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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시 합격색 31명 릴레이 인터뷰
31人 31色멘토들의 합격기를 소개합니다!생생한 인터뷰 현장 전격 공개!내일교육 유튜브006 학생부 축소·자기소개서 폐지
교과 평가·면접 강화되나인문·사회·상경 계열
014 가톨릭대 특수교육과 배해리 | 경기 원종고장애인들이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자리 잡도록 돕고 싶어요018 고려대 국제학부 장수영 | 경기 용인홍천고<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읽으며 국제구호활동가 꿈꿨어요022 고려대 사학과 손윤나 | 경남 남해해성고깨진 채 출토된 수막새에 마음이 아파 삼각함수를 이용, 복원에 도전했어요026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최권녕 | 서울 하나고038 서강대 경영학부 김태훈 | 대전 대신고
스포츠 마니아, 경영학을 만나다042 서울대 경제학과 한찬희 | 경기 인창고수학 역량 키우려 <기하> 이어 <미적분>까지 도전했어요046 서울대 심리학과 이주민 | 경기 양명여고인간의 본질 탐구하는 심리학, 뇌·유전자 이해하려 <생명과학Ⅱ> 선택했어요050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김예지 | 경북 북삼고노력한 자신을 마케팅하는 것, 학생부 종합 전형의 준비 과정054 성신여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양수연 | 서울 광양고합격의 비결은 대화하듯 이어진 면접 덕분058 이화여대 사회복지학전공 황효진 | 서울 동대부여고사회복지 정책 연구로 누구나 행복을 누릴 수 있게062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최윤서 | 경기 화수고인문 자연 예술 넘나든 호기심으로 창작 콘텐츠의 매력에 빠지다066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조원빈 | 충남 논산대건고지리 마니아, 도시계획 전문가를 꿈꾸다Contents
자연·공학·의학 계열
072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신서현 | 인천 초은고친환경 위한 행동 변화의 출발점 ‘알리는 것’, 환경 전문 기자 꿈꾼 이유076 건국대 화장품공학과 유은준 | 경북 오천고피부 트러블 원인과 친환경 화장품 관심, 과학 교과로 구체화했죠080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정은아 | 경북 경주여고문화재보존과학 향한 디딤돌, 수업-동아리 넘나든 탐구 활동084 광주과학기술원 허수용 | 서울 마포고리얼 메타버스의 세계, 제 손으로 만들고 싶어요088 덕성여대 과학기술대학 김민경 | 인천 학익여고수학 교사 꿈꾸며 달려온 고교 3년, 선택 과목과 수학의 교집합 찾기092 서울대 산업공학과 윤성환 | 서울 한영고배워야 하는 과목, 배우고 싶은 과목은 아쉬움 없이 선택했죠096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양예인 | 서울 용문고
생활 속 아이디어 발명품으로 구현하게 해준 일등공신, 프로그래밍100 서울과학기술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 임동현 | 대전 대신고인간의 뇌 모방한 지능형반도체 연구로 기술 한계 극복하고 싶어요104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조윤진 | 강원대사범대학부설고동물 실험 대체하는 인공생명체 만들고 싶어요108 숭실대 기계공학부 최지웅 | 광주 숭덕고레고부터 주식, 스마트팜·인공지능까지 호기심 만렙 기계공학도112 인하대 전기공학과 이예림 | 충남 당진고똑똑한 전력망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관심이 전기공학으로116 조선대 약학과 배현지 |전남대사범대학부설고유전자 핀셋으로 접한 의생명과학의 세계, 의대 넘어 보건 분야 진로 알려줬죠120 켄텍(KENTECH) 이선아 | 경북 사곡고미래에너지 향한 꿈, 스팀 수업·동아리 속 탐구·실험으로 다졌죠124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방다원 | 강원 문막고소규모 학교의 어려움, 공동 교육과정과 소인수 수업으로 극복했어요인천글로벌캠퍼스
130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이승원 | 전남 여수고고교 3년간의 슬기로운 탐구생활 환경 지키는 ‘적정기술가’ 꿈꾸는 계기였죠134 한국뉴욕주립대 응용수학통계학과 류제건 | 위즈덤글로벌스쿨수학은 이공계의 뿌리,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에요138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 조현우 | 인천외고정치·안보 향한 관심이 영어 실력에 더해져 국제학으로 결실 맺어
<내일교육>의 ‘핵인싸’ 기사
수시 합격생 인터뷰를 유튜브로!합격생 선배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유튜브 앱 아이콘이 표기된 합격생 5명의 기사에는 <내일교육> 유튜브 채널에 탑재된 인터뷰 영상 QR코드를 함께 실었습니다.수시 합격생 인터뷰를 온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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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nilue
<내일교육>은 ㈜내일신문에서 발행하는 교육 전문 주간지입니다. 수시 전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해마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을 릴레이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31人 31色 멘토들의 합격기를 소개합니다!>는 이 연재 기사들을 한데 모은 특별판입니다.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진로·진학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서강대학교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WEEKLY THEME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 축소·자기소개서 폐지
교과 평가·면접 강화되나2024학년 대입은 자기소개서가 폐지되고 학생부 기록도 축소됩니다. 2022학년부터 시행된 방과 후 활동 미기재에 이어 2024 학년에는 영재·발명교육 실적이 대입에 미반영됩니다. 자율동아리 활동도 미반영, 청소년 단체 활동과 소논문은 미기재 사항입니다. 이에 더해 개인 봉사 활동 실적과 수상 경력, 독서 활동도 모두 대입에 반영되지 않죠. 미기재는 학생부에 기록을 하지 못하는 것이고, 미반영은 기록은 하되, 대입 평가에서 반영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2022학년부터 학생부 기록 사항은 축소되어왔지만 2024학년은 그 범위가 가장 큽니다. 올해 수시에서부터 축소된 학생부 기록을 통해 학생부종합전형 평가가 시작되는데요. 대학도 고민이 없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충분한 대비가 됐다는 입장입니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올해 학생부종합전형은 계열에 맞는 과목 이수와 학생부에 드러난 교과별 학업 역량이 평가의 주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취재 조나리 기자 jonr@naeil.com도움말 강경진 입학사정관(서강대학교)·권영신 입학사정관(성균관대학교)·문현정 교사(서울 숙명여자고등학교)박정선 입학사정관(연세대학교)·방유리나 입학사정관(건국대학교)·최미정 입학사정관(고려대학교)학생부 축소? 더 중요해진 학생부
2022학년부터 이어진 학생부 축소“학생부 기록 덜어내는 연습돼 있다”올해 학생부종합전형 평가를 앞두고 대학들은 대체로 이전과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대 입학처는 “작년에도 평가 항목이 미기재되거나 미반영된 부분들이 있었다”면서 “축소되는 부분을 고려해 평가 요소를 개편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올해도 또 축소된 부분이 있지만 미리 예고된 만큼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각 전형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기초적인 영역을 중심으로 평가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건국대 방유리나 입학사정관도 “학생부 기록을 통해 평가하는 방식은 동일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기록들로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면서 “자기소개서와 수상 경력이 들어오지 않는 부분은 아쉽지만 수상 경력도 참고 사항일 뿐, 결국 크게 바뀐 건 아니라고본다. 특히 학생부는 자기소개서가 폐지된 지금, 더 중요한 자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건국대 경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5개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 공통 평가 요소 및 항목 개선 연구>를 통해 서류 평가에 필요한 평가 요소와 평가 항목, 세부 평가 내용을 재정리한 바 있다(표 1). 이는 학생부 기재사항이 점차 축소되는 상황과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인한 고교 교육 변화에 따라 평가 기준을 새로 정립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당 자료는 5개 대학의 정책연구 자료일 뿐, 대학마다 세부적인 평가 기준은 다르다. 다만 이들 대학이 연구 결과 자료를 각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한 만큼, 고교는 물론 타 대학에서도 신뢰도 높은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5개 대학이 2024학년 학생부종합전형 평가를 위해 개선한 평가 요소 및 평가 항목에 따르면 주요 변화는 학업 역량과 전공 적합성이다. 학업 역량은 평가 항목에서 기존 탐구 활동이 탐구력으로, 전공 적합성은 진로 역량으로 평가 요소가 변경됐다. 5개 대학은 각 평가 항목의 정의도 새로 정리했다(표 )2.표 1_ 5개 대학 공동 연구 자료 <학생부종합전형 공통 평가 요소 및 평가 항목>
기존
표 2_ 5개 대학이 발표한 학생부종합전형 학업·진로 역량 평가 항목 세부 설명
2024학년 주요 변화는 학업·진로 역량
결국 대폭 축소된 학생부 기록에서 평가의 관건은 고교 교육과정에서의 전공(계열)에 필요한 교과목 이수(이수 노력)와 성취도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연세대 박정선 입학사정관은 “평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로와 관련해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려고 노력했는지와 학업적 성취가 될 것”이라며 “단순히 관련 과목을 이수했다가 아니라, 왜 그 과목을 이수했는지, 그리고 그 과목에서 어떤 노력을 통해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볼 것” 이라고 말했다.2024학년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 요소를 새로 정리한 5개 대학 이외에 상위권 대학에서도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서강대 강경진 입학사정관은 “지난 2년 간 대입 평가에서부터 다른 요소들을 비워내는 연습을 선제적으로 해왔다”면서 “대신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기록에 집중해왔다. 올해 평가를 거쳐봐야 더 명확해지겠지만, 평가 기조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희망 전공에 맞춰서 무언가를 했다’ 가 아니라 그 활동에서 나름의 학업적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면서 “결국 학교 수업이 가장 중요하다. 수업 안에서 과제들을수행하면서 기울인 노력이나 학업적 성과, 성취도를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권영신 입학사정관도 “교과 학습 발달 상황 항목이 평가 요소에서 커질 것 같다”면서 “학생부 종합전형은 정성 평가인 만큼 본인이 희망하는 모집 단위와 관련해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학교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과목이 생길 수 있고, 그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 다만 이수한 과목은 최선을 다해 성취도를 높이는 게 바람직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평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로와 관련해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려고 노력했는지와 학업적 성취다. 단순히 관련 과목을 이수했다가 아니라, 왜 그 과목을 이수했는지, 그리고 그 과목에서 어떤 노력을 통해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다.영향력 커지는 세특과 면접
“세특, 자기소개서·수상 경력 대체할 것”대학에서는 물론 고교에서도 2024학년 학생부종합전형의 관건은 세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특은 학생부의 ‘교과 학습 발달 상황’ 항목에서 담당 교사가 학생을 관찰한 후 수업 태도나 역량, 교과와 연계해 수행한 활동을 기록한 것이다(표 3). 세특은 대학이 교과 성적 외에 학생의 학업 역량과 학업 의지, 탐구 역량, 성실성 등을 살필 수 있는 대표적인 자료다. 또한 세특은 모든 과목에 기록되기 때문에 대학은 학생의 전체적인 학습 태도를 관찰할 수도 있다.권 입학사정관은 “학생부 기록이 축소됐다고 하지만,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은 늘어났기 때문에 세특에도 다양한 내용이 담길 수 있다”면서 “특히 수상경력 같은 우수성을 드러낼 활동을 세특에 충분히녹여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입학사정관도 “수상 경력이 빠진 것은 대학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때문에 고교 생활의 성실성이나 학업적 성취, 타인과 협력하는 태도 등이 이전보다 평가에서 더 중요해질 텐데, 그런 기록이 세특에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고교 교사들도 세특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 숙명여고 문현정 교사는 “미반영과 미기재를 잘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서는 목록은 기재하지만 대입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요즘 도서관에 학생들이 정말 많이 줄었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독서 활동은 교과와 연계된 활동일 경우 세특에 기록할 수 있는 만큼 무시해도 될 사항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또 “수상 경력도 ‘대회’라는 성격만 덜어낸다면 얼마든지 교과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이전에는 대회라고 하면 학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했는데, 수상과 관련 없는 활동이라면 참여율도
표 3_ 학생부 교과 학습 발달 상황 항목
[진로선택 과목]
서류 기반 면접과 제시문 기반 면접
서류 기반 면접은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에서 질문을 추려내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지원자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제출한 서류에 과장된 요소가 없는지 검토하는 기능도 있어, 지원자는 면접 전 서류에 기록된 모든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제시문 기반 면접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일부 대학과 의과대학에서 주로 실시하는 면접으로, 주제 질문을 미리 지원자에게 배부한 뒤 면접을 진행한다. 제시문 기반 면접은 대학 홈페이지 등에 기출문제를 공개하고 있으므로, 참고하는 게 좋다. 또한 매년 발표되는 대학별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는 대학별 고사에 대한 평가 기준과 출제 목적이 명시되어 있어, 대학별 특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서류 기반 면접 출제 사례
경영학과
Q. 학생부를 보니 인사관리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Q. <확률과 통계> 시간에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배웠다는 기록이 있다. 내용이 뭔가?오를 것이고, 그렇다면 오히려 학습 의지나 탐구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사는 “과거 학생들은 수상 경력에 대한 부담이 컸다. 수상 경력이 없으면 전공 적합성에서 차별점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생각에 대체제로 논문을 쓰는 경향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학생들이 수준 높은 논문을 써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앞으로는 한 가지 전공과 관련한 교과목 이수나 활동과 같은 ‘전공 적합성’이 아닌 계열별 학업 역량을 살피기 때문에 전공 선택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은 줄었다고 본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학교 수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학생부 기록 축소, 면접 영향력 커진다학생부 기록이 여전히 중요하더라도, 수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든 학생부 기록으로 변별을 가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우려는 학생 간 격차가 크지 않은 상위권 대학일수록 더 크다. 더욱이 올해는 대폭 줄어든 학생부 기록으로 첫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이를 보완할 장치도 고심하고있다.
고려대 최미정 입학사정관은 “세특 기록은 평가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올해는 변별을 가리기 힘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면서 “면접을 강화하는 쪽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물론 면접 강화가 대학별 고사 강화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긴 하지만, 과목 선택이나 세특의 중요성만 너무 강조할 경우 자칫 고교에 과목 개설을 늘리라거나, 학생에게는 어려운 보고서를 쓰라는 식의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면서 “기본은 충실한 교과 이수다. 다만 계열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면접강화도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방 입학사정관 역시 “자기소개서가 폐지됐지만 면접은 있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면접 준비도 충실히 하는 게 좋다”면서 “자기소개서에 담으려 했던 내용을 면접에 녹여내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면접 준비를 통해 그간의 학교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건국대학교
2022수시합격생 31명 릴레이 인터뷰
31인 31색 멘토들의 합격기를 소개합니다!인문·사회·상경 계열
014 가톨릭대 특수교육과 배해리 | 경기 원종고018 고려대 국제학부 장수영 | 경기 용인홍천고022 고려대 사학과 손윤나 | 경남 남해해성고026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최권녕 | 서울 하나고030 경기대 관광학부 안채연 | 경기 송호고034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이현수 | 강원 양양고038 서강대 경영학부 김태훈 | 대전 대신고042 서울대 경제학과 한찬희 | 경기 인창고046 서울대 심리학과 이주민 | 경기 양명여고050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김예지 | 경북 북삼고054 성신여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양수연 | 서울 광양고058 이화여대 사회복지학전공 황효진 | 서울 동대부여고062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최윤서 | 경기 화수고066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조원빈 | 충남 논산대건고INTERVIEW 1
배해리가톨릭대 특수교육과(경기 원종고)장애인들이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자리 잡도록 돕고 싶어요
<내일교육> 유튜브 채널에서 생생한 인터뷰 영상을 만나보세요!
학창 시절 내내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를 다녔기에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던 가톨릭대 특수교육과 배해리씨. 고등학교 때는 특수학급 도우미를 하며 직업 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덕분에 장애인의 직업 교육 효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장애인의 직업 교육 효과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관련 탐구 보고서를 썼고, 자원봉사센터에서 장애인을 돕는 봉사 활동을 하면서 장애인의 능력 개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직업 특수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이의종초등학교 때부터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던 해리씨는 딸을 안쓰러워하는 아버지가 마음에 걸렸다.
“어렸을 때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머무는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가 되고 싶었고 이후에는 유치원 교사, 특수학교 교사로 진로 희망이 바뀌었는데요. 아버지는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는 정신적으로 힘들고, 유치원 교사는 돌봄을 많이 필요로 하는 너무 어린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데다가 학부모를 직접 상대할 일이 많아 힘들지 않겠냐며 조심스럽게 말리셨어요. ‘다른 직업을 가지면서 봉사 활동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데 그렇게 하면 어떨까’라고 말씀하셨죠. 학창 시절 내내 그렇게 설득하셨어요. 특수학교 교사라는 진로는 고3 올라갈 때쯤 늦게 결정했는데요. 아버지도 제 생각을 바꿀 수 없다고 느끼셨는지 어느새 이해해주셨어요.”특수학급 친구들 도우며 장애인 직업 교육 효과 경험
해리씨는 초·중·고 내내 특수학급이 개설돼 통합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에 다녔다. 같은 반 친구들 중 특수학급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그들과 함께했다. 그리고 친했다. “00이는 왜 특수학급에 가?” 라고 해리씨에게 물어올 정도로 겉으로 봐서는 특수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친구도 있었다. 사회성이 좋아 친구들과 잘 어울렸지만 학습 장애가 있는 친구였다. 또 발달 장애가 있어 단순한 작업 수행조차 어려운 친구들도 있었다.“친구들의 장애 정도가 달랐는데요. 특수학급 선생님은 개인의 특성에 맞춘 놀이 교육과 상담 등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도록 도우셨어요. 또한 사회에 나가면 직업인으로 활동해야 하니까 외부 강사를 초청해 바리스타 직업 교육을 실시했는데요. 커피를 내리는 일이 가능한 친구와 가능하지 않은 친구들로 나뉘었어요. 교육을 받은 친구들은 직접 음료를 만들었고 음료 만드는 일이 어려운 친구들은 학교 선생님들께 갖다 드리는 연습을 했죠. 현장에 나가면 서빙이 필요하기도 하니까요. 선생님들은 처음에는 커피를 내리는 것만도 대견해하셨는데 스무디 등 여러 음료를 만들면서 성장하는 친구들을 지켜보며 ‘이런 음료까지 만들거라고 기대하진 못했다’며 대견해하셨죠.”
참여관찰법으로 탐구 보고서 작성
직업 교육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한 해리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장애학생들의 직업 교육 현황 및 결과’라는 주제로 탐구 보고서를 썼다. 철저히 발로 뛰어 작성한 보고서였다.“<사회·문화> 시간에 자료 수집 방법에는 면접법, 참여관찰법, 문헌연구법이 있다고 배웠는데요. 보고서를 쓰다 보니 제가 특수학급 도우미를 하면서 친구들의 일상 속 행동을 관찰, 기록해 자료를 수집한 참여관찰법을 사용했더라고요. 친구들의 직업 교육을 지켜봤고, 특수학급 친구들의 성장을 도와준 여러 선생님들의 인터뷰도 담았기에 좀 더 생생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인천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발표한 장애인 직업 교육의 목표, 과정, 실제 취업 결과 논문등도 인용했어요.”
해리씨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교내 탐구 보고서 대회에서 1등상인 최우수상을 받았다.“장애인의 직업 교육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직업 교육의 효과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랐어요. 그래야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죠. 간혹 장애인들이 커피를 만드는 카페를 볼 수 있는데, 조금 느리다고 답답해하지 말고 기다려주면 좋겠습니다.”코로나 상황에서도 계속된 봉사 활동해리씨가 2학년이던 2020년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등교조차 제대로 못했던 시기였다. 당시 상황을 반영해 대학에서도 대입에 봉사 시간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때도 105시간의 봉사를 했다. 자원봉사센터에서 장애인 직업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습과 놀이 보조를 했다.또한 교내 봉사 동아리에서 하는 봉사는 시간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동아리 부장이던 해리씨의 아이디어로코로나 상황에서도 비대면 봉사를 이어나갔다.
“동아리에서 1학년 때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 댁으로 찾아가는 봉사를 했어요. 저희들을 예뻐해주셨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못 가니 답답하더라고요. 개인 위생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천연 비누, 손소독제 등을 동아리 부원들과 직접 만들고 손편지를 써서 어르신들께 전달했어요. 대면이 어려워 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전했죠. 첫 봉사 후 한 할머니께서 직접 교무실로 찾아가 감사의 마음을 담은 답장을 남겨두고 가셨는데 어찌나 기쁘던지요. 더 신이 나서 물품을 제작하고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장애인 친구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
직접 기획한 봉사 활동이 무사히 진행되자 학생회 일원이기도 했던 해리씨는 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에도 비대면 활동을 제안했다. 취소될 예정이었던 동아리 발표회를 영상 발표회로 전환하도록 이끌었다.“동아리 학생 기획단 예능 공연 총괄을 맡아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준비했습니다. 최소한의 인원만 무대에 서고 대부분의 학생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했지만, 실시간 투표와 즉석 퀴즈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었어요. 코로나19로 침체된 학교생활에 활력을 불러일으켰다는 성취감이 느껴졌습니다.”해리씨는 교내 창업 대회에도 참가해 수상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음료 선택을 돕는 아이디어였다.“캔 음료에는 점자로 ‘ 음료’라고만 표기돼 있어요. 어떤 맛의 음료인지, 탄산이 포함돼 있는지 등 시각장애인들이 음료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죠. 안타까운 마음에 음료 정보를 상세히 담은 점자스티커를 만들어 캔에 부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장애인 친구들과 긴 시간 함께하면서 그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좀 더 보이더라고요. 특수교육 교사가 돼 그들이 삶의 주체이자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탐구 보고서 ‘장애학생의 직업 교육 현황 및 결과’ 발표 자료. 장애학생의 직업 교육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했으며 직업 교육의 효과를 강조했다.
교내 창업 대회 발표 자료. 캔 음료에는 점자로 ‘음료’라고만 표기돼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생각해낸 아이디어였다. 음료 정보를 상세히 담은 점자 스티커를 만들어 캔에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콜라 사이다 아메리카노 라테 식혜 등 음료의 종류와 가격 표시 스티커 등을 제작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사회> 인간과 자연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생태중심주의 관점을 피력하며 이미 많은 개발로 훼손된 상태에서 인간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더 이상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근거와 함께 논리적으로 제시함, <체육> 단체 수행평가 시 급우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보임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언어와 매체> 아동학대와 소년범을 주제로 한 생각 쓰기 활동에서 법을 강화해 처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 사전 교육과 같은 방안을 강구해야 함을 논리적으로 피력함, <영어> 글쓰기 활동에서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 있는 삶을 살겠다는 각오를 다양하고 적절한 어휘로 작성함, <세계사>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흑인 노예들의 삶 등에 아파하고 현재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을 찾는 모습을 보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에 분노하고 비판하는 정의감을 가짐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확률과 통계> 아동학대와 관련해 ‘아동학대 비율과 대처 방안 및 태도’를 주제로 선정해 탐구 활동을 함, <영어독해와 작문> ‘장애인 문화’를 주제로 한 심화 탐구 활동에서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인식 문제 해결을 위해 언론과 교육자의 역할을 강조함, <생활과 윤리> ‘명품 피아노 누가 가져야 할까’라는 질문에 롤스, 마이클 샌델, 마르크스 등의 정의론을 들어 잘 설명함, 롤스의 주장처럼 사회적 약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실질적 평등 실현에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는 견해를 피력함선택과목
▒ <사회·문화> 교사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학생들과 함께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도 작은 사회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회·문화가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한 과목이다. 다양한 사회 이론을 배우며 사회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됐고, <사회·문화>에서 배운 자료수집법 중 면접법, 참여관찰법은 탐구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도움이 됐다.
▒ <정치와 법>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사회복지는 정치의 영역이라 생각해 선택했다. 유치원 교사 진로도 생각했기 때문에 주제 탐구 학습을 할 때 ‘국공립 유치원 확대’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했다. 유치원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공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심화국어> 평소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국어 공부를 깊게 하고 싶어 선택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고 ‘소수자는 누구일까’라는 서평을 작성했다. 책을 읽으면서 다문화아동과 특수아동들의 통합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사회복지로 관심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INTERVIEW 2
장수영고려대 국제학부(경기 용인홍천고)<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읽으며 국제구호활동가 꿈꿨어요
초등학교 때 101가지 직업을 소개하는 책을 읽으며 국제구호활동가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지구 반대편에서 내 또래 또는 나보다 어린아이들이 영양실조를 앓는 모습에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씨가 국제구호활동가에 관심이 있다고 하자 어머니는 어린이를 위한 한비야 작가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건넸다.굶주림과 질병, 오랜 내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내’가 아닌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여름방학 때 서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를 찾았고,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에서 개최한 채용 설명회에 고교 때 참가해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방법, 국제구호활동가에게 필요한 역량, 외국어 우선순위 등을 알아가며 진로를 탐색했다. 국제학부에 진학해 국제구호활동가에 한발 다가선 수영씨의 고교 3년간의 열정을 담았다.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고교 때 국제기구 채용 설명회 참석, 진로 구체화
국제구호활동가로 진로를 생각하며 자연스레 월드비전, 유니세프, 코이카 등 국제기구에 관심을 가졌다. 고1 여름방학 때 서울에 있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를 찾아 국제기구의 역할, 유니세프의 국제사업을 알아가면서 막연함이 구체화됐다.“고등학생이 돼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다시 읽었는데 예전과는 느낌이 달랐어요. 어렸을 땐 한비야 작가님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막연히 한비야 작가님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고등학생이 돼서는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중 하나로 좋아하던 카페 음료를 줄여 정기후원을 시작했고, 동화책 번역,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영어 통역 등 여러 봉사 활동을 했어요. 음료 한 잔 값이면 깨끗한 물을 전할 수 있고 위생 교육, 펌프 보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죠.”한비야 작가가 영어영문학과 출신인 걸 알고 영어영문학과도 잠시 염두에 뒀지만, 외국어 능력은 전공하지 않아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정치외교학과나 국제학부에 진학해 국제정세나 법에 관심을 갖고 나라 간의 개발이나 협력 등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배우는 게 진로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이 섰다.
“고1 때 코이카에서 진행한 채용 설명회에 가본 적이 있어요. 그때 유엔 사무국 안보국에 계셨던 교수님께서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방법을 강의하셨는데 지금도 그때 찍었던 PPT 자료를 가지고 있어요. 국제기구에서 많이 사용하는 외국어, 인턴십 등 여러 정보를 얻었어요. 학교 밖 행사라 개인적으로 참여했지만, 이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국제구호 활동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런 경험은 진로 체험 보고서 대회에서 진로 로드맵을 비롯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요.”<스페인어회화> <세계사>
배우고 싶은 과목은 주저 없이수영씨는 채용 설명회에서 강대국의 식민지였던 나라 중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 이들 언어가 영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공동 교육과정 과목을 살펴보다 스페인어 회화를 발견하고 주저 없이 신청했다.“고2 1~2학기에 수강했어요. 타교에서 진행돼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잘 배워둔 과목이에요. 스페인어뿐 아니라 스페인어를 널리 사용하게 된 배경, 스페인 문화도 배우면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여러 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국제학부에서는 스페인어를 필수로 이수해야 하거든요.”수영씨는 <세계사>를 통해 세계 흐름, 국가 간의 관계 등으로 관심을 확장해나갔다. 인종차별이나 이주민, 난민 문제들도 굵직한 전쟁이나 사건들로 인한 세계 경제, 국가 간의 관계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경제수학>은 <미적분>과 2개 중 선택이라 어쩔수 없이 배웠지만 너무나 재미있었던 과목이었다.
“수학 성적이 다른 과목보다 좋지 못했어요. 수학이란 학문은 배우긴 어려운 데다 실제 우리 생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경제수학>은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경제>를 선택하진 않았지만 <경제수학>을 공부하면서 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고, 관세를 배울 때 무역과 연계할 수도 있었죠.”난민 거부, 잘못된 정보에서 온 편견 바로잡아야“이주민, 난민에 대한 편견은 잘못된 정보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도 제주도 난민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가장 큰 반대 이유가 난민 수용이 범죄로 이어진다는 논리였어요. 난민 수용과 범죄 비율 증가 관련 데이터는 찾을 수 없는데 말이에요. 가짜 뉴스나 정보들이 편견을 심화시킨 거죠.”수영씨는 수행평가나 자유 주제 탐구 기회가 있을 때면 친구들의 인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해 외국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교한다거나 전쟁뿐 아니라 이상 기온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강대국의 개발로 터전을 잃은 난민들의 현실, 인종 차별에 대한 인식 등 국제사회가 안고있는 문제들을 다양한 각도로 접근했다.
“외국인 노동자에 관심을 가질 때쯤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을 보게 됐어요. 고용허가제는 정해진 기간에 지정된 사업체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이주노동자에게 취업비자를 내주는 제도예요.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고용된 사업장에서 일해야 해 인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이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평상시 우리가 사용하는 불법 체류자와 같은 용어도 옳지 않아요. 불법 체류자라는 용어 자체에서 잠재적 범죄자 느낌이 들잖아요. 용어를 미등록 체류자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인식 개선이 조금은 이루어지지 않을까요?”주제를 선정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의 비결을 묻자 수영씨는 고교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KOCW(대학 공개 강의)를 소개했다.“사실 논문은 고등학생이 읽었을 때 이해하기 힘든게 대부분이에요. 저도 보고서 주제를 찾을 때 유튜
브를 비롯해 자료를 엄청나게 살펴봤거든요. 그러다 KOCW라는 대학 공개 강의 사이트를 알게 됐어요. 대학 강의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고 PPT나 PDF 자료도 탑재돼 있어 활용하기 좋더라고요. 분야별로 강좌를 볼 수 있고 검색도 가능해 관심 분야를 좁히거나 진로와 연결하기 좋아요. 매주 <세계는 지금> TV 프로그램도 빼놓지 않고 찾아봤지요.”
학원 의존도 줄이고 ‘혼공’ 시간 확보하자 성적 상승“고1 때 성적이 생각보다 좋지 못했어요. 학원 숙제를 해나가는 데 급급했기에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던 거죠. 숙제 부담이 적은 학원으로 옮기면서 ‘혼공’ 시간을 확보했어요. 고2 때 사회 교과 위주로 과목 선택을 했던 것도 성적 급상승의 비결이었죠.”고2~3학년 때 1등급을 받는 과목이 많아졌다. 사회 교과는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든든한 무기가 됐다.“사회 교과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교과서를 읽고 외우고 문제를 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읽고 외우고 백지에 흐름이나 외운 것들을 가득 채울 정도로 공부했죠. 수학이나 과학은 워낙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시험도 어려웠어요. 고1 첫 시험에서 수학을 50점을 받아 5등급을 받았을 땐 진짜 좌절했죠. 나중엔 수학도 2등급까지 끌어올렸는데 성적이 향상되니 공부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고3 땐 친구들이 보는 교재, 공부 습관 등 모든 것이 신경 쓰이지만,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 꾸준히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고2 때 정시로 돌려야 하나 고민했죠. 그런데 수시 6장을 날리는 게 현명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고3 생활은 수시냐 정시냐를 떠나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돌이켜보면 수능은 공부한 것을 점검하는 시험이라면 수시를 준비하며 했던 활동들은 진로에 대한 관심, 역량을 키워나갔던 시간이었어요. 불안하고 힘든 고3 시기지만 곧 지나가요. 무엇보다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는 데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과 관련한 발표 자료.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침해 실태를 분석하고, 고용허가제 대신 노동허가제로 법을 개정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불법 체류자 대신 미등록 체류자로 용어를 변경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이나 어려움을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세계사>는 역사가 현재 국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유럽 국제 정치의 역사를 조사했던 보고서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사회> 청년 실업, 아웃소싱, 88만 원 세대, 위험의 외주화 등 고용 시장에 등장하는 개념을 소개하고, 그들이 겪는 차별과 문제점을 조사해 발표함, <영어> 10대 소녀의 감정 변화를 다룬 성장 영화의 한 장면을 연극으로 재구성하는 활동에서 버럭이 역할을 맡아 정확한 발음과 표현,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 속 장면과 인물을 훌륭하게 재창조함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독서> 같은 소재를 다룬 서로 다른 내용의 기사를 비교 분석해 관점의 다양성을 인식함, <세계사> 인종에 대한 인권감수성 부족으로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블랙페이스에 대해 고찰한 뒤 ‘의도가 없는 차별은 죄가 없다’라는 명제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을 작성, <윤리와 사상> 세계 곳곳의 인종 차별 사례를 보여주며 지구촌에선 국적, 나이, 피부색에 상관 없이 어우러져 살아가야 함을 역설함, 다국적 언어를 습득해 세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도울 계획을 소개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어독해와 작문> 코로나19로 국제 간 이동이 제한되고 의료 지원이 끊김으로 인해 전 세계 어린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원격 의료가 난민이나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를 치료하거나 기여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 <사회·문화> 빈곤의 실태와 원인에 대한 자료를 소개하고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함, 국제원조로 절대 빈곤층의 비율은 감소했지만 기부금 유용에 따른 구호 단체의 문제점 지적,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과 빈곤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 활동의 필요성 제안선택과목
▒ <스페인어회화Ⅰ>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려면 우선적으로 배워야 하는 언어 중 하나인 스페인어를 교육청 교육과정 클러스터로 이수했다. 스페인어뿐 아니라 ‘엘 클라스코’ 라는, 스페인 명문 구단인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더비 경기 등 스페인 문화도 배울 수 있었다.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는데 고교에서의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됐다.
▒ <세계사> 국제정세, 국가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과목이었다. 특히 빈곤의 역사를 비롯해 동아시아나 유럽의 역사 등 국제사회를 이해하는 안목을 키울 수 있었다.▒ <정치와 법>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그들을 보호할 법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마지막 단원인 국제법을 통해 국가 간 또는 국제기구와 국가간에 체결되어 국제사회에서 규율되는 합의인 조례, 국제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인정돼 효력을 갖게 된 관습 법규, 공통적으로 인정되는 법의 일반 원칙 등을 알 수 있었다.▒ <경제수학> 교육과정상 <미적분>과 <경제수학> 중 선택이라 이수하게 된 과목이지만, 수업을 통해 수학이 경제 곳곳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알수 있어 정말 재밌게 배웠다. 관세, 연금, 이자 등에 대한 지식은 물론, 국가 간의 관세를 철폐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등에도 궁금증이 생겼다.INTERVIEW 3
손윤나고려대 사학과(경남 남해해성고)
깨진 채 출토된 수막새에 마음이 아파 삼각함수를 이용, 복원에 도전했어요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를 뛰어넘어 현대의 시각으로 재창조되는 역사에 매력을 느꼈다. 신라 시대의 아름다운 기와 유물인 ‘얼굴무늬 수막새’가 깨진 상태로 출토된 게 마음이 아팠을 만큼, 역사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손윤나씨는 고려대 사학과에 농어촌 전형으로 합격했다. 역사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지리 과목들은 물론, <지구과학Ⅰ>까지 선택해 이수했다. 역사는 인간의 일대기를 탐구하지만, 어떤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왔는지도 중요한 관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회는 ‘문송하다’고 말하지만, 역사를 통해 오히려 사회를 통찰력 있게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고 믿는 윤나씨에게 대학은 취업에 앞서 무엇을 공부할지에 대한 답을 먼저 내릴 수 있어야 하는 곳이었다.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사인법칙과 코사인법칙을 배우며 수막새를 떠올리다
수능이 연기될 만큼 포항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윤나씨가 <과학탐구실험>에서 발표 주제로 잡은 것은 ‘전통 한옥에 적용된 과학 기술’이었다. 한옥에 쓰이는 주춧돌과 대들보 등을 들여다볼수록 현대의 내진 설계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 듯했다. 태양의 고도를 이용한 처마와 천연 재료를 사용한 창호지는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설계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2학년 <수학Ⅰ> 수업에서 사인법칙과 코사인법칙을 배우며 윤나씨가 떠올린 것은 수막새였다. ‘신라의 미소’로 잘 알려진 ‘얼굴무늬 수막새’는 신라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지만, 일부가 깨진 채로 출토됐다.“이렇게 아름다운 유물이 깨진 상태로 출토됐다는 게 마음이 아팠어요. 원과 삼각형의 관계를 정리한 삼각함수를 배우면서 수막새를 복원하는 데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두 깨진 채로 출토된 경주의 얼굴무늬 수막새와 고구려와 백제의 연꽃무늬 수막새 조각, 통일신라의 짐승얼굴무늬 수막새를 현대적 시각으로 가상 복원해보기로 했어요. 수막새의 무늬는 보통 각 나라의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나라별 무늬의 차이에 집중했죠. 박물관 홈페이지에 제공된 정보와 비교하며 지름과 반지름 등 제가 구한 값이 맞는지 일일이 대조했고요. 백제의 연화문 수막새를 복원할 때는 중국 남조와 교류했다는 역사적 배경에 따라 섬세하고 유연한 곡선 형태의 꽃잎을 표현했는데, 선생님께서 훌륭하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각 나라의 상황과 문화적 특징이 유물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사실을 다시 느낄 수 있었어요.”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고?<사피엔스>를 읽으며 작가가 제국주의를 옹호하고 있다고 느낀 윤나씨는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약자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싶어 친구들을 대상으로 일본군 ‘위안부’를 위한 온라인 해시태그 캠페인을 진행하며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립 구도를 역사 전체로 확장해 이분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역시 ‘공정한 역사 서술’은 아닌 듯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경우는 피해자와 연대하고, 가해자를 비판하는 것이 옳아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그 경우겠죠. 한데 이런 시각이 흑백논리의 시각으로 변질돼 역사 전반에 확대되는 것은 경계해야겠더라고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친구들에게 제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았어요. 누군가에 의해 서술된 역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사실 그 자체를 접하는 게 더 우선이겠더라고요.”부정적 측면만 강조된 역사적 인물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나폴레옹은 그런 면에서 적절한 소재였다. 고3 학생을 주인공으로 해 ‘생각의 도서관’을 발견하면서 책을 통해 각 인물들의 과거를 체험하며 ‘기억 조각’을 모으는 게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스토리라인은 윤나씨가 잡고, 실제 게임 구현은 프로그래밍에 재주가 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지금은 역사적 평가가 갈리는 인물들이기에 양측 입장을 모두 보여주면서 역사란 한쪽의 입장만이 아닌, 가능한 모든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어요. 이번엔 친구들도 제 의도를 잘 이해하고, 게임을 통해 이 인물들에 대해 몰랐던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됐다며 흥미를 보이더라고요.역사는 객관성과 주관성이 공존하기에 사실 기반의 서술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의견을 정확히 구분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느낀 경험이 었어요.”역사 공부를 위해 선택한 <지구과학Ⅰ>과목을 선택할 때도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될 과목들을 중심으로 골랐다. 한국사를 알아갈수록 자연스럽게 세계사에도 관심이 갔다. 윤나씨는 수능 사탐 과목에서도 <동아시아사>와 <세계사>에 응시했다.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만큼 변별을 위해 ‘시험을 위한 시험’ 으로 변질되어간다고 느낀 <사회·문화>나 <생활과 윤리>보다는 정직하게 공부해 문제를 푸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세계사>는 한 문제를 틀려 2등급을 받고, <동아시아사>는 1등급을 받았으니 윤나씨의 판단은 옳았던 셈이다.
남해해성고는 사회 과목을 학기제로 운영해 최대한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힌 곳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데 지리적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를 선택했다. 일반선택 과목으로 석차등급이 산출되는 <세계지리>는 이수자가 23명에 불과했지만, 1등급을 받을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윤나씨의 선택 과목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구과학Ⅰ>이었다.“당시 <윤리와 사상> <정치와 법>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중에서 두 과목을 골라야 했어요. <윤리와 사상>을 먼저 정하고 난 뒤 <정치와 법>과 <지구과학Ⅰ>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인간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도 역사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관점이겠더라고요. 실제 사학과 전공 과목으로 <지구사>가 개설된 대학도 있었어요.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 쓰이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배우기도 했고, 학교에서 열린 지구과학 논술에서 제가 2학년 중 유일한 금상 수상자였을 만큼 <지구과학Ⅰ>은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던 과목이에요.”
