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문고, 선덕고, 세화고, 원묵고, 한대부고 학생들이 뭉쳤다!외국어와 신조어 남용, 세대 간 소통 단절 가져올 수 있어

청소년들에게 외국어와 신조어 사용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때문에 익숙하고 편한 외래어를 굳이 우리말로 바꿔서 사용해야 하는가에 공감하지못하는 이들도 많다.그러나 김 회장은 “외국어와 신조어의 남용은세대 간 소통 단절은 물론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차별, 배제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우려를 표한다.이에 지난 7월 1일부터 13일까지 5개 고교 학생1천 203명을 대상으로 ‘쉬운 우리말 쓰기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실제 ‘외국어와 신조어 사용이 늘수록 세대 간소통이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서

42.7%가 ‘그런 편이다’를, 27.3%가 ‘매우 그렇다’를 선택했다.다수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세대 소통의 어려움을 가져올 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결과라하겠다.

5개 고교 청소년 기자단뜨거운 여름, 기사 작성에 열정을 불사르다!5개 학교 기자단 권나윤(원묵고)·김용준(세화고)·김예건(선덕고)·이윤진(한대부고)·장예윤(광문고)

함께하니 기쁘지 아니한가~

‘실생활 속 어려운 공공언어’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게 된 광문고 기자단.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줌 회의를 통해 독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기사를 만들고자 고군분투했다. 공동 작업을 통해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자세와 협업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feat. 장예윤, 박성혜, 최예지, 정서윤, 정수인, 박진성, 백은서, 우동하, 이지훈, 김지희

읽고 쓰고 고치고~ 무한반복! 그렇게 ‘고급진’ 기사가 탄생했다.

#2. 선덕고

가로세로 퀴즈와 만평으로 기사를 재미있게!

‘매체 속 어려운 말과 외래어로 인한 피해’를 주제로 한 선덕고 기자단. 특히 ‘회원가입 동의서’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어떤 형식으로 기사를 풀어나갈지를 논의하다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고자 가로세로 퀴즈와 만평을 담아보기로 합의했다.

feat. 김예건, 전민수

뜨거운 여름,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구성안 작성 중인 프로 기자단!

#3. 세화고

후배 끌고, 선배 밀고!

세화고 기자단의 주제는 ‘쇼핑 사이트에서 쓰이는 무분별한 외래어’다. 실제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설문 조사도 실시했다. 1학년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2학년은 의견을 모으고 정리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feat. 김용준, 윤경목, 권동현, 권민준, 문시환, 박건우, 최지성, 허준우, 홍유찬, 황우섭2학년이 1학년 초고를 첨삭해 주는 ‘알흠다운’ 장면도 펼쳐졌다는 후문

#4. 원묵고

우리 기사는 ‘집단 지성’의 힘으로 완성된다!

원묵고 기자단은 ‘정부 부처별 누리집의 어려운 용어’를 추적(?)한다. 각 부처가 쉬운 우리말을 사용할 때 예상되는 효과를 취재하기 위해 대상을 정하고 질문을 구성했다. 여럿이 모여 생각을 나누니 참신한 질문이 많이 나와 ‘집단 지성’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feat. 김채은, 권나윤, 정서윤, 최지수, 정희윤, 조여진, 강고균, 윤태희, 최서윤, 원유림, 안선희, 권래은, 박성희

주제에 따라 조를 나눠 논의하는 모습. 전문기자라 해도 믿어질 판

#5. 한대부고

학교생활 용어 중 다수가 일본어?!

한대부고 기자단은 ‘교과서 속 어려운 말’을 주제로 했다. 또 경상남도 교육청이 실시한 <학교 내 일본어식 용어 이렇게 바꿔요> 활동지를 참고해 교내 생활 중 우리말과 구별하지 못한 채 사용해 온 일본식 용어도 추려냈다. 일본 잔재가 우리 일상에 이렇게나 많이 남아있었다니!

feat. 김가영, 심정민, 유시우, 이승윤, 인다경, 임채린, 박재영, 박재용, 이윤진, 조현우, 정윤호, 이채영

온갖 기기를 동원해 단어를 찾고 또 찾고~

광문고등학교

들어도 읽어도 모른다?! 언론 속 증가하는 어려운 우리말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용어가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빨리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각 언론매체는 이를 쉬운 우리말로 순화시키지 못한 채 내보내고 있다. 언론이 어려운 용어를사용하면 듣고 읽는 이들에게 정보 전달이 정확하게 되지 않는다. 이 같은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들은 사회적 문제와 나랏일에 무관심해지며 나아가 국민의식까지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언론매체가 내보내는 어려운 공공언어 사용실태와 이를 순화한 사례를 짚어봤다.광문고 기자단 김지희·박성혜·박진성·백은서·우동하·이지훈·장예윤·정서윤·정수인·최예지

#정치·선거 어려운 선거 용어, 유권자는 괴롭다

대표적 선거용어로는 ‘경선,유권자, 선관위, 거소투표’ 가있다. 언뜻 들어선 이해하기 힘든 ‘전문적 용어’다.광문고 오승민 교사는 “어려운 선거 용어는 자칫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할 수 있다는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당부했다.

