 100만원)
구분 사업체수 종사자수(월평균) 출하액(매출액) 부가가치 1인당 부가가치
출처 :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2015)
1965년 20g 초반에서 2000년 약 27g으로 늘어나는 사이 인류 평균 수명은 50년 초반에서 약 65년으로 증가했다.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국가(프랑스 미국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등) 국민이 그렇지 않은 국민(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비해 더 오래 산다.
축산업은 지구촌 전체 생태계에서 자원을 고루 활용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인간이 먹을 수 없는 풀, 조사료(목초, 건초, 사일리지, 옥수수, 파, 씨 있는 과일의 껍데기 등 섬유질)를 이용해 비싼 값의 고급단백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6억명이 저영양 인구로 분석되는데, 인간이 직접 먹지 않는 가축용 사료자원을 활용해 식량과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이다.현대 축산업은 인간이 먹는 곡물을 가축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곡물소비자가 사람, 가축으로 늘어난 데 이어 미국에서 석유를 대체한 바이오에탄올 원료로 사용하면서 2007~2008년 전 세계에 ‘곡물발 인플레이션(애그리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축산업은 토양 식물 동물과 인간의 공생관계를 이어주며 지구환경을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식물이 태양빛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하고, 동물은 식물을 섭취하고 분뇨를 배출, 토양미생물의 먹이를 제공한다. 토양 미생물은 식물이 자라는 거름(퇴비) 역할을 한다.최근엔 인간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반려동물도 축산업 범주에 포함되고 있다. 식품을 만드는 축산업이 정서·교감이라는 정신적 영역을 담당하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축산의 역사
축산의 역사축산(畜産. livestock production)은 농업(農業. agriculture)의 한 부분이 다. 가축을 길러 인류의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산업이다.가축은 야생동물과 달리 사람이 길들여 이용하는 ‘산업동물’이다.
좁은 의미의 축산은 가축을 생산하는 부문만을 뜻하지만 넓은 의미의 축산은 축산물의 가공·유통 분야까지 포함한다. 가축을 기르는 데 필요한 초지, 사료작물의 생산, 축사 및 시설환경뿐만 아니라 가축의 번식·개량·영양·사료, 축산물의 가공·유통, 그리고 경영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관련 학문도 체계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축산을 위한 응용과학인 축산학(animal science)은 산업동물인 가축을 이용해 개량, 증식, 사육하는 분야를 연구하고 체계화해 축산업 발전에 이용하는 학문이다.축산학의 세부 연구 분야는 동물육종학(animal breeding science) 동물유전학(animal genetics) 동물번식학(school of animal reproduction) 동물영양생리학(animal nutrition physiology) 동물사료영양학(animal nutrition), 축산시설환경학(livestock environmentology) 축산식품학(livestock sitology) 가금학(poultry science) 양돈학(swine studies) 낙농학(dairy science) 초지학(grassland science, agrostology) 가축사양학(livestock reaeing) 축산경영학(livestock management) 등이 있다.
▶오래된 미래 : 알타미라동굴의 소, 반구대 멧돼지축산의 역사는 인류가 수렵채집생활에서 정착생활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가축은 식량과 일의 도구(축력)에서 인류와 정서를 나눌 반려동물로, 사람의 장기(臟器)를 대체하는 인공장기 등 생명공학의 소재로서 활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미래에도 축산은 인류와 함께할 것이다.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지방의 알타미라동굴벽화에는 들소 말 사슴 등 수십 종 그림이 새겨져 있다. 기원전 3만~2만5000년 사이 구석기시대인들이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렵채집생활을 하던 때다. 이때 인류는 그날 먹을 식량을 그날 구해야 했다.국내에도 선사시대 조상의 생활양식을 볼 수 있는 그림이 있다. 지금으로 부터 기원전 7000~3500년 전 사이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 사이에 걸쳐 새겨진 반구대암각화(울산시 울주군)에는 교미하는 멧돼지 모습과 새끼를 거느리거나 밴 사슴이 있다. 풍요를 기원했던 고대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축산은 수렵채집민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이들은 야생식물을 작물로 재배하고,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사육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얼마 되
3차원 입체 스캔 이미지로 재구성한 반구대 암각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지난 2012년 초 발간한 ‘반구대 암각화’ 보고서에 담긴 그림이다.사진_ 내일신문지 않는 동물종과 식물종을 선택해 키움으로써 단위면적당 얻을 수 있는 식품 열량은 훨씬 많아졌다. 같은 면적의 땅에 의존해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의 수도 수렵채집민보다 목축민이나 농경민이 10~100배 정도 많아진다. 이같은 숫자의 힘은 식량을 생산하는 부족이 수렵채집민 부족에 비해 유리했던 군사적 이점을 제공했고, 사회적 진화로 이어졌다. (‘총·균·쇠’ 121쪽)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대형 포유류는 기원전 8000~2500년 즈음 가축화됐다. (‘총·균·쇠’ 256쪽) 최종 빙하기가 끝나고 정주형 농경·목축사회가 생겨난 후 처음 몇천 년 동안의 시기다. 양과 염소, 돼지는 기원전 8000년 즈음, 소는 기원전 6000년, 말은 기원전 4000년, 낙타는 기원전 2500년 즈음이다.전 세계에 두루 퍼져 중요한 가축이 된 포유류는 소 양 염소 돼지 말이다. 인류의 조상은 이들로부터 고기와 젖(유제품), 그리고 비료, 힘(운송, 땅갈기), 털 등을 얻었다.인류는 고기 알 깃털 등을 얻기 위해 닭 오리 거위 칠면조 등 조류도 가축화했다.
▶환경 및 가축행동과 축산생명체인 가축을 기를 때 환경은 축산을 제약하는 기본 조건이다. 환경요인은 자연요인과 인공요인으로 구분하고, 이들은 다시 각각 무생물적 환경과 생물적 환경으로 구분한다.무생물적 자연환경은 빛 기온 습도 바람 공기 기압 등과 같은 기상요소, 물과 무기물과 같은 영양소와 토양, 위도와 고도 같은 지리적 요소, 소리와 색같은 물리적 요소 등을 말한다. 생물적 자연환경은 풀이나 사료가 될 수 있는 식물, 병원균이나 병해충 같은 유해생물, 기타 야생조류나 유해식물 같은 생물들의 존재 유무를 뜻한다.
무생물적 인공환경은 축사와 부속시설 및 설비, 목책과 방목시설, 영양소와 사료, 소음 음악 색 농약 등의 환경조건이다. 생물적 인공환경은 관리자와 다른 가축 등을 말한다.환경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온 습도 기류 태양방사 등과 같은 기상요소다. 소리 빛 축사 공기 영양소 토양 등 물리화학적 요인도 가축의 상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관리자인 인간, 가축끼리의 의사소통, 방목가축에 대한 목초·들풀 및 기타 유해생물 등의 생물적 요인도 가축에게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축산 시설을 만들 때 열환경과 가축의 반응은 매우 중요하다. 임계온도 쾌
덴마크 오덴세에 있는 양돈장 모습. 덴마크 최고 농업대학인 달름대학에서 교육한 대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_정연근
적온도 한계온도에 따른 가축의 체온조절 기능과 생산능력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성과가 축적돼 있다. 빛 소리 축사의 구조 및 사육밀도에 따른 가축의 반응과 적응, 생산능력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축사의 단열, 냉난방, 환기와 통풍, 공기의 정화 등에 반응한다. 가축의 행동은 자극과 반응을 기초로 한다. 행동은 개체를 유지하는 행동과 사회행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체 유지행동은 가축이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행동이고, 사회행동은 특히 동종개체 사이에 볼 수 있는 행동이다.
행동연구 결과는 가축을 기르는 사양시스템의 개선, 가축의 취급 또는 방목관리 기술의 개선, 번식기술의 개선 등으로 이어진다.▶축사와 시설
현대 축산에서 환경 및 동물복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게 축사 및 관련 시설이다. 축사의 신축 증축 개축 등과 이와 연관된 자동급이시설(먹이를 자동으로 먹이는 시설), 급수시설, 착유시설, 가축분뇨처리시설 등을 연구하는 축산시설환경학도 발달했다.한우와 같이 우유가 아닌 고기를 얻기 위해 기르는 소는 젖소에 비해 체질이 튼튼해 외부환경에 잘 적응한다. 이런 소는 안락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젖소에 비해 시설투자가 적게 들고 관리가 간편하다. 우사는 개방식 우사, 계류식(소의 목에 걸쇠나 체인을 걸어 묶어두는 방식) 우사, 방사식 우사로 나뉘어 장·단점이 연구되고 있다.그러나 분뇨처리가 위생적이어야 하고, 인력도 많이 필요해 톱밥 이용시설및 슬러리(고체인 분과 액체인 뇨의 혼합물) 처리시설을 위한 우사 바닥의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분뇨처리도 생분 이용법, 퇴비화 방법, 저장액비화법, 산화구법(oxidation ditch)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산화구법은 타원형으로 도랑(ditch)과 같은 수로를 만들어 하수를 순환시키는 것으로 유기물질의 생분해와 더불어 질산화 반응까지 유도한다.
젖소는 가축 중에서 체구가 크고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젖소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시설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또 우유를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가축들보다 더 위생적인 시설이 요구된다.돼지를 기르는 양돈은 돼지를 집단으로 모아 둔 돈사에서 이뤄진다. 돈사 내 돈방(돼지방)의 형태와 크기가 중요한데, 새끼 돼지의 사고 발생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돈사를 설계한다. 돼지가 잠자는 장소와 똥자리(배분장.
2세 한돈경영인 이정수(38) 경북종돈 관리부장은 매일 오전 5시30분 즈음 돈사(돼지를 기르는 방)에 들어가 오후 7시까지 돼지와 함께 지내면서농장환경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사진_ 경북종돈 제공
dung patch)의 비율도 중요하다. 돼지는 정해진 곳에서만 배변을 하는 청결성을 갖고 있는데, 발달된 후각으로 배변장소를 정해놓고 그곳에서만 계속 배변을 한다.
최근 동물복지 및 환경문제와 관련해 닭장(계사)의 형태와 종류별 특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외부로 개방된 계사와 창이 없는 무창계사, 저상식(底床式) 중상식 고상식 등 계사 높이에 따른 장단점도 계속 연구중이다. 특히 소 돼지에 비해 작은 크기의 닭을 대량으로 키우는 특징에 따라 계사 내부시설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게 중요하다. 사료의 자동급이, 물의 자동급수, 공기의 자동환기, 계분 자동제거, 계란 자동수집 시설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공장식 축산
현대인은 ‘동물농장’에서 기른 가축이 아닌 ‘동물공장’에서 생산한 축산물을 먹는다. 현대축산업이 좁은 공간에 많은 수의 가축을 몰아넣고 기르는 ‘공장식 축산’으로 보다 싼 가격에 보다 빠르게 길러 보다 빠르게 도축하고 운반해 식탁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다. 지구에서 매년 도축하는 가축 560억마리의 99%는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된다.한국도 농축산물 시장이 본격 개방된 1990년대부터 공장식 축산이 확산됐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은 대량의 육가공품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어 인류의 식생활 개선 및 영양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공장식 축산은 많은 성과를 낳았지만 옛 방식이 지속가능할 것으로 보이진않는다. 생명에 대한 본능적인 연민에 반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공장식 돼지 사육 반대 캠페인을 이끌었던 변호사이자 환경운동가인 니콜렛 한 니먼은 2012년 국내에 출판된 ‘돼지가 사는 공장’에서 “노스캐롤라이나를 돌아다닌 일주일 동안 땅 위를 걸어 다니는 가축을 거의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가축이라곤 여기저기서 간간이 눈에 띈 소 몇 마리가 전부였다. 정말 깜짝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돼지를 많이 사육할 뿐만 아니라 칠면조 생산에서는 최고이고 닭 생산에서는 다섯 손가락에 들지 않는가! 가축을 많이 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가축들은 건물 안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 그렇기에 그 가축들의 비참한 삶은 쉽게 잊히고 만다.”고 기록했다.저자는 채식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는 “(채식주의자들이) 먹는 음식은 콩으
소와 양을 방목해 관광형 목장으로 운영하고 있는 삼양사 대관령목장은 국내 가족 여행지로 인기다. 축산업이 가축을길 러 먹는 차원을 넘어 경관형, 관광형으로도 인기를 끌면서 낙농가를 중심으로 체험관광형 목장으로 확대하는 흐름이 커졌다. 사진_ 정연근
로 만든 (닭고기 맛) ‘너깃’, 콩으로 만든 (닭고기 맛) ‘버펄로 윙’, 핑크색과 흰색의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돼지고기 맛) 가짜 ‘베이컨’ 등 가짜 고기 일색이었다. … 그런 음식들은 내 입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나에게는 그런 상황 자체가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여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분업과 협업구조에 기초한 공장식 축산이 어미와 새끼의 정분까지 앗아가는 비참한 상황도 지적했다. 저자는 “태어난 지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어미 젖소와 떨어진 송아지들은 수컷이건 암컷이건 상관없이 어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며 자란다. 들판에서 어슬렁거리는 젖소 떼를 발견했을 때 항상 성장을 마친 암컷만 눈에 띄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고 연민을 드러냈다.공장식 축산에 대한 반발로 동물복지, 친환경 축산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을 통해 생태계 밖에서 공급을 조절한 덕분에 인류의 영양은 개선됐다. 그러나 사육 및 도축 과정을 소비자들의 생활권에서 떨어진 곳에 격리하면서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내몰아 생명경시 현상이 만연하거나 가축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가축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정된 토지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사람-가축-자동차(바이오매스)로 분산되면서 경종농업과 순환고리도 파괴되는 문제가 생겼다.
공장식 축산의 대안은 없을까? 그 많은 가축을 넓은 땅에 방목하면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부족하게 된다.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비춰 동물성 단백질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동물복지, 친환경축산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그러나 공장식 축산은 나쁘고, 동물복지형 친환경축산은 좋다는 식의 이분법은 현실에 맞지 않다. 공장식 축산이 자연 상태의 환경을 다양한 과학기술 성과로 제어하는 것이라면 가축과 사람에게 모두 좋은 인공환경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소년공들이 일하던 공장과 20세기 공해병을 유발하던 한국의 공장들이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쾌적한 작업장들이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돼지·염소 직접 도축한 페이스북 창업자2011년 5월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방금 돼지와 염소를 도축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경제전문지 ‘포춘’도 저커버그가 먹는 음식의 소중함을 알기 위한 도전으로 가축을 직접 도축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저커버그는 가축을 기르고, 도축하는 ‘공장’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마트에서 잘 가공·포장된 육류를 사서 먹는 방식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는 1984년 미국에서 태어난 현대 인류이고, 첨단 과학을 활용해 큰 부를 쌓은 경영자이지만 돼지고기와 염소고기를 마트에서 사서 먹지 않고 직접 도축해 먹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가축이 살고 죽는 ‘공장’은 대부분 우리 생활권과 떨어진 곳에 있고, 관계자 외에는 출입이 금지돼 있다. 우리는 축산물을 좋아하지만 축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지 못한다. 맛있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살아있던 소와 돼지를 죽여서 만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연결하는 일은 드물다.저커버그는 “우리가 고기를 먹으려면 동물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실을 잊지 않고 음식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직접 도축한다고 밝혔다. 사냥을 하기 전 “너를 죽여야 우리 가족이 살 수 있다”고 기도하고, 고기를 먹기 전에 동물의 영혼에 감사 기도를 했다는 인디언 생활 방식을 연상케 한다. 저커버그는 직접 도축하는 것을 통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_ 내일신문
해 더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고 있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축산업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이 먹을 닭고기를 직접 도축해서 먹을 필요는 없다. 수렵채집시절에도 젊은 남자가 사냥한 꿩을 여자와 노인 어린이들이 먹었다.동물복지형 친환경축산은 생명으로서 가축을 느끼고 존중하며 축산업을 하겠다는 철학이 깔려있다.
축산의 역사
누가 ‘표준’을 만드나1995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막을 내리고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세계 무역질서가 바뀌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농산물과 서비스의 교역 확대였다.
축산물 무역은 WTO 체제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985년 세계 축산물 생산량(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1억2164만6000톤 중 15.1%인 1831만7000톤이 국경을 통과했다. 이는 1995년 1억6484만3000톤 생산 중 13.9%(2292만3000톤)로 잠시 줄었지만 2005년 2억1415만톤 중 17.2%(3683만톤), 2015년 2억5909만2000톤 중 19.3%(4999만4000톤)로 늘었다. 한 해 생산된 축산물 중 약 20%는 세계 곳곳으로 팔려간다.문화와 기후가 다른 곳에서 생산된 ‘상품’을 교환하기 위해 공동의 기준, 즉 ‘표준’이 필요하다. 교환을 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데는 과학과 정치·외교가 위력을 발휘한다.
2005년 7월 12일 중국 랴오둥 반도 남단도시 다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비공식 장관급 회의. 농산품, 무역 서비스 자유무역에 관한 핵심 사안들이 심도있게 논의됐다. 사진_ 내일신문
축산업에서 대표적인 국제기구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다. OIE는 식물분야 국제식물보호협약(IPPC), 식품분야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와 함께 농식품 분야 세계 3대 기관 중 하나다.
OIE는 1924년 전 세계 가축 위생의 향상과 동물복지 증진을 목표로 설립됐다.설립 당시 명칭은 국제수역사무국(Office International des Epizooties)이었지만 2003년 개칭했다. OIE라는 약칭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1920년 벨기에에서 발생한 소 전염병에 의해 국제수역사무국 필요성이 제기됐고, 1924년 1월 28개국이 서명한 국제협정에 근거해 프랑스 파리에 설립됐다. 192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처음 회의가 개최되었고 8명의 전문가가 국제위생 정책 초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안전한 축산물 교역을 위해 각국이 체계적인 축산 위생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946년 유엔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설립되면서 OIE 폐지가 고려됐지만 회원국 반발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1995년 WTO 설립과 함께 ‘위생식물검역조치 적용에 관한 협정(SPS협정)’이 발효됐고, 동물검역에 관한 국제기준을 수립하는 기관으로 공인됐다. SPS협정은 이후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각국이 첨예하게 논쟁하는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떠올랐다.
국제적 동물 및 축산물 교역 표준 규범인 ‘동물위생규약’과 ‘가축전염병 진단 및 백신 매뉴얼의 제정 및 개정도 담당하고 있다. 또 새로운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각국에 신속히 알리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전염병 확산을 막고 이를 뿌리뽑기 위한 노력도 같이 하고 있다.주요 임무는 가축방역에 대한 시험 연구 증진과 조정, 가축 전염병의 전파경위 및 구제 방법에 대한 정보 수집과 교환, 가축 위생 업무에 대한 국제규약 제정 및 조정, 과학적 접근에 의한 동물복지의 증진, 각국의 동물 위생 상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5년 10월 아질산나트륨을 사용하는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 사진_ 내일신문
2015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붉은색 고기는 암 유발 위험이 높다”고 발표했지만 육가공품을 주식으로 즐기는 독일 등이 반발하면서 큰소동이 벌어졌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역 인근에 있는 작은 시장에서 독일인들이 소시지 등 육가공품을 사기 위해 줄을서 있다. 사진_ 정연근
황에 대한 투명성 강화 등이다.
파리 본부에 사무총장실, 행정지원국, 동물위생정보국, 과학기술국, 국제교역국, 지역활동국 등이 있고,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태평양, 유럽, 중동 등에 지역대표부 및 준지역대표부를 두고 있다.전문가 특별위원회는 육상동물위생규약위원회, 생물학표준위원회, 동물질병을 위한 과학위원회, 수생생물보건표준위원회 등으로 구성된다. 이밖에 동물복지, 야생동물, 식품안전을 다루는 작업(워킹)그룹과 사안에 따라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그룹들이 있다. 한국은 1953년에 가입했다.세계보건기구(WHO)도 축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2015년 10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붉은색 고기는 암 유발 위험이 높다고 발표해 국내외 축산업계와 소비자들이 큰 소동에 빠진 일이 있다.
지역문화와 종교도 축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친다. 이슬람문화권에서 허용한 음식 ‘할랄식품’은 축산품도 이슬람 기준에 따라 생산·소비한다.양·소·닭고기 등은 단칼에 정맥을 끊는 방식으로 도축해야 할랄식품으로 인정한다. 돼지고기와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으면 할랄식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세계 식품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이 거대한 시장에 축산물을 팔겠다면 할랄방식을 따라야 한다. 한국도 할랄시장 수출용 도축장을 따로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생명산업축산
2015년 세계 축산물(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산량 2억5909만2000톤 중 19.3%(4999만4000톤)가 무역을 통해 거래됐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중국은 5637만5000톤의 돼지고기를 생산했지만 국내 소비량 5720만톤보다 82만5000톤 적었다. 이 해 중국은 돼지고기 84만5000톤을 수입했다.미국은 1115만8000톤의 돼지고기를 생산했지만 국내 소비는 943만톤에 불과했다. 소비량보다 172만8000톤 많이 생산됐다. 미국은 226만8000톤을 수출했다. 수출을 위해 다른 나라에서 50만2000톤을 수입했다.20년 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던 해 생산량(1억6484만3000톤)의 13.9%가 국경을 넘었지만 축산물 무역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처럼 축종별로 수출국과 수입국으로 분화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축산물 무역도 국가단위를 넘어선 초국적 기업들이 주도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2013년 5월 중국의 수앙후이그룹(www.wh-group.com)은 세계최대 돼지고기생산업체인 미국 스미스필드푸드를 주당 34달러, 총 47억달러(약 4조8800억원)에 인수했다.
수앙후이그룹의 최고 경영자는 완롱 회장이지만 최대 주주는 중국의 사모투자전문회사 CDH벤처스(지분 33.7%)다. 완 회장의 지분은 30%다. 세계적 투자회사 골드만삭스도 수앙후이그룹의 지분 5.18%를 갖고 있다. 국영도축장에서 경영능력을 키우던 완 회장은 2006년 그룹 소재지인 중국 허난성 정부 방침에 따라 수앙후이그룹 지분을 CDH와 골드만삭스에 팔면서 민영화했다.세계 최대 규모 육가공업체인 브라질의 JBS(http://jbs.com.br)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JBS는 2015년 7월 세계 최대 곡물업체 카길의 돼지고기 사업부문을 14억5000만달러(약 1조6200억원)에 인수했다.
무역과 축산
WTO와 FTA▶한국한국 축산업은 미국 유럽연합 호주 등 축산선진국들과 FTA 체결로 관세0% 시대의 시장 완전개방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냉장목심)의 경우 2016년 관세율 26.6%는 2026년 0%로, 독일산 돼지고기(냉동삼겹살)의 관세율 10.2%는 2021년 0%로, 호주산 쇠고기(냉동갈비) 관세율 34.6%는 2029년 0%가 된다.이에 따라 수입육류의 도매가격은 앞으로 10년 후인 2026년에는 2016년보다 내려가게 된다. 미국산 쇠고기는 20.2%, 호주산 쇠고기는 24%, 미국산 돼지고기는 12.1%, 독일산 돼지고기는 8.5%, 미국산 닭고기(닭다리, 냉장)는 16.9% 떨어진다.구조적인 우유과잉과 재고는 낙농업 위기를 드러낸다. 미국 호주 유럽연<수입육류의 관세율과 국내 도매가격의 변화 추정>
구분 관세율 변화 2016 예상 도매가격 변동(kg/원) 2016 2026 가격하락률
합 등 낙농 강대국과 맺은 FTA로 저율관세쿼터(TRQ)에 의한 유제품 수입이 최근 5년간 연평균 14만5000톤씩 증가(원유 기준)했다. 이에 따라 국내 우유 재고량이 급증해 낙농산업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젖소 사육마릿수는 2004년 49만7000마리에서 2014년 43만1000마리로 연평균 1.41%씩 13% 줄었지만 우유재고량은 6만8000톤에서 23만3000톤으로 3.4배 늘었다. 수입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유환산 수입우유는 연평균 7.17%씩 증가했다.생산성 증가와 수입 확대로 공급은 늘었지만 수요는 줄고 있다. 출산율 저하에 따라 초등학생수가 같은 기간 412만명에서 273만명으로 34% 감소하는 등 수요층이 줄어들자 1인당 우유소비량 증가 속도는 대폭 줄었다. 국민 1인당 우유소비량은 같은 기간 연평균 1.24%씩(6만3000톤) 소량 증가했다. 국민 1인당 우유소비량 연평균 증가율은 1980년대 15.0%에서 1990년대 3.1%, 2000년대 0.7%, 2011~2014년 0.6%로 하락했다. 상대적 과잉공급으로 우유 재고량이 6만8000톤에서 23만3000톤으로 급증한 것이다.
축산강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을 포함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와의 FTA 협상도 2017년 시작될 예정이다. 브라질은 소 2억1500만마리, 돼지3700만마리, 닭 등 가금류 60억마리를 키우는 세계 축산강국이다. 쇠고기 생산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돼지고기는 중국 유럽연합 미국에 이어 4위, 닭고기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브라질 농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6년 수출규모는 쇠고기 134만9000톤, 돼지고기 72만톤, 닭고기 430만 7000톤에 이른다.
브라질은 한국과의 FTA 협상에 앞서 돼지고기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한국 돼지고기 쇠고기 시장을 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2015년 12월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 한국이 브라질산 돼지고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3월말 현재 브라질산 돼지고기 수입을 위한 검역협상은 마지막 단계인 8단계로, 브라질 내 수출작업장을 점검하는 절차를 남겨 놓았다.브라질이 한국시장을 공략한 방식은 구제역 청정지역인 산타카타리나주 돼지고기를 우선 수출하는 것이다. 브라질 남동부에 자리한 산타카타리나주는 백신접종을 하지 않는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인증받았다.
국내 축산물 생산자들은 브라질 산타카타리나주 돼지고기의 한국 상륙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축산강국 브라질의 돼지고기가 들어오는 것도 국내 축산업을 압박하는 요인이지만 구제역 발생국이어서 한국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다른 나라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돈협회는 “산타카타리나주 돼지고기가 들어오면 한국시장을 노리고 있는 중국 등 다른 나라도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중국은 세계 1위 돼지고기 생산국이지만 한국에 돼지고기를 수출할 수 없다. 한국이 구제역 발생을 이유로 검역협상을 받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브라질 농축산식품부
하지만 브라질이 산타카타리나주 돼지고기를 수출하게 되면 중국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는 지역의 돼지고기를 한국에 수출하겠다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지역주의’ 문제는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한국의 취약점으로 지적됐지만 협상 주제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세계적인 육가공업체 브라질 JBS는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생산계획도 조정하고 있다. JBS는 지금까지 산타카타리나주 돼지고기를 일본 미국 러시아 등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한국 수출길이 열리면 일본 미국 러시아로 수출하던 돼지고기를 다른 주에서 생산한 것으로 바꾸고, 산타카타리나 돼지고기를 한국으로 수출하겠다는 복안이다.한국이 최초로 FTA를 체결한 칠레도 자국 돼지고기 수출을 더 늘리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칠레는 한국 돼지고기 시장을 두고 미국 독일 스
출처 : 칠레 농업부
페인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국은 2016년 10만6000톤, 독일은 5만9000톤, 스페인은 4만1000톤을 각각 한국으로 수출했다. 칠레는 이들에 이어 한국의 수입돼지고기 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칠레는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청정한 곳에서 안전하게 생산·유통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동쪽엔 안데스산맥, 남쪽엔 빙하, 서쪽엔 태평양, 북쪽엔 사막 등으로 사방이 막혀 가축전염병이 없고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서 자란 축산물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칠레 포크’라는 공동브랜드를 사용한다. 가격경쟁력은 기본이다. 돼지 1kg을 살찌우는 비용은 1.15달러다.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예정된 시간표에 따라 더욱 거세지고 있는 수입축산물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축산농가와 정부, 관련 전문가의 지혜와 능력의 결집이 시급하다.자유무역에 앞장선 미국과 영국이 각각 제조업 보호주의와 불법이민자에 대한 접근차단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로 충격을 줬지만 시장개방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사는 시장이 개방되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불확정성을 기반으로 한 물질운동법칙도 폐쇄경제와는 반대다.
▶일본일본도 농산물시장개방을 염두에 두고 내부 변화를 모색 중이다. 미국의 중도이탈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래가 불투명하게 됐지만 개방이라는 큰 흐름을 상수로 두고 있다.일본 농림수산성은 2015년 10월 16일 입찰제도 시범실시 등을 담은 ‘원유 거래에 대한 검토회’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유와 유제품의 원료인 원유에 대한 보고서는 낙농·유가공업계와 같은 해 7월부터 다섯 차례 검토한 결과다.
