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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면접 복병 시사 이슈

학생부에 답 있다

<내일교육>과 함께! 고1~3 모두 봐야할 2023 주요 이슈

12 장애인 이동권

출근 길 막아선 장애인들의 절규

16 BTS 병역특례

병역특례 당연 VS 예외는 불가

20 기본소득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평(?)하게

24 미국 낙태권 폐지

자기 결정권 VS 생명권

28 사형제 폐지

‘사형제’ 사라질까?

32 미국 총기 규제

매일 110명씩 죽어가는 미국

36 SPC 참사

인권 위에 이윤, 더 이상은 못 참아!

40 스태그플레이션

경기는 불황, 물가는 고공행진?

44 카카오 화재

초연결 시대, 화재 한 번에 블랙아웃

WEEKLY THEME #대학별_고사 #면접 #시사_이슈

면접 복병 시사 이슈

학생부 에 답 있다

수능은 끝났지만 대입까지 남은 산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면접입니다. 특히 서울 주요대학의 학생부 종합 전형은 수능 후 면접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도 높다고 알려졌고요. 이러한 면접을 대비할 때 그해의 시사 이슈를 돌아보는 것은 기본입니다. 바쁜 학생들에게 까다롭게 여겨지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알고 보면 대입 면접에서 다루는 시사 이슈들은 일상은 물론, 수업에서 이미 접한 내용이 많습니다. 수업 관련 기록이 담긴 학생부에 답이 있다는 얘기죠. 면접을 코앞에 둔 고3 학생부터 고1, 2까지 활용할 수 있는, 시사 이슈를 소재로 한 면접 문항의 출제 형태와 평가 포인트, 대비법을 짚어봤습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도움말 김영진 교사(세종 소담고등학교)·이재원 책임입학사정관(동국대학교)·오원경 교사(경기 용인홍천고등학교)·진수환 교사(강원 강릉명륜고등학교)

PART 1

대입 면접, 시사 이슈 어떻게 다룰까?

서류 결과 뒤집는 면접

대입 면접은 수시에서 주로 실시한다. 대개는 학생부에 기반한 서류 확인 면접을 진행한다. 별도 제시문이나 문제를 미리 제공받아 면접실에서 말로 풀어내는 제시문 기반 면접을 치르는 곳도 일부 있다. 교과 지식을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어 심층 면접이라고도 불린다. 서울대 일반 전형, 고려대 학업 우수형·계열 적합형, 연세대 활동 우수형·국제형-국내고 등 실시 대학은 적지만 선호도가 높은 대학이다 보니 주목도가 높다. 의약학 계열은 여러 면접실을 돌면서 다양한 유형의 인성 관련 질문에 답변하거나 면접관과 토론하는 다중 미니 면접(MMI)을 주로 활용한다.

경기 용인홍천고 오원경 교사는 “종합 전형 중 70%, 교과 전형 중 40% 정도가 면접을 실시한다. 교과 전형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일부 대학에서, 종합 전형에서 는 대부분의 대학이 2단계 전형 요소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대학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 교과 전형은 교과 성적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선호도 높은 대학·전공일수록 지원자들의 성적 차이가 거의 없고, 종합 전형은 2단계에서 면접 비중이 높아 면접 점수로 결과가 뒤바뀌는 사례가 많다. 동국대 이재원 책임입학사정관은 “종합전형의 경우 1단계 평가 순위가 2단계에서 30%가량 뒤바뀐다. 최종 등록자를 기준으로 보면 면접의 실질 영향력이 40~50% 선이다. 다만, 지난해엔 입시 환경 변화로 비율이 다소 하락했다”고 밝혔다.

시사 이슈 비중은 낮지만, 꼬리 질문 등 키워드로 활용 빈번

서류 결과를 뒤집을 기회인 만큼, 수험생들은 면접을 신경 써서 대비한다. 면접 유형에 따라 대비법은 차이가 있는데, 공통적으로 그해 주요 시사 이슈를 점검한다. 사실 요즘 면접에서 시사 이슈는 비중이 크진 않다. 시사 이슈를 직접적으로 묻는 대학은 주로 지방 사립대다. 지원 전공과 관련 있거나 사회적 찬반 논란이 큰 이슈를 공통 질문으로 제시하며, 문항을 면접 전 미리 공개하는 특징이 있다.

이와 달리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주요 대학이나 지역 거점 국립대, 특수 대학은 시사 면접 진행 여부에 대해 “별도의 시사 관련 제시문을 사용하지 않는 다”는 입장이다. 교과 내용에서 면접 제시문을 발췌하거나, 서류에 기재된 지원 동기와 관심 분야를 묻는 편이다. 자칫 까다로운 이슈를 다룰 경우 사교육 영향력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고, 대학별 고사가 고교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됐는지 살피는 ‘선행학습 영향 평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형태의 면접에서 시사 이슈 관련 문항이 나온다. 서류 확인 면접에서는 제출 서류에 시사 이슈 관련 내용이 있을 때 그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사실을 확인하는 ‘꼬리 질문’으로 출제된다. 제시문 기반 면접도 그해 주요 이슈와 관련 있는 내용을 다룬다. 2021~2022학년 기출문항을 보면 기술 발전과 환경·노동·경제 문제를 공리주의와 엮어 출제한 곳이 많았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디지털 사회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 문제, 예를 들어 일회용품 사용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 심화, 자동화 기계 보급에 따른 일자리 감소,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시장 독과점 현상 등과 관련이 있다. MMI 역시 코로나 방역 수칙 강화 또는 완화, 온실가스 배출 규제 일괄 적용 또는 국가별 차등 적용,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중 자

신의 입장과 근거를 묻는 사례가 확인됐다.

강원 강릉명륜고 진수환 교사는 “시사 이슈는 교과 내용이나 지원 학과와 연계해 질문할 수 있고, 사회 현상에 대한 시각·가치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재다. 때문에 어떤 형태의 면접에서든 그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이나 화제들이 키워드로 등장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출제될 이슈, ‘학생부’로 예측 가능

대다수 학생들은 면접에 부담을 느낀다. 아는 것을 말로 설명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고, 낯선 공간에서 낯선 면접관 앞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시사 이슈 질문은 방대한 내용 중 어떤 것이 나올지 예측하기가 어렵고, 배경지식을 따로 쌓아야 한다는 이유로 두려워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형에 따라 난도의 차이가 있지만 학생부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며 특히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실제 세

특에 담긴 수행평가나 보고서, 발표·토론 내용을 보면 대개 시사 이슈를 주제나 소재로 쓴다. 교과 내용과 연결되고, 관심 분야나 희망 전공(계열)과 관련이 있다. 이는 교과 역량, 전공 관련 관심, 자기 주도적 학습 태도 등 면접 평가 항목과 겹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대학은 서류 확인 면접에서 세특에 언급된 이슈를 요약하거나, 그와 관련된 교과 기본 개념을 설명하거나, 현재 이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하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책임입학사정관은 “시사 이슈 문항을 따로 출제하진 않는다. 다만, 서류에 관심·전공 분야와 연계한 시사 이슈 내용이 적혀 있을 경우 관련 질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제시문 기반 면접이나 MMI도 교과 관련 자료 분석·해석이 핵심인데, 이는 세특에 담긴 수업 활동과 비슷하다. 기출문항과 세특 내용을 교차해, 관련된 지난 활동 자료를 찾아 답변에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다. 진 교사는 “면접을

2022학년 서류 확인 면접 중 출제된 시사 이슈 질문 사례

경영학과

-동아리 활동에서 ESG 포럼을 했는데, ESG의 구체적 개념을 설명하고, 개발도상국가들의 ESG 참여를 확대할 방안을 말해보라.

-공유경제 플랫폼을 조사했는데,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 필요성에 대해 경영학적인 관점으로 설명하라.

-빅데이터 관련 탐구 활동이 많은데, 기업의 상업적 데이터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대책을 말해본다면?

사회학과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정의하고, 그와 관련해 가장 눈여겨본 시사 이슈를 말해보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개인의 자유를 확대할 것인지, 국가의 통제를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정치외교학과

-공동 교육과정으로 이수한 <국제정치>를 계기로 난민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고 했는데, 관련해서 기억나는 이슈와 우리나라가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입장을 밝혀보라.

-미중 갈등 속 우리나라의 외교 전략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전략을 취하면 좋을지 말해보라.

-동아리에서 ‘위안부 알리미 활동’ 캠페인을 벌였는데, 최근 한일 역사·무역 갈등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전기전자공학부/컴퓨터공학부

-교과 세특에 인공지능 관련 기록이 많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개발자의 책임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이루다 사태’처럼 인공지능에 악의적인 정보를 넣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이에 대한 의견은?

간호학부

-코로나19 이후 의료 환경의 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비대면 진료 활성화 시 장단점을 의료인의 관점에서 정리해본다면?

-코로나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백신 접종 의무화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말해보라.

대비할 때 다양한 이슈를 무차별적으로 알아둘 필요는 없다. 학생부, 그중에서도 세특을 중심으로 지원 전공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면 출제 예상 이슈를 좁히고 답변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알렸다.

이슈 이해 아닌 핵심 개념·의견 중요

또 하나, 시사 이슈 문항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는 잘 다루지 않는 데다 서류 확인 면접에서는 해당 이슈에 대한 심층적인 답변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슈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는 얘기다. 이 책임입학사정관은 “서류에 기반한 학생 맞춤형 질문을 하며, 시사 이슈 관련 내용은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의 관심과 고민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전공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서류·면접 평가에서 배점이 높은 요소”라고 말했다. 진 교사는 “시사 이슈 문항은 단순 지식 확인이 아닌, 지원 전공에 대한 관심 확인, 본인이 활용한 기본 교과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활용, 의견에 담긴 사고력과 가치관 등을 살핀다. 즉 이슈 자체가 아니라 학생의 ‘생각’과 ‘표현’이 평가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앞서 좁힌 이슈를 가지고 관련된 교과 개념

학생들은 이미 수행평가나 토론·실험·발표, 보고서 작성 등을 할 때 관심 분야와 시사 이슈를 연결해 주제를 정하고 있다. 자기 손으로 관련된 기본 교과 개념, 찬반 입장이나 쟁점, 후속 과제나 파생 문제 등을 찾아 요약한 후 자신의 생각을 더해 정리해보길 권한다. 품이 들어도, 교과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어 학습에 도움이 되고, 면접도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을 확인하고, 자신의 생각을 재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면접을 앞두고 따로 정리·연습할 수 있지만, 평상시에도 대비할 방법이 있다. 앞서 말했듯 시사 이슈 문항은 지원 전공이나 학생부 기록과 관련해 출제된다. 즉, 수업 활동을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세종 소담고 김영진 교사는 “올해 <통합사회> <경제> <사회문제탐구> 수업에서 각각 난민 수용과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 인공지능이 위기인지 기회인지를 주제로 토론했는데, 해당 내용이 한 대학의 면접 문항으로 출제된 것을 최근 확인했다. 또 토론 수업은 학생들이 자료 조사부터 발표까지 이끌다 보니, 세특의 소재로 많이 활용된다. 때문에 서류 확인 면접을 하는 대학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은 사례가 많다. 수업이 면접 답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며 기뻐하거나, 수업에 좀 더 열심히 참여했다면 대답을 잘했을 것 같다고 아쉬워하는 학생이 있었다. 교과

내용을 현실 문제로 접근하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고 더 깊고 넓은 시야를 갖게 돼 토론 수업을 실시했는데, 대입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진 교사는 “학생들은 시사 이슈 문항을 두려워하는 데, 이미 수행평가나 토론·실험·발표, 보고서 작성 등을 할 때 자신의 관심 분야와 시사 이슈를 연결해 주제를 정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할 때 그럴듯한 결과나 기록을 내는 데만 집중하면 남는 게 없다. 기존 자료를 짜깁기하지 말고 자기 손으로 관련된 기본 교과 개념, 찬반 입장이나 쟁점, 후속 과제나 파생 문제 등을 찾아 요약한 후 자신의 생각을 더해 정리해보길 권한다. 스스로 학습하면 자기 것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강의만 듣는 것보다 품이 들어 힘들 수 있지만, 교과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어 학습에 도움이 되고, 이후 면접도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고1, 2도 면접을 대비할 수 있는 셈이다. 닥쳐서 힘들게 준비하지 말고, 어차피 해야 하는 수업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PART 2

고 1~3 함께 주목할 만한 2023 이슈

앞서 살핀 것처럼, 면접을 대비할 때 올해의 주요 이슈를 정리해 학습한 교과나 지원한 전공과 연결해보면 도움이 된다. 고3은 말로 설명하며 코앞에 다가온 면접을 대비하고, 고 1·2는 배운 것을 정리하며 수행평가나 탐구 활동 주제로 활용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면접이 어떻게 출제될지 가늠하는 식이다. <내일교육>의 ‘교과서 파먹기’와 ‘핫 토픽 ‘쫌’ 아는 10대’ 시리즈 중 올해를 달군 주요 이슈들과 핵심 포인트를 정리해봤다.

내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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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1

1029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_ 장애인 이동권

출근 길 막아선 장애인들의 절규

▶이슈 읽기 출근 시간 서울 시내 지하철 일부 구간에선 장애인 단체가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어.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싸늘한 반응이 확산되는 상황이야. 하지만 장애인들은 시위를 중단할 뜻이 없다고 해. ‘장애인도 이동할 권리를 누려야 할 시민’이라는 이유에서야.

▶한걸음 더! 논란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 자신의 시각을 정리하고 중재안도 모색해보면 어때? 더 깊이 파고 싶다면, 1048호 ‘교과서 파먹기_ 공리주의’ 편을 보고, ‘공공의 편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할까’ ‘국가 예산 활용 기준을 효율성과 공익성 중 어디에 둬야 할까’ 생각해보는 것도 추천해.

