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의원 등 발언을 ‘윤 당선인 말’로 보도

인용부호 붙여 尹 발언처럼 제목

아주·브릿지경제·세계일보 등 ‘주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하지도 않은 발언을 마치 윤 당선인이 한 것처럼 바꿔 보도한 신문사에 제재가 내려졌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제963차 회의에서 아주경제 3월 22일자 1면「尹 당선인 “경제 발전에 진영·이념 없다”」, 3월 23일자 세계일보 1면「文 “안보 빈틈 없어야” 尹 “일하게 도와달라”·브릿지경제 1면「文 “끝까지 책무 최선” 尹 “일하게 도와달라”」, 한국경제 3월 24일자 A3면「靑 “윤 의견 반영”/尹 “10분前 통보”」기사의

제목에 대해 각각 ‘주의’ 조처했다. 제재 이유는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0조 「편집지침」①(제목의 원칙) 위반이다.

아주경제 기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 6단체장들과의 오찬 회동을 보도하면서 큰 제목을「尹 당선인 “경제 발전에 진영·이념 없다”」로 달았다. 그러나 기사 본문에는 윤 당선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없다. 실제로도 윤 당선인이 오찬 회동에서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은 알려진 바가 없다.

세계일보와 브릿지경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양상을

전하면서 큰 제목으로 각각「文 “안보 빈틈 없어야” 尹 “일하게 도와달라”」, 「文 “끝까지 책무 최선” 尹 “일하게 도와달라”」로 뽑았다. 제목만 보면 윤 당선인이 “일하게 도와달라”고 말했다는 것인데, 이 발언은 김은혜 인수위 대변인이 인수위원회 오전 브리핑에서 한 발언이다.

한국경제 기사는 청와대와 윤 당선인 진영이 청와대의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의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다루면서 제목을「靑 “윤 의견 반영/尹 ”10분前 통보”」로 달았다. 윤 당선인이 “10분 전에 통보받았다”고 말했다는 것인데, 이 발언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한

얘기다.

인용부호를 쓰며 특정인의 발언을 제목에 달 경우에 사실관계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다. 더욱이 시기적으로 민감한 정권교체기에 윤 당선인 발언과 윤 당선인 쪽 인사들의 발언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보도할 경우 혼란을 낳을 우려가 있다.

신문윤리위는 “다른 사람의 발언을 윤 당선인의 발언으로 바꾸거나 본문에도 없는 내용으로 제목을 단 것은 사실 보도의 원칙에 어긋나고 기사 내용을 자의적 판단에 따라 과장·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같은 보도는 언론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집단폭행 기사 제목에 ‘악마’ 지나친 표현

대경일보 폭행 흔적 사진 등에 ‘주의’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제963차 회의에서 대경일보 3월 31일자 1면「포항서 40시간 집단구타 ‘악마를 보았다’」기사의 제목과 5면「사탄도 울고 갈 공포의 40시간…경찰은 또 손 놓고 있었나」제목의 기사와 사진에 대하여 ‘주의’ 조처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①(보도기사의 사실과 의견 구분), ⑥(선정보도 금지), 제10조「편집지침」①(제목의 원칙)을 위반한 데 따른 것이다.

대경일보 기사는 지난 3월 13일 포

항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을 다룬 것으로, 1면 머리 스트레이트와 사건을 재구성한 5면 박스다.

1면 기사는 “포항 지역에서 4명이 1명을 무려 40시간 동안 납치·감금해 집단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 경찰의 부실한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라고 쓴 뒤 폭행의 발단, 과정 및 경찰의 미흡한 대응 등을 상세히 전했는데, 신문윤리위는 큰 제목 가운데 ‘악마를 보았다’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신문윤리위는 “편집자가 폭행의 잔혹성을 강조하기 위해 가해자를 ‘악마’로 지칭한 것으로 보이나 기사 가운데

이 같은 표현의 객관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이 같은 표현은 객관적 사실 보도의 범주를 벗어나 편견이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문윤리위는 또 5면 기사에서 “이후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다리와 허벅지를 담뱃불 화상 흉터(담배빵)를 십수 군데 남겼다. 라이터 불로 양쪽 유두와 성기를 지지고, 정강이와 다리의 털도 모두 태웠다”는 등 잔혹한 폭행 장면을 여과 없이 상세히 묘사한 점과 폭행 흔적을 보여주는 자극적이고 끔찍한 사진, ‘라이터불과 담뱃불로 지졌다’는 사진 설명 등에 대해 “보도의 공정성, 신문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정적 내용 상세히 묘사한 음란만화 ‘경고’

스포츠조선 연재만화 ‘야왕전’ 제재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제963차 회의에서 스포츠조선 3월 18일자 15면 「야왕전<510>」제목의 만화에 대하여 ‘경고’했다. 제재사유는 신문윤리 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⑥(선정 보도 금지), 제13조「청소년과 어린이 보호」③(유해환경으로부터의 보호), 신문소설·만화심의기준 7「음란, 저속

한 음담패설」위반이다. 만화는 한 여성이 시사지 편집국장을 협박하기 위해 자신의 팬티를 벗어 술집 여종사자에게 건네주며 팬티에 편집국장의 정액을 받아오라는 내용인데, 그 과정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했다.