보고서는 △원유가격에 대한 협상기한 설정 △정부의 우유생산비통계 제공 방법 △원유가격 협상 결과를 생산자에게 알리는 방법 △소비자요구를 반영한 ‘특색 있는 우유’(프리미엄제품) 거래 확대 △입찰제도 도입 등 5개 항목을 담고 있다.보고서에는 당시 타결된 TPP와 낙농후계자 감소, 수입유제품 시장점유율 확대 등으로 인한 일본 낙농가와 유업체의 위기감이 담겼다.일본 낙농가는 2000년 3만3600호에서 2014년 1만8600호로 50% 줄었다. 젖소 사육마릿수도 같은 기간 176만4000마리에서 139만5000마리로 감소했
일본 농수산성 공무원들과 일본 낙농가단체가 시장개방 대응책에 대해 간담회를 나눴다. 사진_ 정연근
고, 원유생산량은 850만톤에서 733만톤으로 줄었다.
원유생산자(낙농가)와 원유를 가공해 우유나 유제품을 만드는 유가공업체는 특히 ‘입찰제도 도입’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유가공기업 ‘유키지루시 메그밀크’도 입찰제도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유키지루시 메그밀크는 홋카이도(북해도) 낙농민들이 만든 ‘홋카이도낙농제품판매조합’이 모태다.일본은 지금까지 낙농가가 소속된 ‘지정단체’와 유가공업체가 협상하는 방식으로 원유를 거래했다. 지정단체는 홋카이도(북해도) 낙농가들이 소속된 ‘호쿠렌농업협동조합연합회’ 등 전국 9개 대형 농협이다. 일본 낙농가들은 생산한 원유의 97%를 지정단체를 통해 위탁판매하고 있다.일본의 경제계도 식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유와 유가공품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하고 있다. 일본 최대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은 2015년 10월 16일자 기사에서 “(지금까지) 대부분 원유거래는 대형농협과 유업체가 매년 1회 정하는 고정가격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가공유제품 소비자가격이 올라도 농가수입은 늘지 않았다”며
“가격결정 과정도 공개되지 않고 불투명했다”고 지적했다. 입찰제가 도입되면 원유가격은 시장가격에 따라 변하게 된다. 가격결정 과정도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와 낙농·유업계는 새로운 제도를 신중하게 운영하기로 했다. 입찰제도 대상은 버터와 생크림 등 가공유제품에 사용되는 원유만 해당되고, 마시는 우유에 사용하는 원유는 일부 고가상품만 포함했다. 입찰물량은 유업체와 농협이 협의한다. 농협은 ‘최저 낙찰가격’을 정해 예정가격보다 낮은 낙찰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낙찰수량 상한제도 당분간 설정할 수 있다. 농림수산성은 “정부는 입찰물량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거래개혁 검토는 집권 자민당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아베정권은 쌀 감산정책 폐지, 농협중앙회 해체에 이어 낙농정책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일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유가공기업 ‘유키지루시 메그밀크’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발한 여러 가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_ 정연근본낙농유업협회(J-MILK) 마에다 전무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는 원유가격 탄력성이 적었다”며 “낙농가와 소비자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시장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입찰제도는 지정단체 밖에서 진행돼 왔다. 농협에 속하지 않는 낙농가들을 조직한 유업체 ‘엠엠제이’(MMJ)는 2008년부터 입찰을 도입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전국에서 이 회사와 거래하려는 낙농가가 늘어나고 있다.하지만 제도 변화를 부담스러워 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마에다 전무는 “젖소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시장의 요구에 맞춰 원유를 생산할 수 없고, 시장의 수요는 여름과 겨울에 심하게 변동한다”며 “시장원리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년간 시범사업’이라는 조건을 붙여 합의한 배경이다. 농협이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도 남겨 놓았다는 평이다.일본 정부와 낙농·유업계, 학계 등은 수출을 모색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홋카이도대학교 글로벌전략연구소는 2015년 10월 24일 ‘TPP와 홋카이도 농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야마시타 글로벌전략연구소 연구주간은 일본 인구감소로 내수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개방까지 겹쳤기 때문에 해외시장으로 나가지 않으면 농업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야채와 과일, 우유와 유제품을 수출하는 게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홋카이도대학은 1876년 농업대학으로 시작, 일본에 근대 낙농을 전파한 곳이다. 도쿄대학교 농업대학보다 1년 빠르다. 메이지유신 이후 홋카이도를 식량기지로 개척하던 일본은 미국 매사추세츠 농과대 학장으로 있던 윌리엄 클라크를 홋카이도대학(당시 삿포로농학교) 초대 학장으로 초빙했다. 클라크는‘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며 근대화를 촉진했다.
일본 농림수산성과 ‘J-밀크’, 지정단체 관계자들도 한국으로 낙농제품 수출을 희망한다는 속내를 비쳤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이 TPP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 홋카이도에서 생산한 우유를 한국에 수출할 것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우리 제품을 사주면 좋겠다”고 답했다.일본의 낙농산업은 국내 시장 개방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유시장’과 ‘계획’ 두 날개로 대응하고 있다.원유(우유·유제품의 원료) 생산량과 가격결정엔 시장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TPP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지만 시장원리는 더 많은 분야에, 더 깊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지속가능한 낙농업과 유가공산업을 위한 제도도 강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시장가격과 적정가격 사이의 간극을 보조금으로 메우고 있다.우선 시장원리의 확대를 보자. 일본에서 원유가격은 낙농가를 대표하는 9개 지정단체(거대 농협)와 210여개 유가공업체들의 협상으로 결정된다. 우유를 만들기 위한 원유, 치즈를 만들기 위한 원유 등 용도별 가격이 다르다. 협상에 참여하는 지정단체·유가공업체 수와 용도별 가격까지 고려하면 가격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격이 결정되기 전 낙농가들이 생산할 원유량은 중앙낙농회의(지정단체들이 모두 소속된 전국 조직)에서 결정한다. 데라다 시게루 일본 중앙낙농회의 업무부장은 “우리가 생산계획을 세울 때는 다음해 원유수요량을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며 “수요예측을 할 때는 중앙낙농회의뿐만 아니라 생산자단체와 유업체로 구성된 일본낙농유업협회(제이밀크)도 함께 한다”고 밝혔다.중앙회의는 제이밀크가 예측한 수치를 바탕으로 목표량을 정한다. 이때 중앙회에 소속된 9개 지정단체가 모두 참여한다. 지정단체들은 또 소속 현단위 농협과 협의하고, 현단위 농협은 낙농가와 소통한다. 낙농가들이 생산한 원유의 97%를 지정단체에 팔아달라고 맡기는 것도 이런 과정에서 정착했다.
한국유가공협회장도 일본은 한국과 달리 가격을 정할 때 소비자가 참여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지적했다. 정수용 한국유가공협회장은 “가격을 정할 때 원유 수요자인 유가공업체가 지불할 수 있는 가격과 낙농가 생산비를 조사한다”며 “수요자와 공급자가 가격결정에 참여해 시장원리를 작동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일본은 원유가격 결정 과정에 시장원리를 더욱 확대하는 추세다. 농림수산성은 ‘원유거래에 대한 검토회’ 보고서를 발표하며 2016년부터 버터용 원유 등은 입찰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시장원리는 시장에 참여한 주체들의 혁신노력으로 더 발전하고 있다. 낙농가들은 좋은 품질의 원유를 계속 생산하기 위해 젖소개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종축개량협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본 홀스타인’(얼룩젖소) 등록협회는 5년마다 한번씩 ‘공진회’라는 이름의 경연대회를 연다. 심사기준은 대회 5년 전에 발표한다.
2015년 10월 홋카이도에서 열린 제14회 전일본 홀스타인공진회는 젖소가 오래 살면서 원유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 ‘장명연장성’이 기준이었다.당시 일본농업신문에 따르면 공진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아마노 히로카즈씨는 “보다 오래 젖을 짜야만 한다”며 “튼튼한 엉덩이와 다리, 유방 등 모든 측면에서 이를 고려해 사육하고 있다”고 말했다.안래억 한국종축개량협회 부회장(홍천목장 대표)은 “일본은 5년에 한 번씩 여는 전국단위 공진회 외에도 기초단체인 ‘현’ 단위에서 200여개 품평회를 자
일본 홀스타인등록협회가 5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공진회 모습. 낙농가들은 좋은 품질의 원유(유제품 원료)를 계속 생산하기 위해 젖소개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진_ 정연근
주 열고 있다”며 “일본은 품평회와 공진회가 많고, 목표를 정해서 좋은 방향으로 젖소를 개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동료들과 함께 홋카이도 공진회를 살펴보고 왔다.
유업체도 소비확대를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25년 홋카이도낙농가들의 판매조합에서 시작한 ‘유키지루시 메그밀크’는 창업초기부터 우유 뿐만 아니라 치즈 버터 등 다양한 유가공제품을 생산했다.유키지루시 메그밀크는 한해 매출액이 5조6000억원, 종업원 4951명의 기업으로 일본에서 두 번째 규모다. 2000년, 2002년 잇따른 식품사고로 위기를 맞았지만 사고를 낸 계열사를 없애고, 사고원인 등을 회사 홈페이지 역사란에 그대로 실어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일본유업체들이 해외유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제품군에서 드러난다. 홋카이도 삿포로역 인근에 있는 대형마트 ‘이온’ 매장에는 다양한 일본 유제품들이 가득하다. 남인식 농협중앙회 축산담당 상무는 “우리보다 훨씬 많은 제품들이 있어서 부러웠다”며 “한 살배기 아이를 위한 치즈, 유제품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 지속가능한 생산기반유지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2015년 10월 한국방문단을 맞은 세끼무라 시즈오 일본 농림수산성 축산기획과 조사관은 일본이 낙농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일본 정부는 우선 전국 556곳의 축산클러스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농가세대수, 사육마릿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낙농기반이 약화되는 것에 대응해 기본이 튼튼한 고수익형 낙농가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세끼무라 조사관은 “축산수익성 강화사업에 대한 정부보조율을 33%에서50%로 올렸다”며 “전에는 5개 이상 농가가 모일 때만 지원했는데 앞으로는 개인농가도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수입사료에 대한 의존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사료증산대책사업’을 진행하며 초지개량 보조금도 33%에서 50%로 늘렸다. 젖소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액도 더 높였다.
일본 정부는 우유·유제품과를 두고 국내 유가공업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낙농담당 공무원은 2명에 불과하다. 가나사와 마사타카 우유·유제품과 과장보좌는 “일본에서는 어떻게든 원유생산량을 유지하는 게 정책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요에 맞게 생산하는 게 가장 좋고, 그래서 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일본은 ‘마시는 우유’에 사용하는 원유보다 치즈 버터 등 유제품에 사용하는 원유가격이 낮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수입유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불가피하다. 하지만 버터용 원유를 생산하는 농가를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그 차이를 메우고 있다. 가나사와 보좌는 “가공원유 생산자의 경영안정을 위해 311억엔의 보조금을 사용하고 있다”며 “2014년부터는 치즈용원유도 보조금 지급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보조금 지급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적다는 점이다. 이들은 “보조금 지급에 반대하는 여론이 없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일본은 낙농가와 유업체, 그리고 최종 소비자인 국민이 시장과 계획의 양 날개 아래 공생을 모색하고 있었다.▶한국축산업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 10년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 12월 20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향후 15년간 축산업에서 3416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FTA 영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뉴질랜드 FTA에 따른 농업 피해 추산액은 15년 동안 3558억원으로 분석됐지만 피해액의 96%는 축산업에 몰렸다. 무관세쿼터(TRQ)가 많이 설정된 낙농품이 1642억원, 15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는 쇠고기가 1257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돼지고기 닭고기는 개방 대상에서 빠졌지만 식당용 냉동갈비 등 값싼 쇠고기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품목간 소비대체 효과로 생산액이 각각 325억원, 192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유럽연합과의 FTA에 이어 정부는 축산업이 강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 잇따라 FTA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 축산업계는 수입산에 국내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농식품부도 각종 FTA로 대부분 관세가 없어질 향후 10년 내에 국내 축산업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며 각종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축산업은 위기와 기회가 같이 존재하는 역동적인 시장이다. 축산업계와 정부 정책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따라 미래는 장밋빛이 될 수도, 암흑이 될 수도 있다.농식품부와 세계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국내 축산업 생산액은 연평균 6.3% 수준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도 농림업 생산액이 18조4000억원에서 2013년 46조6000억원으로 2.5배 성장할 때 축산업은 4조원에서 16조2000억원으로 4.1배 늘었다. 축산업이 농림업에서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1.7%에서 34.8%로 커졌다.
향후 전망도 밝다. 국내 축산물 소비는 소득증가에 비례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90년 1인당 육류(소, 돼지, 닭) 소비량은 19.9kg에서 2014년 44kg으로 늘었다. 우유와 계란 소비량도 42.8kg에서 72.1kg으로, 8.4kg에서 12.2kg으로 각각 증가했다. 소득이 늘어나면 축산물 소비가 많아진다는 것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확인된 현상이다.국내 축산업은 그동안 지속적인 투자로 자본집약화, 기술발전, 전문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우의 경우 1등급 출현율이 1998년 50.0%에서 2014년 84.0%로 높아지는 등 품질 고급화로 수입산과 차별화했다. 젖소도 원유 1등급 출현율이 1995년 66.1%에서 2014년 91.5%로 늘었다.전업농 비중도 한우와 육우의 경우 1990년 0.2%에서 지난해 14.0%로 늘
강원도 영월군에서 한우 240마리를 키우는 고경환(35, 사진 가운데) 더한우농장 대표는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은 후계농업인다. 그는 2016년 12월 30일 석간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 240마리를 사서 시작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마리당 600만원가량) 축협소를 위탁받아 키우고 있다”며 “땅도 물려받아 토지비용은 들지 않았고 축사시설비 4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사진_ 정연근
었고, 돼지는 0.3%에서 55.6%, 젖소는 2.0%에서 71.5%, 닭은 0.2%에서 62.2%로 각각 증가했다.
가축사육뿐만 아니라 사료나 축산기자재, 동물약품 등 전방산업과 유통·음식점 등 후방산업을 포함하면 축산업 규모는 60조2000억원 규모로 커진다. 이는 국내 식품산업 규모 70조2000억원의 85.8% 수준이다. 이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도 33만3000명에 이른다.특히 전·후방 산업은 국내 경제력이나 기술력에 비춰 아직 규모가 작아성장 가능성이 높다.축산업을 위협하는 요소들도 많다. 2014년 12월과 2015년 1월 축산강국 호주 및 캐나다와 맺은 FTA가 잇따라 발효된 데 이어 2015년 12월 20일 뉴질랜드와 FTA도 효력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우리 축산물 시장은 2023~2028<미국, 호주, 중국의 쇠고기 수급 동향 및 전망>
단위 : 천 톤
구분 미국 2015 2016 2017 호주 2015 2016 2017 중국 2015 2016 2017
자료 : 미 농무부(USDA), “Livestock and Poultry: World Markets and Trade”.
년 순차적으로 개방돼 축산선진국과 경쟁하게 됐다.
하지만 현재 국내 축산물 생산비와 가격은 선진국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아 수입산이 시장을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쇠고기는 미국·호주가, 돼지고기는 미국·캐나다가 국내 생산비의 50~60% 수준에 불과하다. 닭고기는 미국·브라질, 우유는 미국·뉴질랜드가 각각 국내 생산비의 60~80%, 50~65% 수준이다.국내 축산업을 위협하는 것은 시장 밖에도 존재한다.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산업이 배출하는 분뇨와 악취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가축사육 거리를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해 축산 신·증축을 제한하고, 환경부는 가축사육제한지역을 확대하는 등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잇따른 가축전염병도 축산업에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악화시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업이 가진 기회요인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세우고 FTA에 대응한 생산 경쟁력 제고, 축산업의 미래성장산업화, 분뇨와 악취 해결, 가축전염병 해결 등 4가지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무역과 축산
주요 축종별 교역 및 수급전망1995년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고 WTO 체계가 성립돼 정부가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한 이후, 국내 축산물 시장은 세계 무역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움직이고 있다. 매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하는 농업전망에서도 세계무역동향은 한국축산업의 상수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전망 2017’에도 이는 반영됐다.▶쇠고기 시장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 1월 발표한 축산물 교역전망에 따르면 2016년 세계 쇠고기 생산량은 2015년보다 0.8% 증가한 6069만톤(추정)이다. 2017년에는 미국 브라질 중국 인도의 생산량 증가로 2016년보다 1.4% 증가한 6132만톤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쇠고기 생산량이 늘면서 교역량도 늘었다. 2016년 미국의 쇠고기 수출량은 2015년보다 8.9% 증가한 112만톤이다. 2017년에도 소 사육마릿수 증가로 쇠고기 생산량이 늘어 2016년보다 6.5% 증가한 119만톤을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호주는 소 사육마릿수 감소와 쇠고기 생산량 감소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호주의 쇠고기 수출량은 2015년보다 25.3% 줄어든 139만톤이다. 2017년에도 쇠고기 생산량 감소로 2016년보다 4.3% 줄어든 133만톤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발효로 관세가 인하되면서 2017년 미국산 쇠고기의 kg당 국내 도매원가는 2016년보다 1.3% 하락한 9670원이 될 전망이다. 호주산 쇠고기의 국내 도매원가도 관세인하로 2016년보다 1.2% 떨어진 8903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정부가 미국 호주와 맺은 FTA 영향으로 쇠고기 수입량은 꾸준히 증가해 2017년 이후 국산 쇠고기 자급률은 36~3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돼지고기 시장2016년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2015년보다 5.5% 줄어든 5185만톤(추정)이다. 사육마릿수 감소가 원인이다. 하지만 2017년에는 사료가격 하락과 중국내 돼지고기 가격 상승으로 사육마릿수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따라 돼지고기 생산량은 2016년보다 3.7% 증가한 5375만톤에 이르고, 수입량은 10만톤 줄어든 230만톤으로 추정했다.<주요국의 돼지고기 수급 동향 및 전망>
단위 : 천 톤
구분 중국 2015 2016 2017 EU 2015 2016 2017 미국 2015 2016 2017
자료 : 미 농무부(USDA), “Livestock and Poultry: World Markets and Trade”.
유럽연합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2016년 수준인 2335만톤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증가로 2016년 돼지고기 수출량은 2015년보다 증가한 330만톤이었지만 중국의 수입감소로 2017년엔 수출이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2016년 1131만톤보다 늘어난 1174만톤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고, 해외시장 수요도 늘어나 수출이 235만톤에서 245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2016년 등급판정을 받은 국내 돼지고기 마릿수는 2015년보다 4.0% 증가한 1652만마리다. 돼기고기 생산량도 88만2000톤으로 2015년 84만9000톤보다 늘었다.국내 돼지고기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돼지 도매가격은 하락했고, 돼지고기 수입량도 2015년 35만8000톤보다 11.0% 줄어든 31만9000톤이었다.돼지고기 수입량은 줄었지만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은 늘어 2016년 국민 1<우리나라의 국가별 돼지고기 수입량>
단위 : 천 톤
구분 미국 독일 칠레 캐나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총수입량
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
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3.3kg으로 1년 전 22.8kg보다 2.2% 늘었다.
국내에서 수입하는 돼지고기 중 미국산 돼지고기가 전체 수입량의 33.3%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18.6%, 스페인 13.1%, 칠레 7.0%, 네덜란드 4.5% 순이다.냉동 앞다리는 수입량의 70.5%를 미국에서, 냉동 삼겹살은 40.4%를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다. 권역별 수입비중은 독일 스페인 등 유럽연합이 52.5%, 미국 캐나다 등 북미가 37.4%를 차지하고 있다.▶가금류 시장가금류는 산란계(계란 낳는 닭), 육계(고기용 닭)와 오리가 주축이다. 이 중 산란계와 오리는 국내산 자급률이 높아 수입산 영향이 적다.2016년 계란 수입량은 1800톤으로 2015년 1700톤과 비슷했다. 2014년까지 2000톤을 상회했다. 반면 국내산 생산량은 64만톤을 기록했다. 2015년 65만7000톤, 2014년 65만7000톤보다 줄었지만 2013년까지 60만톤 이하 수준에서 늘었다.
계란 수입이 적은 이유는 국내 계란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계란 특란 10개 기준 2016년 연평균 산지가격은 1101원으로 2015년 1249원보다 11.9% 떨어졌다. 농가에서 유통업체에 파는 가격이 한 개당 110원 안팎이다. 농가가 원가를 제하고 얻는 이익은 1원이 안된다.미국이나 유럽 현지의 계란 가격도 한국과 비슷하다. 미국 유럽에서 한국에 계란을 수출하려 해도 물류비만큼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낮은 가격은 농가를 대량생산체계로 바꿨다. 2016년 9월 기준 국내 산란계 농가수는 1061가구로, 1년 전 1167가구보다 9.1% 줄었다. 반면 가구당 사육 마릿수는 6만6000마리로, 2015년 6만2000마리보다 6.6% 증가했다.
5만마리 이상 사육하는 농가는 2015년 전체 산란계 농가의 35.5%에서 2016년 36.7%로 늘었다. 2016년 11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으로 확산된 이유 중 하나는, 감염된 산란계를 24시간 내 살처분한 후 매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농가에서 키우는 닭은 많은데 이를 살처분 매몰할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농가 당 10만마리 이상 닭을 죽인 후 케이지(산란계를 사육<계란 수급 동향>
단위 : 천 톤
구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 2016년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정치임.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무역협회<오리고기 수급 동향>
단위 : 톤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 수입은 정육·지육, 열처리의 합임.
** 2016년은 농업관측본부 추정치임.자료 : 한국오리협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하는 틀)에서 꺼내 묻는 작업에 일주일씩 시간이 걸리면서 바이러스가 확산됐다.
2016년 11월 이후 조류인플루엔자로 국내에서 사육하는 산란계의 33%인 2300만마리 이상을 살처분했다. 계란공급이 부족해져 계란 1개당 가격이 300원대로 오르게 되자 정부는 2017년 설날 물가안전 차원에서 미국 계란을 긴급 수입했다. 정부는 수입계란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항공비를 지원했다. 하지만 수입계란은 재고를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안 팔렸다.오리고기는 훈제용으로 연간 3000~5000톤가량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2016년 수입량은 3355톤으로, 국내 생산량 11만6636톤의 2.8% 수준이다. 중국이 조류인플루엔자 상시 발생국이기 때문에 생고기는 수입할 수 없다.공급과잉 압력을 받고 있는 국내 오리생산 농가들은 중국산 훈제용 오리를 수입하는 것에 비례해 국내산 훈제용 오리를 중국에 수출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오리사육농가들의 모임인 한국오리협회는 2016년 1월 식품<주요국의 닭고기 수급 및 수출입 전망>
단위 : 천 톤
생산량 2016 2017 증감률(%) 소비량 2016 2017 증감률(%)
2016년은 추정치, 2017년은 전망치임.
자료 : 미농무부(USDA), “Livestock and Poultry: World Markets and Trade”(Oct. 2016)대기업 사조그룹이 수입 오리고기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며 이를 즉시 회수·폐기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닭고기는 국제 무역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2015년 기준 세계에서 생산된 닭고기는 8869만4000톤이다. 이 중 21.2%가 무역으로 거래됐다. 생산량의 28.6%를 무역거래하는 쇠고기보다는 적지만 돼지고기(12.6%)보다는 무역비중이 크다.미국 농무성(USDA)은 2017년 주요 닭고기 수출국들의 수출량이 2016년보다 늘어나고, 환율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FTA 체결국인 미국과 유럽연합산 닭고기 관세도 추가 인하돼 국내 수입량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2016년 국내 수입닭고기 시장에서 주요 국가 제품의 점유율은 브라질 74%, 태국 12%, 미국 5%, 덴마크 5%, 중국 3% 등이다. 브라질산 닭고기 점유율은 2015년보다 6%p 상승했고 미국산은 4%p하락했다.미국산 냉동 닭고기는 2015년 11월 수입금지조치가 해제됐지만 2016년 1월 또 다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수입금지됐다. 2016년 7월 수입이 재개됐지만 수입량은 줄었다.
태국산도 2004년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국내 수입이 금지됐다. 당시까지 태국산 닭고기는 가공품으로만 수입됐다. 태국산은 수입금지 12년 만인2016년 11월 수입이 가능해졌다.유럽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덴마크산 닭고기는 2016년 11월 수입금지됐다.<국내수입닭고기 주요국가 제품 점유율(2016>
중국 3%
<수입 닭고기 가격 동향과 전망>
구분 2016
1) 2016년 이후 환율은 IHS Global Insight 전망치임
2) 2016년 수입단가는 관세청 수입 실적을 이용하여 계산함. 2016년 이후 수입단가는 미국 농무부 노업전앙 2016 전망치를 이용하여 추정함.3) 미국과 덴마크는 FTA이행으로 관세율 20%를 2012년(덴마크는 2011년)부터 10년에 걸쳐 철폐함.4) 브라질은 현행 관세율 그대로 유지함.5) 도매원가는 국제가격에 환율, 관세, 부대비용, 이윤 등을 포함한 가격임.6) 미국산 도매원가는 지육, 브라질은 정육 가격임.
생명산업축산
축산가치사슬
푸드시스템에서 축산의 위상축산업은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을 이뤄내 농업생산액 중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전체 농업부가가치 중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재배업(경종농업)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10년간 축산업은 2004년 연평균 5.56%씩 생산액이 증가했다. 전체 농업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30.0%에서 2014년 42%로 커졌다. 이에 비해 재배업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0.28%씩 생산액이 늘었다.이 때문에 축산업의 고용증대와 축산전후방산업의 성장효과 등으로 성장산업으로서 축산업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는 견해가 나올 정도의 착시현상도 있다. (성진근 충북대 명예교수. 국민축산포럼)그러나 높은 생산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축산업의 부가가치가 전체 농업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3.5%에서 2014년 19.4%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전히 재배업의 3분의 1 수준이다.<농업부문의 생산액과 부가가치 변동 추이(2004~2014)>
생산액(명목, 10억 원) 농업(A) 재배업(B) 축산업(C) 비율(%) B/A C/A 실질부가가치(2010년 연쇄, 10억 원) 농림어업(D) 재배업(E) 축산업(F) 비율(%) E/D F/D
축산업 부가가치는 총 산출액에서 중간 투입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산출된다. 중간 투입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비는 대부분 수입곡물대금으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2015년 국내 축산업 연관산업 총생산액은 44조2000억원이다(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 업무편람). 이 중 육류나 육가공품 낙농품 등 전방연관산업은 22조7000억원, 사료 동물약품 축산기자재 등 후방연관산업은 21조5000억원 규모다.그림에는 표시돼 있지 않지만 연구개발, 컨설팅, 금융, 위생, 환경, 광고 등다양한 산업도 연관돼 있다.축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가축사육의 경우 2.0~2.5, 육가공품 등은 3.1이
<축산업 전·후방효과 추정액>
다. 음식점이나 건설(2.1), 제조업(2.0)보다 높다.
생산액 10억원이 증가할 때마다 취업을 몇 명 늘리는지 나타내는 취업유발계수도 가축사육의 경우 1824명, 육가공품 등은 21명, 음식점은 31명이다.
축산가치사슬
각 부문별 현황▶사료산업사료는 종자(종축)와 함께 축산업의 바탕을 이루고 있어 국내 축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할 분야로 꼽히고 있다. 생명체인 가축을 키우는 축산업에서 후방산업의 핵심 위치에 놓여 있다.
한국의 사료산업은 국내 부존자원 부족으로 원료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2015년 한 해 소비하는 배합사료용 곡물 1913만톤 중 76%를 해외에서 수입했다. 비용은 48억8000만달러를 지출했다. (한국사료협회)사료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한국축산업에서 중요하다. 사료원료인 국제곡물가격이 오르면 사료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축산물 생산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규모는 2005년 1508만톤, 2010년 1753만톤, 2015년 1910만톤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농협사료를 운영하고 있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농협중앙회)는 2015년 11월 네덜란드 스콧흐스트사료연구소와 기술제휴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_ 정연근2014년 기준 사료산업 생산액 9조7000억원은 축산업 총생산액 18조9000억원 중 51%에 이른다. 축산물 생산비에서 사료비 비중은 평균 55.1%에 이른다. 한우는 42.5%, 낙농 56.3%, 돼지 56.7%, 육계(고기용 닭) 59.1%, 산란계(계란 낳는 닭) 60.8%다.