8월 9일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의 123명을 대상으로 광문고에서 실시된 ‘어휘 이해도 조사’에서 참여자의 75.6%가 평소 뉴스나 신문을 볼 때 어려운용어로 인해 기사를 이해하지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광문고 최충식 교사는 “‘유권자’는 ‘투표자’로 ‘선관위’는 ‘선

10~60대 이상 123명을 대상으로 한 ‘어휘 이해도 조사’의 결과 분석 그래프

<설문조사 참여자 연령대> <가사 이용 시 불편했던 경험> <제시된 용어 이해 정도>

10대

58 %

있다

76%

없다

24%

80%

이해함

13 %

7 %

60%

이해함

21 %

40% 이해함

21 %

20%

이해함

38 %

60대

이상

10 %

50대

40대

5 %

5 %

20대

13 %

30대

9 %

완전

이해함

거관리부’로 변환하면 국민들의 직관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다”고 전했다.광문고 2학년 이해승 학생은“선거 용어 중 ‘거소투표’는 ‘투표소에 방문할 수 없는 선거인이 자신이 머무는 병원 및 요양소, 자택 등에서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하는데,‘우편투표’로 순화한다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충분히 쉬운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어려운 말로표현해 국민들의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기사는 국가적인 문제가 된다. 언론은 대중의 이해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선거 뉴스를 보도해야 한다.

#경제·산업

산업화 시대 늘어가는 전문용어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meta’와 ‘세상·우주’를 뜻하는 ‘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초월한 가상세계’를 뜻한다.대표적인 메타버스로는 대중들에게 친숙한 소셜 미디어인‘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이있다.특히나 아날로그 세대로 불리는 어른들이 메타버스를 젊은이들의 전유물로만 인식하지 않도록 뉴스가 이를 쉬운 언어로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광문고 문용선 교사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전문용어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하

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하는 뉴스나 신문 등의 미디어에서는 기술 용어에 대한 충분한 배경 지식 설명이 필요하다.MZ세대에게는 익숙한 개념인메타버스를 모른다면 당연히세대간의 소통이 안 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국립국어원은 ‘메타버스’를대체할 말로 ‘확장가상세계’ 또는 ‘가상융합세계’를 선정했다.뉴스에서 전문용어들을 사용해 대중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면 메타버스는 미래를 선도하는 획기적인 기술로서 실생활에 자리 잡지 못할 것이다.

#경제·금융 보고도 이해 못 하는 금융자료?!

금융위원회가 2020년 발표한 ‘금융소비자 보호 국민인식조사 결과 및 시사점’에 의하면전체 응답자 중 88%가 금융 관련 자료를 읽으며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광문고 정영남 교사는 “학생들이 경제를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자어가 많은 금융용어 때문”이라고 말했다.국민은행에서는 2019년 금융언어를 이해하기 쉽게 바꾸기 위해 ‘KB고객언어가이드’를 수립했다. ‘내점’, ‘차기’와 같은 일본식한자어는 ‘방문’, ‘다음’과 같은 쉬운 우리말로 순화했고 ‘견양’, ‘응

당일’같은 어려운 한자어는 ‘보기’, ‘해당일’ 등으로 순화했다.국민은행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사용자 400명을 대상으로한 고객 언어개선 후 KB스타 뱅킹 사용 이해도 조사에서 기존대비 2배 이상 만족도가 높은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토스의 쉬운 언어사용 사례 캡처본

2013년 설립 이후 지속적인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금융 플랫폼 ‘토스’의 성장 비결은 고객들이 인정한 ‘쉽고 편하다’는 장

점 때문이다. 토스에서는 고객들이 어렵다고 느낄만한 용어들을 쉽게 순화해주고, 필요한경우 설명을 덧붙여준다.예를 들어 ‘카드값 결제일입니다. 선결제할까요?’라는 문장을, ‘카드값이 나가는 날이에요’라고 전 연령층이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식이다. 신한은행도ATM기의 용어를 쉽게 순화해사용에 편리함을 더했다.