1043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_ BTS 병역특례

병역특례 당연 VS 예외는 불가

▶이슈 읽기 ‘넘사벽’ 월드스타 BTS(방탄소년단). 얼마 전 멤버 진이 ‘입영 연기를 철회했다’며 입대 의사를 밝히면서 병역특례 찬반 대립이 수그러들었어. 하지만 문제는 남았어.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에게 적용되는 ‘국익과 국위 선양 공로’ 기준의 모호함과 더불어 대중예술인 차별 인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대한민국 남성의 병역 의무에 예외 규정을 추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여전하

거든. 제2, 제3의 BTS가 같은 문제를 겪을 거란 얘기지.

▶한걸음 더! 병역 제도와 관련해 국민의 의무와 권리를 점검해보고,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견해를 정리해보자. 참고로 이 문제는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1위에 오른 2020년, 2021학년 면접 문항에 이미 등장했고, 올해도 중부대가 공개한 사전 문항에 포함됐어!

1057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_ 기본소득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평(?)하게

▶이슈 읽기 기본소득이란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해.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웠고, 세계 곳곳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는 부의 편중, 기술 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경제 위기 때문이지.

▶한걸음 더! 226년 전에 등장한 기본소득이 왜 현대에 들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고, ‘시장 경제의 한계’ ‘노동의 종말’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등 관련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한층 깊어질 거야.

사회2

1053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_ 미국 낙태권 폐지

자기 결정권 VS 생명권

▶이슈 읽기 지난 6월 미국 연방 대법원은 나라를 둘로 가르는 판결을 내렸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대법원 판결인 ‘로 대(對) 웨이드’를 49년 만에 폐지했거든.

여성 인권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세계로 퍼졌고, 반대로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선택권 보다 앞선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이도 많아. ‘낳지 않을 권리’와 ‘생명권 존중’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야. 낙태권을 둘

러싸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고 여전히 답을 내지 못하는 이유지.

▶한걸음 더! 낙태권에 대한 네 의견과 함께 낙태권이 보장됐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야기되는 문제점과 대책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입법 공백 상태인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의 낙태권 현황을 조사해보고, 출산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책임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아.

1054호 교과서 파먹기_ <생활과 윤리> 사형제 폐지

‘사형제’ 사라질까?

▶이슈 읽기 지난 7월 사형제가 12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올랐어. 1996년과 2010년, 합헌 결정이 나온 뒤 세 번째야. 우리나라는 1997년 말 이후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돼. 하지만 형법에는 여전히 사형이 있지.

사형제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형벌 제도인 동시에 생명에 관한 철학적·윤리적 질문을 던져온, 인류의 난제야.

▶한걸음 더! 찬반 양측의 논쟁을 <생활과 윤리>에 나오는 법의 역할과 형벌의 목적, 사형제의 윤리적 쟁점 등의 개념과 함께 알아두길 추천해.

또 올해 가스라이팅, 온라인 그루밍, 스토킹 범죄, 촉법 소년 폐지가 큰 이슈였어. 새롭게 등장한 범죄 형태에 대한 미비한 법률 혹은 민심과 동떨어진 법원의 양형 기준과 판결이 논란이 됐지. 관련 내용과 해법을 모색해보면 법과 사회, 윤리에 대한 사고력을 키우거나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거야.

1052호 교과서 파먹기_ <정치와 법> 미국 총기 규제

매일 110명씩 죽어가는 미국

▶이슈 읽기 대규모 총기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미국은 지난해 30년 만에 강력한 총기 규제에 나섰어.

하지만 같은 시기에 미국 연방대법원은 공공장소에서의 개인 총기 휴대를 허용했지. 미국 국민의 기본권인 ‘개인의 자기 방어권’이 우선이라는 이유였어. 미국의 특수한 역사·문화가 빚은 비극이지.

▶한걸음 더! 이슈 이면에 <정치와 법> 등을 활

용해 국가의 역할과 국민의 권리를 살펴보길 권해. 기본권의 종류와 국가가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코로나19 확산기 ‘백신 패스’ ‘심야 영업/모임 제한’ 등의 사례와 연결해볼 수 있겠지?

나아가 국민의 기본권을 우선했을 때나 제한했을 때의 효과·부작용을 찾아보고, 국가와 시민의 올바른 관계를 고민해본다면 시민 사회와 국가 권력에 대한 어떤 이슈에도 네 생각을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거야.

경제

1068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_ SPC 참사

인권 위에 이윤, 더 이상은 못 참아!

▶이슈 읽기 지난 10월 15일, SPC 평택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목숨을 잃었고, 8일 후엔 SPC 계열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의 손가락이 절단됐지. 이는 사측의 ‘이윤 지상주의’가 빚어낸 ‘인재’야.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제정됐는데, 편의점의 ‘포켓몬’ 빵, 파리바게뜨 빵엔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이…. 소비자들의 분노는 불매운동으로 이어졌어.

▶한걸음 더! 시장 경제에서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는 외면받기 쉬워. ‘최저 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청소/급식 노동자 시위’ 등 논쟁적 이슈를 찾아 찬반 입장과 자기 의견을 정리해보면 기업의 이윤 추구와 노동자의 권리가 균형을 이룰 방안을 고민하게 될 거야. 고교 <경제> <사회·문화> 교과서에서 기본 개념을 확인하는 건 기본이겠지?

1056호 교과서 파먹기_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경기는 불황, 물가는 고공행진?

▶이슈 읽기 지금 세계 경제는 불황, 그것도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졌어. 경기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과 물가 상승을 가리키는 ‘인플레이션’을 합친 용어야.

코로나19가 야기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러-우 전쟁,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친 탓이지.

▶한걸음 더! 경제 이슈는 시의성이 강하고,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면접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측이 어려운 만큼 기본이 중

요해. 우선 시장 경제의 기본인 수요-공급의 법칙과 <경제>에 설명된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개념을 탄탄히 다져두자.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세계/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탈세계화의 원인과 자원/식량난의 해법’ ‘가상화폐의 가능성과 한계’ ‘경제 성장과 친환경 경영(ESG/택소노미 등) 중 우선순위’ 등 관심 내용을 택해 주요 개념·용어를 정리하고 이슈를 간략히 요약해보거나 입장을 더해보렴. 실전에서 의미 있는 답변을 할 수 있을 거야.

1066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_ 카카오 화재

초연결 시대 화재 한 번에 블랙아웃

▶이슈 읽기 지난달, SK C&C 데이터센터의 지하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 서버 약 3만2천 대의 가동이 중단됐어. 이 사고는 메신저 불통, 송금·결제 불능, 택시 호출 중단, 각종 로그인 오류로 이어져,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지. 카카오의 안일한 재난 대비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플랫폼 기업을 방치한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어.

▶한걸음 더! 플랫폼 기업의 개념부터 이해해야 해. 구글 아마존 메타 카카오 네이버 등 국

내외 대표 플랫폼 기업의 특징을 살펴 너만의 언어로 정의해보자.

또 플랫폼 기업은 경제, 과학·기술, 사회·문화, 법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되니, 전공에 따라 ‘기업의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 논란’ ‘빅데이터의 명암’ ‘기업 규제에 대한 찬반’ ‘대기업의 골목시장 진출 논란’ ‘소비자 편익 VS 소상공인 권익’ 등의 관련 이슈가 출제될 수 있어. 관심 분야 이슈를 미리 살펴 정리해두거나, 탐구 활동 주제로 삼아 파고들면 나중에 유용하지 않을까?

시사

EDUCATION

#시사 #핫_토픽 #이슈 #장애인_이동권

핫 토픽

‘쫌’ 아는 10대 20

장애인 이동권

출근 길 막아선 장애인들의 절규

“이동의 자유는 인권이다!”

지난 12월 20일 월요일 출근길 아침, 서울 지하철 5호선이 멈췄다. 장애인 단체의 시위 탓에 원활한 배차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하철 안내방송이 나오자 시민들은 분노했다. ‘시간 맞춰 출근해야 하는 우리도 약자다!’ ‘국회 앞에서 해라, 왜 힘없는 시민들을 볼모로 하나’ ‘내가 늦은 건 어떻게 보상해줄 거냐?’ 등 해당 사건을 다룬 기사의 댓글은 부정적 의견으로 가득했다. 장애인들의 출근길 시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하철역 시위는 지난 한 해에만 8번 진행됐다.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개 싸늘하다. 공공질서에 해로운 행위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되묻는다. ‘공공의 의미와 기준이 뭔가, 우리에겐 이 도시를 누릴 권리는 없는가?’ 20년째 여전히 진행 중인 ‘장애인 이동권 쟁취 투쟁사’를 담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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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20년째 제자리’… 출근길 시위에 5호선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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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혜화역 리프트에서 추락했던 장애인, 그의 싸움은 계속된다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_ 편집자

STEP 1 이슈 맛보기

#지하철_승강기_타본_사람_왼손! #저상버스_맘에_들면_오른손! #편하지? #장애인들이_투쟁한_결과물이다#몰랐으면_두_손_든_김에_반성해!

‘12월 20일 무상이가 지각하던 날’방

무상이

내일아, 크… 클났어! 나 아무래도 제때 도착 못할 거 같아! 담임쌤 화내심 어쩌지?

내일이

혹시 5호선 탄 거야? 걱정 마, 아직 많이들 못 왔어. 아무래도 열차 지연 시간이 길어질 거 같으니까 내려서 광화문행 버스 타는 게 빠를 거야. 세종문화회관까진 찾아올 줄 알지? 공연 시간만 맞추면 지각 처리 안 한다고 쌤이 말씀하셨으니 안심해.

무상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왜 하필 장애인 분들은 우리 간만에 체험학습 하는 날 시위를 하고 그러시냐고~ 본인들 이동권은 보장해달라고 하면서 내 이동권은, 우스워? 나 지각하면 책임져줄 거야?

내일이

워워~ 친구, 진정하시고~ 어디까지 왔냐?

무상이

이제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탔다. 지하철역 출구 계단이 무섭게 많아서 저걸 어떻게 걷나 했는데 다행히 옆에 얘가 있었네.

내일이

무상아, 그 엘리베이터 장애인 분들이 목숨 걸고 투쟁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야. 짜증이 급 감사함으로 바뀌지 않냐? 놀란 너의 비명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ㅋㅋㅋ 어서 와라 친구야~ 네가 좋아하는 저상버스에 담긴 이야기도 들려줄 테니까!

STEP 2 이슈 꼼꼼 분석하기

200년 전에는 ‘장애인’이 없었다!?

이 무슨 조선 시대 심청이 아빠 심봉사가 놀라서 눈뜰 소리냐고? 진정하고 설명을 들어봐.

고고학자나 인류학자마다 추정 연도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가 출현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만 년 전이라고 해. 그때부터

대략 200년 전까지, 그러니까 199만9천800년 동안은 인간 사회에 정말로 ‘장애인’이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어. 물론 어느 시기, 어느 곳에서나 팔다리가 불편한 사람,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다른 이들보다 발달이 더딘 사람 등은 늘 존재했지. 그럼에도 인류는 사람의 범주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누지

않았다는 의미야. 장애인이란 말 자체가 없는데 어떻게 누군가를 장애인으로 칭하고 구분할 수 있었겠니.

그렇다면 왜 존재하지 않았던 장애인이란 범주가 급 만들어졌을까? 전문가들은 ‘근대 자본주의 체제로의 이행’을 그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어. 즉 산업혁명 이후 ‘노동을 할 수 있는 효율성’을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했다는 거지. 그러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소위 ‘정상적인’ 신체를 지녔다고 간주되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사회가 설계되고 구축되고 굴러가게 됐다는 거야.

그럼 당연히 권력은 어디로 쏠린다? 말해 뭐 해~ 다수를 차지하는 비장애인이겠지!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1도 없는데 권력은 무슨 권력이냐며 화를 내는 네 심정, 이해해. 또 뭘 잘못해서 핸드폰은 압수당한 거니? 쯧쯧~ 그럼에도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몸에 손상이라 간주될 만한 이상이 없다면 넌 비장애인이자 권력을 지닌 사람이고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넘을 수 없었던 ‘10cm 장벽’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순석 아찌는 5살 때 앓은 소아마비의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했어. 이 씩씩한 아찌에게 그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뛰어난 손재주와 타고난 성실함이라는 무기를 지녔거든. 덕분에 19살에 서

죽음으로 보도턱을 없애달라고 외친 김순석. 출처 장애인재활협회

울로 올라와 금은세공 기술을 익히며 실력을 인정받아 작은 공장의 공장장까지 맡게 됐지.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까지 일구자 그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어. 1980년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진. 두 다리에 철심이 박히고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된 그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남은 생을 살아가야만 했어. 두 손과 뛰어난 세공 기술은 그대로였지만 거래처에선 ‘사지 멀쩡하지 않은 사람의 제품’이라며 가격을 마구 깎았고 거래 대금을 떼먹기도 했지. 하지만 그보다 더 괴로웠던 건 ‘보도블록의 10cm 턱’이었어. 시장에 나갈 때마다 그놈의(앗, 쏴리) 턱을 만나야 했고 주위에 애타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지. 인도에 오르지 못해 차도를 따라 낑낑거리며 이동하던 어느날, 경찰은 도로교통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아찌를 끌고가 유치장에 가뒀어. 커다란 절망은 아찌를 심연의 바다로 빠뜨렸고 1984년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5살 아들을 남긴 채 34살의 나이로 목숨을 끊었지.

“시장님,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힌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잡고 돌아서야 합니까.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 왜 저희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지나는 행인의 허리를 붙잡고 도움을 호소해야만 합니까. 택시를 잡으려고 온종일을 발버둥치다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까짓 신경질과 욕설이야 차라리 살아보려는 저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져보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는 저의 마지막 발버둥조차 꺾어놓았습니다.”