윤나씨가 역사교육과나 한국사학과가 아닌 사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이처럼 다양한 선택 과목 수업을 통해 역사를 좀 더 폭넓고 새롭게 접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학에 와서 학과 세미나를 통해 여러 직업군에 진출한 선배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다시느꼈다.
“요즘은 인문학 전공은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학과 선배들만 해도 기자를 비롯해 네이버 등 IT 업계에서 일하는 분 등 다양하더라고요. 사학이라는 특정 학문을 전공했지만,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사회와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안목을 키웠기에 다양한 직종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학생들이 선택 과목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열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진로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과목을 공부해나가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고, 어떤 공부를 더 하고 싶은지 구체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제가 <지구과학Ⅰ>을 선택해 후회 없이 공부한 것처럼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는 열린 교육과정이 좀 더 확산되길 기대해요. 학생들이 그만큼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고구려 연꽃무늬 수막새 조각
<수학Ⅰ>에서 원과 삼각형의 관계에 대해 정리한 삼각함수를 배우며 대부분 깨진 채로 출토된 유물인 수막새를 복원해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각 나라의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수막새 무늬의 차이에 집중했다
역사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싶어 마리 앙투아네트와 나폴레옹을 소재로 만든 게임. 윤나씨는 스토리라인을 잡고, 프로그래밍에 재주 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제작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일제강점기 저항 문학에 대해 탐구 보고서 작성, <수학> ‘조선시대에는 다항식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를 주제로 탐구, ‘구일집’ 에 포함된 천원술을 이용한 방정식의 구성과 중승계방법을 통한 방정식의 해법, 홍정하와 중국 사신의 일화를 역사 수업 형태로 발표, <과학탐구실험> 한옥의 각 구성 요소들에 현대의 내진 설계 원리가 적용된 사실을 조사해 발표, <사회문제탐구> ‘역사 왜곡과 역사 교육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 일본의 수출 규제와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설문조사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삼각함수로 수막새를 복원하는 방법 탐구, <수학Ⅱ> 구분구적법과 조선시대 토지제도에 대해 탐구, <한국지리> 우리나라의 국토 발전과 공업 성장의 역사, 장단점 발표, <윤리와 사상> 역사왜곡 현상을 원효의 원융회통 사상으로 성찰, <심화영어독해Ⅰ> <사피엔스>를 읽고 제국주의를 긍정하는 듯한 저자의 시각에 반박문 쓰기 활동 진행선택과목
▒ <한국지리> <세계지리> 사회 과목 중에 역사 다음으로 좋아했던 것이 지리였다. 지리적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역사 공부에도 꼭 필요하기에 선택했던 과목이다.
▒ <세계사> 한국사를 알아갈수록 각 나라의 역사가 서로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고 느꼈다. 티베트학과 내륙아시아사를 전공한 교수진이 있는 고려대 사학과에 끌린 이유도 역사를 좀 더 폭넓게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지구과학Ⅰ> 역사를 이해하는 데는 인간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한 관점이라고 생각했다.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접하는 등 흥미 있게 배웠던 과목이다.▒ <세계문제와 미래사회> 3학년 2학기에 진행된 수업이었지만, 과목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됐다. 직각으로 되어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국경선에 흥미가 생겨 발표 주제로 잡으면서 유럽의 제국주의 열강들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며 원주민들의 문화, 언어, 종교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국경선을 제멋대로 그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의 민족적 갈등도 그에 기인한 탓이 컸다.INTERVIEW 4
최권녕고려대 서어서문학과(서울 하나고)책을 읽는 게 좋아 꿈꿨던 작가, 관심의 시작은 책
중학교 때 과고를 준비하며 수학과 과학 공부에 매진했다. 어느 순간 과학 공부가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았다. 답이 있는 척하지만 억지로 답을 짜맞추는 과목(?)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방향을 틀었다.“어릴 적 책을 많이 읽었어요. 사실 어렸을 때 만화책을 비롯해 다양한 책을 읽거나, 영화 보는 거 말고는 특별히 할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영화나 책을 보며 나만의 세계를 담고 싶다고 생각했죠. 틈틈이 노트와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고교 때 창작 글쓰기 공모전에도 출품하며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해나갔죠.”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과 경쟁하며 처음엔 자존감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교육과정이나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정해진 공부를 맹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과목을 선택하고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어 좋았다.“책을 읽으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어요. 나의 세계관을 담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강해졌죠. 시험 기간에 읽는 책은 너무 재밌었어요. 공부하기 싫을 때 잠깐씩 읽는 책이 힐링이고 즐거움이었죠.”
권녕씨의 감수성이나 문학에 대한 열정은 수업 시간에도 빛을 발했다. <수학> 수행평가 때 나눗셈에서의 몫과 나머지를 내리사랑과 부모의 마음으로 표현했고, <문학> 시간엔 ‘월요일 수업’이란 제목으로 일상생활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연시조를 창작했다. <심화국어> 시간의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키워드 수행평가에선 ‘비행’이라는 단어를 선택해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와 비행기를 만들었던 라이트 형제를 소개하며 인간의 본질에 접근했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비교 분석해 인간의 비행이 새들의 비행과 다른 점도 조사 발표했다.처음엔 국어국문학과 진학을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다른 이야기,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던 것일 뿐 국문학 자체를 공부하고 싶은 건 아님을 깨달았다. 여러 선택 과목을 배우며 라틴 아메리카에 관심이 생겼고, 서어서문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몇 없다는 것도 서어서문학과로 진로를 정하게 된 이유였다.
현실 세계를 환상적으로 묘사한 장르, 마술적 사실주의권녕씨는 여러 장르 중 환상과 현실이 섞인 마술적 사실주의에 관심이 많았다. 현실, 사회 고발적인 이념을 의미하는 ‘사실주의’와 판타지, 상상, 환상을 의미하는 ‘마술’이 결합했다. <영어> 시간에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역사를 다룬 영화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한 아이의 희생이 필요해요. 아이는 밤마다 살려달라고 괴성을 지르죠. 오멜라스 사람들은 이 아이의 존재를 어느 순간 알게 돼요. 그 아이를 세상으로 나오게 할 순 있지만, 오멜라스에서 누렸던 행복은 사라지게 되죠. 행복한 도시에 살며 어린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걸 선택할 수도 있고, 고통받는 아이를 무시하고 행복한 삶을 즐길 수도 있어요. 혹은 아이를 세상에 나오게 하고 도시를 떠날 수도 있고요. 어떤 선택을 할까요?”
흑인과 지하에 갇힌 아이를 비유하며 당시 인권 상황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에세이를 작성해 <영어> 시간에 발표했다. <일본어Ⅰ>을 배우면서 일본 문학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권녕씨는 온천에서의 생활은 삶의 목적을 잃은 것으로 생각했다. 어느 순간 온천에 간 이유를 잊어버리고 온천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극 중 인물들의 모습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며 행복을 잊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과 겹쳐졌다.
“일본의 10대들이 미아키 스가루 작가에게 왜 열광하는지 궁금해 <너의 이야기>를 읽었어요. 자신의 불행한 시절을 지워버리는 약을 먹었는데 기억이 사라지는 대신 가공된 기억이 머릿속에 생성되죠. 과학의 발달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작가의 세계관과 어우러져 몰입도를 높였더라고요.”
으로 이해했다면 수업을 통해 각 나라의 문화, 국제적 상황 속에서 역사를 이해하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웠죠.”
국제 사회에 대한 관심은 동아리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읽고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면서 북한, 미얀마, 라틴 아메리카의 경제 구조, 원조 실효성에 대해 논의했다.“문학 작품이 당시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비평 스터디를 통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으며 러시아 사회에 만연해 있던 종교적 회의주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어요. 남미의 마술적 사실주의 대표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처음 접할 땐 절대론적 관점으로만 해석했어요. 그런데한국 문학에도 관심을 가졌다. 황석영의 <손님>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과 비교하며 역사적 사건을 작가가 작품 속 등장인물에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냈는지 분석했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 입시에만 몰입되지 않길권녕씨는 다양한 책을 읽고 문학과 역사로 관심을 확장한 것을 고교 3년간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으로 꼽는다. 자신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이 독서라고 강조한다.“독서 습관이 정치, 사회, 문학 등으로 이어졌고 교과목 공부에도 도움이 됐어요. 수행평가나 탐구 활동을 할 때도 읽었던 책이 모티브가 될 때가 많았죠. 책은 우리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주고 철학적 질문도 계속 던져요. 종합 전형은 자신을 꾸미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가치를 두며 어디에 관심이 많은지를 생각하다 보면 종합 전형 준비도 자연스레 되더라고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과 황석영의 <손님>을 비교해 한국 문학에서 보이는 마술적 사실주의를 분석했던 보고서.
<사회과제연구> 시간에 북한 종군 문학의 대표 작가로 알려져 외면받았던 이태준의 문학 작품을 탐구했다. 북한의 종군 문학과 이태준 문학의 차이점을 발표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수행평가 과제로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을 다항식과 나머지 정리 단원을 기반으로 표현한 작품을 제출함, <영어>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의 역사를 다룬 영화선택과목
▒
INTERVIEW 5
안채연경기대 관광학부(경기 송호고)
슬럼프 극복 후 올인한 학생부 종합 전형, 논문 읽기로 깊이 더했어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관광학부를 못 갔다면 어쩔 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기대 관광학부 1학년 안채연씨의 학생부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채연씨는 고2 때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고, 관광 상품 개발자가 되겠다는 꿈은 그 슬럼프를 극복하고 난 뒤에 생겼다고 한다. 슬럼프를 통해 어른으로 한 뼘 더 성장했고 부모님의 사랑을 더욱 깊게 느끼게 됐다는 채연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대학은 왜 가야 할까? 슬럼프의 시작
고2 1학기가 되기 전까지 채연씨는 나무랄 곳 없는 우등생이었다. 고1 때 반에서 1등을 한 적도 있었고, 학급 회장이었고, 학생회 일도 열심히 했다. 심리상담가를 생각했고 학교에서 관련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그러나 고2 올라갈 무렵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내일까지 진로 희망 분야를 정해오라는 말을 듣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심리상담가가 되겠다고 했지만, 심리학과를 가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제 꿈이 아니었어요. 주변에서 성적에 맞춰 정해준 꿈이었을 뿐이죠. 고2는 빨리 꿈을 정해서 진로에 맞게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는데 요. 저는 대학에 가서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모르고 있었어요. 꿈이 없는 저에게 왜 대학을 가라고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렇게 혼란이 시작되면서 극심한 슬럼프를 겪게 됐어요.”공부하려고 책을 보면 손이 떨리고, 하루 종일 가슴이 두근거리고, 피곤하지만 잠이 안 오는 상태가 지속됐다.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학원과 과외를 끊었다. 코로나19와 함께 시작된 2학년 1학기는 학교를 안 가는 날이 많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눈물이 나고 무기력함을 느꼈다. 부모님이 많이 걱정했다.
‘혼행’이 치유한 슬럼프그러던 어느 날, 새벽 5시에 집을 나와 광명역에서 강릉행 KTX를 탔다. 혼자 여행을 간 것은 처음이었다. 혼자 기차를 타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카페에갔다. 강릉 안목 해변의 카페에서 바다를 보고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대학을 안 간 것이 걸림돌이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한 학기 때문에 내 인생을 망치면 안 되는데, 과거의 나를 후회하면 안 되는데 싶더라고요. 바다가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어요.”여행으로 슬럼프가 치유되면서 관광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신처럼 방황하는 사람을 위한 여행을 개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학년 2학기엔 마음잡고 공부하기 시작했고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을 관광과 연관 지으며 깊이를 더했다.“부모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는 막연히 관심을 갖게 된 것뿐인데 관광 관련 직업과 학과에 대해 알려주며 제 시야를 열어주셨죠. 제가 활발하고 사람 도와주는 것 좋아하고 외국어를 잘하니 좋은 길을 찾은 것이라고 아낌없이 응원해주셨어요.”성적 부족하다고 느껴 종합 전형 준비 더 철저히
슬럼프를 극복하면서 채연씨는 부쩍 성장했다. 외유내강형으로 바뀌었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그래도 성적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다시 공부를 시작했지만, 2학년 2학기에 암기 과목 한 과목에서만 1등급을 받고 다른 과목 성적은 예전만 못했다. 3학년 1학기엔 과호흡이 와서 그날 시험을 망쳤다. 원하는 대학을 가기엔 교과 성적이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해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더 철저하게 준비했다.“어디서 이렇게 논문을 많이 찾아서 읽었냐고 선생님들이 되물을 정도였어요. 검색해서 나오는 정보에 그치지 않고 깊이를 더하기 위해 논문을 하나하나 스스로 찾아 읽고 분석해서 발표했어요.”
채연씨는 동아리 활동 시간에 ‘고객 경험이 고객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논문을 읽으면서 항공과 달리 호텔은 서비스 종사자와의 경험이 고객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점에 주목했다. <확률과 통계>에서 배운 ‘통계의 오류’를 바탕으로 외국인은 한국어가 서툴다는 잠재 변수를 논문에서 놓쳤다는 것을 지적, 외국인과는 좋은 서비스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기존의 연구 결과를 맹신하지 않은 거죠. 한 번 더 검증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 자료를 실증적으로 해석해봤어요. 호텔 고객을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구분하고, 상품 환경 언어 등 서비스를 세부적으로 나누어 도표로 그려보며 의미를 추론해 수치로 표현된 것 이면의 사실을 탐구해봤어요.”관광학부를 준비하는 채연씨를 위해 어머니도 함께 뛰었다. <내일교육>에 나온 2021학년 경희대 관광
학부 수시 합격생의 기사를 채연씨에게 보내고, ‘새로 보는 전공적합서’에 나온 관광학과 진로 추천 도서를 알려줬다. 대학마다 관광학과가 어떻게 다른지 교육과정을 찾아 비교해서 보여줬다.
“관광학과가 있는 대학이 생각보다 적더라고요. 무엇보다 2학년 1학기 때 성적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이 매우 부족해서 종합 전형이 어려울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우리 학교는 종합 전형으로 합격한 선배들이 많지 않은 편이기도 했고요. 그럴수록 저는 더 오기가 나서 종합 전형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했어요.”혼을 갈아 넣은 면접 준비로 합격
경기대 관광학부는 채연씨의 ‘원픽’ 이었다. 채연씨의 교과 성적은 경기대 입학처가 공개한 최종 등록자의 70% 컷과 비슷했다.“종합 전형이지만, 교과 성적만으로 보면 안정권이라 할 수 없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면접을 잘 봐서 성적을 보완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어요. 학생부를 샅샅이 살펴서 예상 질문 140개 정도를 만들고 각 질문마다 추가 질문을 4개씩 더 만들었어요. 수치를 외우고 관련 논문을 찾아 읽고 관련된 최신 이슈를 정리했어요. 제가 한 활동에 대해 완벽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답안을 작성해서 깡그리 외웠어요.”채연씨는 경기대 관광학부에 최초 합격한 것은 면접을 열심히 준비한 덕분으로 생각한다고 했다.“합격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너무 기뻐하셨어요. 어머니가 바뀐 입시에서 경향과 관광학부의 진로 등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시는데 학생인 제가 열심히 해야죠.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어요. 부모님의 사랑 덕분에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으며,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됐어요. 방황하는 저를 지켜보는 일이 힘드셨을텐데 기다리고 응원해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트렌드 코리아 2021>을 읽고 브랜드에 대해 팬덤을 형성하고 세계관을 공유하는 전략인 ‘CX 유니버스’를 알게 됐다. 관광 상품 기획자라는 꿈에 맞춰 고객 개인 성향에 맞춘 여행 프로그램을 CX 유니버스 전략에 따라 발표했다. 친구들은 내용이 어렵다고 반응했지만, 담당 교사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에 독서와 논문으로 깊이를 더했다며 칭찬했다.
면접의 시작은 자신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파악. 채연씨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서 스스로 질문을 뽑고 각 질문마다 4개씩 추가 질문을 만들었다.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도록 모범답안을 작성하고 근거를 뒷받침하는 수치와 구체적인 사례를 외웠다. 비대면으로 이뤄진 면접은 준비했던 범주 안에서 질문이 나왔다. 채연씨는 코로나19로 인해 관광 업계가 입은 피해에 대해 명확하게 수치를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자신의 논리를 펼쳤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줘야 한다’는 주제로 토론할 때 통계청 결과를 활용했으며, 상대방의 입론에서 허점을 찾아 반박하는 방법을 익힘. <영어> 모둠별 협력 글쓰기 활동에서 조장을 맡아 <수궁전>의 영어 대본을 작성함. 연극에서 1인 2역을 맡아 많은 양의 대사를 외워 완성도 높은 발표를 함.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Ⅱ>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회복에 대해 수학적 모델링으로 예측함. <세계사> 피라미드 유적지에 대해 안내장을 제작하고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퍼즐로 맞추며 르네상스 회화의 특징을 이해함. <윤리와 사상> 말기암 환자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한 의사에 대해 칸트와 공리주의의 입장에서 평가함.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언어와 매체> 코로나19 시기 여행 콘텐츠가 뉴미디어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알아봄. <확률과 통계> 관광 지식 정보 시스템 사이트의 통계 자료를 분석함. <동아시아사> ‘조선 시대의 관광’이라는 주제로 청으로 가는 연행사가 일본으로 가는 통신사보다 더 인기 있었던 이유를 설명함.선택과목
▒ <여행지리> 관광과 여행에 대해 처음으로 심도 깊게 배운 과목이다. 관광객들이 주민의 삶을 침범하는 오버투어리즘을 피할 수 있는 예로 강릉의 안목 해변을 생각했다. 안목 해변은 해변에 카페가 몰려 있어 주민 거주지와 분리되어 주민들의 피해가 적었다.
▒ <생활과 윤리> 생활은 윤리적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관광지의 빈곤층 아동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윤리적 문제와 연관 짓는 등, 자신의 관심 분야로 끌고 오기 좋은 과목이다.▒ <언어와 매체> TV에서 유튜브로 매체가 바뀌는 등 시대에 따른 변화를 잘 보여줄 수 있다. 여행 정보를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에서 얻었다면 이제는 코로나19 시대에 유튜브크리에이터들이 대리 여행을 떠나는 정보를 소개하는 등 매체는 시대의 변화를 발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고전읽기> 고전을 읽을 때도 자신의 진로와 연관시키게 된다. <유한계급론>을 읽으며 과시적 소비에 대해 생각해봤다. 최고위 계급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여가를 즐기는 것으로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의 부를 재확인했다.INTERVIEW 6
이현수동국대 경찰행정학부(강원 양양고)우리 힘으로 지역 문제 해결해본 경험, 경찰이 되겠다는 확신으로 이어졌어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스쿨폴리스’ 제도를 통해 만난 전담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학생 때부터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특히 청소년과 여성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생활안전국 소속 경찰들이 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3학년 1학기 때 학교에서 전체 학생들이 참여하는 ‘체인지 메이커’가 열렸다. 학교와 지역 사회 등 우리 주변의 문제를 찾고, 직접 해결해보는 활동이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1학년 이현수씨에게는 지역 사회의 심각한 불법 주정차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직접 돌아다니며 불법 주정차 지역을 사진으로 찍고, 원인을 파악해 지도를 제작했다. 현수씨와 친구들이 생각했던 문제 해결 방안은 안전 표시를 위한 고깔 모양의 러버콘과 화분을 결합한 ‘꽃깔’이었다. 지역 내 도시재생센터와 군청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극찬을 해줬다. 우리 힘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경험은 경찰이 되겠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민식이법 이후, 왜 위반 사례가 더 늘었을까?
2학년 시사 토론 동아리에서 찬반 토론의 주제로 잡은 것은 ‘민식이법’이었다. 당시 스쿨존에서 안전운전을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법안이 운전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찬성 측에서 토론을 준비하며 관련 자료를 찾다 보니 스쿨존 내 신호등과 과속 단속 장치 설치만으로는 효과가 미미할 것 같았다.이 고민은 3학년 <심화국어> 수업의 글쓰기 주제로 이어졌다. 민식이법 관련 기사를 찾다 보니 부산과 인천지방경찰청 자료 분석 결과 민식이법 제정 이후 오히려 스쿨존 내 속도 위반과 신호 위반이 전년에 비해 40%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나라의 스쿨존 운영 방식이 궁금해져 논문 검색 사이트를 뒤져보다 ‘어린이 보호구역의운영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을 찾았다.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각 나라의 사회적 특색에 맞춰 교통안전 시설물이 발전했다는 사실이었다.
“일본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초등학생을 위한 ‘통학로 안전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더라고요. 미국에서는 스쿨버스가 정차하면 뒤따르는 차들은 무조건 추월 금지, 멈춰야 해요. 지역 특색에 맞춘 교통안전 시설물을 만들면 강압적인 규제와 달리 속도 제한을 자발적으로 유도할 수 있겠더라고요. 운전자의 반감을 줄임과 동시에 보행 안전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서가 협력해 지역 특색을 반영한 안전 지도를 제작하고 안전 시설물을 설치하도록 제안하는 건의문을 작성했죠.”세상을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 ‘꽃깔’의 탄생마침 이 생각을 실제로 구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3학년 전체 학생들이 참여하는 ‘체인지메이커’ 활동의 목표는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찾아 직접 해결해보는 것. 팀장을 맡은 현수씨는 ‘도로 교통 문제 개선’ 을 주제로 지역 내 안전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는 활동을 제안했다.
“우리 지역에는 경찰서가 없어요. 파출소가 전부죠. 그렇다 보니 단속이 쉽지 않아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했어요. 오일장이 열리는 양양전통시장 주변이나 남대천 둔치 쪽이 특히 심했는데, 시장 상인 분들과 주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실제로 굉장히 불편을 느끼고 계셨어요. 불법 주정차 지역을 직접 다니면서 사진으로 찍고, 발생 이유를 첨부해 지도를 제작했죠. 양양군에는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있는데, 학교에서 열리는 체인지 메이커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안전 지도를 제작할 때 많은 도움을 주셨죠. 우리가 만든 지도를 센터에서 팸플릿으로 제작해 주민들에게 배포하는 활동까지 진행할 수 있었어요.”
아이디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안전 시설물 설치로 의견이 모아졌다. 운전자의 반감을 사지 않으면서도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했다. 관련 기사를 찾다보니 창원시 오동동에서 폐타이어를 활용한 화분을 설치, 실제 불법 주정차가 줄어든 사례가 있었다.“기존 고깔 모양의 러버콘을 화분으로 만들면 어떨까 싶은 거예요. 불법 주정차를 막으면서도 도로 미관 개선에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친구들과 서로 말장난하다가 우연히 ‘꽃깔’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생각할수록 괜찮았어요. 하하. 도시재생센터 관계자 분들도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해주셨고요. 꽃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작성해 군청에도 보냈어요. 추후 도시 계획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주셨죠.”스쿨존 안전 환경 조성을 위해 시작된 문제의식이 지역 사회로 확장돼 이뤄낸 결과였다는 현수씨는 지역 사회를 바꾸는 데 우리가 배우는 공부가 실제 적용된다는 것을 깨달은 게 무엇보다 큰 소득이었다고 했다. 이 과정은 현수씨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도 오롯이 담겼다.
선택 과목 정할 때도 경찰 분야와 연계성 고려현수씨는 선택 과목을 정할 때도 경찰 분야와의 연계성을 생각했다. 사회 현상을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싶어 ‘낙인이론(최초의 범죄에 대해 사회와 사법기관이 부여하는 낙인이 2차 범죄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고 보는 이론)’을 다루는 <사회·문화>를, 경찰행정 분야에 꼭 필요할 것 같아 <정치와 법>을 선택했다. ‘민식이법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주제로 글을 쓸 기회가 되어준 <심화국어>
도 빼놓을 수 없다.
지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을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한국지리>에 이어 <여행지리>도 선택했다. 여행 관련 진로 계획 발표 주제로 한국을 방문하는 이들의 불편 사항을 개선하고 다양한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광경찰’ 에 대해 소개했는데,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지원 당시 면접에서 이 과목을 왜 선택했는지 질문을 받기도 했다.경찰에 대한 꿈이 확고했던 만큼 현수씨는 가장 가고 싶었던 동국대 경찰행정학부에 수시 원서 3장을 모두 집중했다. 교과와 서류 종합 평가가 결합된 학교장 추천 인재 전형으로 가장 먼저 합격했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인 두드림 인재 전형과 불교 추천 인재 전형도 활용했다. 경찰을 키워드로 한 활동이 학생부 곳곳에 보였던 만큼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선택 과목을 정할 때나 동아리 활동, 수행평가 등을 할 때도 경찰 분야와의 연관성을 생각하긴 했어요. 종합 전형을 생각한다면 전 그중에서도 우리가 배우는 내용을 실생활에 접목해볼 수 있는 경험을 꼭 해보길 추천하고 싶어요. 보통 이공 계열로 갈 친구들은 실험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낼 수 있지만, 인문사회 계열을 생각하는 친구들은 막연하기 쉽잖아요. 그럴 때 ‘체인지 메이커’ 같은 활동이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를 설치한 친구들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하기도 했어요. 대학에 입학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실제로 제가 했던 체인지 메이커 활동에 관심을 많이 보이시더라고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도 괜찮아요. 우리 힘으로 주변의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보는 경험을 꼭 시도해보길 바라요!”
체인지 메이커 활동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커뮤니티 매핑 안전 지도 제작 강의를 들은 뒤 직접 지역을 살펴보고 구글 지도에 불법 주정차 지역, 보도블록 파손 지점, 청소년 위험 지역 등을 기록했다. 불법 주정차 해소를 위한 안전 시설물 아이디어로 낸 ‘꽃깔’이 신선하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삶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학습하며 교내 흡연 문제를 주제로 건의문 작성, 작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 의사소통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는 소감 밝힘, <수학> 프로젝트 수업에서 ‘복소수 나라의 학교폭력 범인을 찾자’를 주제로 선정, 학교폭력의 실태와 복소수 내용을 연관 지어 문제를 만듦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소리의 단위 데시벨을 측정할 때 상용로그가 이용된다’는 사실을 조사, 경찰 사이렌 소리가 목적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는 사례를 함께 작성, <수학Ⅱ> 무인 과속카메라에 쓰인 미분을 조사, <사회·문화> ‘경찰이 바라보는 탈선 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선정, 현직 경찰관들과 면담하며 질적 연구 수행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언어와 매체> 새 말 만들기 활동에서 경찰이 사용하는 ‘테이저건’의 새 말로 ‘호신용 전압 방어기’를 제안, 불법도박 근절을 주제로 카드뉴스 제작, <확률과 통계> 도로교통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국가통계포털 자료에서 교통사고 통계를 찾고 원인 분석, <정치와 법> 소년범의 보호처분 유형 조사, 성범죄와 관련된 법률 분석, 학생자치회 규정 중 현실과 동떨어진 조항 수정선택과목
▒ <사회·문화> <정치와 법> 경찰이 되려면 사회 현상을 이론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 ‘낙인이론’을 다루는 <사회·문화>를 선택했다. 대학에 와서 배우는 전공과목 중 <범죄학개론>에는 통계적 해석이 더해진 낙인이론이 다시 등장해 더 흥미로웠다. <정치와 법>은 경찰행정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과목이라 무조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 <한국지리> <여행지리> 지역 특색을 알 수 있는 지리 과목을 원래 좋아해 선택했다. <여행지리>도 연장선에서 택한 과목이다. 대학 면접 때 이 과목을 왜 선택했는지 질문을 받기도 했다.▒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철학> 경찰행정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 사상가들의 이론을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한 과목들이다. 대학 전공 과목에서도 벤담의 공리주의 등 이때 배운 이론들이 다시 나와 이해하는 데 좀 더 수월했다.▒ <생명과학Ⅰ> 경찰이 수행하는 영역 중 과학수사대에서 쓰이는 법의학 등과 연관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과학 중에서는 인문 성향 학생들과 가장 접점이 많은 과목이기도 했다. 법의학과 생명과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는 자료를 만들었다.INTERVIEW 7
김태훈서강대 경영학부(대전 대신고)스포츠 마니아, 경영학을 만나다
운동을 좋아해 중학교 때 축구부 활동을 했다. 체육 교사들과 교류가 많아지면서 체육 교사를 꿈꿨다. 체육 교사가 되고픈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니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보단 운동이 좋아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로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운동과 관련 있으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스포츠 관련 학과를 알게 됐고,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이 생겼다. 서강대 경영학부 김태훈씨의 얘기다.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체육 교사에서 마케터로, 시작은 책과 진로 특강
“학교에서 진로 특강으로 스포츠 관련 강의를 들었어요. 운동을 좋아한다고 해서 체육 교사의 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과 스포츠 산업, 스포츠 경영 같은 진로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후 스포츠 산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스포츠 경영에 관심을 가지면서 읽게 된 책이 <나는 이렇게 스포츠 마케터가 되었다>였다. 스포츠 선진국에 비해 에이전트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스포츠 산업이 단순히 스포츠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구단, 재정, 미디어, 마케팅 등 사회, 경제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스포츠 산업이나 스포츠 경영으로 진로를 변경하고 학과를 검색했는데 개설된 대학이 많지 않더라고요. 스포츠 산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스포츠 관련 학과를 고집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었죠. 그때 학교 선생님들도 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경영을 전공하면 어떻겠냐고 권하셨어요. 스포츠 산업이든 스포츠 경영이든 사회에 대한 이해, 경영, 마케팅이 기본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으며 다양한 분야, 특히 사회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던 것도 경영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였어요.”
코로나19로 중단 위기, 스포츠 리그 성공적 운영경영학으로 진로를 변경했지만,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계속됐다. 고2 때 교내 스포츠 리그 운영 위원장을 맡았다. 코로나19로 교내 스포츠 리그 운영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컸지만, 경기 방식을 토너먼트로 바꾸고 1년간 진행했던 기간을 두 달 정도로 단축해 짧고 굵게 운영하는 계획안을 작성해 학교의 허락을 받았다. 다행히 대전 지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크지 않았고, 학교에도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 가능했다.“어렵게 허락받은 스포츠 리그인 만큼 최선을 다해준비했어요. 축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심판을 맡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학년별로 운영진을 신청받았어요.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어 소통 수단을 고민하다가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와 소통하는 리로스쿨과 같은 앱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앱을 통해 운영진에서 결정한 사항이 바로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학생들도 의견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어 참여도나 호응을 높일 수 있었죠.”
기획부터 운영까지 책임지고 진행했던 행사라 태훈씨에겐 의미가 컸다. 그 경험으로 고3 때는 지역 내 고교 풋살 대회 운영진으로 선발돼 활동했다.“대회 홍보 영상과 포스터 제작, SNS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 마케팅은 고교 3년간의 활동 중 손꼽히는 경험이었죠.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더라고 요. 여러 방안을 논의하다 SNS 챌린지 영상 릴레이로 홍보를 이어나갔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대회 운영 방식도 중요하지만, 홍보와 마케팅의 중요성을 실감했던 기회였어요.”선택 과목으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과목을 선택할 기회가 많아졌다. 물론 학교 지정 과목으로 자신의 관심과 무관하게 선택한 과목도 있었지만,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의미가 컸다.“1학년 때 체육 교사를 꿈꾸다가 경영으로 진로 방향을 바꾼 상황이라 과목 선택에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내가 배우고 싶은 과목보다 대입 관점에서 배워야 하는 과목 중심으로 선택했을지도 몰라요. 스포츠산업학과 관련 과목을 알아보면서 <정치와 법> <세계지리>가 관련 있다고 해서 2학년 때선택했거든요. 이후 사회나 경영 분야에 관심이 커지면서 <사회문제탐구> <창의경영> <경제수학><국제경제> <수학과제탐구> 등을 선택했어요.”태훈씨는 특히<정치와 법> <사회문제탐구> <국제경제> 과목을 배우며 사회와 경제, 경영 분야에 관심이 커졌다. 나와 무관한 세계라고 생각했던 정치는 경제, 경영 구조, 청소년 선거권이나 정당 정치 등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세계지리>는 지리 중심의 과목으로 생각했는데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루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과목이었다.
“<사회문제탐구> 주제를 고민할 때 유럽 바르셀로나 구단의 재정 악화와 잉글랜드 2부, 3부 리그 구단 파산 등의 뉴스를 접하며 구단 재정과 스포츠 산업에 관심을 가졌어요.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경기도 스포츠 산업에 영향을 줬어요. 문헌 연구법을 기반으로 스포츠 리그 및 업종별 손실액을 분석하는 등 스포츠 산업 전반에 관심을 가졌죠. 언론의 역할, 스포츠 중계권 등 스포츠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생각했어요.”
3학년 때 선택했던 <국제경제>는 무역의 관점에서 국제 사회를 바라보게 해줬다. ‘비교 우위와 국제 무역’을 주제로 탐구 활동을 하면서 애덤 스미스, 리카도의 무역 이론을 비교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양한 탐구 활동으로 관심 분야와 사회 바라보는 안목 달라져“탐구 활동이 많아지면서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 나의 관심 분야가 연결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죠. 처음엔 어떤 주제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했는데 책이나 논문을 읽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고2 때는 창의 교육 및 모의 크라우드 펀딩 활동에 참여했고, 우수 모둠으로 선발돼 고3 때 창의 캠프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앱 만들기 사이트를 이용해 코딩을 공부하고 앱을 개발했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스포츠 경기 일정이나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응원 댓글 등을 통해 사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 체험하면서 개발자와 사용자의 관점 차이도 이해했다. 처음엔 대입에 유리한 학생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 호기심으로 즐기는 자신을 발견했다.
“수행평가나 학교 활동을 할 때 제시된 기준만 충족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요령을 부리고 싶지 않았어요.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묵직하게 해나가는 과정이 자기 주도성으로 또는 탐구 활동이나 수행평가의 결과물로, 학교 활동을 통해서는 협업 능력과 리더십으로 드러나더라고요.”대학에 입학해 전공 수업을 듣고 있는 태훈씨는 재무, 회계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고교 땐 여러 과목을 배우기 때문에 다양한 관심을 두는 것이 좋아요. 종합 전형으로 진로에 대한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거기에만 매몰되면 진짜 하고 싶은 걸 놓칠 수 있거든요.”
<수학과제탐구>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청소년 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비교했다. 문헌 연구법과 질문지법을 통해 청소년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을 조사했다.
<스포츠생활>에서 스포츠 기업을 중심으로 빅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 탐구한 보고서. 스포츠 브랜드에서의 빅데이터 활용 사례, MLB에서 실시간 제공하는 빅데이터 시스템인 스탯캐스트 등을 소개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여러 수학 이론의 발전 과정을 소개한 <문명과 수학>을 읽고 교내 수학 한마당 UCC 제작에 참여해 수학적 사고력과 논리력, 창의력과 구상력을 함양함, <영어> 기본적인 프레젠테이션 역량이 있으며 발화와 작문에 유창성과 정확성이 있어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데 자유로움, <정보> 분석 결과를 차트로 만들어 시각적으로 결과를 표현하는 정보 처리 분석력을 보임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Ⅱ> 미국, 중국 등의 실제 지니계수변화율을 활용해 각 나라의 소득분배 불균형 수치를 비교하고 연도별로 소득 불균형이 심한 나라와 로렌츠 곡선이 가장 큰 나라를 나타냄, <영어회화> 스포츠 심리에 관한 강연을 선택하고 관중효과에 대해 탐구하고 발표함, <사회문제탐구> 스포츠 산업과 경영에 관심이 있음, 유럽 축구 구단이 재정 문제로 파산 신청을 했다는 이슈를 접하며 코로나로 인한 스포츠 산업의 손실과 해결 방안을 주제로 탐구함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어Ⅱ> 디지털 리터러시 활동으로 유럽슈퍼리그의 정의, 운영 방식 등을 소개하며 발표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출범 이유를 구단의 재정 문제, 팬들의 필요 충족에서 찾는 등우수한 탐구 역량을 보임, <국제경제> 경제 통합 단계와 경제 블록을 학습하며 국제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고자 ‘비교 우위와 국제 무역’을 주제로 발표함, 경제학자들의 이론에 대해 고민함선택과목
▒ <정치와 법> 정치는 나와 동떨어진 느낌이 컸지만, 정치가 왜 필요하고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서 선택했다. 수업을 통해 보수와 진보 이념을 알게 됐고, 정치가 인류의 근간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 <국제경제> 경영학과 진학을 생각하며 경제에도 관심이 생겨 선택한 과목이다. 한 학기 동안 배우느라 진도가 빠른 감이 있었지만 경제학자들의 무역 이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사회문제탐구> 사회 현상과 관련해 자유로운 탐구를 할 수 있었던 과목이다. 스포츠 산업과 경영에 관심이 많아 바르셀로나 경제 악화 뉴스에서 출발했던 프로 구단의 재정 문제, 스포츠 중계권 판매 등 스포츠 산업을 경영과 연결 지어 탐구했다.▒ <세계지리> 지형적인 내용을 배우는 과목이라 생각했는데 지형적 특징뿐 아니라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과목이었다. 수업을 들으며 유럽연합, 경제 공동체 등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INTERVIEW 8
한찬희서울대 경제학과(경기 인창고)
수학 역량 키우려 <기하> 이어 <미적분>까지 도전했어요
돈을 많이 벌면 공부를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중학생 때 처음으로 주식 투자에 눈길이 간 이유다. 세뱃돈 등 용돈을 모으고 모아 주식을 사봤다. 결과는? 손실이 더 컸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배운 것은 많았다. 경제를 움직이는 요인은 복합적이었다. 주식 역시 그 결과물 중 하나였다. 경제 전반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되어 다양한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으면서 경제학 자체에 흥미가 생겼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데 필요한 수학 역량을 키우기 위해 <확률과 통계> 외에도 <기하>와 <미적분>에 도전했다. 1~2학년 수학 성적은 1~3등급을 오르내릴 만큼 기복이 있었지만, <기하>는 성취도 A, <미적분>은 2등급을 받았다. 문제 유형을 익히고 반복해 풀기보다, 경제학에 수학이 어떻게 쓰이는지 파고드는 공부 성향은 수학을 심화해 배우는 데 더 유효했다. 일반 전형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에 합격한 한찬희씨를 만났다.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호기심에 시도해본 ‘무모한’ 주식 투자, 결과는?
막연하게 상경 계열을 생각했던 찬희씨가 경제학 전공을 결정한 데는 학교에서 진행된 ‘선생님과 함께 책 읽기’의 영향이 컸다.“어느 대학을 가든 제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경제, 고전, 문학 가리지 않고 책도 다양하게 읽은 편이었죠. 그러던 중 2학년 때 선생님과 함께 책 읽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본주의를 다룬 책을 읽고 토론하는 활동을 했어요. 아무래도 혼자 읽기보다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읽으며 토론하다 보면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기대했던 대로였죠. 경제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게 이때부터였어요.”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호기심은 여전해 주식 투자를 다시 해봤지만 결과는 역시 좋지 못했다. 주식 시장의 가격 변동이 어떤 경제 원리로 작동하는지 궁금했다. <무엇이 주가를 춤추게 하는가>를 읽고 가격이 계속 변동하는 이유는 가격과 가치가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주식 시장 밖의 정부 부채 등 주변 상황이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경제 전반을 더 배우고 싶어졌다.
“경제학은 숫자라는 언어로 이야기한다는 말처럼 어려운 수학적 표현들이 많았어요. 수학을 꾸준히 공부하긴 했지만, 1~2학년 성적에 기복이 많은 편이었죠. 1학년 1학기 때 <수학> 2등급을 받고 난 뒤, 2학기 때는 수학 공부에 더 신경을 썼어요. 수학 성적은 그대로 였어요. 대신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다른 과목의 성적은 떨어졌고요. 하하.”2학년 때 배울 과목을 선택해야 할 시점에 자신의 수학 역량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보고 싶었다. 상경 계열을 고려했지만, 주로 이공계로 진학할 학생들이 선택하는 <기하>를 배워보기로 했다.“<기하>는 다른 과목보다는 선행학습의 영향권 밖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노력한 만큼 내 수준을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여기서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수학이 덜 중요한 학과로 가리라 마음먹고 한도전이었는데, 어렵긴 했지만 성취도 A가 나오더라고요.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3학년 과목으로 <미적분>까지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선생님들께서 지금보다 석차등급이 내려갈 수 있고, 대학 지원 시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이 점은 알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고민은 됐지만 경제학을 전공하려면 어차피 해야 할 공부니 가보기로 했죠. 이공계로 갈 친구들과 함께 듣는 만큼 다 같이 열심히 하는 분위기여서 수업 자체는 쉽진 않았지만, 재미있었어요.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다행히 2등급이라는 성적으로 나타나더라고요.”