#생활·문화·질병 ‘트윈데믹’을 ‘감염병동시유행’으로

코로나 사태 후 기사에 ‘코로나블루’, ‘엔데믹’, ‘포스트 오미크론’ 등 새로운 의학용어들이많이 사용되고 있다.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코로나 관련 어려운 외래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외래 용어는 아는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라며 “특히 질병, 의료,보건 등 국민 생명과 관계된 용어는 모든 사람들이 알기 쉬운

용어로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실제로 의료분야에서는 쉬운우리말 사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트 오미크론’은 ‘국내에서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 ‘코로나가유행하게 된 이후’ 등 모호한 의미로 사용돼 혼란을 준다. 이에한글문화연대에서는 질병관리

청에 ‘포스트 오미크론’을 적합한 우리말로 바꿔 사용할 것을요구했다.언론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나타나고 있다. EBS(교육방송)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짧은 영상으로 외국어, 외래어를 대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을 알려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 방송에서도 쉬운 우리말쓰기에 동참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건물을 통째로 봉쇄하는조치를 뜻하는 ‘코호트 격리’를‘동일 집단 격리’로 수정하는 식이다. 또한, ‘풀링 검사’는 집단감염 발생 시 여러 검사 대상을한꺼번에 검사한 뒤 양성이 나온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검사하는 방식을 뜻하는데, 이는 ‘취합 선별 검사’로 대체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국어문화원연합회 김미형 회장은 “국어학자와 해당 분야 사

람들이 협의해 우리말 대체어를 제시하면 사회적 약속으로만들자는 배려심을 발휘하면서협조해주면 좋겠다”며 순화한용어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광문고기자단이 답해드립니다

세화고등학교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외래어 장벽에 막힌 온라인 쇼핑

‘오픈마켓’, ‘몰인몰’, ‘벤더’, ‘로스리더’, ‘에스크로’ 등은 온라인 쇼핑을 하게 될 때면 으레 만나는 용어들이다. 이 같은 용어를 온전히 이해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쇼핑족’은 얼마나 될까? 온라인 쇼핑몰에 쓰이는 어려운 용어들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세화고 기자단 권동현·권민준·김용준·문시환·박건우·윤경목·최지성·허준우·홍유찬·황우섭

보고도 몰라 못 산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외출이 어려워진 사람들은무신사, 쿠팡, 인터파크, SSG와같은 온라인 장터를 더 많이 찾게 됐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전자 상거래 거래액은 17조 2천859억 원으로 전체 소매 판매의41.5%를 차지했다. 그런데 각온라인 장터가 상호, 행사, 상품명 등에 외래어를 사용하고 영어와 우리말을 섞은 출처를 알수 없는 단어를 만들어 쓰는 일이 늘면서 고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조

사한 결과 한국 7대 온라인 장터 중 6개가 외래어 이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무분별하게 쓰이는 외국어는세대와 계층 간, 혹은 사회 구성원들의 원활한 소통을 막는다.우리말로 순화 작업이 필요한이유다.국립국어원에서는 누구나 단어를 접하는 즉시 바로 뜻을 알수 있도록 ‘온라인’을 ‘전자상’으로, ‘스타트업’을 ‘새싹기업’으로바꿨다. ‘온라인’, ‘스타트업’과같은 단어들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굳어졌기 때문에 순화된용어들이 사용되기란 쉽지 않

외래어가 가득한 온라인 장터 ‘위메프’ 캡처

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우리말을 다듬어 바르게 쓰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외래어뿐만 아니라 줄임말도

문제다. 온라인 쇼핑몰에 쓰인‘OPS’는 ‘원피스’를 뜻한다. 심지어 S는 영어 ‘one-piece’에도 포함되지 않은 한국어 발음이다.니트(NT), 코트(CT) 가디건

(CD) 등은 해외에서는 쓰이지않는 ‘국내용 영어 줄임말’이다.누군가에겐 심각하지 않은 줄임말일 뿐일지라도 이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겐 장벽이 된다.

‘국내용 영어 줄임말’이 가득한 온라인 장터 ‘위메프’ 캡처

알기 쉬운 우리말, 쇼핑이 즐겁다!