_ 김순석 유서 중 일부 발췌

보통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안 되는 10cm 보도턱은 누군가에겐 목숨을 끊을 정도로 암담하게 높은 장벽이었던 거야. 그의 죽음으로부터 13년 뒤, 계속된 장애인들의 노력으로 결국 보도턱을 없앤다는 법령이 세워졌어. 현재 서울을 포함한 전 지역의 인도를 휠체어나 유모차, 자전거, 캐리어까지 불편함 없이 진입·이용할 수 있게 된 데는 이런 역사가 담겨 있단다.

STEP 3 생각 그릇 키우기

지하철역 승강기 설치와 저상버스 도입에 대해

1999년, 서울 혜화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어. 같은 해 천호역에서도 리프트가 추락 직전까지 가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졌지. 그러다 2001년 개통된 지 6개월도 안 된 경기도 안산의 오이도역에서 동일한 사고로 장애인 한 분이 목숨을 잃었지. 이 사건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장애인들의 분노를 폭발시킨 기폭제가 됐어.

장애인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서울시와 정부를 향해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지만 수 개월째 돌아오는 건 ‘검토하겠다’는 답변뿐이었어. 2002년 서울 발산역에서 또 같은 사고로 장애인 한 분이 유명을 달리하자 장애인들은 투쟁을 결심했지. 자신들의 이동권이 얼마나 무시되고 있는지 증명해보이기로 한 거야.

휠체어 장애인들의 ‘지하철 타기’ 행사가 시작됐어. 그리고 지하철은 제때 움직이지 못했지. 그들이 한 일은 지하철을 탄 것뿐이었지만 장애인의 이동권을 고려하지 않은

교통수단은 그들이 승차를 결심한 순간 멈춰버린 거야. 곧이어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 행사가 진행됐고 도로 위 버스는 출발하지 못했어. (지금의 저상버스를 생각하면 곤란해. 그건 장애인들의 목숨 건 투쟁의 결과물이니까.)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변화가 없자 장애인들은 39일 간 단식투쟁을 벌였고 결국 지하철 승강기와 저상버스 도입을 약속받게 됐단다.

우리는 모두를 위한 싸움을 한다!

2004년까지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던 약속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어. 그사이 2017년에는 서울 신길역에서 또다시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고가 일어나 또 한 분의 목숨을 앗아갔지. 2021년까지 저상버스 비율을 42%로 높이겠다고 했지만 겨우 27.8%…. 지금껏 계획대로 역사에 승강기가 설치되고 저상버스가 도입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어. (부끄럽다

부끄러워~ 약속은 지키라고 하는 거 아닙니꽈?)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 이동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인간의 기본권인지 절실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어. 그런데 곰곰 생각해봐. 이 땅의 수많은 장애인들은 삶 자체가 늘 코로나 시국이었던 거야. 한 장애인은 출근길 지하철역 시위 도중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에게 “잠깐의 불편과 지연이 그렇게 화가 나십니까? 저는 30살이 돼서야 첫 외출을 했습니다”라고 울먹이며 말했어. 그러면서 장애인 이동권을 ‘시혜와 동정의 문제’로 보지 말고 ‘이 땅의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봐주길 요구했지.

한 사람이 태어나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영역에서 균등한 기회와 참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해. 어떤 신체조건을 가졌든지 말야. 이를 실행하려면 기본적으로 이동이 자유로워야만 하고. 때문에 사람을 일컬어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결국 장애인들의 투쟁은 ‘함께 살자’는 간절한 호소인 거야.

장애인들이 수많은 시간 욕을 먹어가며 쟁취해낸 지하철역 승강기와 저상버스는 장애인을 비롯해 교통약자로 분류되는 어르신들과 임산부, 어린이,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안겨줬어. (그래, 걷기 싫어하는 너에게도.) 즉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일반 시민들은 그보다 훨씬 더 편리한 이동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거지. 너도 엄마, 아빠가 될 수도 있고, 언젠간 늙을 거잖니. 훗날 모든 지하철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로 바뀌고 나면 우리 모두는 깨닫게 되겠지. 오늘의 장애인의 투쟁은 결국 모두를 위한 처절한 싸움이었다는 걸. 우리 주변에 장애인들이 잘 보이지 않는 건 그들이 외출을 싫어해서가 아님을,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가 아님을 꼭 기억하길 바라.

한 사회가 얼마나 선진화됐는지는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지? 누구나 이동에 제약받지 않고 자유를 누리는 사회와 몸이 불편하면 외출이 금지되는 사회, 넌 어디서 살고 싶니?

EDUCATION #시사 #핫_토픽 #이슈 #BTS #병역특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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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 ‘BTS 병역특례’, 찬성 59%·반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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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도 병역특례 받을까… 대중문화인 대체복무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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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 아는 10대 27

BTS 병역특례

전 세계 이목 집중 BTS

병역특례 당연 VS 예외는 불가

‘넘사벽’ 월드스타 BTS(방탄소년단)에 대한 병역특례 논의가 다시 수면으로 올랐다. 미국 그래미어워드를 제외한 세계 주요 음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고 2018년엔 한국 문화와 한글 확산 공로를 인정받아 화관문화훈장을 받았음에도 BTS에게는 예술과 체육 분야 특기자에게 적용되는 ‘국위 선양 공로’가 합리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

또 역대급 경제 파급력을 지닌 아티스트에게 병역의 의무는 국가적인 손해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BTS가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남자라면 예외 없이 짊어져야 할 병역 의무는 지키는 게 옳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국내를 넘어 국제적 핫 이슈로 떠오른 BTS의 병역 문제에 대해 짚어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STEP 1 이슈 맛보기

#Naht_das_Ende_von_BTS? #BTS의_끝이_가까이_왔는가? #독일어다_영어_아님_좌절_금지 #이하_언어는_(힘들어서)_생략한다! #BTS_병역_문제는_글로벌_핵_감자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_ 편집자

이슈 꼼꼼 분석하기 STEP 2

전 세계를 보랏빛으로 물들인 BTS!

지난 4일, BTS의 그래미 수상 불발 소식에 말도 안 된다고 소리 지른 사람 손! 아니, 빌보드 핫 100에서 무려 10주간이나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웠는데 왜 상 안 주니?! 게다가 요것만 받으면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를 포함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을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는데 말이지. (빌보드 차트 역사상 지금까지 핫 100에서 8주 연속 1위에 등극한 건 BTS의 <버터>를 제외하고 총 7곡뿐이라나.) 상이야 주는 사람 마음이고, 안 받아도 BTS는 이미 기네스가 공인한 세계 기록을 23개나 보유해 ‘명예의 전당’ 에 올랐으니 이미 그 위력은 증명하고도

남았지만… 서운하다 그래미!

BTS, 그러니까 방탄소년단은 2013년 6월 13일 7인조 보이 그룹으로 데뷔했어. 그리고 같은 해, 국내외 신인상을 휩쓸더니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최정상 보이 그룹으로 성장했지.

전 세계적으로 BTS 열풍을 일으키며 ‘K팝 슈퍼스타’ ‘21세기 비틀즈’로 불리더니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 차트, 일본 오리콘을 비롯해 아이튠즈,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세계 유수의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고, 음반 판매량과 뮤직비디오 조회수, SNS 지수 등에서도 독보적인 기록을 써내려갔어. (기네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유야.)

또 BTS는 한 주에 빌보드 핫 100과 빌보드 200차트 정상을 최초로 동시 정복했고,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뭐 죄다 최초네.) 단독 무대를 펼쳐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그래미 어워드까지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무대에서 공연하는 대기록을 세웠단다.

제63·64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2년 연속 베스트 팝그룹 부문 후보에도 올랐어. 그동안 ‘K팝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하던 북미 남미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전역을 (BTS의 상징색인)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지.

지난해 11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10년간 BTS가 우리나라에 가져다준 경제 효과가 56조 원에 달했다고 해. 한데 이건 작년 조사 통계잖아. 이 또한 매번 갱신되는데, 빌보드 핫 100에서 한 번만 1위를 차지해도 1조7천억 원, 온라인 공연 1회 수익이 600억 원에, 국내에서 콘서트를 열경우 해외 팬만 최소 18만 명이 내방한다니, 진정 걸어다니는 대기업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지. 이러니 전 세계가 BTS 병역 문제에 귀를 ‘쫑긋’ 할 수밖에.

대중문화예술인 제외된 병역특례

데뷔 후부터 지금까지 BTS는 숨가쁘게 달려왔어.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의무를 맞닥뜨렸지.

BTS 병역 문제의 핵심은 1983년 병역법으로 규정된 ‘체육인, 문화예술인 군대 병역특례’야. 86 아시안게임과

클래식으로 대표되는 순수예술은 콩쿠르나 대회 우승 시 병역을 면제해주는 반면 대중문화예술인은 국위 선양에 현저한 공이 있어도 30세까지만 연기가 가능하다.

출처 MBC 뉴스 캡처

88 서울올림픽을 위해 마련된 이 법은 체육인과 문화예술인에 대해 ‘국가 이익과 국위 선양’을 명분으로 병역 특례,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했지. 이로써 각종 국제대회에서 수상한 체육 특기자들은 물론이고 국제 예술 경연대회 2위 이상, 국내 예술 경연대회 1위 입상을 한 예술 특기자들도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됐단다.

하지만 이 법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며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시행령이 개정되곤 했어. 예를 들어 2002년에는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선수를 포함시켰고, 2006년에는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4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선수를 포함시켰다가 2007년에는 월드컵과 세계야구선수권대회가 모두 병역특례 대상에서 제외되는 식으로 말야. 다시 말해 어떤 객관적 틀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상황과 국민적 여론에 좌지우지되면서 바뀌어온거지.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악기·지휘·성악·무용 등의 클래식과 국악, 즉 ‘순수예술’ 콩쿠르나 대회 우승 시 병역을 면제해준단다. 대중문화예술인은 국위 선양에 현저한 공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문화 훈·포장을 받으면) 입대를 30살까지 연기할 수 있어. 2018년에 최연소로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한 BTS가 입영 연기를 신청해 처음으로 해당 제도의 혜택을 받았지.

STEP 3 생각 그릇 키우기

병역특례의 핵심 키워드, ‘국위 선양’

현 병역법에 따르면 BTS 멤버들은 병역특례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하지만 체육인과 문화예술인 병역특례의 핵심 키워드는 앞서 말했듯 ‘국가 이익과 국위 선양’이야. BTS의 병역특례 찬성을 주장하는 측이 내놓는 당위성도 바로 이 기준에 의거하고 있고.

BTS의 경우 단순히 외화를 벌어들이는 차원을 떠나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건 지나가는 댕댕이도 인정하는 사실이지. (건국 이래 가장 빨리, 가장 널리 대한민국의 존재를 세계 곳곳에 알린 문화대사로 평가받고 있어.) 어떤 정치인이나 외교관도 이 정도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적이 없다는 게 중론이고. 억만금의 세금을 들여 대한민국을 광고하고 이벤트를 벌이기보다 BTS가 전 세계 곳곳을 싸~악 한 번 방문하는 게 더 효과적이란 거지.

실제로 지구 반대편의 적잖은 청년들이 BTS의 모국어를 배우겠다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성지순례처럼 국내에 여행을 오기도 해. 세계 곳곳의 공연장에서 마법처럼 펼쳐지는 ‘우리말 떼창’이 바로 그 ‘자기 주도 학습’의 증거 아니겠니. 지난 5~7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4%가 국위 선양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로 BTS를 꼽고, 59%가 BTS의 병역특례를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해.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로선 ‘탄이들’의 입대를 막긴 어려워. 법을 바꾸거나, 최소한 대통령이나 총리 훈령이라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거든. 게다가 반대 의견 또한 만만찮은 실정이라 더욱 쉽지 않은 문제고.

여전히 계류 중인 ‘BTS 병역특례법’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병역특례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33%는

‘특례 대상에 포함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어. 국회 또한 지난해 11월 이른바 ‘BTS 병역특례법’을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해놓고도 현재까지 여야 할 것 없이 딱히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야.

결론을 쉽게 낼 수 없는 건 ‘병역 의무’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그 어떤 사안보다 예민하기 때문이야. 금수저, 흙수저 등 ‘태생적인 차등적 삶’이 만들어내는 상대적 박탈감은 최소한 병역의 의무라도 공평하길 바라는 마음을 증폭시켰지. 대표적으로 가수 싸이의 경우 군문제 논란으로 재입대까지 했고, 미국 국적 취득으로 병역 기피를 꾀했던 스티브 유는 20년째 입국을 거부당해 자꾸 울잖니. 게다가 새로운 기준을 정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해. 하나의 선례를 열어주는 일은 향후 연예인들에게 병역 혜택의 물꼬를 터주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이것은 훗날 더 큰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도 있으니 말야.

하지만 BTS처럼 충분한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 유연성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시대에 역행하는 일일 거야. 완전 면제가 어렵다면 BTS가 가진 능력과 위상에 맞는 역할을 부여해 군 복무를 대체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테고.

병역의 의무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똑같이 짊어져야 하는 게 맞겠지만 모두가 똑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국력 증강과 동일어는 아닐 거야. 어쩌면 이젠 장병 개개인의 다양한 능력을 최대치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군 시스템의 변화를 꾀해야 할 때인지도 몰라. 그나저나 법 개정이 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진이 입대해야 한다는데, 전 세계 ‘아미’가 아미(군대)로 인해 울지 않도록 조속히 결론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

EDUCATION #시사 #핫_토픽 #이슈 #기본소득

핫 토픽

‘쫌’ 아는 10대 34

기본소득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평(?)하게 ‘라이징 스타’ 기본소득

기본소득이란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재산이 많든 적든, 연령과 무관하게 개인 모두에게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한다는 의미다.