수학에 자신감 붙으며 경제학과 접목해 탐구수학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경제학에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수학Ⅱ> 시간에 미분을 배우면서 무차별곡선의 한계대체율에 미분이 활용된다는 것을 조사한 적 있었어요. 독립 변수에 따른 종속 변수의 변화 정도를 파악하는 데 미분이 용이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미적분> 시간에는 분수함수의 미분법으로 무차별곡선의 한계대체율을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겠다고 추측했는데, 다항함수의 개형으로 나타나지 않는 현상들도 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경제수학> 시간에 미분을 활용한 이윤 극대화 등의 개념을 배우니 경제학에서 적분은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궁금해졌어요. 적분으로 넓이를 나타낼 수 있다는 개념을 이용해수요공급곡선에서 생산자 잉여와 소비자 잉여를 구하는 방법을 <미적분> 시간에 발표했죠.”
찬희씨의 이 같은 접근은 <미적분>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에 ‘이과생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음. 미적분이 사회과학 분야에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강조함’이라고 기록됐다.인창고의 학교 특색 프로그램 중에는 ‘교과 통합 심화융합형 자율 탐구 수업’이 있다. 찬희씨는 이를 활용해<확률과 통계> <화법과 작문> 교과를 통합, 미국의 사례를 통해 ‘적극적 재정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잡고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실물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시행한 적극적 재정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초기에는 변화가 없다가 최근 대폭 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의 전망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 상황에 수학을 적용해보고 싶어 잡은 주제였어요. 통화량이 증가하면 소비자 물가지수가 오를 거라는 가정하에 기간별로 그래프를 만들어 비교했는데, 이것만으로는 일치하지 않더라고요. 이것저것 뒤져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연관 지어보니, 소비자 물가지수는 통화량 증가 외에도 백신 접종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백신 접종률 증가가 주는 기대 심리가 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 거죠. 경제적 수치만이 아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요인들을 활용하면 경제 원리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느낀 경험이었어요. 경제통계학, 국제금융론, 심리적 요인 분석 등 다양한 경제 분야들을 전문적으로 배워 경제 전반을 통합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싶어지더라고요.”
나의 흥미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잘 따라가보길
경제학에 대한 찬희씨의 호기심을 해결하고, 수학 역량을 키우는 데 인창고의 열린 교육과정은 큰 도움이 됐다.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서울대 오세정 총장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는 찬희씨는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공정성’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대학 진학과 교과 성적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니 선택형 교육과정에서도 이수자 수가 적은 과목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어떤 면에선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죠. 얼마 전 서울대 오세정 총장님의 강의를 들었을 때도 학생들이 ‘공정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 질문에 ‘수능이라는 일정한 수준의 문제를 맞히기 위해 반복적으로 암기하는 방식은 국가적 손실로 받아들여진다. 서울대가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 그런 면에서 우리 대학 종합 전형이 공정성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고 답하더군요.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100% 전형이 공정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과정은 과연 공정한지 다양한 질문을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기하>를 통해 수학 역량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도 선행학습의 영향력을 덜 받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처럼요. 지금의 학교 환경에서는 교과 등급 역시 입시에서 지나치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후배들에게는 자신의 흥미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잘 따라가보길 바란다고 전했다.“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도 어떤 가수를 좋아하면 그 장르를 보게 되고, 그 장르 안의 또 다른 가수로 확장되잖아요. 무언가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만 움직이기보다, 자신의 흥미가 이동하는 방향을 잘 따라갔으면 좋겠어요. 전 학교 동아리로 2년 동안 전통 활을 다루는 ‘국궁’도 했을 만큼, 하고 싶으면 했어요.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순간 진로의 방향이 보일 것이고, 이 과정은 학생부에 자연스럽게 나타날 거라고 봐요.”
‘교과 통합 심화 융합형 자율 탐구 수업’에서 ‘적극적 재정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잡고 진행했던 탐구 활동 보고서. 미국의 사례를 통해 소비자 물가지수에는 통화량 외에도 백신 접종률 증가가 주는 기대 심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제 분석에는 통합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영화 <큐브>에 나오는 장면 중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로 소수를 구하는 방법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며 수업 시간에 배운 공식을 응용해 영화의 한 장면을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됨, <과학탐구실험> ‘연대별 한반도의 기후 변화 경향성 파악하기’ 활동에서 국가기후데이터센터의 통계 자료를 토대로 한반도 평균 기온의 증감량을 예상해 발표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자신의 선입견이 부서지는 것에 대한 희열을 솔직히 표현한 ‘신이 나에게 준 것’이라는 제목의 서평 작성, <수학Ⅱ> 미분계수의 정의를 이용해 문제를 만들어보는 활동에서 ‘소비자 선택 이론’을 접목해 발표, <정치와 법> 헌법재판소 판례 분석하기 활동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다루는 판례 분석, <팀 프로젝트> 주요 국가의 코로나 위기 대응 경제 정책의 특징과 시사점, 유동성 공급 정책의 영향을 주제로 보고서 작성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완전 경쟁 시장을 가정한 상태에서의 기업, 가격, 평균 비용 곡선 등에 대한 지문을 선정해 보고서 작성, <확률과 통계>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소득 불평등의 원인을 분석한 기사 작성, 2017년과 2020년 순자산 10분위 점유율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통계 보고서 작성, <사회·문화> 모든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전제지만, 경제 현상도 사회·문화 현상으로 어떤 경우에는 인간이 비합리적일 수 있다는 점을 사회·문화 현상의 가치 함축성, 확률의 원리 등을 통해 설명선택과목
▒ <기하> 경제학 전공에 필요한 수학 역량을 갖췄는지 확인하고 싶어 선택한 과목. ‘인문 사회 계열을 선택한 학생임에도 수학에 관심이 높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뛰어난 학업 성취도를 보임. 전공분야의 수학적 분석과 이해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으리라 판단됨’이라고 세특에 기록될 만큼 열심히 공부했던 과목이다. 성취도 A를 받으면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 <미적분> 경제학을 전공하려면 언제가 됐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 성적 부담은 있었지만 도전한 과목이다. 이공 계열로 진학할 학생들에게는 생소할, 수요공급곡선의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를 이해하기 쉽게 발표하는 등 2등급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경제수학> 미분을 활용하는 이윤 극대화 등의 개념을 배운 뒤 경제학에서 적분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해졌고, 이는 <미적분> 수업에서의 수요공급곡선 관련 발표로 이어졌다.▒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사회정의 파트에서 다루는 경제학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생활과 윤리>를 선택했다. 재미도 있고, 성적도 잘 나와 연장선에서 <운리와 사상>을 골랐다.▒ <정치와 법> <사회·문화> <경제>를 배우고 싶었지만 선택자 수가 적어 폐강되면서 <정치와 법>으로 결정했다. <사회·문화>는 다루는 범위가 워낙 넓어 충분히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다.INTERVIEW 9
이주민서울대 심리학과(경기 양명여고)인간의 본질 탐구하는 심리학, 뇌·유전자 이해하려 <생명과학Ⅱ> 선택했어요
심리학과는 수시에서 마니아들이 많이 지원하는 학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주민씨는 서울대를 비롯,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를 심리학과로만 지원해서 합격했다. 많은 학문이 우리 사회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지만, 그중에서도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본질을 탐구하는 심리학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심리학에 빠져들었다. 빅데이터와 뇌과학까지 공부하며 심리학에 대한 열망을 불태웠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좋은 사회를 만드는 심리학
주민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프로파일러(범죄 심리분석 수사관)가 되고 싶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TV 프로그램에서 범인의 심리에 따라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을 재미있어하다가 프로파일러의 학문적 기반이 되는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추상적인 말처럼 들리겠지만, 우리나라를 행복한 사회로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예요. 그러려면 범죄를 줄여야죠. 범죄 심리학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심리학을 공부해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사회를 개선하려면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인 심리학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심리학에 끌렸어요.”주민씨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는 일관되게 심리학을 향했다. <통합사회> 과목에서 서유럽 해안 지역의 사람들은 햇볕을 쬘 수 있는 일사량이 부족해 우울감을 느낀다는 것을 배운 후 환경과 심리학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학교 학술탐구대회에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주변 공간을 재설계하는 연구를 친구들과함께 준비했다. ‘주거 환경이 건강 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 등을 참고해 탐구 실험을 기획하고 색과 인구 밀도가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산소포화도와 맥박으로 측정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고 <생명과학Ⅱ>에서 배운 내용을 추가해 3학년 심화탐구반의 자율 주제 탐구 활동으로 연구를 지속했다.
“심리학을 통해 어느 분야에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지 늘 생각했어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 제안에도 관심이 많아요. 심리학을 좋아한다, 심리학과 관련된 활동을 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학을 통해 제가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일관되게 보여주려 했어요.”주민씨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빅데이터와 연관된 책을 많이 읽었고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경기꿈의대학’ 에서 뇌과학에 관한 대학 강의를 찾아들었다.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들을 위해학교 앞 횡단보도에 바닥을 노랗게 칠한 옐로 카펫을 설치하도록 제안했고, 횡단보도 집중 조명 시설인 투광기도 안양시청에 직접 제안했다. 심화탐구반의 교과융합 활동으로 위기 청소년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학생회와 연합한 캠페인을 벌여 학교 친구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자연 계열 학급으로 찾아가 수강한 <생명과학Ⅱ>주민씨는 심리학에서 뇌와 유전자의 비중이 꽤 크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어졌다. 3학년 때 인문 계열 학생 중 혼자 <생명과학Ⅱ>를 신청했고 같은 반 친구들이 <세계지리>를 듣는 시간에 자연 계열 학급의 교실 뒷자리에서 수업을 들었다.“<생명과학Ⅱ>도 시험을 보려면 암기할 분량이 많았지만 사탐 과목들과는 공부하는 방법이 다르더라고요. 개념을 문제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생각하며 공부했어야 했다는 것을 중간고사 보면서 알았어요. 기말고사 때는 개념 응용과 문제 풀이에 좀 더 집중했더니한 문제 틀리고 다 맞았어요. 유전자가 복사되는 과정이 참 재밌더라고요.”
코로나19 때문에 주민씨 역시 등교하는 날이 많지 않았다. 2학년 때는 학교에 안 간 날이 간 날보다 많았다. 코로나19 때문에 대회와 활동들이 취소돼 속상하기도 했다.“그래도 비대면으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서 했어요. ‘침묵의 나선 이론’ 실험도 온라인으로 하고, 친구들과 후배들을 초청해 학생 멘토 강연을 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보려고 애썼어요. 덕분에 고2와 고3 때 심리학 관련 활동이 집중적으로 많아졌더라고요. 수업 시간에도 마이크를 켜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제 화면을 공유하면서 발표했어요.”서울대 일반 전형으로 오랜만에 합격한 사례주민씨는 서울대를 일반 전형으로 지원했다. 지역 균형 선발 전형으로 합격한 고등학교 선배들은 계속 있었지만, 일반 전형으로 합격한 선배들은 거의 없었다. 지역 균형 선발 전형의 추천 카드가 먼저 들어왔지만 주민씨는 일반 전형으로 지원하고 싶었다.
“심리학에 쏟은 제 열정을 평가자가 알아주지 않을까 싶었어요. 학생부의 한 글자 한 글자에 제 노력이 들어가 있잖아요. 3년 동안 주체적으로 만들어낸 저의 기록이 뿌듯했어요.”주민씨는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를 심리학과로 지원해서 다 합격했다. 연세대 심리학과는 학생부 종합 전형 활동 우수형이 아니라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지원하라고 아버지가 일러줬다. 연세대 교과전형은 1단계에서 교과 성적 100%로 5배수를 선발하며,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없어 교과 전형 합격 컷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주민씨는 1단계를 통과할 만한 내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아버지의 뜻대로 교과 전형으로 지원했는데, 경쟁률이 4:1을 기록해 지원자 전원이 1단계를 통과했다.어머니는 <내일교육> 6년 구독자로 심리학 전공과 관련된 정보를 비롯해 주민씨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사
를 포스트잇으로 표시하고 중요한 부분에 동그라미를 쳐서 전해줬다.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어머니는 저를 위해서 온갖 입시와 교육 정보를 부지런히 챙기셨어요. 제가 힘들 때마다 가장 큰 힘이 되어주셨죠. 저의 정신적 지주예요. 부모님이 입시를 공부해 핵심적인 내용을 알려주신 덕분에 저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당락을 결정지은 심층 면접고려대 서울대 연세대의 종합 전형 2단계는 심층 면접을 봐야 한다. 주민씨는 세 대학의 면접 기출문제를 시간을 재면서 다방면으로 풀어봤다.“탈관료제, 혐오범죄, 디지털 리터러시, 기후위기 등 여러 사회 이슈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융합적 이렇게 여러 입장에서 근거와 제 의견을 요약해 노트에 정리했어요. 무엇보다 교과서를 열심히 읽었어요.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교과서를 샅샅이 읽으며 교과서에 실린 주요 개념이 제 답변에 녹아들도록 연습했습니다.”
주민씨는 연세대 교과 전형에서 입시 기관이 공개한 점수상으로는 자신의 1단계 점수가 높지 않았지만 최초 합격했다며, 면접이 당락을 결정지은 것 같다고 했다. 고려대는 다양한 제시문에서 핵심 키워드를 찾아야 했으며, 그 키워드가 맞으리라 믿고 답변을 이어나갔다.“서울대 심층 면접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어려웠어요. 깊이 있는 사고력이 필요한 문제였거든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야 잘 대답할 수 있는 문제였어요. 무엇보다 면접관 교수님과 많이 소통하는 것이 중요했죠. 추가 질문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기회이니, 이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시문 면접이지만 전공과 연관시켜 답변할 줄도 알아야 하더라고요. 학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낼 수 있잖아요. 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2학년 <사회문제탐구> 과목에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배우면서 위기 청소년을 위한 방안을 연구하게 됐다. 심화탐구반의 교과 융합 활동에서 1학년과 2학년이 협업해 심리 연구와 심리 치료 방법을 알아봤다. 학생회와 연합해서 고민이 많은 친구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캠페인 활동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벌였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친구들의 사연과 고민을 받아 건강한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2학년 때 학생 멘토 강연자로 선정돼 친구들에게 심리학과 뇌과학의 관계에 대해 강연했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 지능 검사에 대해 온라인을 이용해 강의하면서 생리 심리 검사가 거짓말 여부를 추론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범죄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사람의 행동과 성격은 생물학적 원인보다 환경적 원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다’라는 논설문을 작성함. 정신병의 심리적 치료, 새의 날개, 인간의 환경적 적응력을 근거로 제시함. <통합사회> ‘남을 의식하면 불행하지만 나를 의식하면 행복해진다’라며 물질보다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면 만족감이 더 커진다고 주장함. 관광지의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찬반 토론에서 노약자와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찬성하며 반대 측 입장도 경청함.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Ⅱ> 수학교과부장으로 정적분 계산에서 적분 변수는 다른 문자를 사용해도 된다는 것과 적분 상수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 등 적분의 실제적 의미를 이해하고 활용하려 함. <사회문제탐구> 위기 청소년을 위해 논문을 읽고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학생회와 연합해 캠페인을 벌임.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사회·문화> 지역 사회의 환경을 바꿔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탈을 해소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함. <생활과 윤리> 신경 윤리학에 대해 배우면서 뇌의 손상이 비도덕적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됨. 비도덕성과 관련된 편도체 손상을 치료해 정신질환자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함. <생명과학Ⅱ> <이상심리학>을 읽으면서 정신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성질과 구조를 설명하고, 이와 관련된 윤리적 토의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발표함.
선택과목
▒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행복한 사회에 대한 윤리적 성찰이 궁금했으며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동서양 철학자들의 견해를 보며 현재 윤리적으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 <정치와 법> 법과 정치는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좋은 수단 중 하나이며 정의·원칙·법을 좋아해 가장 배우고 싶었던 과목이다. 법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확률과 통계> 심리학에서 중요한 분야 중 하나가 통계다. 복잡하고 다양한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선 많은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가공해야 하니 통계학이 심리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생명과학Ⅱ> 심리학의 과학적 접근법에 대해 공부한 후 생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껴 수강하게 됐다. 유전자와 심리학의 관계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심리학과를 희망한다면 <생명과학Ⅰ> <생명과 학Ⅱ>를 차례대로 듣기 추천한다.INTERVIEW 10
김예지서울시립대 경영학부(경북 북삼고)노력한 자신을 마케팅하는 것, 학생부 종합 전형의 준비 과정
예지씨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 연계 진로 특강에서 경영학과 교수의 강연을 듣고 마케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진로를 결정한 후에는 수업 시간과 독서, 동아리 활동까지 경영, 마케팅과 연결 지어 고민하고 생각했다. 진로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미적분>을 선택해 열심히 공부했고, 녹색 경영 관련 책을 읽은 후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는 바로 설문 조사까지 포함한 탐구보고서도 작성했다. 노력했고 행동했으며 자신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이의종진로 특강에서 만난 경영학과 교수는 마케팅은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라며 브라운관 TV에서 최신형 TV로의 변화를 예로 들었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최신형 TV가 판매됐지만 당시 브라운관 TV를 보던 사람들은 만족한 상태였기에 비싼 돈을 주고 굳이 얇고 가벼운 TV를 구매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요. 광고를 이용해 브라운관 TV의 불편함을 부각시키고 최신형 TV의 편리함을 일깨워준 것이 마케팅의 역할이었고요. 강연을 듣는 내내 마케팅은 제품에 가치를 부여해 소비자와 시장을 연결해주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후 고교 생활 내내 수업 시간에 무엇을 배우든 경영이나 마케팅과 연결 지어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독서 활동 역시 진로와 관련된 경영학, 마케팅 책으로 이어졌다.
“마케팅업계의 바이블로 통하는 <포지셔닝>을 읽으면서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죠.<고든 램지의 불놀이>는 유명 요리사인 고든 램지의 사업가적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에요. <마케터의 여행법>은 지은이가 파리에서 생활하며 유럽 마트를 관찰해 쓴 책인데요. 관찰을 통해 소비의 흐름과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마케터의 역량이라고 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녹색경영>을 읽은 후에는 내가 경영인이 된다면 녹색 경영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탐구 보고서도 썼죠.”책을 통해 얻은 통찰 탐구 보고서로 이어져
“탐구보고서 제목은 ‘녹색 경영과 기업 이미지의 상관관계’였어요. ‘녹색 경영을 하는 기업일수록 기업이미지가 좋을 것이다’라는 가설로 학교 학생들 60명에게 질문지법으로 설문을 했는데요. 가설은 기각됐어요. 친환경 기업으로 알려진 파타고니아를 제외한 나머지 녹색 기업들은 선호도에서 하위권을 차지하고 오히려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알려진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았거든요. 녹색 경영 자체를 모르거나 녹색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 알려져 있지 않아 인지도가 낮았던 것이 원인이었어요. 다만, 녹색 마크를 보거나 녹색 경영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소비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높았어요. 마케팅의 중요성을 또 한번 느끼게 한 탐구 과정이었습니다.”진로와 관련 있는 과목은 어려워도 선택
예지씨의 적극성은 선택 과목을 정할 때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수학 공부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처음에는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경영학부에 진학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목이라는 것을 알고 인문 계열 학생들은 거의 선택하지 않는 <미적분>을 수강한 것. 1학년 때 이수한 <수학>보다 성적이 올라 <미적분>에서 2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꼭 필요한 학문임을 알고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해서 성적을 올렸어요.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하다보니 어느새 응용 문제도 거뜬히 풀 수 있더라고요.”<경제수학>도 이수했다. 고교 때 배웠던 과목 중 실제 경영학부에서 배우는 내용과 가장 비슷해 유용했다. <실용 경제> 수업을 통해 하게 된 모의 창업활동도 의미 있었다. 현대인의 소비 성향 중 과시 소비에 초점을 맞춰 ‘ 명품 대여 시스템’을 기획했다.
“값비싼 상품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준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과시 소비에 대해 알게 됐어요. 명품 구매의 목적이 과시인 소비자들은 대부분 ‘명품 대여 시스템’ 사업에 호감을 드러낼 것이라고 확신했고 이들을 타깃으로 설정했어요. 시장 분석부터 판매 촉진을 위한 광고 기획까지 마케팅 전략으로 구현했죠.”근거가 뒷받침된 토론 위해 책도 열심히
예지씨는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다. 진로와 관련있는 경영 동아리와 토론 동아리였다.“경영학에 대한 관심으로 함께 모인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모둠 활동으로 신문을 제작하고 전시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고든 램지의 불놀이>를 읽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고든 램지를 가상으로 인터뷰하는 기사를 써 좋은 반응을 얻었죠. 토론 동아리인 ‘슬기로운 토론생활’은 어렸을 때부터 토론을 좋아해 가입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말하기가 좋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말에 힘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자료 조사 형태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고 그 과정에서 논리정연하게 생각을 말하는 법을 배웠죠. 또 의견 대립이 있을 때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인정하는 태도가 더 좋은 토론을 만든다는 것도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은 제가 좋아하는 토론를 하면서 준비 과정에서 근거를 찾기 위한 책도 읽게 해 무척 좋았습니다.”
마케터를 꿈꾸며 스스로를 마케팅하다
예지씨의 적극적인 태도는 동아리 활동에서 돋보였고, 수업 기록에서도 드러났다. 중3 때 다닌 영어 학원에서 만난 선생님은 학생부 종합 전형을 무척 강조하면서 고교 생활을 충실히 할 것을 당부했다고. 조언을 잊지 않은 예지씨는 진로를 마케터로 구체화하면서 종합 전형 준비 과정을 스스로를 마케팅하는 기회로 만들었다.“고교 생활 내내 경영이나 마케터와 연관 지어 활동하고 공부하면서 각 교과 선생님들께도 경영학과 진로를 희망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관련 내용을 배울 때면 탐구 보고서도 작성해 제출했죠. <수학Ⅰ>에서는 경제학 내용을 삼각함수 그래프로 공부해 경기 순환 그래프를 쉽고 빠르게 이해했고요. <정치와 법> 시간엔 언론 마케팅과 관련한 탐구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한국지리>를 배울 때는 지리 정보를 수집·가공·분석해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나’라는 브랜드를 수업 시간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렸죠.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마케팅은 나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녹색 경영과 기업 이미지의 상관관계’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탐구 보고서 중 일부. ‘녹색 경영을 하는 기업일수록 기업 이미지가 좋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설정해 경북 북삼고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설문 결과 친환경 기업으로 알려진 녹색 기업들은 대체로 선호 브랜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녹색 경영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단, 녹색 마크를 보거나 녹색 경영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소비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높은 것으로 보아 소비자들은 친환경 소비를 할 의향은 있지만 정보의 결여로 인해 친환경 소비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다독하는 학생으로 경영에 관심이 많아 관련 내용을 스크랩하고 독서 노트에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등 능동적인 독서 활동을 함, <수학> 모둠에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다가가 알려주고, 발표할 기회가 있으면 항상 지원해 25회나 발표할 정도로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함, <영어> 글을 쉽게 이해하고 함축적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남, <통합사회> 토의나 발표에서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하면서 도 친구의 의견을 수용하는 개방적 태도를 보임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Ⅱ> 정적분의 활용을 공부하며 경제학과 관련된 지니계수와 로렌츠곡선의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 소득의 불평등도를 구해냄, <영어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 후 관련 제품을 소개해주는 온라인 쇼핑몰을 예로 들어 기업의 바람직한 빅데이터 사용과 경영 방식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덧붙임, <한국지리> 지리 정보 시스템을 활용한 고객관리 시스템이 사업 경쟁력의 원천임을 밝히고 지리 정보를 수집·가공·분석해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은 포부를 밝힘, <정치와 법> 근로자의 권리에 대해 배우면서 금융 계열에 종사하는 은행원의 업무 시간과 관련된 노동권 문제를 알게 된 후 온라인 소통 공간인 ‘국민신문고’에 관련 정책을 제안함, <정보> 인공지능 글쓰기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타깃 마케팅에 대해 조사해 과거 광고 방식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제시선택과목
▒ <미적분> 경영학과 진로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수했다. 효용함수 f(x)를 미분해 구한 도함수가 한계효용이며 접선의 기울기가 0이 되는 지점에서 효용이 극대화된다는 것을 아이스크림 소비량에 따른 편익 그래프를 이용해 설명하는 융합적인 발표를 했다. 경제ㆍ경영과 수학과의 관련성을 찾아보며 미분의 개념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 <경제> 마케팅 전략이 궁금해 읽은 <포지셔닝>을 참고해 시장별로 필요한 전략을 세우고 활동지를 작성해 제출했다. 또한 경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매일 경제 신문을 읽고 스크랩했다. 기사 내용을 요약 정리할 때 내 생각도 함께 정리해 기록했더니 나중에 발표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정치와 법> 정치는 상경 계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이수했다. 언론이 어떻게 시민을 선동하는지 궁금증을 가지면서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언론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탐구 보고서를 작성했다.INTERVIEW 11
양수연성신여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서울 광양고)합격의 비결은 대화하듯 이어진 면접 덕분
수연씨는 고교 시절 내내 UCC 대회에 참석할 영상 등을 만들면서 수상도 하고 주변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영상 제작이 즐겁고 적성에 맞는 일이라고 느꼈다. 막연히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꿈이 구체화된 건 영상 제작에 흥미를 느낄 무렵 접한 공익 광고 덕분이었다.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이의종큰 울림 준 광고, 광고기획자 꿈꾸게 해
“광고기획자가 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세우게 된 건 고교 2학년 때였어요. ‘광고 천재’라고 불리는 이제석 광고기획자의 공익 광고가 계기가 됐죠. 긴 계단에 에베레스트산이 쭉 그려져 있었어요. 산 아래에 ‘누군가에게는 이 계단이 에베레스트 산입니다’ 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광고였는데 제게는 충격이었어요. 광고가 이렇게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깨달음을 얻고 광고기획자를 꿈꾸게 됐죠. 이 공익 광고가 큰 울림을 준 건 제게 자폐성 장애를 가진 언니가 있기 때문일 거예요. 가족들이 함께 외출하거나 외식할 때면 언니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언니가 가끔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시선이 때로는 버거웠고 가끔은 화가 날 때도 있었습니다. 그냥 무심하게 바라봐주면 안될까 싶었죠.”영상 주제를 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
UCC대회에 장애인 인권과 위안부를 주제로 한 영상을 제작해 출품하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 깊은 관심에서 시작됐다.평소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관심이 많았고, 또 소녀상 철거와 관련한 기사를 접하며 마음 고생하셨을 할머니들께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영상을 제작했다.“위안부 영상의 앞부분에는 스톱모션을 넣어 주의를 환기시켰고, 장애인 인권 영상은 애니메이션을 넣어 연결을 부드럽게 했어요. 스톱모션은 물체의 촬영 위치를 바꿔가면서 촬영하는 기법이에요. 애니메이션은 그림인 반면 스톱모션은 실사판이죠.위안부 영상은 총소리로 시작했어요. 뚝뚝 끊어져 보이는 스톱모션이 긴장감 있는 이 영상의 도입부에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요. 반면 장애인 인권 영상은 부드럽게 흘러가길 원했어요. 그래서 앞부분에 애니메이션을 배치했죠. 보는 이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하려고 노력했어요. 영상을 소비하는 주체는 결국 보는 사람이니까요. 두 차례 참가한 UCC대회에서 수상도 하면서 영상 제작에 흥미를 느꼈어요.”
졸업 영상으로 긍정적 피드백 받아
방송반으로 활동하면서 한 학년 선배들의 졸업영상을 직접 제작했다. 코로나19로 선배들의 고교 졸업식이 온라인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졸업식을 해 아쉬웠는데,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졸업 영상을 잘 만들어줘 감동받았다는 말을 선배로부터 전해 듣고 큰 보람을 느꼈죠. 영상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영상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만들지가 중요하죠.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진학을 결심했어요.”수연씨는 수시 6장을 모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지원할 만큼 학과 선택 기준이 한결같았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만큼 경쟁률이 높고 합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대학에 와서 보니 타 전공 학생들도 우리 학과 수업을 복수전공 등을 통해 들을 수 있었어요. ‘왜 굳이 이렇게 경쟁률 높은 학과를 썼을까?’ 하는 후회를 한 적도 있죠. 하지만 우리 학과 학생이기 때문에 얻는 장점들이 있어요. 학과에서 운영하는 학회에 교수님들도 참여하시는데 학생들이 제작한 영상에 대해 자문을 아끼지 않으시죠. 광고 공모전 참여도 독려하면서 ‘제발 제출만 해. 피드백 해줄게’ 하는 분위기입니다. 하하.”
<언어와 매체>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의 핵심 기초고등학교 3학년 때 <언어와 매체> <사회·문화>를 선택했다. 광고기획자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를 잘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 <사회·문화>를 선택했고,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매체 선택이 중요하기에 <언어와 매체>가 직접적인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영상 제작에서 자막 같은 텍스트 또한 매우 중요하잖아요. 간결하고 핵심적인 내용이 정확한 문법에 담겨야 하니까요. 아직 대학 1학년이긴 하지만 대학에서 배운 내용들의 핵심 기초가 <언어와 매체>더라고요. 2학년 문학 시간에 소설 <남한산성>을 배웠는데, 인물들의 갈등 상황이 흥미로웠어요. 작품의 전체 내용과 당시 시대 상황을 알고 싶어 소설 전문을 읽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체로 주화파와 척화파의 의견을 긴박하고 현장감 있게 표현했더라고요. 영화에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 찾아봤어요. 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클로즈업, 롱숏과 같은 다양한 카메라 구도를 활용해 문학 작품보다 선명하게 인물들을 형상화했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인쇄매체를 통해 배우는 문학 작품을 영상매체로 심화 학습하면서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매체 특성에 따른 효과도 배울 수 있었어요. 광고기획자가 되고자 하는 저에겐 큰 공부가 됐어요.”
시사에 대한 관심 덕분에 대화 나누듯 자연스럽게 진행된 면접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기사화되는 중요한 현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신문을 스크랩하고 요약·정리하는 활동을 통해 시사 상식을 쌓아갔다.“합격의 비결은 면접이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발전해나갈 매체에 따라 광고는 어떤 식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등 생각지 못한 다양한 질문을 받았는데 편하게 대화 나누듯 평소 생각한 바를 말하면서 면접을 이어나갔어요. 평가받는 자리로만 생각하면 긴장하기 쉬운데 그보다는 내가 합격해서 공부하고 싶은 학과의 교수님과 대화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임했어요.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것은 누적된 시사 상식으로 인한 자신감 그리고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평소의 생각과 고민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장애인 인권이 향상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해 교내대회에서 수상한 UCC영상.
‘광고의 영향력’이라는 주제로 탐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광고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어떻게 자극하는지, 소비 패턴에는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를 조사하면서 과장ㆍ허위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해 작성했다.
탐구 보고서에서 버거킹의 수에즈 운하 조롱 광고를 사례로 들었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에버기븐호의 좌초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건을 이용해 와플 크기를 강조한 버거킹 칠레 법인의 광고를 불쾌감을 남긴 광고 사례로 들었다. 재난 상황을 악용한 광고와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잘 만든 광고 사례를 비교해 발표했다.
학생부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언어와 매체> 평소 축적된 지식과 정보의 양이 많으며 전달력 또한 뛰어남. 다양한 문법 요소를 말과 글로 올바르게 표현하는 뛰어난 국어 활용 능력을 보임. 매체 자료 소개 수업에서 유명 배우들이 연기 후 게임명을 공개하는 새로운 광고의 효과에 대해 소개함.<영어 독해와 작문>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매체별 광고 시장 점유율의 변화 추이에 대한 그래프를 영어와 우리말로 짜임새 있게 설명함.<생활과 윤리>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는 사회적 소수자의 불이익을 개선해줄 거라 판단함.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인식하고 여러 입장을 비교ㆍ분석한 후 인공임신중절 자살 안락사 뇌사 문제에 대해 자신이 채택한 윤리적 관점으로 설명함.<심화국어> 문학작품에 대한 감상 능력이 뛰어나며, 비문학 지문을 분석적ㆍ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뛰어난 독해력을 보임.<실용영어> 과학 경제 인문사회 등 배경지식이 필요한 전문 분야의 복잡한 글을 이해하고 사실정보와 맥락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남.<생활과 과학> ‘마케팅과 과학’이라는 자유 주제를 선택해 발표함. 기술과 예술의 합성어인 데케르트 마케팅에 대해 조사한 후 이를 활용한 가전제품을 소개하고 뇌과학과 마케팅의 만남인 뉴로 마케팅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마케팅의 장단점을 설명함.선택과목
▒ <언어와 매체> 진학하고 싶었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과목이었기에 선택했다. 정확한 문법 사용, 매체의 유형과 특성, 매체 언어의 특성을 배울 수 있어 유익했다.
▒ <사회·문화> 광고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선택했다. 사회·문화 현상을 보는 관점, 대중문화, 대중매체 등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윤리와 사상> ‘광고의 영향력’을 주제로 탐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수에즈 운하 조롱 광고에 대해 조사하면서 불쾌감을 주지 않는 광고, 허위ㆍ과장이 없는 광고를 생각하게 됐다. 탐구 보고서에 광고기획자가 광고 제작시 지켜야 할 윤리와 자세에 대해서도 기술했다. 인간의 삶에서 윤리 사상은 왜 필요한지 도덕적 심성, 자비의 윤리 등에 대해 깊이생각해볼 수 있어 의미 있는 과목이었다.
INTERVIEW 12
황효진이화여대 사회복지학전공(서울 동대부여고)사회복지 정책 연구로 누구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수학을 가장 좋아하고 잘했기에 1학년 때만 해도 자연 계열 진학을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과학은 썩 좋아하지 않았기에 수학을 살려 컴퓨터공학과를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다. 한데 사회적 약자를 만드는 구조적 모순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복지 정책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사회복지학과에 눈길이 갔다. 과학 중심으로 골랐던 선택 과목을 다시 사회 과목 중심으로 바꿨다. <사회·문화>를 비롯한 사회 과목에서 복지 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양상을 조사하고, 진로 분야 책 읽기 활동을 통해 고독사를 다룬 책 <시간이 멈춘 방>을 읽으며 진로에 대한 생각이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사회복지 정책 연구를 통해 누구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고 싶다는 이화여대 사회복지학전공 합격생 황효진씨를 만났다.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강렬했던 한마디
“나의 가난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다”학교에서 열린 ‘진로 체험의 날_ 전문 직업인 특강’에서 사회복지사를 선택해 강의를 들은 효진씨에게 이날의 기억은 강렬하게 남았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지원금을 신청해야 했지만, 절차가 너무 복잡해 ‘자신의 가난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과정이 상처로 남았다’ 는 강사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사회복지 정책을 연구하는 사회복지학과에 관심이 생기면서 선택 과목도 사회 교과 중심으로 결정해 나갔다.“<정치와 법>은 정책 연구에 꼭 필요한 과목일 것 같아서 선택했고, ‘생산적 복지’라는 단원명이 있는 <사회·문화>와 기업 윤리 등을 포함한 <생활과 윤리>는 기본적으로 배우고 싶었어요. 복지 문제와직결되지는 않지만, 인간에 대한 거시적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세계사>는 선생님께 추천을 받아 선택했고, <윤리와 사상>도 다양한 사상가들의 철학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정했어요. <통합과학>을 배울 때 가장 재미있기도 했던 <생명과학Ⅰ>에서는 유전 단원을 배우면서 맞춤형 아기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를 들어 반대하는 주장을 펼친 보고서를 쓰기도 했죠.”
한 학기 내내 온전히 탐구에 몰두할 수 있었던 <사회문제탐구><사회·문화> 수업에서 ‘근로 장려금 제도와 생산적 복지’에 대해 배우며 사회복지 정책을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회복지는 단순히 사회 취약 계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복지 제도는 사회 전체 구성원들의 삶에 긴밀하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근로 장려형 복지 제도를 주제로 발표한 적이 있어요. 이 제도는 소득 하향 신고라는 단점이 있을 수 있지만, 저소득 가구의 자활 노력을 장려해 복지와 경제적 효율성을 함께 실현하는 생산적 복지의 이념을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저소득 근로가구를 폭넓게 지원하도록 근로 장려금 대상자 범위를 확대하되,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대상자 수급을 수월하게 하려면 절차적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죠. 사회복지사 특강을 들으며 생각했던 지점이기도 했고요. 힘들게 일하지만 소득이 적은 근로자들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 빈부격차를 줄이고, 저소득 근로 가구가 의욕과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면 우리 사회의 복지와 삶의 질을 함께 높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3학년 때 이수한 <사회문제탐구>는 수행평가 100%로, 한 학기 내내 한 편의 보고서를 완성하는 데 온전히 몰두할 수 있었던 수업이다.“정말 ‘빡세게’ 진행했던 수업이었어요. 하하. 매 수업 시간마다 주제를 잡는 날, 서론을 적는 날, 본론을 적는 날 등 순차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꽉 채워서 집중해야 마무리할 수 있었거든요. 조사도 모두 수업 시간에 했고요. 1학년 <통합사회> 시간에 ‘10년간 100조 원 퍼붓고도 출산율 꼴찌 한국’이라는 기사를 읽고 발표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이 문제를 얕게 접근했다면, 좀 더 심화해 탐구해 보고 싶더라고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 정책과 효과’를 주제로 잡고, 여러 자료를 찾아 보면서 출산 양육비 부담 완화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점, 주거 환경과 자녀 수 사이의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주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 안전한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 등을 결론으로 도출했어요.”
특히 가족친화인증기업 지원 제도가 확대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미래에 사회를 이끌고 결혼과출산의 가능성이 있는 고등학생들은 이들 기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설문 조사도 진행해봤다.
“자녀 출산과 양육 지원, 유연근무 제도, 가족친화 직장 문화 조성 등 가족친화 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기관 등을 심사해 여성가족부가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더라고요. 우리 학교를 비롯해 다른 학교 학생들의 협조를 얻어 약 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어요. 대체로 잘 모르고 있었지만, 어떤 제도인지 설명하고 이 기업들이 직업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 같냐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선생님께서 <사회·문화> 수업 때 배운 자료 조사 방법 중 면접 심층 인터뷰 기법을 연결해 설명해주셨기 때문에 진행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만 ‘ 만치 않은 수업’으로 유명했기에 이 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33명 정도였지만, 진짜 ‘공부’를 하는 느낌이어서 정말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요.”선택 과목 통해 구체화된 우리의 진로학교 수업과 활동에 늘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만큼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지원하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했지만, 수시에서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적용되는 전형이 있다는 것은 3학년이 되어서야 알았다. 수능 준비는 이때부터 시작한 셈이다. 끝까지 기복이 심했던 과목은 영어였다. 1~3등급을 오락가락했기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사실 영어를 썩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3학년 때 선택한 <영어권문화>는 그래서 더 도전했던 과목이에요. 이겨보고 싶었으니까요. 하하. 인문학보다는 사회과학이 더 성향에 맞았기에 그랬던 것 같아요. 수능을 며칠 앞두고는 빈칸 추론이나 순서 배열 등 유형별로 정리한 문제집을 집중적으로 풀었는데, 조금씩 잡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수능 영어는 1등급을 받을 수 있었어요. 제가 지원한 이화여대 미래 인재 전형은 최저 기준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영어가 톡톡히 역할을 해줬죠.”막연히 컴퓨터공학과를 생각했다가 사회복지학과로 정하기까지 자신 역시 선택 과목 결정을 몇 번이나 번복했지만,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잘 맞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효진씨는 일단은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 과목을 고르는 게 출발점일 것 같다고 했다.