어려운 말이 온라인 쇼핑에어떤 효과를 가져 오는지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참여한 이들은 총 202명으로 연령대는 10~50대였으며남성 147명, 여성이 55명이다.‘온라인 쇼핑 중 어려운 용어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5.4%가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를 꼽았다. 온라인

장터에서 자주 쓰이고 있는 16개의 단어를 제시하고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5~8개가 8.9%, 9~12개가 35.1% 로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조사에 응답한 연령 다수가 10대인것을 감안할 때 그보다 높은 연령층의 사용자들이라면 용어로 인한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온라인 쇼핑, 너도 힘들었어? 나도!

Q. 외래어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불편했던 경험이 있으신지?

▶권동현 기자 할아버지 _ 얼마 전 온라인 쇼핑으로 운동복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제품이 어디 있는지 도저히 못 찾겠더라. 결국 쇼핑몰의 모든 옷가지를 다 눌러 봤다. 그러다 ‘셋업’이라고 쓰여 진 걸 눌렀는데 그렇게 찾던 운동복이 있었다. 셋업

이 위아래 세트인 줄 처음 알았다. 온라인 쇼핑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나처럼 나이 든 사람도쓸 수 있게 되도록 쉬운 우리말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홍유찬 기자 부모님 _ 지금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는 너무 배울 것이 많은 ‘복잡한교과서’ 같은 느낌이다. 쇼핑몰을 홍보하는 문구도 굳이 외국어로 사용할 필요가있는지 의문이 들 만큼 많은 외래어를 사용한다. 또 상품 이미지를 통해 제품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외래어 수식어 문구를 장황하게 늘어 놓는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시대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모두가 즐거운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쉽고 접근성 높은 환경을 조성해 줬으면한다.

▶권민준 기자 20대 지인(교육대학 재학 중) _ 온라인 쇼핑몰은 지나치게 영어를 많이사용하고 있다. ‘오버핏’과 같이 이미 뜻이 굳어진 표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심플한’같은 경우는 ‘깔끔한’으로 고쳐 쓸 수 있지 않나. 코로나 사태 후 부모님이

인터넷 쇼핑몰을 사용하려 했지만 외래어가 너무 많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불편을 겪었다. 지나치게 많은 외래어 사용은 인터넷 쇼핑몰이 모든 세대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선덕고등학교

빠져나가는 개인 정보, 원인은 SNS?!1979년 영국의 크리시 메이어는 수많은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부의 공문서 다발을 자르는 시위를 했다. 모두가 읽을 수 있어야 할 공문서에, 어려운 말을 사용한 것에대한 반발이었다. 메이어는 “공공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복지를 신청할 수 없는 건 국가에 의한 폭력”이라며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 쉬운 언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SNS, 그 안의 언어 또한 큰 범위안의 공공언어다. SNS 언어가 어려울 때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지 담아봤다.선덕고 기자단 권한준·김예건·안창민·윤석원·이준섭·임태언·장문혁·전민수·조유현

쏟아지는 스팸 문자 원인은 ‘회원가입’

스팸 문자는 사회적 골칫거리이다. 방송 통신 위원회는 작년 9월, <2021년 상반기 스팸유통현황>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에 따르면 문자 스팸은 707만건, 전자 우편은 1489만 건이었다. 이는 20년 하반기 대비 문자스팸은 26.3% 증가, 금융광고스팸은 21.4% 증가한 결과다.이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포털’은 ‘비밀번호 주기적으로변경하기’, ‘개인정보 친구에게알려주지 않기’ 등 피해를 막을구체적 수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용약관을 꼼꼼하게 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회원가입 때 그 현상이 두드러진다.2018년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의 약 70%(69.6%)가 이용약관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유는 ‘번거롭고 귀찮아서’,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가 주를 이뤘다.선덕고 2학년 이승재 학생은“여러 사이트의 이용약관을 보려고 해도 외국어나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아서 빠르게 넘기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용약관속 어려운 말이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는 데 한 몫하고 있는 것이다.사례로 본 SNS 어려운말#1. 페이스북페이스북에 회원가입 할 때이용약관을 확인하기 위해 창을 열면 ‘쿠키 정책’, ‘데이터 정

페이스북 회원가입 화면 캡처

책’, ‘옵트 아웃’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일반 이용자들이 알기어려운 단어들이다.그 가운데 ‘데이터’라는 단어는 컴퓨터 용어로서 정보를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 넓게는 의미 있는 정보를 가진 모든값을 뜻한다. ‘데이터’라는 단어만으로 뜻을 유추하기 어렵다.‘쿠키 정책’을 누르면 ‘당사는쿠키, 픽셀, 로컬 스토리지 및유사 기술을 사용해 관련 콘텐츠를 표시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쿠키 정책’을 ‘자동저장정보 정책’으로대체하고 ‘픽셀’을 ‘화소’라는 단어로 대체한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자동저장정보’와 ‘화소’