농협사료를 운영하고 있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농협중앙회)는 2015년 11월 네덜란드 스콧호스트사료연구소와 기술제휴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이를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사는 업무협약에서 △지식전수계약을 통한 사료원료 배합비 연구 △첨가제 평가방법 등 기술교류협력 △축사및 생산시설 벤치마킹을 통한 농협사료 연구개발기능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1934년 설립된 스콧호스트사료연구소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사료연구소로 정부와 협동조합이 주주로 참여해 시작했지만 2005년부터 정부로부터 독립된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네덜란드에서 사육하는 돼지 종자의 90%를 공급하는 토픽사도 사료연구를 포기하고 스콧호스트에 맡겼다.
스콧호스트는 직원 65명중 박사급 연구원 25명, 실험실 직원 10명과 동물을 돌보는 직원 15명 등이 축종별 고능력 가축의 필요 영양소량과 영양소의 품질이 축산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또 무항생제, 친환경사료, 첨가제효능 검증 등의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한해 매출액은 약 130억원(1000만유로) 규모다.
이 연구소는 네덜란드 정부가 공인한 사료원료 평가기관으로, 사료배합비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사료첨가제 사용량표를 개발했다. 사료원료들의 다양
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젠노)는 미국에서 곡물 자회사인 ‘젠노그레인’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중부를 남북으로 가르는 미시시피강의 하류 250km 지점에 위치한 젠노그레인의 곡물저장소(엘리베이터)다. 바지선과 선박을 하역하는 곳의 수심은 30m로 대형선박이 들어올 수 있다. 참고로 부산항에서 12m 길이 컨테이너 1만개를 싣는 선박이 드나드는 곳의 수심도 17m 안팎에 불과하다.
젠노는 일본이 소비하는 곡물의 30%를 들여오는데, 미시시피강 하류 엘리베이터 저장소를 이용해 18%를 들여온다. 원하는 물량을 원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1979년 착공, 1982년 준공했다. 연간 1200만~1300만톤을 하역할 수 있는 규모지만 1500 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_ 정연근
미국 텍사스주의 소사육장에서 젠노그레인 매니저와 농장 관리인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젠노그레인이 조달한 곡물 중 35%는 일본, 40%는 중국으로 수출한다. 한국과 동남아, 중남미 멕시코와 콜롬비아에도 수출한다. 사진_ 정연근
한 영양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갖고 있고, 사료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통계자료를 계속 축적해 왔다. 현재 사료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료들은 과거에 사용하던 원료들과 달라 사료원료에 대한 평가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스콧호스트연구소에서 양돈사료를 담당하는 프란세스 모리스트 매니저는 “대사에너지에서 열량증가분을 뺀 정미에너지를 측정할 때 전에는 150kg 체중의 돼지를 기준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80kg 돼지를 기준으로 하면서 성장단계별, 기능별 특성을 고려한다”고 말했다.소비시장의 변화도 기술개발에 민감하게 반영된다. 모리스트 매니저는 “유럽소비자들이 고기용 닭(육계)을 30일 만에 도축하는 것은 잔인하다며 50일은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소비변화에 맞춰 사료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콧호스트연구소는 이런 기술을 축적해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유럽의 동물영양 및 사료연구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국의 CJ제일제당, 우성사료, 선진사료 등을 포함한 세계 30개 국가의 사료회사들과 지식전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농협은 스콧호스트와 업무협약을 통해 사료첨가제 납품 등을 둘러싼 비리를 줄이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사용할 수 있는 토지면적이 좁은 환경에서 사료원료용 곡물을 수입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바이오기술(BT)의 각축장이 된 다양한 사료첨가제 시장에서는 한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는 “스콧호트스연구소와 협약을 발전시켜 냄새를 줄일 수 있는 사료첨가제 개발을 연구하고 축사내부 환기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사료·축사 관련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냄새저감용 첨가제는 스콧호스트에서도 아직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농협사료는 2016년 판매량 340만톤, 매출액 1조3045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농협사료는 중소가축 사료시장에 대한 판촉활동을 강화하
미국은 25개주 유역을 흐르는 미시시피강을 이용한 곡물운송이 발달했다. 옥수수와 밀, 콩 재배지도 미시시피 유역에 집중 배치돼 있다.
곡물 1500톤을 실을 수 있는 바지선 1만2000척이 미시시피강을 이용해 곡물을 운송한다. 사진_ 정연근고, 계란 유통상인과 축산물공판장 유통을 연계해 팔아주는 전략을 추진했다. 특히 사료의 품질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2015년 10만 6500건의 검사를 실시했다. 사료 원료의 구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물환거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하고, 매달 ‘외환리스크 관리위
원회’를 열어 외환 관리를 강화하기도 했다.
다양한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농협사료 인도네시아법인의 전분판매량을 월평균 1000톤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14년엔 600톤 수준이었다. 충남 당진지역 농협사료와 당진축협이 공동으로 340억원을 투자해 하루 400톤 규모의 배합사료 공장을 신축,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 평택항 서부두개발사업에도 지분을 투자한다.농림축산식품부도 한해 10조원에 달하는 국내 사료시장을 바이오기술이결합된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체계화된 ‘사료산업 발전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축산기업 하림은 사료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국내시장 특성을 살려 해운기업 팬오션을 인수(2015년)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축산대기업을 일군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국제곡물대기업 카길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꿈꾸고 있다.카길은 곡물의 육종부터 생산-집하-운송-가공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식품을 올리는 세계 최대 농업비즈니스 기업이다. 2014년 사료용 곡물가공과 영양첨가제, 축산육류 가공 등 농업에 뿌리를 둔 폭넓은 사업영역에서
팬오션을 인수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2015년 7월 24일 내일신문 인터뷰에서 “축산-곡물-해상운송 융합효과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사진_ 내일신문2014년 135조원 매출에 1조88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015년 150주년을 맞은 카길은 세계 67개국에서 14만30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 곡물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는 카길은 곡물의 안정적 수송을 위해 500~600척의 벌크선단을 운용하고 있는 선사이기도 하다.하림그룹은 사료에서 축산-가공-유통-판매에 이르는 식품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곡물사업 진출을 꿈꾸고 있다. 하림그룹 매출액(2014년 기준)4조8000억원 중 사료부문은 1조4000억원으로 닭고기 1조1000억원을 능가한다. 하림은 매년 300만톤 이상의 사료원료를 수입(해외사업장 포함)하는 데, 운송비가 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김 회장이 국내 최대 곡물운송역량을 갖춘 선사로 법정관리 중인 팬오션을 인수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이유 중 하나다. 한 해 1600만톤 이상의 곡물을수입하는 한국에서 해상운송사업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림은 한국 중국 일본 등이 포진한 동북아지역이 세계 곡물거래량 3억 6300만톤(2014년) 중 40~50%를 차지하고 있고, 그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카길처럼 곡물 외 다른 화물수송도 결합할 수 있다.▶동물용 의약품동물용 의약품·의료기기 산업은 세계 육류수요 증가와 반려동물 시장확대 등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2014~2023년 농업전망에 따르면 세계 가축수는 연
충남 보령시의 한 축산농가에서 수의사가 송아지에게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_ 내일신문
평균 소 1.4%, 돼지 1.3%, 닭 2.1% 늘어나고 있다. 또 단백질섭취량도 증가추세인데 연평균 쇠고기 소비량은 1.5%, 돼지고기 소비량은 1.7%, 닭고기는 2.5%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도 노령화 및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라 급격히 확대 추세하다.
이에 따라 동물약품 세계 시장규모(Vetnosis STROM 2013~2023)는 2003년 130억달러에서 2014년 239억달러, 2023년 370억달러(예상)로 커지고 있다.정부도 동물용 의약품산업이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크고, 축산업 및 공중보건과 관련된 기간산업에 해당된다고 보고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1년 수출활성화관련 정책연구사업에 서 동물약품 산업을 농식품 전체 연관산업 중에서 수출유망분야 5위로 꼽았다.(외식업 〉 비료 〉 농기계 〉 천연화장품 〉 동물용의약품 순)
2016년 한국의 동물약품 시장규모는 내수 6989억원, 수출 2745억원 등 9734억원에 달했다. 5년 전 7000억원대에 머물렀지만 ‘1조원 시대’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하지만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내수시장은 백신을 빼고는 부진하다. 백신시장은 전체 6989억원 중 2202억원을 차지했다. 백신도 방역용으로 쓰이는 구제역백신 비중이 크고 나머지는 소폭 성장하고 있을 뿐이다.반면 수입제품은 2015년보다 7% 성장한 2725억원 규모로 국내시장 점유율 39%를 기록했다. 수입제품 선호도가 커지고 있는 추세여서 국내 제품 점유율을 앞설 가능성도 있다.수출은 최근 10년 사이 매년 평균 20% 성장했지만 2016년에는 10% 성장으로 떨어졌다.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동남아시아를 벗어나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지로 진출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약하다.
동물약품 주무부처를 둘러싸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동물약품은 축산업 생산과 뗄 수 없는 동반자 관계라는 주장이 강하지만 2016년 말 이후엔 인체·동물 ‘겸용’ 약품이 동물약품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겸용’ 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라는 법률판단이 나오면서, 인체약품 회사들이 동물약품 시장에 적극적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동물약품 업계에서는 내성문제 등에 따라 인체·동물 약품이 분리되는 추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육가공시설에서 발골작업을 하는 직원의 모습. 사진_ 축산자조금연합
▶육류가공유통산업
2016년 국내 농업생산액 1위 품목은 미곡(쌀)을 제치고 돼지고기가 차지했다. 하지만 육류가공유통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불황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겹쳐 축산물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다.2005년 32.1kg수준이었던 국민 1인당 육류소비량은 2015년 47.1kg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대부분 수입육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2016년 쇠고기는 36만1000톤, 돼지고기는 31만8000톤 수입됐다. 국내산 쇠고기 자급률은 40%대가 붕괴됐고, 돼지고기도 80%를 밑돌고 있다.수입육이 급속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국내산 육류품질 개선은 더디다.정부는 가동 중인 전국의 도축장 72개소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도축장 구조조정 및 거점도축장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도축장은 사육규모에 비해 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 가동률이 소 도축 50%, 돼지 74%(2015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도축비는 오르지 않고, 육류품질 유지를 위한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는 소극적이다. 도축장에서 도체 심부온도를 낮추기 위한 급냉터널시설이 필수적이지만 국내에 이 시설을 갖춘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식육포장처리업계도 비슷하다. 식육포장처리업은 도축장에서 지육을 받아가공한 후 정육점, 중간유통업체 등에 공급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2016년말 기준 3548곳이 운영 중에 있는데 300마리 미만의 작업규모를 가진 업체가 많다. 육가공 규모 상위 200개 업체를 합쳐도 시장점유율이 30%에 미달한다. 대형화, 규모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축산가치사슬
축종별 시장▶한육우국내 한우와 육우(우유를 생산할 수 없는 젖소 숫송아지를 고기용으로 비육한 소) 생산액은 2015년 4조8500억원으로 국내 축산물생산액 18조5210억원 중 26.2%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4조8633억원에서 최악의 구제역(2010~2011년) 여파로 2011년 3조528억원으로 떨어졌다가 회복했다.
국내 한우와 육우 사육마릿수는 일정한 주기로 증감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한육우 사육마릿수는 1996년 284만마리(가임암소 134만마리)로 고점을 기록한 후 2001년 141만마리(가임암소 60만마리)까지 감소했다.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엔 국산 쇠고기 소비가 계속 늘면서 한육우 사육마릿수도 연평균 8.0%씩 증가해 2012년 306만마리에 달했다.송아지 가격이 떨어지자 2011~2013년 번식농가(암소사육)의 송아지 생
한육우 사육 마릿수
산이 줄었다. 이는 한육우사육마릿수 감소로 이어져 2015년 사육마릿수는 2014년(276만마리)보다 3.0% 감소한 268만마리였다. 그러나 2016년 사육마릿수는 육우 사육 증가로 2015년보다 0.7% 증가한 269만마리였다.
암소감축사업과 자유무역협정폐업지원 등의 영향으로 한·육우 사육가구 중 소규모 농가 수는 계속 줄고 있다. 2000년 29만 가구에서 2016년 9만1000 가구까지 줄었고, 2017년 3월 현재 9만 가구선도 붕괴했다. 이는 농가당 사육마릿수 증가로 이어져 농가당 사육규모는 2000년 5.5마리에서 2016년 30.4마리로 5배가량 늘었다.
<2016년 한우 도매가격 및 비육우 소득 추정>
단위 : 천 원/600kg
등급 도매가격(원/kg) 가격(A)(600kg 환산기준) 경영비(B) 소득(A-B)
1) 등급별 경락가격을 한우 지육률(59.7%)을 이용해 600kg기준으로 환산한 수치임.
2) 2016년 경영비는 농업관측본부 추정치임자료 : 축산물품질평가원한·육우는 5단계로 나눠진 비육우(고기용으로 살찌운 소) 등급별로 농가의 소득차이가 뚜렷한 게 특징이다. 2016년 기준 등급별 소득격차는 최고 등급인 1++과 2위인 1+등급 사이 소득격차는 77만원, 최하위인 3등급과 차이는 297만원으로 나타났다.
▶돼지국내 돼지고기 생산액은 2015년 6조8100억원으로 전체 축산물 생산액의 36.8%를 차지했다. 2010년 5조3227억원에서 구제역 여파로 2011년 4조5446억원 규모로 떨어졌지만 2012년 5조3482억원으로 곧바로 회복했다.돼지사육 마릿수는 2013년 9월 1019만마리에 달했지만 마릿수를 줄이기위한 어미돼지(모돈) 감축운동과 2014년 상반기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발생으로 2014년 6월 968만마리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후 또 어미돼지를 늘려 2014년 12월 사육 마릿수가 1009만마리로 증가했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5월까지는 구제역 발생으로 17만마리가 살처분돼 2015년 3월 997만마리로 줄었다. 이후 질병피해에서 회복되면서 9월 마릿수는 1033만마리로 늘었고, 12월엔 1019만마리를 기록했다. 2014년 12월보다 1.0% 증가했다.2016년 1~3월 구제역이 발생했고 6월 돼지열병이 발생했지만 살처분 마릿수는 4만마리에 그쳤다. 2016년 9월 마릿수는 1067만마리로 2015년보다 3.3% 늘었다.돼지사육농가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016년 기준 1000마리미만 사육농가에서 기르는 돼지는 86만4000마리로 2015년보다 5.6% 줄었다. 1000~5000마리 사육농가에서 키우는 돼지는 556만마리로 1년 전보다 2.7% 증가했다. 5000마리 이상 키우는 대규모 농가의 사육 마릿수는 421만마리로 2015년보다 10.0% 증가했다.
2016년 9월 기준 1000마리 미만 사육 농가는 1708호로 2015년보다 16.8% 줄었다. 1000~5000마리 농가는 2490호로 2015년보다 1.0% 늘었다. 5000마리 이상 농가는 424호로 1년 전보다 9.0% 증가했다.돼지사육농가수도 줄었다. 5000마리 미만 사육하는 농가들의 폐업이 증가 하면서 2016년 9월 돼지사육 농가는 4622호로 1년 전보다 5.8% 감소했다.사육농가수는 줄었지만 지속적인 규모화와 전업화로 농가당 사육 마릿수는 2016년 9월 2308마리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1.2% 증가했다.▶가금류
국내 닭과 계란(산란계) 생산액은 2015년 3조8231억원 규모로 전체 축산물 중 20.6%를 차지했다. 육계 산란계 종계 농가는 3000호로 2010년 3600호보다 600농가 줄었다. 농산물 수입개방이 시작된 1995년 20만3000호에 비하면 20만가구가 줄었다.사육마릿수는 산란계 6767만마리, 육계 7774만마리, 종계 1010만마리 등 1억5641만마리다. 1995년 8580만마리에 비해 대폭 늘었다.오리농가도 1995년 9400호에서 2015년 600호로 대폭 줄었지만 사육마릿수는 236만마리에서 754만마리로 늘었다.<계란 수급 동향>
단위 : 천 톤
구분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1) 국내 생산은 원유합격량(유업체 수유량)기준이며, 2016년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정치임
2) 수입 및 수출은 수출입 유제품을 원유로 환산한 양임.3) 재고는 월말 분유재고를 원유로 환산한 양임.자료 : 낙농진흥회▶낙농
2016년 젖소사육 마릿수는 40만7000마리로 1년 전에 비해 2.5% 줄었다. 젖소사육농가는 5420가구로 1년 전 5633호보다 3.8% 줄었다. 농가당 사육 마릿수는 75마리로 1.4% 증가했다.2010~2011년 구제역 발생 이후 원유(우유 및 유제품 원료가 되는 소젖) 생산을 늘리는 정책을 펴 원유 생산량은 계속 증가했다. 2013년엔 원유가격연동제를 시행하면서 원유가격이 올라 생산량이 더 늘어났다. 2014년 원유 생산량은 220만톤을 넘어섰고, 원유 소비량보다 공급량이 많아 분유 재고량이 20만톤(원유 환산치)을 넘어섰다.분유 재고량이 많아지자 유업체들은 2014년 12월부터 원유 감산대책을 시행했고, 2015년 원유 생산량은 2014년보다 2.1% 줄었다. 하지만 분유 재고<유제품별 수입 동향>
구분 2012 2013 2014 2015 2016
치즈
2016년 수입액과 단가는 추정치임.
자료 : aT 농수산식품수출지원정보(www.kati.net)과잉현상은 계속돼 2015년 3월 분유재고량은 28만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원유는 주로 마시는 용도(백색 및 가공우유)로 사용되고,음용유용을 제외한 원유는 기타 유제품 원료로 사용된다. 2016년 국내 원유 사용은 음용유용으로 147만7000톤(71.3%), 가공용 59만5000톤(28.7%)다.
2016년 국내 가구당 4주 평균 음용유 구매량은 4.65kg으로 2015년보다 3.5% 줄었고, 평균 구매금액은 1만2126원으로 1.8% 상승했다. 음용유 구매비중은 우유가 90% 이상이지만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가공유 비중은 2014년 5.2%에서 2016년 8.4%로 증가했다.2016년 유제품 수입량은 2015년보다 늘었지만 가격이 떨어져 수입액은 6.5% 하락한 7억6364달러를 기록했다. 유제품은 미국 뉴질랜드 호주 유럽연합 등 선진국에서 주로 수입된다. 수입액 비중은 유럽연합 50.1%, 미국 27.4%, 뉴질랜드 13.4%, 호주 7.3% 순이다.국내 시장은 유제품 수출국가들의 수급상황 변동에 영향을 받고 있다. 2014년은 미국 유제품 수입액 점유율이 유럽연합보다 높았지만 2015년부터 역전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유럽연합의 원유생산량 증가로 수출이 확대되면서 생긴 변화로 분석하고 있다.
유제품별 수입액은 치즈가 55.8%로 가장 높다. 2016년 치즈 수입액은 4억 2620만달러로 2015년보다 15.1% 줄었다. 반면, 고지방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버터 수요가 늘어나 버터 수입액은 2015년보다 42.9% 늘어난 3847만 달러를 기록했다. 조제분유 수입액도 2012년 이후 연평균 13.4%씩 증가하고 있다.
생명산업축산
분뇨는 축산의 뼈대다. 가축이 먹는 일(사료섭취)이 중요한 것과 같다. 가축분뇨는 질소, 인 등 비료성분이 많아 적절히 사용하면 작물 생육에 도움을 준다. 유기물인 분뇨로 거름을 했던 순환의 질서가 이름 축(畜)에 담겨 있다. 가축을 기르는 일과 작물 재배하는 일을 연결하는 고리다.
그러나 기준량을 초과하거나 관리를 잘못할 경우 지표수와 지하수를 오염 시키고 빗물을 통해 하천에 유입될 수도 있다. 축사 인근이나 분뇨로 만든 퇴비 액비 등을 살포한 지역에서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분뇨
외부불경제지금 한국 축산업은 분뇨문제로 고립되고 있다. 축산분뇨 악취는 농촌관광이 활성화되고, 전국으로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농촌주민들이나 축산농가의문제에서 국민 모두의 관심사로 확산되고 있다. 악취로 축산시설을 늘리거나 신축하는 것을 막는 지자체들도 늘고 있다.
소 돼지 닭 등 국내에서 기르는 가축 1억9347만6000마리가 매일 12만6145톤씩 배출하는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국내 축산업은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외부불경제’ 요인으로 전락한 것이다.2012년 말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충남 홍성·예산의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함께 이사한 공무원들이 가축분뇨에서 나온 악취로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내포신도시는 전국 최대 축산단지인 충남 홍성과 예산군 사이에 있으며 축산단지를 이주시키고 건설했다. 하지만 내포신도시 반경 2km 이내에서 25개 농가가 12만4000마리의 돼지와 소 등 가축을 사육하고 있다. 5km로 반경을 넓히면 448개 농가에서 25만마리의 가축을 기른다.
충남도의회(2016년 12월)에서도 “내포신도시로 이주한 뒤 축산악취 등을 이유로 떠난 주민이 392명에 이른다”며 “악취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인구 10만명 목표는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도의원지적이 나왔다.악취 민원은 충청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들끓고 있다. 청정지역인 제주도도축산악취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제주시에 접수된 축산악취 민원은 2016년 10월까지 406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246건에 비해 1.6배 늘었고, 2014년 152건보다 2.7배 증가했다.
지자체들이 축산악취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축사를 새롭게 짓거나 증축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례를 강화하자 축산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의 축산관련단체들은 축산업계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군의회를 항의방문(2016년 11월)했다. 군의회가 축산악취로 인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가축사육제한거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축산업계가 우리의 목소리도 들어달라며 호소한 것이다.<전국 가축·분뇨발생량>
단위 : 두/톤
구분 사육두수 분뇨발생량
1) 가축 : 한·육우, 젖소, 돼지, 닭, 오리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업 외부효과의 분류>
정부와 축산인들도 가축분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축산을 거부하는 ‘안티(anti) 축산’ 분위기 확산을 막기 어렵고, 국민공감을 얻지 못하면 축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분뇨
분뇨의 재발견거름▶폐기물▶자원농경사회에서 거름으로 활용되던 가축분뇨는 산업사회에서 폐기물로 전락했다. 2012년부터 가축분뇨를 바다에 버리지(해양투기) 못하게 되자 정부와농가는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축산분뇨 자원화 정책가축분뇨는 90.2%가 퇴비(고체 비료)나 액비(액체 비료)로 자원화되고, 나머지는 정화 방류(8.7%) 등으로 처리되고 있다. 2006년 자원화 비율 82.7%에서 많이 늘었다. 2012년부터 가축분뇨를 바다에 버릴(해양투기) 수 없게되자 자원화를 위한 노력에 집중한 결과다.90.2%는 공동자원화시설(14.7%)과 개별 농가(75.5%)에서 자원화된다. 공<연도별 가축분뇨 발생량 및 처리 현황>
(단위 : 천 톤, %)
구분 발생량 자원화(퇴액비) 정화방류 해양투기 기타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 한국축산경제연구원
동시설은 퇴·액비 생산 75개소와 바이오에너지 생산 4개소 등 79개소, 액비유통센터 166개소, 광역친환경자원화센터 32개소 등이다.
1991년부터 본격 추진된 축산분뇨 자원화 정책은 많은 성과를 냈다. 2004년에는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대책을 수립했고, 2006년엔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폐기물로 취급되던 가축분뇨를 자원 개념으로 바꿨다.당시 농림부는 ‘가축분뇨를 활용한 자연순환농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축산농가에서 배출한 가축분뇨를 품질 좋은 퇴·액비로 만들어 경종농가(논·밭에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제공했다. 이렇게 재배한 친환경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하는 정책도 같이 진행했다.2007년엔 ‘가축분뇨 해양배출 감축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2012년 예정된 해양투기 전면금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2006년 261만톤에 달하던 가축분뇨 해양배출은 2011년 말 ‘제로(0)’가 됐다. 불가능해 보이던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칠레의 대표적 양돈기업 아그로수퍼는 전국 200개 농장에서 돼지를 기르고 있다. 각 농장은 돼지분뇨를 자원화하는설 비를 갖추고 퇴비와 액비를 만들고 있다. 일부는 정화해서 용수로 쓴다. 자원화 설비는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먼지가 없고 녹이 슬지 않은점 이 인상적이었다.
사진_ 정연근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생산도 2009년 ‘가축분뇨 바이오 에너지화실행계획’을 세워 시작했다. 환경부는 2012년 ‘가축분뇨관리 선진화 종합대책’을 추진했고, 농림축산식품부도 2013년 ‘중장기 가축분뇨 자원화 대책’을 수립해 공동자원화 시설과 에너지화 시설을 계속 확충하고 있다.
대표적인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 현상의 일종)시설 중 하나였던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을 지역에 더 확대해 달라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이 사례가 확대되면 축산분뇨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관행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그로수퍼가 돼지 분뇨로 만든 퇴비와 액비. 퇴비 액비는 모두 아그로수퍼 양돈장 인근의 키위농장 등에서 사용한다. 사진_ 정연근
충남 아산시 신창면 수장리 주민들은 2015년 12월 이곳에 있는 축산분뇨자원화시설을 더 늘려달라고 아산시에 요청했다. 아산시도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농림축산식품부에 자원화시설 확대를 정식 요청했다. 주민들이 스스로 요청하고, 지지체가 이를 받아 중앙정부에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2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당시 축산분뇨자원화사업체(립코)가 2013년 2월 아산에서 축산분뇨를 에너지와 친환경비료로 만드는 사업을 하겠다며 수장리 주민을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주민들은 악취가 나고 마을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혐오시설을 만든다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님비현상 극복한 새로운 분뇨자원화
변화는 아산시에서 시작됐다. 같은 해 4월, 아산시 축산과에서 립코가 설립·운영하고 있는 전북 정읍의 가축분뇨에너지화시설을 방문·점검한 데 이어 5월엔 시의원들이 정읍시설을 돌아봤다.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가축분뇨에너지화 사업’으로 건설한 정읍 가축분뇨에너지화 시설은 2012년 유엔에서 청정개발체제(CDM)로 승인받았다. 청정개발체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시설 등을 말하는데, 국내 농업부문에서 인증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소, 돼지 등 가축의 배설물을 전기로 바꿔 한국전력에 팔고, 이 과정에서 줄어든 이산화탄소(Co2) 양만큼 탄소배출권을 받을 수 있게 인증받은 시설이다.시와 시의회의 생각이 바뀌면서 주민들도 변화가 생겼다. 같은 해 6월 아산시가 주최한 주민설명회에는 주민 30여명이 참석했고, 7월엔 마을의 전임 부녀회장이 정읍시설을 견학했다.
시설에서 폐수를 방류하지 않고, 악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부정적 인식이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했다.업체도 시설 견학을 돕고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축분뇨를 전기, 열, 비료 등으로 만들면서 악취를 없애고 환경친화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주민들이 이해하게 되자 변화가 생겼다. 수장리 주민들은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만드는 시설을 건립할 수 있도록 단순히 동의하는 차원을 넘어 사업자와 함께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업체도 아산시에서 자원화사업을 하기 위해 농업회사법인 바이오에너지팜아산을 만들었다.수장리 마을주민들과 바이오에너지팜아산, 립코는 2014년 5월 합작법인 ‘신창’을 설립했다. 법인 이름은 수장리가 있는 신창면에서 따왔다. 합작법인 신창은 작물을 재배하는 경종농업과 가축을 기르는 축산업이 지역에서 순환하는 농업생태계를 만들기로 했다. 친환경농업으로 자립농업을 한다는 것. 이른바 ‘경축순환에너지자립농업’을 사업목적에 명시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연순환농업’을 마을단위에서 앞장서 실천하기로 했다. 자연순환농업에서 핵심은 가축분뇨를 농업자원으로 재생·활용하는 것이다.