이 꿈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기대와 함께 ‘과연 배가 불러도(?) 사람들이 일을 할까’라며 우려를 표한다. 세계 곳곳에선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효과 검증을 위해 실험을 시작한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경기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이라는 ‘부분적 기본소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대표주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MS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까지 ‘격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해 알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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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온라인 비중 확대로 일자리 줄어…

기본소득 도입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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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기본소득 700만 원 줬더니 ‘천천히 가는 여유 생겼다’

STEP 1 이슈 맛보기

#경기도_청년_기본소득 #경기_거주_만_24세_청년_연_최대_100만_원_준다_함 #24×2로_살아서_못_받음 #아~웃고_있어도_눈물이_난다 #받으면_알차게_쓸_자신_있는데!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_ 편집자

STEP 2 이슈 꼼꼼 분석하기

21세기 최대 화두 ‘기본소득’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첫 TV 토론에서 단연 돋보인 이슈는 이재명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폐기했다 다시 끄집어낸 ‘기본소득’이었어. 실현 불가능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의견과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

기본소득은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이라는 세 가지 특징이 있어. 전 국민 누구나, 무조건, (미성년자라고 엄마 아빠한테 가는 게 아닌) 나에게 직접 지급된다는 점이야. 어떤 조건도 따지지 않고 용돈(?)을 주는 그런 아름다운 일이 정말 가능한 거냐고? 이미 시행한 곳도 있는걸. 이삿짐 싸기 전에 잘 생각해. 거기 좀 추워.

미국령인 알래스카는 1982년부터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모든 주민에게 연간 1천~2천 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어.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대략 130만~260만 원 정도 되겠다. 이게 1인당 금액이니까 4인 가족이면 최대 약 1천만 원까지… 어디 가~ 끝까지 듣고 떠나!

알래스카가 이렇듯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었던 건 석유란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닌 ‘공유 자원’이라고 주민들이 합의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석유 수입금을 기금으로 적립하고 그 운용 수익을 모두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줄 수 있었지. 처음 이 계획을 세울 때 주지사였던 제이 해먼드는 알래스카에 거주한 햇수에 비례해서 배당금을 지급하려 했어. 하지만 이 결정에 대해 미국 연방법원은 수정헌법 114조에 의거, ‘평등 보호 조항’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내렸지. 덕분에 주민이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기본소득을 누릴 수 있게 됐단다.

알래스카는 석유라도 있지만 자원이라곤 너랑 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선 실현 불가능한 얘기 아니냐고? 글쎄. 만약 가능성이 1도 없었다면 뭐 한다고 머스크랑 게이츠랑 저커버그는 물론 세계적 자본가 빌 그로스, 도이치텔레콤 대표 티모데우스까지 기본소득의 불가피성을 주장했을까? 자, 그럼 지금부터 기본소득을 좀 더 면말하게 들여다보자고!

기본소득 톺아보기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온 건 지금으로부터 무려 226년 전이야.

18세기 영국의 정치사상가 토모스 페인은 자신의 소논문 <토지 분배의 정의>에서 “원래 미경작 상태의 토지는 ‘인류의 공유 재산’이다. 개인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토지 그 자체가 아니라 그가 토지를 경작하거나 개량한 부분에 대해서만 인정돼야 한다. 토지 소유자는 인류의 공동 재산인 토지를 빌려 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토지 소유자에게서 ‘지대(토지 임대료)’를 걷어 국민 기금을 만들고 이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 주는 게 옳다”고 주장했지.

페인의 주장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국민기금을 가진 자가 없는 자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모두가 누려야 할 ‘자연적 권리’라고 이야기했다는 거야. 국민기금은 국민 모두가 마땅히! 당당하게! (이게 중요해.) 자신의 몫으로 지급받아야 할 배당금이란 뜻이지. 그래도 좀 받기 찜찜하다고? 곰곰이 생각해봐. 토지가 어떻게 개인의 것이 될 수 있지? 우리가 언제 동의했었나? 당최 기억이…. 즉 페인의 논리는 ‘토지는 본래 만인의 공동 재산이었으나 사유 제도 도입으로 많은 사람들이 ‘토지에 대한 자연의 상속권’을 잃어버렸으니 배당금으로 보상받는 건 당연하다’는 거야.

이 밖에도 토머스 스펜스, 샤를 푸리에, 헨리 조지를 비롯한 다수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이 같은 ‘기본소득의 원형’이라 할 만한 주장들을 펼쳤어.

지금 우리 사회, 아니 전 지구적으로 기본소득이 논의

7월 21일 남미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회·노동단체 회원들이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야. 우선 국가 권력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들 수 있어. 신자유주의는 극소수의 특권계층에겐 엄청난 부를 선사했지만 취약계층은 임시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 속에 밀어넣었지. 그덕에 끔찍하리만큼 양극화가 심화됐고.

두 번째는 ‘경제 위기’야. 뉴스나 언론매체를 봐봐. 맨날 위기래. 경제가 살아났다, 좋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아. 이는 실업률을 증가시키는 커다란 원인이야. 마지막으론 ‘자동화와 로봇의 도입’이 있어. 생활 속 많은 것들이 키오스크, 셀프 주유소, 하이패스처럼 더 이상 사람의 노동이 필요치 않게 바뀌고 있잖니. 앞으론 더 많은 직업들이 기계로 대체될 테고.

이제 더 늦기 전에 인류가 일자리를 잃는 ‘노동의 종말’이 오더라도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해. 그 중심에 기본소득이 있음은 두말하면 입 아프고.

STEP 3 생각 그릇 키우기

기본소득 실험, 그 결과는?

이미 세계 곳곳에선 기본소득 실험이 한창이야.

‘거의 완벽한 복지국가’라 불리는 핀란드는 유럽 최초로 2017년부터 2년간 실업급여 수령자 2천 명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 실험을 진행했어. ‘기본소득을 받아도 사람들이 일을 할까’를 테스트한 거야.

2020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기본소득 수령자가 실업급여만 수령한 이들에 비해 연간 6.3일 더 일했고 삶에 대한 만족도는 ‘엄청나게’ 높아졌다고 해. 즉 기본소득을 받으면 사람들이 게을러질 거라는 건 근거 없는 우려와 오해일 뿐이란 거지. 이후 네덜란드와 캐나다, 케냐,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고 핀란드의 보고서와 거의 비슷한 (경제적 안정이 정신 건강으로 이어져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진다는) 결과가 도출됐어.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경기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이라는 기본소득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성남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들에게 분기별로 25만 원씩 총 100만 원의 ‘지역 상품권’을 지급하는 걸 골자로 한단다.

모든 국민에게 주는 것도 아닌데 이게 왜 기본소득이냐고? 사람은 누구나 24세를 통과하고 나이 외에 어떤 조건도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청년배당은 기본소득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

청년배당을 받은 이들 중 95.3%가 ‘실질적 도움이 됐다’고 만족감을 표했어. ‘기본소득은 가끔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삶, 생존을 위해 하루의 절반을 아르바이트에 바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선물했다며 말야.

기본소득의 의의

기본소득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돼 있어. 기본소득은 생계가 힘든 절박한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그렇게 되면 돈을 벌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노동계약이 아닌 의욕을 갖고 임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여유를 얻게 돼. 그렇게 되면 부, 권력의 비대칭으로 인한 갑질 문화도 점점 사라지게 될 거야. 경제적 자립이야말로 평등한 관계의 핵심이니까.

또한 기본소득은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낳아서 양극화를 다소 완화해주지. 어디 이뿐인가? 소비가 진전돼 내수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고. 사실 우린 모두 2020년에 이미 기본소득을 체험해봤잖아. 코로나 재난지원금! 그거 쓰면서 얼마나 행복했니~ (물론 한시적으로 지급된 지원금이지만 기본소득의 본래 취지를 우리 국민들이 직접 경험해봤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봐.)

그래도 필요한 사람한테 좀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가 맞지 않냐고? 무상급식 잘 애용하고 있지?

그 또한 기본소득 중 하나야. 만약 가난한 학생에게만 밥을 주겠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공짜밥’을 먹으려면 가난을 증명해야만 해. 담임 쌤께 가정사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아이가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해봐. 게다가 가난한 학생을 선별하려면 행정 비용이 들어. 한 번 조사한다고 끝이 아냐. 가계 재산 상태는 늘 변할 테니까.

기본소득이 전면 도입되는 길은 순탄치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가 실력과 노력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앞으로의 세대는 어쩌면 더 어려움을 겪어야 할지도 몰라. 기본소득은 청소년들의 꿈을 지탱해주는 ‘안전망’ 같은 존재야. 인간의 모든 활동 가치를 시장의 경제 활동으로 평가하는 세상은 너무 삭막하잖아. 기본소득이 앞으로도 계속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팍 오지?

EDUCATION # 시사 # 핫_토픽 # 이슈 # 낙태권_폐지

핫 토픽

‘쫌’ 아는 10대 32

미국 낙태권 폐지

자기 결정권 VS 생명권

미국발 낙태권 폐지, 지구촌을 흔들다

지난 6월 24일 미국 연방 대법원(미 대법원)은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대법원 판결인 ‘로 대(對) 웨이드’를 49년만에 폐지했다. 이에 따라 미시시피, 텍사스, 아칸소 등 절반 이상의 주가 낙태를 금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 대법원이 극단적이고 위험한 길을 택했다고 비난했다. 세계 각국 정부도 여성들의 삶을 70년대로 후퇴시켰다며 유감을 표했다. 우리나라는 3년 전 헌법재판소(헌재)가 낙태죄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낙태죄 처벌 조항이 효력을 잃었지만 여전히 명확한 기준이 없는 ‘입법 공백’ 상태다. 미국 로 대 웨이드부터 한국 낙태법의 현주소까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낙태권에 대해 담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NEWS

미국 연방 대법원. ‘로 대(對) 웨이드 판결’ 공식 폐지…

헌법상의 낙태권 불인정

NEWS

70년대로 후퇴한 미국 여성들의 삶…

‘800km 원정 수술해야 할 수도’

STEP 1 이슈 맛보기

#올리비아_로드리고 #크리스_에번스 #빌리_아일리시 #테일러_스위프트 #머라이어_캐리의_공통점은? #할리우드_스타? #반은_맞고_반은_땡 #정답은_낙태권_폐지_분노자들!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_ 편집자

STEP 2 이슈 꼼꼼 분석하기

미국이 뒤집어졌어. 미 대법원이 49년 만에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했거든. 이제 각 주는 독자적으로 낙태권 존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어. 보수 성향이 강한 텍사스나 미주리, 루이지애나 등은 환영의 뜻을 밝혔고 진보 성향의 뉴욕과 워싱턴 등은 즉각 반발했지.

이번 판결에 프랑스와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총리는 물론 미국의 내로라하는 스타들도 ‘이게 미?’하며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어. 실례로 그래미 어워드에서 BTS의 뷔와 귓속말 퍼포먼스로 전 세계 아미의 환호성을 자아냈던 팝 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영국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무대에 올라 판결의 주역인 미국 보수 대법관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한 뒤 “증오하는 당신들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라며 수위 높은 욕

이 담긴 곡을 열창했어. 그러곤 “낙태권 폐지로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죽게 될 것”이라며 분노했지. 뿐만아냐. 세계적인 작가 스티븐 킹은 “19세기로 돌아간 미 대법원”이라고 꼬집었고, 유명 밴드 그린데이의 리더 암스트롱은 시민권 포기를 선언했지. 국제기구도 연달아 성명을 발표했어. UNFPA(유엔인구기금)는 낙태의 제한·금지는 임신부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거라 경고했고 WHO(세계보건기구)도 수 많은 여성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 결정이라며 강한 비판을 이어갔지.

낙태권 폐지에 대한 항의와 반발은 당사자인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야. 실상 인류는 낙태권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고 여전히 답을 내지 못하고 있어. ‘낳지 않을 권리’와 ‘생명권 존중’은 옳고 그름이라는 간단한 논리로는 해결 불가능한 복잡한 사안이거든. 답을 내리기 위한 첫걸음은 문제를 바로 보는 걸 거야. 낙태의 역사부터 반세기 만

에 전 세계를 들끓게 한 낙태권 논란을 부른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뭔지 먼저 살펴보자고~

낙태의 역사와 ‘로 대 웨이드’ 판결

기록에 따르면 그리스로마 시대에도 낙태가 성행했어. 이후 중세를 거치면서 철학적·신학적인 논쟁이 일었지만 여전히 금지되진 않았지. 18세기 이전까지도 계속 묵인되던 낙태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여러 나라에서 법으로 금지되기 시작했어.

낙태금지법을 최초로 도입한 나라는 기계 공업, 즉 공장이 가장 먼저 발달했던 영국이야. 1803년에 법을 제정했거든. 당시 영국 자본가들은 좁은 기계 구석구석까지 들어가 일을 할 수 있는 어린 노동자를 선호했어. 아이들은 4살 때부터 말도 안 되는 임금과 안전이라곤 ‘1’도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하루 15시간씩 일해야 했지. 노동자 평균 수명 15세, 더 많은 아이들이 계속해서 태어나야 일손을 메꿀 수 있었겠지. (그러니 생명을

귀히 여겨 법이 만들어졌다고 오해하진 말자~) 뒤이어 프랑스가 1810년에 낙태한 여성은 물론 시술자까지 5~10년의 형을 부과하는 법을 제정했고 미국도 1868년까지 거의 모든 주가 낙태금지법을 시행했어.

시간이 흘러 1969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던 22세 여성 맥코비가 성폭력으로 임신을 하게 된 사건이 발생했어. 하루 벌어 하루, 간신히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가난했던 멕코비는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었지. 당시엔 4개 주만이 합법적으로 낙태

여성이 자기 몸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뺏기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당혹스럽습니다.

_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

‘로 대 웨이드’ 판결 무효화에 따라 낙태권 제한이 예상되는 주.