“대학 전공을 어느 계열로 지원해야 할지도 정하지 못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2학년 선택 과목을 과학과 사회 각 두 과목씩 고르게 선택하더라고요. <윤리와 사상> <정치와 법> 두 과목을 공부해보니 사회 과목들이 더 잘 맞는다는 걸 느꼈다며 3학년 때는 경영학과로 최종 결정하는 모습을 봤어요. 선택 과목을 통해 공부를 해나가면서 자신의 성향과 관심 분야를 찾는 게 지금 교육과정의 취지와도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학을 좋아했던 저는 지금 사회복지 재정 정책 쪽에 특히 관심이 많거든요. 복지 정책은 예산만 많이 들고, 경제와는 먼 개념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잖아요. 정확한 통계 분석으로 효과가 별로 없는 예산은 줄이고, 경제적 효율성은 살려 재원을 제대로 확보하는 사회복지 재정 정책을 세우는 일도 중요하겠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제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문제탐구> 수업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지 정책과 효과’를 주제로 완성한 보고서. 가족친화인증기업에 대해 고등학생 대상 설문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관심을 다양한 과목 수업에서 녹여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사회> ‘10년간 100조 원 퍼붓고도 출산율 꼴찌 한국’ 기사를 주제로 잡아 저출산의 문제점과 원인, 정부의 정책 지원과 당사자들이 원하는 정책의 차이를 비교, OECD 국가들의 출산율 정책 소개, ‘고령화로 인한 경제적 문제’ 탐구, ‘복지국가의 유형별 특징’을 주제로 탐구 보고서 발표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언어와 매체> 매체와 매체 비교하기 활동으로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만 18세 선거권 부여’에 대해 발표, <수학Ⅱ> 소득 재분배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누진세의 역할을 주제로 에세이 작성, <확률과 통계> ‘사회복지 활동을 완성시키는 통계’를 주제로 탐구 보고서 작성, 한정적 자원을 정확하게 제공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계를 쓴다는 것을 알게 됨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생활과 윤리> 존 롤스의 ‘정의론’을 통해 분배적 정의의 개념을 바탕으로 ‘학생의 입장에서 본 정의로운 합리적 경영’을 주제로 보고서 작성 및 발표, <현대문학감상> 문학 작품을 시대별 복지 정책과 연관 지어 발표, <스포츠생활> 사회복지 측면에서 바라본 ‘발달장애 아동과 장애인의 스포츠 참여 실태와 한계, 극복 방안’ 주제로 발표선택과목
▒ <세계사> 보편적 윤리와 인간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과목. 민중의 편에 섰던 묵자의 사상에 대해 조사하고,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감상하며 현대 사회에도 나치즘의 차별과 혐오를 답습하는 형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 세대와 계층 간 화합과 통합이 시급하다고 발표했다.
▒ <정치와 법> 정책 연구에 관심이 많았기에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과목이다.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서 이를 막기 위한 법 개정과 부모 교육, 지원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본 시간이다.▒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분배의 정의와 기업 윤리 등을 다양한 사상가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과목이다. 사회복지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과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과목을 함께 이수하면 연결고리가 많아 도움이 된다고.▒ <사회·문화> <사회문제탐구> 근로 장려형 복지 제도를 주제로 발표한 <사회·문화> 수업에서는 자료 조사 방법을 배웠는데, <사회문제탐구>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때 도움이 많이 됐다. 역시 연결고리가 많다고 느낀 과목이다.▒ <생명과학Ⅰ> 1학년 때 <통합과학>을 배우면서 생명과학이 가장 재미있게 느껴져 선택했다. 유전 단원을 학습하면서 맞춤형 아기에 대한 찬반 이유를 알아보고, 유전자 편집이 발생시키는 윤리적 문제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히는 보고서를 작성했다.INTERVIEW 13
최윤서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경기 화수고)인문 자연 예술 넘나든 호기심으로 창작 콘텐츠의 매력에 빠지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직업을 고민하면서 배우, MC. 미디어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가졌다.
배우를 생각하며 연극영화과도 고려했지만, 너무 일찍 배우로 진로를 정하기보다는 다양한 호기심과 배움의 욕구를 풍성하게 채울 수 있는 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발목 잡은 수학 덕분에 인문 계열로 방향을 정했지만 과학을 좋아했기에 유전이나 신경과학 등을 배우고 싶어 <생명과학Ⅱ>까지 선택하며 과학적 호기심을 채웠다.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에 진학한 최윤서씨의 얘기다. 쉬운 과목보다는 호기심을 채우는 과목을 선택하고 인문 자연 예술 등 영역을 넘나든 윤서씨의 융합적 관심은 융합콘텐츠학과의 인재상과도 일치한다. 무대에서 미디어와 결합한 창작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윤서씨를 만났다.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좋아하고 잘하는 일 찾아간 고교 3년
몸이 약해 병원에 자주 들락거렸다. 어린이 병동에서 3~4살 아이들이 항암 치료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 의사의 꿈을 키웠다. 과학을 좋아했지만 수학은 열심히 공부해도 시험 시간에 OMR 마킹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긴장과 부담이 큰 과목이었다.“의학 계열에 관심이 있는 걸 아셨던 선생님께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만이 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라며 보건행정학과를 추천해주셨어요. 주요 대학 중에 보건행정학과가 개설된 곳은 고려대가 유일했죠. 보건행정학과 진학을 생각하며 학교생활을 했는데 어느 순간 보건행정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별로 없는데 이 분야에 집중하는 게 부담이 되더라고요.”고3 학기초에 담임 교사는 학생부를 보며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건 알겠는데 하나에 꽂힌 게 뭔지 모르겠다” 며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권했다. “중학교 땐 배우가 꿈이었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될 수 있다는 데 끌렸거든요. 학교 축제 때 사회를 보거나 수업 시간에 팀 프로젝트와 발표를 하면서 제가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받는다는 걸 알았어요. 사람들 앞에 나를 드러내는 게 설레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기대되더라고요.”
연극영화과 진학도 잠시 고민했지만 윤서씨는 연기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콘텐츠 기획과 제작 등 미디어 관련 이론과 실습, 경험을 다양하게 접하기로 마음먹었다.“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의 교육과정이 미디어, 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수업을 열어줄 테니 너희가 원하는 걸 맘껏 공부하라는 느낌이라 좋더라고요.”윤서씨는 연극 동아리 활동으로 무대에 서기도 하고, 매주 대학로를 찾아 배우에게 연기 지도를 받으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발산 중이다.교과 활동에서 보여준 기획력과 구성력, 소통 역량“고1 때 학교 축제에 상영할 영상으로 드라마의 클리셰 모음을 제안했는데 채택됐어요. ‘클리셰’는 진부한표현 혹은 상투적인 표현, 촬영 기법 등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예요. 예를 들면 사랑에 빠졌는데 출생의 비밀이 있다거나 가난한 여주인공과 부잣집 남자 주인공을 가로막는 남자 주인공의 엄마, 돈 봉투와 찬물 세례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나 상황 같은 거죠. 축제는 신나게 웃고 즐기는 게 중요하니 영화나 드라마 장면을 편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반응이 좋았어요.”
윤서씨의 기획력은 교과 수업 시간에 다양하게 드러났다. <국어> 시간엔 희곡을 정해 조별로 발표하는 활동에서 실감나는 연기와 무대 준비로 큰 호응을 받았다. 같은 등장인물도 조별로 연기하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음악> 시간엔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뮤지컬 배우처럼 불렀고 뮤지컬과 오페라 노래 부르기 활동에선 디제이 역할을 맡으며 수업에 활기를 더했다.“<국어> 교과는 진로에 관한 관심을 키워줬어요. 문학작품을 통해 작가의 생각이나 그 시대를 공감할 수 있었죠. 연시조를 창작하고 서평을 쓰면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역량을 키웠고, 신문 비평 활동에서는 여러 분야의 기사를 비평하면서 사고의 틀을 확장했어요.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글쓰기에선 어린이 미디어 규제의 필요성과 방안에 대해 썼어요.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 주장을 펼쳤죠.”
기본에 충실한 공부법으로 느낀 성취감포기할 수 없었던 과학적 호기심고1 1학기 성적에 아쉬움을 느낀 윤서씨는 플래너를 작성하며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공부법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며 밀도 있게 공부했던 것 같아요. 가장 성취감을 느꼈던 교과가 <국어>였어요. 문제를 푸는 것에 집중했던 1학기와 달리 교과서와 교사용 지침서를 여러 번 반복해 봤어요. 지문만 있는 종이에 선생님의 설명이나 교사용 지침서 내용을 옮겨적다 보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알게 되더라고요. 특히 남과 소통하는 수단인 언어를 배우는 국어, 영어, 일본어 과목을 좋아했어요.”
고리타분할 것 같았지만 딱히 선택할 과목이 없었고 선택자가 많아 수강했던 <윤리와 사상>은 철학사와 사상을 이해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과목이 됐다. 과목명이 주는 선입견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아쉬웠을 거라며 웃는다.인문 계열로 진로를 결정했지만 과학 교과는 좋아했기에 과목 선택에 고민이 많았다. 생명과학과 화학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화학은 인문 계열 학생들에겐 현실적으로 선택이 어려웠다.“배우고 싶은 과목 위주로 선택했지만 등급을 산출하는 과목은 선택 인원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도 과학은 선택하고 싶었어요. 인문 계열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생활과 과학>이 개설돼 있었지만 생명과학이나 화학처럼 제대로 된 과학 공부를 하고 싶었거든요. 고3 때는 <생명과학Ⅱ>도 선택했어요. 진로선택 과목이라 등급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아 제대로 공부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유전, 신경 부분은 어려웠지만 이해하고 나니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신세계를 느끼게 한 <정보> 수업, 의료와 미디어를 IT와 접목<정보>는 컴퓨터 관련 학과로 진학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과목이라 선택했다. 특히 미디어 관련 진로를 염두에 두었기에 콘텐츠를 기획하는 능력뿐 아니라 어떻게 구현되고 표현할 수 있는지 개발자의 시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수업 시간에 텍스트 프로그램 터틀 모듈을 이용한 프로그래밍을 배웠는데 기본 명령어와 좌푯값, 함수를 적용해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본 경험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윤서씨는 <정보> 수업과 연계한 IT 스타트업 창업 대회에 지역 공동체나 당근 마켓의 확장 버전으로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제안했다.“즐기기 위한 콘텐츠뿐 아니라 재능을 기부할 수 있고, 관심사가 같거나 MBTI 유형이 같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어요. ‘동물의 숲’게임을 해본 사람은 알 텐데 해변에서 주을 수 있는 유리병 편지가 있어요. 거기서 착안해 낯선 누군가에게 받는 반가운 편지 기능을 만들었죠. 모르는 이에게 받은 뜻밖의 편지, 기분 좋은 설렘 아닐까요?”
인문 기술 디자인 간의 융복합이 핵심인 융합콘텐츠학과에선 콘텐츠 기획을 위한 이론 교육과 함께 디자인과 IT 기술 등 제작을 위한 실습 교육도 이루어지기에 진출 분야도 드라마 작가, 콘텐츠 기획자, IT 서비스 기획자, 게임 기획자, 게임 시나리오 작가, 광고 및 홍보 전문가 등 다양하다.“전공 공부를 하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구체화될 거라 앞으로 더 기대돼요. 고교 때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뭘까 진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고교 3년간의 기록이 적힌 학생부를 보니 그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IT 스타트업 창업대회에 출품했던 헬스유어셀프 플랫폼 제안서. <정보> 시간에 배웠던 콘텐츠 개발 및 휴대폰 앱 제작을 활용했다. 인터넷으로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존 OTT를 본떠 의료 콘텐츠를 담은 OTT를 제안했다.
소비의 주체는 기호의 질서이다
<생활과 윤리> 시간에 ‘보드리야르의 시뮬라르크와 메타버스 소비’에 대해 발표했던 자료. 보드리야르가 정의하는 소비의 의미를 소개하고, 시뮬라르크와 메타버스의 관계를 분석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희곡을 정해 조별로 배역을 맡아 공연했는데, 지시문에 충실하고 연기가 실감나 몰입감이 최고였다는 관객의 칭찬을 받음, <통합사회> 사회 주제 발표 활동 시간에 화려한 무대의 이면에서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공연을 이어가는 뮤지컬 배우들의 열악한 현실을 지적하고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주장함, <통합과학> 유명 영화사의 스토리 구성 방법을 이용해 신생대 기후와 번성한 생물 등 신생대를 배경으로 매머드 뭉치의 위기 극복 여정을 표현한 영화 시나리오를 작성함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나도 작가 프로젝트’에서 연시조 ‘핀 꽃을 응시하며’를 창작함, 4음보를 기본 율격으로 지나간 것에 집착하지 말고 앞을 보며 나아가자는 주제를 담음, <영어 Ⅱ> 영어의 4가지 영역이 고르게 발달해 생각을 글로 옮기고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다양한 지문을 바르게 읽고 추론하는 능력이 우수함, <생명과학Ⅰ> ‘내가 유전자 쇼핑으로 태어난 아이라면?’이라는 도서 소감문을 발표함, 생명과학의 빠른 발전에 맞춰 생명 존중 권리들이 침해받지 않도록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함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어독해와 작문> 치매 노인과 손자의 이야기를 담은 원서에서 인상 깊은 대사를 낭독한 후 치매 노인과 주변인의 입장에서 느낄 상실감, 슬픔 및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성찰한 내용을 유창하게 발표함, <정보> 미디어와 보건 의료 분야에 관심이 있어 텍스트 프로그램 터틀 모듈을 이용한 프로그래밍 시간에 링거를 맞는 환자가 스마트 기기에서 나온 미디어를 통해 행복을 얻고 가슴이 따뜻해져 링거가 행복의 나무로 변하는 모습을 프로그래밍함선택과목
▒ <생명과학Ⅰ> <생명과학Ⅱ> 수학이 싫어 인문계열로 진로를 정했지만 과학 공부를 하고 싶었다. 생명과학 중 유전 부분은 특히 재밌었다. <생명과학Ⅱ>가 등급을 산출하는 일반선택 과목이었다면 생명과학을 좋아해도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같다. <생활과 과학>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얕고 다양하게 배우기보다 생명과학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선택했다. 유전 파트는 어렵긴 했지만 재미있게 공부했다.
▒ <윤리와 사상> 사실 고리타분할 것 같아 선택하고 싶은 과목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선택 인원이 많아서 선택한 과목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너무 재미있었다. 철학자들이 그 시대에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과정이 좋았다. 암기보다는 그 사람을 이해하면서 교양도 쌓을 수 있었던 과목이었다.▒ <지역이해> 교육청 클러스터 과정으로 선택한 과목이었다. <정치와 법>을 배우고 싶었는데 선택하지 못해 정책이나 외교 부분을 배우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선택했는데 세계지리 중심의 수업이었다. 지역을 공간적,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던 과목이었다.▒<정보> 어떤 분야든 코딩에 대한 지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수업을 들으며 기본 명령어와 좌푯값, 함수를 적용해 주제와 스토리를 담아 코드를 만들었다. 관심 있는 보건 분야와 미디어를 활용해 프로그래밍해본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INTERVIEW 14
조원빈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충남 논산대건고)지리 마니아, 도시계획 전문가를 꿈꾸다
1학년 때만 해도 구체적인 희망 진로가 없었다. 사회과목에 흥미가 있었기에 그중에서도 여러 분야와 접점이 많을 듯한 <한국지리>를 선택했다. 배워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었다. 2학년 선택 과목으로 정했던 <경제>와 <사회·문화> 대신 <세계지리>와 <세계사>로 갈아탔다. 논산대건고는 탐구 과목을 학기제로 운영했기에 학생들이 한 학기를 마친 뒤 다음 학기에 배우기로 한 선택 과목을 자유로이 바꿀 수 있었다. 지리를 배울수록 도시계획에는 복합적인 환경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도시계획 분야에 관심이 생긴 조원빈씨가 관련 학과를 찾아보다 만난 곳이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다.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지리 마니아와 물리 마니아가 만나다
지리를 배우면서 가장 흥미 있게 느낀 것은 지형, 기후와 같은 자연환경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호남 지역의 높은 기온과 여름철의 높은 습도는 음식이 상하기 쉬운 조건이다. 전라도 김치가 다량의 고추와 마늘, 젓갈 등을 이용해 특유의 음식 문화를 만들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지리 마니아로 친구들에게 알려지면서 물리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가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성 분석 활동을 함께해보자고 제안했다.“친환경 에너지의 효율성을 분석할 때 물리학적으로만 접근하면 해석이 잘 안 된다는 친구의 얘기에 제가 지리적 요인을 분석하는 역할을 맡아 보기로 했어요. 도시와 토지의 효과적인 이용에 관심이 많았던 때였거든요. 마침 <세계지리>를 배울 때여서 저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필요한 도시를 선정하고, 필요한 지리 정보를 수집해나 갔죠. 여러 국가의 수도를 중심으로 환경오염과전력 소비율, 보급률 등 몇 가지 기준을 세워 조사해보니 미얀마의 양곤이 눈에 띄더라고요. 에너지 수급이 어려운 반면 인구가 많은 미얀마에서는 나무를 베어 에너지를 얻다보니 환경오염이 심했어요. 구글 프로그램으로 기상 관측 지도를 살펴보니 양곤은 여름과 겨울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강 하류에 위치해 있어 풍력과 수력이 모두 어려운 조건이더라고요. 태양광 발전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죠.”
원빈씨가 수집한 건기, 일사량 등의 기후 데이터를 활용해 물리 마니아였던 친구는 태양광 발전 패널의 각도와 개수, 배터리 용량을 설정하고, 설치 20년 후의 효율성 평가 프로그램을 통해 최적의 모델을 선택했다. 지리와 물리를 융합해본 경험은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다른 분야와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지방의 인구 소멸,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지리와 도시에 대한 관심은 점점 친환경 도시계획으로 모아졌다. 환경 문제를 도시 차원에서 해결하는 방법이 궁금했던 원빈씨는 도시 중심부에 거주, 상업, 행정 등의 기능을 한데 모으고 주변은 녹지로 보전하는 개념인 ‘압축도시’와 같은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의 사례를 찾아나갔다.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해 원도심을 황폐화시키는 방식보다 지방의 인구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더 효과적인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열린 비대면 문화 교류 수업에 참여하면서 는 일본 원어민 교사와 ‘도시형 루프’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기도 했다. 지하철 노선을 건설하기엔 인구가 부족한 지방 도시의 경우 4~5명만 탈 수 있는 소형 이동수단인 ‘도시형 루프’가 효율적이라는 일본 NHK의 보도를 접하면서 ‘IT 기술과 교통, 통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의 도시 구조’에 대해 고민해보게 됐다.“<도시공간구조론>이라는 책을 참고해 <수학과제탐구> 시간에 도시 계층과 분포의 규칙성을 밝히는 중심지 이론에 대한 포섭 원리와 수학 공식을 보고서로 작성해봤어요. 전통적인 도시 구조를 먼저 파악한 뒤 미래의 도시 구조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탐구해나갔죠. 도심권 중심업무지구는 업무 기능과 생산자 서비스 기능을 끌어당기면서 주거 지역을 더 밀집화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는 환경오염과 교통 문제를 더 가속화하겠더라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마트도시 설계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렸고요. ‘탄소 제로, 자동차 중심에서 벗어난 입체적 교통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 설계’ 를 앞으로 더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빈씨가 어릴 때부터 살았던 논산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산이 수소 에너지 거점도시 및 국방 산업 혁신도시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직접 개발 단지에 찾아가보기도 했다고.“논산의 인구가 노령화될 수밖에 없는 데는 이렇다할 산업 인프라가 없다는 점이 큰 요인이었어요. 논산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등을 건설하게 되면 관련 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창출되잖아요. 이를 계기로 <화법과 작문> 시간에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책으로 혁신도시를 제시했죠. 국내 대표적인 혁신도시들의 인구 통계를 찾아보며 고령화 감소 및 출산율 상승 추세를 그래프로 나타냈고, 이전된 공공기관과 관련된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알아봤어요. 탐구 과정에서 기존의 혁신도시에 신재생 에너지를 도입하려는 노력과 혁신도시를 계획할 때 관련 산업의 연구 단지를 자연환경과 기존 인프라에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알게 됐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수소 에너지와 국방 관련 산업을 연관시킨다면 논산의 지역 환경과 삶의 질에 큰 시너지 효과가 나고, 경제 활성화에도 분명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전형과 학과 적합도, 수시 지원의 기준점도시 분야 전문가로 꿈이 구체화되면서 관련 학
과를 찾아보니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의 커리큘럼이 눈에 띄었다. 주택과 교통, 환경, 토지이용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이론과 현실 응용을 배우는 학과로, 도시계획 분야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곳이었다.
중앙대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탐구형 인재 전형과 다빈치형 인재 전형으로 나눠 선발한다. 두 전형 모두 지원한 원빈씨는 탐구형 인재 전형으로 합격했다. 교과 성적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도시에 대한 관심이 학생부 곳곳에 녹아 있는 원빈씨에게는 학업 역량보다 전공 적합성 평가 비중이 높은 탐구형 인재 전형이 더 잘 맞았을 것이다.수시에서 역사가 오래된 다른 대학의 부동산학과에도 지원했지만, 이곳은 불합격했다. 부동산에 관한 법률 지식과 경제, 정책, 금융, 투자, 개발 등에 주력한 학과이기에 <경제>를 이수하지 않은 데다 지리에 기반한 도시계획에 관심이 많았던 자신과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종합 전형에서는 평가 요소에 따른 전형과 학과 적합도를 고려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원빈씨에게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한 논산 대건고의 교육과정은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1학년 때만 해도 구체화된 진로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 선택 과목을 결정할 때 막막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냥 흥미 있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과목을 중심으로 정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만난 과목이 지리였고요. 한데 배울수록 더 재미있더라고요. 스스로 선택한 과목이다 보니 아무래도 책임감 있게 공부하게 되고, 탐구 주제 등을 정할 때도 친구들과 대화가 잘됐어요. 느리면 좀 어떤가요. 뭔가 흥미가 당기는 과목 중심으로 배우다 보면 진짜 좋아하는 과목을 찾을 수 있고, 제가 <한국지리>를 접하면서 재미를 느껴 <세계지리> <세계사> <지역 이해> 등을 선택했던 것 처럼 연계해나가면 자연스럽게 진로를 구체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예요.”
물리에 관심이 많은 친구와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성 분석 활동’을 함께 하면서 지리적 요인을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필요한 도시를 선정하기 위해 전 세계의 모습을 위성사진으로 볼 수 있는 ‘구글어스’ 프로그램을 통해 미얀마 양곤을 찾아냈다. 미얀마는 바람이 여름에는 바다에서 육지로, 겨울에는 반대로 불어 풍력 발전은 적절하지 않았다.
논산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혁신도시에 관심이 많았다. 기존의 혁신도시 인구 통계를 찾아보며 고령화 감소와 출산율 상승 추세를 그래프로 확인하기도 했다. KOSIS 국가통계포털에서 다양한 통계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사회> 산업화와 도시화에 의해 발생하는 열섬현상의 발생 원인과 문제점에 대한 보고서 작성, 교과서 심화 탐구 발표에서 ‘차이와 차별의 구별과 관용을 통한 문화 다양성 존중’ 발표, <정보> 가상현실을 주제로 현재 개발 상황, 우리 생활의 변화 등에 주목해 발표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과거의 국토 지역 불평등 개발에 따른 서울 과밀화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한 호남과 영남의 소외 문제 탐구, 혁신도시 지정 등 균형 개발의 필요성 제시, <한국지리> 자연환경의 영향에 따른 지역별 향토 음식 향유를 위한 가상 여행 계획 수행평가에서 호남 지역 선정, <세계지리> 미얀마 양곤의 기후, 지리적 특징을 조사해 물리에 관심 많은 친구의 친환경 에너지 경제성 평가 프로젝트에 도움을 줌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인구 지리학적 관점에서 흥부전 비평,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농촌 산업침체의 해결책으로 관광자원 개발과 혁신도시를 통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해결책으로 제시, <수학과제탐구> 도시 구조에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 크리스탈러의 중심지 이론 탐구를 위해 과목 신청, 탐구 활동을 통해 도시 공간에서 수학의 활용도 체감선택과목
▒ <한국지리> 특별한 희망 진로가 없던 1학년 때, 여러 분야와 접점이 많을 듯해 선택한 과목이다. 사회 과목 중에서도 기초가 되는 과목이라고 느꼈다. 자연지리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가면서 기대보다 더 재미있어 2학년 선택 과목으로 정했던 <경제>와 <사회·문화>를 <세계지리>와 <세계사>로 변경하는 계기가 됐다.
▒ <세계지리> <세계사> 두 과목을 연결해 배우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종교가 왜 복잡할 수밖에 없는지 세계사로 보면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지리>를 암기용 과목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세계사>가 도와줬다.▒ <지역이해> <현대 세계의 변화> 지리에 관심이 많으니 일반선택 과목에 이어 진로선택 과목으로 이수하면 좋다고 추천 받은 과목이다. 강의식 수업보다 탐구 활동 중심으로 운영되어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지역과 특징’ 에 관해 발표하고, 우리의 도시 대부분이 미국의 도시 구조와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어 도시 문제 해결책을 미국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교육학> <심리학> 수시에서 지리교육과 두 곳을 함께 지원했을 만큼 지리교사에도 관심이 있었다. 선생님의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 지리에 관심이 생겼기에 자신도 지리를 학생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교육학>과 <심리학>은 사범대학 지원 시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한 과목이다.이공학예술(steam) 특성화 한국뉴욕주립대학교
2022수시합격생 31명 릴레이 인터뷰
31인 31색 멘토들의 합격기를 소개합니다!자연·공학·의학 계열
072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신서현 | 인천 초은고076 건국대 화장품공학과 유은준 | 경북 오천고080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정은아 | 경북 경주여고084 광주과학기술원 허수용 | 서울 마포고088 덕성여대 과학기술대학 김민경 | 인천 학익여고092 서울대 산업공학과 윤성환 | 서울 한영고096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양예인 | 서울 용문고100 서울과학기술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 임동현 | 대전 대신고104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조윤진 | 강원대사범대학부설고108 숭실대 기계공학부 최지웅 | 광주 숭덕고112 인하대 전기공학과 이예림 | 충남 당진고116 조선대 약학과 배현지 |전남대사범대학부설고120 켄텍(KENTECH) 이선아 | 경북 사곡고124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방다원 | 강원 문막고INTERVIEW 15
신서현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인천 초은고)친환경 위한 행동 변화의 출발점
‘알리는 것’, 환경 전문 기자 꿈꾼 이유모든 과학의 기본은 화학이라고 생각했다. 화학 공부를 할수록 에너지에 친환경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고2 때 학교에서 접한 ‘교육권 보장’ 특강은 ‘알리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더 나은 삶으로의 변화조차 교육을 받은 이들만 이해할 수 있다면 친환경적 변화를 불편해하는 이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출발점 역시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신서현씨가 ‘환경 전문 기자’를 꿈꾸게 된 계기다. 이를 위해선 공학적 측면에서의 환경 공부가 우선이었다.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동시에 현대 사회의 환경 기반 시설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을 배우는 사회환경공학부를 선택한 이유다.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학생들의 민원 대상, 학교 연못 정화에 나서다
“연못 때문에 학교 오기가 싫어요.”교내 건의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민원’이었다. 학교 산책로 중간에 있던 작은 연못의 오염이 심해져 녹조와 악취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 물을 뺐다가 다시 넣는 등 수질 정화를 위한 몇 번의 시도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2학년 때 인천시교육청 과학전람회에 출품할 주제를 찾던 중이었는데, 마침 연못 문제가 떠올랐어요. 얼마나 오염됐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죠. 측정해보니 연못의 pH 농도는 4.42, ORP는 116mV로 심하게 오염된 상태더라고요. 건의함에 올라온 내용은 ‘세균으로 인한 감염 걱정’과 ‘미관상의 불만’ 두 가지로 나뉘었어요. 수질보다는 저질(바다 강 늪 등의 바닥을 이루는 물질), 근본적으로 토양을 정화시키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거라 보고 ‘저질개선제 개발 탐구’를 주제로 정했죠.”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선행 연구를 찾아보니 오염 물질을 흡착하기 좋은 물리적 구조를 띤 폐연탄과 토탄, 두 가지 재료를 알게 됐다. 각각을 주재료로 해저질개선제를 만든 뒤 효능을 비교했다.
“토탄과 연탄, 폐연탄을 구해 저질개선제를 만들고, 수조에 물을 채운 뒤 살포 전후의 pH를 측정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수질 분석 결과, 오염된 상태였던 흙과 물의 산성이 공통적으로 염기성을 띠더라고요. 재료별로 보면 연탄과 폐연탄보다 토탄을 활용한 저질 개선제의 효과가 더 뛰어났어요. 하지만 자원재활용의 측면에서 봤을 때 화석연료인 석탄의 한 종류인 토탄은 양이 한정된 데다 자연정화 기능을 해주지만, 매년 버려지는 약 2만5천 톤의 폐연탄을 재활용하면 저질 개선과 함께 폐기물 감소를 통한 환경 개선 효과도 얻을 수 있었어요. 토탄을 주재료로 하되, 폐연탄을 함유한 저질개선제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지요.”실험 과정을 정리한 탐구 보고서로 전람회에서 수상하는 좋은 결과도 얻었지만, 실제 학교 연못을 정화해보는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다. 연구에서 내린 결론대로 폐연탄을 이용한 저질개선제를 달마다 살포해보니 확실히 녹조와 악취가 감소했다. 연못 관련 민원이 더는 건의함에 들어오지 않는 유의미한 성과도 얻었다. 이 과정은 서현씨의 자기소개서에 그대로 담겼다.
무 껍질로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공대 진학을 고려했던 만큼 수학, 과학 과목의 충실한 이수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확률과 통계>는 학교 지정 과목으로, <미적분>과 <기하>는 선택 과목으로 모두 이수했다. 수학 세 과목을 모두 이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수학이 부족하다고 여겼기에 하루 공부량의 80%를 수학에 투자할 만큼 열심히 했다. “<미적분> 공부하다 힘들면 <확률과 통계>를, <확률과 통계> 공부하다 힘들면 <미적분>을공부했는데, 서로 결이 다른 과목이어서 오히려 학습 효율이 더 높았다”고.
과학은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에 더해 교양 과목으로 개설됐던 <빅히스토리>와 <환경> <과학과제연구>를 선택했다.“화학은 워낙 좋아했고, 물리학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크게 고민이 없었어요. 과학 Ⅱ과목이 성취도 평가로 전환돼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한 것도 도움이 됐고요. <빅히스토리>는 우주가 탄생한 때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배우는 과목으로, <지구과학Ⅰ>을 선택하지 못한 아쉬움을 채워준 과목이에요. 암기할 것도 많고, 상대평가에 대한 부담이 커서 역사 과목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수, 미이수로 평가되는 데다 교양으로 가볍게 배우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역사의 재미를 알게 해준 과목이랄까요.”3학년 때 선택한 <과학과제연구>에서는 수질정화 탐구를 이어갔다. 새롭게 잡은 주제는 ‘무 껍질의 상태별 수질 정화 능력 탐구 및 활용 방안’이었다. 생선을손질할 때 무를 이용해 비늘과 껍질을 벗기는 데 착안한 선행 연구를 접하면서 직접 실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김장철에 가장 많이 버려지는 무 껍질을 활용해 녹조를 제거할 수 있다면 화학약품 없이도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친환경적 방법이 되겠더라고요. 생무와 말린 물, 끓여서 말린 무 껍질을 준비해 오염수 속 찌꺼기를 제거하는 흡착제 역할을 얼마나 하는지 실험해봤어요. 5일 정도 경과된 후 측정해보니 끓여서 말린 무 껍질을 넣은 물에서 COD 수치가 가장 낮게 나왔어요. 반면 생무와 말린 무 껍질을 넣은 물은 오히려 COD 수치가 증가하고, 탁도도 매우 높아 수질이 악화되더라고요. 무 껍질의 영양 성분이 오히려 수질을 더 나쁘게 한 거죠.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니 무 껍질 사이사이에 돌기가 있어 그 틈새 사이로 찌꺼기들이 흡착됐어요. 무 껍질의 물리적 구조 때문이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무엇을’에 앞서 ‘어떻게’ 공부하는지가 중요!
수질 환경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탐구 역량이 돋보이는 서현씨답게 수시에서 지원할 곳을 결정할 때도 환경공학과가 있는 대학을 우선적으로 조사했다. 학과 홈페이지 소개글을 읽어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맞는 학과가 어디인지 알아보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제 경우에는 원하는 학과가 뚜렷했고, 선택 과목도 그에 맞춰 이수했지만 사실 희망 학과가 늦게 정해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물리학을 이수하지 않았지만, 뒤늦게 공대에 가고 싶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땐 쉽게 포기하기보다 탐구 활동과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적극 활용하길 추천해요. 생명과학에 나오는 생체에너지도 생명과학과 에너지를 연결한 것처럼 ‘물리스러운’ 탐구 활동에 도전한다면 공대에 필요한 역량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대학에 와서 처음 배우는 공대 교양 과목들은 고2~3학년 때 배운 내용들을 집약적으로 배운다고 볼 수 있어요. 어렵긴 하겠지만, 불가능하진 않아요.”
그런 면에서 서현씨는 수시에서 지원할 곳을 결정할 때도 성적에 너무 쉽게 굴복하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고3이 되어서 수시 지원을 앞두면 고민이 많아져요. 현실적으로 자신을 바라봐야 하니까요. 그렇다 해도 원서를 쓸 때 정말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는 소신 있게 도전해보길 권해요. 제 경우에도 건국대 지원 당시 주변에선 상향 지원이라고 했지만, 최초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었답니다. 환경 전문 기자를 꿈꾸며 학교 안 연못 정화 활동을 하는 등 교과 성적이 저를 모두 보여준다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면접도 자신 있게 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수시 지원이 끝난 후에도 끝까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었고요. 고등학생 후배들도 모두 후회 없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과학전람회에 출품했던 ‘폐연탄을 재활용한 저질개선제 개발 및 해양 저질 개선 연구’ 탐구 보고서.
<과학과제연구> 수업에서 진행한 ‘무 껍질의 상태별 수질 정화 능력 탐구 및 활용 방안’ 탐구 보고서.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과학>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미래 시나리오 작성 활동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림, <과학탐구실험> 실험 설계 시 고려해야 할 변인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고, 가설 설정과 결과 분석을 통한 결론 도출 과정을 정확히 이해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어Ⅰ> 지구촌 물 부족에 대한 글을 읽고 실태, 원인과 해결 방안 중심으로 인포그래픽 제작, <빅히스토리>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의 전파’를 주제로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탐구, <기하> ‘법선벡터와 태양전지판’을 주제로 신재생에너지와 연결해 발표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시간에 따른 수중용존 산소량 관계식과 그래프를 제시해 극대, 극소와 연결시켜 최소 용존 산소량을 미분으로 구하는 과정 설명, <확률과 통계> 푸아송분포를 활용해 미세먼지의 입자 크기가 급성 사망에 미치는 영향 정리선택과목
▒ <물리학Ⅱ> 공대 진학에 필수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융합에너지에 대해 조사하고, 온실가스와 폐기물 처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플라즈마를 이용한 인공태양 개발에 대해 설명했다.
▒ <화학Ⅱ> 모든 과학의 기본이라고 생각해 좋아했던 과목이다. 석유화학 기업을 중심으로 이종 업체 간 친환경 강화를 위해 협업하는 사례를 소개하고, ‘해양오염을 해결하는 산화환원’을 주제로 저온처리 기법과 토양세척기술에 대해 조사했다.▒ <사회문제탐구> 이공 계열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대부분 선택했던 과목이다. 꿀벌 군락이 붕괴되면서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는 ‘벌집 군집 붕괴 현상’을 다룬 기사를 조사해 환경 관련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과학과제연구> 수질 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며 ‘무 껍질의 상태별 수질 정화 능력 탐구 및 활용 방안’을 주제로 탐구했다.INTERVIEW 16
유은준건국대 화장품공학과(경북 오천고)피부 트러블 원인과 친환경 화장품 관심, 과학 교과로 구체화했죠
자기만족을 위해 화장품을 사용한다. 자외선 차단제뿐 아니라 피부색을 매끄럽고 밝게 하기 위해 BB크림을 사용하는 남성도 많아졌다. 건국대 화장품공학과 유은준씨는 어릴 적 아토피 등의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면서 천연성분이나 보습제를 비롯해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졌다. 화장품을 바른 후 선명한 얼굴 윤곽과 깨끗한 피부색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과학 수업은 화장품을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교에서 배운 <화학Ⅰ> <생명과학Ⅰ> <화학세미나> <생활과 윤리> <융합과학> 등은 기능성 화장품, AI 맞춤형 화장품, 재활용 용기, 화장품 동물 실험 등 화장품에 관한 관심을 여러 분야로 확장시켜줬다. 건국대 화장품공학과의 교육과정을 참고해 고교 선택 과목과 진로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나갔다는 은준씨를 만났다.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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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3년간 화장품에 대한 열정, 믿기지 않는 합격
은준씨는 타인의 인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직업이 교사였다. 그러나 중·고등 시기를 거치며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그 무렵 접한 화장품 개발 연구원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에 매료됐다.“화장품을 테스트하고,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일상이 너무 재밌어 보이는 거예요. 이 직업이라면 보람과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렸을 적부터 아토피로 고생했고,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서 더 친숙했던 것 같아요. 화장품으로 아토피 증상이 완화되는 경험을 하면서 화장품 성분과 인체 면역 반응에 관해 탐구하고 개발하고 싶어졌죠.”아토피가 심해 천연 화장품을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어떤 화장품을 쓰느냐에 따라 피부에 나타나는 반응이다른 것도 신기했다. 보통은 “남자가 무슨 화장품이냐?”라며 핀잔할 만도 한데, 은준씨 부모님은 필요한 화장품을 사주며 지지해주셨다.
“화장품공학이 개설된 4년제 대학은 건국대가 거의 유일한데 학교 내신이 건국대에 합격할 만큼 좋지 않았어요. 꼭 가고 싶은 학과라 고민했죠. 성적은 부족해도 3년간 화장품과 관련한 열정은 자신 있었기에 불합격 하더라도 후회 없이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KU자기 추천 전형에 지원했어요. 합격은 꿈만 같았죠.”화장품공학과는 아직 여학생의 성비가 높지만, 남학생의 비율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남자가 화장해?’가 아닌 남자도 화장하는 시대에서 은준씨는 앞으로 배우게 될 화장품 전공 수업이 기대된다.<생명과학Ⅰ> <환경> <융합과학>피부와 환경 생각하는 화장품 개발하고파영어 시간에 친구들의 피부 유형을 조사해 피부 유형별 화장품을 추천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했다. 쇼핑몰 쇼호스트가 되어 화장품의 성분이나 기능을 다양한 시각 자료와 제품으로 보여주며 강조했다. 단순히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보다 전달력과 반응이 좋았고, 발표 준비 과정도 재밌었다.
“진로와 연계한 발표나 수행평가를 할 때 이런 주제라면 무엇이 궁금할까, 어떻게 발표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나의 궁금증을 해결하면 서도 ‘청자’가 궁금해할 내용을 고민하니 주제를 정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화학과 생명과학에 대한 흥미가 커졌고, 학업 성취도도 다른 과목에 비해 향상됐다. 좋아하는 과목이나 분야는 억지로 주제를 찾지 않아도 교과와 관련해 궁금증이 꼬리를 무는 경험을 한 시간이었다.“<생명과학Ⅰ>에서 피부를 통한 인체의 방어 작용을 배웠어요. 화장품의 어떤 성분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지 궁금했죠. 트러블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각질을 제거하는 기능성 성분이 모공의 변화나 피지 분비를 변화시켜 트러블을 유발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을 배울 땐 사이토카인 생성 원인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더라고요.”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억제할 방법을 찾기 위해 피부면역 반응을 조사했다. EGR 1 단백질에서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생성된다는 논문을 찾았고, EGR 1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거나 DNA와 결합을 차단하면 트러블을 억제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직접 연관성 없는 과목에서도 진로 연계 확장 가능화장품에 관한 관심을 여러 과목에 접목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생활과 윤리>는 자연 계열의 사회 교과 1개 과목 필수 이수로 선택했지만, 동물 실험이나 생명윤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생활과 윤리> 시간에 생명 윤리에 관한 주제 선택 수행평가가 있었어요. 화장품을 개발할 때 동물에게 화학 성분을 투입하는 임상 시험을 하는데, 동물도 쾌고감수(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있기에 동물 실험은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대체 방안을 찾아봤어요. 인간 세포와 조직을 배양하거나 부화 과정을 거친달걀에 화학 약품을 투입해도 독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더라고요.”