합작법인 신창은 2015년 12월 아산시에 ‘친환경 경축순환에너지농업단지’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고, 아산시는 이를 받아 농림축산식품부에 국비사업으로 신청했다.농사짓는 마을 토박이 주민들도 이곳에서 만든 액비(액체비료)를 논밭에 뿌리고 있다. 아산시는 가축분뇨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금지한 이후 분뇨처리 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했지만 새로운 시스템으로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분뇨를 처리하면서 만든 전기는 한국전력에 팔고, 잉여열은 비닐하우스 등 시설농사에 사용하고, 비료를 만들어 화학비료를 대체하면 일석삼조, 일석사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가축분뇨를 처리하기 위해 하루 500톤 규모의 시설이 추가 필요하다고 파악했다.바이오에너지팜아산이 아산시 신창면 일원에 설립한 가축분뇨에너지화시설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이 됐다. 가축분뇨(150톤)와 음폐수(50톤)를 하루 200톤 처리할 수 있다. 전기는 연간 760만kW, 액비는 6만6000톤 생산하는 규모다. 잉여열도 100억kcal생산할 수 있다.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비 42억원, 지방비 42억원, 융자 28억원, 사업<마리당 연간 평균 분뇨처리비용 및 민원·항의 여부>
(단위 : 원/마리, 응답수%)
구분 한육우 젖소 돼지 육계 산란계 오리
•마리당 평균 분뇨처리비용 : ①젖소 18만 7,069원 ②한육우 8만 3,931원 ③돼지 1만 551원
•민원·항의 여부 : ①돼지 37.0% ②산란계 33.0% ③젖소 17.1%자부담 28억원 등 140억원을 투입했다. 운영비는 국비나 지방비 보조를 받지 않고 자체 수익으로 운영한다. 2015년 흑자를 기록했다.
이곳에선 가축분뇨와 남은음식물(음폐수) 등 유기성 자원을 이용해 바이오가스(메탄)를 포집하고,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생산한 전기는 한전에 판매한다. 전력판매가격은 1kw당 95~100원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은 현재 사무실 난방과 인근 비닐하우스농사 등에 사용하고 있다. 혐기성 발효 공정을 거쳐 전기와 열을 생산한 이후 남은 분뇨를 이용해 액비와 퇴비도 만들어 사용한다.바이오에너지팜아산은 2015년 전기판매로 1억9840만원, 축산분뇨 수거 및 처리용역으로 2억2620만원 등 모두 10억44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약 1억11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좋은 품질의 액비와 퇴비를 만들면 또 다른 수익원이 생긴다. 열 비료 등과 연계한 다양한 농업, 관광상품 등을 개발해 마을 수익원을 올리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악취와의 전쟁
축산악취를 줄이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축산농가에 있는 분뇨저장조를 빨리 비워 악취 근원을 제거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다.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 2월 ‘축산업 선진화를 위한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가축분뇨가 발생한 이후 수일 이내로 농가에서 신속히 배출하는 수거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축산악취로 인해 민원이 잦은 지역이나 광역화된 시설이 있는 지역, 가축분뇨법에 정한 분뇨처리시설을 제대로 구비하지 않은 농가(무허가 축사) 등이 우선 대상이다.국립축산과학원(2012년)과 경상대학교(2015년) 연구에 따르면 축산분뇨 저장기간이 초기 4일을 경과하면 대표적인 냄새물질인 암모니아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고, 2주를 넘어가면 인돌류와 이성체지방산 농도가 증가한다.
축산분뇨를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저장기간을 줄여야 한다. 국립농업과학원(2010년) 연구에 따르면 혐기소화 공정으로 메탄가스 발생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농장에서 돈분(돼지똥)슬러리 저장기간을 최소로 유지해야 한다.축산농가에 있는 분뇨저장조를 빨리 비우기 위해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대규모 축산분뇨저장 및 처리(자원화) 시설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시설을 설립·유지하기 위해 환경부와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그동안 축산분뇨 자원화와 폐기물 처리를 중심으로 각각 가축분뇨 정책을 폈지만 최근 환경부도 ‘자원화’ 개념을 포함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분뇨를 이용해 퇴·액비를 만드는 공동자원화시설(농식품부)과 가축분뇨를 정화·방류하는 공공처리시설(환경부)을 연계해 중복비용을 줄이고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하루 1만4375톤을 처리할 수 있는 전체 공공처리시설 용량은 하루 8593톤을 처리할 수 있는 공동자원화시설보다 크지만 자원화 연계비율은 14.6% 수준이다.
기존 시설을 바탕으로 설비를 추가하면 비용 절감은 물론 가축분뇨자원화및 처리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민원도 줄일 수 있다.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분뇨자원화 및 처리장에서 고품질 퇴·액비를 생산하고, 바이오에너지 발전 및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하면 자체수익으로 운영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가축분뇨 악취를 줄이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축산냄새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축산환경관리원을 농장 등 축산냄새 줄이기 관리기관으로 지정하고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고형 비료)와 액비(액체 비료) 등을 검사하는 기관이었지만 앞으로 는 냄새관리 및 축산환경 컨설팅까지 포함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축산환경관리원은 축산환경 전문컨설턴트 및 전문인력 양성기관 역할도 맡았다.축산냄새 관리 지침서를 적용하는 축종도 돼지에서 한·육우, 젖소, 닭, 오리 등 주요 축종으로 확대했다. 공동자원화시설에도 냄새예방시스템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민간퇴비장의 악취 점검도 강화한다.
분뇨
자연순환농업의 핵심 고리발견네덜란드는 기본적으로 가축분뇨를 땅에 환원한다. 한 해(2012년 기준) 발생하는 7000만톤의 가축분뇨 중 52%는 개인토지, 26%는 농경지에 뿌린다.(축산환경관리원–네덜란드 가축분뇨정책) 가축분뇨를 뿌릴 수 있는 농경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축산업을 할 수 없다.
특이한 점은 가축분뇨를 분리 건조 살균해 수출한다는 점이다. 전체 분뇨발생량의 15% 수준에 이른다. 6%는 가공용으로 사용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지만 기본은 유기물의 환원, 자연순환이다.국내에서도 축산과 작물재배농업을 결합한 자연순환농업이 확산되고 있다. 개별 농가를 넘어 농가들의 집합체인 영농조합법인이나 들녘경영체 차원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경남 산청 지리산 산간지역에서 벼농사를 짓던 131개 농가들이 모여 축산과 작물재배를 결합한 ‘경축순환형 복합영농’을 본격 운영하고 있다. 2009년 한<축종별·단계별 무허가축사 적법화 대상>
구분 1단계 '18.3.24일까지 2단계 '19.3.24일까지 3단계 '24.3.24일까지 합계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우사육농가들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영농조합을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고품질쌀생산을 위한 들녘경영체’와 합쳤다. 이들은 한우직판장을 운영하면서 연간 30억원의 수익(2014년)을 올렸고, 사료용 총체보리를 생산해 회원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131개 회원농가는 2015년 기준 182ha 논에서 벼와 조사료(겨울철)를 재배한다. 조사료와 수확 후 남은 볏짚은 한우 800여 마리에 공급하고 축분은 퇴비화해 논에 투입한다. 고깃소(비육우)와 번식우를 함께 키우는 일관사육을 하면서 한우사육규모가 1년 사이 100여 마리 더 늘었다.법인이 운영하는 한우직판장은 이 지역 관광자원과 어울려 한 해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황금을 낳는 소(캐시 카우)’가 됐다. 인근에 고려시대 문익점이처음 목화를 재배한 곳과 성철 스님 생가가 있어 지리산과 섬진강에 온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양분총량제지역에서 필요한 양분 허용량을 초과한 곳에는 축사시설을 추가할 수 없게하는 ‘지역별 양분총량제’를 도입하자는 요구도 강해지고 있다.국내 축산업은 발생한 분뇨의 90% 이상을 퇴비 액비로 만들어 농지에 재투입하고 있다. 일정 사육규모 이상 농가에 대해서는 분뇨처리시설 설치와 운영도 의무화하고 있다.하지만 축산업 허가는 가축분뇨 관리를 고려한 농지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사육시설을 기초로 판단된다. 따라서 가축분뇨(자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화학비료 사용량은 줄고 있지만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 액비 공급이 계속 늘면서 국내 농경지의 양분축적도 적정 수준을 초과해 토양과 수질이 오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 최지용 교수.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환경관리방안)
정부는 우선 무허가 축사 적법화 정책을 통해 초과 운영 중인 축산업을 조정할 계획이다. 2016년 5월부터 9월까지 무허가, 빈 축사 등 축산시설 실태조사를 통해 무허가축사 적법화 대상농가 6만190호를 지목했다.전체 허가·등록 농가 12만6000호 중 절반 비중이다. 정부는 무허가축사를 2018년부터 2024년까지 3단계로 구분해 연차적으로 적법화할 계획이다.
생명산업축산
가족농과 기업농 그리고 협동조합
축산시장변화와 기업발전▶가족농가족농은 토지소유자·경영자·노동자의 요건을 갖춘 경제체로 농지나 축사 등 경영자산을 소유한 주체이고, 농업소득으로 가계비 대부분을 충족하는 농가(농업용어사전)다. 현실에서는 주로 부부노동을 기반으로 농업을 하는 경우를 뜻한다.
국내 축산업에서 가족농은 대를 이을 경영자를 구하지 못해 무너지고 있다. 충남 서천군 기산면에서 ‘창원농장’을 운영하며 돼지와 소 등을 기르는 이면복(60)씨 부부는 5년 뒤 농장을 폐업할 계획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같이 농장일을 하던 아들은 현재 은행에 다니고 있다.(2015년 내일신문 취재)이씨가 공무원 생활을 접고 아들 이름을 딴 농장을 시작할 때는 대를 이어 축산업을 할 계획이었다. 농장도 정성껏 가꿨다. 창원농장은 어미돼지 100마<축산분야 고령화 현황>
(단위 : 가구, %)
구분 2010년(A) 2011 2012 2013 2014((B) 대비(B-A)
자료 : 농협중앙회 축산경영부
<10년 후 축산농가수 전망>
(단위 : 호)
구분 한우 젖소 돼지 닭 오리 계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2015년)
<축산후계농 확보율>
(단위 : %)
구분 한우 양돈 낙농 육계 산란계 육용오리
자료:한국축산컨설팅협회(2014년)
<축산부문 귀농·귀촌농가 현황>
(단위 : 호)
구분 한우 젖소·육우 돼지 닭 개 기타 계
자료:통계청
리와 소 70마리를 기르고 있다. 지난해 어미돼지 100마리가 낳은 5000여마리의 돼지를 시장에 팔았다.
이씨 부부는 가축을 먹이기 위해 약 10만㎡ 밭에서 조사료를 직접 재배한다. 이 중 3분의 2는 이씨 소유 농지다. 가축분뇨는 모두 퇴비로 만들어 밭에 뿌린다. 이 일은 전문업체에 위탁했다.하지만 이씨 부부는 “냄새도 나고, 늘 가축질병 걱정도 해야 하지만 토·일요일 없이 고생한 대가가 없다”며 “70~80세까지 할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기력이 있을 때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 부인은 “무엇보다 며느리가 농장 일을 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계자가 없으면 그동안 일궈놓은 농장이 사라지게 된다. 자연히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게 된다.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서 젖소 53마리를 키우는 성위용(58)씨는 “후계자가 없으면 본전 생각도 나고, 환경 문제도 있어 투자를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성씨의 두 아들은 대기업 연구소와 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다.성씨는 낙농을 하며 두 아들을 번듯하게 키웠지만 축사에는 더 이상 투자할 의욕을 잃고 있다. 성씨 농장에는 1988년 지은 축사도 있다.강원도 평창군 평창읍에서 한우 120마리를 기르는 김영중(71)씨는 그동안투자한 게 아쉬워 후계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김씨는 35년 전 젖소 2마리를 팔아 현재 부지에 땅을 마련하고 농장을 일궜다. 돈이 생기면 계속 농지를 늘려 1만6500㎥로 확대했다. 여기서 옥수수 등 조사료를 재배해 소를 먹인다. 조사료 재배를 위해 트랙터도 샀다.축분은 퇴비사에서 발효시켜 밭에 뿌리고, 남는 것은 판다. 퇴비를 판 돈은 축사에 까는 톱밥을 사는 데 사용한다. 자연순환농업이다.
김씨는 “딸이 다섯인데, 운수업을 하는 큰 사위가 농장일에 조금 관심을 갖고 있다”며 “후계농이 있는 농장을 보면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소값이 좋은데 몇 해 전까지는 힘들었다”며 “가격이 안정적이면 오지 말라고 해도 후계자들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축산농가는 2000년 55만8000호에서 2015년 6월 현재 11만4000호로 약<사육규모별 농가호수 및 사육두수>
(단위 : 천가구, 천마리)
구분 2011 농가수 마리수 2012 농가수 마리수 2013 농가수 마리수 2014 농가수 마리수 2015 농가수 마리수
돼지
주) 닭은 2066년 부터 3,000수 이상 사육가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자료
* 자료 : 통계청(www.nso.go.kr) 가축동향<양돈 계열화 현황 : 18개소, 14.7%>
시도 계열업체 계약농가수 도축실적(천마리) 도축방식 비고
농업회사법인 천안팜(주) 8 28 위탁
자료 : 축산경영과
80% 줄었다. 축산업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축산농가가 반복되는 가축전염병,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한 주변 민원,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한 시장개방과 수급불안정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한우의 경우, 암소를 키우는 소규모 농가들이 급속히 줄어들더니 최근엔 전업농 규모인 100마리 이상 사육농가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부모는 “고생한 보람이 없다”며 자식에게 축산업을 물려주지 않으려 하고, 젊은층은 농촌에서 가축을 기르는 것보다 힘들어도 도시생활을 선호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2014년 한우, 낙농, 양돈, 육계(고기용 닭), 산란계(달걀), 오리 등 6대 축종의 축사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내 축산농가의 79.7%는 후계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65세 이상 축산농가가 44.3%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축산 후계농의 부재는 ‘인구절벽’으로 인한 축산업의 급격한 붕괴 위험까지 이를 수 있다.2015년 3~5월 축산농가를 상대로 한 농협중앙회 설문조사에서 후계자가 없는 한우농가의 56.2%, 낙농가의 48.2%, 양돈농가의 22.8%는 향후 축산업을 그만두겠다고 답했다.경쟁력이 없거나 후계자가 없어 문을 닫는 농가들이 늘어난 대신 남은 농가들의 규모는 커졌다. 축산농가는 작물재배와 병행하던 복합영농을 벗어나 축산업 전업농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돼지 1000마리 미만을 키우는 농가는 2011년 3700농가에서 2015년 2100 농가로 줄었다. 이들이 키우는 돼지마릿수도 101만6000마리에서 91만5000마리로 줄었다. 전체 양돈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4%에서 42%로 감소했고, 이들이 사육하는 돼지수는 12.4%에서 9%로 감소했다.반면 돼지 5000마리 이상을 키우는 농가는 200호에서 400호로 증가했다. 이들이 키우는 돼지는 232만2000마리에서 382만6000마리로 늘었다. 양돈농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서 8.0%로 늘었고, 돼지수 비중도 28.4%에서 37.5%로 증가했다.▶기업농
가족농이 떠난 자리는 다른 가족농이 전업농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보전하기도 하지만 기업농이 들어와 키우기도 한다. 2015년 기준 국내 육계(고기용 닭) 산업에서 농가들과 계약을 맺고 생산 및 가공 판매 유통 등을 하는 계열기업은 58곳에 이른다.계열농가를 100호 이상 거느린 계열기업은 마니커, 청솔, 체리부로, 성화식품, 하림, 참프레, 동우, 올품 등이다. 하림은 국내 최대 축산기업을 넘어 해운회사 팬오션 등을 인수하며 하림그룹의 모태가 됐다.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 자회사인 목우촌에 소속된 농가는 91호다.이들 계열기업은 한 해 도축하는 닭 9억6696만4000마리 중 8억8438만1000마리를 담당한다. 전체 육계산업에서 이들 계열기업의 비중은 91.2%에 이른다.
계약농가는 하림 소속 628호 등 3198호에 이른다. 육계농가는 대부분 계열기업에 소속돼 있다. 농가는 계열기업 소유의 가축을 위탁받아 사육하고, 사육비를 받는다. 계열기업은 생산은 계열농가에 맡기고, 도축 가공 유통 판매를 맡는다.오리산업도 계열화 비율은 92.4%에 이른다. 가족농 중심으로 운영해 오던 국내 양돈산업도 계열화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5년 기준 양돈계열 기업은 18개, 이들이 담당하는 도축비율은 14.7%다.
가족농과 기업농 그리고 협동조합
글로벌 육가공업체세계 축산물 시장은 농가에서 사육한 가축을 도축 가공 판매 유통하는 글로벌 육가공업체들의 놀이터로 변하고 있다.중국의 WH그룹(www.wh-group.com. 수앙후이그룹)은 2013년 5월 세계 최대 돈육생산업체인 미국 스미스필드푸드를 주당 34달러, 총 47억달러(약 4조8800억원)에 인수했다. 스미스필드 부채도 모두 떠안기로 해 실제 투자한 돈은 71억달러 규모다. 그해 중국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중 최대 규모다. WH그룹은 미국의 앞선 육류가공 및 포장기술 등을 도입해 자국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중국식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효과도 기대했다.
WH그룹은 육가공업체들에 혁신기업의 이미지를 심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3년 세계 100대 혁신기업 명단에 WH그룹을 11위에 올렸다. 아시아·태평양 기업 가운데 세 번째였고, 모바일 메시지 응용프로그램 ‘위챗(WeChat)’으로 유명한 텐센트(18위)보다 앞섰다. 세계 산업용 로봇시장 1위
수앙후이그룹 홈페이지 메인화면
인 일본 화낙(26위)도 WH그룹보다 한참 뒤에 섰다.
WH그룹은 중국 전역에서 도축하는 1500만마리 돼지의 품질을 실시간 추적·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세계 최대 육가공업체인 브라질 JBS그룹(jbs.com.br)은 2015년 7월 세계 최대 곡물 메이저기업 카길의 돼지고기 사업부문을 14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브라질 밖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다. 이 회사는 세계 20개국에 생산 및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다. 직원만 23만명에 이른다. 1855개 브랜드를 150개국에 수출한다. JBS는 카길 사업부를 인수한 뒤 미국 돼지고기 가공시장의 19%를 점유하게 된다. 미국 내 2위 규모다.JBS는 축산강국 브라질에서도 독보적인 기업이다. 브라질의 축산물 생산 및 수출규모는 세계적이다. 코트라 상파울루무역관에 따르면 브라질은 2014년 기준 약 2억1900만마리의 육우를 사육하고 있다. 브라질 쇠고기시장 규모
브라질 최대도시 상파울루에 있는 JBS본사. 현관을 들어서면 대형 브라질 국기가 눈에 들어온다. JBS가 축산강국 브라질의 상징이라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 현관 옆에는 소 모양 조형물에 나무와 숲을 그렸다. 청정축산을 상징한다. 사진_ 정연근
는 1675억헤알(560억달러)로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다. 연간 약 950만톤의 쇠고기를 생산해 760만톤은 국내에서, 나머지 180만톤은 세계 140여개국으로 수출한다. 쇠고기는 중서부와 상파울루주에서 주로 생산한다.
브라질은 닭고기 생산에서 미국(20%) 중국(15%)에 이은 세계 3위이지만 수출에서는 세계 최고다. 2014년 기준 브라질 닭고기 생산량은 1269만톤으로 전 세계 닭고기 생산량의 14.7%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산 닭고기의 약 70%는 내수시장에서 유통되고, 30%는 150여개국으로 수출된다. 세계 닭고기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닭고기는 파라나, 산타카타리나, 리우그란데두술 등 남부 3개주에 집중돼 있다.
돼지고기는 중국(50%) 유럽연합(21%) 미국(10%)에 이어 세계 4위(3.2%) 생산국이다. 2014년 기준 브라질 양돈시장 규모는 470억달러이며, 생산량은 331만톤이다. 주요 생산지는 산타카타리나, 리우그란데두술, 파라나 등 3개주다.JBS는 브라질 육류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JBS와 계약을 맺은 닭 사육농가는 6000~7000호, 돼지 사육농가는 3000호, 소는 7만호에 이른다. JBS에 따르면 계약 농가와 계약조건이 경쟁업체들보다 좋아 계약해지율이 매우 낮다. 농가와 갈등이 법정으로 간 사례도 없다.JBS는 첨단 생산시설과 마케팅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JBS에 따르면 대표적 브랜드 중 하나인 세아라(seara)의 경우, 소비자가 재구입 의사를 밝힌 비율은 2014년 60.9%에서 2015년 70.2%, 2016년 76.7%로 계속 상승했다.실제 재구입한 사람도 각각 55.5%, 67.7%, 72.6%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JBS는 전체 생산량 중 수출비중을 20% 수준에서 유지할 계획이다. 내수가 중요하다는 게 그룹 경영진의 판단이다.칠레 아그로수퍼(agrosuperfoods.com)는 철저한 방역으로 유명하다. 세계 45개국에 축산물을 수출, 한 해 20억달러 매출을 기록하는 아그로수퍼는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농장출입여권제’를 실시하고 있다. 2014년 서울을 방문한 아그로수퍼 하이메 리오스 생산총괄이사는 “가축전염병 예방에 온힘을 쏟아 27년 연속 가축에 질병이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아그로수퍼는 1955년 병아리 1000마리 사육으로 시작해 세계적 축산기업으로 성장했다. 1982년 시작한 양돈은 현재 세계 1위 생산성을 자랑한다. 어미돼지 한 마리가 1년에 출하하는 고기(WSY. 모돈당 연간 총 출하체중)는
출처 : JBS 유튜브 홈페이지
3350kg으로 미국 카길(2375kg)보다 1000kg 가량 높다. 한국은 아그로수퍼의 60% 수준이다.
아그로수퍼는 1955년 닭고기 생산으로 시작해 지금(2014년 기준)은 돼지 칠면조 연어 등으로 범위를 넓혀 ‘육류단백질 생산 기업’으로 변모했다. 매출은 2조5000억원 규모다.1984년부터 시작한 돼지고기 생산은 어미돼지 13만5000두로 공급한다. 전국 200여곳에 직영농장을 갖고 있다. 독립된 가족농과 계약을 맺고 돼지를 조달하는 게 아니라 직영으로 농장을 운영한다. 칠레에는 자급자족하는 규모의 소농이 있지만 산업적으로는 모두 기업화돼 있다.아그로수퍼 돼지고기 매출 규모는 9억7000만달러로, 1조원이 넘는다. 아그로수퍼 전체 생산량의 40% 수준이다. 돼지고기 생산량의 40%를 수출한다.칠레는 1980년대까지 겨울철에만 돼지고기를 먹었다. 지방이 많은 특징 때
출처 : 칠레 아그로수퍼 홈페이지
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민간기업이 대대적인 종자개량과 식문화 캠페인을 하면서 1년 내내 먹는 음식으로 바뀌었다.
10여년간 양돈산업을 내수산업으로 키운 후 2000년대부터 수출할 수 있는 규모로 키웠고, 지금은 한국을 포함 세계 4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아그로수퍼는 대표적인 수출기업이다.아그로수퍼는 2000년부터 한국에 돼지고기를 수출하고 있다. 연간 2만5000톤, 8500만달러 규모다. 삼겹살과 등심, 등갈비, 뼈(감자탕용) 등을 수출한다. 한국에 법인을 두고 매년 언론 브리핑을 하고 소비자 행사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아그로수퍼는 최근 매출규모가 정체된 상태다. 칠레 북부에 새로운 농장을 지을 계획이지만 칠레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정부는 수질과 공기오염(악취) 우려,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해결할 것을 아그로수퍼에 요구하고 있다.
칠레정부는 칠레산 농축산물에 대한 청정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내부 갈등을 차단하기 위해 엄격한 환경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아그로수퍼와 같은 대표적인 수출기업도 예외가 아니다.칠레농업부에 따르면 어미돼지 3000마리 이상 규모의 농장을 신설하려면 관련부처 장관회의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장관회의는 환경부장관이 의장이다.3000마리 이하 규모의 농장은 지자체가 지역주민들의 반발 등을 확인하고 조사한 뒤 허가한다. 환경부도 토지용도에 적합한지 조사한다. 양돈장은 어미돼지 50마리 이하의 경우 분뇨처리장을 갖추지 않아도 되지만 지역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해결해야 한다. 아그로수퍼는 내부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모두 자원화해 퇴비와 액비로 사용하거나 정화해 방류한다.칠레는 가축질병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활동으로 이름 높다. 칠레정부는 국경검역을 까다롭게 하는데, 칠레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외교관들도 예외없이 검역을 받아야 한다. 출입국 귀빈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기업들의 철저한 방역활동으로 이어진다. 아그로수퍼의 경우 농장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여권과 같은 확인증을 소지해야 한다.칠레는 남미 유일의 구제역 청정국이다. 동쪽으로는 안데스산맥, 서쪽은 태평양, 북쪽은 아타카마사막, 남쪽은 남극으로 차단된 칠레는 섬처럼 외부와 차단된 자연조건을 활용해 청정국가를 유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2002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2016년 저병원성 AI가 있었지만 빠른 대처를 통해 모두 극복했다. 2002년 고병원성 AI가 왔을 때도 6개월 만에 정상으로 회복했다.아그로수퍼는 지역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아그로수퍼재단을 통해 직원 자녀와 지역사회 주민 자녀를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그로수퍼재단이 후원한 학생이 최고 성적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한 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직원 및 직원가족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도 진행한다.
칠레는 외부에 개방적이다. 칠레 농업부는 아그로수퍼를 미국 타이슨이나 중국 수앙후이그룹같은 대기업이 인수하게 되면 칠레 축산업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칠레에 있으면 칠레기업”이라며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 미국이나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 인수할 수도 있지 않나”고 답했다.태국의 CP그룹(www.cpfworldwide.com), 미국의 타이슨푸드(www.tysonfoods.com), 네덜란드 비온(vwww.ionfoodgroup.com) 등도 세계 시장을 장악한 육가공기업들이다.한국의 하림그룹도 세계적 육가공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해운 부동산 등으로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세계 식품시장에서 성장통을 겪을 수도 있다.
하림은 2015년 팬오션, 2016년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를 지주회사인 제일 홀딩스와 계열사인 NS홈쇼핑을 통해 각각 1조79억원, 4525억원에 인수했다. ‘문어발 확장’ 논란이 따랐고, 인수자금을 무리하게 마련하면서 유동성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축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된 곡물을 운송하기 위해 벌크선 운항에 강점을 가진 팬오션을 인수했다”며 “벌크선박 500~600척을 운영하는 세계적 곡물기업 ‘카길’을 따라잡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해 왔고, 실패하지 않았다는 이력을 강조한다.파이시티도 서울로 들어서는 강남지역에서 식품과 연관된 대규모 물류·유통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과 축산을 기반으로 한 기업의 본류에서 일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림이 식품과 축산 전문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재벌 흉내를 내다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을지 앞날을 알 수는 없다. 2016년 9월 30일 기준 하림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하림이 속한 기업집단은 국내 58개, 해외 37개 계열사다.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상장)와 제일홀딩스와 가금(닭, 오리), 사료, 양돈, 유통, 해운, 기타 특화사업 부문들이다. 기타 특화사업은 금융·리스, 농장컨설팅, 원자재조달, 부동산개발 등이 있다. 하림과 하림홀딩스, 선진, 팜스코, NS쇼핑, 팬오션 등 6개사를 제외하면 모두 비상장사다.하림은 팬오션을 인수하며 자산규모가 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재계 서열 38위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됐지만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 대상 기준을 자산규모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올리면서 제외됐다.
덩치는 커졌지만 하림은 아직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다. 브라질의 세계적 축산기업 JBS는 한 해 33억8000만마리(2015년 기준) 닭을 도계하지만 하림은 2억8000만마리에 그친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가공업체 WH그룹(중국)은 한 해 4700만마리의 돼지를 도축하지만 하림은 100만마리에 불과하다. 세계 1위 사료회사 CP(태국)는 한 해 2760만톤의 배합사료를 생산하지만 하림은 340만톤 생산 수준이다. 옥수수와 대두는 각각 한 해 1억2000만톤 이상 국제시장에서 거래되지만 하림의 거래규모는 124만톤에 불과하다.구제역이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도 늘 발생하고 있다. 2014년에는 하림 농장에서 구제역이 먼저 발생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역시 방역에 모범을 보이고 있는 칠레의 축산기업 아그로수퍼와 비교된다.김 회장도 “하림이 국내에서는 큰 기업이지만 세계 시장에 나가면 작은 기업”이라며 전문 대기업으로서 갈 길이 멀다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상속에 집중돼 있다. 그는 상속세가 너무 많아 기업가 정신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의 아들 김준영씨는 하림 기업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계열사 ‘올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젊은 기업 하림이 창업 1세대를 넘어 100년을 이어가는 전문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고개들이 즐비하다.이지바이오그룹도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이지바이오그룹은 농업회사법인우리손에프엔지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미래에셋대우를 주관 증권사로 한 상장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638.9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 공모가 밴드(1935원~2210원) 상단인 2210원에서 공모가가 형성됐다. 주당 액면가는 500원이다. 청약증거금으로 2조6800억원이 모이기도 했다.