도 쉬운 말은 아니지만 글자 수제약으로 최대한 이해 가능한수준에서 풀어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에 사용된 ‘옵트 아웃’은 ‘차단’으로, ‘무결성’은 ‘완전성’ 혹은 ‘일관성’으로 바꾸면 사용자들이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2. 구글‘스트림’, ‘멀웨이’는 구글 이용약관에 등장하는 단어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구글을 사용하지만 약관 내용을완전히 이해하고 사용하는 이용자는 흔치 않다. 또한 구글이불법적이거나 고객에게 해가되는 내용을 약관에 포함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도 어려운 말의 확대를 부추긴다. 고려대 미디어학부는 관련 학술자료에서 ‘이용약관이 일반적인터넷 서비스 이용자들에 매우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이용약관에 대충동의하고 넘기는 습관’이라 표현했다.

#3. 틱톡2021년 한 해 전 세계 이용자방문이 가장 많았던 사이트는15초짜리 동영상을 공유하는플랫폼 ‘틱톡’이다. 하지만 틱톡은 출시 이후 끊임없이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등 많은 국가에서 틱톡 접속을차단시킨 적이 있다.2022년 기준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따르면 틱톡은 ‘전술한정보에는 귀하의 본 플랫폼 이용과 관련된 기술 및 행태정보가 포함됩니다’라고 명시했다.행태정보는 ‘웹 사이트 방문 이력, 앱 사용 이력, 구매 및 검색이력 등 이용자의 관심, 흥미,기호 및 성향 등을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한다.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 있어중요한 정보지만, 읽는 이는 이해하기 어렵다.평소에 틱톡을 즐겨 보는 선덕고 2학년 김다니엘건 학생은행태정보에 대해 ‘무슨 뜻인지모르겠다. 이런 단어들이 뜨면그냥 확인 버튼만 누르게 된다’라 말했다.

정부 기관도 지키지 않는국민의 ‘언어 권리’

‘국어기본법’ 제4조 1항에는‘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 사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과 지역어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2019년 1월 한글문화연대는정부 18개 부처에 국어기본법위반을 이유로 시정을 요구했다. 2019년 1월 정부에서 펴낸756개의 공문서 중 401개가 해당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이다.이들의 외래어 남용 횟수는 총1천33회로, 부처별 평균 약 1.2회 정도다.외래어 남용 문제는 정보 전달을 방해할 뿐 아니라 알 권리를 침해한다. 알 권리는 국민 개

개인이 정치·사회 현실 등에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알 수 있는 권리이자 국민이 정치적·사회적 활동을 함에 있어 보장받아야 할 인권의 토대다.세종국어문화원 김슬옹 원장은 “사람다운 어떤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어지는 지식과정보 등이 평등해야 하는데 국민의 안전과 보건, 나아가 생명과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말(공공언어)이 알아듣기 어려우면 국민은위험에 노출되고, 알 권리를 침해 당한다. 외국어와 한자 능력에 따라 차별당할 위험에 놓이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복지의 기본이 되는 의료 체계에서부터 ‘수진자’(환자), ‘경구제’(먹는 약)와 같은단어가 여전히 쓰이고 있다.

우리말 낱말 퀴즈

빈 칸을 채우며 평소 자주 쓰는 말들이 쉬운 우리말로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봅시다.

●세로 열쇠 ① 지침, 방침(생활이나 행동의 지도 방법이나 방향을인도하는 준칙) ② 비대면 서비스 (직접 만나지 않고 이루어지는 서비스) ③ 거리 패션 (유행을 따르면서도 활동성과 자신만의 개성을살린 패션) ④ 방짝, 방친구(기숙사나 하숙 따위에서 같은 방을 쓰는사람) ⑤ 심리(적) 지배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하는 행위) ⑥ 천년, 새천년 (천년을 이루는 말)●가로 열쇠 ① 영상 일기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촬영한 콘텐츠)② 개봉(기) (상자를 연다는 뜻) ③ 즉석식품 (즉석에서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품) ④ 맵시가꿈이(의상,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을 촬영 의도에 맞게 연출하는 직업) ⑤ 분장놀이(게임이나 만화 속의 등장인물로 꾸미고 즐기는 일) ⑥ 바로 요리 세트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 ⑦ 각자내기 (비용을 각자 부담함)

● 세로 정답 ① 가이드라인 ② 언택트서비스 ③ 스트리트패션 ④룸메이트 ⑤ 가스라이팅 ⑥ 밀레니엄● 가로 정답 ① 브이로그 ② 언박싱 ③ 인스턴트 ④ 스타일리스트 ⑤ 코스프레 ⑥ 밀키트 ⑦ 더치페이

③③④⑤⑥④

원묵고등학교

정부 부처 누리집. 시민들과 거리감 쌓기 노력 중?!