<지구과학Ⅰ>에서 은준씨는 기후와 지형에 관심을 가졌다. 우리도 여름과 겨울에 선호하는 화장품의 종류가 다르듯, 기후에 따라 피부의 상태와 필요한 화장품이 다름에 주목했다.“중국 하얼빈과 같은 북쪽 지역은 일교차와 연교차가 커 피부가 건조하기에 수분 화장품을 선호해요. 반면 광저우처럼 덥고 습한 지역은 기미나 주름 개선 등 기능성 화장품의 선호가 높고요. 영국의 자매학교 학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물어보니 영국은 햇빛이 없고 건조한 기후라 수분 보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더라고요. 기초 화장품은 우리나라 화장품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도 알게 됐죠.”공동 교육과정으로 이수한 <화학세미나>는 진로와 연계해 깊이 있게 탐구한 시간이었다. 화장품 유해성을 주제로 한 발표에선 파라벤 대신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발효한 천연 방부제 사용을, 미세 플라스틱 위험성 주제에서는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강도를 보완하기
위해 게 껍데기와 대나무 껍질을 이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사용을 제안했다.
“궁금증은 책을 찾기도 했지만, 논문이나 저널을 검색할 수 있는 DBpia 사이트를 주로 활용했어요. 사이트에서 찾은 자료들은 연구 흐름을 파악하고 심화 탐구 주제를 찾는 데 도움이 됐죠. 보통 고교들이 가입돼 있으니 학교에 요청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확인하면 이용할 수 있을 거예요.”다양한 과목 선택 덕분에 배우는 즐거움도 커은준씨가 졸업한 오천고는 고2~3학년 때 학기제 교육 과정을 운영했다. 과목을 1년이 아닌 1학기로 편성하기에 고교는 다양한 과목을 편성할 수 있고, 학생들은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화학세미나><심리학><철학><환경><공학일반><융합과학><심화수학Ⅰ> 등 여러 과목을 선택했어요. 다양한 과목을 배우는 건 학생으로선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덕분에 화장품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관심을 가져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은준씨는 과목을 선택할 때 건국대 화장품공학과의 교육과정을 참고했다. 덕분에 건국대 화장품공학과는 화장품 소재 개발 전문가, 품질 검사 전문가, 안전성·유효성 평가 전문가, 화장품 제형 및 제조 전문가, 피부의과학 전문가 등 5개의 트랙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화학과 생명과학이 기본이라 Ⅱ까지 선택했고요, 이외의 과목 선택이나 진로 연계 주제를 정할 땐 대학의 교육과정을 참고했어요. 화장품계면화학 과목을 보며 <화학1 >에선 계면활성제를 활용해 핸드크림을 만들었고, 화장품용기용품학에서 힌트를 얻어 <환경>에선 화장품 용기 형태와 재활용으로, 동물대체시험기술학 과목을 보며 <생활과 윤리>에선 동물 실험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었죠.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은 고민하는 만큼 자신의 관심과 역량을 드러낼 수 있으니 많이 고민하고 도전하세요!”
화장품 기업별 제품 재활용 현황 자료를 조사했다.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재활용이 가능한 화장품 용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보고서.
고2 때 천연 방부제에 이어 화장품의 인체 유해성과 관련해 <화학세미나>에서 심화 탐구했던 자료. 유해성을 설명하고, 대안을 함께 제시해 완성도를 높였다.
고2 때 암을 유발하는 파라벤 대신 옥수수와 사탕수수 발효로 만들 수 있는 펜틸렌글라이콜 천연 방부제를 제안했던 페임랩 자료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 < 광고 속에 숨어 있는 과학 > 을 읽고 화장품 성분 사전에 등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발암 유발 가능 물질을 조사함 , < 영어 > ‘Recommended cosmetics by skin type’이라는 제목으로 대본을 작성하고, 쇼핑몰 쇼호스트가 돼 발표, <통합과학> 오존 가스와 순수 올리브유를 이용해 강한 살균력과 산화력을 가진 오존 올리브 개념 제안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생활과 윤리> 동물 임상 시험 중단과 함께 부화 과정을 거친 달걀에 화학 약품을 투입해 독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과학 소식을 카툰으로 표현, <생명과학Ⅰ> 피부를 통한 인체의 방어 작용을 학습하며 화장품에 대한 피부의 초기 적응 현상 조사, <화학세미나> 화장품의 유해성 주제 발표에서 파라벤 대신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발효한 천연 방부제 아이디어 제안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환경> 재활용이 가능한 화장품 종이 용기 관련 보고서 작성해 환경 문제에 관해 탐구, <생명과학Ⅱ> 세포의 재생과 분화 과정에 대한 학습을 통해 피부 흉터 치료 연구 학술 자료를 찾아 이해, <공학일반> 황산화 물질이 있는 사과껍질을 활용해 미스트 제작
선택과목
▒ <생활과 윤리> 동물 실험과 동물 권리에 대해 고민한 수업이었다, 인간 세포와 조직을 배양하거나 부화 과정을 거친 달걀 막을 활용해 화장품 독성 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동물 실험이나 동물 권리에 대한 사고를 확장했던 계기가 됐다.
▒ <융합과학> 화장품을 다양한 과학적 사고로 접근할 수 있어 선택했다. 맞춤형 화장품에 궁금증을 갖고 소비자의 피부와 유전자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화장품 제조 과정을 화학교과와 융합해 탐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화장품 성분 기반 DB를 구축해 소비자 특성에 따라 맞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AI 플랫폼 제안 등 여러 각도로 접근할 수 있었다.▒ <공학일반> 공학적 이해, 융합 기술 접근 등 이공 계열 진로를 탐색하기 좋은 과목이라 선택했다. 피부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황산화 물질을 가진 사과껍질을 이용해 미스트를 제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미스트 재료를 선택하기 위해 황산화 물질 관련 논문을 찾아 심화 탐구를 진행했다.▒ <화학세미나> 공동 교육과정으로 선택한 과목이었다. 화학에 관심이 높았고, 화학에 대한 주제를 선정해 조사하고 발표하는 과정이 진로와 연계해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매주 주제를 찾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관심 분야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고 팀 프로젝트로 진행해 다른 친구들의 시각도 알 수 있었다. 화장품에 관한 관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INTERVIEW 17
정은아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경북 경주여고)문화재보존과학 향한 디딤돌, 수업-동아리 넘나든 탐구 활동
고2, 코로나로 등교조차 쉽지 않은 시기를 보냈다. 감염병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생명공학에 뜻을 품었다. 생명과학과 화학 관련 선택 과목을 학교 안팎에서 이수했다. 수업과 동아리를 넘나들며 교과 개념을 실생활 속에서 조사·분석하는 탐구 활동을 했다. 하지만 2학기 때 고민에 빠졌다. ‘내가 정말 생명공학에 관심 있는 걸까?’ 한 번 고개를 든 의문은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때 ‘문화재보존과학과’를 발견했다. 나고 자란 경북 경주는 ‘삽만 대면’ 문화재가 나오는 도시였다. 익숙한 문화재에 좋아하는 과학을 활용해 접근할 수 있는 전공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새로운 목표를 찾은 고3, 다양한 교과 수업에서 문화재를 접목한 탐구 활동을 해나갔다. 진로를 바꿔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에 입학한 정은아씨를 만나 그 도전기를 들어봤다.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이의종고3, 문화재보존과학 전공을 결심하다
은아씨는 고2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지망 학과를 바꿨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겨냥해 2년간 생명공학관련 전공에 맞는 학습·활동을 이어왔던 만큼 스스로도 모험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스스로 의문이 드는 길을 마지못해 걷는 건 더 힘들 거라 생각했다.“전 특정 계열 성향이 강하지 않았어요. 취업난이 심하다고 들어 이공 계열 진로를 택했고,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감염병을 예방·치료하는 분야에 뜻이 생겨 <생명과학> <화학> 위주로 과목을 선택했죠. 하지만 계속 의문이 있었어요. 생명공학 연구를 진짜 하고 싶은지, 잘할 수 있을지요. 특히 과학은 좋아했지만, 수학은 흥미도 성적도 낮은 편이라 고민이 컸죠.”그러던 중 한 대학의 홍보물에서 문화재보존과학과를 접했다. 문화재 하면 막연히 인문 계열 전공으로 생각했던 은아씨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경주 출신이라 유적지와 문화재 발굴 현장을 늘 봐왔어요. 그런 것들을 과학기술을 이용해 진단·평가한다니 끌리더라고요. 좋아하는 생명과학·화학 지식이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지망 전공을 바꾸기로 결심했어요. 수학의 중요도가 낮은 것도 영향을 미쳤고요. (웃음)”교과·전공 역량 쌓아준 ‘하천 수질 측정 실험’
은아씨는 고2~3 때 <미적분> <확률과 통계>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심화수학Ⅰ> <통합수학> 등 수학 과학 교과를 중심으로 이수했다. <기하><생명과학실험> <화학실험>은 공동 교육과정으로 인근 경주고에서 수업을 들었다.특히 스스로 만든 자율동아리에서 탐구 활동과 수업을 연계하면서 내용을 체화했다. <생명과학Ⅰ> 수업에서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다양한 과학기술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화학적 산소요구량을 측정하는 COD 키트를 구매해 학교 앞 강물의 오염도를 확인, 정화된 물과 비교해 수질 정화에 적합한 방법을 모색한 것이 대표적이다.“등굣길 하천 근처에서 악취가 났어요. <생명과학Ⅰ> 수업을 들으면서 원인을 알아보고 싶었죠. 마침 <생명과학실험> 수업을 들으며 마이크로피펫 원심분리기 분별깔대기 U자관 등의 도구를 이용한 효소의 촉매반응, PCR 등의 다양한 실험에 빠져 있기도 했고요. 단순 측정만 하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산화제인 과망간산칼륨을 이용해 COD 원리를 분석하고 정리해 부원들에게 알려줬어요. 덕분에 좀 더 진지한 실험이 이뤄졌죠. 기준보다 몇 배 높은 하천의 COD 지수를 보고 악취의 원인이 강물임을 확인했고요.”
생명공학에서 문화재로 진로를 튼 후에 보다 다양한 교과와 활동을 넘나들었다. <영어독해와 작문> 시간엔 한 글에서 “문화재 보존이란 과거의 유물을 의미있는 형태로 정교하게 만드는 조각”이라는 문장을 접했다. 조각 난 채 발굴되는 문화재를 복원·보존하는 방법에 관심이 컸던 때라 가슴에 남았다. 문화재의 문화적·경제적 가치와 문화재 보존 기술의 필요성을 살펴 따로 탐구 보고서를 썼다. <화학실험> 시간에 했던 산-염기 중화적정 실험수업은 문화재 보존 기술에대한 관심을 더 증폭시켰다.
“문화재 복원·수리·보존 작업 전에 상태를 점검할 때 손상을 주지 않는 비파괴적 검사 방법 중 하나가 수소이온농도검사기(pH-meter)를 이용한 검사예요. 수업에서 pH 농도 측정기를 썼는데, 문화재를 직접 측정해보고 싶었죠. 한데 검체를 채취할 길이 없었어요. 그때 2학년 때 한 하천 수질 검사가 떠올랐어요. 수질오염 측정법 중에 pH 검사도 있거든요. 강물로 pH 농도 측정기 사용 방법을 숙지해두면 나중에 문화재 보존 활동을 할 때 보다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다시 강물을 채취했죠.”실제 검사해보니 유물의 재질이나 형태, 산성도를 파악하면 개별 문화재에 적용 가능한 액상 용액을 만들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pH 농도 측정이 종이류나 금속류 문화재에 유용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부원들끼리 토론한 내용과 다른 문화재 측정방법까지 조사한 자료를 더해 보고서로 정리했다. <화학Ⅱ> 시간엔 미리 찾아본 보존 기술의 과학적인 원리·방법에 대해 질문했고, 고미술 복원 기술에 사용되는 화학적 원리에 대한 답을 들었다.
“고미술을 보존·복원할 때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손상된 부분을 재건하는 과정에 화학 반응과 화학 평형 개념이 활용된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예를 들어 유화제에 미세한 나노 입자를 용해시켜 보다 빠르게 흡수되거나 특정 성분에만 반응하게 하는 ‘나노 에멀전’이란 기술이 있어요. 1400년대 지어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수리할 때, 계면활성제를 유기 용매에 용해시켜 만든 나노 에멀젼 제품을 쓰더군요. 불교 미술인 탱화의 복원·유지에도 같은 원리를 쓰고요. 나노 에멀전을 만들 때 유화제와 p H 조절제를 써요.”앞서 pH 실험으로 익힌 개념을 다시 접한 셈. 미리 접한 내용과 연계되는 수업은 어렵지만 즐거웠다. 동아리 활동 내용을 보태 수업 시간 탐구 활동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조사하고 배운 내용들로 <통합수학Ⅱ>에서 ‘문화재 보존과학 기술 장비’ 중 하나인 CT에 활용된 적분 기술을 살폈어요. 고3 때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마음이 가는 대로 한 게 공부나 진로 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요.”
진로 결정 시기보다 중요한 건 몰입
은아씨의 모교 경주여고는 비평준화 지역의 선호도 높은 고교다. 그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기 까다로운 편이다. 은아씨에게 입학 후 첫 시험 결과는 충격이었다. 고민 끝에 종합 전형을 목표로, 진로를 고려해 학교생활을 성실히 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했다. 희망전공을 바꾼 고3 때도 수업에서 생긴 궁금증을 해결하려 애썼다. 하지만 원서 접수를 앞두고 불안이 컸다.“교과 성적이 4등급 후반대였어요. 게다가 문화재학과도 많지 않은데, 문화재보존과학과는 한국전통문화대학와 공주대 두 곳뿐이었죠. 원서 6장을 넣을 곳이 없더라고요. 간절한 마음에 공주대는 학생부 교과·종합 전형 모두 지원했어요. 예상대로 교과 전형은 탈락했고, 자기소개서 없이 학생부와 면접만 본 종합 전형에서 합격했죠.”은아씨는 꿈꾸던 대학생활을 만끽 중이다. 선배들로 부터 전공 수업 정보를 얻고, 봄맞이 체육대회 등 학과 활동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 졸업 전까지 문화재수리기술사 자격을 따고, 문화재보존과학자로 살고 싶다는 은아씨에게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종합 전형에 도전하려면 일찍 진로를 정해 일관된 공부·활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길 바라요. 저는 특정 계열 성향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성적은 중하위권이었으며, 고3 때 진로를 바꿨죠. 하지만 학교생활을 성실히 한 덕분에 학생부 기록이 충실했고, 수업과 창·체 활동을 연계해 나름 관심 분야의 지식과 교과 지식을 함께 쌓았어요. 그게 면접에서 전공관련 지식과 애정으로 드러났고요. 실제 수업 내용과 연계해 탐구한 비파괴 문화재 진단 기술,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문화재 복원 발전 방안과 관련해 질문을 받았고요. 꿈은 바뀔 수 있고, 모두가 좋은 성적을 받을 순 없잖아요. 하지만 열정이나 성실한 태도는 누구나 발휘할 수 있죠.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3학년 <화학실험> <화학Ⅱ> 수업과 자율동아리를 넘나들며 진행한 형산강 수질 정화 탐구 활동 보고서와 실험 과정. 2학년 때 COD 키트를 활용해 오염도를 측정했던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편백나무 조각과 숯, 모래로 만든 혼합물과 em미생물 원액, 황산철 중 가장 효과적인 정화 방법을 찾았다. 은아씨는 정화 정도를 pH 측정기로 측정, 그 원리를 조사·분석하면서 문화재 보존·복원 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과학> 효소를 이용한 재조합 기술에 대한 내용을 기사로 작성함, DNA를 자르거나 붙이는 효소를 이용한 재조합 과정을 도식화해 표현했으며 기술 활용 방안도 제시함, <과학탐구실험> 치즈 만들기 과제에서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인 카세인에 의해 응고됨을 알아내고, 카세인을 응고시킬 수 있는 다른 산성 물질을 조사, 발표함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수질오염 동아리 활동과 연계해 ‘생물학적 오염 지표와 적분’에 대해 탐구, <수학Ⅱ> ‘미적분의 실생활 탐구’에서 SIR 모델을 활용해 메르스 감염자·완치자 예측치와 실제 변화 추이를 비교하고, 모델의 한계와 변형 모델에 대해 설명함. <생명과학실험> 낙엽을 이용한 식물잎 색소 추출 실험에서 분리된 색소의 전개율을 계산, 비교함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친환경 기술 플라즈마와 미적분에 대한 주제로 PPT를 만들어 발표, 생명과 환경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플라즈마의 기본 원리와 특징 설명, <기하> 위성 안테나·손전등 등 이차곡선의 개념이 일상생활에 활용되는 예시 설명, <화학Ⅱ> 물의 표면장력을 주제로 소금쟁이를 만들어 띄우는 실험, 에탄올과 물을 동전 위에 떨어뜨려 표면장력을 비교해보는 실험 진행
선택과목
▒ <생명과학Ⅰ> <생명과학Ⅱ> 당초 목표했던 생명공학 관련 전공을 하려면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신청했다. 문화재보존과학과로 진로가 바뀌었지만 생명과학의 중요성은 그대로였다. 발굴 현장, 문화재의 미생물이나 DNA 등을 연구할 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화학Ⅰ> <화학Ⅱ> 공학 전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수했다. 공부가 쉽지 않았지만, 교과서 속 학습 활동 덕분에 흥미를 잃지 않았다. 일상 속 화학을 살펴볼 수 있는 주제가 제시돼 교과 개념과 탐구 활동을 연계하며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학 전공 수업에서도 화학의 비중이 높아 배워두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생명과학실험> <화학실험> 과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 공동 교육과정으로 신청한 과목이다. 인근 남학교에서 다양한 실험 기기를 다뤄 좋았다. 대학에서 다룰 도구를 미리 접한다는 생각에 수업에서 생긴 궁금증을 동아리 탐구 활동으로 연계하고, 다시 수업에서 심화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제출했다. 실험 숙련도를 쌓으면서 관심 분야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INTERVIEW 18
허수용광주과학기술원(서울 마포고)
리얼 메타버스의 세계, 제 손으로 만들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로봇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 등의 코딩 프로그램을 접하며 재미를 느꼈다.
고등학생이 되어 뒤늦게 <물리학> 공부에 맛을 들였다. 암기보다 생각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흥미로웠다.좋아했던 코딩과 물리학 두 가지를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찾아보니 전기전자공학이었다.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정보처리와 관리> <정보과학> 등의 수업을 들으며 메타버스를 접했다.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에 매력을 느끼면서 메타버스 내에서 실제와 비슷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리얼 메타버스’ 실현 AI 개발이라는 꿈이 생겼다. 연구 중심 대학인 광주과학기술원에서는 새로운 IT 기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 보였다. 서울에서 고교를 다닌 허수용씨가 광주과학기술원에 진학한 이유다.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어르신들의 고충, 동작 인식 기술로 해결해볼까?
1학년 때 가입한 동아리는 ‘물리연구반’ 이었다. 물리 덕후인 선배, 동기들과 실험을 설계하고, 실패했다면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머리를 맞대는 과정에서 물리에 더 재미를 느꼈다. 특히 아두이노를 이용해 사물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은 볼수록 신기했다. 그런 수용씨에게 당시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학교 연합형 공동 교육과정 과목이 <정보처리와 관리>였다.“이 수업에서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처음 듣게 됐어요. 현실 세계와 결합된 가상 공간에서 3D 콘텐츠나 홀로그램을 활용한 협업이 가능하도록 만든 혼합현실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메시’나 일상생활에 폭넓게 적용되는 가상현실(VR) 등을 보면서 메타버스에 매력을 느꼈어요. 메타버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그중에서도 이 기술을 이용해 기기를 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 특히 관심을 끌더라고요.”어르신 말벗 봉사 활동을 했던 수용씨에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TV 리모컨을 찾으러 갈 때마다 힘들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 중하나인 동작 인식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사람의 손을 인식해 TV 채널을 바꾸거나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편하게 TV를 볼 수 있겠더라고요. 아두이노를 통해 TV 제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다음 학기에 연합형 공동 교육과정으로 <정보과학>을 신청했어요.”
이 수업을 통해 아두이노를 익히면서 수용씨가 처음 도전한 것은 ‘자동 가습기’였다. 습도가 낮으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가습기를 구상하면서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먼저 찾아야 했다. 기사를 찾아보니 온도에 따른 적정 습도를 알려주는 습도표가 있었다.“습도표의 원리를 들여다보니 수학 시간에 배운 방정식 형태로 함수화해 코딩하면 되겠더라고요. 제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가능한 방식이었거든요. 제가 배우는 수학과 과학이 실제 코딩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체감하면서 진로를 더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행동 인식 공부하며 TV 제어에 도전하다배우고 싶었던 아두이노에 익숙해지면서 TV 제어의 가능성도 경험했다. 행동 인식에 대해 공부하며 수용씨가 떠올린 것은 구글에서 제공하는 라이브러리(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자주 사용되는 부분 프로그램들을 모아놓은 것.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인 ‘미디어파이프’였다.“미디어파이프는 사물의 유사도를 통해 손, 얼굴, 눈등을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라이브러리예요. 이걸 활용하면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장치를 제어할 수 있겠더라고요. ‘미디어파이프를 이용한 볼륨 컨트롤러’ 를 주제로 자율 탐구 활동 팀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배포된 라이브러리를 통해 손을 인식하려고 했는데, 외부 라이브러리인 만큼 적용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명령어와 실행원리 등을 공부하고, 소스코드를 공유할 수 있는 코딩 저장소 ‘깃허브(github)’ 에 있는 많은 예제들을 응용한 끝에 손 인식에 성공했어요. 다음으로 인공지능이 각 손 마디를 인식해 좌표 값을 보내는 미디어파이프 원리를 이용해 손가락 끝 마디 간의 거리에 비례해 소리의 크기가 변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죠.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니 이용할 수 있는 코딩의 범주도 훨씬 늘었고, 문제 상황에서의 새로운 접근법에도 익숙해질 수 있었어요.”
수학으로 구현하고, 수학으로 소통하는 인공지능의 세계
미디어 속 존재 같았던 메타버스를 조금이나마 공부하고 다뤄보니 ‘리얼 메타버스 실현 AI 개발’이라는 꿈도 더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이 과정에서 수용씨가 느낀 것은 수학과 과학 공부의 중요성이었다.“컴퓨터 자체가 거의 모든 수학의 산물이잖아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반복 학습할 때 오차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이동시키는 수식인 ‘ 경사하강법’을 비롯해 컴퓨터는 모두 수학으로 말하죠. 불이 켜지고, 꺼지는 제어도 모두 수학으로 연산되는 과정이고요. 제가 고등학교 때 했던 ‘자동 가습기’나 ‘TV 제어 동작 인식’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의도한 기능을 구현하려면 모두 수학으로 표현해야 했어요. 고등학교 수학 과목 중 <미적분><확률과 통계> <기하> 3대 과목은 기본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에서 배우는 심도 깊은 수학 수업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고요. 과학을 넓게 배우는 것은 아직 진로가 구체화되지 않을수록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3학년 때 지원하고 싶은 전공을 결정할 때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니까요.”
광주과학기술원은 전공 구분 없는 기초교육학부로 입학해 2학년 때 전공 과정을 선택하게 된다. 전기전자 컴퓨터공학을 고려해 지원한 수용씨는 창업 동아리에 가입해 선배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에 한창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능력자 선배들이 정말 많아요. 동아리나 스터디에서 만나는 선배들의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발전하는 게 느껴질 정도예요. 지금은 스포츠센터로부터 학부모들 에게 셔틀차량의 위치와 이동 시간을 웹 기반으로 알려주는 프로젝트를 의뢰받은 선배가 만든 팀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 배우는 게 참 많더라고요. 과학기술원의 장점 중하나이지 않을까 싶어요. 수학, 과학을 좋아하고 기술을 현실로 구현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면 과학기술원도 좋은 선택지가 될 거예요.”
구글에서 제공하는 미디어파이프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손동작으로 장치를 제어하는 ‘볼륨 컨트롤러’에 도전했다.
아두이노를 배우고 싶어 공동 교육과정으로 <정보과학>을 선택했다. 센서로 입력된 정보를 처리해 구동장치로 제어하는 컴퓨팅 시스템의 구성과 원리를 아두이노를 통해 배웠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정보> 파이썬 프로그램으로 복잡한 패턴을 함수로 만듦, ‘스타트업 사업 제안서’ 프로젝트에서 모둠 친구들의 진로 분야 공통점을 찾고 롤기업을 분석해 ‘맛집 추천 AR 내비게이션’을 주제로 제안서 작성,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의 발전사 조사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디지털 코드와 이진법 등 수열과 컴퓨터 코드와의 관계에 대해 조사, <물리학Ⅰ> GPS의 오차와 상대성 이론에 대해 조사, 전자기 유도를 이용한 무선 충전과 유선 충전 비교 활동, <정보과학> 팀 프로젝트 활동으로 자동 가습기 개발, 센서에서 받은 정보를 방정식 형태로 코딩, <정보처리와 관리> 메뉴를 추가하거나 취소했을 때 자동으로 내역과 계산 결과가 수정되는 패스트푸드 무인 주문 프로그램 작성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언어와 매체> 머신러닝과 딥러닝이 매체에 미치는 영향 발표, <미적분> 도함수를 활용한 최적화 이론을 수학적으로 보이고, 모델링이나 인공지능에 활용됨을 조사해 발표
선택과목
▒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과학중점학교에 다녔기에 과학 Ⅰ·Ⅱ과목은 모두 배웠다. 그중에서도 특히 물리학과 화학은 암기가 아닌, 이해가 중심인 과목이어서 더 재미를 느꼈다. 수능 과학탐구도 두 과목을 골라 응시했다.
▒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고등학교 때 도전했던 ‘자동가습기’나 ‘TV 제어 동작 인식’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수학의 중요성을 느꼈다. 자신이 의도한 기능을 구현하려면 모두 수학으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컴퓨터공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수학 세 과목은 기본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보처리와 관리> 코딩 관련 수업에 관심이 많던 수용씨에게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공동 교육과정 과목이다. 이 수업을 들으며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고, 매력을 느꼈다.▒ <정보과학> 메타버스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동작 인식 기술을 통해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아두이노를 배우고 싶어 공동 교육과정으로 신청한 과목이다. 아두이노를 이용해 습도가 낮으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자동 가습기’를 만들었다. 온도에 따른 적정 습도를 알려주는 습도표를 방정식 형태로 함수화해 코딩하면서 수학이 실제 코딩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INTERVIEW 19
김민경덕성여대 과학기술대학(인천 학익여고)수학 교사 꿈꾸며 달려온 고교 3년, 선택 과목과 수학의 교집합 찾기
수학 교사는 어릴 적부터 키워온 꿈이다. 초등학교 때 만난 수학 교과 담당선생님이 롤모델이었다. 친구들이 모르는 수학 문제를 가르쳐주는 것도 재밌었다. 자연스럽게 학생부의 모든 활동과 세특이 수학과 연결됐다. 수학을 주제로 대학 탐방 앱을 만든 ‘매쓰투어’ 프로젝트, 또래 친구들과 고려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 멘토링은 특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다. 덕성여대 과학기술대학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김민경씨의 이야기다. 여전히 수학 교사를 꿈꾸면서 대학의 열린 학제에서 다양한 전공을 접하며 진로의 시야를 넓히고 있다는 민경씨를 만났다.취재 양지선 기자 jsyang@naeil.com 사진 이의종
<내일교육> 유튜브 채널에서 생생한 인터뷰 영상을 만나보세요!
고1, 학생부 종합 전형을 결심하다
민경씨가 대입을 수시 전형으로 준비한 건 고1때부터 였다. 입학 후 처음 치른 3월 모의고사에서 쓴 맛을 본 뒤, 수능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빠르게 전략을 세웠다. 성적이 아닌 진짜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전형은 학생부 종합 전형이라고 생각했다. 수학 교사라는 확고한 진로도 있었던 덕에 일찌감치 수시로 마음먹은 것이 오히려 고교 활동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평소 발표를 좋아했던 점은 면접에서의 강점으로 삼았다. 3년 개근이라는 성실성을 무기로 차곡차곡 쌓아온 활동은 수능과 학교 성적에 자신 없던 민경씨에게 합격의 길을 열어줬다. 실제로 교과 위주의 덕성여대 학생부 100% 전형에서는 수능 최저 기준을 맞췄음에도 불합격했지만, 학생부와 면접을 함께 보는 덕성 인재Ⅱ전형에서는 최초 합격했다.“학교생활을 하며 최대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경험들이 진로와 연계되는 경우도 많았죠. 친구들은 마지막까지 점수에 맞춰서 어디에 지원해야 할지, 어떤 부분을 강점으로 내세울지 고민하더라고요. 저는 진로가 명확했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죠. 수학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과목에서도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었어요.”
민경씨가 졸업한 인천 학익여고는 학생들의 성향이나 진로를 기준으로 크게 인문반, 자연반, 문화콘텐츠반, 과학융합반으로 나눠 수업을 진행했다. 2학년 때 자연반으로 진학한 민경씨에게 과목 선택의 폭이 넓진 않았다. 2학년 때 <화학Ⅰ> <생명과학Ⅰ> <일본어>를 들었고, 3학년 때는 <지구과학Ⅰ> <생명과학Ⅱ> <여행지리>를 선택했다. 민경씨가 좋아한 수학 과목의 경우 자연반은 2학년 때 <기하>를, 3학년 때 <미적분> <확률과 통계>를 배우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수학 과목을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선택한 건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이었다. 2학년 때 선택한 <심화수학Ⅰ>은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까지 다뤄서 진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수업을 들으며 이해되지 않는 부분과 궁금한 점을 노트에 정리해 선생님께 질문하고, 다시 풀어보며 개념을 잊지 않는 것으로 극복했다. <교육학>은 고등학교 과정에서 쉽게 배울 수 없는 과목이어서 흥미가 갔다.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할 정도로 수강 신청 경쟁률이 높았지만, 교사를 꿈꾸는 민경씨가 꼭 듣고 싶었던 과목이었다.
“공동 교육과정은 주말과 방과 후에 수업이 진행됐는데, 과제도 있고 시험도 봤어요. 정규 수업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관심 있는 분야를 깊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민경씨는 진로와 연관된 과목일수록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대입에 활용되는 학생부 내용이 많이 줄면서, 세특이더 강조되는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부분이고요. 본인이 참여한 과제물이나 활동은 학년별, 과목별로 정리해두면 나중에 기억하기 쉬워요. 선생님이 나눠주신 종이에 과제물을 내고 나면 기록이 남지 않아서 난감한 경우가 있더라고요. 모든 활동은 파일 형태로 기록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매쓰투어’로 수학과 실생활 연결 짓기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도 수학과 관련이 있다. 바로 ‘매쓰투어(Math Tour)’. 고2 겨울방학부터 고3 1학기까지 진행했다. 수학을 주제로 명소 탐방 앱을 제작하고, 홍보와 실제 투어까지 이뤄진 프로젝트였다. 수학과 실생활을 연결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민경씨는비슷한 진로를 꿈꾸는 친구들 4명과 함께 팀을 만들고, 학교 인근에 위치한 대학을 명소로 정했다. 팀원들과 곳곳을 둘러보며 수학적 요소를 찾고, 이용자가 풀게 될 수학 문제를 구상했다. 민경씨는 문제를 제작한 후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체크해서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앱 프로그래밍을 담당한 팀원은 학교에서 앱 제작 관련 특강을 들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처음엔 ‘통계 투어’를 주제로 잡았어요. 문제는 당시 <확률과 통계>를 배우지 않은 상태여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그래서 통계 관련 책들을 찾아보고, 담당 선생님께 교과서도 빌려 봤어요. 피드백을 통해 어려운 문제는 삭제하고, 경우의 수나 기울기 구하기 등 문제 유형도 다양화했죠. 앱을 제작한 후에는 실제로 1~2학년 대상으로 투어를 진행했어요. 후배들도 이런 앱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들으니 뿌듯하더라고요.”멘토링 경험, 진로에 한발짝 다가가기수학 교사를 꿈꾸다 보니 멘토링에도 관심이 많았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에게 쉽게 설명해주고
학습에 도움을 주는 것이 적성에도 맞았다. 고2 때는 학교에서 열린 문화 인식 개선 특강이 계기가 되어 고려인 초등학생의 멘토링 활동을 했다.
“한국어 사용이 서투르고, 사람들과 얘기하는 걸 어려워하는 3학년 여학생이었어요. 학습보다 소통에 초점을 맞췄고, 수학은 게임을 접목한 수업으로 흥미를 갖도록 노력했죠. 한 달간의 과정이 끝난 후에는 언니처럼 친근하게 대해줘서 수업이 재밌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다문화 학생들의 어려움을 직접 겪어보니,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민경씨는 같은 반 친구들의 수학 멘토로도 활동했다. 개념부터 차근히 파악하고, 풀이 과정 설명 후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찾아오는 등 수학 도우미로서 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멘티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 활동이었다. 현재 덕성여대 사회봉사단에서 활동하는 민경씨는 인근 신도봉중에서 주 1회 방과 후 학교 수학 멘토로 활동한다.끝없는 배움, 성장의 발판이 되다
덕성여대 과학기술대학은 학부제로 신입생을 모집해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한다. 총 10개의 전공 중 민경씨는 수학과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지만, 다양한 진로로 확대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수시 6장의 원서 중 덕성여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들은 모두 수학과와 수학교육과를 지원했던 민경씨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확고한 목표가 대입에 도움이 된 건 맞지만, 덕성여대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학부제라 다양한 전공을 접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여러 전공 기초 수업을 듣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단순한 흥미로 그칠 수도 있고, 또 다른 길로 빠질 수도 있죠. 대학이 시야를 넓힐 기회를 줬으니, 충분히 누려보려고 합니다. 수학과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전공도 선택할지 고민 중이에요.”
3학년 <영어권문화> 영어 주제 발표 활동에서 드 모르간이 수학과 논리학에 끼친 영향을 발표했다. 고1 때 <수학> 집합 부분을 배우면서 드 모르간이 영국의 수학자라는 사실을 알았는데, 이를 기억하고 영어권 문화에 속하는 진로 관련 인물을 소개할 때 활용할 수 있었다.
2학년 겨울방학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진행한 ‘매쓰투어’ 앱 실행 화면. 대학 곳곳을 탐방하며 수학적 요소를 찾고, 이용자가 풀게 될 수학 문제를 구상했다. 확률과 통계, 경우의 수, 기울기 구하기 등 문제 유형을 다양화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멘토-멘티 활동에서 쉬는 시간에 복습하고 친구가 어려워하는 문제를 다시 풀어주거나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자신도 깊이 이해하는 모습을 보임, 일상생활 속 수학에 관한 내용으로 UCC 제작, <통합과학> 국제 환경 단체의 다양한 환경 보호 활동을 소개하는 환경 신문 제작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생명과학Ⅰ> 디조지 증후군, 엔젤만 증후군 등의 발병 원인과 특이 증상 및 유전병 관련 연구에 대해 조사하고 보고서 작성, ‘수학과 생명과학’이라는 주제로 CT 촬영을 통해 인체 내부 장기의 구조를 파악하는 원리가 일차 연립 방정식에 있음을 발표, <화학Ⅰ> 멘델레예프의 원소 주기율표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안된 모즐리의 원소 주기율표의 특징을 인과적으로 설명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수학에 관한 글을 읽고 ‘택시 기하학’ 을 주제로 탐구 보고서 작성, <지구과학Ⅰ> 암석의 절대 연령을 구하기 위한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방식을 공부한 후 개념을 심화 이해하기 위해 수학적으로 접근해 주제 탐색 활동 진행, <영어권 문화> 영어 주제 발표 활동에서 드 모르간이 수학과 논리학에 끼친 영향 발표
선택과목
▒ <화학Ⅰ> 화학은 원소 주기율표, 화학반응식 등 암기할 것이 많은 과목이다. 외우는 것이 자신 있었고, 수학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어 더욱 재미있었다. 시대별로 원자 모형의 변천사를 정리한 활동도 흥미로웠다.
▒ <생명과학Ⅰ·Ⅱ> 유전자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배울 수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바이러스의 감염률·치명률과 유전자의 관계를 배우는 등 실생활과 연결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생명과학Ⅱ>도 유전자에 대해 더 깊이 배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택했다.▒ <여행지리> 발표에 자신 있었는데, 발표 과제가 많다고 해서 선택했다. 여행을 많이 안 다녀봐서 간접 체험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과제에서는 독일의 수학박물관 마테마티쿰을 선정, 진로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수학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심화수학Ⅰ> <교육학> 2학년 때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으로 주말과 방과 후에 수강했다. <심화수학Ⅰ>은 1학년 때 재밌게 배웠던 수학 과목을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신청했다. <교육학>은 수학 교사를 진로로 희망했기에 교수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INTERVIEW 20
윤성환서울대 산업공학과(서울 한영고)배워야 하는 과목, 배우고 싶은 과목은 아쉬움 없이 선택했죠
중3 때 경영 컨설턴트에 관심을 가졌다. 적성검사를 하면 인문과 자연 성향이 고루 섞여 있는 편이었다. 고등학교 때 여러 교과를 공부해보니 사회 교과보다는 과학 교과가 잘 맞았다. 수학, 특히 <수학Ⅱ>와 <미적분>을 공부해 보니 적분이나 미분이 넓이나 기울기를 설명할 수 있듯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흥미가 느껴져 본격적으로 자연 계열 학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또한 자연 계열에서 경영 컨설턴트와 가장 관련된 학과인 산업공학과를 주목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윤성환씨의 얘기다. 산업공학을 공학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표현하는 성환씨는 나무 한 그루를 보는 사람이 아닌 숲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가진 산업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여러 과목을 넓고 깊게 탐색했던 성환씨의 이야기를 담았다.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수학이 이렇게 흥미로운 과목이었다니
생활 속 수학의 활용도는 다양하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성환씨는 고등 수학을 배우면서 수학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걸 처음 느꼈다.“<수학Ⅱ>와 <미적분>에서 적분으로 영역의 넓이를 계산하고, 미분으로 기울기를 얻는 과정을 공부하면서 수학 개념이 이렇게 연결된다는 게 놀랍더라고요. <수학>에서 함수 단원을 배우면서 수학 그래프 작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비트코인 채굴 방식과 현재의 채굴 방식, 이익에 대한 그래프 해석이나 분석을 통해 수학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됐죠.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성환씨는 고2 때 ‘실수 범위로 한정된 지수를 허수 범위까지 확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표현은 가능할까? 원주율인 3.1415926535…는 어떻게 구할 수 있었을까’등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겼던 수학 개념에 궁금증을 갖고 해답을 찾아나갔다.<확률과 통계>를 공부하면서는 전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을 경험했다. 한영고에는 말하는 공부방 프로그램이 있다. 친구들과 주제를 정해 고민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친구가 ‘베르트랑의 역설’ 관련 문제를 가져와 함께 풀이 과정을 고민했는데 여러 풀이와 답이 나왔다. 수학은 정답이 있는 과목이라 생각하던 성환씨는 함께 머리를 맞대도 오류를 찾을 수 없었다. 추후 풀이 방법에 따라 답이 3개나 된다는 걸 알았다. 수학 문제에 여러 답이 존재할 수 있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베르트랑의 역설은 원에 내접하는 정삼각형을 그리고 원에서 임의의 현을 선택할 때 현의 길이가 정삼각형의 한 변의 길이보다 큰 확률을 의미해요. 나중에 찾아보니 3가지 풀이가 있더라고요. 원에 내접하는 정삼각형의 한 꼭짓점을 현의 시작점으로 하는지, 정삼각형을 고정하고 기준이 되는 한 변을 정해 그 변과 평행하게 현을 긋는지, 정삼각형에 내접한 원을 그리는지 등 전제 조건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거예요. 그간 알던수학과는 다른 느낌, 놀라움 자체였죠.”