국내 양돈장으로는 첫 상장 기록을 세운 우리손에프엔지에는 이지바이오직영농장 20개소, 계약농장 25개소 등 45개 양돈장이 참여하고 있다. 이지바이오가 지분 49.48%를 보유하고 있다.
가족농과 기업농 그리고 협동조합
협동조합몰락하는 가족농은 궁금할 것이다. 규모가 큰 축산농가와 대기업은 불황기를 거치면서 더욱 커지고 중소 영세농가는 도태되는 경기순환의 굴레는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2013년 농협이 협동조합형 팩커(사육에서 도축 가공 유통 판매까지 일관 체계를 갖춘 기업)를 만들기로 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를 지원키로 한 배경이다. 조합원이 주인인 협동조합형 팩커를 통해 가족농이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다.팩커는 종자개량 및 사육단계부터 도축, 가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경영체로 세계 축산업 시장은 이들 팩커가 주도하고 있다.팩커는 기업형과 협동조합형으로 양분되는데 닭고기 시장에서 계열화를 성공한 하림은 기업형, 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안심축산은 협동조합형 팩커다. 칠레의 아그로수퍼나 브라질의 JBS 등이 기업형, 덴마크의 ‘대니쉬크라운(www.danishcrown.com)’이 협동조합형 팩커다.
협동조합형 팩커와 기업형 팩커의 차이점은 소속 농가의 위상이다. 협동조합형 팩커에서 농가는 주인이다. 덴마크 축산농가의 80%는 협동조합 팩커대니쉬크라운 소속이다. 조합원들은 자신이 기른 가축의 80% 이상을 대니쉬크라운에 의무적으로 출하한다.1970년대 54개에 달했던 덴마크 양돈협동조합은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대니쉬크라운으로 합쳤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육류 유통시장의 90%를 장악한 대니쉬크라운은 세계 130여개국에 육류와 가공식품을 수출하고 있다.대니쉬크라운은 덴마크 농업부문 수출의 43%, 전체 수출의 4.3%를 차지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육류 수출업체로 성장했다. 2010년엔 60억유로(9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농협중앙회와 정부는 2013년 당시 농협중앙회의 축산물 마케팅 조직역할을 하고 있던 ‘안심축산’을 협동조합형 팩커로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기업형과 협동조합형 사이에서 고민하다 농업인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형 팩커 손을 잡았다.
안심축산은 지역 및 품목농협(축협)과 도축장, 가공장, 판매장을 모두 하나의 조직체계로 연결한다. 여기엔 종돈장이나 한우개량사업소같은 축산종자사업소(연구소)도 포함한다.우선 지역축협이나 광역브랜드사업단(지역축협들이 만든 광역도 단위의 공동브랜드)이 팔지 못하는 물량을 대신 팔아준다는 전략을 세웠다. 충청북도 축협들이 만든 광역브랜드 ‘토바우’는 2012년부터 농협중앙회 안심축산과 협력사업을 진행했다. 2016년엔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에 식당형 판매점을
출처 : 데니쉬 크라운 홈페이지
열었다.
토바우 사업단에 소속된 1620농가는 한해 1만2000마리를 시장에 출하한다. 이 중 토바우 브랜드로는 7000~8000마리를 출하하고 4000마리는 산지상인에게 판다. 토바우사업단은 2012년 산지상인에게 판매하는 4000마리 중 800마리를 안심축산으로 팔았다.토바우는 조합원과 안심축산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2017년 농협경제지주에 소속된 농협안심축산은 권역별 유통센터와 전국 12개 도축장(공판장 8개 포함), 5개 계란집하장, 15개 벌꿀소분시설과 8개 종돈장, 1개 한우개량사업소, 24개 사료공장, 1개 목우촌 종계·부화시설과 축산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 농협의 3890여개 매장뿐만 아니라 전국 정육점, 수퍼마켓 등과 제휴해 안심축산물을 판매하고 있다.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농민조합원들 조직 협동조합은 국경을 넘어 협
농협안심축산물전문점. 사진_ 내일신문
력할 수 있을까. 거대한 자본이 투자한 세계적 육가공업체들이 값싼 원가와 잘 통제된 식품안전성, 이미지를 내세워 중소 가족농의 생존기반을 위협할 때 덴마크와 한국의 협동조합은 손잡고 서로 도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아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2011년 9월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중회의실에서 ‘글로벌시대의 협동조합 가치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존스턴 버챌 영국 스털링대학 교수는 ‘세계화 속의 농협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화의 부작용을 줄이고 세계화를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초국가 협동조합을 결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앞두고 국제협
덴마크 호센스 지역에 있는 데니쉬 크라운의 최대 가공장 시설.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10만두의 돼지를 도축 가공해 한국 등 130개국으로 수출한다. 사진_ 정연근동조합운동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일어날 가능성을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같은 해 8월 필자는 유럽의 농업 및 금융협동조합과 농가들을 취재하며 덴마크 호센스에 있는 대니쉬크라운 가공장을 방문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여 이동했다. 대니쉬크라운은 거대한 도축장이지만 역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냄새가 나지 않는 축산시설을 방문한 것은 처음 이었다.필자는 한달 전 효력을 발휘한 한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칼 뮬러 대니쉬크라운 전략담당이사는 “대니쉬크라운은 경쟁력이 있고, 잘 팔린다”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 축산물을 더 많이 구입하기 위해 러시아 중국과 경쟁하려한다”는 말도 했다. 한국시장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귀국 후 이메일로 ‘한국의 축산농업인을 경쟁자로 생각하는지 협력자로 생각하는지’ 추가 질문했더니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시장에서 다른 육류수출국들과 경쟁한다”는 답이 왔다.‘한국 농업인들은 유럽산 육류의 수입이 늘어날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협동조합간 국제연대로 이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더니 “협동조합간 국제연대에 대해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다”고 말했다. 국제협동조합운동보다 자신의 조합원을 위해 더 많은 시장을 확보하는 게 대니쉬크라운 경영진의 과제였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살기 위해선 먼저 단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인류사를 통해 드러나는 철리다.
가족농과 기업농 그리고 협동조합
가족농 이어갈 후계농▶후계농 대책농협중앙회는 2016년부터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대책’으로 자금·시설·교육 3가지 대책을 추진했다. 2015년 10월 한국농촌경제원에 의뢰해 만든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에 따른 축산기반 강화대책’에서 제안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축산을 할 수 있으려면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시급하다. 농업대학 축산 관련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축산 분야 진입장벽 조사 결과, 응답자의 40.8%가 ‘높은 초기시설 투자비용’을 꼽았다. ‘축산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9.9%)이나 ‘불투명한 축산업의 미래’(19.7%) 등을 압도했다.건국대학교에서 축산 관련 전공 대학생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이는 뒷받침됐다. 2014년 11월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정승헌 교수 연구실에서 이 학교 축산 관련 전공 대학생 2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축산 후계인력에 대한 학생 의식조사’ 결과 농촌에 들어가 축산후계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창업정책자금 지원’에 대한 요구가 37%로 가장 높았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영부의 추산에 따르면 한우 100마리를 키우는 농장을 운영하려면 초기 창업비용으로 11억원이 필요하다. 농장부지 2억6500만원, 축사 1억8000만원, 소 구입(입식)비 3억3500만원 등이다. 부지는 3.3㎡당 30만원, 축사신축비는 3.3㎡당 50만원을 기준으로 했다. 비용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강원도 영월군에서 한우 240마리를 키우는 고경환 더한우농장 대표는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은 후계농업인이다. 그는 “소 240마리를 사서 시작하기 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마리당 600만원 가량) 축협소를 위탁받아 키우고 있다”며 “땅을 물려받아서 토지비용은 들지 않았고 축사시설비엔 4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양돈의 경우 사육규모 1000마리를 기준으로 할 때 14억3000만원이 필요하다. 축사에 필요한 비용은 토지 구입비 7260만원, 축사 건축비 5억2940만원를 합쳐 6억200만원으로 조사됐다.
한국농촌경제원은 보고서에서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축산펀드로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가 농업인 정책 지원방식을 보조금이나 융자 방식에서 펀드 방식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0년부터 ‘농식품 모태펀드’를 도입해 정부 정책금융자금과 민간자금을 합쳐 농식품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민간에서도 펀드 방식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0~2011년 구제역 이후 경남 하동에서는 지역 기업체(남부발전 하동 화력본부)가 지역 협력활동 차원에서 ‘지역한우 팔아주기’ 행사를 했는데, 이 행사가 소를 사서 키우는 ‘하동 한우뱅크’ 사업으로 발전했다. ‘하동 한우뱅크’는 지역 기업에서 투자자를 모집해 축협과 개별 계약을 맺고, 축협은 한우를 공동 구매해 키운 뒤 팔아 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1차 한우뱅크는 2011~2013년 2년간 78명이 참여했다. 투자금 3억6600만원으로 한우 213마리를 키워 1억200만원(투자자 5100만원, 축협 5100만원)의 수익을 냈다. 투자자들은 마리당 24만원의 수익을 내 연 7.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2차 한우뱅크는 2014년 5월부터 시작, 2016년 7월까지 진행됐고 100명이 5억원을 투자해 230마리를 키웠다.펀드를 신규 농업인의 창업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이 강한 펀드 방식이 필요하다. 허 덕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펀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은 수익이 있어야 운영할 수 있는데 목표가 생존 자체인 신규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펀드투자는 적절하지 않다”며 “후계농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라면 수익보다는 생산자와 투자자 간의 신뢰·협동·연대 등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업분야 신규 인력 육성을 위해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인 ‘NH캐피탈’이 농식품 모태펀드를 활용해 지역축협 및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투자조합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지역축협이 지자체에 부족한 금융전문성을 지원하고 축산농가나 법인의 생산·가공·유통을 돕는 방식이다. 펀드자금은 농식품 모태펀드와 지자체, 축협, NH캐피털이 공동으로 조성한다. 중소기업청의 ‘청년창업펀드’와 유사한 형태다. NH캐피탈은 “지역축협이 투자대상 농가나 법인의 자금흐름과 회계투명성을 지도·관리하면서 완충역할을 해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축사은행
폐업한 축산농가의 축사를 지역축협에서 매입해 시설을 개선한 후 새롭게 축산을 하려는 젊은 농업인이나 후계 농가에게 임대·분양하는 ‘축사은행’ 사업도 눈에 띈다. 직접 임대나 매매를 하겠다는 농가들을 알선하는 사업도 포함한다. 지역축협이 축사를 매입 또는 임대한 후 시설을 개선할 때는 농식품부의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축사은행 사업을 할 때 문제점과 대안도 제시됐다.우선, 폐업하는 농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규모화를 위한 농장 집적이 어렵다면 지자체가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축산단지 사업을 지역축협이 추진하는 소규모 사업으로 전환하면 된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축사를 지역축협이 구입해 친환경 축사로 개조한 후 친환경축산단지를 조성하는 식이다.산지생태축산농장 시범 사업과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역축협은 축사를 매입·공급하는 일만 담당하고 알선, 축사개조, 자금지원 등 사업은 시·군에 위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 경우 시·군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새롭게 축산을 시작하는 이들은 축사은행 사업에 큰 기대를 보였다. 농촌 경제연구원이 농업대학, 농업고등학교 등의 교수·교사에 의뢰해 축산경영자, 귀농자, 귀농 의사를 가진 사람 등 4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자 대부분은 축사은행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특히 국립한국농수산대학을 포함한 농업대학교, 농업고등학교 등 농업 관련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82~84%가 축사은행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축사은행 사업을 통해 초기 자본부담을 줄이고 교육과 컨설팅을 받기를 기대했다.농협중앙회는 축사은행 사업을 통해 신규 축산후계농의 축산업 기반을 제공하고, 축사시설을 개선해 생산성 향상과 기후변화 등에 적극 대응해 축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국내 축산업을 이어가기 위해 내년부터 향후 10년간 51개 축산 브랜드마다 100명씩, 모두 5100명의 ‘축산 후계인력’을 육성하기로 했다. 51개 브랜드는 한우 40개, 낙농 5개, 양돈 5개, 산란계 1개 등이다.농협은 매년 브랜드별로 1명의 후계인력을 지정해 농어촌희망재단 및 각종 농업재단의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브랜드별 선도농가를 멘토로 연결, 중점 육성하기로 했다.지역 브랜드별로 축산 후계인력을 책임지고 육성할 수 있도록 지역축협,지역 축산농가와 법인, 농업계 학교, 시민단체가 협치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역단위로 축산 인력 육성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협치기구의 지속·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필요하다.
인력 양성은 학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게 기본이다. 농협은 축산 관련 농업계 학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농업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로 하고, 영농기반이 있는 농가 출신의 농업계 학생은 ‘농고 → 농대 → 승계 → 전문농업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영농기반이 없는 비농가 출신 농업계 학생들은 ‘농고 → 농대 → 농업법인 취업 → 창업 → 전문농업인’ 또는 ‘농고 → 농대 → 전문가 양성과정 → 전문교수요원/컨설턴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생명산업축산
06 바이러스와의 전쟁과거 미국정부는 생물무기 프로그램을 통해 구 소련과 중국이 식량을 고갈 시키려면 구제역 바이러스가 얼마나 필요할 것인지 계산했다. 1950년대에는 피해가 없는 유사바이러스로 자체 가축사육장에서 실험까지 했다. 구제역이 한 번 발생하면 해당 국가의 육류와 우유 생산량이 급속히 불안정해지고 줄어들어 정치적 혼란과 기아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혼란. 119쪽)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균·쇠’는 바이러스를 포함한 병원균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을 서술해 세계 독자들에게 호평 받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도 ‘총·균·쇠’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한국인들도 거의 매년 반복되는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식생활에서 피해를 볼 뿐만 아니라 이동의 제한, 동물의 처참한 죽음을 보면서 정신적 충격 등 피해를 입고 있다.축산업은 매일매일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진행 중이다. 저강도전쟁(평시 방역)이냐 고강도전쟁(발생했을 때 방역)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오나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에 감염된 농장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침입했는지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염병에 대한 책임 소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부도질병발생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일에 민감하다. 책임을 과도하게 묻게되면 농가들이 신고하지 않거나 은폐할 수 있어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방역의식이 느슨해질 수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특징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조류의 급성 전염병이다. 닭 칠면조 오리 등 가금류에서 피해가 심하게 나타난다.
칠레 농업부는 안데스산맥(동), 태평양(서), 남극(남), 아타카마사막(북)으로 둘러싸인 천연요새 칠레를 가축전염병 없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국경검역을 철저히 한다. 외교관들이나 귀빈도 검역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사진_ 정연근
(2014~2015 AI백서)
바이러스 병원성에 따라 고병원성 AI와 저병원성 AI로 구분된다. 이 중 고병원성은 위험도가 높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도 관리대상 질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보고 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전염병을 제1종, 제2종, 제3종 등으로 나누는 기준은 전염속도, 예방관리의 특성, 국내 발생여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고병원성에 감염된 닭이나 칠면조는 급성 호흡기 증상을 보이면서 100% 가까운 폐사율을 나타내지만 오리에서는 임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의학자들 중에는 이로 미루어 바이러스가 오리에 맞게 진화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숙주 안에서만 증식(활화)할 수 있기 때문에
숙주가 죽는 것은 자신의 생존에도 불리하다.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리떼가 떼죽음 당하지 않는 것도 긴 세월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혈청형 세 종류(A, B, C) 중 A형에 속한다. 인플루엔자 중 B, C형은 사람에게 감염되고 A는 가금류와 사람, 돼지, 말, 밍크, 물개 등 다양한 종류의 척추동물에 감염된다.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 구제역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존재다.A형 AI바이러스는 다양한 아형(subtype)이 이는데 바이러스 표면에 존재하는 혈구응집소 특징에 따라 H1부터 H16까지 16종이 있다. 또 뉴라미니다제라는 효소가 나타내는 표면 단백질 특성에 따라 N1부터 N9까지 9종의 아형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H형과 N형을 조합하면 이론적으로 144종(16×9)의 아형이 존재하게 된다.
2016년 11월 이후 한국에 발생한 AI는 인체에 감염될 수 있는 H5N6형으로 나타나 방역당국을 긴장시켰다. 한국에서 발생하던 시점까지 H5N6형 AI로
세계적 축산강국 브라질의 농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24시간 안에 검역기관에서 출동해 검사한다. 출동 후 12시간 안에 이상 유무를 판단해 농장폐쇄 여부를 결정하고, 구제역 등 감염여부는 추후 발표한다.
사진_ 정연근<해외 조류인플루엔자(유형 : H5N1) 인체감염 현황>
구분 ’03~’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총계
출처 : 세계보건기구(WHO). 2017년 1월 14일 기준)
국가별 감염자 수 : 이집트(356), 인도네시아(199), 베트남(127), 캄보디아(56), 중국(53), 태국(25), 터키(12), 아제르바이잔(8), 방글라데시(8), 파키스탄(3), 이라크(3), 라오스(2), 미얀마(1), 나이지리아(1), 지부티(1)사망한 사람은 중국에서만 10명이었다. (중국은 2014년 첫 발생한 이후 16명이 감염돼 2016년 11월까지 10명 사망)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한국에서 주로 발생한 H5N1형에 감염돼 사망한 경우도 452명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AI에 감염돼 사람이 사망한 경우는 없다. 방역당국은 사회 전반적인 위생상태와 보건수준, 가금류와 지내는 문화 차이 등이 복합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AI가 발생하면 가금류 농장주 등 농업인뿐만 아니라 시민의 일상생활도 타격을 받게 된다. 2016년 11월 발생해 전국으로 확산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2017년으로 이어지며 사상 최대 피해를 기록했다. 시민들은 치솟은 계란값으로 식생활의 불편을 느꼈다.
2017년 1월 15일까지 살처분 매몰한 가금류는 790농가 3202만마리에 달했다. 닭은 2711만마리, 오리 245만마리, 메추리 등 245만마리다. 특히 산란계(계란 낳는 닭)는 국내에서 사육되는 산란계의 33%인 2305만마리가 살처분돼 계란 부족 사태를 불러왔다. 계란은 직접 요리해 먹는 용도 외에도 빵 제과 등 다양한 식품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식품업계도 혼란을 겪었다.농림축산식품부를 포함한 정부는 매일 아침 8시30분 각 부처 차관, 전국<가금류와 계란 산지가격 동향>
(2017년 1월 기준)
품목 전년동월(’16.01)(A) 전월평균(’16.12)(B) 전순평균(21∼31)(C) 최근가격 01.12(목)(D) 01.13(금)(E) 대비(증감%) E/A E/B E/C E/D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생산비(’15) : 육계 1,278원/kg, 계란 1,051원/10개, 오리 5,376원/3K<소비자 가격 일일동향>
(2017년 1월 기준)
품목 전년동월(’16.01)(A) 전월평균(’16.12)(B) 전순평균(21∼31)(C) 최근가격 01.12(목)(D) 01.13(금)(E) 대비(증감%) E/A E/B E/C E/D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육계는 지육, 오리는 정육, 계란은 특란 30개 가격지자체 부단체장, 방역관련 기관 관계자 등 전국 700여명을 연결해 영상회의를 열어 방역대책을 점검하고 생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토론했다. 언론도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생활 피해와 농가 피해 등을 집중 보도했다.
특히 2017년 1월 설을 앞두고 제수용품을 장만할 때 사용하는 계란 부족을 막기 위해 미국 등 해외에서 계란을 수입할 길도 열어줬다. 정부는 수입업체에 항공비를 지원했고, 소비자들은 국내 계란색(갈색)과 달리 흰 계란을 보며 신기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어디에서 왔나(역학조사)
해외 다른 나라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7년 1월 14일 기준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대만 일본 등 15개국에서 발생했다.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6년 12월 16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경기도 평택의 한 산란계 농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고 결과를 공개했다.역학조사는 농장상황 및 주변환경, 관리자 및 직원, 방역관리, 조류 및 야생동물 상황, 폐사체 처리, 발생원인 추정 등의 항목으로 진행됐다.검역본부에 따르면 이 농장은 논밭으로 둘러싸여 있고, 농장 뒤편 20m 부근에 안성천과 도일천 합류지가 있다. 축사는 판넬식의 무창축사 7개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든 축사 안에 전실이 있다. 농장은 성계사(큰 닭을 사육하는 곳) 7개동 중 1개동에서 폐사가 발생해 신고했다.농장 관리자에 따르면 16명의 종사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그중 외국인 노동자는 8명이고, 종사자들의 업무는 집란과 닭 사육관리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검역본부는 농장 관리자를 통해 간접 조사했다.
첫 역학조사 당시 관리자에 따르면, 역학조사서에는 소독약을 1:500으로 희석해 사용했다고 했지만 이후 전화 통화에서 1:50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이 소독약의 적정 희석배수는 유기물이 많은 소독대상(축사공간 및 가축몸표면, 기구, 일반차량 등)의 경우 50배, 유기물이 적은 소독대상(축사바닥, 오물, 사체, 농장차량 및 운반용구 등)은 300배다.관리자에 따르면, 소독약은 평택시에서 무상으로 공급받는다. 필요한 경우 구입하기도 한다. 농장 입구에 출입차량용 터널식 분무 소독 시설이 설치돼있다.역학조사를 할 때 축사·축사 간 이동로·전실 등의 정리정돈 및 청소 상국내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 현황
구분 2003~2004 2006~2007 2008년 2010~2011 2014~2015년 2016년 초
방역조치
출처. 농림축산식품부(2016년 11월 이후 제외)
태는 양호했다.
관리자에 따르면, 축사전용 의류 및 장화를 착용한다. 또, 쥐약과 쥐덫을 놓는 등 구서작업을 한다. 역시 관리자를 통한 간접조사다.조류 및 야생동물은 바이러스 침투와 관계는 없을까. 현장조사 때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관리자에 따르면, 겨울철에 오리 등 철새가 다수 나타나고 텃새는 연중 볼 수 있다. 철새 등 야생조류 접근을 막기 위해 축사나 농장 주위 나
무 등에 접근 차단기구가 설치돼 있다.
관리자에 따르면 사육하는 가금류의 폐사체는 계분 건조장에서 랜더링 처리 후 발효시킨다. 랜더링은 가축 사체를 고온멸균 처리한 뒤 기름성분을 짜내 재활용하고 잔존물은 퇴비로 활용하는 기술이다.검역본부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철세를 따라 이 농장에 침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전에 발생한 농장과 접촉한 역학관계가 나타나지 않은 데다 농장이 논밭에 둘러싸여 있고, 안성천 등에서 철새가 자주 출몰하기 때문이다.
닭·오리 지역별 사육 현황
닭은 육계와 산란계 포함
자료출처_ 농림축산식품부농림축산식품부와 방역당국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철새에 의해 국내로 들어오고, 국내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허술한 방역체계의 빈 틈을 파고들어 농장 안으로 전파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정부에서 발행한 역대 조류인플루엔자 백서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분석이다.
2010년 1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139일간 전국 25개 시군에서 53건의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닭 오리 등 647만3000마리를 살처분 매몰했을 때도 원인은 철새와 허술한 방역체계였다.정부의 ‘2010~2011 조류인플루엔자 백서’에 따르면 이 해에도 바이러스는 야생조류에 의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이유는 2010년 11월 26일부터 2011년 2월 13일까지 7개 시도 지역의 야생조류(수거분변 포함)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1형)가 20건 분리됐고, 야생조류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와 국내 발생농장에서 분리한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동일한 그룹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국내 야생조류에서 분리된 바이러스는 2009년과 2010년 몽골의 큰고니, 2009년 중국 칭하이 뿔논병아리에서 분리된 바이러스 분리주와 유사했다. 이들 바이러스 유전자의 상동성은 각각 99.8%(2010년 큰고니), 99.7%(2009년 큰고니), 99.2%(2009년 뿔논병아리)에 달했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바이러스가 농장으로 전파된 경로는 방역이 느슨한 곳들이었다. 백서에 따르면 철새 등 야생조류의 분변이 옷이나 신발 농기구 등에 닿아서 바이러스에 오염된 사람 또는 차량이 농장을 방문하면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그 외에도 감염된 철새 등의 분변으로 오염된 음식물을 가축에 먹이는 과정에서 유입됐거나, 감염된 철새 등과 직접 접촉(닭 오리 등을 풀어서 기르는방식인 경우)해 유입됐을 수도 있다.
당시 전남 영암 나주 등 조류인플루엔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의 경우 농장들 사이를 오가는 사료 왕겨차량 등이 옮겼을 가능성도 크다. 농장주가 전염된 농장을 방문하거나 모임에 참석하는 과정 등에서 전파됐을 가능성도 꼽혔다.▶구제역- 구제역바이러스 특징구제역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전염성이 강해 세계동물보건기구(OIE)도 A급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정부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관리하고 있다.주요 증상은 입술 혀 잇몸 코 발굽 사이 등에 물집(수포)이 생기고 체온이 급격히 상승한다. 식욕이 저하돼 심하게 앓거나 죽는 경우도 있다. 어린 돼지의 경우 치사율이 최대 5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냉장 및 냉동조건하에서는 오래 보존되는 반면, pH 6.0이하 또는 9.0 이상 조건 또는 2% 가성소다, 4% 탄산소다 및 0.2% 구연산 등의 소독제에서는 불활성화된다.구제역 바이러스는 A, O, C, Asia1, SAT1, SAT2, SAT3형 등 7가지 혈청형으로 나뉜다. 이들은 다시 80여 가지의 아형으로 분류된다.이 중 전 세계적으로는 O형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며, 아시아에서는 A OAsia1형이 주로 발생한다.2010~2011년 국내에서 최악의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국내 구제역 바이러스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인 박봉균 당시 서울대 교수(2017년 1월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장)는 필자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도 바뀔 수밖에 없다. 진화는 자연선택의 결과다. 이것도 생명체니까, 잘 적응했으니까 존재한다. 전염성은 강하고 병원성(독성)은 약하게 변한다. 숙주가 죽으면 안되니까”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소 돼지의 외형이 건강해보여도 바이러스를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구제역 상존국에는 가지 말라고 한다. 이것을 강제하는 법(가축전염병예방법)도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구제역바이러스에 대응책은 아예 접촉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구제역 바이러스는 조류인플루엔자와 달리 사람에게는 해롭지 않다. 박 교수는 “사람에게 감염될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가 증폭되지는 않는다. 감염이란 살아있는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입증되는 것인데, 피부세포든 상피세포든 그 안에까지 들어가야 감염이라 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 안에서 구제역바이러스가 증폭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세포 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보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분류되지 않으며, 사람의 공중보건에도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2014~2015 구제역 백서)백서에 따르면 구제역은 우제류에는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고 인체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Pirbright Laboratory)에서는 구제역을 인수공통전염병에서 제외했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구제역은 공중보건에 위해가 없다(FMD is not public health risk)”라고 표현하고 있다. 미국 농무성의 자료에도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FMD is not recognized as a zoonotic disease)”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대한수의사회의 공식 발표 자료에서도 “구
최근 세계 구제역 발생 현황
출처:농림축산식품부
제역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으므로 감염된 고기를 먹더라도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과거 국내 수의과대학에서는 수의공중보건학 교재에 근거해 구제역을 인수공통전염병으로 가르쳤으나, 최근 개정판(제3판, 2005년 8월)에서는 인수공통전염병에서 제외했다.과거에 유럽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된다고 의심되기도 했는데 구체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1921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체감염 의심 증상이 약 40건으로 진단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인체감염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전문가들은 구제역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 증세로 물집과 감기 같은 가벼운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람은 △폐사한 동물과의 접촉, △실험실에서 바이러스 취급, △감염된 유즙을 섭취하는 경우 피부나 구강점막의 창상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으나, 감염된 동물에서 생산된 육류를 섭취하는 경우 감염이 성립되지 않는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고기를 요리하게 되면 구제역 바이러스가 파괴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56℃에서 30분, 76℃에서 7초 정도 가열하면 사멸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박 교수는 “왜 소 돼지같은 우제류만 걸리는지는 모른다. 유전자에 다 표현이 안 돼 있다. 알면 노벨상감”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전염되나(역학)2010년 구제역을 보자. 2010년 11월 23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돼 2011년 4월말까지 전국 11개 시·도 75개 시·군으로 확산된 구제역은 국내 최악의 가축전염병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약 348만마리의 소 돼지 등을 살처분 매몰했고, 정부의 예산도 보상금 등으로 2조7383억원 투입됐다.