언어의 역할은 의미 전달, 즉 소통이다. 중학교 의무교육을 마쳤음에도 국민들이 정부 부처 누리집의 내용을 어려운 말 때문에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경우가 잦다. 정부가 언어의 본질을 흐리면 국민들은 필요할 때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반대로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면 국민들의사회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 현재 정부 부처 누리집은 정보 전달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원묵고 기자단 김채은·권나윤·권래은·원유림·윤태희·정서윤·정희윤·최서윤·최지수·조여진·박성희·안선희·강고균

고용노동부 국비지원 받으려면“고용노동부 누리집에 들어가서 봐도 어지럽기만 하고 자세히 몰라서 지식인에 물어봐요. 나라에서 국비 지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려운 용어 말고 쉽게 차근차근 알려주세요.” _네이버 지식인 질문 중읽기 힘든 정부 누리집 언어▶“ 고용노동부_비영리법인, 국고보조, 일률적, 제고, 매칭, 미스매치, 세이프티 콜▶ 문화체육관광부_표준영정, 신한류, 플랫폼, 랩, 원스톱▶ 보건복지부_상병수당, 예규, 고시, 한시임기제, 클리닉, 컨퍼런스 콜, 코호트 격리”

이는 각 정부 부처의 누리집에 있는 단어들이다. 쉬운 우리말을 쓰자는 인식이 비교적 널리 퍼졌음에도 여전히 어려운말들이 자주 이용된다.원묵고 우보영 교사는 “정부는 국민의 삶을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하므로 효율성보다는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어려운 말을 쉽게풀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국어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국세청 누리집에접속했을 때 어려움을 느꼈다.모두 한국어였으나 평상시에사용하는 용어와 거리감이 있어 관련 행정업무를 처리하는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업무 처리 이후에도 권리가 다 보장받았을지 확신이 들지 않아불안하기도 했다”는 웃지 못 할일화를 이야기했다.원묵고 권래은 학생은 “고용노동부 누리집에 들어가 보니,외국어보다는 한자어로 인한이해의 어려움이 컸다”고 전하며 “누리집의 내용을 쉽게 알도록 한자어를 다듬어 주면 좋겠

다”는 바람을 전했다.보건복지부에서 쓰이는 ‘상병수당’은 ‘휴업 급여’로, ‘예규’는 ‘규칙’으로, ‘고시’는 ‘공지’로, ‘한시임기제’는 ‘일시 기간제’ 혹은 ‘계약 기간제’로 대체가 가능하다. 하지만 ‘화상회의‛를 ‘컨퍼런스 콜’ 로 사용하는 곳이 일부 있었다.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에서 실시한 2020년 ‘외국어의 국민 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컨퍼런스 콜’의 국민 평균 이해도는 19%, 노인 평균 이해도는8%에 그쳤다.

각 정부 부처의 노력각 정부 부처는 국민들이 누리집에 접속해 행정 정보에 들어가면 행정 순화용어를 손쉽게 알 수 있도록 조치했다.또한 누리집에 이용되는 어려운 공공언어를 신고하는 참여제도를 거의 모든 정부 부처누리집에서 시행 중이다. 특히행정안전부에서는 2011년의제565주년 한글날부터 시범적으로 용어의 활용성·필요성등을 고려해 순화어 검색·교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경북대 김덕호 교수는 “시스템을 도입한 후 정부 기관에서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국민들이 제대로 이해하기가 쉬워졌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장치다”라고 말했다.성신여대 김일환 교수 또한 “순화해야 하는 단어가 급속도로 다양하고 많아지는 만큼 해당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정부 부처에서 자체적으로누리집을 제작해 쉬운 우리말사용을 독려하기도 한다.‘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은 한글문화연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운영하고 있다. 어려운 외국어 낱말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데 도움이 될

쉬운 우리말 도우미 대화봇

출처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좌), 쉬운 우리말을 살리고자 만든 누리소통망 계정(우)