신문윤리위는 “이 같은 음란한 묘사는 청소년을 포함한 독자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왜곡된 성 의식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 등 ‘송영길 피습’ 기사

범행도구 구체적 명시 ‘주의’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제963차 회의에서 한국경제 3월 8일자 8면「송영길, 70대 진보성향 유투버에 ‘망치 피습’」기사와 제목, 내일신문 3월 16일자 20면「‘송영길 망치 습격’ 유튜버 “분단은 비극”…구속 송치」기사와 제목, 연합뉴스 3월 16일(08:09 송고) 「‘송영길 망치 습격’ 유튜버 “분단은 비극”…구속송치」기사와 제목에 대하여 각각 ‘주의’ 조처했다. 제재사유는 ‘선정보도의 금지’ 위반.

이들 매체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서울 신촌 유세 중 70대 남성이 휘두른 둔기에 피습당한 사건을 다루면서 범행도구가 ‘망치’라고 본문과 제목에서 그대로 밝혔다.

신문윤리위는 “범행도구를 그대로 밝히고 ‘두개골 바깥층은 부분 함몰됐으나’ 등 피해상황을 지나치게 자세히 전한 것은 선정적인 보도라 할 수 있으며, 자칫 모방범죄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출처 없이 ‘한 언론과 인터뷰’

충청투데이 원전 기사 ‘주의’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제963차 회의에서 충청투데이 3월 22일자 1면「불안한 충남도민 화력발전 피해 입었는데 이젠 원전?」제목의 기사에 대하여 ‘주의’ 조처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제8조「저작물의 전재와 인용」②(타 언론사 보도 등의 표절 금지)를 위반한 데 따른 것이다. 충청투데이 기사는 “정권교체로 탈원정 정책 기조가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를 도왔던 원전 전문가가 화력발전소 지역에 소형모듈원전(SMR)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충남 서해안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썼다.

기사는 이어 해당 ‘원전 전문가’의 주장과 관련해 “지난 대선 당시 윤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을 담당했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석탄화력발전소에 전력망이 다 깔려 있기 때문에 석탄 대신 SMR로 변경만 하면 된다’며 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을 언급했다”고 소개했는데 ‘지난 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 발언은 경향신문 18일자 6면 「미리보는 국정 ⑥-탄소중립 흐름 속 기후·환경 어떻게」기사 가운데서 가져온 것이다.

신문윤리위는 “인용한 기사의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한 언론과의 인터뷰’라고 쓴 것은 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 신문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로 머리 내려치는 지하철 폭력영상에 ‘경고’

국민·세계일보 보도 청소년에 악영향

이데일리는 하루 지나 모자이크 처리

매경닷컴·서울경제 폭행장면도 ‘주의

폭력영상이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해악은 크다. 폭력영상을 시청한 어린이들은 불안, 공포, 분노 증오의 감정과 공격성을 드러낸다는 연구 결과는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어린이일수록 스펀지처럼 폭력영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함에도 상당수 매체는 독자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여전히 폭력적인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963차 회의에서 이데일리 3월 17일자「(영상)“경찰 빽있다” 휴대전화로 노인 폭행한 20대 女」, 세계일보 3월 18일자「9호선서 딸 뻘에 휴대전화로 가격 당한 60대…[영상]」, 국민일보 3월 19일자「폰으로 머리 때린 딸뻘 승객…[영상]」기사의 영상에 대해 각각 ‘경고’ 결정을 내렸다.

이들 매체가 신문윤리강령 제2조「언론의 책임」,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⑥(선정보도 금지), 제13조「청소년과 어린이 보호」③(유해환경으로 부터의 보호)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신문윤리위는 또 다른 폭력영상을 보도한 매경닷컴 3월 18일자「[단독] “특근에 불만있냐”…」, 서울경제 3월 18일자「[영상] “특근 불만있냐”…」기사의 영상에 대해서도 ‘주의’ 조처했다.

이데일리, 세계일보, 국민일보는 서울 지하철에서 시비가 붙은 승객들의 폭행 사건을 보도하면서 관련 영상을 실었다. 이 영상은 20대 여성이 60대 남성을 폭행하는 장면이다. 여성은 휴대폰 모서리로 수차례 반복적으로 남성의 머리를 내려쳤다. 이데일리는 게재 다음날 영상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으나 이미 상당 시간 노출된 후였다. 세계일보와 국민일보도 영상에 일부 모자이크 처리를 했으나 끔찍한 폭행 장

면이 거의 그대로 노출됐다.

매경닷컴과 서울경제는 LG화학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을 다루면서 실제 폭행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그대로 첨부했다.

두 매체는 영상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 했으나 남성이 주먹으로 다른 남성의 복부를 반복해 때리는 장면이 그대로 보이도록 했다.

신문윤리위는 “노골적인 폭력 장면은 청소년과 어린이의 정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언론의 주의를 촉구했다.