그 이후 성환씨는 수학을 풀 때 내가 쓴 식이 올바른지, 모순이나 논리적 비약은 없는지 좀 더 고민했다. 수학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경영 컨설턴트 진로에 가장 가까운 자연 계열 학과는 산업공학중학교 때 경영 컨설턴트를 꿈꿨지만 고등학교 공부를 하며 자연 계열에 적성이 더 맞는다고 판단했다. 암기 중심의 사회 교과가 감당이 안 됐다고 할까? 자연 계열 공부는 어렵고 힘이 들었지만, 배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몰입감이 좋았다. 더구나 공부할수록 궁금한 게 생기고, 배우면서 느끼는 성취감으로 인해 공부에 더 흥미를 갖게 됐다.“산업공학은 산업 시스템을 구성하는 여러 분야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에요. 대부분의 공학 관련 학과들이 특정 산업의 기술이나 원리를 연구 개발한다면 산업공학은 과학적 원리와 경영 전략을 접목해 체계화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도출하는 학문인 셈이죠. 보통 산업공학을 공학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표현해요. 나무 한 그루만 깊게 보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죠. 특히 문제 상황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역량이 중요한 학문이라 경영 컨설턴트를 꿈꿨던 저에게 잘 맞는 진로라고 생각했어요.”
공부하면서 공부가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성환씨는 산업공학과 교수를 꿈꾸기도 했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기에 수상 경력도 다양했다. 한 학기당 1개의 수상을 선택할 때의 기준은 수상 등수보다는 의미 있게 참여했던 대회였다.주변에서 말렸지만, 들어야 하는 과목, 듣고 싶은 과목은 꼭!모교인 한영고가 계열별 의무 선택보다는 자유롭게 계열을 넘나들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한 덕분에 성환씨는 듣고 싶은 과목,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과목은 모두 선택할 수 있었다. 고2 땐 <경제>를, 고3 때는 <물리학Ⅱ> <생명과학Ⅱ> <화학Ⅱ>에 <경제수학>까지 이수했다. 수학도 <확률과 통계> <기하> <미적분>을 모두 이수했다.
“과학 Ⅱ과목을 3개 선택할 때 주변에선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했죠. 근데 뺄 게 없더라고요. 물리학과 화학은 자연 계열에서 기초가 되는 학문이고, 생명과학은 재밌더라고요. 무엇보다 Ⅰ과목을 배웠는데 Ⅱ과목은 배우지 않으면 배우다 만 것 같잖아요.”수능에선 <물리학Ⅰ> <지구과학Ⅱ>를 선택했다. <지구과학Ⅰ>을 듣지 않았지만 <지구과학Ⅱ> 공부가 크게 어렵지 않았고, 물리학과 가장 관련 있는 과목이기에 선택했다. 학생부 종합 전형 제시문 면접을 볼 때 과학Ⅱ를 고루 배웠던 것이 도움이 됐다.“산업공학은 경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경제>를 선택했어요. <경제수학>은 생활과 밀접한 경제 개념을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과목이라 재밌게 배웠고, 경제 용어나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선택 과목은 학습 난도, 대입의 유불리 관점보다는 궁금하고 배우고 싶은 과목 위주로 선택했어요.”
과목을 넘나든 고민과 활동들, 성장의 계기자기소개서 1번 의미 있는 학습 경험과 교내 활동을 작성할 때 고민이 많았다. 성환씨는 고3 때 학급 특색 활동이었던 ‘지식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적었다.“시행착오가 많았고, 오랜 시간 고민해서 해결했던 프로젝트라 기억에 남아요. 엘리베이터는 로프식과 유압식으로 작동하는데 다른 속도 조절 방식이 없을지 고민했죠. <화학Ⅱ>에서 배운 기체의 압력에 따라 실린더 내부의 부피가 변한다는 내용을 적용할 수 없을까 생각했어요. 기체의 압력 관계를 이용해 엘리베이터 작동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죠. 압력을 줄여 조절하는 감압 장치를 떠올렸고, 공기나 그 외의 기체를 흡수하는 배기 장치인 아스피레이터를 만들기로 했어요.”베르누이 방정식을 활용해 3D 프린터로 아스피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제작, <물리학Ⅱ> <화학Ⅱ> 시간에 조사했던 벤츄리 효과를 설명했다. 오픈 실험실이 있는 서울시교육청 과학전시관을 찾아 유속을 달리해 실험했지만, 베르누이 방정식에서 전제되는 유체의 흐름(진공 상태)과 달라 원하는 결과를 얻진 못했다. 결국 시중에서 판매하는 아스피레이터를 구입해 시행착오를 거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 과목별로 흩어져서 배운 개념들을 연결해서 고민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실험에서의 작은 차이나 전제 요소 등이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확인했죠. 하나의 상황만 고려할 게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나 상황을 이해하는 시야가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고요. 고등학교 생활을 돌이켜보면 시험은 부담스럽고 싫었지만 공부하는 과정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 시도를 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진로나 공부법을 찾을 수 있고 거기서 얻는 성취감은 분명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될 테니 후배들도 힘을 내길 바라요.”
<바이러스 쇼크>를 읽다가 알게 된 ‘낭충봉아부패병’. 이 병은 국내 토종벌 개체의 95%를 감소시켰다.
토종벌이 개체수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시간, 멸종 위험성에 대해 바이러스 분석 모델 중 하나인 SIR 모델을 적용해 조사했다.압력을 이용해 엘리베이터 작동 방식을 고안했던 실험 보고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과학 시간에 배웠던 여러 개념을 통합적으로 활용했던 시간이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함수 단원에서 수학 그래프 작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을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함, 비트코인 채굴 방법과 이익에 대한 그래프 해석과 분석을 수행했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발표를 함, <정보> 앱인벤터2언어로 스마트폰에서 단위 변환하는 앱, 스마트폰을 흔들어 소리 제어하는 앱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알고리즘 작성 및 컴퓨팅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에 적극성을 보임
2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책의 중심 내용을 잘 포착하며 책을 읽고 갖게 된 문제의식을 사회와 연관 지어 확장하는 능력이 뛰어남, <수학Ⅱ> ‘라이프니츠와 뉴턴의 미분 유도 과정과 차이 탐구’ 주제로 탐구 활동을 함, <경제> ‘우리 동네 독점적 경쟁 시장 매칭’에서 독점적 경쟁 시장을 지도에 표시해 공간적 특성을 파악하고, 집콕으로 수요가 증가한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무인 운영 등 상품 차별화 요소를 잘 분석함, 통계 분석과 탐구에서 경제 이론과 현상을 수리적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탁월함
3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확률과 통계> 주제 탐구 발표 수업에서 ‘회귀 분석을 통한 데이터의 분석 과정’을 주제로 정규 분포와 분산의 상관관계를 탐구함, 회귀 분석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선형계획법으로 최적의 해를 조사하는 등 산업공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데이터 해석법까지 심화 학습하는 자세가 돋보임. <화학Ⅱ> 문제의 답을 기계적으로 얻는 것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접근법에 따라 배운 개념을 적절히 사용하여 답을 얻는 능력을 갖춤.
선택과목
▒ <물리학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자연 계열에선 물리학과 화학이 기초가 되는 학문이기에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Ⅰ과목을 배웠는데 확장 개념인 Ⅱ과목을 안 배우면 아쉬울 것 같았다. 보통 Ⅱ과목을 2개 정도 선택하는 분위기였는데 <생명과학Ⅱ>는 재미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 <경제> 희망 전공이었던 산업공학은 경제적 지식이 기본이라는 생각으로 선택한 과목이었다. 수업을 통해 수리와 통계 분석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동네의 독점적 경쟁 시장을 지도에 표시해 분석하거나 코로나19 혁신 기업을 비교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경제와 사회, 수학 등 공학과 경제를 접목해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됐다.▒ <경제수학> 경제에서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해서 선택한 과목이었다. 기간별 이율을 달리 적용한 대출금의 미래 가치를 환산하고, 국어 비문학 지문에서 접했던 경상수지와 CDS 프리미엄의 변화율을 조사해 확인하는 등 경제 현상을 통해 자료를 분석하고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경험했다.INTERVIEW 21
양예인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서울 용문고)
생활 속 아이디어 발명품으로 구현하게 해준 일등공신, 프로그래밍
연필꽂이 겸용 스탠드, 레이저 피아노, 소독약 분무 탱크, 자동 칠판 물지우개 등은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양예인씨가 고교 3년간 만들었던 발명품이다. 거창한 발명품이라기보다는 집과 학교의 소소한 생활 속에서 필요했거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정보> 시간에 배운 아두이노와 방과 후 수업으로 들은 심화 정보 수업 덕분에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고 발명품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 여러 달에 걸쳐 하나의 발명품이 완성됐을 때 힘들었지만 뿌듯함과 함께 성장을 느꼈다는 예인씨는 자신의 고교 생활을 맘껏 이야기할 수 있어 들떠 있었다.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새벽 화장실, 불 켜는 번거로움 해결할 방법 없을까?
새벽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에서 깰 때마다 전등을 켜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손쉽게 불을 켤 수 없을까 고민하다 손뼉을 치면 불이 켜지는 센서를 연결해보자고 생각했다.“손뼉을 치면 사운드 센서가 반응해 전등에 불이 들어오도록 코딩하는 거예요.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마이크로 모아 증폭하고, 이 소리 신호가 아날로그 신호로 출력돼 불이 켜지도록 코딩했죠. 문제는 제가 원하는 소리뿐 아니라 의자 끄는 소리, 휴대폰 소리 등 모든 소음에 반응해 불이 켜지는 거였어요. 그래서 특정 주파수에만 반응하도록 수정했죠.”책상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나무판자와 경첩을 구매해 연필꽂이를 겸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두이노, 코딩이 전문적이고 어렵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 공부해보면 의외로 간단하게해볼 수 있는 키트가 많다는 게 예인씨의 설명이다.
“빛의 세기를 인지하는 광 센서, 소리에 반응하는 사운드 센서, 장애물을 인지하는 라이더 센서 등 관련 키트를 쉽게 살 수 있어요. 필요한 센서를 구입해 설명서를 보면서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연결하면 되니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광 센서를 이용한 레이저 피아노, 컴퓨터 화면으로 부터 시력을 보호하기 위한 안구 보호 시스템, 사람 대신 소독약을 자동 분사하는 소독약 분사 탱크 로봇을 비롯해 수업 시간에 지우개에 물을 묻혀 칠판을 닦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칠판에 자동으로 물을 분사하는 시스템 등도 만들었다.스파크로 입은 화상, 이론의 중요성 깨달아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이 중요해지면서 방역 현장을 뉴스에서 자주 접했고 현장에서 방역 활동을 하는 분들은 바이러스에서 안전할까 염려가 됐다. 사람 대신 로봇이 다니며 소독약을 자동으로 분사한다면 안전은 물론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소독약 자동 분사 로봇을 만들기로 했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데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 앞서는 편이거든요. 모르는 건 공부하면 되니까요. 아두이노와 워터 펌프를 이용해 분사 장치를 만들었는데 9V 배터리로는 출력이 약해 분사가 되지 않더라고요. 전압을 높여 차량용 12V 배터리를 사용했는데 이번엔 보드가 타버리는 거예요.”막막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나 제작 도중 배터리 양극의 합선이 일어나 스파크가 튀어 화상을 입으면서 두려움도 생겼다. 일단 문제를 파악하는 일이 급선무였다.“책과 인터넷을 찾아보니 정격 전압 이상이 걸린 거더라고요. 12V의 전압을 감당하기엔 도선의 굵기가 얇다는 것과 전압을 적절하게 전환해주는 모터 드라이버를 추가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됐죠. 실험이 막힐 때는 아두이노, 코딩 관련 블로그와 카페를 검색하거나 지식인이나 오픈채팅방에 궁금증을 올려 실마리를 찾아나갔어요.”
우여곡절 끝에 소독약 분사 탱크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학 시간에 배웠던 개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예인씨는 안전과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이론 학습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물리학 시간에 옴의 법칙인 ‘V(전압)=I(전류)×R(저항)’을 배우잖아요. 전압을 9V에서 12V로 높였을 때 전류가 일정하다면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커진 저항을 견뎌낼 굵기의 도선이 필요한데 그 생각을 전혀 못한 거예요. 직렬과 병렬로 연결했을 때 전류와 전압의 세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그때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죠.”<물리학> <화학>으로 공학 계열의 기본기 다져고1 때 <정보> 과목을 들으면서는 C언어, 파이썬 등을 찾아가며 공부했다. <정보>에서 배운 컴퓨터 프로그래밍 덕분에 여러 발명품을 만들 수 있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구체화할 수 있었다.
과학 과목을 정할 땐 <물리학Ⅰ> <화학Ⅰ>은 예비 공학도로서 필수라고 생각해 선택했고,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 중 어떤 과목이 더 도움이 될지 고민했다.“여러 발명품을 만들수록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첨단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의 특성을 공부하면 과학 분야의 시야를 넓히면서도 의수나 의족, 인공지능이나 첨단로봇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란 판단에서 <생명과 학Ⅰ>을 선택했어요. 고3 때도 <물리학Ⅱ>와 <생명과학Ⅱ>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과학을 배우는 <융합과학탐구>를 선택했죠.”고3 때는 학급회장으로서 학기초에 친밀도를 높이면서 과학 원리를 확인해보자는 의미로 ‘캡사이신은 우유에 정말 분해될까’라는 주제로 실험했다. 급우들에게 매운 고추를 먹게 한 뒤 우유를 마시면 매운느낌이 사라지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실험 결과 매운 고추를 먹은 뒤 우유를 마시면 매운 느낌은 사라지지만, 드라마틱한 느낌까진 아니라는 결과를 얻었다.
나의 강점을 잘 드러낸 학생부예인씨는 여러 발명품을 만들었지만, 거창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다. 고교 3년간 만들었던 발명품만 보더라도 생활 속에서 느낀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됐다.예인씨의 이런 모습은 학생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교 3년간 발명품 경진대회에 꾸준히 참가했으며 장려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받았고, 대입에 반영되는 수상 경력도 이 3가지의 상을 선택했다. 기계공학, 로봇공학에 관한 관심과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경험을 장점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대입 면접에서도 발명품 경진대회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고교 3년간 직접 고민했던 활동에 대한 질문을 받아서 대답하는 내내 신이 났죠. 사실 한 작품을 만들 때 3 ~5개월씩 걸리기도 했어요. 학생부 종합 전형을염두에 두고 관심 있는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내신 과 수능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예인씨는 고교 3년간 관심 분야에 대한 시야를 확장하며 인류에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제가 관심 있어하는 활동이나 모습을 학생부 곳곳에 담을 수 있었고, 이것으로 평가를 받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부에 드러난 역량과 열정 덕분에 조금은 부족한 성적을 보완할 수 있었거든요. 정시가 확대되고, 종합 전형의 비율이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대입을 준비할 수 있는 종합 전형을 쉽게 포기하진 말았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역량을 믿고 하고 싶은 활동을 채워간다면 분명 좋은 결실이 뒤따를 거예요.”
나무판자와 광 센서를 이용한 레이저 피아노. 레이저 모듈에서 뻗어나오는 빛이 광 센서를 향하는데 손가락으로 빛의 진로를 막으면 해당하는 음을 낸다. 레이저 피아노를 3가지 버전으로 만들면서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열정을 보였다.
소독약 분사 탱크를 만들고 작성했던 보고서. 중학교 때 방과 후 수업으로 배웠던 레고 EV3 마인드 스톰을 이용해 형태를 만들었다. 옴의 법칙의 저항을 낮추고자 전봇대에 사용하는 전선을 이용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사회> 다른 학생들은 파워포인트로 발표 자료를 준비했지만, 유일하게 인공지능과 관련된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자신의 주장을 잘 전달했으며 다른 학생들도 흥미를 보임, <정보> ‘인터넷 및 모바일 중독 예방’이라는 주제로 자기 주도적으로 팀원 간 협력을 이끌어 제작했으며, 아두이노를 이용한 피지컬 컴퓨팅 실습에서 창의적인 설계와 효율적인 코딩을 통해 해결하는 모습을 보임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엑추에이터의 피에조 스피커는 소리를 내는 모듈로 관련 코드에 있는 sin과 tan 역할에 호기심을 가져 사이렌 소리를 출력하는 하드웨워를 제작함, <확률과 통계> 통계학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인 머신러닝을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을 통해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임, <물리학Ⅰ> 발광다이오드가 내장된 레이저 모듈을 이용해 레이저 피아노를 직접 제작함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기하> ‘팅커캐드’라는 3D 모델링 프로그램 틀을 이용해 모델링함으로써 공간상의 도형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함, 이차곡선의 반사 성질을 이용한 장치인 파라볼라 안테나, 체외 충격 파쇄석기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고 설명하는 등 기계공학에 남다른 관심을 보임, <물리학Ⅱ> 역학적 상호작용 단원에서 학습한 돌림힘으로 DC 모터의 스펙을 비교해 자신이 만든 발명품에 적용된 모터의 소비전력, RPM, 토크 등을 고려해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함선택과목
▒ <생명과학Ⅰ> 기계공학과 로봇공학에 관심이 있어 <지구과학Ⅰ>과 <생명과학Ⅰ> 중 고민했다. 로봇공학이나 기계공학의 기초에는 생명체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는 생각에서 선택했다. 생체모방, 웨어러블 슈트, 의족이나 의수 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선택 이유였다.
▒ <정보> 고교 입학 전부터 아두이노와 코딩에 관심이 많아 고민 없이 선택했던 과목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고, 아두이노를 이용한 피지컬 컴퓨팅을 다양하게 실습할 수 있었다.▒ <물리학Ⅱ> 여러 발명품을 만들면서 작동 원리를 학습할 수 있는 과목이었다. 전위와 전위차를 중력 퍼텐셜에너지와 전기적 퍼텐셀에너지 개념을 비교할 수 있었고, 전원 장치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융합과학탐구> 물리학, 생명과학, 지구과학과 달리 다양한 범위에서 과학에 접근해 과학적 사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서 선택했다.▒ <사회문제탐구> 사회 과목 중 <윤리와 사상>을 듣고 싶었지만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과목이다. 관심 분야였던 로봇 의수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현황과 전망을 조사하면서 관심 분야를 사회 문제와 연결해 생각할 수 있었다.INTERVIEW 22
임동현서울과학기술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대전 대신고)인간의 뇌 모방한 지능형반도체 연구로 기술 한계 극복하고 싶어요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줄여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길 바랐다. 난 무엇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꿈은 어린 친구들의 성장을 돕는 초등교사였다. 한데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졌다. 기술을 통해 세상을 직접적으로 바꾸는 공학자가 눈에 들어왔다. 특히 미세한 입자들의 이동을 다루는 전자공학에 관심이 생겼다. 고교에 입학해 다양한 진로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을 경험하며 당시 화두였던 4차 산업혁명이 바꿀 세상, 그 기반이 되는 반도체에 ‘필’이 꽂혔다.그중에서도 ‘인간의 뇌’를 모방한 지능형반도체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분야를 특화한 서울과학기술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의 교육과정을 보니, 이거다 싶었다. 전공 과목이 모두 지능형반도체 분야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임동현씨에게는 최적의 선택이었다.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내일교육> 유튜브 채널에서 생생한 인터뷰 영상을 만나보세요!
“사회적 니즈에서 반도체 패러다임의 변화를 고려했을 때 반도체 산업은 180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현씨의 자기소개서 첫 문장은 꽤나 도전적이다. 그만큼 지능형반도체는 고교 생활 내내 동현씨가 집중해온 분야였다.“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전력 소모 문제의 해결과 집적화 한계의 극복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어요. 현재는 많은 연산량을 수행하기 위해 높은 전력이 소모될 뿐 아니라 반도체 집적화 발전 속도도 점차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거든요. 인간의 두뇌는 밥 한 공기 수준의 작은 열량으로도 엄청난 연산들을 해내잖아요. 이처럼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더라고요.”전력 소모량 압도적 우위, 탐구 활동으로 입증
동현씨가 2학년 때 수행한 탐구 활동의 주제는 ‘차세대 뉴로모픽 칩의 특성 및 AI 자율주행 로봇 활용성에 대한 연구’였다.“뉴로모픽 칩은 국내 반도체 전문 기업인 네패스가 출시한 교육용 칩으로,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를 합한 구조로 만들어졌어요. 뉴로는 신경, 모픽은 형상, 즉 사람의 뇌신경을 모방한 차세대 반도체로 빠른 처리 능력을 구현하면서 전력 소비량을 낮춘 것이 특징이죠.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역부족이에요. 시중에 판매되는 뉴로모픽 칩과 기존 하드웨어로 자율주행 로봇을 만들어 성능과 전력 소모량을 비교해보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죠.”네패스는 현재 뉴로모픽 인공지능 칩 ‘NM500’과 함께 개발 소프트웨어 ‘뉴로실드’를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동현씨는 실험을 위해 먼저 엔비디아사가 개발한 ‘젯슨나노’를 탑재한 자율주행 로봇과 뉴로실드를 탑재한 자율주행 로봇을 제작했다. 내장된 장애물 회피 학습 예제를 코딩하고, 기계 학습을 진행한 뒤 정확도를 측정해보니 젯슨나노를 탑재한 로봇은 96%, 뉴로실드를 탑재한 로봇은 89%의 정확도를 보였다. 그러나 전력 소모량에서는 뉴로실드를 탑재한 로봇이 압도적인 우위를 나타냈다.
“100번의 장애물 회피 실험 중 젯슨나노는 4번 실패했고, 뉴로실드는 11번 실패했어요. 하지만 평균 소비 전력을 측정해보니 뉴로실드는 210mW, 젯슨나노는 1천230mW를 소모하더라고요. 기존 반도체가 연산 능력에서는 정확도가 뛰어났지만, 동일한 연산 작업 수행 시 NM500의 소모 전력이 월등히 적다는 점, 뉴로모픽 시스템의 정확도 향상 연구들이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어요.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 배터리 기술은 한계가 있거든요. 전력 소모를 줄여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뉴로모픽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기술이 사회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까?
뉴로모픽 탐구 활동을 진행하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과연 4차 산업혁명이 사회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당시 읽은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이 고민의 단초가 되어줬다.“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개인용 디바이스는 소수층만 사용하는 기기였을 거예요. 지금 스마트폰은 전 국민의 일상이 됐잖아요. 규모의 경제로 인해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은 내려갔어요. 스마트폰은 개발도상국에서도 대부분 사용할 정도의 인프라가 구축됐어요. 우리는 비만을 걱정하는데 지구촌 어느 곳에서는 기아를 걱정하는 현실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지금보다 진전된 최첨단 기술이 나오게 되면 분명 저소득층이나 개발도상국도 이 기술의 수혜를 받아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동현씨가 고교 시절, 창업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던 것도 이런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도전 K-스타트업 2020 학생창업유망팀 300’에 도전한 동현씨가 구상한 창업 아이템은 ‘ 모마카세’였다.
“당시 외식 문화로 ‘오마카세’가 한창 유행했어요. 가격이 비싼 게 흠인 이 경험을 누구나 즐길 수는 없을까 생각하면서 구상했던 아이템이에요. 요리에 재능이 있고, 창의력이 뛰어나도 식당을 열려면 임대료 등 높은 비용이 요구되죠.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공유주방’을 떠올렸어요. 요리사는 앱을 통해 공유주방을 대여하고, 소비자는 공유 주방 사용자에게 원하는 메뉴의 오마카세를 예약해요. 요리사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멀티사이드 플랫폼인 셈이에요. ‘모두의 오마카세’를 줄여 ‘모마카세’라고 이름 지었죠. 실제 요식업에 종사하는 분들 인터뷰도 하고, 전문 투자자의 피드백을 받으며 유튜
브에 사업 설명 영상도 만들어 올렸어요. 모의 크라우드 펀딩에서 7억8천만 원을 달성하며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됐죠.”
<고급수학> 대신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이유동현씨의 이런 면모는 선택 과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공대 공부에 필요한 <미적분> <기하> 외에도 <확률과 통계>까지 이수한 데는 탐구 활동을 진행하면서 이 과목을 꼭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연구 신뢰도에 통계 처리가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학과 체험 프로그램 등에서 교수님들이 이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요즘 이공계로 진학할 학생들이 선택형 수능 때문에 <확률과 통계>를 배우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꼭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당시 친구들은 대부분 어려운 과목을 이수했다는 걸 보여주려고 <고급수학>을 선택했지만, 전 <확률과 통계>를 택했어요. 이수자가 26명밖에 되지 않는 데다, 상대평가 과목이어서 성적 경쟁이 정말 치열했어요. 그래도 이때 배운 게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2학년 때 한 연구에서는 전력적 이점은 입증했지만, 경제적 이점은 결론으로 도출하지 못했어요. 3학년 수행평가에서 통계적 분석을 통해 경제적 이점까지 보강한 데는 이 과목의 역할이 컸죠.”
그런 면에서 동현씨는 당장의 성적, 당장의 수능에 대한 강박보다는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왜 하고 싶은지 깊게 고민해보기를 추천한다고 했다.“교수님들께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하세요. 단순히 반도체가 유망하다니까, 취업이 잘될 것 같아서 왔다면 일찌감치 전과를 추천한다고요. 공부하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명확히 동기부여를 하지 않으면 지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꿈은 언제든 바뀌게 마련이지만, 적어도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열심히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그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길이 보일 거라 믿어요.”
‘차세대 뉴로모픽 칩의 특성 및 AI 자율주행 로봇 활용성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2학년 때 수행한 탐구 활동 요약본.
창업에 관심이 많아 구상했던 아이템. 요리사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멀티사이드 플랫폼을 통해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선택지를 즐길 수 있다. ‘모두의 오마카세’를 줄여 ‘모마카세’라 이름 지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전자공학에 관심이 많아 ‘수학 교사 되기’ 활동에서 반도체 공정의 여러 부품을 예로들어 명제의 역과 대우를 이색적으로 설명, <통합과학> 버스 급정거 시 승객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발 고리 ‘버쓰레빠’ 고안, ‘차세대 반도체와 에너지 하베스팅의 필요성’ 주제로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과 함께 배터리 충전의 난제 해결 방향 제시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물리학Ⅰ> 미래의 방대한 정보량 처리를 위해 고성능 인공지능과 저전력 반도체 기술의 중요성 발표, 인간의 신경계 구조를 모방해 병목 현상을 해결한 ‘뉴로시냅틱 기술’의 구조 설명, <생명과학Ⅰ>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뉴런의 정보 전달 과정을 인공적으로 모방한 딥러닝 알고리즘과 상용화된 뉴로모픽 칩을 활용한 자율주행 로봇 제작을 심층적으로 탐구해보는 계기가 됨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뇌를 모사한 뉴로모픽 하드웨어의 구조가 어떻게 저전력 기능을 수행하는지 미분을 적용한 탐구 활동 진행, <확률과 통계> ‘자율주행 연산에서 뉴로모픽 칩의 전력 우위 실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한계를 발견하고 배운 내용과 조건을 활용한 칩의 비용 우위를 계산해 발표선택과목
▒ <물리학Ⅱ> <고급물리학> <물리학Ⅱ>는 공학 전공에 필수라고 생각했기에 기본적으로 선택했다. <화학Ⅱ>와 <고급물리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대학에서 배우는 <일반화학>이 <화학Ⅱ>에서 다루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고급물리학>으로 최종 결정했다. <물리학Ⅱ>에서 다루지 않는 회로 분석법을 새롭게 배우는 등 반도체를 위해 필요한 심화된 내용을 접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 <확률과 통계> 연구 신뢰도 검증을 위해 <확률과 통계>를 꼭 배울 것을 추천한 대학 교수들의 조언을 들으며 선택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 교육과정을 확인해보니 <확률과 통계>에서 배우는 내용을 따로 배울 기회가 없는 것 같아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이수자가 워낙 적어 고전했지만, 이때 배운 내용으로 2학년 때 진행한 연구 활동의 경제적 이점을 새로 보강하는 등 도움이 많이 된 과목이다.▒ <국제경제> 창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할 것 같아 공동 교육과정으로 신청한 과목이다.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사회탐구 일반선택 과목들을 선택할 수 없는 구조여서 <경제>를 배우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다. 공동 교육과정이 그런 면에서 대안이 됐다.INTERVIEW 23
조윤진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강원대사범대학부설고)동물 실험 대체하는 인공생명체 만들고 싶어요
과학 과목을 전반적으로 좋아했지만, 그중에서도 물리학은 특히나 좋았다. <물리학Ⅰ>에 이어 선택한 <물리학Ⅱ>는 이수 학생 32명 중 여학생이 3명에 불과했지만, 성취도 A를 받을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공동 교육과정으로 열린 <물리학실험>을 비롯해 학교에서 주어진 과학 관련 활동은 가리지 않고 도전했다. 동물 실험을 대체하기 위해 속속 개발되는 ‘장기칩’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서 바이오와 소재를 결합해 배울 수 있는 전공에 관심이 갔다.생명 현상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다양한 공학적 지식을 바이오 및 의학 분야에 적용, 인공생명체 등을 다루는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를 알게 되면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지원해 합격한 조윤진씨를 만났다.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눈 모사칩’으로 안구 독성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물리학을 좋아했기에 막연히 공대에 진학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윤진씨의 관심사는 심리학과 수의예, 과학교육 등으로 다양했다. 바이오와 소재를 결합한 학문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느낀 계기는 1학년 때 학급 활동으로 진행한 ‘감성 DJ’ 활동 때문이었다.“담임 선생님께서 ‘1일 1역할’ 을 맡는 재능 기부를 학급 특색 활동으로 운영하셨어요. 저는 그중에서 ‘감성 DJ’ 를 맡아 관심 있게 읽은 기사나 책 내용을 유인물로 만들어 게시하고 친구들에게 알려주곤 했어요. 동물을 좋아하고, 공학 분야에 관심이 있다 보니 과학 관련 소식도 많이 찾았는데 ‘눈 모사칩’ 에 대해 소개한 것도 그중 하나였죠. 장기칩은 플라스틱 위에 세포를 배양해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모사한 실험 장치인데요. 안구의 표면 구조는물론 눈 깜빡임까지 흉내낸 눈 모사칩이 개발됐다는 소식을 접하니 안구 독성을 알아보는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런 인공생명체를 개발하는 일을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바이오공학 쪽 학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관심사를 반영하듯 윤진씨가 이수한 과목들 중에는 과학 교과의 비중이 컸다.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을 비롯해 <물리학Ⅱ> <생명과학Ⅱ>, <물리학실험> <화학실험> <고급생명과학>에 이어 <정보>와 <공학일반>도 선택했다.“과학 Ⅱ과목을 2개까지 선택할 수 있어서 물리학은 기본으로 정했지만, 생명과학과 화학 사이에서 고민이 좀 되더라고요. 생명과학보다 화학 성적이 더 잘 나오는 편이었거든요. 그래도 대학에 가서 제가 원하는 공부를 하려면 생명과학을 더 깊이 배우는 게 필요할 것 같아 <물리학Ⅱ>와 <생명과학Ⅱ>로 결정했어요. 소인수 과목으로 열린 <고급생명과학>은 내용이 너무 어려울 것 같아 결정하기까지 신중하게 고심했지만, 결국 선택하는 쪽으로 정했죠. 강원대에 가서 생소하고 복잡한 실험도 직접해보는 등 대학 공부를 미리 경험해보는 느낌이었어요.”
수업도, 실험도, 활동도 궁금한 게 생기면 일단 도전!과학에 대한 관심은 수학 공부에도 적용됐다. <미적분> 수업에서 진행한 ‘수학 탐구 포스터’ 활동이 대표적이다.“<고급생명과학> 수업에서 엑셀을 이용한 산점도 통계 그래프 그리는 법을 배웠는데, <미적분> 수업 수행평가로 진행한 ‘수학 탐구 포스터’에 적용해 보기로 했어요. 평소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서 우리 동네 하천인 석사천의 오염도 추이를 ‘용존산소량과 수온의 변화’를 중심으로 분석해보기로 했죠. 최근 5년 동안 석사천의 월별 용존산소량과 수온의 변화를 기상청 사이트를 비롯한 공공데이터로 찾아봤어요. 연도별로 수온이 점점 증가하면서 용존산소량이 감소해 호기성 미생물들이 줄어 수질 오염이 일어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는데, 이때 확인한 데이터를 산점도로 시각화하니 유용하더라고요.”
궁금한 게 생기면 직접 도전하는 자세는 윤진씨의 학생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학급 특색 활동으로 진행된 ‘직업 세계 탐구 활동’ 시간에 ‘플라스틱을 먹는 벌레’에 대한 영상을 본 뒤, 친구들과 밀웜을 구입해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목베개 안에들어 있는 작은 스티로폼을 활용해 몸집에 따라 밀웜을 분류한 뒤 얼마나 먹는지 육안으로 확인해보니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더라고. 밀웜 속에 있는 박테리아로 인해 스티로폼이 분해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이 성분을 추출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되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학생부에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평소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윤진씨는 지역 청소년 단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활동도 적극적으로 했다. 피해자들이 워낙 고령인 탓에 이제는 점점 잊히는 단계로 들어서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는 윤진씨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모녀가 관심 있게 들으며 건넨 “학생들이 좋은 일을 한다” 는 격려 한마디가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고 했다.‘5인의 책 친구’로 배운 것, 여학생의 이공계 진출 독려해주길2학년 때 자율 활동으로 참여했던 ‘5인의 책 친구’는 윤진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얻기 위한 활동으로, 한 학기에 걸쳐 책 한 권을 선정해 읽고 정례적으
로 독서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다.
“5명 중 3명은 자연 계열 전공을, 2명은 인문 계열 전공을 희망하는 친구들이었어요. <시민의 물리학>을 선정해 읽어보자고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정말 싫어하더라고요. 하하. 물리학이라고는 1학년 때 배운 <통합과학>에서 잠깐 접해본 게 다였으니까요. 한데 책을 두 번 정도 읽고 서로 역할을 나눠 만화로 그려보기도 하고, 실험도 해보고 하니 점점 자신이 맡은 챕터에 대해선 술술 설명할 정도로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우리들의 물리학’이라는 제목의 포스터로 제작하는 과정까지 마치고 나니 과학을 많이 접하지 않아 어렵게 느낄 뿐, 쉽고 재미있게 다룬 텍스트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나면 누구나 과학을 즐겁게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이야기를 저자에게 직접 메일로 전해드렸는데, ‘가장 뿌듯하고 기쁜 소식’이라는 답장도 받았답니다.”그런 의미에서 윤진씨는 여학생들이 공학에 도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여학생에게 공대 공부는 어렵고, 적응하기도 쉽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을 마주할 때가 많아 안타까웠다는 얘기다.
“사회 변화를 고려하면 앞으로 이공계 인재에 대한 수요는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잖아요. 인문 계열 전공자들도 코딩을 배우는 시대가 됐으니까요. 그런데 여학생은 이공계 공부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거나, 이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았어요. 이미 여학생을 배제하는 시각이잖아요. 그럴 때마다 전 오히려 도전의식이 생기더라고요. 하하. ‘5인의 책 친구’를 하면서 인문 계열 전공을 희망했던 친구들이 과학을 재미있게 느꼈듯이 여학생들이 이공계 분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여학생도 과학, 충분히 잘할 수 있으니까요!”
관심사가 다양한 친구들과 모여 ‘5인의 책 친구’ 활동을 하면서 읽은 <시민의 물리학>. 저자에게 “물리에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는 책을 내줘서 감사하다”는 메일을 보냈는데, “이런 열정이라면 무슨 일이든, 어떤 어려운 책이든 두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답장을 받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눈 모사칩’ 개발 소식을 전하면서 바이오와 소재를 결합한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미적분> 수업에서 진행한 ‘수학 탐구 포스터’ 활동. 동네 하천인 석사천의 오염도 추이를 ‘용존산소량과 수온의 변화’를 중심으로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클루지>를 읽고 진화가 항상 옳은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이해, 인간의 불완전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을 통해 과학과 철학에 대한 관심을 높임, <수학> ‘과학과 수학의 연관성’ 을 주제로 탐구 활동, 다양한 과학자와 수학자들의 업적 조사, <융합과학탐구> 진로선택 과목으로, DNA 추출 실험을 진행하고 합성섬유 나일론을 합성하는 탐구 보고서 제출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독서> 독서 지문 중 ‘신체 부착형 인장 센서’ 를 선택해 보고서 작성, 웨어러블 기술의 개념과 활용 분야 조사, <화학Ⅰ>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조사, 새로운 마스크 소재인 고분자 나노섬유 필터의 미세구조 변화 관찰 사진을 통해 마스크와 신소재를 연결시켜 발표, <물리학실험> 기주공명을 통한 소리의 속력 측정, 엘리베이터에서의 중력가속도 변화 효과 측정, 브레드보드를 활용한 전자회로 탐구 등의 실험 수행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지역 하천의 수질 오염도를 수온과 용존산소량의 관계를 중심으로 탐구, <물리학Ⅱ> 코로나 백신의 임상을 위해 3D 프린팅으로 만든 인공폐의 구조와 효과 소개, 바이오 프린팅 기술의 발전이 신약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에서 윤리적 역할을 담당할 수있을 거라고 언급, <생명과학Ⅱ> 기초의학 및 보건 연구에서 생물정보 처리 및 분석 도구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생각해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 사이트 탐색선택과목
▒ <물리학Ⅱ> <생명과학Ⅱ> <물리학Ⅱ>는 물리학을 워낙 좋아했고, 공학을 공부하고 싶었기에 고민 없이 선택한 과목이다. 성적이 잘 나올 것 같은 <화학Ⅱ>와 대학 공부에 좀 더 필요할 것 같은 <생명과학Ⅱ> 사이에서 고민이 됐지만, 바이오공학 분야를 배우려면 생명과학을 깊이 있게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아 최종 이 두 과목으로 결정했다.
▒ <고급생명과학> <물리학실험> <화학실험> 공동 교육과정으로 개설된 실험 과목과 소인수 과목으로 개설된 <고급생명과학>까지 과학과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과목들은 최대한 도전했다. 과학 Ⅱ과목으로 물리학과 생명과학을 선택했기에, 화학을 배우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 보완하려는 이유도 컸다.▒ <정보> <공학일반> 공학 분야에 프로그래밍이 접목되는 추세이기에 선택한 <정보> 수업은 본인 표현에 따르면 “장렬히 전사”할 만큼 생각보다 심도 있게 수업이 진행돼쉽진 않았다고. 진로와 관련, 소재와 관련된 데이터를 위변조 위험 없이 안전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 소재 연구 데이터 플랫폼’ 구축 방안을 조사하기도 했다. <공학일반>도 이수자 24명 중 여학생은 3명뿐이었지만, 적극적으로 도전한 과목이다.▒ <영어권문화> 크게 의미를 부여하며 선택한 과목은 아니지만, 자율 주제로 각국의 과학교육법을 택해 미국의 ‘STEAM’과 ‘8+1 시스템’, 영국의 ‘Lab 13’, 뉴질랜드의 ‘크래프트’ 등 창의적이고 경험에 기반을 둔 과학 교육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정리하는 기회가 됐다.INTERVIEW 24
최지웅숭실대 기계공학부(광주 숭덕고)
레고부터 주식, 스마트팜·인공지능까지 호기심 만렙 기계공학도
수학과 물리학 과목을 좋아했지만, 경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계열 구분 없이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고교에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었지만, 진로를 정해야 과목 선택이 가능했기에 기계공학 또는 로봇공학 분야로 마음을 정했다. 레고나 과학 상자를 5~6시간 이상 조립해도 즐겁고 뿌듯했던 경험이 판단의 기준이 됐다. 숭실대 기계공학부에 입학한 최지웅씨의 얘기다. 지웅씨는 과학 다큐 감상 동아리에서 접한 다큐멘터리에서 과학 시간에 배웠던 원리와 가설을 확인하며 과학적 호기심을 확장했고,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등의 과학 도서를 읽으며 작가의 생각과 경험을 간접 체험했다. <지역이해> 교과서의 한 귀퉁이에서 읽었던 스마트 팜에 대한 관심은 공동 교육과정으로 선택했던 <과학과제실험>에서 과학 기술의 관점으로 확장해나갔다.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내일교육> 유튜브 채널에서 생생한 인터뷰 영상을 만나보세요!