출처 미국 구트마허연구소, 연합뉴스

를 허용했어. 수술을 받으려면 그곳까지 원정을 가야했지만 아이들을 맡길 곳도 경제적 여유도 없었던 멕코비는 낙태금지에 관한 텍사스주 법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개인 사생활의 권리가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어. 신변 보호를 위해 본명 대신 ‘제인 로’라는 가명을 사용해 진행한 이 소송은 당시 법률집행 검사장이었던 ‘헨리 웨이드’를 상대로 제기됐지. 1973년, 미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된 이 소송에서 대법관들은 7:2로 ‘여성은 임신 후 6개월까지 임신중절을 선택할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며 로(맥코비)의 손을 들어줬어. 이 역사적인 소송은 두 사람의 성을 따 ‘로 대 웨이드’라 불려. 판례 후 미 전역에서 약 6천200만 건의 임신중절 수술이 합법적으로 시행됐단다.

한데 이번에 미 대법원이 ‘15주 이상의 태아에 대한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 법안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함으로써 ‘로 대 웨이드’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 거야. 또 소송을 걸어서 뒤집으면 되지 않냐고? 현재 미대법원은 9명 중 6명이 보수, 3명이 진보적 성향인 판사들로 구성돼 있어. 문제는 한국과 달리 미 대법원 판사는 종신직이라는 거야. 한 번 임명되면 사망하거나 본인이 물러나지 않는 한 그 직위가 끝까지! 보장되거든. 선출되지 않은 권력임에도 영향력은 가히 핵폭탄급이랄까?

STEP 3 생각 그릇 키우기

낙태권 허용 ≠ 낙태율 상승

낙태 문제에 무 자르듯 쉽게 답을 낼 수 없는 이유는 태아가 산모의 몸의 일부라는 특수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야. 낙태권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 “여성의 선택권을 위해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지.

한데 정말 낙태권 허용이 낙태율 상승을 부를까? ‘낙태하기 쉬울수록 낙태를 덜 한다’는 역설이 있어. 실제로 지난 2017년, WHO 협력기구인 미국 구트마허연구소는 낙태가 합법인 국가일수록 낙태율 감소가 뚜렷하다는 보고서를 내놨어. (1967년 거의 모든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한) 영국의 2005년 낙태율은 같은 해 낙태를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한 우리나라보다 약 2배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1952년 이후 낙태권을 제도화한 일본과 1988년 낙태를 전면 허용한 캐나다도 낙태율이 계

속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 낙태율 세계 최저국인 스위스를 포함,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과 호주, 중국도 여성의 출산하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고.

그렇다고 낙태권의 무조건적인 옹호도 곤란해. 현실적 문제 때문에 윤리적 문제를 저버린다면 이 또한 옳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낙태권은 어떤 상황인지 한 번 살펴볼까나?

대한민국 낙태법 ‘3년 입법 공백’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낙태율과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야. 낙태금지법이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음에도 지난 2017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발표에 따르면 연간 110만여 건의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 (신생아 출산은 30만3천100여 명….)

우리나라에서 낙태금지법은 진즉에 폐지되지 않았냐고? 많은 이들이 2019년 낙태금지 관련 법안에 대한 헌재의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낙태 전면 허용’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야. 기존 낙태금지법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여겨 이 같은 판결을 내렸지만, 지금도 우리나라는 낙태가 전면 허용된 국가는 아니란 거지. 즉 특정 상황에 따라 여전히 낙태에 대한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얘기야.

헌재는 2020년 말까지 기존 낙태금지법을 보완한 입법을 국회에 주문했어. 태아 생명권과 여성 선택권을 모두 존중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라는 거였지. 하지만 지금껏 국회는 답을 내놓지 않았어. 입법 공백 상태란 뜻이야. 여야 간 입장 차에다 여성계와 종교계, 의료계도 각기 다른 주장들을 내놓고 있어 국회 입법 과정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해.

하지만 모든 것에 앞서 가장 중요한 건 낙태와 출산의

모든 고민과 책임을 여성만의 몫으로 던져선 안 된다는 거야. 오늘도 아이를 낳아 기를 형편이 못 되는, 사연을 가진 많은 여성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술대에 오르고 있어. 낙태권을 보장하느냐 마느냐에 앞서 경제적인 문제나 사회적 여건 등을 감안해 실질적으로 어떻게 여성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것인지가 먼저 논의돼야만 하는 이유야.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우리 국회도 3년 만에 ‘뜨끔’했다니 이제 어떤 결론을 내릴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보자고!

모든 것에 앞서 가장 먼저 논의돼야 할 건 낙태와 출산의 모든 고민과 책임을 여성만의 몫으로 던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도 아이를 낳아 기를 형편이 못 되는 사연을 가진 많은 여성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EDUCATION #교과서_파먹기 #교과_연계 #생활과_윤리 #사형제

교과서 파먹기 26

<생활과 윤리>

사형제 폐지

범죄인의 생명 박탈하는 ‘사형제’ 역사 뒤안길로 사라질까?

사형제가 12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오른다. 1996년과 2010년, 합헌 결정이 나온 뒤 세 번째다. 우리나라는 1997년 말 이후 25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기에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지만, 형법에는 여전히 사형제가 존재한다. 사형제 존폐는 오랜 기간 첨예한 논쟁거리였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형벌 제도인 동시에 생명에 관한 철학적·윤리적 질문을 던져왔기 때문이다. 사형제를 폐지하는 나라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아예 폐지하자는 여론도 날로 비등해지고 있지만 극악무도한 범죄엔 사형만이 답이라는 목소리 또한 여전히 크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형벌인 만큼 신중하게 논의돼야 하는 사형제,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에 나온 찬반 양측의 팽팽한 논쟁을 콕콕 집어 담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교과서는 학생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도 친해지지 않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교과서의 재미를 알아가고,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과서 파먹기’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나도 모르게 놓쳤거나, 어려워서 지나친 교과 단원을 쉽게 만나고 싶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문의해주세요. _ 편집자

STEP 1 교과서와 친해지기

사형제의 역사

사형은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형벌이야. 사형제를 성문화한 최초의 법전은 기원전 2100년경 고대 수메르의 ‘우르남무 법전’이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유명한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왕이 기원전 1750년에 공포한 법전보다 300년 정도 앞선 것으로 ‘살인죄와 절도죄를 저지른 자는 사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돼 있지. 뿐만 아냐. 구약성서와 코란, 우리나라 고조선의 8조법까지 ‘사람을 죽인 자는 죽음으로서 죄를 갚는다’가 형벌의 기본 원칙이었어.

사형제가 실제로 빈번해진 것은 중세 시대, 즉 국가 권력이 확립되면서부터야. 절대왕권의 확립에 사형만큼 위협적인 제도는 없었을 테니까. 특히 ‘마녀사냥’이 성행해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법으로 공개 처형됐는데 1500~1550년 사이 영국에서만 무려 7만 명이 사형제

로 목숨을 잃었다고 해. 사형제 폐지 논의는 18세기 이후,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 계몽사상의 확산으로 불거졌어. 그러다 근대 형법학의 기초를 마련한 이탈리아 법학자 베카리아가 1764년에 자신의 책 <범죄와 형벌>에서 최초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기에 이르렀지.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교과서에서 베카리아의 이론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으니 꼬~옥 살펴보기!)

계몽사상이 낳은 관용주의 정신은 이후 19세기의 자유주의 정신과 결합해 인도주의 형사사법으로 발전했고 여러 논의 끝에 국제사회는 1961년,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를 출범시켰어. 그리고 100여 년 뒤인 1977년에는 독일을 포함한 16개국이 스톡홀름 선언에 서명하면서 사형제 폐지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됐지. 1998년 UN 인권이사회는 사형제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유럽연합(EU)은 사형제 폐지를 회원국 가입 선결 조건으로 규정했단다. 유럽의회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교과서 3단원 ‘사회와 윤리’ 중 ‘교정적 정의의 의미와 윤리적 쟁점’.

출처 지학사 교과서

의 경우 2003년에 전시 상황에서도 45개 회원국이 사형제를 전면 금지하는 의정서를 발효시켰고. (현재까지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포함 총 55개국이래.)

우리나라의 사형제

고조선부터 조선 시대까지 사형제는 멈추지 않고 행해졌어. 그러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잔혹한(참수형이나 능지처참형 같은) 사형은 중지되고 교수형만 남게 됐지. 우리나라는 25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사형제는 여전히 형법 41조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법정 최고형이야. (형 집행 방법으로는 일반형법에선 교수형을, 군형법에선 총살형을 택하고 있어.) 1948년 정부가 수립된 다음해, 살인범에 대한 첫 사형 집행이 이뤄졌고

1997년까지 총 920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

그러다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재판이 열렸단다.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어.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해. 참고로 1996년엔 7:2, 2010년에는 5:4로 합헌이 우세했지.) 당시 다수의 재판관들은 ‘흉악 범죄 예방 효과’ 와 ‘응보를 통한 정의실현’을 이유로 사형제의 존치를 결정했어. 그러면서 도 사형제 대상 범위를 축소하거나 일부 조항을 폐지할 필요는 있다고 보충 제안했지.

STEP 2 대한민국 사형제의 현주소

세 번째 심판대에 오른 사형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0년 두 번째 합헌 결정을 한 지 12년 만에 사형제의 위헌성을 다시 따져보기로 했어.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부천 부모 살해 사건’의 주범으로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A씨야. 검찰의 사형 구형에 반발해 ‘사형제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2019년 2월 헌법소원을 냈지.

이번 심리의 주요 쟁점은 사형제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위반되는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야. 또한 심리 대상은 헌법 제110조 4항으로 ‘비상계엄 때 군사재판은 단심으로 할 수 있으나, 사형을 선고한 경우는 그러하지 않는다’는 내용인데 헌법에서 유일하게 ‘사형’이란 단어를 언급한 조항이야. 이 단어만으로 헌법

이 사형제를 인정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논란의 쟁점이고. 왜냐고? 사형제 합헌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해당 단어를 꼽으며 ‘우리 헌법이 사형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반대쪽에서는 사형이 ‘살짝’ 언급됐다는 이유만으로 합헌성을 주장하는 건 너무 멀리 나간 이야기라고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지. 공공의 이익을 이유로 인간의 천부적 권리인 생명권을 국가가 앗을 수 있는지도 여전한 쟁점이야. 사형으로 얻는 공익과 예방효과가 막연한 만큼 정당화될 수

1948년 정부 수립 후 1997년까지 우리나라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는 모두 920명이다. 이 중 27%가 유신 시대와 군사 독재 시절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적 사유로 행해졌다.

없다는 주장과 불가피한 경우 허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거든.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이례적으로 법경제학 전공 교수를 참고인으로 지정해 사형제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결정의 근거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어.

정권 교체 후 달라진 반응

국가를 상대로 사형제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으니 정부의 입장도 들어봐야겠지? 법무부는 2020년 사형집행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제75차 UN 총회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일시유예)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져 사형제 폐지에 대한 국제사회 논의에 힘을 보탰어. (전 세계 국가 중 70%가 넘는 141개국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제를 폐지한 상태거든.) 그러나 정권 교제 후 입장이 바뀌었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도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형제 존치가 그 나라의 후진성이나 야만성을 나타내는게 아니라는 단적인 예다” “다수의 국가들(84개국)이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긴 변론요지서를 대리인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어. 그러면서 유럽에서 사형제가 사라진건 사형제 폐지를 가입 조건으로 내건 EU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지. 다시 말해 유럽 국가들이 사형제 폐지를 옹호한 건 EU 가입에 따른 경제 발전 등의 국익을 고려해서지 국민 인식 변화 때문이 아니란 거야.

또한 법무부는 2021년 국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7.3%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국민적 바람,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를 소박한 법 감정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고 주장에 힘을 보탰어. 그리고 사형제의 대체 형벌로 거론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 사형은 야만적 복수가 아닌 정의의 실현이고, 다른 형벌이 사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는 흉악 범죄의 예방 필요성을 간과한 주장이라며 말야.

STEP 3 사형제 폐지, 쟁점 톺아보기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

실상 사형제 폐지는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가 말해주듯) 일반인의 법 감정과 잘 맞지 않는 게 사실이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이 나타날 때마다 불안한 시민들은 스스로를 잠재적 피해자로 상정하고 살인자를 사회에서 영원히 제거하는 형벌에 찬성하곤 하지. 우리보다 먼저 사형제를 폐지한 여러 나라에서도 정부 입장과는 달리 시민들 사이에선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도 이 때문이고.

이를 방증하듯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필리핀 등은 강력범죄가 증가하자 사형제를 부활시켰고 이란은 지난 한 해 동안만 314명을 교수형에 처해 최다사형 집행국으로 명성을 떨쳤어. 사우디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잔인한 참수형을 고집하고 있고.

인간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표방한 20세기 문명국가들은 개인이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인간 존엄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어. 즉 생명은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므로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란 거야. 범죄자도 인간이며 시민이니 사형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살인일 뿐이란 거지. 게다가 한 번 박탈된 생명은 되돌릴 수가 없잖니. 한데 만약 국가의 판단 실수로 생명을 빼앗았다면? 에이~ 그런 일이 설마 일어나겠냐고? 과거 절대왕정 시대는 물론 현 독재국가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걸~ 우리나라 또한 과거 유신 시대부터 군사 독재 시절까지 사형제는 권력자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정치적으로 악용되곤 했어. 지금껏 행해진 사형 집행 중 27%를 차지할 만큼. 사형제가 존속하는 한, 이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또한 사형과 범죄 억지력의 상관관계는 지금껏 밝혀진 게 없어. 사형제를 집행하는 그 어떤 나라도 흉악 범죄를 뿌리 뽑지 못했고 또 못하고 있거든. 미국의 경우 사형제를 유지하는 주의 강력범죄율이 폐지한 주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 자, 이제 반대 측의 의견도 들어볼까?