사전과 관련 법 해설, 교육자료및 읽을거리, 국민이 몸소 용어개선을 제안하거나 칭찬하는참여 마당, 공공언어 사용 실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계자료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또한 쉬운 우리말 찾기 서비스인 ‘대화봇’도 운영한다.그렇다면 지금까지 어려운말을 사용해왔던 이유는 무엇일까. 원묵고 임미라 교사는 “요즘엔 의식이 많이 바뀌었으나, 의료계나 법조계의 경우 이용하는 용어가 쉬워지면 전문성을 잃는다는 권위주의 의식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학생들이 참여하는 기사 작성 프로젝트가 실시되는 지금처럼 앞으로는 이런 활동들이 확대되는등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더 늘어날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쉬운 우리말 사용 확대 방안“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국어책임관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서울 원묵고 2학년 김채은 학생의 제안이다. 국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국어책임관’이라는 직책을 마련해 두었다. 국어책임관은 국어기본법에 따라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총괄 업무를 담당한다.원묵고 2학년 권나윤 학생은“사람들이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대체되었다는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쉬운 우리말 홍보 운동 전용 누리소통망 계정을 새로 만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더 많은 사람이 쉬운 우리말을 사용할 거라는 생각이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쉬운 우리말을 쓰고 싶어도,

대체 가능한 말을 찾지 못하는경우도 있다. 언어를 학습하는사람이 없다면 그 언어는 소멸하기 마련이다. 쉬운 우리말로바꾸는 데서 그치지 말고, 더 나아가 말의 변화를 널리 알려 국민들이 쉬운 우리말을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원묵고 학생들은 주장한다.2학년 최서윤 학생은 “평소한자어와 외래어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쉬운 우리말쓰기 활동에 참여하면서 우리주변, 특히 정부 부처 누리집에서 어려운 말들이 이렇게나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려운 단어를 찾아보며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앞으로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에큰 관심을 가지겠다고 마음먹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2학년 윤태희 학생 또한“활동에 참여하기 전, 쉬운 우리말 사용이 꼭 필요한 일인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평소 딱히이용할 일이 없던 정부 부처 누리집에 들어가고 상황을 알게되자 부끄러웠다. 예상보다 어려운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세대에 따라 10·20세대에겐한자어가, 어르신들껜 외래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새롭게 알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할 정부 부처 누리집에서마저 어려운 말을 이용해 운영 중이어서 속상하고 안타까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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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빈칸에 들어갈 말은?정부 누리집 이외에도 더 많은 곳에서 쉬운 우리말을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기업에서도 OOOOO제도를 도입해야 한다.❷ 보건복지부에서 쓰이는 ‘컨퍼런스 콜’은 어떤 쉬운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가?❸ 빈칸에 들어갈 말은?행정안전부에서는 용어의 활용성,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OOO 검색, 교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양대학교 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교과서 속 가득한 어려운 용어. 공부하는 학생들은 괴롭다!

교과서나 언론매체에서 사용되는 모든 용어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중·고등학생은 드물다. ‘가처분’, ‘적의’, ‘전향적’ 등의모르는 단어들을 보면 대다수는 앞 뒤 문맥을 파악해 뜻을 지레짐작한다. 대충 넘긴 단어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남는다.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최악의 경우 ‘공포자’(공부를 포기한 사람)가 되기도 한다. 중·고등학교 교과서 속 가득한 어려운 용어가 일으키는 문제에 대해 짚어봤다.한대부고 기자단 김가영·박재용·유시우·인다경·이승윤·이윤진·임채린·정윤호

소비자인 학생 고려하지 않은 교과서

학생들이 공부할 때 사용하는 교과서에는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한자어나 어휘들이많이 존재한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고, 한자와 친밀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교과서가낯선 이유다.교과서를 만드는 전문기업인교학사의 한 관계자는 “교과목별로 교과서를 쓴 전문가들이일부러 어렵게 내용을 만들고자 한자어나 외국어를 사용한건 아니라 본다. 다만 어려운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암묵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라고귀띔했다.

한대부고 황성희 교사 또한“학생들이 교과서를 어려워 하는 이유는 현 10대의 언어와 중장년층이 사용하는 언어에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두 집단의 중간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어 황 교사는 “소비자인 학생이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지않기에 아직까지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개선되고 있지 않은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교과서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은 학생들에게서 나온다며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말 속 어려움 톺아보기교과서뿐만 아니라, 신문이나 뉴스와 같이 접근성이 높은매체들도 계속해서 어려운 단어들을 노출시킨다. 이로 인해잘 알지 못하는 단어를 대략적으로 이해하여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 교과서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국부’, ‘증진’, ‘공동선’, ‘조세’,‘개입’. 한 문단 안에 상당수의한자어가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해당 단어들은 학생들이 한번에 이해해 문단의 전체 내용을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다.