과학 다큐로 바라본 세상, 과학적 호기심 키워
하나의 진로를 정하고 고교 3년간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직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막연할 땐 더욱 그렇다. 지웅씨는 중학교 때까지 즐겁게 했던 레고 조립 경험을 바탕으로 기계공학, 로봇공학으로 진로를 정했다.“5~6시간씩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게 쉽진 않잖아요.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고민하던 중에 6시간이 넘도록 타워크레인과 6족 보행 꿀벌을 만들었던 기억, 제대로 될까 조마조마해하며 작동시켰던 중1 때가 떠올랐어요.”지웅씨는 1학년 때 ‘과학 다큐 감상 및 토론’과 ‘꼬꼬 독서(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활동으로 과학과 관련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지구의 자전이 멈춘다면?>이라는 과학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구의 자전이 실제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했다. 핵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뒤엔 ‘원자력 발전 계속해야 할까’에 대한 찬반토론을 이어나갔다.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 서서 토론하는 과정은 자신과 다른 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기에 즐거웠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다룬 다큐 <알파고>를 감상하면서 AI는 학습을 통해 발전해나간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이후 친구들과 AI 개발에 대해 찬반 토론을 했어요. AI 개발을 반대하는 친구 중 일부는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어 지배하게 될 세상에 우려를 표했죠. 전 인간이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3원칙을 제대로 지킨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려보다 는 제대로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으니까요.”지웅씨에겐 데니스 홍이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에서 소개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자율주행자동차가 신세계로 다가왔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한 데니스 홍의 업적은 단순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뿐만 아니라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선 사회적 관점이 더 큰 것 같다고 설명한다.
“데니스 홍의 책을 읽으며 발전하는 과학 기술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약자와 소외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로봇과 기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게 어떤 형태인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요.”학생부 기재 안 되지만 방과 후 활동으로 듣고 싶었던 <경제> 수강지웅씨는 중3 때 주식에 관심을 가졌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주식 시장을 경험했다. “어떤 주식을 살까? 주식 시장에 영향을 주는 건 뭘까? 궁금한 게 많았어요. 다른 이들이 다 사는 국민주를 고민 없이 사는 것보다 주식 관련 책을 읽으며 경제흐름에 관심을 가졌죠. 지금도 주식을 조금씩 하고 있는데 주식 시장이 좋지 못한 상황이지만 수익률은 괜찮은 편이에요.”
주식 얘기를 하며 씩 웃는 지웅씨는 자연스레 경제에 관심을 가졌지만, 고교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경제학과와 기계공학 분야 중 진로를 고민하다가 공학 계열로 정했기 때문이다.“2015 개정 교육과정은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학교에선 그런 선택이 허락되지 않았어요. 자연 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 고2 때 과학 Ⅰ과목 중 3과목을 선택해야 했어요. 심리학도 배우고 싶었는데 개설되지 않았고요. 대신 학생부엔 기록되지 않았지만 방과 후 수업으로 개설된 <경제> 과목을 수강했어요. 시장 경제의 흐름,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수요 공급 법칙 등을 배웠지요. 고3 때 과학 과목도 <물리학Ⅱ>와 <화학Ⅱ>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이두 조합을 선택한 학생이 적어 반 편성이 어렵다고 해서 <물리학Ⅱ> <생명과학Ⅱ>로 변경해야 했죠.”고3 때 진로선택 과목인 <지역이해>를 배워야 했다. 자연 계열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했던 사회 과목이었지만 덕분에 스마트 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교과서 한 귀퉁이에 스마트 팜에 대한 설명이 있었어요. 농업 분야의 공장 자동화, 즉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농장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팜은 공동 교육과정으로 이수한 <과학과제연구>에서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스마트 팜에 대한 탐구 조사로 연결됐어요.”전기자동차가 달리면서 충전하는 세상이 곧!고2 때 <물리학Ⅰ>에서 전자기 유도 현상에 대해 배웠다. 지웅씨는 전자기 유도 방식의 예로 무선 충전 방식의 스마트폰과 자기 공진 방식의 전기자동차 충전 원리를 발표했다.“전기자동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이 충전이잖아요. 현재는 연결 잭을 꽂아 충전하는 방식이지만 무선 충전이 가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무선 충전의 기본 원리는 전자기 유도예요. 코일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전기가 코일을 따라 돌면서 자력이 생겨 전자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특정 주파수의 진동하는 자기장을 통해 전력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이 경우엔 어느 정도 떨어진 물체에도 전기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어요.”도로를 주행하면서 전자기 유도 방식에 의해 충전이
가능한 방식도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주차 장소에 충전소 역할을 하는 패드를 설치하고, 자동차 하부에 패드를 부착해 서로 전자기 유도를 발생시켜 충전하거나 도로에 묻혀 있는 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자동차에 장착된 집전장치를 통해 동력으로 변환하는 방식 등 다양하다.
“전기자동차의 축전기에도 관심을 가졌어요. 축전기에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데, <물리학Ⅱ>에서 절연체에 따라 축전기의 종류와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용량이 다르다는 것을 배웠죠.”로봇과 기계공학 사이에서 고민, AI에 강점 있는 숭실대 기계공학부 선택고2 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됐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학습 습관은 엉망이 됐고, 성적은 떨어졌다. 고2 2학기쯤 많은 친구들이 정시로 무게중심을 옮겼지만, 지웅씨는 오히려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했다.“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동아리 활동이나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모의고사 성적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끝까지 학교 활동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지웅씨는 인공지능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숭실대 기계공학부의 교육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합격하기엔 성적이 부족했지만, 성실과 열정, 잠재력을 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원했다.“기계공학부에선 공학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 데다 숭실대는 1학년 때 프로그래밍이 교양 필수예요. 학기마다 프로그래밍 및 실습, AI 및 데이터 분석 기초, 컴퓨팅적 사고, 응용 프로그래밍 등이 편성돼 있어 AI에 관심이 많은 제 진로를 찾아가는 데 최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합격하고 진짜 기뻤죠.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진 않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지 않을까요?”
공동 교육과정으로 탐구했던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스마트 팜 보고서(오른쪽). 스마트 팜 기술은 과거에는 원예 분야에 집중됐지만 축산(위 자료), 유통, 노지 등 4개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 중이다. 여러 논문이나 뉴스 등을 통해 다른 나라의 스마트 팜 활용 현황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사람을 위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해준 데니스 홍의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어> 과학의 발전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기술하는 작문에서 분사 구문, 관계사 구문을 이용해 짜임새 있는 글을 완성함, <과학탐구실험> ‘왜 구슬 아이스크림이 일반 얼음보다 잘 녹지 않을까?’ 라는 주제로 실험함, 액체 질소의 유무를 독립 변인으로 녹은 시간을 측정하는 연역적 탐구 활동을 함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Ⅱ>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태풍의 이동 경로를 알아내는 방법에 활용되는 극한의 개념을 설명함, 생활 속에서 미분을 활용한 사례를 찾고 적분의 원리를 탐구함, <영어Ⅱ> 교과서 본문 주제인 통계 오류와 관련 해외 사례를 조사한 후 영어로 장문의 글을 분석해 보고서를 제출함, <물리학Ⅰ> 수업시간에 간단하게 다룬 무선 충전 방식 스마트폰이나 자기 공진 방식의 전기자동차 충전 원리를 상세하게 조사, 발표함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어독해와 작문> 차량 통합 제어 시스템과 관련한 신문 기사와 TED 등을 통해 자동차 회사들의 관련 기술을 찾아 조사, 발표함, <지역이해> ‘인간과 환경의 상호 작용으로서의 지역이해’ 단원에서 스마트 팜 주제로 PPT 자료를 발표함,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들어 식량 부족과 자연환경의 변화를 극복할 방안으로 제시함, <과학과제연구> 스마트 팜 시스템에 과학적 관심이 높아 연구·활용 사례를 발표함, 농업 분야와 ICT 기술이 접목된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이 돋보임선택과목
▒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자연 계열 진학을 고려한다면 고2 때 과학 세 과목을 선택해야 했다.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는 과목에 흥미가 있어 물리학과 화학을 좋아했다. 기계공학과 로봇공학에 관심이 있었고, 인체 구조나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로봇이나 기계 분야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 <지역이해> 과학 교과 위주로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회 과목이었지만 교과서의 스마트 팜 관련 내용을 접하며 흥미를 갖게 됐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접하며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식량 부족과 자연환경의 변화를 극복할 방안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학과제연구> 공동 교육과정으로 선택한 과목으로, <지역이해>에서 관심 있던 스마트 팜활용에 대한 탐구를 진행했다. 작물에 따라 재배 방식의 차이가 필요한 이유, 첨단 ICT 기술과 스마트 팜의 융합 사례를 조사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논문을 찾아 읽는 경험을 통해 탐구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INTERVIEW 25
이예림인하대 전기공학과(충남 당진고)
똑똑한 전력망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관심이 전기공학으로
2학년 <물리학Ⅱ> 수업 시간에 대규모 정전 사태인 ‘블랙아웃’을 다룬 영상을 접했다. 전력 공급보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면 전력 수요량을 미리 예측하면 될 것 같았다. 2011년 9월 전국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를 조사하면서 똑똑한 전력망을 뜻하는 ‘스마트그리드’를 알게 됐다.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더해 전력 생산과 소비 정보를 실시간 양방향으로 주고받음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인하대 전기공학과 이예림씨가 전공을 결정하게 된 계기였다. 마침 ‘전기·전자·컴퓨터공학 교과 특성화 학교’인 충남 당진고에 재학 중이었기에 <전기회로> <정보과학> 등의 전문 교과를 이수할 수 있었다.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심화하고 싶어 공동 교육과정인 <물리학실험>도 선택했다. 이들 과목을 이수하기 위해 화학 과목을 선택할 수 없었던 아쉬움은 독서로 풀어냈다.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스마트 녹색 도시, 우리가 구현해볼까?
수학과 과학을 좋아해 일찌감치 공학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지구의 날’ 을 맞아 학교에서 접한 ‘2050년 지구의 모습’ 영상을 보며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느낀 예림씨는 특히 친환경 기술에 눈길이 갔다.“3학년 때 활동했던 ‘전기전자화공 동아리’에서 친구들에게 친환경 기술의 결정체인 ‘스마트 녹색 도시’ 구상을 제안했어요. 저는 관심 분야였던 전력시스템을 맡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했고요. 지금은 전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스마트그리드를 모티브로 해 최소한의 전력을 기본으로 공급하다가 전력 사용량이 늘면 추가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떠올렸지요.”신기술의 집합체인 스마트그리드를 고교생 수준에서 구현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배운 아두이노와 전력 측정 센서를 이용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력 값을 구하고, 총 전력이 일정 값을 넘으면 아두이노에 연결된 릴레이모듈에 전류를 흐르게 해 예비 전력을 공급하는 회로를 구상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까지의 과정이 제일 어려웠어요. 생각이 정리되니 회로 구성은 오히려 빨리 진행되더라고요. 물론 직접 구상한 코딩이다 보니 오류가 잔뜩있었지만요. 하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존의 코딩을 응용해보기로 했어요. 예제 코드를 찾아보면서 전력 측정 센서의 총 전력 변수를 if문을 이용해 간단한 코드로 만들어보니 문제가 쉽게 풀리더라고요. 초보적인 수준이었지만, 전력 시스템을 활용해 환경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본 경험이었어요.”물리학 심화 과목, <전기회로> 등 특성화 과목 십분 활용
물리학을 좋아했던 예림씨에게 전기·전자·컴퓨터 공학을 특성화한 학교 교육과정은 강점이자 고민이었다.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Ⅰ·Ⅱ과목이 모두 개설됐지만, 특성화 과목이 많다 보니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기공학과 진학을 생각했기에 <전기회로>와 <디지털 논리회로> 등의 과목을 고르고, 물리학을 심화해 공부하고 싶어 <물리학Ⅰ·Ⅱ>에 이어 <고급물리학>과 공동 교육과정으로 개설된 <물리학실험>을 선택했다. 그다음 배우고 싶었던 <화학Ⅰ>과 <정보과학> 중한 과목을 결정해야 했는데, 고심 끝에 선택한 과목은 <정보과학>이었다.“공대 공부의 기본은 물리학과 화학이라고 생각했지만, 배울 수 있는 과목의 이수 단위가 정해져 있다 보니 <정보과학>을 선택하려면 과학 Ⅰ과목을더 들을 수 없더라고요.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니 전기공학과에서는 화학보다 정보나 전기회로 관련 과목이 더 많이 쓰인다고 하셔서 결국 <화학Ⅰ>은 포기해야 했죠. 화학은 시중에 책이나 인터넷 강의 등이 많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보강하기로 하고 최종 <정보과학>을 선택하게 됐어요.”
<전기회로>를 수강하면서 마이스터고나 공고에만 있는 전문 장비들을 이용해 직접 회로를 연결해보고 실험값을 눈으로 확인하니 이론으로만 접했을 때보다 큰 도움이 됐다. 전기전자통신 관련 분야에 많이 쓰이는 RLC회로를 처음 접한 것도 이 수업에서였다. 이어 <고급물리학> 수업에서 RLC회로 이론을 자세히 배울 수 있었고, 공동 교육과정으로 이수한 <물리학실험>에서는 직접 오실로스코프와 코일, 저항, 축전기를 이용해 실험할 기회가 생겼다.“그동안 배운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하고 배울 좋은 기회였어요. ‘이론상의 공진주파수와 실제 공진주파수가 일치할까’ 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는데, 예상했던 공진주파수에서의 전류 값이 크게 차이 나지 않더라고요. 계산식의 오류를 찾는 과정부터 회로와 이론 개념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문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집중력, 끈기를 배운 시간이었죠.”
배우지 못한 화학에 대한 아쉬움, 기초 교과 중요성 느껴특성화 과목들에서 배운 게 많았지만, 화학을 이수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계속 남았다. 3학년 진로선택 과목으로 <융합과학탐구>를 선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화학을 다룬 책도 다양하게 읽으려고 노력했다.
“물리학을 다룬 과목은 충분히 선택했기 때문에 <융합과학탐구>를 통해 부족한 화학을 연결해보고 싶었어요. 물리학을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중 한 분야와 엮어서 탐구 활동을 진행했는데, 화학에 열정이 많았던 친구와 팀을 짜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니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동아리 활동을 할 때도 제가 잘 모르는 화학 계산법 등은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우리 집에 화학자가 산다> <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나는 화학으로 세상을 읽는다> 등 화학 관련 책도 열심히 읽었고요. 대학에 와서 <일반화학>을 배울 때 이렇게라도 조금씩 해왔던 것들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성화 과목과 전문 교과를 십분 활용했던 예림씨지만, 대학 공부를 해보니 고등학교 단계에선 보통 교과 내 기초 과목들을 충실히 쌓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등학교 때 배웠던 특성화 과목이나 전문 교과들이 재미는 있었지만, 쉽지는 않았어요. 한데 대학 공부를 해보니 당시 머리를 쥐어짜며 열심히 배웠던 내용들이 거의 10분 만에 끝나는 인트로 수준이더라고요. 하하. 물론 그 과목들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았고, 대학 공부가 어떤지 감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대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어요. 대학 4년 동안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잖아요. 고등학교 때는 대학 수준의 과목에 욕심내기보다 기초 과목들을 폭넓고 다양하게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어떤 걸 더 공부하고 싶은지 전공을 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보통 교과 과목들의 선택권을 충분히 주고, 특성화 과목이나 전문 교과는 공동 교육과정이나 방과 후 과정 등을 이용해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스마트그리드 분야에 대한 관심을 선택 과목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하게 풀어냈다. 동아리에서 ‘스마트 녹색 도시’ 구상을 제안하고, 관심 분야였던 전력 시스템을 맡았다. <전기회로> 수업에서 처음 접한 RLC회로를 실험을 통해 눈으로 확인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사회> 무분별한 에너지 개발에 따른 환경 문제, 정보화에 따른 생활 양식과 생활 공간의 변화 주제로 조사·발표, <통합과학> 무선 충전 방식을 조사하고 그 중 전자기 유도 방식 실험을 계획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물리학Ⅱ> 2011년 한국의 정전사태에 대해 조사하고 예방책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기술 제시, 복잡한 회로에서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키르히호프 법칙 심화 학습, <전기회로> RLC소자의 특징을 알고 조건에 맞는 회로도 그림,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한 수행평가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 <정보과학> 알고리즘 순서도 그리기 활동에서 지역의 기후나 지형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선택을 주제로 함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물리학실험> RLC직렬회로에서 공명피크를 확인하는 실험 수행, 정교한 수학적 계산의 중요성 깨달음, <융합과학탐구> ‘플러렌을 통한 전기 송배전’에 대해 조사·발표선택과목
▒ <물리학Ⅰ·Ⅱ> 과학 중에서도 특히 좋아했던 과목이기에 고민 없이 선택했다.
▒ <전기회로> 전기·전자·컴퓨터공학 교과 특성화 학교였던 덕분에 마이스터고나 공고에 있는 전문 장비들을 이용해 직접 회로를 연결해보고 실험값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흥미 있게 배웠던 과목이다.▒ <고급물리학> <물리학실험> 물리를 심화 학습해보고 싶어 선택했던 과목이다. <전기회로> 수업에서 처음 접한 RLC회로 이론을 <고급물리학>에서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공동 교육과정으로 이수한 <물리학실험>은 그동안 배운 이론을 실험으로 증명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융합과학탐구> 이수하지 못한 부족한 화학을 보충하기 위해 선택했다. 물리학에 화학을 연결해 탐구하려고 노력했다.INTERVIEW 26
배현지조선대 약학과(전남대사범대학부설고)
유전자 핀셋으로 접한 의생명과학의 세계, 의대 넘어 보건 분야 진로 알려줬죠
의학 계열은 오랜 꿈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수학을 좋아하고 잘했기에, 이왕이면 가장 높은 목표를 세우겠다는 포부에서 비롯됐다. 한데 고교 입학 후 막연했던 꿈이 조금씩 구체화됐다. 풀수록 흥미로웠던 생명과학 문제, 사람을 살리는 의공학 기술과 이면의 복잡한 윤리 논란, 고3 때 창궐한 코로나19와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낯선 상황들은 의료보건 분야 진로를 파고들게 했다. ‘의사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은 ‘사람들의 건강을 일선에서 지키는 의료보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로 바뀌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대입 재도전을 결심했을 때 약학과 선발 소식을 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눈길이 갔다. 조선대 약학과에 입학한 배현지씨의 이야기다. 그의 대입 도전기를 들어봤다.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이의종테셀레이션·지오지브라… 손끝으로 배운 수학
현지씨는 어린 시절, 수학 체험전과 수학 축전을 즐겨 찾았다. 문제 풀이가 아닌 다양한 체험과 놀이로 만난 수학이 재밌었다. 성장하면서 그 재밌었던 놀이가 수학 원리나 법칙에 기반한다는 사실은 과목에 대한 흥미로 이어졌다. 같은 모양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그림을 완성하는 테셀레이션은 놀이로 접했지만, 포장지 무늬와 욕실 바닥, 보도블록에서도 발견했다. 중학교 때 도형의 성질을 배우면서 그 원리를 깨우쳤다. 이렇듯 일상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수학의 쓰임은 공부를 이어나가는 동력이 됐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수학을 파고들었고, 더 잘 이해하고 싶어 다양한 유형·난도의 문제를 풀거나 같은 문제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다보니 높은 성적을 거뒀다. 우수한 성적을 받고 느낀 성취감과 주변의 칭찬은 다시 수학에 몰입하게 했다.고교 입학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수업은 물론 여름방학 때 수학 체험 센터의 수학 탐구 교실에 참여해 일상 속 수학 원리를 탐구했다. 고1 2학기 <수학> 시간엔 ‘나도 출제자’ 프로젝트의 편집자로도 나섰다. 각 모둠에서 제출한 문제를 모아 편집하면서, 일일이 그래프를 그리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중학교 때 접한 지‘ 오지브라’가 떠올랐다.
“점과 점을 이어 직선이나 곡선을 그리고, 이를 활용해 함수 또는 도형까지 만들어볼 수 있는 수학 소프트웨어라 그래프 문제를 낼 때 써봤어요. 시간 단축은 물론, 해당 개념을 활용한 그래프의 특징이나 유의점을 직관적으로 알게 됐어요. 수학은 머리가 아닌 손으로 직접 만져보면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고요.”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 2학년 때 광주시교육청 수학 축전에 참여, 체험 부스를 만들었다. 무게중심을 주제로 오뚝이, 시소 등 소재를 찾아 시연하고, 관람객이 팽이를 만들어보게 했다.“우여곡절이 많았어요. 태풍으로 행사 일정이 중간고사 3일 전으로 연기됐어요. 부담을 느낀 팀원 일부가 빠져나갔죠. 행사 당일엔 체험자가 많아 재료가 떨어지기도 했고요. 남은 친구들을 독려하고, 소진된 재료 대신 과자 상자를 이용해 체험 기회를 주며 위기를 극복했어요. 무게중심을 넘어 질량중심 등 심화된 내용을 공부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면서 사람들과 수학의 실용성과 재미를 공유할 수 있어 보람됐어요. 유연한 사고의 중요성도 깨우쳤고요.”
<생명과학> 파고들게 한 유전자 가위수학에 깊이를 더해가며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느꼈다. ‘유전자’였다. 문제를 풀며 퍼즐 같다고 생각하던 차 과학 잡지에서 ‘인간배아 유전자 교정 진실 공방’기사를 봤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심장병을 예방·치료한다는 내용이었다.“비후성 심장근육병증은 좌심실 벽이 두꺼워져 호흡 곤란이나 가슴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입니다. 유전병으로 ‘MYBPC3’ 의 변이, 즉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해 발병해요. 이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정상 유전자로교정했다는 내용이었어요. 관심이 생겨 유전병과 유전자 가위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찾아봤어요. 생각보다 유전자 병의 종류가 많고 증세도 다양해서 두렵더라고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데도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질병, 끊임없이 발견되는 새로운 질병의 원인을 찾고 예방이나 치료로 이어가려면 노력이 더 필요한데, 그런 일을 누가 하나 궁금했어요.”
생물학탐구 동아리에서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에 대해 더 파고들었다. 유전자 가위의 원리로 DNA보다 더 작은 단위인 염기를 조정할 수 있는 유전자 핀셋 개발 소식을 접하면서, 기술 발전의 이면에도 눈길이 갔다. 특히 난자로만 번식하는 처녀 생식을 알게 된 후 생명윤리를 깊이 고민하게 됐다.“생명체로 인정받는 시기는 수정-착상-출산 등의 단계 중 언제인지,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가 우수 유전자만을 선별하는 유전자 쇼핑의 도구로 전락하지는 않을지, 동물 실험을 계속해야 하는지등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어요. 혼자 답을 내리기 어려워 동아리 부원들과 영화 <가타카>를 함께 보고, 관련 도서도 나눠 읽으며 여러 의견을 공유했어요.”
수시 재도전이 약대 지원 기회로수학과 생명과학에 대한 흥미는 공부 습관을 바꿨다. 학생들의 다양한 과목 선택을 열어둔 전남대사대부고의 교육과정 덕분에 수학·과학 과목을 마음껏 선택했고, 그 결과 <수학Ⅰ·Ⅱ> <심화수학> <확률과 통계> <기하> <미적분> 등에서 배운 개념을 다른 과목 풀이에 적용해보거나 원리를 증명하는 데 활용했다.“유전자 핀셋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융합할 수 있는 시각과 지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어요. 생명과학 원리에 바탕을 둔 새로운 의학 기술이 대중화되려면 수술이나 약 혹은 의료 기기 등으로 구현돼야 하는데 이는 물리학 화학 수학 등 인접 학문을 활용해야 해서 저도 서로 다른 과목을 연결지으려 애썼어요. 교과 개념을 심화하면서 관심 분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죠. 여러 과
목 수업과 동아리 등 창체 활동을 엮을 수 있어 탐구 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고요.”
진로를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생명과학Ⅰ·Ⅱ> <화학Ⅰ·Ⅱ>를 배우며 유전자는 물론 치료제, 수술 로봇 등 AI·빅데이터와 결합한 의료 과학 기술, 탄소 나노 튜브와 같은 신소재까지 관심이 생겨 탐구했다. 동시에 임상의가 아닌 연구의부터,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의공학과, 신약이나 의료 기기 소재 개발로 나아갈 수 있는 생명공학과나 화학공학과에도 눈길이 갔다.하지만 고3 때 암초를 만났다.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지연 끝에 온라인 수업이 재개됐지만, 교사·친구들과 의 질의응답이나 토론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던 현지씨는 집중하기 어려웠다. 결국 목표했던 대학의 수시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곧바로 재도전을 결심했다. 홀로 수능 준비를 하던 때 약학과의 학부 신입생 선발을 알게 됐다.“제가 꿈꾸던 의료보건 분야에서 또 다른 선택지가 생긴 셈이라 눈여겨보게 됐죠. 약대는 의대처럼 의료보건 분야에서 전문직으로 일할 수 있으면서, 의사보다 환자들과 손쉽게 만날 수 있고 약사부터 연구직까지 졸업 후 진로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이 끌렸어요.”
특히 조선대 약학과는 현지씨에게 일반 종합 전형 외에 지역 인재 전형으로 지원 기회가 한 번 더 있다는 점, 최저 기준이 3개 영역 합 6 이내(2023학년 수시에서는 7 이내로 완화)라는 점, 장학금 제도와 졸업생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다는 평이 매력적이었다.새로운 출발선에 선 현지씨에게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좀 더 자신에게 노력할 기회를 주면 좋겠어요. 중간·기말고사 성적이 한 번 잘 안 나오면 정시에 올인하겠다는 친구들이 많아요. 실수 한 번의 대가는 수능이 더 크다는 점을 외면하는 것 같아요. 학교 시험 한 번으로 대학이 바뀌진 않아요. 일부 대학에선 N수생은 3학년 2학기 성적까지도 보고요.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기회가 있을 거예요.”
고1 때 <통합과학>을 공부하면서 유전 단원에 유독 흥미가 갔다. 유전자 가위에 대한 여러 이론과 기술을 접하고 고2 <생명과학Ⅰ> 시간에 유전병인 ‘헌팅턴 무도병’에 대해 조사했다. 고3 때 이 내용을 한 번 더 파고들어 <생명과학Ⅱ> 시간 ‘유전자 치료’의 여러 방법과 실례를 찾아 표적 유전자 세포 내로 치료 약제 등을 제대로 전달하는 벡터의 중요성과 필요성, 기술 개발 상황 등에 대한 탐구 활동을 벌이고, 보고서를 제출했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5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없다’를 보고 3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증명하거나 조립제법에서 나누는 식이 2차식인 경우도 찾아 푸는 등 스스로 심화함, <통합사회> 다양한 인문·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고 통계 자료를 통해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함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Ⅱ> <심화수학> 내용과 연계해 함수의 증감과 오목 볼록에서 적용되는 구간의 차이에 대해 질문하는 등 교과 간 통합 학습을 함, 미분이 필요한 이유와 실례를 들어 친구들에게 학습 이유를 설명함, <심화수학Ⅰ> <수학Ⅱ>를 바탕으로 미분법, 급수, 삼각함수의 심화 내용을 추가 학습, 사다리꼴 모양의 케이크 넓이를 구하는 문제를 디자인해 삼각함수와 미분을 통해 해결함, <생명과학Ⅰ> 유전 학습 중 헌팅턴 무도병에 대해 조사 발표, 다큐 <닥터로봇>을 보고 마이크로 로봇, 나노 로봇을 통한 진단·치료 등 의공학 기술에 관심을 가짐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학Ⅱ> 화학 이론을 주변에 적용해보려고 함, 염의 가수분해 및 완충 용액 학습 후 약물을 만들 때 완충 용액을 사용하는 까닭을 조사·추가 의문점을 질문함, <재밌어서 밤새 읽는 화학 이야기>를 읽고 분자 간 상호 작용을 재정리하는 등 지식을 구조화함, <생명과학Ⅱ> <크리스퍼 베이비>를 읽고 유전자 가위의 활용 방안으로 비암호화 DNA 기능 연구의 필요성 피력선택과목
▒ <생명과학Ⅰ> <생명과학Ⅱ> 의대 진학을 위해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통합과학>을 들으며 유전 분야가 특히 흥미롭고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유전자 가위를 통해 다양한 유전병과 이를 진단·치료할 수 있는 이론·기술을 알게 되고, 이를 둘러싼 윤리적 논쟁까지 고민하면서 진로도 넓어졌다.
▒ <화학Ⅰ> <화학Ⅱ> 의학과 관련된 심화 과목이라 반드시 들어야 할 것 같아 선택했다. 일상 속 다양한 현상이 화학 원리에 기반하고 있으며, 사람을 살리는 치료제에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어 실험을 비롯해 다양한 탐구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특히 다큐나 도서를 통해 교과서보다 쉽게 이해하고, 다양한 궁금증을 깊이 해결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영어Ⅱ> <중국어Ⅰ·Ⅱ> 외국어로 관심 분야에 접근하면서 두 분야의 지식을 함께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영어로 유전자 특허 문제를 탐구했는데, 우리말로 검색했을 때보다 정보의 양과 질이 뛰어났다. 중국 병원의 분급 체계 등 국가별로 다양한 의료 체계도 엿볼 수 있었다.INTERVIEW 27
이선아켄텍(KENTECH)(경북 사곡고)
미래에너지 향한 꿈, 스팀 수업·동아리 속 탐구·실험으로 다졌죠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다. 어려워도, 틀려도 몇 번이고 다시 고민하며 답을 찾아냈을 때 희열을 느꼈다. 다른 학년, 다른 단원, 다른 교과에서 배운 개념을 끌어와 나만의 풀이법을 찾는 것도 재밌었다. 스스로 배우거나 발견한 내용은 친구들과 나눴다. 함께 공부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게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연히 수학 과학을 많이 접할 수 있는 진로를 꿈꾸던 때, 우연히 ‘에너지’를 접했다. 진로로 삼아볼까 고민하던 차,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인 켄텍(KENTECH) 설립 소식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전공·대학에 대한 목표가 생겼다. 이선아씨의 이야기다. 그를 만나 에너지 분야를 목표로 한 고교생활과 대입 도전기를 들어봤다.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이의종세상을 바꿀 ‘에너지’에 눈뜨다
고1 진로 탐색 시간에 ‘에너지 분야가 유망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공학을 활용해 에너지 문제에 접근해볼까 생각했다. 특히 수소와 2차전지에 눈길이 갔다. 수소처럼 오래되고 흔한 자원이 새 에너지원으로 부상한다는 점, 그 배경에 과학기술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수소는 제작 방식에 따라 그린 수소,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등 이름이 달라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고 저렴하게 쓰면서, 환경오염 걱정도 덜 수 있는 수소를 만들려면 지금보다 더 발전된 과학기술이 필요합니다. 2차전지 역시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소재나 부품을 개선해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죠. 인공태양, 태양전지도 과학기술의 힘이 크게 발휘된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재미도 있겠다싶어 진로로 삼게 됐죠.”여러 학문을 아우르면서도 실용적인 에너지의 특성도선아씨와 잘 맞았다.
“<수학Ⅰ>에서 코사인 법칙을 활용한 삼각형의 넓이 구하기 문제에서 중학교 때 배운 헤론의 법칙을 적용해 풀이 시간을 줄이거나 <물리학Ⅱ>의 도플러 효과를 <지구과학>과 연계해 이해하는 등 과목을 넘나들며 이미 배운 것들로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는 편이에요. 친구들과 토론하거나 배운 걸 나누는 것도 좋아하고요. 에너지는 다양한 원료의 특성, 화학 반응 등 과학 지식뿐 아니라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의 이해관계에 대한 통찰도 필요해요. 제 성향에 맞다고 생각했어요.”과학Ⅱ 3과목 이수하며 공학도 기초 다져에너지에 대한 흥미는 수학 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현재 고등학교 단계에서 에너지 관련 지식이나 활동을 직접적으로 접하기는 쉽지 않다. 선아씨는 폭넓은 에너지 분야의 특성에 초점을 맞춰 과학 교과를 두루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수학 과학 실력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과학은 <생명과학Ⅰ> <화학Ⅰ·Ⅱ> <물리학Ⅰ·Ⅱ> <지구과학Ⅰ·Ⅱ> <물리학실험>을 이수했죠. 수학 역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심화수학>을 수강했고요. <공학일반>도 들었어요. 공부가 마냥 쉽진 않았는데, 다른 과목과 연계된 스팀 수업이나 실험을 함께하면서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선아씨가 졸업한 경북 사곡고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스팀(STEAM) 교육 선도학교로 심화·진로 과목을 다수 편성한 열린 교육과정을 제공했다.“과학중점학교도 아닌데 Ⅱ과목이나 실험 과목을 원하는 대로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또 수업 내 탐구 활동도 잦았어요. 신문기사를 활용한 스팀 수업도 많았고요. 저는 현실 속 문제를 주제로 자주 활용했는데요.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수강했던 <수학Ⅰ·Ⅱ>에서 신문기사에 나온 마스크 사재기 현상과 관련한 수요공급 그래프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거나 수학적 모델링을 활용해 전염병의 확산을 예측했습니다. 사회 현상을 분석할 때 수학 과학 이론이 어떻게 쓰이는지 경험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어요.”
실패 아닌 도전의 연속이었던 실험과학 수업과 과학실험 동아리에서 다양한 실험 경험도 쌓았다. 특히 실험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실패는 선아씨가 공학 분야의 적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 “<물리학실험>에서 한 ‘스페이스 롤러코스터’ 실험이 기억에 남아요. 구슬이 360도로 연속 3회전하는 궤도를 만드는 건데요. 간단해 보이지만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관계를 이해하고 개념을 응용해 예측 궤도를 구현해야 해요. 모형을 몇 번이나 부수고 새로 만들었죠. 그런데 그 까다로움이 싫지 않더라고요.”계속된 실패 속에서도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작업이 재밌었다. 성공했을 때 성취감 또한 컸다.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직접 활용하면서 어렵거나 모호했던 개념이 더 쉽고 명확하게 이해된다는 점도 실험의소득이었다. 1학년 <통합과학>에서 간단하게 접한 물리 개념을 실험에 활용해보고, 필요에 따라 더 깊은 내용을 찾아 적용하다 보니 배웠던 것보다 더 깊게 교과 내용을 이해하게 됐기 때문. <물리학Ⅰ·Ⅱ>를 공부할 때도 <물리학실험>에서 익힌 내용 덕분에 보다 수월하게 내용을 소화할 수 있었다.
“실험을 거듭할수록 실험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더라고요. 다른 실험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교과서 속 개념이나 일상에서 접하는 현상을 실험과 연계해보는 일도 늘었어요. 수업 후에 돌아보니 실패를 거듭해서 배운 게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공학 연구원의 길이 제 적성에 맞다는 사실도 확인했고요.”피드백 주고받은 창의성 면접 인상적선아씨는 대학 역시 일찍 선택했다. 고2 때 켄텍K(ENTECH) 설립 뉴스를 접한 후 줄곧 목표로 삼았다. 꿈
꾸는 에너지 분야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신설 대학인 만큼 오히려 초기 입학생에게 여러 특전이 주어진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무엇보다 면접 후에 입학 결심을 굳혔다.
“일반적인 학생부 확인 면접 후 창의성 면접이 진행됐어요. 미션 봉투를 열어봤는데 정말 흥미로웠어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세 마을에 화석 연료, 원자력, 풍력, 태양광 발전소 중 하나를 어느 위치에 지으면 좋을지, 또 세 마을에 각각 발전소를 세워 연결해야 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연료와 건설 위치를 정하고 이유를 답하라는 질문이었어요. 어렵지는 않았는데 에너지에 대한 관심, 수학 과학 기초 개념이 부족하면 답변하기가까다로웠어요. 면접관은 제 생각에 피드백을 주며 대화를 유도했고요. 개인적으로 전문가와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았어요. 압박감 없이 제역량을 드러낼 수 있어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고, 입학 후에 받을 수업을 미리 경험한 것도 같아 꼭 입학하고싶다는생각이 들더라고요.”
입학 후 말 그대로 ‘열공’의 연속이었다. 개강 전부터 줌으로 ‘친환경 도시 건설’을 주제로 예비 동기들과 두달간 수업을 들으며 프로젝트 활동을 했다. 개강 후에는 100 % 영어로 진행되는 대학 강의를 소화해야 했다. 방학에 학교에 머물며 학부 연구생으로 지도 교수의 수소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 바쁜 일상을 보냈다. 후배들에게는 전공을 너무 좁게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저는 비교적 일찍 전공을 결정했고 그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거나, 독서·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하지만 학생부를 돌아보니 에너지보다 수학 과학 수업이나 실험 자체에 충실했더라고요. 후배들이 너무 ‘전공’과 직결된 활동에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성적을 갖춰야 도전할 수 있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전공 공부의 기본을 갖출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고 학습에 충실하면서 발표나 주제 탐구활동 등에서 관심 분야를 드러내면 좋을 거 같아요.”
선아씨가 애정을 갖고 활동한 과학실험 동아리. 동아리장을 맡아 여러 실험을 이끌었다.
아스피린 합성 실험 때 몇 번의 실패를 거치며 ‘가열 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배운 변인 통제의 중요성은 다른 실험을 설계할 때 도움이 됐다.<화학Ⅰ>에서 배운 몰 개념을 이용해 아스피린의 몰수와 질량을 계산해보거나, 실험 중 아세트산 대신 무수물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따로 알아보며 깊이 파고들었다.동아리에서의 실험은 교내 과학대회 참여로도 이어졌다. 1학년 때 친구들에게 다른 데시벨의 소리를 들려주고 비슷한 난도와 유형의 수학 문제를 풀게 해 ‘데시벨에 따른 집중도 차이’를 알아본 실험은 아이디어와 분석 과정을 높게 평가받아 1등상을 받았다. 2학년 때는 같은 데시벨을 주제로 방음벽의 재질에 따른 소리 차단 효과를 실험했다. 포털사이트에서 방음·흡음 소재를 검색해 직접 구매, 소리의 크기와 효과적인 방음 설계 등을 분석해 호평을 받았다.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과학> 뉴턴의 법칙을 실제 교통사고 상황에 대입해 사고 당시의 속력과 사고의 크기를 예측함, 버려지는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하베스팅의 예를 발표함, 특히 압전 효과나 열정 효과 등의 개념을 시각화된 자료로 보다 쉽게 설명함, <과학탐구실험> 코일과 자석의 상대적 운동으로 전류가 발생하는 활동을 통해 전자기유도를 학습함, 실생활 속 전자기유도 활용 제품을 찾아 특징을 조사해 발표함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함수의 증감표 작성을 연습한 뒤 극값과 변곡점을 표시해보면서 함수의 난도를 높여가며 그래프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 어려워하던 부분을 친구들에게 알려주며 관련 도서를 찾아 읽고 깊이를 더함, <공학일반> 2차전지 중 리튬이온 전지가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유와 2차 태양전지인 박막 태양전지가 상용화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질문함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물리학Ⅱ> 배터리 관련 화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스스로 탐구함, 인공 태양에 대해 상대성 이론과 연결해 핵융합의 원리를 설명하고 KSTAR의 연구 과정을 소개함, <화학Ⅱ> ‘발열·흡열 반응 중 더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은?’ 이라는 교사의 질문에 답하면서 추가 의문이 생겨 자발성을 결정하는 요인을 확실히 이해하고자 엔트로피하는 개념을 자유에너지변환식을 활용해 탐구함선택과목
▒ <물리학Ⅰ> <물리학Ⅱ> 에너지공학 전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수했다. 엑셀로 역학적 에너지 그래프를 그리거나 Tinkercard, Glowscript 등을 활용해 물리 법칙을 이해했다. 대학 전공 수업에서도 물리의 비중이 높고, 내용이 깊다. 과학기술 특성화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일반고 학생이라면, 좀 더 깊게 공부하길 권한다.