정의의 이름으로~ 사형제는 필요하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좋든 싫든) 공동체에 속하게 되는 사회적 동물이야. 그 안에서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안전한 삶을 누리기 위해 법이라는 준칙을 마련했지. 하지만 만일 누군가 반인륜적인 죄를 저질러 시회를 어지럽혔다면, 또 사회적 격리 같은 일반적인 형벌로는 도저히 다스릴 수 없는 악행을 일삼는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사형제 옹호론 측은 강력범죄의 발생 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고 범죄자들을 일벌백계하는 차원에서라도 법적 최고형인

사형은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해. 사형제가 있는데 집행하지 않는 것과 아예 없는 건 다른 문제란 거지. 흉악범이라도 범죄를 저지르기 전 이 행위가 자신의 목숨을 걸 일인지 한 번 더 고민해볼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거야. 종신형을 선고해 범죄자를 사회와 완전히 격리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가석방을 전제로 한 종신형은 사형제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야. 흉악범이 사회에 나와 재차 범죄를 저지르는 걸 우린 심심치 않게 봐왔으니까. 사회 구성원들의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란 거지.

‘생명의 존엄성’을 언급한다면 사형제는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이 마땅해. 하지만 악랄한 범죄자에 의해 사랑하는 가족을 영원히 볼 수 없게 된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섣불리 이야기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야. 자, 그럼 이번에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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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파먹기 25

<정치와 법>

미국 총기 규제

매일 110명씩 죽어가는 미국,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건(Gun)?!

미국에서 대형 총기 참사는 조금도 낯설지 않다.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3분의 1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희생자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 회사에서 일하다가, 생필품을 사러 슈퍼마켓에 갔다가, 교회에서 예배를 보다가 테러를 당했다. 참변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늘 그때뿐이었다. 그랬던 미국이 30년 만에 강력한 총기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같은 시기, 미국 연방대법원은 ‘개인의 자기방어권’을 이유로 공공장소에서의 개인 총기 휴대를 허용했다. 총기 규제는 기본권 침해라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고등학교 <정치와 법>을 통해 국가에 의한 개인 기본권 제한의 요건과 한계를 살펴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교과서는 학생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도 친해지지 않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교과서의 재미를 알아가고,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과서 파먹기’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나도 모르게 놓쳤거나, 어려워서 지나친 교과 단원을 쉽게 만나고 싶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문의해주세요. _ 편집자

STEP 1 교과서와 친해지기

미국의 반복되는 총기 테러

지난 5월 24일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으로 어린 학생 19명을 포함해 21명이 목숨을 잃었어. 범인은 교실에 침입해 ‘굿 나잇’이라는 인사말을 남긴 뒤 그 작고 어린 생명들에게 총구를 겨눴지. 그로부터 나흘 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앨라배마의 한 교회에서 또다시 3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총격 사건이 일어났어.

미국에서 총기에 의한 무차별적 테러는 어제오늘 일이 아냐. 잊을 만하면 사건이 터지고 잊을 만하면 또 터지고…. 그럴 때마다 미 전역은 충격에 ‘잠시’ 절규해. 그러곤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잠깐’ 총기 규제를 부르짖지. 하지만 근본적 변화 없이 결국엔 없던 일이 돼버리는 패턴이 매번,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어. CNN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1년 한 해 동안 총기 테러로

희생된 17살 이하 아동청소년은 1천560명으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코로나바이러스로 숨진 동일 연령대 아동청소년보다 무려 490명이 많아.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화재 대피 훈련을 하듯 미국은 총격 사건에 대비해 책상 밑으로 숨는 연습을 하고 있다나? 하…. 개인이 소지한 총기를 싸~악 국가가 거둬가고 앞으로도 총기 판매·구매를 법으로 금지시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폭력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텐데, 미국은 법도 없냐고? 하지만 지금까지 총기 규제가 허용되지 않은 게 바로 법 때문인 걸. 고구마 100개 먹은 듯한 네 기분 이해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기본권’이라고 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지. <정치와 법>에 나

고등학교 <정치와 법> 교과서 1단원 ‘민주주의와 헌법’ 중 ‘기본권의 제한과 한계’.

출처 지학사 교과서

온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살펴보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 추구권·평등권·자유권·참정권·청구권·사회권 등이 있고. 한데 헌법에는 국민의 기본권은 국가가 안녕할 때 보장될 수 있으므로 국가 안보나 질서, 공공복리의 실현을 위해선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도 명시돼 있어. (이게 악용되면 어쩌냐고? 우린 이미 겪어봤는걸. 과거 유신정권과 군부독재 시대에 말야. 무소불위의 공권력이 개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처절하게 경험했지.)

국가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반드시 헌법이 명시한 ‘과잉 금지의 원칙’을 지켜야만 해. 목적이 정당하고, 방법이 적정해야 하며, 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 피해와 공익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

야. 또한 아무리 기본권을 제한해야 하더라도 결코 국민의 자유와 본질적인 내용까지 침해해선 안 돼.

그렇다면 미국의 총기 규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난 23일 미국 의회는 30년 만에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가결했어. 역사적 순간이라며 기뻐한 것도 잠시, 같은 날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가 안보와 질서를 위해 공공장소에서 총기 휴대를 제한한 뉴욕주(州)의 주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지. 1913년 제정된 뉴욕주의 주법이 일상적 정당방위 필요가 있는 개인의 무기 소지 권리, 즉 기본권을 침해했으므로 위헌이라나? 이 욕 나오는 상황을 이해하려면 우선 미국만의 특별한 총기 역사를 살펴봐야만 해.

STEP 2 미국의 총기 역사

총으로 지켜낸 생명과 자유

미국은 25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지닌 나라야. 나라가 세워진 과정도 좀 특별하지. 미국은 ‘총기의 나라’이기도 해. 인구수가 약 3억2천600만인데 민간인 보유 총기 수가 3억 정 이상이라니 이건 뭐, 1인 1정꼴이네! (살벌하구먼~ 우린 1인 1닭밖에 모르는데.) 미국에서 총기 소지를 아예 금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1791년 비준된, (미국판 권리장전으로 불리는) 수정헌법 제2조에 총기(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기)를 소유할 권리가 명시돼 있거든. 지금부터 이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줄게.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이들은 고구려 주몽처럼 건국의 꿈을 안고 떠나온 게 아냐. 종교의 자유를 위해, 새로운 기회를 잡아보고자, 죄를 짓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등 다양한 이유로 이주를 감행한 사람들이지.

국가가 성립되기 전이다 보니 이주민들은 자신과 가족을 스스로 지켜야만 했어. 야생동물로부터, 원주민들로부터, 또 다른 이주민들로부터 말야. 그들이 선택한 건 총이었어. 그리고 지역 치안 유지와 외부 침략 대처를 위해 민병대를 조직했지. 즉 초창기 미국은 국가 상비군이 아닌 민병대가 국방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었던 거야. 게다가 영국은 식민지 건설 단계부터 미국을 착취와 약탈 대상으로 여겼어. 그러니 초기 이주민들에게 상비군의 이미지가 어땠겠니? 세금을 핑계로 약탈을 자행하는 ‘느아쁜X’들일 뿐이었지. 공권력 불신이 이때 싹텄다고나 할까.

1765년 영국 의회는 설탕세법, 인지세법, 차세법을 통과시키며 미국의 경제를 더욱 옥죄려 했어. 영국이 독단으로 마구잡이식 세금을 징수하자 식민지인들은 강하게 반발했지. 영국은 본격화하는 식민지의 독립 움

직임을 꺾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어. 왜? 개개인 모두 총기를 소유했으니까. 마침내 1774년 4월 19일, 영국군이 보스턴 민병대의 무장을 해제하려는 과정에서 독립전쟁의 첫 총성이 울렸어. 결국 식민지인들은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내기 위해 잡은 총으로 대영제국과 싸워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기에 이른 거야. 그렇게 미국이라는 신흥 강대국이 세워졌고 미국인들에겐 총이 생명과 자유의 보루라는 이미지로 각인됐지.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국가가 세워진 다음에도 미국은 개인 총기 소지를 여전히 허용했어. 국가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자연 상태의 폭력을 규율하는 것이 근대국가의 기본 개념인 만큼, 정부가 들어선 즉시 개인이 소지한 총을 압수하고 화약무기를 국가가 독점했어야 했는데도 말야.

미국 헌법 제정을 주도한 ‘건국의 아버지들’은 새로 성립된 연방정부가 상비군을 두면 각 주의 독립과 민중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할 위험이 있다고 봤어. 이들

은 논의 끝에 주 민병대가 무장할 권리를 헌법에 보장하면 연방정부를 제어할 수 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지.

실상 1789년 제정된 미국 헌법에는 국민 기본권이 담겨 있지 않았어. 기본권은 너무나 당연하니 따로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지.

그러다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최종 10개 조항을 추가한 수정헌법이 제정됐어. 1조는 종교와 언론·출판, 집회 자유권에 대한 보장을, 4조에는 부당한 압수·수색·체포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5 ~8조에는 정당한 법 절차에 따르지 않고서는 생명·자유·재산을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와 민·형사 제반 권리 등 대개의 국가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자유와 권리 10개 항목이 담겼지. 그중 두 번째가 무기 소유권이라니… 말잇못.

STEP 3 쉽지 않은 총기 규제의 길

산 넘어 산

앞서 말했듯 기본권의 경우 다른 헌법상 권리와 상충할 때 일정한 제약을 가할 순 있지만 본질적 내용은 결코 침해할 수 없어. 다시 말해 수정헌법 2조를 폐기하지 않는 한 미국 정부가 어렵사리 30년 만에 총기규제 법안을 마련했어도 지금도, 앞으로도 강력한 총기규제는 불가능하단 말씀이야.

그럼 헌법을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한 번 정해진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미국에서 사용하는 단위 좀 봐봐. 전 세계가 사용하는 센티미터(cm)와 킬로미터(km), 리터(L), 그램(g)대신 여전히 꿋꿋하게! 인치(inch), 야드(yard), 온스(ounce), 파운드(pound)를 쓰고 있잖아. 어디 이뿐인가? 전기도 끝까지 110v를 고집해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다 이상하게 여기는 복잡하고 비합리적인 대통령 선거 제도는 어떻고. 200년 전 제도를 지금까지 안 바꿔! 그러

니 헌법은 말해 뭐 해.

현대 무기의 발전상과 군대의 전문성을 고려할 때 소총으로 무장한 민병대를 기준으로 정한 수정헌법 2조가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 나온 건 실상 오래전 일이야. 설사 민병대의 무장이 압제를 막는다고 쳐도 민병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까지 총을 갖게 하는 건 아니지 않냐는 의견도 진즉 나왔었고. 하지만 이 모든 주장에 미국 대법원은 무기 소유권은 모든 미국인에게 부여된 개인적 권리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어. (네네~ 잘하셨습니다!)

법도 문제지만 총기 규제에 있어 또 하나의 커다란 장애물이 있어. 미국 최대의 이익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 연방 상·하원 의원들이 총기 테러가 발생하면 충격과 분노를 표시하지만 그때뿐인 이유가 바로 이 NRA가 쏟아붓는 정치 후원금 때문이

거든. 후원 액수가 워낙 크다 보니 규제 강화 입법에 적극 나서거나 NRA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들은 거의 없어. 오히려 ‘제가 현직에 있는 동안 총기 규제 걱정은 붙들어 매십쇼!’ 할 정도지. (고구마 500개….)

총은 죄가 없다?

6월 25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공화 양당이 조율해 상·하원을 통과한 총기 규제 강화법에 서명했어. 수십 년 만에 총기 규제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이법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법을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지.

바뀐 법안에 따르면 18세 이상이면 쉽사리 총기를 구매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18~21세는 범죄 유무를 포함한 신원 조회를 받아야만 해. 그리고 21세 미만 총기 구입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당국이 최소 열흘간 검토하게 되지. 또 더 많은 총기 판매업자에게 신원 조회 의무를 부여하고 총기 밀매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위험하다고 판단된 사람의 총기를 일시 압류하

는 ‘레드 플래그(red flag)’ 법을 도입하는 주에 가산점을 준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

그럼에도 총기 테러와 작별을 고하기엔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야. 여전히 미국인 대다수는 총을 자기방어의 수단 겸 자유주의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고 총기 폭력으로 인한 희생자가 많아질수록 총기 구매가 급증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니까.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꼽는 링컨은 ‘법 위에 자비가 있다’고 했어. 법은 국민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존재하는 최소 수단일 뿐이야. 무고한 시민의 죽음을 막거나 줄이지 못하고 방치하는 법은 법으로서 자격미달이지.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최고 수준의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문명국’ 미국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결국 다시 도돌이표를 찍을지 우리 모두 주의 깊게 지켜보자고!

EDUCATION #시사 #핫_토픽 #이슈 #SPC_참사 #중대재해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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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프랑스에서 빵은 불평등을 상징했다. 귀족들은 고운 밀가루와 버터를 듬뿍 넣어 만든 ‘고급진’ 빵인 ‘브리오슈’를, 일반 평민들은 시커멓고 거친 잡곡빵을 먹었다.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은 ‘빵의 평등’을 가져왔다. 신분에 관계없이 질 좋은 빵을 먹을 권리를 부여받았다. 평등의 빵 ‘바게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 10월 15일, SPC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8일 후, SPC 계열 샤니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양 참사 모두 사측의 ‘이윤 지상주의’가 빚어낸 ‘인재’였다. SPC의 대표 브랜드는 ‘파리바게뜨’다. 그러나 그곳에 인권과 평등은 없었다. 노동자들의 마지막 보루인 중대재해처벌법마저 비웃는(?) 이번 참사의 면면을 담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STEP 1 이슈 맛보기

#스마트한_세상 #불매운동_돕는_사이트라니! #SPC_거_왜케_많음? #파리바게뜨_던킨_베스킨_포켓몬빵… #겨울의_꽃_호빵까지! #달콤함_속에_숨겨온_폭력 #알고는_못_먹지 #반성하라_SPC!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_ 편집자

STEP 2 안전 무시+노동권 경시한 SPC

국내 제빵 시장 패왕( )의 횡포

‘제빵계의 삼성’으로 불리는 SPC그룹의 국내 빵 점유율은 무려 83%라고 해. (본인들은 이 수치가 틀렸다며 40%밖에 안 된다고 겸손(?)한 발언을 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 들어가는 빵 중에 SPC 소속이 아닌 걸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니 말 다했지. ‘와우~ 그럼 사원 복지도 빵빵하겠군!’ 하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왕!초!보!