비단 <사회> 교과서뿐만이아니다. <과학> 교과서에는 전문 용어들이 많다. <화학>의 경우 교과서에서 사용되는 원소이름과 화학 용어들의 대부분이 일본어에서 온 것들이 많다.20세기 초 김두봉을 포함한 국문학자들이 화학 용어를 순우리말로 번역하려고 시도하였지만, 명칭을 순화하는 일에 성공하지 못했다.학생들이 평소 자주 보는 <과학>과 <역사> 교과서에서 사용되는 어려운 한자어들은 충분히 쉬운 우리말로 순화될 수 있다. ‘족’, ‘주기’는 ‘세로’, ‘가로’로,‘강수 현상’은 ‘비’로, ‘응고’는 ‘굳

음’으로 대체 가능하며, ‘병합’은‘합쳐짐’, ‘날조’는 ‘꾸며짐’, ‘강경’은 ‘버팀’ 등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한대부고의 채예진 교사는“<한국사>에는 한자어들이 매우 빈번하게 사용된다. 특히 국가 간 맺은 조약 조항에는 전문용어들이 많은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역사 교과서의 어휘를다 이해하지 못하고 읽는다. 뜻도 모른 채 암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라고 전한다.

‘수학여행’은 일본어?!일본어식 용어는 일본식 언어, 즉 일본어 투가 우리말에 녹아들어간 단어를 말한다. 현대한국어에서 많이 쓰이는 일본식 발음 또한 포함된다. 일제 강점기를 겪은 시대의 어르신들만 일본어 투를 쓸 것 같지만 한국식 발음으로 변이된 것도 상당수다. 일본어 어법을 따른 문장이 한국어로 쓰이는 경우도있다. 다음은 경상남도 교육청에서 제작한 일본어식 용어 사용 소책자의 일부다.

‘가감승제’, ‘간석지’, ‘개간’,‘빙정’, ‘응결’, ‘전승’, ‘혹성’ 등은교과서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들이다. ‘경례’, ‘계주’, ‘담임교사’, ‘명찰’, ‘제본’, ‘색인’, ‘삽화’와 같은 단어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고 또 듣는 용어다.일본어 어법이 한국어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이는 한국어 문장의 종결 표현이나 부사어 등이 일본어로부터 유래된 경우를 말하는데, 이 경우 또한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되는 표현들이다. 문장과 문장 사이를 유연하게 이어주는 ‘~에 있어서’는사실 ’~니 앗테(にあって)’ 라는

고등학교 <통합사회> 교과서 5단원 ‘자유주의적 정의관’

학교 내 일본어식 용어 이렇게 바꿔요 출처 경상남도 교육청

한대부고 교지부가 바꿔본 ‘쉬운 우리말’

한자어

•풍향 ⇢ 바람방향•두개골 ⇢ 머리뼈•대하 ⇢ 왕새우•육교 ⇢ 구름다리

•출입구 ⇢ 나들목•호출 ⇢ 부름

•하락세 ⇢ 내림세•승차권 ⇢ 차표

일본 어투표현

•사시미 ⇢ 생선회

•센치하다 ⇢ 감상적이다

•순번 ⇢ 차례

•스키다시 ⇢ 곁들이 음식

•노가다 ⇢ 노동자•유도리 ⇢ 융통•단도리 ⇢ 채비•시마이 ⇢ 끝냄

일본 발음으로부터 유래했다.일본식 어법 사용에 더해져서 자연스레 사용되는 외국어번역 투도 문제다. 관계대명사로 연결되는 영어식 표현과, 3인칭 대명사의 과도한 사용,우리말에는 존재하지 않는 ‘수동태’의 과도한 사용 등이 있다. ‘보여진다, 보여지고 있다,

느껴진다, 되어진다, 익혀진다’ 등 우리가 매우 당연하게사용하고 있는 표현들이다. 한대부고 이유진 교사는 “일본어식 표현은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공부하는 목적이라면 괜찮지만 우리말로 대체가 가능하다면 바꾸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우리말 순화 활동을 지지하는 학생들

한대부고 교지부 학생들은어려운 단어를 우리말로 바꿔봤다.어려운 단어를 찾은 후에’ 쉬운 우리말로 바꾼다 하더라도그 단어가 사람들에게는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는 현재 ‘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활동에 참여한 학생 중 1명만이 외래어 사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학년 이채영 학생은 ‘ 글로벌 사회에서 외국어와 신조어 사용은 다양한 현상이라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