이에 앞서 2010년 1월 2일 경기도 포천과 연천 두 개 시 군에서 6건이 발생했다. 1월 29일까지 55개 농가의 5956마리(소 2905마리, 돼지 2953마리, 염소·사슴 98마리)가 살처분됐다.방역당국은 1월 29일 이후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 3월 23일 이동제한을 해제하고 구제역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나 구제역 종식 선언 이후 4월 8일 강화군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재발했다. 5월 6일까지 김포, 충주, 청양 등 4개 시 군에서 11건(소 7, 돼지 4)이 발생했다. 4∼5월 살처분 마릿수는 4만9874마리였다. 9월 27일에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
정부는 2017년 4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부처 장관회의를 거쳐 강화된 가축전염병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축산농가에서 반발했지만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피해가 일반 국민들의 생활 속으로 확산돼 방역을 강화하는 추세를 거스르기 어렵게 됐다.
사진_ 정연근문제는 2010년 겨울이었다. 11월 28일 경북 안동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2011년 4월 21일까지 145일 동안 제주와 전남·북을 제외한 전국 11개 시 도, 75개 시 군 구에서 153건(소 97건, 돼지 55건, 염소 1건)이 발생했다. 6241개 농가에서 347만9962마리(소 15만864마리, 돼지 331만8298마리, 염소 사슴 1만800마리)를 살처분 매몰했다.
2011년 4월 21일 경북 영천에서 마지막 구제역 발생 이후 3년 뒤인 2014년 5월 29일에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를 획득했다.2010년 하반기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한 피해액은 2조7383억원 규모다. 매몰 처분보상금이 1조8337억원으로 50% 넘게 차지했고, 소독약품 예방접종비용 1192억원, 가축 수매자금 1563억 원, 경영안정자금 지원 516억원, 상수도 및 매몰지 환경관리, 매몰지 정비 등 4435억원이 들어갔다.
구제역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2201건 발생하였다. 발생지역은 중국, 대만, 한국, 북한, 미얀마, 몽골 등 아시아 지역과 이집트, 알제리, 짐바브웨, 리비아 등 아프리카 지역, 레바논, 이스라엘 등 중동지역이다.연도별 발생 건수와 국가를 보면 2014년에 938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07년에는 발생국가가 15개국으로 가장 많았다.평창올림픽 위해 축산휴식제 도입검토정부는 2017년 4월 13일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방역개선대책안을 확정했다. 새로운 방역안에 따라 강원도는 내년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가금농장에 축산휴식명령을 내릴 수도 있게됐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올림픽 기간에 축산휴지기를 도입할지 여부는) 지자체장에게 맡겼다”며 “사육제한 명령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정부는 AI가 발생했거나 시설이 열악한 위험농장 또는 위험지역에서 육용오리·토종닭을 사육하는 것을 제한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사육제한 명령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다. 또 AI가 계속 발생하는 밀집지역 15곳을 선정해 농장 이전과 시설현대화를 추진한다. 철새도래지 인근 3㎞ 이내, 농업진흥지역 내, 가금류 농장 500m 안에서 신규 가금사육허가와 등록도 제한한다.
정부는 또 전염병에 걸린 가축을 살처분·매몰할 때 특전사를 투입하도록 했다. 2016년 11월 발생한 AI로 2017년 3월까지 946농가 3787만마리의 닭·오리 등을 살처분할 정도로 피해가 확산된 데는 초기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데 실패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비슷한 시기 AI가 발행한 일본은 초기에 자위대를 투입해 신속히 살처분·매몰 작업을 마쳤다. 반면 국내에선 그렇지 못했다. 24시간 안에 살처분·매몰해야 한다는 매뉴얼에 따라 국방부가 협조하기로 했지만 장병 부모들의 반대로 군 투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농림축산식품부는 “특전사 안에 재난구조부대가 있는데, 자위대와 같이 모두 직업 군인”이라며 “가축전염병 발생 초기 이들을 투입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는 또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한 농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방역시설이 미흡하거나 소독 활동을 소홀히 해 5년 이내 가축전염병이 3회 발생한 농가는 축산업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또 AI·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는 정책자금 지원도 후순위로 미루고, 전염병 발생사실을 신고하지 않거나 늦게 신고하면 정책자금 지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시·군별 최초 신고 농가는 살처분 보상금을 평가액의 100% 전액을 지급하기로 했다.하림 이지바이오 사조 등 농가에 가축을 위탁사육하는 계열기업에 대한 책임도 강화했다. 계열화사업자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하고, 살처분·매몰 비용을 계열기업이 부담하도록 했다. 또 계열기업도 이동제한 대상에 포함했다.농장별로 질병관리 수준을 평가하는 ‘질병관리등급제’ 등급 부여 권한은 기존 농식품부와 시·도지사에서 시·군·구 단체장까지 확대해 농장의 책임방역을 유도키로 했다.
개별적으로 이뤄졌던 소 염소 사슴에 대한 구제역 백신접종도 정례화했다. 백신효능에 대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항체 형성률 검사방법도 농장별 1마리 검사에서 6마리로 늘린다. 대상 선정도 무작위로 한다. AI 백신은 2017년 6월말까지 결정하기로 했다.건강한 사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산란계 케이지 면적은 0.075㎡(0.02평)로 넓히고 높이도 9단까지 제한했다. 케이지간 통로도 최소 1.2m 확보해야 한다.달걀수집차량은 산란계 농장을 방문하지 못하게 하는 등 축산차량에 대한관리도 강화한다. 위치정보시스템(GPS)을 달지 않은 차량에 대한 신고포상제도 도입했다.
이번 안은 2014년 이후 AI와 구제역이 연례화하면서 축산농가뿐 아니라 국민의 일상생활로 피해가 확산되면서 종래의 방식으로는 가축전염병에 대응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마련됐다.특히 2018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AI가 발생하면 국제행사에 큰 차질이 생긴다는 점도 반영됐다. 회의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행정자치부 국방부 환경부 국민안전처 질병관리본부식품의약품안전처 국무조정실 등이 참여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살처분, 대안은 없나2010~2011년 350만마리에 가까운 소와 돼지를 살처분해 매몰하는 광경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사람과 비슷하거나 사람보다 큰 돼지 소 등을 죽여서 땅에 묻는 과정은 작업에 참여한 공무원이나 농가 군장병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 이 장면을 본 국민 모두를 공포와 죄의식에 빠뜨렸다.
2016년 11월 이후 2017년 1월까지 3000만마리 이상의 닭 오리 등을 살처분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소 돼지를 죽이던 지옥도를 다시 떠올렸다.사람들은 전염병 확산을 막는 방법이 살처분 외엔 없는가 하는 질문을 떠올렸다.영국은 구제역에 대응하던 전통적 살처분 방식을 백신 방식으로 바꿨다.▶백신 접종
국내 축산업이 가축전염병 공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방백신을 놓았는데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고, 겨울철에 발생해 여름이 오기 전 사라지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2014년 1년 내내 기승을 부렸다. 유럽,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는 여행객들에게 방문지를 제한하고 축산물 반입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2010~2011년에 걸친 구제역 파동으로 홍역을 겪었던 국내 축산업이 2014년 3년 만에 다시 구제역 충격에 빠졌다. 국내 최대 축산대기업 하림 계열의 ‘선진’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대기업의 방역책임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또, 백신을 놓았는데도 구제역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약효가 없는 ‘물백신’ 논란도 일 조짐이 있어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 12월 17일 충남 천안 수신면의 한 돼지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같은 해 7월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고령(경북), 합천(경남), 진천(충북) 등을 거쳐 충남으로 퍼졌다. 이날 증평(충북)의 한 돼지사육농가도 방역당국에 구제역 의심증상을 신고했다.
정부는 2011년 구제역 예방과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백신을 놓기로 결정했다. 병에 걸린 가축을 죽여서 매몰하는 ‘살처분’ 방식으로는 전염병을 차단하지 못하고 돈(재정)을 감당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백신을 놓으면 축산물을 수출하기 어렵다는 게 축산업계의 논리였지만 당시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청와대가 결단을 내렸다. ‘살처분’에서 백신정책으로 전환하는 회의에 참석한 축산단체 대표들은 정부에 거칠게 항의 했지만 전염병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백신정책은 채택됐다.백신정책 이후 구제역은 진정되는 듯 보였다. 정부는 2014년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구제역 백신청정국 지위를 얻었고 소·돼지고기 및 가공품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청정국 지위를 얻은 지 두 달 만에 경북 의성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이같은 꿈은 깨졌다. 오히려 구제역은 4개 광역단체로 확산됐다.
방역당국은 진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 7곳 중 3곳이 ‘선진’과 관련돼 있다는 데 놀랐다. 방역관련 핵심 당국자는 “정부 방역정책은 농가에서 백신접종을 정확히 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게 제대로 안 돼 있다는 게 드러났다”며 “특히 ‘선진’ 농장의 경우 한 모돈사(어미돼지 사육)는 100% 구제역에 걸렸다”고 밝혔다. 선진 농장의 경우 임신돈사를 수리하면서 많은 이들이 왕래했고, 외국에도 많이 나갔다 온 것으로 드러났다.이 당국자는 “이번 주 천안 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매우 긴장하고 있는데 백신을 놓기 전에 나타나던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농가들이 긴급 백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농가에서는 백신효과를 의심하는 움직임이 일 수도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2014년 12월 4일 진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후 긴급 백신을 다시 놓은상태”라며 “지금까지는 물백신이라기보다는 백신 접종을 잘못 했거나 안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데 18일 이후에도 구제역이 발생하면 혼란스러울 것같다”고 말했다. 백신을 놓은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시간은 보름 정도로 알려졌다. 18일 이후에 구제역이 나오면 물백신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2014년 12월부터 2015년 3월까지는 3가지는 타입의 구제역에 사용할 수 있는 3가백신 2238만마리분이 긴급 구제역 방역지역과 일반지역 등 전국에 공급됐다. 2015년 2월부터는 신형 3가백신 58만마리분이 주요 발생 지역인충청남도, 경기도, 경상북도, 강원도에 공급됐다.
2015년 3월부터 5월까지는 신형 단가백신 960만마리분이 아직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됐다.2015년 2월 국내에서 접종하던 구제역 백신의 효과가 불충분하다고 백신 제조회사인 영국의 메리알사가 인정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메리알사는 “구제역 백신원료로 사용하는 O1 manisa 균주는 충북 진천에서 발생한 구제역바이러스와 면역학적 상관관계가 낮은 ‘경계선상’에 있다”고 밝혔다.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영국 표준연구소에서도 한국이 사용하는 백신으로는 구제역 방어가 힘들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백신을 만드는 데 사용한 균주와 바이러스가 너무 달라서, 이 백신으로는 구제역을 막기 어렵다는 내용이다.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구제역 백신은 3종 혼합백신(A Malaysia97+O(Manisa)+Asia 1(Shamir))으로 방어 범위가 넓어 혈청형 O형 바이러스주에 광범위한 방어력을 갖고 있다. 세계표준연구소(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에서 가장 널리 추천하는 백신주다.
하지만 정부가 잘못된 방법으로 시험을 진행하는 등 효능이 검정되지 않은 ‘물백신’을 농가에 공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가 돼지를 대상으로 백신에 대한 안전 실험을 실시하지 않고 업체들에게 허가를 내주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미니 돼지를 대상으로 한 백신 실험에서 18마리 중 17마리가 ‘이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2015년 1월 구제역이 전국으로 번지는데 일부 지자체의 백신 물량이 부족했다. 강원도와 충남도가 긴급 구제역 백신 접종을 실시하는 중에 일부 농가가 백신 접종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급받은 백신이 부족해 접종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 1월 백신 480만마리분을 조기 수입했다. 재고량 20만마리분을 포함해 500만마리분을 확보해 단계적으로 공급했다. 일시적으로 백신 부족이 생기는 지역에는 농협중앙회가 백신을 공급하도록 했다.▶가축질병, ‘박멸’에서 ‘통제’로 전환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이 연중 발생하면서 정부가 방역정책에 대한 접근방법을 바꾸려 고민하고 있다. 핵심은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 정책에서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하는 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과거엔 열에 약한 바이러스가 여름철이 다가오면 사라졌지만 2014년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계속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3년 발표한 ‘가축질병 정책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이라는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가축질병에 대해 ‘수의학적 접근’과 ‘경제학적 접근’을 결합해 통합적으로 접근 할 것을 제안했다. 수의학적 접근은 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을, 경제학적 접근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질병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걸 목표로 한다.2015년 5월 열린 국민축산포럼에서 우병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실장이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역활동을 통해 회복된 경제적 가치가 방역을 위해 투입된 비용보다 충분히 큰지 평가하는 게 기본’이라는 것을 전제로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질병을 완전히 없애는 게 최적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우 실장은 “현재 우리나라 수의학과 경제학의 공동연구는 걸음마 단계”라며 “질병박멸이라는 단일목적에서 ‘주어진 사회경제적 조건 아래 효율적인 질병 통제’라는 목표로 정책전환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농식품부도 가축전염병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할 경우 적정한 수준에서 질병을 통제하는 체제로 방역정책을 바꾸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질병의 완전소멸을 목표로 하면 병에 걸린 가축을 모두 죽여서 매몰하거나 태우는 ‘살처분’ 정책을 써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반면 바이러스가 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예방백신 등을 사용해 관리하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OECD는 보고서에서 유럽연합이 가축질병 분야에 보험제도를 도입(2009년)했고, 네덜란드가 상호보험 형태로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가축질병 분야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일반 상업보험을 적용하기 어려워 ‘상호보험’ 형태로 도입했다는 것이다. 일본도 가축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OECD는 또 농가와 축산기업이 충분히 방역활동을 하지 않고 보상금을 받으려 할 수 있고, 규칙을 위반한 농가나 축산기업이 정부 지원을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이를 차단하는 행동경제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행동경제학은 사람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기존 경제학의 전제를 부정하고 인간의 실제 행동을 심리학, 사회학, 생리학적 관점에서 결과를 규명한다.수의학계에서도 정부 정책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용호교수(서울대 수의대)는 국민축산포럼에서 “구제역처럼 인체에 해롭지 않은 가축질병의 경우 상시 발생을 전제로 한 방역정책으로 바꾸는 방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영국 농수산식품부 문닫게 한 구제역
어쨌든, 정부의 방역정책은 2010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해 2011년 5월까지 이어진 구제역 파동 때 ‘살처분 정책’에서 ‘예방적 백신정책’으로 크게 변했다.하지만 2014년 12월 충북 진천에서 발생해 2015년까지 이어진 구제역으로 예방적 백신정책에도 보완해야 할 점들이 대거 드러났다. 농가와 정부 모두 백신만 접종하면 구제역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안일하게 생각해 전염병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이는 백신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에도 교훈이 돼야 한다.영국의 경우 오랫동안 살처분 정책을 고수하다가 2001년 2월 발생한 구제역으로 646만두의 가축을 살처분하면서 농수산식품부(MAFF)를 없애고 환경식품농촌부(Department of Environmental, Food, and Rural Affairs)로 바꿨다. 영국 농업은 구제역으로 근본적 변화를 맞았다.
신속한 초동대응에 실패한 데다 끝까지 살처분 정책을 고수하다가 영국은 대재앙에 빠졌다. 영국은 살처분한 가축을 처리할 때 소각, 대량매립, 랜더링, 농장단위 매립 등의 방법을 동원했다. 소각과 대량매립, 랜더링이 각각 20~40%였고, 농장단위의 소규모 매몰은 20% 이하였다. 당시 풍경을 묘사한 글들은 영국 곳곳에 가축 시체를 태우는 검은 연기와 냄새가 가득했다고 기록했다.당시 구제역으로 인한 정부의 재정지출액은 약4조원(28억파운드)에 달했고, 농업부문과 관광부문 부가가치 손실액도 9조원(50억파운드)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육체적 충격과 사회적 피해도 컸다.영국과 달리 네덜란드의 대응은 돋보였다. 같은 해 영국에서 구제역이 전파된 네덜란드는 초기에 신속하게 가축이동을 금지하고 백신정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구제역을 빨리 종식시키고 5개월 후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
이들에 앞서 대만도 1997년 68년 만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돼지 380만마리(당시 대만에서 사육하던 돼지의 38%)를 포함 500만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했다. 대만은 당시까지 대표적인 돼지고기 수출국이었지만 이 구제역으로 양돈산업이 몰락했다.방역당국은 어떤 경우든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가축들이 있는 농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게 기본이자 최후 수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농가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농장이나 대기업 농장들도 바이러스에 뚫리는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막을 수 있냐고 불안해 한다.
살아있는 가축 안에서만 증식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축산업을 밑동부터 흔들고 있다. 일부 수의사들은 조류인플루엔자는 치사율이 높고, 사람도 감염될 수 있어 철저히 대응해야 하지만 구제역의 경우 사람에 감염되지 않고, 감염된 고기를 먹어도 되며, 가축 치사율도 높지 않으니 자연치유되는 방향으로 두는 것은 불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학자들의 활발한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생명산업축산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이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을 환기하면서 더욱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일군의 흐름을 뭐라고 부르든 전례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와 광범한 범위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고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축산업도 4차산업혁명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브라질 칠레 등 산업화에서 낙후됐지만 자원과 청정한 환경을 바탕으로 세계적 육가공기업들을 운영하는 국가들이 축산업의 4차산업혁명에 집중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등 정보통신 후발국이 개인용 컴퓨터 없이 바로 모바일 강국으로 변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김건화 외교부 남미과장)
한국 외교부는 2017년 6월 즈음 남미 국가들을 초대해 4차산업 혁명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생명산업인 축산업은 ‘빠르다’를 대표하는 정보통신산업과 달리 ‘느리다’를 대표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인간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꿈을 오랫동안 꾸어왔다.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기른 가축으로 위생적으로 생산한 축산물은 현대인의 건강한 생활을 뒷받침할 수 있다. 물론, 축산업과 정보통신기술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융복합되는 흐름 속에서.
4차산업혁명과 축산경영
스마트 축산업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는 열악한 국토환경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축산업 강국을 일구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강한 축산업은 농장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농기계산업이 앞서 이끌어 주고 있다. 축산업이 전방산업(유통)과 농장, 그리고 후방산업(농기계·자재)으로 고루 발달한 것이다. 축산업이 낡은 1차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면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미래전망을 갖고 산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필자가 2015년 방문한 네덜란드 덴마크 축산 관련 농기계 기업들은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뒷받침하는 게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보통신기술 등을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네덜란드 ‘렐리(LeLy)’사는 낙농업을 하는 이들에게 익숙한 기업이다. 한국을 포함 세계 60개국에 로봇착유기를 판매하고 있다.렐리는 2013년 9월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새로운 로봇착유기 시스
네덜란드 렐리사는 로봇착유기에 센서를 달아 농가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 세계의 낙농현장 정보가 한 곳에 모이면 새로운 사업모델이 나올 수 있다. 사진_ 정연근
템 ‘T4C’를 시장에 내놓았다. ‘모바일 기기(핸드폰)’를 이용해 농장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와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농장관리자가 핸드폰을 이용해서 로 봇착유기와 착유기가 수집한 정보를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다.
마르셀 리웬 수출이사는 한국 방문단에게 “귀표(젖소 표식을 위해 귀에 붙이는 번호표) 번호 247번 소가 발정기가 됐으니 인공수정을 시켜야 한다, 오늘 기온이 몇 도니까 조사료를 수확하라 등 가축생리와 날씨 등을 고려해 오늘 해야 할 작업지시가 표시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해 사양관리(가축사육방식)에 대한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렐리’는 구글글래스(안경)를 통해 농장정보를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시험하고 있다.1948년 설립한 이후 낙농분야 기계에 전념하며 계속 혁신하고 있는 ‘렐리’는 2014년 6억1700만유로(약 752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연평균 5%씩성장하고 있다. 형제 경영자 올라프 렐리와 알렉산더 렐리는 각각 창업주 형제 2세다. 대를 이어 형제가 경영하는 가족회사다. 상장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다.
이들은 목초수확기, 에너지저감시설 등 낙농가를 위한 기계를 개발·판매하는 데 전념하고 있지만 주력은 로봇착유기다. 로봇착유기 한 대당 젖소 50마리를 착유할 수 있었지만 최근 성능을 개선해 65마리를 착유할 수 있다.마르셀은 “한국에도 착유기 100대를 팔았다”며 “사후관리를 위해 서울과 지방 한 곳에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 농협중앙회 축산경영부장은 “젖소는 매일 젖을 짜야 하기 때문에 기계가 고장나면 늦어도 12시간 안에 수리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렐리’는 스스로의 경쟁력을 ‘한 우물 파기’로 꼽고 있다. 마르셀은 “스웨덴에 경쟁사가 있지만 우리는 그곳보다 8년 앞서 로봇착유기를 개발했다. 세계최초다”라며 “다른 회사는 일반 착유기도 하지만 우리는 로봇착유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렐리는 로봇착유기 팔에 센서를 부착, 유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젖소 유방에 젖이 남아있지 않도록 충분히 짜내도록 한다. 유방에 젖이 남아있으면 유방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또 센서는 원유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젖소 몸상태에 대한 정보도 수집한다. 세계 60개국 낙농가의 ‘빅데이터’가 렐리사에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정보는 아직 미개척시장인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 마케팅할 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덴마크 ‘포스(FOSS)’사는 낙농 유제품 성분 분석기를 만들어 세계 25개국 이상에 판매하는 강소기업이다. 직원은 덴마크 600명을 포함, 전 세계에
덴마크 포스는 낙농 유제품 성분분석기를 만들어 세계 2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사진_ 정연근
1400명 가량으로 세계 우유기업의 85%, 거래되는 곡물의 80%가 ‘포스’ 분석기를 사용하고 있다. 매출액은 2억5000만유로(약 3050억원) 수준으로 매출액의 10%는 연구개발에 투자된다.
한국의 CJ제일제당, 롯데, 하림 등도 대당 7000만~8000만원 가량하는 ‘포스’의 육가공품 분석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 기계는 시료를 50초 만에 분석해 정보를 제공한다. ‘포스’의 분석기는 주로 우유와 유제품에 사용되지만 식품과 농산물, 육가공품, 와인, 바이오연료 분석에도 쓰인다.최고경영자(CEO) 토번 라데가드는 “분석기 중 ‘밀코스캔’은 세계 대부분 유가공업체가 우유 속 단백질, 유당, 지방함량, 수분함량 등을 측정할 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테크’는 곡물류 영양소를 분석할 때 사용하는 데 ‘포스’에 따르면 세계 2만개 회사에서 사용한다. ‘포소매틱’은 젖소 체세포 조직까지 측정하는 더욱 정밀한 기계다. ‘박토스캔’은 세균을 분석한다. 그는“완제품 품질관리도 중요하지만 원료단계부터 관리를 하면 더 좋다”며 “이렇게 하면 완제품 불량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분석기는 품질 상태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가축 질병을 예방하는 기능도 한다. 토번은 “캐나다의 한 농장에서 우유성분을 분석한 결과 정상 상태에서 벗어난 이물질을 발견해 젖소가 병에 걸리기 전 예방했다”며 “이런 사례는 프랑스, 벨기에 등의 농가에도 있다”고 말했다.창업주 닐스 포스는 1956년 원유(유제품 원료가 되는 젖) 속 수분함량을 분석하는 기계를 발명해 창업했다. 당시 수분함량을 확인하려면 오븐에 원유를 넣은 후 무게를 다는 식으로 했는데 여러날이 걸렸다. 하지만 닐스는 휴대가 능한 수분측정기를 만들어 농가에 보급했다. 닐스 포스는 87세(2015년 당시)지만 여전히 가끔씩 회사를 방문해 경영분위기를 점검한다. ‘포스’는 세계를 무대로 사업하지만 상장하지 않았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될정도로 이익이 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하림이 스마트축산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하림은 2012년 논산시 연무읍 봉동농장에 세계 최첨단 기술들을 응용·융합해 냄새없는 양돈장을 만들었다.하림그룹은 봉동농장을 열면서 국내 양돈업의 혁신을 선언했다. ‘양돈장의 고질적 문제인 악취를 없애고 돼지에게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제공해 생산성을 73% 향상시킨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내놓았다. 이렇게 하면 한·유럽연합(EU),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시장개방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할 길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봉동농장은 악취와 폐수를 없애고 돼지가 자라는 데 최적의 온·습도를 제공할 수 있게 설계됐다. 세계 각국에서 채집한 첨단기술을 한국의 사회·지리적 여건에 맞췄다.
이곳은 하림그룹의 돼지고기 브랜드 ‘하이포크’용 돼지를 생산하는 농장이다. 6만7878㎡(2만여평) 부지에 지어진 축사 11동에서 어미돼지 3600마리를 사육한다. 악취는 3단계 탈취시스템을 통해 걸러내고, 분뇨는 퇴비와 중수도로 만들어 재활용한다. 분은 퇴비로 만들고, 뇨는 세정수로 정화해 농장 안에서 중수도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양돈의 승패는 악취와 분뇨처리에서 결정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주민들이 기피하는 혐오시설이 돼 기존 농장도 증·개축을 할 수 없다.하림은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탈취과정을 거치는 3단계 필터시스템으로 걸러 암모니아가 농장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게 했다. 암모니아는 1, 2단계 여과과정에서 대부분 걸러내고 악취 원인 중 하나인 휘발성 지방산은 미생물이 사는 세 번째 필터에서 걸러낸다. 나뭇가지를 촘촘히 쌓아놓고 습도를 제공하는 세 번째 필터에는 지방산을 먹는 미생물이 산다.
축사 내부의 압력은 바깥보다 낮게 설계해 내부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게 했다. 분뇨뿐만 아니라 농장 안에서 사용한 세정수 등도 파이프를 통해 흐르게 했고, 파이프 연결 이음을 촘촘하게 만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했다. 매일 40톤의 분뇨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처음에 양돈장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했던 마을 주민들도 바뀌었다. 윤석신 봉동리 이장은 “처음엔 반대했는데 농장을 잘 해놓았다고 하니 지금은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이곳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봉동농장이 국내 양돈업에 새바람을 몰고올 것으로 기대했다.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실장(당시)은 “하림그룹의 봉동농장은 그동안 국내 양돈산업이 갖고 있던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결하려고 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설비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림은 양돈도 이익을 얻기위한 산업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돈사의 지붕각도는 15도로 설계했다. 돼지가 생활하는 데 가장 적합한 온도(22~25℃)와 습도(70%)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 바람이 들어와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 형광등조차 바람길을 막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썼다. 자동공급하는 사료는 돼지 중량에 따라 양이 조절된다. 모두 컴퓨터를 통해 제어한다. 외국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농장의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외부에서 들어오는 질병을 차단하기 위해 사료차량도 농장 안으로 들어올 수 없게 했다. 사료저장고는 농장 밖에 두고 여기서 농장 안으로 자동 이송된다. 농장 안으로 들어오는 차량과 사람은 물론 장비와 서류 한 장까지 소독을거치도록 구조화했다.
봉동농장에서 기르는 어미돼지는 프랑스의 종자회사 ‘진플러스’에서 수입한다. 진플러스의 어미돼지는 젖꼭지가 14~16개로 보통 돼지보다 2~4개 더 많다. 새끼를 더 많이 낳을 수 있는 품종인 것이다. 이동과정에서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모두 비행기로 들여온다.하림은 이곳에서 어미돼지 한 마리당 1년 평균 26마리의 새끼돼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2012년 당시 국내 양돈업 평균은 15마리, 미국은 19마리, 유럽은 22~24마리 수준이었다.양돈강국인 칠레, 미국, 유럽의 돼지고기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관세없이 한국시장으로 들어온다. 국내 양돈업이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국산’ 마케팅만으로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김인철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양돈과장(당시)은 “봉동농장의 환경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며 “실제 운영을 해봐야 하지만 하림이 주장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돈농가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이병섭대한양돈협회 정책기획차장(당시)은 “하림이 친환경 농장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며 “이런 방향을 따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2015년 필자와 인터뷰에서 “봉동농장을 모델로 선진, 팜스코 등 네곳에 첨단 양돈장을 추가로 만들었다”며 “이익이 더 많이 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우리는 돼지(봉동농장)와 닭농장에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생산성을 향상시킨 각종 데이터를 갖고 있다. 우리가 한 방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제공하면 된다”고 말했다.정부도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스마트팜을 축산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 양돈부문에서 시작, 2015년 양계 등으로 ICT적용대상 축종을 확대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젖소·한우 등 대가축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 생산성 향상에 핵심이 되는 로봇착유기·자동포유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축산부문 스마트팜 구축을 위해 2015년 89억원, 2016년 200억원에 이어 2017년 269억원으로 지원예산을 확대했다.축종별 스마트팜 주요 시설·장비는 조금씩 다르다. 한우는 환경모니터링, 로봇포유기, 사료자동급이기, 발정알리미, 정전알리미, 화재알리미, 사료빈관리기, 폐쇄회로TV, 음수관리기, 통합관리시스템 등이 있다. 젖소는 한우 시설에 로봇착유기, 건강모니터링 등을 추가한다.돼지는 액상사료 자동급이기와 출하돈 선별기, 임신돈 군사사육장치, 포유모돈 자동사료급여기, 사료 믹스급이기, ICT와 연계한 환기팬, 냉난방기 등도 주요 시설·장비로 분류된다. 산란계와 육계농장에선 추가적으로 자동체중측정장치, 선란관리시스템 등을 갖춘다.