지난달 15일 새벽 6시 20분경, SPC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23세 여성 A씨의 앞치마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어. 성인 남성도 들기 힘든 10~20㎏의 소스통을 혼자 붓다가 무게 중심을 잃은 거야. A씨는 생전에 격무를 호소하며 인력 충원을 요청했다고 해. 저녁 8시

부터 아침 8시까지 1년 넘게 12시간 동안 야간 근무를 하며 온전히 체력으로 버텨야 하는 중노동을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벅찼을 테니까.

하지만 회사는 이 같은 호소를 외면했어. 아니 ‘일관되게 외면했다’가 맞는 표현이겠다. 2017년 노동조합(노조) 설립 후 투쟁 중인 SPC 소속 제빵기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연차와 휴식, 식사 시간 미보장에 가족상을 당하거나 임신을 해도, 몸에 화상을 입어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빵을 만들어야 했다고 해. 2017년부터 올해까지 SPC그룹에서 발생한 재해자는 총 581명으로 2017년 4명에서 2018년 76명, 2019년 114명, 2020년 125명, 2021년 147명으로 계속 증가했다지. 그나마도 노조가 꾸려져 이런 사실을 알렸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재해 사고는 모두 은폐되었을 거래. 하지만 사측은 부당한 처우를 개선해달라며 단식투쟁까지 불사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철저하게 묵살했어. (지금까지도!)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절규는 외면한 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계열사 삼립에 414억 원의 이익을 몰아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지 뭐니. (이건 수사 진행 중.)

다시 15일의 참사로 돌아와서 설명하자면 A씨가 끼인 기계는 덮개를 열면 작동이 멈추는 인터록(자동안전 제어장치)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어. (인터록의 가격은 개당 30만 원에 불과하다고 해.) 게다가 이 공장에선 사건이 터지기 8일 전에도 노동자가 컨베이어에 손을 끼이는 사고가 일어났었어. 20분이나 걸려 피해자의 손을 빼냈는데 사측은 ‘훈계’ 외에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지. 정식 직원이 아닌 3개월짜리 파견직이니 알아서 하라며 말야.

A씨의 시신을 수습한 건 함께 일하던 노동자들이야. 당시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장에서 근무 중이었거든. 한데 SPC그룹은 다음날에도 사고 장소만 흰 천으로 가린 채 옆에서 작업을 이어나가게 했어. 사고를 목격한 노동자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했음에도 바로 일

에 투입시킨 거지. 후에 이를 알게 된 고용노동부가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자 17일엔 평택 공장 노동자들을 대구 공장에 보내 일을 시켰고. 그러곤 파리바게뜨가 영국 런던에 1호점을 냈다는 홍보 기사를 주요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내보내는 데 열을 올렸어. 진심 어린 반성보다 기업 이익만 생각하는 태도라니! 화룡점정은 A씨의 장례식에 자사 빵 2박스를 보낸 거야. 직원 경조사 지원품 매뉴얼에 따른 조치였다나? 암요~ 그러시겠죠~

뒤늦은 사과와 거세진 불매운동

SPC그룹은 참사 이틀 뒤에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문을 내놨어. 그럼에도 논란이 진화되지 않고 불매운동 바람이 거세질 기미를 보이자 21일엔 허영인 회장이 직접 등판해서 부랴부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지. 사고 방지를 위해 향후 3년간 1천

1971년 출시 후 지난해 말 누적 판매량 64억 개를 돌파한 ‘SPC 삼립호빵’.

출처 SPC 홈페이지

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도 했고.

한데 웬걸, 이틀 후인 23일엔 SPC의 또 다른 계열사인 샤니 제빵 공장에서 40대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한 거야. 진정성 없는 사과와 연이은 안전사고에 분노한 소비자들은 ‘피 묻은 빵을 거부한다’며 SPC와의 결별을 선언했어.

SNS에 SPC 불매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을 올리고 브랜드 목록 공유는 물론 심지어 바코드를 찍으면 SPC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까지 자발적으로 정성스레 제작해 배포했지. 대형마트와 유통 업체들도 (호빵의 계절인 겨울을 앞두고 시장 점유율 90% 이상인) 삼립호빵을 포함한 SPC 제품과 ‘손절’하는 모양새야. 개인을 넘어 기업들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몇몇 기업은 기존 사원 간식으로 제공하던 SPC 계열 제품을 타사 먹을거리로 전환했다고 해.

사람보다 돈이 먼저인 기업주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지 법은 뒀다 어따 쓰냐고? 안 그래도 올해 초부터 산재 사망사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어. 하지만 이번 사태에는 적용이 어렵다네? 어허~ 흥분하지 말고, 우리 중대재해처벌법이 뭔지 먼저 살펴보자.

STEP 3 생각 그릇 키우기

중대재해처벌법 톺아보기

2022년 1월 27일, 꽤나 떠들썩하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어. 당시 법률사무소마다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했다지. (대부분 ‘어떻게 하면 사업주가 처벌을 피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는 건 안 비밀.) 중대재해처벌법이란 ‘근로자 50인 이상의 기업에서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법안’이야. 법에 따르면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어.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지.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기업들은 법안에 줄곧 반발해왔어. 사업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인 데 비해 처벌 조항이 모호해 자

의적인 해석이나 적용으로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나? 한데 말이지~ 일각에선 ‘있으나 마나한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어. 실상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모두가 확신하)는 SPC그룹 회장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게 중론이거든. 사고가 난 공장은 SPC 계열이 맞긴 하지만 SPL이라는 독립된 기업이고 대표도 따로 임명해놨기 때문이지.

올해 1월 29일 경기도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중대산업재해 1호 기업’이 된 삼표산업도 대표이사 등은 검찰에 송치돼 조사를 받고 있지만 정작 실재 그룹을 이끄는 최대 주주인 정도원 회장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어. 아니, 실질적인 대표가 처벌받아야지 이게 뭐 하는 ‘시츄에이션’이냐고? 그러게 말야~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지난 10월 26일, 이번엔 경북 봉화에서 아연 채굴광산이 매몰돼 작업자 2명이 고립돼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어. 직원 수 52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인 해당 광산업체는 사고 발생 후 소방 당국에 바로 신고하지 않고 자체 구조를 하려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20대 제빵 노동자, 건설 현장 50대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 땀 흘려 일하는 분들의 연이은 안타까운 소식에 마음 가눌 길이 없다”고 전하며 “사고 발생 후 책임을 묻는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소중한 생명의 희생을 막을 수 없다.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산업 재해 대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어. 그러면서 “누구나 안심하며 일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지.

최근 발생한 사고들은 안전설비 점검 등의 예방 활동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어.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의무를 다하면 처벌하지 않는다’ 는 거야. 청소년은 미래의 노동자야. 때문에 산업 재해가 끊이지 않는, 인간이 소모품 취급되는 세상은 종식돼야만해. 그러려면 위법 시엔 예외 없이 엄격하게 처벌하는,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지 않을까?

SPC 불매운동을 놓고 누군가는 말해. “기업이 잘못했는데 왜 6천여 개의 가맹점이 고통받아야 하나!” 소비자들은 누구나 이윤 활동을 하더라도 품위를 갖춘, ‘존경받는 기업’을 원해. 불매운동은 그런 염원을 담은 소비주권의 행사가 아닐까. SPC는 더 이상 가맹점의 뒤에 숨지 않길 바라. 그리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크고 아름다운 기업으로 거듭나길. 우린 누군가의 눈물과 피로 구운 빵을 먹고 싶진 않으니 말야.

EDUCATION #교과서_파먹기 #교과_연계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교과서 파먹기 27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경기 불황인데 물가는 고공행진?

경제 이론 비웃는 ‘스태그플레이션’

최근 세계 경제의 핫 이슈는 단연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과 물가 상승을 가리키는 ‘인플레이션’을 합친 용어다. 보통 호황일 때는 인플레이션이, 불황일 때는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게 자본주의의 ‘이론상 기본 흐름’이나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를 가볍게(?) 뛰어넘으며 해답을 찾을 수 없는 ‘경제 괴물’로 등극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러-우 전쟁, 중국 봉쇄 정책 등의 악재가 세계 경제를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뜨릴 거라 경고한다. 고등학교 <경제>에 언급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갑툭튀’ 스태그플레이션을 만나보자.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교과서는 학생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도 친해지지 않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교과서의 재미를 알아가고,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과서 파먹기’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나도 모르게 놓쳤거나, 어려워서 지나친 교과 단원을 쉽게 만나고 싶다면 이메일 (lena@naeil.com)로 문의해주세요. _ 편집자

STEP 1 교과서와 친해지기

자본주의의 미덕(美德) ‘소비’

1970년에 등장해 장장 52년째 ‘국민 간식’으로 군림하고 있는 새우깡. 출시 당시 50원이었던 이 아이는 해가 갈수록 몸값을 불리더니 지금은 30배가 됐어. ‘서민음식의 대표주자’ 짜장면은 어떻고. 1970년에는 100원, 지금은 6천 원! 무려 60배!

내 용돈은 늘 제자리인데 왜 물가는 한계 없이 오르기만 하는 걸까? 수업 시간에 수요가 많고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지만 그 반대일 땐 가격이 내려간다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배웠어. 그런데 왜 가격이 내려가는 걸 이번 생에 본 적이 없느냐며 화내는 너, 이해해. 하지만 앞으로도 볼 일 없으니 기대하진 마. 왜냐면 말야,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돈의 양’을 늘려야 유지되거든. 돈의 양이 많아지니 당연히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필연적으로 물가는 오르게 되는

거지. 게다가 양만 늘린다고 장땡은 아냐. 기업이 돈을 아끼려 직원 고용을 멈춘다면? 모두가 자린고비처럼 땡전 한 푼 안 쓰고 은행에 맡겨만 둔다면? 세상은 ‘그대로 멈춰’가 되겠지. 자본주의의 핵심이 ‘소비’인 이유지. (그럼 지금까지 배운 건 다 뭐여!)

주위를 쓱~ 한 번 둘러봐. 누구나 예외 없이 (부모님 빼고) 우리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잖아. ‘지갑을 열어! 가진 돈을 펑펑 써!’ 하면서 말야. 대놓고 상품을 광고하는 CF에 넘어가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드

라마 속 주인공이 착용한 옷과 신발, 가방에 자꾸 눈길이 가지. SNS에 우후죽순 올라오는 명품 인증숏은 어떻고. 가진 건 1도 없지만 ‘구찌’ 하나쯤

새우깡 가격 변화

1970년 50원

1988년 200원

1997년 500원

2007년 700원

2017년 1천200원

2022년 1천400원

출처 ⓒ농심

은 착용해줘야 남들이 날 무시하지 않겠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들게 하잖아.

그렇다면 소비 장려를 위해 노동자들의 월급을 대폭 올리거나 물건 값을 확 내리는 묘책도 있지 않느냐고? 수중에 돈이 넘쳐나고 그걸 써야 한다면 어떻게 될지 우리 잠깐 상상을 해보자. 히야~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아마도 우린 평소에 사고 싶었던 물건을 공격적으로 구입하려 들 거야. 인기 품목은 금세 품절될 거고. 상품은 무한정으로 만들 수 없는데 원하는 이들이 많다면 가격은 본래 가치가 어떻든 훨씬 더 부풀려지겠지. 이런 현상을 가리켜 ‘인플레이션’이라고 해.

인플레이션 톺아보기

고등학교 <경제>에 설명된 바와 같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원인은 크게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과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으로 구분 지을 수 있어. 먼저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상품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그에 맞춰 공급량이 늘어나지 않을 때 일어나는 인플레이션이야. 이는 주로 가계의 소비나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거나 정부의 지출이나 수출이 크게 상승하는, 경기

가 호황일 때 발생하지.

공급 변화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도 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가루를 생각해보자. 둘째가라면 서러운 빵순이·빵돌이들 많지? 한데 밀가루 값이 상승하면 우리가 사랑하는 빵은 물론 피자, 과자, 짜장면 가격은 (야속하게도 우리의 용돈은 전혀 고려해주지 않고) 무조건 오르게 될 거 아니니. 경기 호황도 아니고, 소비가 늘지도 않았는데! 이런 끔찍한 사태를 가리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이 현상이 특히 무서운 건 돈이 돌지 않는 경기 위축을 초래해 전 국민의 실질 소득 수준을 악화시키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이처럼 경기 침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대략 난감 사태’를 뭐라고 한다? (드디어 나왔군.) 스태그플레이션!

STEP 2 경제 괴물, 스태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의 끝은 디플레이션?

물건 값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네 의견, 존중해. 하지만 앞서 강조했듯 시장의 자율성을 표방하는 자본주의하에서 물가는 절대 정체되거나 내려갈 수 없어. 우리가 너무나 자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이유지. 그럼 교과서에 나온 반대 개념인 ‘디플레이션’은 뭐냐고?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거품이 커지고 커지다 ‘뻥!’ 터져서 물가가 계속 떨어지고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을 말해.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물가는 내려가고 돈의 구매력은 올라가니 언뜻 생각하기엔 좋을 것 같지만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디플레이션을 인플레이션보다 더 위험한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어. 과거 1930년대 대공황이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촉발됐

다며 말야.

돈의 가치가 올라가면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물건 값이 더 떨어지길 기대하며 소비를 유예하게 돼. 특히나 자동차와 집 같은 고가품은 구매 후 추가적으로 가격이 더 떨어지면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야. 설비 투자나 새로 매입하려 한 공장 부지나 기계도 가격 하락이 우려돼 투자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3단원 ‘국가와 경제 활동’ 중 ‘실업과 인플레이션’.

출처 지학사

를 미루게 되지.