신문윤리위는 또 “독자에 미치는 폭력성의 정도를 감안해 제재 수위를 경고와 주위로 나눠 결정했다”면서 “이런 폭행 장면을 여과 없이 싣는 것은 ‘위법적이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신문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美 배우 손가락 욕설 사진 ‘주의’

이데일리와 일간스포츠는 3월 7일자에 「크리스틴 스튜어트, 손가락 욕설」사진을 실어 한국신문윤리위원회 963차 회의에서 ‘선정보도’와 ‘청소년과 어린이 보호’ 위반으로 ‘주의’를 받았다. 미국 여배우 스튜어트가 독립영화 시상식에서 진행자의 제안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하는 가운뎃손가락 욕설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모자이크 처리는 편집자가 한 것임). 신문윤리위는 “그 취지가 어떠하든 유명인의 손가락 욕설이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노출되는 것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재이유를 밝혔다.

‘푸틴과 맞서 싸우는 군인에 성관계 제공’ 보도 제재

우크라 성인모델 제안 여과없이 보도

정서에 반하고 여성 독자들에 불쾌감

뉴스1 선정적 기사에 ‘주의’ 조처

반러시아 운동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성인 모델이 러시아의 푸틴과 맞서 싸우는 군인에게 성관계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여과 없이 보도한 통신사가 제재를 받았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963차 회의에서 뉴스1 3월 1일(10:11 송고) 「“푸틴에 저항하는 군인과 성관계”…성인 모델, 反러시아 운동 적극 동참」제목의 기사에 대해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 「보도준칙」⑥(선정보도 금지) 위반으로 ‘주의’ 조처했다.

이 기사는 우크라이나 성인모델인 릴리 썸머라는 여성이 반러시아 움직임에 동참한다면서 ‘(자신의) 팬들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명

시했다’고 전했다.

썸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가격표를 공개했다”라며 “러시아인 한 명 죽으면 나체 사진 한 장, 파괴된 탱크 한 대에 야한 영상 한 개, 제트기 한 대 추락하면 성관계를 해줄 것”이라고 제안했다.

뉴스1은 반러시아 연대에 동참한 성인 모델의 트위터 글을 기사화했지만, 그 내용이 선뜻 납득하기 힘든 데다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일례

로 ‘러시아군을 죽이거나 탱크, 군용기를 파괴하면 성적 보너스를 제공하겠다’는 표현은 전쟁을 희화화시킬 수 있고 그 참혹상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는 이들의 정서에 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윤리위는 “성관계를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무공에 대한 대가로 지불한다는 성인모델의 주장을 여과 없이 옮긴 것은 여성 독자들에게 심한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윤리위 제963차 회의서

신문 93·온라인 70건 제재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4월 제963차 회의에서 기사 47건에 대해 ‘주의’, 1건에 대해 ‘경고’ 결정을 내렸다. 광고는 ‘주의’ 45건이다.

가장 많이 지적된 기사는 홍보성 기사로 신문윤리실천요강 조항 가운데 ‘보도자료 검증’ 위반 31건, ‘사회·경제세력으로부터의 독립’ 위반 15건 등 46건이다.(일부 기사 중복 적용) 이어 ‘제목의 원칙’ 위반 7건, ‘선정보도 금지’ 위반 5건 등이다.

온라인신문에서는 기사 42건이 ‘주의’, 4건이 ‘경고’를 받았다. 광고는 ‘주의’ 11건, ‘경고’ 13건이었다. 기사 중에는 ‘선정보도 금지’ 위반 28건, ‘유해환경으로부터의 보호’ 위반 22건 등 선정성을 지적받은 사례가 가장 많았다.

“떡실신” “꽉 껴요” 선정 표현

헤럴드경제 광고에 ‘경고’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963차 회의에서 헤럴드경제 3월 8일(캡처시각) 「발기부전은 옛 말..1분 바르면 10시간 “불끈!”」, 「女 관계중 “뿡뿡”소리 없애는 방법 중년女 꽉 조이는 명기」제목의 광고에 대해 ‘경고’ 결정을 내렸다.

이 광고가 신문광고윤리강령 제4조「사회적 책임」,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 제1조「허위·과장 금지」, 제12조「선정·폭력 표현 금지」, 제13조「청소년과 어린이 보호」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이들 광고는 맨솔루션이란 제품이 비아그라 20배의 효과를볼 수 있다면서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문구와 장면을 싣고 있다. 예를 들어 “꽉 찬 느낌 환장해”, “처제왈 형부 꽉 껴요”, “여대생 떡실신” 등의 문구로 제품을 선전하고 있으며, 남녀의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장면도 노출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 김소영 (변호사·전 대법관)

윤리위원 황진선 (독자불만처리위원) 김석종 (경향신문 사장)

황수정 (서울신문 편집국장) 김영희 (한겨레 논설위원실장)

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서울본부장) 이재성 (한겨레 경제에디터)

김승원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배현진 (국회의원·국민의힘)

하윤수 (부산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정선구 (한국신문협회 광고협의회장)

하영춘 (한경닷컴 대표) 김영 (시인·전라북도문학관장) 윤호영 (이화여대 교수)