농가에서 스마트팜 시설을 설치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환경 센서의 경우 환경적 요인(직사광선, 강우 등), 가축행동(핥기, 깨물기, 쪼기, 부딪침 등)에 의한 영향이 없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축사 먼지, 섭식 행동 등으로 센서가 오염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가축이 기립할 때 어깨높이에 설치하는 게 좋다. 하우징(덮개)은 센서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2016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스마트팜 성과에 따르면 양돈 분야는 스마트팜 도입 이후 분만율이 2.5% 증가했고 도축 후 등급판정을 받을 때 고급육(A,B등급) 출현율이 6.9% 증가했다. 사료비가 9.2% 절감됐고 고용노동비도 6.6% 줄었다. 특히 질병발생 피해액은 43.9% 줄었다.
정부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하고 있는 작목별 ‘최적생육관리 소프트웨어’를 완성해 단계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2016년 토마토를 시작으로 오는 2018년 국화, 파프리카, 딸기를 비롯해 돼지를, 2019년 버섯(느타리), 2020년 젖소, 2021년 닭, 2022년 한우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4차산업혁명과 축산경영
4차산업혁명 성패 가를 투명성4차산업 혁명의 특징은 모든 게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디지털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정보는 폭발적으로 증가(빅데이터)하고 이 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등장한다. 하지만 국내 축산농가를 포함한 농업계는 이 부분에 취약하다. 한국사회 전체의 특징일 수도 있다. ‘세원을 노출하지 않으려, 경쟁자에게 핵심 경영정보를 노출시키지 않으려’ 등 다양한 이유로 정보는 기록되지 않고 연결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축산선진국 덴마크는 모든 농장이 연결돼 있다.
양돈후계농 킴 쿤드슨은 덴마크 오덴세에 2곳의 양돈장을 운영하며 어미돼지 1300마리와 비육돈(고기용 돼지) 2000마리를 각각 키우고 있다. 스물아홉살(2015년) 청년이다.그는 농장에 딸린 농지 1150ha에서 밀 보리 귀리 등을 재배해 사료로 사용한다. 농장에서 필요한 곡물의 60%는 이곳에서 재배하고 40%는 구입한다. 1
킴 쿤드슨의 돈사 내부는 청결하다. 일하는 사람들이 돈사 내부에서 돼지들과 지내며 돼지 상태를 살핀다. 사진_ 정연근
년간 곡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시설도 갖췄다.
오덴세는 덴마크 국토 가운데 있는 큰 섬, 퓐섬에 있다. 코펜하겐에서 서쪽으로 달려 북해를 가로지르는 긴 다리를 건너면 나온다. 이곳에서 또 서쪽으로 달려 북해를 건너면 세계적 양돈협동조합 ‘대니쉬크라운’이 나온다.킴은 대부분 덴마크 양돈농장주들처럼 대니쉬크라운 조합원이다.
킴의 농장은 달름농업대학에서 교육한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1886년 창립한 달름농업대학은 덴마크 9개 농업대학 중 최고 교육기관이 다. 그곳에서 양돈전문교수 마틴은 한국에서 온 방문단에게 덴마크 양돈이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기초를 보여줬다.
한국에서 양돈은 악취 때문에 기피대상이다. 달름대학은 ‘지속가능한 양돈을 위해’ 1999년부터 분뇨냄새 줄이기를 시작했다. 암모니아 방출을 줄이는 방식과 암모니아 냄새를 줄이는 방법 등 두 가지로 접근했다. 암모니아는 돼지가 사료를 먹은 후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마틴 교수는 “방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사양개선, 돈사바닥 개선, 슬러리(돼지분뇨) 냉각, 슬러리 산성화, 공기정화 등의 방법을 쓰고 냄새를 줄이기 위해선 돈사바닥을<축종별 경영비 및 생산비>
우유 비목 ’05 ’06 ’07 ’08 ’09 ’10 ’11 ’12 ’13 ’14 ’15
<주요 축산물 소득현황(평균)>
우유 비목 ’05 ’06 ’07 ’08 ’09 ’10 ’11 ’12 ’13 ’14 ’15
콘크리트로 하고 바이오공기정화 등의 방식을 사용한다”며 “농장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슬러리저장조에 황산을 넣어 암모니아를 줄이고 있다. 킴은 달름대학이 아닌 다른 농업대학을 졸업했지만 교육과정은 비슷하다. 동생은 달름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악취감소 시스템을 설치해 암모니아 발생을 90% 줄였다. 돈사(돼지를 기르는 방)에 들어갔는데 날카로운 악취는 덜했고 빛이 밝았다. 바닥에서 지붕까지 높이가 11m에 이른다. 환기와 자연광
덴마크의 양돈후계농 킴 쿤드슨은 농장의 모든 정보를 전산화해서 분석하고 있다. 이 정보는 대니쉬크라운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모두 공유한다. 사진_ 정연근
을 위한 장치다. 폐사율은 줄어들어 어미돼지 한 마리당 연간 생산하는 돼지수가 33마리에 이른다. 한국은 최고 수준이 25~26마리다.
달름대학의 지론은 ‘사육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통계를 분석해 경영에 활용하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이다. 전국 농장정보가 연결된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킴도 농장기록을 모두 전산화해서 방문객이나 보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공개한다. ‘투명성’은 덴마크가 강조하는 덕목이다. 마영삼 주 덴마크한국대사(2015년)는 “덴마크는 투명성 부문에서 세계 1위이고, 국민의 98%가 사법부를 신뢰한다”고 말했다.킴은 돼지고기 가격이 좋았던 2006년까진 독일로 수출했지만 2007년부터는 전량 대니쉬크라운에 납품하고 있다. 그는 “대니쉬크라운이 다른 곳보다 kg당 0.5크로네(1크로네는 약 132원) 더 줘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니쉬크라운이 영국시장에 수출하는 기준에 맞춰 돼지를 기르고 출하한다. 대니쉬크라운은 돼지고기와 육가공품을 영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한다.
킴은 돈을 많이 벌지만 농촌에서 돼지를 키우는 생활에 만족하고 있을까? 그는 “나는 태생이 농부다. 양돈을 위해 태어났다”고 말했다. 또 “도시사람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덴마크는 농업을 하려고 해도 실력과 자본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 대부분 농업이 후계자들로 이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달름대학 에릭 부학장은 “농업을 하려면 최고 5년 걸리는 5단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에는 법으로 ‘녹색자격증’이 있어야 농업을 할 수 있었지만 2010년 이후 의무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농장을 운영하려면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 교육을 안받으면 초기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없다.
4차산업혁명과 축산경영
교육-축산경영의 기초국내 축산농가들이 축산업을 주된 소득원천으로 하는 전업농 단계로 접어든 상태에서 현대 경영교육은 필수다. 국내 축산농가들의 경쟁상대는 미국유럽연합 등 선진국 농가들과 세계적 육가공업체들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장 농업인 교육에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을 활용한 농업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덴마크 네덜란드의 교육교육은 선진국일수록 강조한다. 덴마크에서는 농업교육을 받지 않으면 농업을 할 수 없다. 2009년까지는 법으로 정해 녹색자격증을 따도록 했지만 2010년 이후엔 의무화를 폐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농업교육을 강제하고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선진국들과 같이 덴마크도 농업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영농활동을 할 수 없다.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사진은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농업대학인 달름대학 수업 모습. 사진_ 정연근
있다. 덴마크는 현장과 연결한 교육으로 축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농업대학인 달름대학의 에릭 부학장은 2015년 11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달름대학을 방문한 한국의 농협중앙회 관계자 등에게 “농업을 시작하려면 약 300만달러(약 35억원)가 필요한데 농업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농업교육을 받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그는 “농업교육을 받지 않아도 땅을 살 수 있지만 농장을 운영하려면 관련지식이 필요하다”며 “교육을 받지 않으면 농장을 운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축산을 할 때도 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땅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덴마크의 농업교육은 고유의 역사적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19세기 미국과 러시아에 철도가 연장되고 해상운송수단이 발달하면서 신대륙과 러시아의
네덜란드 PTC+의 가축 사육장. 돼지를 방목하고 있다. 사진_ 정연근
곡물수출이 증가, 유럽 국가내 곡물가격이 폭락했다. 이에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은 농업보호정책을 편다. 하지만 덴마크 농민들은 곡물수입세를 부과하는 안을 거부하고 값싼 사료곡물을 수입해 축산을 발전시키는 길을 택했다.
곡물생산 감소와 낙농산업 증가는 농업생산 영역은 치즈, 버터 등 우유가 공산업으로 확대됐다. 소농들은 초기엔 원유(유가공품의 원료가 되는 소젖)를 이웃 대농들에게 팔았지만 차츰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가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1900년 협동조합이 800개까지 늘어나고, 협동조합이 주도하는 도축장과 농자재 구매조합 등도 탄생했다.이때 활동한 협동조합 지도자들은 그룬트비와 달가스가 주도한 국민정신운동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다.그룬트비와 달가스는 덴마크가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해(1864년) 곡창지대
네덜란드의 실용 농업교육기관 PTC+에는 한국에서 온 유학생도 많다. 사진_ 정연근
를 잃고 막대한 전쟁배상금으로 도산위기에 직면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정신운동을 전개했다. 그룬트비는 고등공민학교를 설립해 공동생활을 하면서 농업후계자를 양성하고, 황무지를 개간해 낙농업을 육성했다. 달가스도 유틀란드 반도의 황무지를 개간하고 나무를 심어 국토녹화운동을 전개했다.
2015년 11월 필자가 농협중앙회,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함께 방문한 달름농업대학은 이런 농업교육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었다. 1886년 창립한 달름대학은 덴마크 9개 농업대학 중 가장 오래된 교육기관이다.달름대학은 두 곳의 캠퍼스로 나눠 기초과정과 본과정을 운영한다. 3년 반정도 걸리는 기초과정을 이수한 후 오덴세에서 진행하는 본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 기초과정은 우리나라의 농업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비슷하다.기초과정을 이수해야 농장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고, 여기에 기술과정 20주, 농장실습 52주 등을 마쳐야 농장을 운영할 수 있다. 본과정은 1년 반 정도 걸린다. 은행대출은 5년 과정을 마쳐야 받을 수 있다.
1년간 진행하는 농장실습의 경우 대학에서 엄선한 농장에서 진행되는데, 농장주의 교육능력도 고려한다. 실습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학교에서 농장을 수시로 점검해 제대로 교육이 되는지 확인한다. 덴마크 농업대학은 달름대학과 비슷한 교육체계를 갖고 있다. 한 해 농업대학을 졸업하는 덴마크 학생은 1000~1200명이며 달름대학에서 250명을 배출한다.에릭 부학장은 “농업규모가 커지고 더 복잡해지면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농업은 날로 집약화되고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는 데다 지속가능성이나 식품안전 등에 대한 공적 관심도 확대되고 있어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달름대학에서 양돈을 가르치는 마틴 교수는 “양돈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명성도 중요하다”며 “국가공인수의사가 각 농장을 방문해 조사한 내용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한다”고 말했다. 투명성은 덴마크 교육에서 강조하는 기본 요소 중 하나다.
농협중앙회는 이날 달름대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장실습 중심의 축산인 교육프로그램을 공동개발·운영하기로 했다.17세기 해상무역을 제패하며 주식회사제도 등을 처음 만든 네덜란드는 농업교육도 세계화했다.세계 대학 경쟁력 순위에서 농생명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덜란드 와 게닝겐대학교는 세계 100개국 이상 나라에서 온 1만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곳은 학사과정 재학생(4500명)보다 석·박사 과정(각각 4700명, 1900명)이 더 많다. 특히 해외 유학생 비중은 박사과정 60%, 석사과정 40%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농학교육에 힘썼다. 황무지였던 홋카이도(북해도)를 개척하기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주립농과 대학장이던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1826∼1886) 박사를 초빙해 홋카이도농대를 창립했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교훈으로도 유명한 홋카이도대학은 동경대학 농학부보다 앞서 설립돼 낙농을 포함한 일본 근대농업의 기수를 양성했다. 클라크 학장 동상 옆에서 포즈를 취하는 한국 낙농전문가들. 사진- 정연근
비농업계도 와게닝겐대학의 농업기술을 배우러 온다. 한국의 LG전자도 공조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다녀갔다.
네덜란드의 농업기술과 경영을 배우겠다며 세계 각국에서 유학생이 몰려와 와게닝겐대학은 한 해 7억달러(약 8197억원)의 교육수입을 올린다.와게닝겐대학은 와게닝겐농업대학(1876년 설립)과 농업시험연구소(DLO.1877년 설립) 등이 1990년 통합해 탄생했다. ‘대학-정부-산업’의 3각 축을 구성해 현장에서 요구하는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9개 연구기관이 대학에 속해 있다.와게닝겐대학교 마틴 명예교수는 “농민들이 연구소에 기부할 때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우수한 연구를 강제한다”며 “이곳에서 교수가되려면 세계적으로 명성이 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틴 교수는 또 “세계 농업과 축산업은 정밀농업으로 가는 추세”라며 “위성으로 토양상태를 관찰하고 각종 통계자료를 농업에 활용하고 있어 규모를 키우는 것(최대화)보다 효율을 높이는 것(최적화)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한국농업에 후계농 교육 희망보인 ‘한농대’한국에는 국립한국농수산대학이 후계농 교육의 성공가능성을 보여주며 한국농업교육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2000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한농대가 2015년 6월 기준 졸업생의 진로를 조사한 결과 졸업생 3702명 중 3015명(84.4%)이 농수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론과 실무 능력을 겸비한 정예 농어업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설립취지가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농대 졸업생들의 가구당 평균 소득은 8594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농가의 평균 소득 3495만원 보다 2.5배 많고,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 5618만원보다 1.5배 높다.학과별 평균 소득을 보면 축산이 평균보다 높았다. 축산학과 졸업생의 평균 소득은 1억5382만원, 대가축학과 9586만원, 중소가축학과 1억8670만원으로 나타났다. 그 외 식량작물학과 7742만원, 특용작물학과 5425만원, 채소학과 6538만원, 과수학과 6146만원, 화훼학과 5633만원으로 나타났고, 수산양식학과는 1억4408만원이었다.한농대가 농업사관학교로서 자리를 잡아가면서 입학경쟁률도 높아지고 있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사진_ 내일신문
다. 한농대에 따르면 2016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총 2032명이 지원해 평균 5.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2015학년도엔 4.57대 1이었다.
한농대의 약진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이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 비춰 특히 돋보인다. 한농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학력수준도 높아져 최종 합격자 390명의 내신 평균이 3.9등급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한농대는 졸업생들이 성공적으로 영농에 정착하는 것을 돕기 위해 2015년부터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농대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한농대 아카데미는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교육을 강화하고, 재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승계(후계)교육을 실시했다.특히 후계농들이 겪는 ‘부모와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안정적인 승계를 위한 세무·회계 교육과 부모·자녀 간 갈등해소를 위한 소통교육을 진행했다.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농업인으로 정착하는 데 어려움은 △영농자금 부족(25%) △농지기반 부족(13%) △문화생활(13%) △기술경험 부족(13%) △부모와의 갈등(12%) △결혼(8%) △자녀양육(3%) 등 이었다.1997년 3년 과정으로 문을 연 한농대는 입학금, 수업료, 기숙사비 등 교육에 필요한 비용 일체를 정부가 지원한다. 또 2학년 한 해 동안 현장실습 교육을 하고, 미국 일본 네덜란드 호주 독일 등에서 단기 및 장기 해외연수를 받는다.2010년부터는 전공심화과정을 신설해 4년제 대학처럼 학사학위 취득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김남수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세계시장에 개방된 한국농업이 살아남기 위해 후계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한농대 지원자가 늘어나고 합격자의 내신성적이 매년 오르고 있는 것은 젊은 인재들이 농수산업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며, 농수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정원 390명을 최소 500명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농림축산식품부가 12만명의 농업정예인력을 양성하겠다고 세운 계획에 따라 최소 2만명은 한농대 졸업생으로 배출하겠다는 계산이다.김 총장은 “지금은 도시에서 실패한 후 농사나 짓겠다는 식으로는 농업을 할 수 없는 시대”라며 “농업실무와 이론을 제대로 가르치는 한농대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생명산업축산
새로운 지평
공장식 축산의 재탄생세계 30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할라리(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매일경제신문과 이메일 문답(2017년 1월)에서 미래 축산업에 대해 묘사했다.
그는 “21세기 생명공학과 인공지능(AI)의 부상은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지만 미래를 확신할 순 없다”며 “생명 자체의 미래를 위해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것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공학의 예를 들었다. 생명공학은 동물을 기른다는 것의 의미를 변화시킨다. 도축하지 않고도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하는 소 돼지 닭을 설계할 수 있다. 동물세포 실험실에서 고기를 기르는 건 이미 공상과학이 아니다. 배양한 고기로 만든 첫 번째 양식 햄버거는 2년 전 이미 30만달러에 생산됐다. 10~20년 안에 우리는 ‘윤리적인’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새로운 지평
유럽에서 엿보는 축산업 미래2015년 11월 방문한 네덜란드의 농가 두 곳은 우리에게 기계화·자동화와 동물복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네덜란드 렐리스타드의 산란계(계란을 얻기 위해 키우는 닭) 농장에서 농장주 피터 프랑켄피터와 2명의 직원이 일한다. 직원 2명이 2교대로 농장을 관리 하는데, 계란을 옮기는 컨베이어와 사료공급기 등이 자동화돼 있어 한 사람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사람이 일하기 편리한 동선 구조다. 계란을 쌓아두는 곳에서는 버튼을 누르면 아래위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허리를 굽혀 일하지 않아도 된다. 프랑켄피터가 2010년 지금의 시설을 짓기 위해 투자한 돈은 140만유로(약 17억원)이다.
계란은 닭을 기르는 방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유기농으로 기른 계란 한 개 가격은 농장에서 받는 산지가격 기준 13~14유로센트(약 160원. 1유로는 약 1220원)다. 닭을 마당이 있는 계사에서 기르면 9유로센트, 마당이 없지
네덜란드의 계란등급은 0,1,2,3 네 가지다. 케이지(좁은 틀)에서 기른 닭이 낳은 계란은 3번이다. 하지만 3번은 찾아볼 수 없다. 키우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은 네덜란드 렐리스타트의 산란계 농장에서 마당과 계사를 자유롭게 오가는 닭들 모습. 사진_ 정연근
만 동물복지 기준에 맞춰 기르면 7.5유로센트다.
좁은 틀(케이지)에서 기르는 방식은 동물복지에 관한 규정이 강화되면서 없어졌다. 유기농, 마당이 있는 계사, 동물복지 기준 등 각각의 방식으로 기른 계란은 0, 1, 2로 번호를 붙여 분류한다. 번호는 계란에 찍힌다. 케이지 사육으로 기른 계란은 3을 붙인다. 하지만 3번이 붙은 계란을 찾아볼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기르지 않기 때문이다.피터의 농장에선 1번과 2번 방식으로 닭을 기른다. 2층에 계사가 있고 1층은 마당으로 연결돼 있다. 1층에서 2만4000마리, 2층에서 1만7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산란계 사육규모는 ha당 2500마리를 넘지 못한다. 물론 닭을 기르는 방식에 따라 사육마릿수 허용치도 다르다. 유기농 방식으로 기르기 위해 선 1㎡당 7마리, 마당있는 방식이나 마당없는 동물복지형 계사에서는 각각 9
네덜란드는 계란분류를 할 때 유기농, 마당이 있는 계사, 동물복지 기준 등 닭을 기른 방식에 따라 각각 0, 1, 2로 번호를 붙인다. 번호는 계란에 찍힌다. 케이지 사육으로 기른 계란은 3을 붙인다. 사진_ 정연근
마리까지 키울 수 있다. 프랑켄피터는 규정에 맞춰 최소 16.4ha 이상의 농지를 갖고 있다.
이곳도 과학적인 관리를 받는다. 닭이 먹는 사료는 세계적인 사료분석연구소 ‘스콧호스트 사료연구소’가 컨설팅한다. 아버지에게 농장을 물려받은 프랑켄피터는 올해 41만유로(약 5억원)의 소득을 올렸다.네덜란드 발더 지역에서 젖소 320마리(젖을 짜는 ‘착유우’는 200마리, 1년 미만 송아지 120마리)를 기르는 애드리 엔 베르트 형제는 렐리(LeLy)사의 로봇착유기 4대를 사용하고 있다. 착유기는 젖을 짜서 모으는 기계다. 렐리는 네덜란드기업으로 세계 60개국에 낙농관련 기계를 수출한다. 로봇착유기는 세계 최고다. 2014년 기준 매출액이 6억1700만유로에 이른다.애드리는 동물복지법에 따라 농장을 운영한다. 농장운영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지붕에 태양열 에너지시설을 설치했다. 농장에서 사용하는 전력 40%는 태양열에서 나온다. 형제는 태양열 시설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현재 로봇착유기 4대와 곡물수확 등을 위한 작업용 기계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농장을 기계화했다.
젖소들은 젖이 부풀어 오르면 스스로 로봇착유기로 와 대기한다. 로봇착유기의 센서가 작동해 젖꼭지 4개에 착유기를 부착하고, 자동으로 젖을 짠다.착유기에 부착된 센서는 젖소 몸상태와 우유성분 등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착유기를 결합한 이 기능은 렐리사가 자랑하는 시스템으로 2013년 출시됐다.로봇착유기 1대 가격은 2억원이 넘지만(현지가격) 세계 각국에서 구입하고있다. 한국에도 100대가 팔렸다고 한다. 물류비와 관세 등을 고려하면 대당 3억원에 가까운 가격이다.
로봇착유기를 사용한 후 젖소 한 마리당 원유 생산량은 연 8000리터에서 9500리터로 약 19% 증가했다. 농장주는 로봇착유기 덕분에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여행을 다녀왔다며 웃었다.유럽에도 원유쿼터제가 없어졌지만 이곳 농가들이 경쟁적으로 원유생산량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애드리는 “문제는 분뇨처리”라며 “사육마릿수를 늘리려면 그만큼 초지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지평
먹는 축산업을 넘어▶측은지심과 동물복지어떤 사람들은 쇠고기를 맛있게 먹으면서 좁은 우리에서 살다가 도축되는소가 불쌍하다고 말한다. 동물을 대하는 이런 갈등에 대하여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 문제를 풀어왔다. 대부분은 동물을 사람과 격리하거나 제례의식을 통해, 또는 동물을 물체화하는 소극적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한다.
동물과의 격리는 좁은 공간에서 고통스럽게 사육되는 동물을 접하지 않고, 또 고통스럽게 도축되는 동물의 모습으로부터 떨어져 보지 않는 것이다. 제례의식은 진혼제나 수혼제처럼 전염병의 우려로 대량 폐기되는 가축이나 대량으로 이용되는 실험동물의 혼을 위해 제례를 지내는 것이다. 동물에 대한 갈등을 심각하게 문제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동물을 하나의 물체로 생각 하기도 한다.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적극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동물보호단체가 대표적이다. 이런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고통받는 동물의 실태를 개선하라고 정부와 매스컴에 압력을 넣고 있다.
경제적인 생산성을 기반으로 한 축산업은 생산성과 거리가 먼 이런 요구에 무관심했다. 하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육류(동물성 단백질)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축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사육되는 동물이 불쌍하다고 느끼는 소비자의 이중적 잣대에 축산업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사람들이 동물의 고통을 인지하고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갈등을 느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기원전 300년 맹자는 제나라 선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양혜왕 장구 상 7장).“제가 호홀에게서 들었는데, 왕께서 당상에 앉자 계실 때 소를 끌고 당하를지나는 자가 있었습니다. 왕께서 이를 보시고 소는 어디로 가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소를 끌고 가던 사람이 답하길, 장차 이 소를 가지고 종의 틈에 피를 바를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왕께서 말씀하시길, 그 소를 풀어주라, 나는 그 소가 벌벌 떨면서 죄도 없는데 사지로 가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겠다 했습니다. 소를 끌고 가던 사람이 답하길, 그러면 종의 틈에 피를 바르는 일을 폐지하오리까 물었습니다. 그러자 왕께서는 어떻게 폐지할 수 있겠는가, 양으로 소를 바꾸어라 하셨다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왕이 그런 일이 있었다고 했다.맹자가 말하길 “이런 마음이 바로 왕노릇을 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백성은 모두 왕께서 돈을 아껴서 그랬다고 하지만 저는 진실로 왕께서 차마 하지 못하신 것(不忍)을 압니다”라고 했다.왕이 말하길 “그렇습니다, 진실로 백성 중에 그런 자가 있겠습니까마는 제나라가 비록 좁고 작으나 내가 어찌 한 마리의 소를 아끼겠습니까. 바로 그것이 벌벌 떨면서 죄도 없는데 사지로 가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양으로 소를 바꾸게 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맹자가 말하길 “왕께서는 백성들이 왕께서 아껴서 그랬다고 한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마소서. 작은 양으로 큰 소와 바꿨으니 백성들이 어찌 그것을 알겠습니까. 왕께서 만일 그 소가 죄도 없이 사지로 가는 것을 측은해 하셨다면 소와 양을 어찌 구분하셨습니까?” 하고 물었다.왕이 웃으며 말하길 “이것은 진실로 무슨 마음이었을까요? 내가 재물을 아끼려고 소를 양으로 바꾸게 한 것은 아니었는데, 백성들이 내가 아껴서 그랬다고 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맹자가 말하길 “백성들이 그러더라도 무방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을 이루는 방법이니 왕께서는 소가 벌벌 떨면서 죄도 없이 사지로 가는 것을 보았고, 그래서 왕은 측은지심이 발동했고, 양은 아직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군자는 금수에 대하여 그것들이 산 것을 보고는 그것이 죽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며, 그것들이 죽으면서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는 차마 그 고기를 먹지 못하니이 때문에 군자는 주방을 멀리하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맹자와 제나라 선왕이 측은지심에 대해 나눈 유명한 이야기다. 그 옛날 전국시대에도 사람들이 동물에 대해 측은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마음은 인간이 가진 고귀하고 선한 마음이다. 맹자는 이런 생각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가 벌벌 떨면서 죄도 없이 사지로 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넓혀 사람에게 베풀면 인의 정치(仁政)를 이룰 수 있다. 동물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며, 심지어 감정적인 교감도 한다. 동물이 공포를 느끼고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갈망한다는 점에서 보면 동물의 고통과 갈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필요하지 않을까. 동물의 고통을 보면서 배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잔인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평가할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 동물복지를 평가하는 기준도 몇 개를 조합해서 세운다. 동물보호법 제3조(동물보호의 기본 원칙)에는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원칙이 준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다섯 조항이 동물의 복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첫째,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둘째,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않도록 할 것셋째,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
넷째, 동물이 고통 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다섯째,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할 것.이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축산에서 사육되는 동물이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동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에 대해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런 복지를 결정하는 요인은 사육자, 환경, 동물 그 자체 등이다. 각 항목별로 기준이 필요하다.한편 동물의 복지를 정량화하기 위해서 복지를 방해하는 정도, 방해 지속시간, 영향을 받는 개체 수도 측정한다. 정도는 동물의 행동이나 공포 질병파행 생산성 성장률 등에서 동물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가를 측정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양에게 똑같은 면적에서 공간적인 격리나 시각적 격리를 시켜본다. 공간적 격리는 밖이 보이게 하면서 나갈 수 없게 하는 것이고, 시각적 격리는 아예 밖이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공간적 격리보다 시각적 격리를 했을 때 동물들은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이런 차이는 심박수나 스트레스에 관련된 호르몬의 분비로 그 고통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파행을 경험한 동물과 파행을 경험하지 않은 동물을 비교해 보면 파행한 동물은 약한 역치에도 고통스러워 한다. 파행한 후 그 시간이 오래 경과했을 때도 약한 자극에 고통스러워 한다. 이와 같이 고통이 지속되는 시간을 측정해 동물복지의 정량화에 적용한다.한 집단에서 많은 동물이 파행을 보이고 있다면 그 집단의 복지 상태는 불량한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은 동물 수도 동물의 복지를 정향화하는 데 이용된다. 동물이 고통을 피하고자 노력하고 또한 선택을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사람의 입장에서 동물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동물이 선택하는 것을 해주는 게 동물복지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동물의 행동양태를 분석하는 일도 중요하다. 사료 부대로 만든 둥지와 평평한 바닥이 닭에게 제공됐을 때 닭은 둥지를 알아보려는 노력을 많이 했고, 결국 둥지가 더 안락하기 때문에 둥지에 들어가는 비율이 높았다. 즉, 닭은 사료 부대로 만든 둥지를 선택한 것이다.칸막이 방을 세 개 만든 뒤 돼지를 가운데 방에 놓고 양 쪽방에 각각 사료와 밀집을 둔다. 그리고 임신한 돼지가 분만일이 다가올수록 어느 방을 많이 가는지 알아봤다. 방문을 열 때는 문을 코로 일정횟수 만큼 부딪혀야 열리도록 만들었다. 특정 방으로 가기 위해서는 노력을 들이도록 한 것이다.