결국 소비와 투자의 감소는 시장에 전반적인 가격 하락을 가져오고 이는 생산 위축과 고용 감소, 임금 하락으로 이어지게 돼. 실업자가 늘어나니 가계 소득은 줄고, 돈을 쓰지 않으니까 자본이 돌아야 유지 가능한 사회가 ‘얼음!’ 상태가 되는 거지.

스태그플레이션 톺아보기

실상 앞서 살~짝 언급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세상에 출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개념이야. 기존의 경제 이론은 경기가 침체돼 있을 때 물가는 떨어지고, 반대로 물가가 계속해서 오를 땐 경제는 호황 상태에 놓여 실업률이 하락한다는 ‘반비례 관계’를 주장했거든.

그런데 1970년대에 오일쇼크가 일어나자 선진국에서 물가가 상승하는데도 실업이 늘어나는 ‘이게 미?’ 하는 현상이 발생한 거야. 경제학자들은 기존의 물가와 실업을 다룬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한 이

경제 괴물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이름 지었지. 당시 오일쇼크로 우리나라 경제도 큰 위기를 맞았어.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경제성장률은 끝을 모르고 추락해갔지. 산업 구조가 경공업에서 에너지 수요가 많은 중화학공업으로 전환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가해진 충격파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어. ‘석유 한 방울이 피 한 방울’ 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며 국가적 석유 절약 운동이 전개됐고, 석유 배급제까지

시행됐었다지 뭐야. (이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1040호 ‘교과서 파먹기_오일쇼크’를 참조하기.) 역사적으로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

률보다 높았던 시기는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 때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외에는 없었어. 한데 지금!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며 경고하고 있어. 현 상황이 정말 심각하긴 한 모양이야.

STEP 3 스태그플레이션이 미칠 파장

세계 경제에 드리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지난 6월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초에 발표한 4.1%에서 2.9%로 크게 낮췄어. 그러면서 “많은 나라들이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전망치가 2.1%까지 갈 수도 있음을 언급했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또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3.0%로 조정하더니 회원국들의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애초의 4.4%에서 그 두 배인 8.8%로 올렸지 뭐야.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냐. 지난 7월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대한민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어. 또 내년 성장도 석 달 전보다 0.8% 낮춰 2.1%로 내다봤지. 윤석열 정부 또한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합동브리핑에서 “올해 한국경제성장률은 2.6%로 하향 조정하고, 소비자물가 전

망은 4.7%로 대폭 상향했다”고 발표했어.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곧 6%대 물가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고. 정부에서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을 것임을 공식화했으니 보통 일이 아닌 상황인거지.

스태그플레이션이 가시화된 이유는 너도 나도 짐작하다시피 코로나 팬데믹이 야기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와 초강도로 밀어붙이는 중국의 봉쇄 정책,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경제 괴물’이라고 불린다. 당분간, 어쩌면 생각보다 긴 시간동안 우린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침체된 경기 속에서 고군분투해야 할지도 모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따른 에너지·곡물시장의 격변과 불안한 국제정세 등을 꼽을 수 있어. 더 무서운 건 이를 단기간에 극복할 뾰족한 대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해답 없는 문제, 스태그플레이션

한편에선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라며 이제라도 적절하게 양적 긴축(중앙은행이 은행권에서 돈을 회수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행위)을 실시하면 사태를 ‘알흠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기도 해. (이렇게 믿고 싶다, 그치?) 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동원하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라고도 할 수 있어. 지난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철수 위원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 징후가 감지된다며 “충분한 손실 보상과 재정 건전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속도

를 내겠다”고 발표했어. 하지만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안 위원장의 바람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지. 세금 감면을 약속한 정부가 어떻게 충분한 손실 보상을 할 것이며 예산 확보도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까지 잡는다는 건 모순이란 거야. 당분간(어쩌면 긴 시간) 우린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침체된 경기 속에서 고군분투해야 할 거야.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민간과 시장 주도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겠다는 대응법을 내놨어. 과연 이 새로운 방안이 참신한 해결법이 될 수 있을지, 우리 모두 큰 기대를 품고 한마음으로 응원해보자고!

구분 물가 변화 화폐 가치 실업률

인플레이션 상승 하락 하락

디플레이션 하락 상승 상승

스태그플레이션 상승 하락 상승

자본주의의 숙명이자 대표 문제아 삼총사(?)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 비교

EDUCATION # 시사 # 핫_토픽 # 이슈 # 카카오_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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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한 번에 블랙아웃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 등을 포함한 카카오 계열의 주요 서비스가 지난 15~16일 이틀에 걸쳐 18시간 넘게 ‘얼음!’ 상태가 됐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SK C&C 데이터센터의 지하 전기실에서 일어난 화재로 이곳에 입주한 카카오 서버 약 3만2천 대의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민들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 송금과 결제가 이뤄지지 않아 일대 혼란이 벌어졌으며 택시 서비스와 내비게이션, 각종 로그인 기능이 멈추면서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카카오 서비스와 연결된 공공 서비스들도 중단됐다. 화재 사고 하나로 국민 전반의 생활이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IT 강국’이란 명성에 깊은 흠집을 낸, 이번 디지털 재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짚어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STEP 1 이슈 맛보기

#패밀리_레스토랑에서_배_터지게_먹었는데 #외식상품권_안_열림 #1시간_기다렸다가 #엄마에게_울며_전화 #보이스피싱에_속을_줄_아냐며_화내는_엄마 #카톡_마비_덕에_잊지_못할_추억_쌓음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_ 편집자

STEP 2 카카오 톺아보기

대한민국 ‘올 스톱’시킨 카카오 사태

디지털 최강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무려 이틀간이나 ‘언빌리버블’한 일이 이어졌어. (만약 지난 15~16일에 무슨 일이 있어났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거나 삶에 조금의 불편함도 없었다면, 이리 와~ 한 번 안아줄게.) 대한민국 총인구의 92.1%, 즉 4천750만 명의 소통 창구인 ‘국민 대화창’ 카카오톡(카톡)이 멈춰버렸거든.

카카오택시 호출 불가로 과거로 돌아간 듯 거리마다 손 흔들며 택시를 잡는 사람들이 즐비했고, 식당에선 카카오페이가 안 돼 계좌이체를 하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지. 그 와중에 제일 슬펐던 소식은 아끼고 아꼈던 카카오 치킨세트 선물쿠폰 유효기간이 16일이었다는…말잇못.

이런 사태는 지난 15일 오후에 발생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서부터 시작됐어. 이곳 데이터센터에는 카카오를 비롯해 네이버,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이 입주해 있지. (그럼 얘들도 먹통이었냐고? 한 번 더 안아줄게.)

사태 초기 네이버도 검색, 뉴스, 쇼핑, 카페, 블로그, 시리즈온, 오픈톡, 스마트스토어센터 등의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지만 데이터센터를 이원화(데이터를 물리적으로 떨어진 2개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저장하고 데이터센터 안에서도 파일이나 전원 공급 장치를 이중화하는 조치를 의미한단다.)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신속한 복구가 이뤄졌어. 그러나 상당수 카카오 계열 서비스는 16일 오후까지도 완전 먹통이었고 완전한 복구는 언제쯤 가능할지 여전히 확답하기 어려운 실정이야.

국민 플랫폼에서 하룻밤 새 ‘국민 밉상’으로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무료 서비스, 세계 최초의 단체 채팅 지원 등을 강점으로 앞세워 단 3년 만에 전 세계 8천만 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확보했어. 그리고 출시 당시 3천400만 원이었던 연간 매출액은 10년 만에 4조1천568억 원, 영업이익만 4천559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거듭났지. 10년 만에 100배!

특히 2016년엔 단순한 ‘채팅 메신저’에서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며 ‘갈기 없는 수사자’라는 독특한 캐릭터 ‘라이언’을 데뷔시킨 뒤 한 번 더 비약하게 돼. 라이언은 특유의 무표정과 귀여운 디자인으로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 세대까지 아우르며 사랑받았고 1년 뒤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캐릭터 선호도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했단다. (라이언은 선풍적 인기로 회사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라 상무’로 불렸고 1년 뒤엔 ‘라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어. 이때 카카오 임원 승진자 공식 명단에

이름이 올라 화제가 됐었지.)

이후 카카오는 휴대폰을 보유한 국민의 절대다수가 이용하는 메신저 앱이 됐어. 또 이를 발판으로 한 광고와 캐릭터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도 창출했지. 그 뒤에도 선물하기·같이 게임하기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국내 두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까지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생활 플랫폼’으로 거듭났단다.

카카오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 2017년엔 자동차 내비게이션, 택시 호출 서비스 등을 통합한 ‘카카오모빌리티’를 창립했고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카카오페이’도 출범시켰지. 2020년엔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부의 코로나19 백신예방접종증명서를 카카오톡 QR체크인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카카오는 헬스케어와 공공 전자서명 업계에까지 진출하게 됐단다. 대애~박이지?

이렇게 채팅, 게임, 은행, 전자 결제에 이어 공공 인증까지 카카오 앱 하나로 해결되는 시대가 열리면서 카카오는 한국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어. 하지만 모든 이들이 카카오가 주는 편리함을 반긴 건 아냐. 일각에선 카카오가 134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택시·택배(카카오모빌리티), 미용실(카카오헤어샵)은 물론 꽃 배달, 방문 수리 등의 서비스 영역까지 침범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밥그릇을 뺏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가했거든. 온라인에서는 ‘이러다가 상조회사에서도 라이언을 볼 판’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고.

실상 카톡 서비스 마비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냐. 2012년 4월에도 데이터센터 화재로 ‘4시간 먹통’ 사태를 겪었거든. 당시 서버를 위탁 운영하던 LG CNS의 데이터센터에서 전력 장애가 발생해 전기 공급이 끊겼고 카톡과 카카오스토리 등의 서비스가 중단됐었어. 그때도 카카오는 한 곳에 ‘몰빵’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지금과 또~옥같이 받았지. 여러 데이터센

터에 시스템을 분산 운영해 불통 사태를 방지하라는 지적도 또~옥같이 받았고.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화재로 인한 사고이긴 하지만) ‘이거슨 인재(人災)!’라고 강조하고 있어. 카카오가 수익 창출에 만 열을 올리고 설비에는 제대로 투자하지 않아 재난 대응 체계에 구멍이 뚫린 거라며 말야. 카카오도 진짜 할 말 없는 게, 이달 4일에도 또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거든. (기억난다고? 다행이다.)

그런데도 이전처럼 ‘장애 발생→이용자 불편→사과·재발 방지 약속’만 되풀이했을 뿐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하진 않았지. 일반적으로 IT 기업들은 화재 등 재난 또는 비상상황 발생 시 핵심 서비스를 목표 시간 내에 복구하는 업무연속성계획(BCP)과 재해복구계획(DRP)을 수립하고 실천하는데, 카카오는 참으로 꾸준하고도 일관되게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하고 있었던 거야.

STEP 3 생각 그릇 키우기

정부가 묵인한 독과점?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고 신속한 서비스 복구를 위해 정부 부처도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며 “정확한 원인 파악은 물론, 데이터센터 설치 이원화 등을 포함한 사고 예방 방안과 사고 발생 시 보고·조치 제도 마련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어. 여야도 한 목소리로 카카오를 질타하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 책임을 추궁하겠다며 으름장을 놨지. (물론 네이버와 SK 대빵도 함께.)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이미 2년 전에 카카오같은 민간 기업의 데이터센터도 국가 재난 대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방송통신발전법 개정안을 (당시 정부에서 해당 법안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음에도) 여야 의원들이 업계에 부담에 크고 급한 민생 현안이 아니라며 ‘합심해’ 무산시켰다는 사실이야. 또한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도 사실상 정부와 국회의 묵인하에 이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고.

생각해봐.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정부의 대국민 행정 서비스 중 상당부분이 카톡에 의존하고 있잖니. 행정안전부(행정부)의 국민비서 ‘구삐’가 카톡을 이용한 대표적인 서비스로 꼽히고 교통 과태료나 범칙금의 납부 기한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정보나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 복지 서비스, 입영통지서까지도 카톡으로 발송되고 있지.

물론 시민 편의를 고려한 사안인 만큼 이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 다만 앞서 말했듯 지금껏 행정부가 카톡의 독점적 지위를 사실상 인정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거지. 시장경제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독과점 방지인데 카톡으로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관공서는 카톡의 독점적 지위를 사실상 인정해 주고 있던 셈이잖아. 그 덕분에(?) 카카오가 겁을 상실

한 거고. (무려 600년 전 우리 조상님들도 사고를 대비해 <조선왕조실록>을 4곳에 분리 보관하셨다~ 대한민국 최고의 플랫폼 업체로 꼽히는 곳이 방대한 서버와 데이터를 한 곳에 몰아넣고 운영하는 게 말이 됨?)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돼야

이번 사태는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초연결 사회에서 온라인망이나 플랫폼이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회 전체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어. 특정 민간 플랫폼 업체의 시장 독과점으로 이용자들의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칫 작은 사고로도 큰 피해를 낼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고.

카카오는 “화재는 워낙 예상 못한 시나리오라 대책이 부족했다”는 (저기요, 재난의 기본은 ‘불’과 ‘물’ 아닌가요?) 변명을 내놓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해 원인

조사와 재난 대책, 보상 대책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 (이에 대해 일각에선 사기업에서 벌어진 사고에 장관이 사과까지 하는 건 ‘오버’라며 혹시 정부가 규제와 감시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단다.)

카카오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 디지털 서비스’로서의 책임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거야. 정부 또한 제도 정비는 물론 주요 IT 기반 시설인 데이터센터를 재난과 사이버 공격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테고. 비상사태에 대비한 매뉴얼도 이참에 ‘제대로’ 손봐야겠지. 또한 매번 지겹게 반복되는 우린 여야 의원들의 ‘남 탓하기’와 기업 대표 불러 놓고 벌이는 ‘호통쇼’가 아닌, 자기반성과 올바른 해법을 원한다는 걸 똑똑히 알려줘야만 할 거고. 자, 그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함께 들어가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