▒ <화학Ⅰ> <화학Ⅱ> 마찬가지로 공학 전공을 하려면 이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개념 학습 후 다양한 유형·난도의 문제를 접하며 실력을 높였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과학실험 동아리에서 아스피린 합성 등 실험 과정이나 분석에 적용했는데, 개념 심화에 도움이 됐다.▒ <물리학실험> <공학일반> 공학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 신청한 과목이다. <물리학실험>은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이후 <물리학Ⅰ·Ⅱ> 학습에 도움이 됐다. <공학일반>은 다른 수업보다 더 에너지 분야에 대해 학습·탐구할 기회가 많아 학습은 물론 진로 탐색 면에서 유용했다.INTERVIEW 28
방다원한양대 에너지공학과(강원 문막고)소규모 학교의 어려움, 공동 교육과정과 소인수 수업으로 극복했어요
인류에게 문명을 가져다주었지만,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환경오염의 원인이자 고갈되어가는 화석연료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궁금했다. <생명과학Ⅱ> 교과서에서 짧게 다루는 바이오매스를 접하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에너지공학과 진학을 결정하면서 물리학을 꼭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한 학년당 인원이 78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라는 여건이 장벽이었다. 방법을 찾던 중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공동 교육과정과 방과 후 소인수 수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방다원씨가 이수한 <물리학Ⅰ>은 수강자 수가 7명이었다.<물리학Ⅱ>는 2명에 불과해 개설 기준에 미달, 자칫 폐강될 뻔했지만 담당 교사의 배려로 온라인 수업을 통해 이수할 수 있었다. 궁금했던 석탄화 과정 실험을 해보고 싶어 신청했던 <화학실험> 수업을 듣기 위해선 1시간이나 걸려 거점 학교로 가야 했지만,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어 마냥 즐거웠다.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석탄화 과정 재현하고 싶어 신청한 <화학실험>
화석연료의 개선 방향을 알려면 본질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식물의 사체가 땅속에 묻혀 고온과 고압 과정을 거치며 진행되는 수억 년의 석탄화 과정을 직접 재현해보고 싶었다. 다원씨가 공동 교육과정으로 열린 <화학실험>을 신청한 이유였다.“석탄화 과정을 재현하려면 엄청난 가압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적인 실험실에서는 할 수가 없잖아요. 석탄화 과정과 동일한 화학 반응인 불완전 연소를 관찰할 수 있는 목재의 건류 실험이 가장 비슷한 조건일 것 같았어요. 실제 학생들에게 목탄의 저온건류 과정을 보여주면서 석탄의 생성 과정을 이해시킨다는 연구 논문을 통해 떠올린 아이디어였죠. <화학실험> 수업이 열린 학교는 과학 중점 학교여서 실험실이 잘 구비돼 있더라고요. 알코올램프를 이용한 저온 가열 상태에서 목재의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는 과정과 코크스가 생성되는 과정을 직접 관찰해보니 석탄의 고온건류 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3학년 때 배운 <생명과학Ⅱ> 수업에서유 ‘ 기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의 활용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한 것은 화석연료를 어떤 방향으로 활용해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석탄화 과정은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비용과 시간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지 않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고열과 고압 환경에서 목재의 섬유소가 분해돼 석탄이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물질인 리그닌과 셀룰로스로 석탄화 과정을 인공적으로 진행하면 석탄의 긴 시간과 엄청난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겠더라고요. 특히 목재의 섬유소를 분해해 섭취하는 흰개미의 장내 미생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어요. 흰개미의 장내 미생물을 이용하면 인공 석탄화 과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연간 260만 톤에 달하는 폐목재를 산림 바이오매스로 이용하면 탄소 배출량감소도 기대할 수 있고요. 찾아보니 실제로 흰개미를활용한 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신기했어요.”
<물리학Ⅰ·Ⅱ> <기하> 이수를 위한 쉽지 않았던 여정다원씨가 재학했던 고등학교는 한 학년 인원이 78명, 세 학급이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 폭을 넓히는 것은 지역의 작은 학교들에겐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생명과학과 화학 담당 교사가 있었지만, 공대 진학을 위해 꼭 배우고 싶었던 물리학을 가르칠 교사가 없었다. 방법을 찾던 중 알게 된 것이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공동교육과정과 방과 후 소인수 수업이었다.“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신청할 수 있더라고요. 우리 학교에 <물리학Ⅰ> 이수자는 7명, <물리학Ⅱ>는 2명, <기하>는 4명이었어요. <물리학Ⅰ>은 횡성의 학교에 계신 선생님께서 방과 후를 활용해 우리 학교에 직접 오셔서 수업을 해주셨고요. <물리학Ⅱ>는 태백의 학교에 계신 선생님께서 강릉에 있는 친구와 저, 두 명에게 온라인 화상 강의를 해주셨어요. 교육청 기준으로는 선택자 수 기준에 미달해 폐강해야 하는 과목이었지만, 선생님의 배려로 배울 수 있었죠. <기하>는 학교 수학 선생님께서 방과 후에 시간을 따로 할애해주셔서 이수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했답니다.”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는 한양대의 경우, 학생부에서 확인되는 선택 과목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만으로 평가받아야 했다. 학교 안에 개설된 과목을 안정적인 환경에서 이수할 수는 없었지만, 지원 전공에 필요한 과목을 배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간 열정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서류 평가에서도 이 점이 충분히 고려되었을 것이다.실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후 다원씨의 학교에서도 서울권 대학에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합격하는 사례가 전보다 늘었다. 다원씨는 그런 면에서 소규모 학교의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지원책이 좀 더 세밀하게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에게 공동 교육과정이나 소인수 수업 같은 지원책이 있다는 정보가 적극적으로 전달되면 좋겠어요. 실제 이런 게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시골 학교일수록 도시와 달리 여러 학교가 연합해 수업을 여는 공동 교육과정도 쉽지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온라인 수업이 제공되는 플랫폼도 좀 더 안정화되면 좋겠어요. 또 공동 교육 과정이나 소인수 수업의 경우 한 학기에 들을 수 있는 과목이 제한적이에요. 그렇다 보니 수강 인원이 적어서 듣고 싶어도 폐강되는 과목이 많고, 폐강될 경우 다른 과목을 재신청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학기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해요. 도시의 규모 있는 학교에서는 훨씬 다양한 선택 과목이 열리지만, 지역의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겪는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 수강 제한도 풀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어진 환경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생각의 전환 필요
화석연료에서 시작된 관심은 에너지공학과에 합격한 현재,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확장됐다. 한양대 에너지공학과의 교육과정 중 4학년 때 배우는 전공 심화과정인 <에너지 변환과 저장>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지금은 에너지의 흐름이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옮겨가는 중이잖아요. 발전소를 이용하는 화석연료와 달리 자연환경에서 에너지를 받아오는 신재생에너지는 출력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어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수요는 일정하지만, 공급이 그렇지 못하면 안정화되기 어렵죠. 그런 면에서 발전의 출력을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이용해 안정화하는 기술 연구가 각광받고 있더라고요. 앞으로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요.”다원씨는 자신처럼 소규모 학교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필요한 과목을 이수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과 함께 생각의 전환도 권해주고 싶다고 했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라 이공 계열로 진학할 학생들도 사회 과목을 꼭 들어야 하는 규정이 있어요.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워낙 적다 보니, 진로선택 과목이 아닌 일반선택 과목 중에서 고를 수 밖에 없었어요. 제 경우 <세계사>가 그런 과목이었어요. 크게 관심이 없던 과목인 데다, 일반선택 과목이어서 석차등급이 산출되다 보니 가장 성적이 좋지 않은 과목이기도 했죠. 그래도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싶더라고요. 3학년 때 만든 자율동아리 이름이 ‘과학사회 융합 동아리 ESSAY’였는데, 사회 문제를 과학 기술로 해결하려면 사회 과목도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름도 그리 지었죠. 실제로 폐마스크의 효율적인 수거 방안을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고민해 캠페인으로 이어가기도 했어요. 주어진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다 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꼭 얘기해주고 싶어요.”
<화학실험>에서 했던 ‘목재의 건류 실험과 열분해에 대한 이해’ 보고서, <물리학Ⅱ>에서 했던 ‘전기에너지 발전 원리와 활용’ 발표 자료.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과학> ‘나만의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 설계하기’ 에서 주 에너지원으로 태양광, 슬러지를 이용한 화력발전 제안, <과학탐구실험> ‘관측 자료를 이용해 한반도의 기후변화 경향 파악하기’ 활동에서 기상자료 포털을 활용, 안면도 지역의 메탄 배경대기 농도 조사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로그함수의 개념을 바탕으로 <에너지 혁명 2030>을 읽고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 서의 우주 태양광 발전소 발사 궤도가 갖는 로그 함수 형태’를 주제로 탐구 활동, <수학Ⅱ> 미분 활용에 대한 탐구 활동으로 ‘화석 에너지원 탐사를 위한 러드포드-소디 방정식을 이용한 광물의 방사선 연대 측정’을 주제로 보고서 작성, <물리학Ⅱ> 전기에너지 발전 원리와 활용을 과학사로 접근해 발표, <화학 실험> ‘목재의 건류 실험과 열분해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보고서 작성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태양광에너지의 부지에 따른 수익금의 합, 항공기 고도에 따른 체적력의 크기를 구하는 문제를 만드는 등 다른 교과 내용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해 재구조화, <생명과학Ⅱ> 에너지 고갈 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유기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의 활용 가능성 조사선택과목
▒ <물리학Ⅰ> <물리학Ⅱ> 공학 전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동 교육과정과 방과 후 소인수 수업을 활용해 이수했다. 수강자 수가 <물리학Ⅰ>은 7명, <물리학Ⅱ>는 2명에 불과했지만 정말 배우고 싶어 신청한 학생들로 구성된 만큼, 함께 공부하면서 얻은 시너지가 컸다.
▒ <화학실험> 석탄화 과정을 직접 재현해보고 싶어 공동교육과정으로 신청한 과목이다. 과학 중점 학교라 실험실 환경이 잘 구비된 원주의 학교에서 열린 수업이었기에 이동에만 1시간이 소요됐지만, 에너지공학과 진학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기하> 신청한 학생이 4명에 불과해 역시 폐강될 뻔한 과목이었지만, 학교 수학 선생님의 배려로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배울 수 있었다. 물리학에서는 한정적으로 다루는 벡터를 기하에서는 중점적으로 다뤄 재미있다고 느낀 과목이다.▒ <화학Ⅰ> <화학Ⅱ> 에너지공학 전공에는 물리학과 함께 화학이 필수다. <화학Ⅰ> 이수자 수는 17명, <화학Ⅱ>는 13명이었다. <화학Ⅰ>보다 에너지 관련 내용을 많이 다루는 <화학Ⅱ>가 더 재미있었다고. 동일한 과목이어도 학교 환경에 따라 이수자 수가 천차만별인 만큼, 특히 상대평가로 산출되는 과목을 기계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교과 전형은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게 다원씨의 생각이다.삼성전자 | 성균관대
성균관대학교2022 수시 합격생 31명 릴레이 인터뷰
31인 31색 멘토들의 합격기를 소개합니다!인천글로벌캠퍼스
130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이승원 | 전남 여수고134 한국뉴욕주립대 응용수학통계학과 류제건 | 위즈덤글로벌스쿨138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 조현우 | 인천외고INTERVIEW 29
이승원겐트대 글로벌캠퍼스(전남 여수고)고교 3년간의 슬기로운 탐구생활
환경 지키는 ‘적정기술가’꿈꾸는 계기였죠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고 생각했다. 한창 친구들이 학원 다니랴 수능 준비하랴 바쁠 때, 과학 실험과 탐구대회 준비에 빠져 있었다.책상에 앉아서 하는 딱딱한 이론 공부는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생활 속에서 보고 느낀 문제점을 해결하고, 삶과 맞닿아 있는 연구를 하는 게 훨씬 재밌었다. 고등학교를 과학중점학교로 진학한 것이 진로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칠 줄은 몰랐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진학한 이승원씨의 이야기다. 친환경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적정기술가’를 꿈꾼다는 그를 만났다.취재 양지선 기자 jsyang@naeil.com 사진 이의종과학중점학교, 탐구에 눈 뜨는 계기가 되다
승원씨가 나온 전남 여수고는 과학중점학교로 교육과정에서 과학·수학 교과의 비율이 45% 이상이도록 편성한다. 실제로 학교는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수학 5과목과 과학탐구 Ⅰ·Ⅱ 8과목을 모두 2~3학년에 나눠서 듣도록 지정했다.과학·수학 과목을 다양하게 들으며 흥미를 느끼게 된 것도 있지만, 그보다 승원씨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은 학교가 탐구하는 습관을 기르게 했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자기 주도적으로 과제를 연구하고 탐구하는 활동이 많았어요. 가족들과 캠핑을 많이 다녔는데, 이전에는 캠핑장에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는 걸 봐도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저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으로 바뀌었죠.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해결할 방안을 실험을 통해 찾게 됐어요.”승원씨의 ‘탐구 본능’은 단지 수업 시간 과제로 끝나지않았다. 교실 앞쪽 칠판에 붙여진 교내 대회 안내문이 눈길을 끌었다. 학교는 다양한 탐구대회를 운영했는데, 이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발산할 기회였다. 승원씨는 가정에서는 폐식용유 처리가 어려워 캠핑장에서만 튀김 요리를 하게 된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리고, 폐식용유를 재활용해 비누로 만드는 장치를 생각해냈다.
아이디어는 실험을 통해 구체화했다. 폐식용유와 EM유화수를 섞어 비누 제조 실험을 하고, 아두이노를 활용해 혼합량에 따른 온도와 습도 변화 데이터를 얻었다. 교무실을 찾아가 지도교사도 직접 섭외하며 열의를 보였다. 처음으로 출전한 과학 발명품 아이디어 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한 승원씨는 이후 고교 3년간 본격적으로 과학탐구의 길을 떠났다.일상에서 접한 환경 문제를 연구 주제로승원씨에게 ‘학교생활=탐구생활’이라는 공식이 세워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교과 시간은 물론 동아리 시간까지 활용해 탐구 활동에 몰입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환경 문제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연구 주제로 삼았다. 교과 시간에 배운 이론 지식을 활용해 이를 실생활에 접목하려는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강했다.
<화학Ⅰ> 수업에서 배운 중화반응을 이용해 플라스틱 컵에 프린팅된 안료를 친환경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찾았다. 레몬·오렌지 추출물, 옥수수 우린 물,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등 세척 효과가 있는 친환경 용액을 혼합하고 제거 효과를 실험했다. 또, 바이러스 제거에 효과가 있는 이동식 플라즈마 발생 장치를 발명하는 과정에서 함수와 방정식 등 수학적 개념이 활용된다는 점을 배우고, <미적분> 수업에서 이를 연계해 ‘친환경 기술 플라즈마와 미적분’을 주제로 발표했다.2학년 때 수강한 <물리학Ⅰ> 시간에는 음향 부양의 원리를 활용한 집게 형태의 청소 장치를 발명했다. 여수 국가산업단지에서 일어난 배관 폭발 사고 기사를 접한 것이 계기였다.“공장 배관에 찌꺼기가 쌓여 있으면 폭발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크고, 이로 인해 인명 피해와 가스 누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런데 배관 청소를 하려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해서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문제점도 있었죠. 음향 부양의 원리를 적용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찌꺼기가 가라앉지 않게 음파로 띄워서 배관이 막힘없이 흐르게 만드는 거예요.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찌꺼기를 없애는 방법이었죠. 배관 두께에 맞춰서 청소할 수 있는 클리닝 클립 장치를 아두이노 기반으로 만들었어요.”
해당 아이디어로 승원씨는 제2회 한국코드페어에서 ‘SW를 통한 착한 상상’ 부문 대상을 받고, 이어 3학년 때는 2021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는 기회를 얻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도 발명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을 인정받은 순간이었다.학교 성적보다는 탐구 실험과 대회 준비가 더 중요했던 승원씨였지만, 그 와중에도 학업을 놓지는 않았다. 과학중점반은 교육과정이 대부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과목 선택권이 넓지 않은 게 아쉬워 공동 교육과정으로 <고급수학Ⅰ> <고급화학>을 들었다. 특히 화학을 더욱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선택한 <고급화학> 시간에는 친환경 자동차에 사용되는 고분자 에너지 전해질막을 탐구하며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다. 방학 때는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에서 <신제품 설계론>을 들으며 발명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
국제 무대로 시야를 넓히다탐구 활동에 역량을 보인 승원씨가 과학 특기자 전형으로 입시를 준비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대회 수상경력도 다양했고, 학생부는 그동안 연구해온 내용들로 꽉 채워졌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하지만 수시에서 아쉽게 불합격했다. 예비 번호를 받았지만 과학 특기자 전형은 워낙 뽑는 인원이 적어 추가 합격률이 낮았다. 뜻하지 않게 정시를 준비하게 되면서 수능을 치렀지만, 성적표도 확인하지 않을 정도로 기대가 없었다. 막연한 마음에 여수시행복교육지
원센터를 통해 정시 원서 접수 상담을 하던 중, 겐트대를 추천받았다.
“과학 특기자 전형에 집중했기 때문에 수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시를 지원하려니 난감했어요. 그러던 중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를 알게 됐는데, 검색해 보니 생명과학 분야에서 특히 이름이 나 있고 교육과정이 실험과 실습 위주라고 해서 끌렸어요. 부모님과도 상의해보니 저에게 잘 맞는 학교인 것 같다고 하셔서 안심하고 결정했죠.”인천 송도에 위치한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생명과학분야에 있어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인 벨기에 겐트대의 교과 과정을 국내 및 동아시아 실정에 맞게 적용하여 운영하고 있다. 겐트대 입학전형은 국내 입시와 별도로 운영되어 수시, 정시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일반 전형은 입학 시험과 공인영어성적으로 선발하고, 승원씨와 같은 국내 고등학생을 위한 고교장 추천전형에서는 학교 성적과 학생부를 중심으로 입학생을 선발한다. 학생들은 학부제로 들어온 후 1~2학년 때 기초 수업을 듣고 3학년 때 분자생명공학과 식품공학과 환경공학과 중 전공을 선택한다. 승원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여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던 만큼 환경공학과 쪽으로 기운 상태지만, 다양한 과목을 들어보며 전공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둘 생각이다.
“중학교 때는 딱히 꿈이 없었는데, 고등학교 때 학교생활을 하면서 적정기술가라는 직업을 꿈꾸게 됐어요. 적정기술가는 그 나라, 그 지역에 맞는 적정한 기술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이전에는 제 고향에 맞춰 생각했었는데, 이제 시야가 국제로 넓어졌어요. 4학년 1학기 때 유럽 본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기대가 되고요. 지금 고등학생들도 딱히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저처럼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우연히 나에게 딱 맞는 길을 찾게 될 거예요.”
<물리학Ⅰ> 시간에 고안한 ‘음향 부양의 원리를 활용한 집게 형태의 청소 장치’ 발표 자료.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 참가를 위해 영문으로 작성했다.
교내 과학 발명품 아이디어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폐식용유 업사이클링 이지솝 제조기’ 보고서.
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통합과학> 효소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생간을 과산화수소수에 넣어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 진행, 폐식용유에 효모인 EM을 사용해 고체화되는 적정 비율을 실험, <과학탐구실험> 드론에 관심을 갖고 양력과 작용 반작용 법칙에 의한 비행 원리를 조사해 보고서 작성, 에너지절약 건축 설계에 대해 공부하고 현재 살고 있는 고장을 친환경 에너지 도시로 만드는 설계도 작성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물리학Ⅰ> 자동차 추진체의 조합을 달리해 친환경 자동차 제작을 주제로 탐구 활동, 음향 부양의 원리를 이용해 공장의 배관 청소 시 사용할 수 있는 집게 형태의 장치 고안, <화학Ⅰ> 중화반응을 이용해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프린팅된 안료를 친환경적으로 제거하는 실험진행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미적분> 친환경 기술 플라즈마와 미적분에 대한 주제로 PPT를 만들어 발표, 생명과 환경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플라즈마의 기본 원리와 특징 설명, <기하> 위성 안테나·손전등 등 이차곡선의 개념이 일상생활에 활용되는 예시 설명, <화학Ⅱ> 물의 표면장력을 주제로 소금쟁이를 만들어 띄우는 실험, 에탄올과 물을 동전 위에 떨어뜨려 표면장력을 비교해보는 실험 진행선택과목
▒ <과학과제연구> 이론 수업보다 실생활과 연관된 주제를 찾아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직접 실험해보며 연구하는 수업을 좋아한다.
이해가 잘 안 되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암기하는 건 어렵지만, 직접 과제를 수행하며 얻은 지식은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생활과 윤리> 지구 온난화 해결에 관심이 많고, 이와 연관된 연구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사회 과목 중 환경 문제에 대한 윤리적 쟁점을 다루는 <생활과 윤리>를 선택했다. 책임 윤리에 대해 학습하고 미래 세대 환경에 관한 책임 문제를 토론하는 과정에서 우리세대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고급수학Ⅰ> 공동 교육과정으로 인근 학교에 가서 직접 들었다. 대학 과정에서 배우게 될 수학을 미리 맛보고 싶어 신청했다. 내용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내용이어서 오히려 흥미로웠다.▒ <고급화학>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으로 수강했다. 화학에 흥미가 있고, 친환경 에너지와 연료에 관심이 많아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했다. <화학Ⅰ> <화학Ⅱ>와 내용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INTERVIEW 30
류제건한국뉴욕주립대 응용수학통계학과(위즈덤글로벌스쿨)수학은 이공계의 뿌리,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에요
류제건씨는 어릴 때부터 수학을 잘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희열, 새로운 문제를 접했을 때 생기는 도전 의식, 더 나은 풀이 방법을 찾기 위한 복기도 좋았다. 좋아하는 수학을 찾아 응용수학통계학과로 주저 없이 진학했는데, 대학 입학 전 새로운 길을 찾았다.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들을 수학으로 도울 수 있는 길이었다.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수학은 재능보다 끈기가 중요한 과목
제건씨는 아버지가 군인이어서 2년마다 전학을 반복하다가 중3 때부터 기숙사가 있는 대안학교에 자리 잡았다.미국인 교사로부터 미국식 교육과정을 배우는 학교라서 대학 과목 선이수제(AP) 수강이 가능했다. AP는 대학 수준의 과목을 고등학생이 이수하는 기회로 대학 입학 후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 “AP 미적분학은 AB와 BC 두 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AP 미적분학 AB는 한국 고등학교의 일반선택 과목 <미적분>과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요. AP미적분학 BC는 좀 더 어려운 단계를 다루어서 함수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해요. 저는 AP 미적분학 BC를 통과한 덕분에 대학 입학 후 수학 레벨테스트에서 응용 미적분학Ⅲ을 이수할 수 있는 점수를 받았어요. 동기들은 응용 미적분학Ⅱ를 듣고있는데 저는 높은 단계의 과목을 이수하게 되어 졸업에 좀 더 유리해졌어요.”
대학 입학 후 필수 이수 과목인 컴퓨터 언어를 배우고 있는데 파이썬 역시 수학적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파이썬은 컴퓨터 언어 중에서 가장 인간친화적이라고 생각해요. 복잡한 수학 계산이 프로그래밍으로 해결되니 수학과 컴퓨터 언어 모두 더 재미있어졌어요. 컴퓨터과학과나 기술경영학과를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으로 택한 선배들도 많은데 저도 컴퓨터과학을 좀 더 공부해보고 싶어요. 응용수학통계학과는 통계학의 비중이 높다고 하는데, 이제1학년이라서 통계학 수업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만요. 사회 현상은 통계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많아요. 숫자로 이루어진 세상의 이치에 깨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양성이 존중되는 한국뉴욕주립대한국뉴욕주립대가 학교로 찾아와 입학 설명회를 열었는데, 그때 한국뉴욕주립대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미국식 교육을 하는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대학은 미국으로 가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던 중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찾았다고 확신했다.“대안학교 선배 중 미국 대학으로 진학한 분이 있는데요. 생활비와 학비를 합치면 매년 1억 원 조금 넘는 돈이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한국뉴욕주립대는 국내 대학보다 학비가 비싸지만, 미국 대학으로 유학 가는 것보다는 훨씬 부담이 덜해요. 기숙사비는 한 학기에 150만 원 남짓이고요. 장학금 혜택도 다양해요. 한 살 터울의 형이 컴퓨터과학과를 다니고 있어서 형제 장학금을 받고 있어요.”
경제적 부담이 덜하다는 것 외에도 한국뉴욕주립대를 택한 이유는 또 있었다.“중·고등학교 때 미국식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이제 스무 살인 제가 미국 대학에 가서 혼자 공부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어요. 인천 송도에서 3년 다니다가 미국 뉴욕에서 1년 다니는 것이 저에겐 더나을 것 같아요. 미국 본토에서는 여기서 적응기를 거친 다음에 살아도 충분하니까요.”제건씨는 한국뉴욕주립대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만약 국내 대학을 갔다면 친구들은 제가 다녔던 작은 대안학교를 낯설어할 것 같아요. 여기는 미국, 캐나다, 호주, 네팔,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 다양한 학교에서 온 친구들이 많아요. 외국인 친구들도 많고, 부모님 중 한 분이 외국인인 친구들도 있어요.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이 많아서 제가 다녔던 학교를 낯설어하지 않아요. 여기서는 제가 소수가 아니에요.”난민 아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선생님 되고파살면서 가치관과 세계관이 달라지는 큰 전환점을 맞을 때가 있다. 제건씨는 고등학교 때 병에서 회복된 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함을 깨달았다.“고2때 크게 앓았어요. 몇 개월 사이에 체중이 15kg 줄어들 정도였죠. 그렇게 심각하게 아프다가 회복하고 나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제 시간을 쓰고 싶다는 마
음이 간절해졌어요.”
제건씨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 팔레스타인으로 해외 봉사 활동을 다녀왔다. 난민들을 돕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우리나라도 6·25전쟁 이후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자립을 도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난민 학교에서 수학 선생님이 되어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미래를 밝혀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지금의 풍요를 누리게 된 데는 교육의 힘이 컸잖아요. 몸이 아팠을 때는 의욕도 꿈도 없었거든요. 난민 지역 아이들의 눈빛도 그래요. 그러다 학교에서 칠판을 바라볼 때는 눈빛이 살아나요. 이번 학기가 끝나면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봉사 활동을 나가려고 해요.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이 옆에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요.”수학으로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빅데이터 관련 직군은 최근 미국에서 연봉 1위로 부상했으며, 응용수학통계학과를 졸업하면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졸업생 중 글로벌 투자 은행인 모건스탠리, 삼정KPMG회계법인, LG CNS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선배들이 있고, 크라우드 소싱 회사에 취업한 선배도 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 대학원 박사 과정에 들어간 선배들도 있다. 그러나 제건씨는 수학을 남을 위해 사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좋은 기회가 많은 학과임은 분명해요. 미국 IT 기업에서 벌써부터 인턴십 제의가 들어오고 있거든요. 그러나 저는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싶어요. 수학은 이공계의 기초가 되는 학문이니 수학 공부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어요. 학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시작되는 곳이잖아요.”
고등학교에서 대학 수준의 과목을 학습할 수 있는 대학 과목 선이수제(AP)를 공부한 자료다. AP 미적분학 BC는 한국 고등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로피탈의 정리, 극좌표계, 매개 변수 등 심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안에서 아시아인 혐오 범죄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디베이트 과목에서 에세이를 썼다. 흑인에 대한 차별을 미국이 잘 이겨냈던 것처럼 아시아 혐오에 관한 문제도 잘 이겨내서 더 큰 번영을 이루리라 주장했다.
“이곳에서 갈등이 터지면 3차세계대전이 일어난다”는 말이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접경 지역을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이 통하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의지가 더욱 굳건해졌다.
응용수학통계학과 1학년 1학기 신청 과목
▒ 컴퓨터과학의 원리응용수학통계학과를 포함, 한국뉴욕주립대의 이공계(STEM)학과에서 컴퓨터 과목은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다. 컴퓨터과학과로 진학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프로그래밍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응용 미적분학ⅢAP 미적분학 BC를 고등학교 때 통과한 덕분에 미적분학 중에서 높은 단계를 듣고 있다. AP는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받고 있어서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미 이수한 효과가 있다.▒ 응용 선형대수학행렬과 벡터를 다양하게 심층적으로 배우고 있다. 미분 방정식과 함께 현실 세계에서 사용 범위가 매우 넓은 과목이며 수학의 토대가 된다. 역시 이공계(STEM) 학과 필수 이수 과목이다.▒ 미국사1860년대 이전의 미국사를 배우는 과목으로 필수 교양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원주민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역사 등을 배우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미국사는 1860년대 이후라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이다.한국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입학 전형
2023학년 가을학기 지원 일정최종 지원 2023년 6월 30일2024학년 봄학기 지원 일정최종 지원 2024년 1월 31일제출 서류고등학교 성적 증명서·자기소개서·추천서·공인영어성적은 필수.그 외 SAT·ACT, AP·IB, 자격증, 수상 경력, 학생부, 대내외 활동 기록 등은 선택.수능 우수자 전형은 수능 점수로도 지원 가능.모집 단위와 선발 인원응용수학통계학과 Applied Mathematics and Statistics 30명컴퓨터과학과 Computer Science 50명전자정보공학과 Electrical Computer Engineering 30명기계공학과 Mechanical Engineering 30명기술경영학과 Technology & Society 55명경영학과 Business Management 65명입학처 032-626-1030 admission@sunykorea.ac.krINTERVIEW 31
조현우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인천외고)
정치·안보 향한 관심이 영어 실력에 더해져 국제학으로 결실 맺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입시의 뜨거운 맛을 알게 되는 사례가 가끔 있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왔다거나, 운동부 선수였는데 진로가 바뀌었다거나, 외국에서 살다가 들어왔다거나, 이전과 180도 달라진 환경에서 살게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 1학년 조현우씨는 8년 동안 국제학교를 다니다가 외고에 입학해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현우씨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국제학교에서 외고로 학업 방향 틀어
현우씨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채드윅 송도국제학교를 다녔다. 중3까지 채드윅 송도국제학교에서 마치고 난 후 고등학교는 인천외고로 진학했다. 국제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해외 대학으로 진학할 가능성이 있는데 부모님이 아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특이하게도 저는 국제학교에서 한국어를 거의 쓰지 않았어요. 국제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 중 하나가 영어니까 한국어를 쓰기가 아까웠다고 할까요. 지금 한국어 실력은 인천외고에 입학했을 때에 비하면 일취월장했죠. 어려움을 극복하는 근성도 생겼으니 국내고 진학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입학식 때 신입생 대표로 선발돼 영어로 인사말을 하고 영어 관련 전문 교과에서 1등급을 독차지할 정도로 영어 실력은 뛰어났지만 국어와 수학, 한국사등은 외고에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8년 동안 외국식 교육을 받았는데 입시를 3년 앞두고 환경과 진로를 바꾼 것이 옳은 선택이었나 하는 고민도 잠시 했다.
“극복의 원동력은 친구들이었어요. 친구들과 끈끈하게 엮이면서 공동체의 결속을 느꼈어요. 영어 과제를 도와주면서 친해지고 같이 어울려 다니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았어요.”현우씨는 수업 시간에 집중했으며 학원을 다니지 않고 야간자율학습엔 빠지지 않았다. 성적은 꾸준히 올라 고3 때 수학 교과에서 학업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학업 스트레스를 이겨내면서 자존감이 크게 상승했고,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정치와 국가 안보에 관심 많아 국제학으로 한 우물현우씨는 많은 과목에서 국제학에 관한 열정을 일관되게 보여줬다. <사회문제탐구>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선진국에 집중되는 바람에 국제적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점을 지적, 이를 해소시킬 방안을 모색했다. <심화영어Ⅱ>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를 탐구하며 선진국이 탄소 배출권을 사들이는 것은 면죄부를 사는 것과 같음을 국제관계학적으로 바라봤으며, 대안을 찾아 다른 나라의 사례를 알아봤다. <중국어회화Ⅱ>에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공부하면서 홍콩이 영국에 할양되고 중국에 반환된 과정과 여러 사건들의 인과 관계를 탐구했다.
현우씨는 국제학을 공부할 수 있고,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대학을 원했다. 여러 국가의 정치와 안보 관계에 관심이 많고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갖고 싶어서였다.“인천외고와 채드윅 송도국제학교 친구들은 인천글로벌캠퍼스의 여러 대학에 지원했지만, 저는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 딱 한 곳만 지원했어요. 조지메이슨대는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해 정부 기관에서 일할 기회가 많고 세계적으로 국제학 랭킹도 높아요. 국제학은 정치·외교·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국가 간에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배우는 학문이에요. 2학년이 되면 환경·미디어·국가 간 분쟁·글로벌 거버넌스 등 세부 전공으로 폭이 좁아지죠. 영어 실력을 살릴 수 있는 데다 국가 간의 정치와 외교에 관심이 많으니 국제학은 저에게 잘 맞아요.”
한국에서 미국 대학을 다니는 장점“국제학교 친구들 중 미국 등 해외 대학으로 진학한 경우도 물론 많아요. 그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저는 한국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미국 대학의 교육을 받는다는 점이 좋아요. 대학생 때도 송도에 있는 많은 국제기구, 비정부 기관, 다국적 기업 등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잖아요. 제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한국인 학생이라면 취업이 가능한 신분인지부터가 걸림돌이였을 거예요. 송도는 국제학과 학생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곳이에요.”
현우씨는 인천외고에서 국내 대학으로 진학한 친구들과 비교해도 자신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대학 특유의 개방적인 문화와 상대적으로 적은 학생 수 덕분에 수업 분위기가 자유롭고 상호 소통도 잘된다고 했다.“본인에게 열정이 있다면 교수님과 학술적 교류도 가능해요. 공동 연구도요. 학생 수가 적고 교수님 수는 많으니 학생 대 교수 비율이 12:1 정도인데요. 스무 명 남짓 듣는 강의가 대부분이라 교수님이 학생들을 다 기억해요. 처음엔 영어로는 입이 잘 안 떨어지던 친구들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요. 학생들이 미국 대학에 서서히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여러 가지 시스템이 학교에 마련돼 있어요. 국제학교 친구들 중에서 중·고등학교 때 외국으로 조기 유학을 간 친구들이 제법 있는데요. 적응에 실패하고 조용히 돌아온 경우가 드물지 않아요. 스무 살 언저리의 학생들에겐 달라진 환경에 점진적으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학교는 이를 위한 노하우를 갖고 있어요.”
나의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현우씨는 학생 홍보 대사, 학생 기숙사 사감, 입학처 인턴, 총학생회 동아리 총괄 임원, 유튜브 동아리 편집 담당 등으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학업에 집중하면서 실무를 접하고 있으니 사회 경험을 일찍부터 시작한 셈이다.“등록금이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입학하고 나서 두 종류의 장학금을 받았는데,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한국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6학기 동안 장학금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요. 입학처 인턴으로 일하면서 대학으로부터, 학생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면서 캠퍼스 운영 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어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사회적 경험치가 커질수록 장학금이 늘어나니 일거양득이죠. 장학금 덕분에 이번 학기 등록금은 국내 대학과 비슷한 수준이었어요.”교내 인턴은 과외나 학원 조교 등과 비교하면 사회적 소통의 기술을 닦을 수 있고, 기업 인턴과 비교하면 학기중에 학업과 병행이 가능해, 취업할 때 여러모로 유리하다.
현우씨는 학생 홍보 대사로서 캠퍼스 투어를 진행할 때 고등학생들로부터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전 아직 저학년이잖아요. 학교 안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최대한 찾고 시도해 보고 실패도 해보면서 깊이를 더해가려 해요. 국제적인 환경이 마련된 우리 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학문적으로 성숙해지고 싶어요. 직간접적으로 많은 경험을 쌓고 국제적으로 다양한 소통을 나누고 저를 무한히 계발해보고 싶어요. 지금 관심 있는 분야가 있긴 하지만, 관심 분야는 언제든 대체되거나 전환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예요.”
체육 교과 중 하나인 <운동과 건강>에서도 국제학과 스포츠를 연관시켰다. 동계 스포츠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동계 올림픽에서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 비해 참가율과 메달 획득률이 현저히 낮다.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개발도상국의 선수와 코치진에게 재정적·교육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역시 공동 훈련 초청 등 이타적인 방법으로 국제 지원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사>에서 국제학과 연관된 부분을 찾아 개화기 무렵 한반도와 주변국의 국제관계에 관한 주장을 살펴봤다. 열강의 침략 속에서 한반도가 국제 분쟁 지역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조선은 중립국이 되어야 한다고 유길준이 주장한 배경·결과·평가를 조사했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평화적 해결책을 국제관계적으로 찾으려 했던 역사 속 흔적을 살펴봤다.학생부
1학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이라는 단원에서 로봇으로 인해 일어난 사회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함. 동아리 활동에서 사회 문제를 다룬 신문 기사를 읽으며 비판적 창의적 읽기로 확장해감. <통합과학> ‘과학과 인문학의 탱고’를 읽고 학문의 융합을 강조하는 소감문을 작성함. 과학을 주제로 한 시 짓기 활동에서 불확정성의 예인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해 영시를 작성함.2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통해 우리나라의 저항 문학과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아프리카 저항 문학을 비교함. <심화영어회화Ⅱ> 외교부와 국제기구 등 공공외교의 PR을 주제로 삼아 PR 매니저의 자질에 대해 발표함. <심화영어Ⅱ> 교토 의정서를 통해 선진국이 탄소 배출권을 사들이는 것을 국제관계학의 관점에서 바라봄.3학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국제 표준이 세계 각국의 상호 협력을 통해 개발된다는 점에 주목함. 국제적 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비정부 기구 ISO가 개발도 상국과 선진국 간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살펴봄. <독서> 미국-중국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쿼드를 형성한 것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참여론과 신중론으로 나누어 전략적 모호성을 지닌 ‘줄타기 외교’와 전략적 명확성을 가진 ‘줄서기 외교’의 차이로 설명함.선택과목
▒ <심화영어회화> 원어민 교사와 함께 <모던 패밀리> 등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관해 영어 연극 대본을 써보는 등 토론·모의 유엔·연구 에세이 등의 다양한 활동 속에서 실제 생활에서 쓰는 영어 표현을 배울 수 있었던 과목이다.
▒ <영미문학읽기> 독해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됐다. 영어 관련 학과 등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아니어도 많은 도움을 받을 과목이다. <4차 산업혁명>을 영어 원서로 읽으면서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세대의 건강한 철학에 좌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표 과제도 많아 영어 명언 세 가지를 활용해 자신을 소개하라는 과제가 있었는데, 평소 인생의 신조로 삼고 있던 ‘Dare to think’를 인용해 발표했다.▒ <심화영어작문> 주제를 찾아 영작하고 발표하는 과목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이란의 핵개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외교 노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상공간이 국제적 환경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등 진로 희망 분야와 관련한 주제로 연결해 나갔다.▒ <화법과 작문> 국어 교과의 작문 시간에도 희망 전공과 관련한 주제를 가져올 수 있다. 국제학과 관련시킬 수 없을 것 같아도 생활 속 법률과 적용 사례라는 주제에서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국제기구를 주제로 발표하고 국제사회 인권 문제에 대해 작문하는 등 의지에 따라 다양한 주제를 선정했다.
단국대학교
75년 전통의 단국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스마트 융합인재 양성•반도체분야핵심인재양성•바이오헬스분야(차세대반도체사업단출범,융합반도체공학전공설치)혁신공유대학교육과정구축•코딩의무교육과정운영48분야융h복합인재양성•*기반•인문사회분야국내논문게재2년연속1위교육지원시스템구축h운영(2021_2022년중앙일보대학평가)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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