돼지는 임신 100일째에는 사료가 있는 방으로 더 자주 들어간다. 분만 2일 전까지도 사료 쪽으로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분만 1일 전에는 양 쪽 방으로 비슷하게 들어간다. 밀집으로 둥지를 만드는 게 사료를 먹는 것만큼 중요해진 것이다.이런 것을 보면 동물들이 나이 생리 환경에 따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동물에 따라 적절한 사육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과학적 목적으로 실험동물을 사용할 때는 동물들이 일탈하지 않도록 환경 풍부화 프로그램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환경풍부화에서 주의할 점은 동물을 의인화하는 경향이다. 강아지에게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준다 해도 강아지가 그 의미를 알기 어려울 것이다. 기린 사육사 벽에 페인트로 나무를 그려주면기린은 그림을 나무로 인식하지 않을 것이다. 동물시설에서 사람이 행복할만한 것을 동물에게 해주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다.
따라서 동물이 선택하는 사항과 동물이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항을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그런 사항을 사양관리에 적극 고려하는 게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방안일 것이다.국내 농가들 사이에도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가 2013년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시작한 이후 2014년 2곳, 2015년 4곳, 2016년엔 6곳이 인증을 받았다.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감금식 사육을 배제한 넓은 사육공간, 축사에 쾌적하고 편안한 온도 및 습도 유지, 가축의 건강관리 및 스트레스 감소 방안 마련 등 70여 가지 세부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동물복지인증마크를 부착하려면 가축의 운송, 도축까지 개별 동물복지 시설 인증을 받아야 한다.
돼지사육농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국내산 돼지고기(한돈)가 식량안보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한돈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한우 소비가 위축되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고기 소비가 주춤할 때도 대체수요를 담당하면서 꾸준히 소비가 늘었다.돼지고기 1인당 소비량은 2005년 17.8kg에서 2014년 21.5kg으로 늘어 쇠고기(10.8kg), 닭고기(12.8kg)보다 약 두 배 많이 소비되는 대표 먹거리로 자리를 굳혔다. 돼지고기 소비확대에 힘입어 1인당 축산물(돼지·소·닭고기) 소비도 45.1kg으로 쌀(65.1kg)에 버금가는 칼로리 공급원으로 떠올랐다.▶환경과 축산
2015년 11월 하순 스위스에서 약속도 없이 불쑥 방문한 농장은 스위스 축산업이 왜 강한지 보여줬다. 두 개의 큰 호수가 있는 스위스 중부 ‘인터라켄’을 지나 ‘루쩨른’으로 가는 길에 있는 ‘브린츠’ 지역 산 아래 낙농가를 예약도 없이 들어섰다. 이곳은 치즈도 만들어 판다. 농장주 도리스 미셀이 한국에서 온 불청객들과 1시간 3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방문단 7명은 저마다 치즈800g씩 구입했다.세계적 공급과잉으로 원유가격이 떨어지자 스위스의 낙농가는 겨울철에도 치즈를 만들어 팔고 있다. 스위스는 알프스산맥의 약초를 먹고 자란 젖소라는 이미지를 내세운다.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농업강국들에 둘러싸인 작은 산악국가 스위스는 식품자급률 60%를 기반으로 유제품을 수출한다. 금융과 기계산업 등을 기반으로 1인당 국민소득 8만달러가 넘는 나라답게 농업도 ‘청정 스위스’ 이미지를 내세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워 생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곳에서 농촌은 경관을 제공하는 공공재다. 미셀은 “덴마크나 네덜란드처럼 스위스에서도 농업을 하려면 농업학교를 다니고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 가축 똥이 묻은 휴지를 그냥 뒀다가 벌금 70프랑(약 7만9000원)을 냈다”고 말했다. 본인 소유농장에 휴지를 치우지
않았다고 벌금을 낸 것이다. 단속하는 공무원은 잘 아는 사람이지만 눈감아주는 법이 없고, 미셀도 모른 척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그는 “환경을 깨끗이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위스’라는 강력한 브랜드가 탄생한 비법이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다. 농장을 운영하려면 까다로운 규정을 지켜야 한다. 어느 소가 얼마나 원유를 짰는지, 병은 없는지 등을 기록해 놓지 않아도 벌금
스위스 인터라켄과 루쩨른 사이 브린츠 산아래서 목장을 하는 도리스 미셀은 겨울을 지나기 위해 치즈를 만들어 팔고 있다. 자기 목장에 휴지를 버렸다고 벌금 70프랑(약 7만9000원)을 냈다.
사진_ 정연근을 낸다. 지방정부는 농장규모에 맞게 가축을 기르고 있는지 ‘cm 단위’로 따진다.
소젖을 짜는 착유기도 다 풀어서 검사한다. 공무원들은 3~4일 전에 점검을 예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나오는 경우도 있다.축산농가는 지역사회와 갈등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 미셀은 “가축분뇨를 뿌려도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쉬는 날에는 뿌리지 않고, 날씨가 좋거나 안 좋을 때도 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날씨가 좋으면 관광객들이 많고, 저기압일 땐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스위스의 농촌생활도 힘들다. 미셀은 착유우(젖을 짜는 소) 30마리를 키우는데, 소들을 산에서 방목하는 여름엔 매일 원유를 나를 수 없어 모두 치즈를 만든다. 치즈저장고에는 7월에 만든 치즈들이 가득했다. 산에도 ‘우유를 만드는 기계’가 있지만 전기가 없어 수동으로 돌린다.겨울엔 이틀에 한 번씩 집유차(원유를 수거해 가는 차량)가 온다. 그러나 원유납품가격이 지난해 리터당 0.7스위스프랑(약 786원)에서 올해 0.52스위스프랑(약 584원)으로 폭락해 올핸 겨울에도 치즈를 만든다. 원유로 파는 것보다 이익이기 때문이다.
치즈 1kg을 만들기 위해선 10리터의 원유를 사용한다. 치즈가격은 농가를 방문한 이들의 경우 1kg에 18스위스프랑(약 2만230원)이다. 원유 10리터(약 5840원)를 파는 것보다 세 배 이상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대신 매일 치즈를 만드는 고단한 노동을 해야 한다. 치즈는 농가에서 직접 팔기도 하고 인근 가게에 납품하기도 한다. 다행히 치즈는 다 팔린다고 했다.정부는 농가에 소득보전직불금을 준다. 농촌의 불편한 삶을 감내하면서 공공재를 공급하는 대가다. 전에는 가축마릿수를 기준으로 했지만 지금은 토지면적을 기준으로 한다. 금액은 ha당 2000프랑(약 225만원)이다. 그는 28ha 농지를 갖고 있어 5만6000프랑(약 6295만원)의 직불금을 받는다.
스위스에서 살아가는 보통 농가의 삶은 직불금, 농외소득(남편 직장월급)에 농업소득을 합쳐야 살아갈 수 있다. 남편은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퇴근 후엔 농장일을 돕는다. 4월에서 10월 중순까지는 인건비가 싼 폴란드인을 고용한다. 미셀은 “사료도 비싸서 구입하지 않고 옥수수와 건초를 말려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부부는 다섯 아이를 뒀다.미셀은 농장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18세 큰아들에게 농장을 상속할 생각도 갖고 있다. 스위스는 상속할 때 농업을 이어가면 혜택을 준다. 그는 “기본상속세가 있지만 자녀가 농업을 하면 세금이 거의 없고, 안하면 기본세금의 5배를 낸다”고 말했다. 낙농은 남편집안에서 10대 이상 대대로 이어오고 있는 일이다.스위스 정부와 국민은 연방헌법 104조에 합의한 ‘농업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5년 민간농업정책연구소 GS&J가 서울 양재동에서 주최한 연례세미나 ‘2015 농업농촌의 길’에 초대받은 스위스 연방농업부 부국장 아드리안 아에비는 “스위스 정부가 헌법에 규정된 농업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담당해야 할 농업정책 당면과제로 △공급안정 △생물다양성 및 환경보호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확보 △사회적 동의 등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스위스 헌법은 농업의 의무 중 하나로 지방경관 보존, 국민의 분산정착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농촌경관을 유지하기 위해 농지 1ha당 2000프랑(약 225만원)의 직불금을 지급한다.스위스 연방헌법 104조는 농업이 △국민에게 안정적 식량공급 △자연자원 보호 및 지방경관 보존 △국민의 분산 정착 등과 같은 다양한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스위스는 국토의 3분의 1 이상을 농업에 사용하는데, 전체 5만5207개 농장은 저지대에 44.4%, 경사지대에 27.6%, 산악지대에 29.1% 분포한다. 스위스는 열악한 환경에서 농업·농촌을 유지하기 위해 농촌경치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다원적 기능’을 살려냈다. 다원적 기능은 농업이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기능 외에 다양한 공공재를 제공한다는 것을 부각시킨 개념이다. 좋은 경치 제공, 맑은 공기와 물 공급, 전통문화 전승, 논에 물을 저장하는 저수기능(홍수예방 기능) 등을 꼽을 수 있다.금융과 기계산업이 발전한 스위스에서 농업은 국내총생산의 0.66%에 불과하다. 하지만 농업은 기본산업 역할을 하고 있다. 아드리안 부국장은 “스위스 국내 일자리 10개 중 1개는 농업과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스위스는 식품소비량(칼로리 기준)의 60% 이상을 자급하고 있다. 축산 관련 식품 자급률은 100% 이상, 축산을 제외한 농산물은 45% 수준이다.
농업인들이 농촌에서의 삶을 이어가도록 정부는 농업예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직불금에 할당하고 있다. 스위스 국민들은 직불금이 ‘적절한 수준’(2015년 설문조사. 응답자의 44.5%)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족하다’고 답한 국민들도 23.3%나 된다.프랑스,이탈리아, 독일 등 농업강국에 둘러싸인 스위스는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생존전략으로 채택했다. 독일, 프랑스의 우유, 쇠고기, 돼지고기 가격(생산자 가격)은 스위스의 약 70% 수준이다. 밀 가격도 60%가 채 안된다. 하지만 스위스 국민들 중 46.8%는 생산자가격이 ‘적절하다’(2015년 설문조사)고 답했다. 42.5%는 ‘낮은 가격’이라고 여겼다.
스위스는 국토를 청정하게 가꾼 뒤 그 이미지를 브랜드로 만들었다. 젖소도 알프스산맥에서 자생하는 약초를 뜯어먹고 자란다고 홍보한다. 필자가 스위스 바젤역에서 열차 환승을 기다리는 동안 들렀던 기념품 가게에는 약초를 입에 물고 요들송을 부르는 젖소 인형이 있었다.그뤼에르 치즈마을은 젖소의 젖으로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순서에 따라 동선을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산 속에서 소들이 먹는 약초와 풀의 향을 맡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올해 스위스 정부가 조사한 ‘국민이 농업에 거는 기대’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된 식량, 절제된 경작을 통한 다양한 동식물상 등이 1, 2위를 차지했다. ‘높은 동물복지 수준’은 6위에 올랐는데, 축산부문에서는 가장 앞선 요구였다.▶각광받는 반려동물산업 : 먹는 축산에서 함께 사는 축산으로
1인가구 증가, 저출산`고령화 등 생활패턴의 변화로 반려동물(Companion Animals) 수와 보유가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인구변화에 따른 문화흐름을 분석,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보고 2016년 7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를 육성하는 정책을 발표, 추진하고 있다.반려동물이 인간의 동반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동물생산·판매업, 펫사료·용품업(의류, 장난감), 서비스업(동물병원, 보험, 미용, 장례, 호텔, 놀이터, 애견카페 등) 등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관리사, 애견미용사, 애견훈련사, 애견사진사 등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고 있다.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은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하는 국제심포지움에서 나왔다. 동물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K.로렌츠가 개, 고양이, 새 등의 애완동물을 반려동물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하면서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 이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반려(애완)동물에 관한 법률은 동물보호법, 사료관리법, 가축전염병예방법, 수의사법 등이 있다. 또, 반려(애완)동물의 사육 및 관리 관련 법률은 민법, 악취방지법, 도시공원법, 경범죄처벌법, 도로교통법, 검역법, 폐기물관리법,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법, 공유수면관리법, 항만법 등이다.동물보호법(제32조 제1항)상 영업과 관련된 반려동물은 가정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사육하는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햄스터 등이다.▶바이오산업 : 이종장기, 각종 의약신소재, 로봇공학에 응용
농촌진흥청은 2016년 12월 돼지 간을 이용해 인간의 장기와 구조`기능이 비슷하면서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이종이식(다른 종간의 장기 이식)용 인공간을 제작했다. 이번 연구는 농진청의 우장춘프로젝트 중 하나로 서울대(강경선 교수)와 강원대가 공동으로 수행했다.연구팀은 돼지 간을 사람에게 이식할 때 면역거부 반응의 원인물질(이종항원)인 이식항원을 없앤 스캐폴드(장기에서 세포를 제거하고 남는 장기의 껍데기)를 제작했다. 스캐폴드는 간 모양을 보존하면서 흰색을 띠고 있다.연구팀은 스캐폴드의 혈관구조 안에 항응고 기법을 처리한 뒤 재세포화(세포를 제거한 스캐폴드에 원하는 세포를 주입해 다시 세포가 들어있는 장기를 만듦)해 생체에 이식했을 때 혈액이 응고(혈전형성)되는 시간과 혈액흐름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혈액응고에 관련된 인자들(THBS1, THBXAS, PLSCR1)의 기능(발현)이 낮아지고 간세포 유전자(ALB, CYP2E1, GPX1, HMGCR, LDLR, CDH1)의 기능이 높아짐에 따라 개선된 결과다. 인공 간의 실용화 가능성을 높여 의미가 크다.연구팀은 또, 탈세포 스캐폴드 유래물질이 줄기세포를 간세포로 분화시키는 효율을 높이면서 간 기능을 증진하는 것도 확인했다. 돼지 피부세포로부터 돼지 유도만능 줄기세포(이미 분화된 체세포로부터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줄기세포)를 생산했고, 탈세포 스캐폴드 유래물질이 유도만능 줄기세포의 간 분화효율을 높이는 것도 확인했다. 또, 재세포화된 스캐폴드의 간 기능이 향상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실험으로 이종장기 이식의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 간 관련 질병은 다른 질환에 비해 사망률이 높다. 특히, 간암 등 난치성 간질환은 장기 이식을 통해 치료할 수 있지만 이식 가능한 공여 장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새로운 지평
영원한 게임체인저, 소비자소비자의 ‘의심’과 ‘요구’도 표준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한국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일본은 2006년 미국과 협상하면서 21개월과 23개월 된 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된 사례를 제시했고, 한국은 2008년 촛불집회를 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했다.
일본에서 광우병이 발견된 소의 뇌를 다른 동물의 뇌에 접종하는 실험을 했지만 전염되지 않았다. 광우병 위험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30개월령이 제시되는 것도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위험하다고 의심하는 것이 과학적 판단을 앞섰다. ‘확증되지 않은 위험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국내 시장개방 과정에서 자리 잡은 한우 등급판정 기준이 건강한 식단을 찾는 소비자들 요구에 따라 변화압력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축산업 시장
미국은 소를 넓은 초지에서 방목해 키우다가 생후 12개월령 전후에 피드랏(feed rot)에 옮겨 곡물사료를 주면서 6개월간 집중 사육한다. 텍사스주 북서부 페리튼(Perryton)에 있는 피드랏에서는 1만3000마리를 소를 비육(살찌우는 일)한다. 농장관리자는 “한국은 31개월까지 키운 후 소를 도축 하지만 미국은 18개월까지만 키운다”며 “더 이상 키우면 한국이나 일본이 수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요구는 축산형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진_ 정연근
을 바꾸는 강력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쇠고기 근육 사이에 지방이 얼마나, 어떻게 분포해 있는가(마블링)에 따라 쇠고기 품질을 측정하던 오랜 관행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지방이 많은 쇠고기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쇠고기 품질기준은 수입개방에 대응해 국내 한우산업을 지키기 위해 만든 생산자 중심기준이다.20~30년 전만 해도 우리의 쇠고기 요리 문화는 탕(국), 불고기 정도였다. 소비자는 이런 음식과 입맛에 익숙했다. 그러나 1992년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등 수입개방에 대비해 국내 한우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모색했고, 쇠고기 등급판정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생산자들은 등급기준에 맞는 한우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했고, 소비자의 입맛과 구매 행태도 변했다.
국거리용 쇠고기의 경우 소비자들은 약간 질긴 듯한 고기를 많이 씹으면서 고소한 맛을 느꼈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더불어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소비문화가 고깃국 중심에서 부드럽고 풍미가 있는 연한 육질의 고기를 구워먹는 문화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는 소비문화의 고급화 현상과 함께 한우브랜드화를 불러와 산업의 획기적 변화를 초래했다.한우사육 농가들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최고의 한우와 한우브랜드를 생산하기 위해 사료와 조사료를 차별화하고, 등급제 맞춤 한우를 생산해 안정적 경영기반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게 됐다.도축한 소의 품질 등급을 판정하는 기준은 그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제·개정됐다. 정부는 1992년 육질등급 1, 2, 3등급으로 출발해 1997년 육질 1+ 등급을 신설해 4개 등급으로 나눴다. 1999년과 2001년에는 육질등급판정 항목 기준 중 조직감, 성숙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개정했다.
2004년에는 육질 1++등급을 신설해 5단계 육량지수 개정작업을 거쳤다. 2011년 10월에는 육량등급별 육량지수 범위를 조정해 못 먹는 지방질을 줄이고 고기 생산성을 높여 생산비 절감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줬다. 등급제는 근내지방도(마블링)에 따른 예비등급을 기초로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 등 항목의 품질을 종합해서 판정하고 있다.현재 시행 중인 소도체 등급 판정에서 육량기준은 A, B, C 3단계다. 이런 등급 체계는 한우 품질개량을 촉진시키고 수입쇠고기에 대비한 품질 경쟁력을 높여 한우산업 성장에 기여했다.
소비자들이 악취나고 지저분한 축산시설을 혐오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국내 양돈농가들이 아름다운 농장을 가꾸겠다며 주민들을 초대해 음악회를 열었다. 사진_ 정연근
한우시장에서 고품질 점유율은 2010년 27.2%에서 2014년엔 31.2%로 상승했다. 국민 1인당 소비량도 2011년 8.8kg에서 2014년엔 10.8kg으로 늘었다. 구제역, 수입축산물 개방 등 악조건에서도 차별화된 소비시장이 형성돼 한우농가 소득에 기여했다. 그러나 건강한 식단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한우에 대한 소비자 요구도 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축산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축산물 품질을 구성하는 요소 중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째 요소는 안전성 둘째는 영양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산 축산물과 수입 축산물을 비교했을 때 쇠고기의 경우 신선도 측면에서 수입산보다 국내산의 품질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축산물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빈곤시대에는 영양이 부족했기 때문에 식사의 일차적 목적은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풍요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먹거리에 관심이 높아졌고, 구매 행태도 변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은 쇠고기 구이문화에 적합한 마블링 중심의 한 등급기준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마블링은 미각과 풍미를 가져다주지만, 동물성 지방인 포화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커지고 있다. 언론 보도도 소비자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전주MBC ‘육식의 반란 – 마블링의 음모’)지금까지 등급제에서는 조리법이나 용도별 선택을 위한 정보제공이 소홀했다. 구이문화에 적합한 정보만 제공해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생긴 것이다. 마블링이 많은 1++ 고기가 고급육이고 가격도 비싸다는 식의 생각이 자리잡았다.생산자들은 이에 맞는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육구조를 바꾸었다. 우수한등급을 받기 위해 곡물 사료를 주로 먹이고, 장기간 살을 찌우면서(비육) 생산비가 높아졌다. 이는 소비자의 가격부담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는 비싼 고기를 쉽게 사먹을 수 없었고, 시장은 대중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블링 위주의 쇠고기 등급기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그림의 떡’처럼 먹고 싶어도 비싸서 먹을 수 없었던 고급육에 대한 개념이 변하고 시장도 바뀌고 있다. 소비자는 등급제 개선을 통해 건강과 비용에 대한 이중적인 문제를 해결하라는 화두를 던졌다.한우산업계는 수입쇠고기와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목표를 중심으로 제도를 정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가는 시장구도로 전환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는 과거처럼 무조건 우리 것, 국산만 찾지는 않고 있다.
새로운 지평
새로운 상상한반도 공동식량생산정책과 축산김정은 북한국방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 전개한 대대적인 자연개조사업 ‘세포등판’ 개간사업은 축산단지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다. 축산업을 통해 남북이 대립과 불신의 관계를 평화와 우호의 관계로 바꿔갈 수 있는 가능성이 부각됐다.
세포등판은 강원도 북측지역 세포군 평강군 이천군에 있는 대규모 고원지대다. 휴전선에서 12km 거리에 있고, 철원군과 가깝다.이곳은 일제가 군마를 키우던 말목장이었다. 해방 이후인 1946년엔 양목장, 1948년엔 종합목장, 1980년대엔 해외동포가 기증한 소를 키우던 곳이었다.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9월 이곳을 개간해 축산단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대관령 삼양목장의 25배 면적(약 5만ha)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유학하며 스위스의 선진 목축업을 체험했다.최윤재 서울대 교수는 2015년 국민축산포럼에서 세포등판 축산기지를 남북한 한우송아지 공급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와 농협(축협)이 함께하는 방안이다. 남북 관계가 얼어붙어 이런 제안들은 책상 서랍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무산됐지만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다시 제안 취지를 살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지도자들이 모두 강한 리더십을 특징으로 한 ‘스트롱 맨’들인 데다 동북아 정치·외교 무대가 한국을 제외한 채 진행(코리안 패싱)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고착되기 전에 축산인들이 남북경제공동체를 위한 의미있는 제안을 하는 게 필요하다.실제 남북의 상이한 조건은 양측의 협력으로 실질적 성과를 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축산업 입지에 대해 남측은 포화상태인 데다 악취 등 민원이 거세 갈 곳이 없는데 북은 권장하고 있다. 가축질병도 남측엔 바이러스나 균이 산재해 있는 반면 북엔 청정 격리지역이 존재한다. 남측의 축산분뇨가 환경오염의 주원인으로 전락했다면 북은 유기질 비료가 부족한 상태다.
2007년 남북농업협력의 경험을 돌아보면 북측 인사들의 배우겠다는 열의는 뜨거웠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끊기기 전의 일이다. 2007년 10월 4일 금강산 성북리협동농장의 양돈장에서 일하던 북측 일꾼들은 남측에서 온 진길부 도드람양돈조합장(당시)을 맞아 어려운 스승을 대하듯 했다.진 조합장이 양돈장을 둘러보며 관리대장을 기록한 양식이 잘못됐다며 이것저것 지시하자 깍듯한 모습으로 받들었다.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모습이 절실했다.진 조합장은 지난 2000년 남측의 농업계가 남북농업협력을 위해 구성한 (사)통일농수산에 참여해 금강산 및 개성 일대의 양돈사업을 지도했다. 이날
스위스 알프스산맥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에서 본 전원풍경 모습. 축산농가들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작은 농가에서 산양 등을 키우고 있다. 주위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축산을 하고 있다. 한국은 국토면적의 64%가 산지여서 산을 활용하거나 산과 조화를 이룬 축산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산지축산정책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사진_ 정연근
은 3차 통일벼베기사업 일원으로 참석해 벼베기를 끝낸 후 북측의 협동농장을 둘러봤다.
진 조합장은 “북측 사람들은 기술수준이 떨어져 있지만 배우겠다는 열의는 남측 사람들보다 훨씬 강렬하다”고 당시 참석한 사람들에게 말했다.실제 통일농수산사업단과 북측 협동농장이 공동영농을 한 이후 북측의 양돈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종돈을 생산성이 높은 종류로 교체하고, 정기적인 사료급식으로 효율성을 높이며, 전담 수의사를 육성해 위생방역수준을 향상시켰다.그 결과 공동영농사업 전에 마리당 60~70kg에 불과했던 출하중량이 110~120kg으로 늘어 현대적 양돈 수준에 근접했다.어미돼지 한 마리당 돼지 출하두수(MSY)는 20~21마리까지 늘었다. 이는 남측의 평균 수준인 14~15두보다 높다. 남측의 최고 수준 양돈 농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필자도 통일벼베기에 참석해 북의 협동농장을 돌아볼 수 있었다. 금천리협동농장에서 북측 일꾼들은 남측에서 보내준 자재와 기술로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있었다. 하우스 동과 동 사이의 작은 공간도 놀리지 않고 배추 등을 심어놓은 게 눈에 띄었다.통일농수산사업단이 지난 2005년부터 금강산 및 개성지역에서 전개한 공동영농사업은 △식량생산증대 △영농기반강화 △농업기술개선 △지역소득원개발 분야 등으로 구성됐다.각 분야는 18~20개의 세부사업을 포함했다.남북 공동영농사업은 북측의 협동농장을 대상으로 한 농업개발협력 시범사업이었다. 금강산지역 공동영농사업은 금강산이 있는 강원도 고성군 소재 삼일포협동농장과 금천리협동농장 그리고 주변 9개 협동농장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개년 계획으로 추진됐다.
고성군에 있는 11개 협동농장 가운데 삼일포 및 금천리협동농장은 전체 경지면적을 대상으로 사업을 했고, 인근 9개 협동농장은 소규모 시범구역을 대상으로 했다. 이 사업은 2008년 유지·관리에 필요한 최소 수준의 사업만 진행하다 그해 7월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중단됐다.개성지역 공동영농사업은 개성시 소재 송도리협동농장에 다양한 사업을 집중시켰고 기계화영농단 등과 같은 방식으로 주변 협동농장에 파급효과를 내도록 설계됐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개년 계획으로 시작했지만 역시 박왕자씨 사건 이후 중단됐다.이병호 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는 “당시 공동영농작업을 통해 남북이 서로 신뢰의 기반을 쌓아가고 있었다”며 “정치·군사적 긴장과 관계없이 남북의 농업협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참고자료 -
1) 총·균·쇠. 재러드 다이아몬드 지음. 문학과 사상2)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사3) 대혼란-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 앤드류 니키포룩 지음. 알마4) 인간이 만든 질병 구제역. 아비가일 우즈 지음. 삶과 지식5) 돼지가 사는 공장. 니콜렛 한 니먼 지음. 수이북스6) 농업전망2017. 한국농촌경제연구원7) 업무편람(2016년).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
8) 이래서 축산이다. 남성우 지음. 탑미디어9) 2014~2016 구제역백서. 농림축산식품부10) 2010~2011 구제역백서. 농림축산식품부11) 한국축산 이대로는 안된다. 국민축산포럼12) 농협 축산경제사업 주요통계(2016년). 농협축산경제.13) 현대축산과 인간. 최윤재. 국민축산포럼14) 2001년 영국 구제역 재앙의 교훈-방역에서 환경문제까지. GS&J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